軍史관련

한반도 덮는 ‘미사일의 그늘’

醉月 2009. 2. 26. 06:54

한반도 덮는 ‘미사일의 그늘’
북한 미사일 발사를 둘러싸고 한반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010호] 2009년 02월 25일 (수) 감명국 kham@sisapress.com

   
ⓒ그림 김홍


이상희 국방부장관이 지난 2월1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이장관은 이대통령에게 최근 긴박해지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대응 전략에 대해서 보고했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외부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가 보고한 내용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 힌트는 2월16일 그의 국회 출석 발언에서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이날 그는 잇따라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장관은 “북한이 수도권을 제1 타격 목표로 발사한다면 발사 위치를 타격할 준비 태세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북한 도발에 대비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현장 지휘관에게 작전 권한을 위임하겠다”라고도 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PSI)에도 참여하겠다”라고 밝혔다. 북한을 상당히 자극할 만한 발언이었다.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되받아치는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북한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다. 일부 국방 전문가들은 물론 여권 주변에서조차 “국방부장관이 너무 지나치게 강경 발언을 하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 역시 날로 강경하고 자극적인 용어를 쏟아내고 있다. 2월16일 조선중앙통신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설을 부정하면서도 “무엇이 날아 올라갈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2월19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의 발표를 통해 “(남한 정부는) 전면 대결 태세에 진입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재차 엄포를 놓았고, 조선중앙통신은 “남북 간 물리적 충돌은 시간 문제이다”라는 초강경 발언을 했다. 주한미군은 같은 날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대체전력으로 전개되는 미 공군의 F-16 전투기 1개 대대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당초 계획보다 2주가량 앞당겨 한국에 배치된다”라고 발표했다.

한반도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자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주도권은 북한이 쥐고 있다. 솔직히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할까.

북한이 쓸 수 있는 세 가지 카드

   
▲ 패트리어트 유도 무기 체계 인수식이 지난해 11월28일 공군 방공포병학교에서 열렸다.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할 패트리어트는 2010년까지 자동화 작전 체계 구축을 통해 완전 전력화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현재 국내 국방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금의 한반도에 계속 긴장감을 조성할 목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를 대략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지금과 같은 강경 발언을 계속하면서 가능성만 열어두는 경우이다. 이는 미국의 대화 제의를 계속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두 번째는 DMZ와 JSA, NLL 지역 등에서 국지적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의 명분으로 삼기 위해 남한의 강경 대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북한으로서는 이미 서해안 NLL 지역을 침해한 바 있고, 금강산에서 피격 사건도 일으킨 만큼, 개성공단 지역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 번째는 미사일 실험 발사를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경우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으로 볼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가 북한으로서는 가장 강경한 카드를 꺼내든 경우이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위기에서 다소 비켜 있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직접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두 번째 시나리오이다. 특히 일부 국방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자칫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되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북한 내부 상황이 극히 불투명한 점도 불안 요인이고, 또 남한의 대응이 전에 없이 강경한 것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럴 경우에는 자칫 북한이 쏘아 올릴 미사일이 미국과 일본을 향한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남한을 겨냥하는 단거리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북한 미사일은 현재 어느 수준에 와 있을까. 국방 전문가들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데에 대체적으로 일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국방정보국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로는 ‘노동1호’와 ‘대포동1호’, ‘대포동2호’가 있다. 최대 사거리가
1천km를 넘는 노동1호는 일본 오사카까지 날아갈 수 있다. 이미 실전 배치된 상태이다. 1998년 쏘아 올린 대포동1호 역시 최대 사거리가 2천km를 넘는 것으로 일본 열도를 긴장시키고 있다. 최대 사거리가 6천km를 넘는 대포동2호 발사 실험은 2006년 7월 실패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그 시도만으로 미국을 초긴장 상태에 몰아넣었다. 미국의 알래스카와 하와이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금 더 사정거리를 늘리는 ‘대포동3호’를 개발한다면 미국 본토까지 가시권에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대포동2호와 같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한다면 미국의 초강경 대응이 예상된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요격하겠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방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사실 미국과 일본의 MD 체제도 현재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발사 이전에 기지를 선제 공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항공기에 탑재한 공중레이저발사기(ABL)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는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영공을 침범하는, 자칫 우리도 여기에 휩쓸려 한반도에서 거의 전면전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제40차 안보협의회의를 마친 이상희 국방부장관(오른쪽)이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2012년 구축될 ‘작전통제소’ 실효성에 의문도

우리가 더욱 예민하게 주시하는 것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이다. 바로 남한을 겨냥하는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단거리 미사일로 ‘스커드-B’와 ‘스커드-C’가 있고, 최근 ‘KN-02’가 새롭게 개발되었다. 스커드 미사일은 1985년과 1990년 실전 배치된 것으로 사실상 남한 전역이 사정거리에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 공포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최근 개발되어 실전 배치 중인 신형 KN-02 단거리 미사일이다.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사정거리가 최대 1백60km에 이르러 스커드 미사일보다는 짧지만, 서울은 충분히 사정권 안에 든다. 문제는 이 미사일의 경우 액체연료 대신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의 북한 미사일 대응 체계로 요격이 거의 유일한데 현재로서는 요격이 불가능할 만큼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9월 국방연구원의 김태우 부소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서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북한 미사일은 발사한 지 1분도 채 안 되어 서울을 공격할 수 있다. 한국이 도입 중인 구형 PAC-2 미사일과 해상용 요격미사일인 SM-2의 방공망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발언대로라면 북한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겨냥해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현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불과 몇 분 만에 서울과 수도권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견해였다. 그의 우려가 사실이라면 국민으로서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과연 그 정도로 우리는 무기력한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다 견해를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국책 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국방전문가 ㄱ씨는 “최악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김부소장의)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현재 우리의 대응 체계로 볼 때 우리가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한 뒤 먼저 요격하는 시스템은 상당히 취약한 실정이다”라고 인정하고 있다. 반면, 노무현 정부에 몸담았던 또 다른 국방전문가 ㄴ씨는 “우리의 미사일 대응 체계가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 미사일에 대한 공포감을 너무 과장되게 밝힌 것이다”라고 반박한다.

아무튼 미사일 방어 대응 체계에 대한 우리의 시스템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는 데에는 큰 의견차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위기 국면에서 국방부가 서둘러 발표하고 있는 이른바 ‘한국형 MD’ 체제는 이런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그 내용은 이렇다. 2012년까지 ‘작전통제소(AMD-Cell)’를 구축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조기 경보 레이더를 서둘러 도입하고, 공군 전투기 전력을 강화하고, PAC-2 미사일을 전력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상희 장관은 “모두 48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전력화하고 있는 과정이며, 현재 24기는 전력화를 마쳤고, 나머지 역시 곧 마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체제의 완성 시점이 2012년이라는 점이다. 2009년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 매뉴얼은 또 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방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는 자체적인 조기 경보 레이더가 없는 등 아직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전적으로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일부 국방 전문가들은 또 다른 문제를 지적한다. “현재 우리가 확충하고 있는 PAC-2 미사일은 미사일 방어용이라기보다는 전투기 요격용이다. 미사일 요격용으로 SM-2가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지난 1991년 걸프전 때 사용되었던 무기들이다. 이것으로는 사실상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힘들다.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처럼 PAC-3 미사일과 SM-3로 대체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국방연구원 김부소장이 미국에서 한 발언과 유사하다.

‘MD 체제 편입’ 놓고 옥신각신

그렇다면 상당한 예산 출혈이 따르더라도 PAC-3와 SM-3를 도입하면, 우리의 방어 체계는 굳건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ㄴ씨는 또 다른 우려를 표시한다. 그는 “조기 경보 레이더로 미국 보잉 사가 개발한 X-밴드 레이더를 도입하고, PAC-3와 SM-3로 모두 교체하면, 사실상 미국과 일본의 MD 체제와 똑같은 것이고, 그 안에 편입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때문에 이번에 방위사업청에서는 내달쯤 선정될 예정인 조기 경보 레이더 기종 심사에서 X-밴드 레이더를 제외하고, 이스라엘의 IAI와 프랑스·네덜란드 합작회사인 탈레스 등 두 업체를 최종 후보로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 정부의 강경파들이 이번 한반도 위기를 계기로 한국을 미·일의 MD 체제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다시 주장하고 나서 우려스럽다. 과연 어느 쪽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 냉정히 따져야 한다”라고 경계했다. ㄱ씨는 “MD 체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남한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그렇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느냐라고 반문하지만, 국방의 측면에서는 단 0.1%의 위기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한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MD 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노무현 정권의 노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D&D포커스> 편집장은 “2008년 1월11일 인수위 시절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김장수 국방부장관을 만나 브리핑을 들었다. 당시만 해도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등 이른바 MB의 국방 분야 핵심 참모들은 한국의 MD 체제 가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던 터였다. 이당선인 역시 그런 입장을 갖고 있었으나, 김장관의 설명을 듣고 완전히 생각을 바꿨다. 거기에는 수십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될 뿐 아니라, 자칫 우리의 적성 국가를 북한에서 중국과 러시아로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제껏 한국군은 북한을 상대로 한 군사력을 건설해왔는데, MD는 중국을 적성국으로 전제한 무기 체계로서 한국군의 국방 목표를 완전히 초월하는 문제이며, 동북아 정세에서도 대단히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를 들은 이당선인이 감명을 받고 김장관을 국방부장관에 유임시킬 방안까지 신중히 고려할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국방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인 견해로는, MD 체제는 군사적으로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PAC-3나 SM-3를 도입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되는 것이라는 논리 역시 다소 비약적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결코 간과할 수는 없다. 따라서 당장 우리가 MD 체제에 가입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독자적인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굳이 지금 MD라는 용어를 써서 주변국을 애써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그는 “불행히도 남북한은 지정학적으로 굉장히 짧은 거리이기 때문에 북한이 모험을 감행해올 경우 우리로서는 어느 정도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다만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즉 북한의 군사기지를 선제 타격할 수 있는 공군 전투기 전력과 미사일 개발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미사일 버튼을 어느 한쪽이라도 먼저 누르는 순간부터 한반도에 극심한 피해가 뒤따르므로,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밝혔다.

 

미사일 방어, ‘한국형’ 만든다
방위사업청 “미국·일본 시스템으로는 북한 대남 미사일 공격에 대응 못해”
[1010호] 2009년 02월 25일 (수)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미국의 한 공군기지에서 대륙 간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요격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국이 구상하는 MD는 크게 세 단계 과정으로 작동한다. 우선 조기 경보 위성이 레이더를 이용해 미사일(ICBM, 대륙 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지한다. 미사일이 로켓 추진 단계를 지나 대기권에 진입하는 시점에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스탠더드 미사일(SM3)을 이용해 1차 요격을 시도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2차 요격이 대기권 밖에서 이루어진다. 지상의 기지에서 발사된 요격미사일(GBI)은 대기권 밖이나 지표에서 40km 이상 떨어진 상공(대기권 고고도)에서 ICBM을 격추할 목적으로 날아간다. 만약 이것마저 실패한다면? ICBM이 하강해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는 시점에 3차 요격을 시도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패트리어트(PAC3)가 등장하는 시점이다. 미사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이 되어주는 입체적 정보망이다. 조기 경보용 위성과 지상의 X밴드 레이더, 이지스함 등 육해공에서 주고받는 정보 네트워크는 ICBM의 궤도와 방향, 속도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며 분석한다.

실제로 MD 계획을 두고 세간에서는 ‘우주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요격 시스템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구상 단계에서는 ABL(Airborne Laser: 메가와트 급의 레이저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 ALHTK(Air-Launched PAC-3 Missiles: 공중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발사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MKV(Multiple Kill Vehicle: 소규모 우주 비행체가 탄도탄에 접근해 요격하는 방법) 등 영화에서나 볼 만한 시스템들이 거론되었다. 이것들은 현재도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본토 방위 위해 전 지구적 방어망 꾀해

‘미사일방어국(MDA)’의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 가동이 가능한 MD 시스템의 구성 요소를 잘 알 수 있다. 미국은 현재 △24기의 지상 요격미사일  △장거리 감시, 추적, 요격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18기의 이지스함 △이지스함용 SM3 요격미사일 △업그레이드된 코브라데인 레이더 △업그레이드된 조기 경보 레이더(캘리포니아 빌 공군기지, 영국의 플라잉데일 공군기지) △이동식 X밴드 레이더 2기 △해상용 X밴드 레이더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본토 방위를 위해 전 지구적인 방어망을 요구하고 있다. 대서양을 넘어오는 미사일로부터 미국 동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유럽 지역에 MD 체제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부시 행정부가 폴란드와 체코에 동유럽 MD 배치를 추진하는 이유이다. 미국은 2012년까지 폴란드에는 스웁스크, 치우후프 등 다섯 곳에 요격용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체코에는 레이더 기지를 설치할 계획이다.

바통을 이어받은 오바마 대통령도 MD를 계속 진행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는 당선 직후인 지난해 11월7일 폴란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가 반대하더라도 MD는 그대로 추진한다”라는 취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태평양을 건너는 미사일로부터 공격당할지 모를 미국 서부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본은 이미 27기의 구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2)과 레이더를 탑재한 신형 이지스함 6척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더 나아가 SM3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함도 양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구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2)이 배치된 상태이고, 요격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함은 우리 해상을 넘나든지 오래다. 다만, 일본과 우리의 차이점은 일본은 미국의 MD 체제에 뛰어들어 공조하고 있고,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은 북한이 미국의 서부에 ICBM을 발사할 경우 발사 초기 단계부터 함께 대응하는 국가이다. 미국은 일본보다 한 발짝 더 북한, 중국, 러시아와 맞닿아 있는 우리를 자신들의 눈과 귀로 삼고 싶어한다.

   
ⓒ그림 여찬호

미국의 요격 실험 결과도 성공적이지 않아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은 MD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1980년대 이후 약 1천억 달러(약 1백50조원)라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 2002년 국방부 아래에 ‘미사일방어국’을 신설하면서 미국의 MD는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고 엄청난 자원이 투입되었다.

투입된 자원에 비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간간히 들어오는 미사일 요격 실험의 실패 소식 때문이다. 미국은 한 번에 8천만 달러(우리 돈 1천100여 억원) 정도가 드는 MD 실험을 거의 매년 시행해왔다. 결과를 들여다보면 2002년의 첫 실험에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2002년 12월, 2004년 그리고 2005년 실험에서는 잇달아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실패했다. 이미 예정된 데이터대로 날아가며 발신 장치까지 장착한 비행물도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MD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히 제기된다. 그나마 지난 2007년 말 하와이 근처 태평양 상공에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을 가정해 실시한 요격 시험은 성공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MD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평가했지만, 의회의 반응은 달랐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요구했고, 국방부도 3번의 추가 실험을 하는 데 동의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012년까지 오산에 건설되는 탄도유도탄 작전통제소(AMD-Cell) 구축 계획과 오는 3~4월 쯤 결정될 조기 경보 레이더의 기종을 선정하는 작업은 한국형 MD(KAMD) 계획의 출발점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우리 실정에 맞는 탄도유도탄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으로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MD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 실정’은 혹시나 있을지 모를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할 시간이 짧다는 것을 뜻한다. 군 관계자는 “미국형 MD는 기본적으로 중·장거리형 미사일을 요격하는 체제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방위사업청은 한국형 MD 체제의 핵심이 되는 조기 경보레이더 선정 작업에서 미국 보잉 사의 ‘X밴드 레이더(FBX)’를 탈락시키고, 이스라엘의 IAI와 프랑스·네덜란드 합작회사인 탈레스 등 두 개 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군 관계자는 “보잉사의 FBX는 ICBM을 요격하기 위한 지상 요격용으로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후계자 김정운’은 누구인가
로동신문 등에서 암시하는 내용 등장…김정일 가족 전속 요리사 증언에서도 ‘유력’
[1010호] 2009년 02월 25일 (수) 감명국 kham@sisapress.com

   
▲ 북한의 새로운 권력 승계자로 떠오른 김정일의 삼남인 김정운의 열한 살 때 사진.
ⓒ시사저널자료

격랑의 파고를 맞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서 스물일곱의 청년 김정운이 뉴스메이커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삼남인 그는 두 형을 제치고 최근 강력한 후계자로 거론된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 2월12일 처음 공개된 그의 열한 살 때인 어린 시절 사진 한 장이 국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김정운을 북한의 새로운 권력 후계자로 단정 짓기는 아직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정부는 ‘김정운의 후계자 확정’에 대한 외신 보도에 대해 “명확히 확인된 바가 없다”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는 “후계와 관련한 외부 세계의 전망을 흐리게 하고자 북한 내부에서 흘러나온 역정보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 분석센터 대외지도자 연구국장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등도 “과거 김정일의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숱한 소문이 무성했지만 대부분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진 사례를 볼 때, 현재의 외신 보도도 신뢰성을 갖기 어렵다”라고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운의 발탁 가능성이 상당히 크고, 또 내부에서 이미 진행 중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고영희에게서 나온 차남과 삼남 가운데 한 명이 (후계자로)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반인은 알아채기 어렵지만, 일부 (국내) 학자들이 (북한 관영 매체들의) 징후적 판단을 통해서 김정운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연구소장은 “최근 북한의 로동신문 등을 분석해보면 김정운을 후계자로 암시하는 내용이 등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정일 성격 빼닮아 호전적이라는 분석도

이런 가운데 최근 한반도에 긴장 국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김정운의 등장이 갖는 의미를 남다르게 바라보는 측면도 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김정운의 성격이, 아버지인 김정일을 그대로 빼닮아 상당히 승부욕이 강하고 호전적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두 형들이 스위스 등 서방 세계에서 오랜 유학 생활을 해온 탓에 다소 자유 분방하고 개방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과연 김정운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일까. 또 그의 등장은 격동의 한반도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할까.

현재 김정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사실과 가장 근접한 설명을 할 수 있는 인물로는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가 거의 유일하게 꼽힌다. 그는 1988년부터 2001년까지 평양의 주석궁에서 이른바 ‘김정일 로열 패밀리’와 함께 생활해온 전속 요리사였다. 그는 일본으로 탈출한 직후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펴내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이 책에서 사실상 가장 먼저 김정운으로의 후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얼마 전 김정운의 사진을 처음 공개한 이도 바로 후지모토 씨였다.

국내 북한 문제 전문가들 가운데서는 현재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이 김정운에 대해 가장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다. 정실장 역시 지난해 12월 일본을 방문해 지인의 도움으로 후지모토 씨를 인터뷰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현 상황에서는 6~19세 때까지의 김정운과 함께 생활하며 그를 곁에서 지켜봤던 후지모토 씨의 증언이 가장 중요한 자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실장은 “국내 보도에서 김정운의 나이에 대해 일부 오류를 내기도 하는데, 정확히 그는 1983년 1월8일생이다. 북한에는 ‘초대소’라고 불리는 호화 별장이 곳곳에 있는데, 후지모토 씨의 증언에 의하면, 그중 평양 근처에 위치한 강동(별칭 ‘32호’) 초대소에서 김정일 가족과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김정운은 형 정철과 함께 바로 이 강동 초대소에서 어린 시절 후지모토 씨에게 당구를 배우고 즐겼다. 후지모토 씨가 김정운을 처음 만난 곳은 신천 초대소였는데, 그는 당시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군복을 입고 있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김정운에 대해서 제기되는 궁금증은 그도 과연 형들처럼 서방 세계에서 유학 생활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실장은 “형 정철이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에 다닌 사실이 확인된 반면, 김정운의 스위스 유학과 관련해서는 정확한 내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후지모토 씨는 자신이 일본에 잠시 입국한 1996년 9월까지 김정운은 평양에 있었으며, 다시 입북한 1998년 6월에는 스위스에 나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므로 김정운이 스위스에서 유학했다면 1996년부터 1998년 사이로 길어야 1~2년이 채 안 되는 셈이다. 후지모토 씨는 김정운에 대해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1998년에 여동생인 김여정과 같이 귀국했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라고 증언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김정운이 1998년 여름에 스위스에서 귀국한 후 다시 나가지 않은 데에는 생모인 고영희의 동생 고영숙과 그녀의 남편 박건이 1998년 5월 스위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 사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덧붙였다.

   
▲ 김정일의 장남 정남(왼쪽)과 차남 정철(위)은 후계자 구도에서 멀어져 있다.
ⓒ시사저널자료

“강한 승부욕 소유…장성택이 후견인 될 것”

김정운은 형 정철의 영향을 받은 때문인지 역시 농구를 무척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승부욕만큼은 형을 훨씬 능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실장은 “후지모토 씨는 내게 ‘김정철은 어렸을 때부터 화내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야망이 없기 때문에 북한을 통치할 능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철 팀과 정운 팀이 농구 경기를 한 후 정철은 팀원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것으로 그치는 데 반해, 정운은 오랜 시간 반성회를 가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팀원들에게 ‘너는 왜 그쪽으로 패스했는가. 좀더 연습하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는 달리 김정운은 어린 시절부터 착실하고 체계적인 후계자 수업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실장은 “김정철은 2001년부터 2006년 4월까지, 김정운은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군 간부 양성 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주체의 영군술’을 비롯해 군사학을 극비리에 공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정운이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그가 만약 후계자로 떠오른다면 그 후견인이 누가 될 것인가에도 상당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후지모토 씨는 정실장과의 인터뷰에서 “고모부인 장성택이 어린 시절부터 김정운과 형 정철의 교육을 직접 담당했다. 김정일이 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하면 장성택이 최대 후견인이 될 것이다. 또한, 김정일의 현재 부인 역할을 하고 있는 김옥도 김정운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김정운의 후계자 부상이 향후 한반도에 가져올 영향은 어떻게 될까. 진희관 교수는 “김정운의 나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당장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 형들에 비해 성격이 호전적이라고 해서 강성일 것으로 판단하는 것도 섣부른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정실장 역시 “외부적인 변화보다는 북한 내부적으로 사상 통제 강화와 체제 결속 등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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