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한의 선제공격 유도한다 | ||||||||||||
유럽의 화약고가 발칸반도라면, 한반도의 화약고는 서해다. 남북 관계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내외 시선이 다시 서해로 쏠린다. 결국 화두는 NLL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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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무력충돌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일까.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와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접은 북한이, 이제 실력행사를 통해 우리 정부의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것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 남북 관계 전문가는 “1997년 이후 외환 위기 때는 평화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남한의 경제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 북한의 기본 인식이고, 실제로 그랬던 측면이 있다. 그때에 비견되는 경제 위기를 맞은 남한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 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는 것이다”라고 북한의 의도를 분석했다. 안 그래도 경제 위기에 직면한 한국 정부가, 국가신인도 하락·외국자본 이탈과 같은 ‘긴장 비용’까지 추가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게 북한의 셈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서해일까.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사실상 서해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민화협 상임의장)은 “국제무대에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철저한 계산 끝에 내놓는 곳이 북한이다. 무턱대고 도발하는 게 아니라, 남한에는 심리적 공황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미국은 개입하기 껄끄러운 ‘균형점’을 찾으려 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북한의 선택지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국제분쟁 지역 만드는 게 목표? 남한에 타격을 주면서도 미국이 적대적으로 돌아설 명분을 주지 않는 수준이 북한에게는 ‘도발의 한계선’이다. 한 국방 전문가는 “비무장지대(DMZ)에서 충돌했다가 자칫 확전이라도 되는 날에는 주한미군이 출동해버린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지상 목표인 북한이 그런 주객전도된 도발을 하겠나”라며 육상 충돌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해는 다르다. 남한에서 ‘사실상의 영해선’이라고 주장하는 NLL의 국제적 지위가 그리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NLL은 한국전쟁 휴전 직후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이 이승만 정부의 북진 의지를 주저앉히기 위해 그어놓은 전술적인 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NLL 남단에서 벌어진 두 차례 서해교전 당시에도 미국은 국무부 논평에서 ‘한국 영해’라는 표현 대신 ‘공해’ 또는 ‘국제 수역’이라는 표현을 썼다. 북한 처지에서는, 미국에 개입의 명분을 주지 않으면서 남한을 흔드는 ‘카드’로 서해만 한 곳이 없다는 결론이다. 무력 충돌이 있다면 어떤 수준일까. 정세현 전 장관은 “우발적 충돌과 전면전 사이, 남한은 흔들리고 미국은 개입하기 껄끄러운 선이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역시 ‘균형점’을 찾으려 할 것이란 얘기다.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은 경계하되, 두 차례 서해교전보다는 한층 강도 높은 충돌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하나의 시나리오가 북한 전문가 사이에서 회자된다. NLL 남단과 북한 주장 해상경계선 사이의 ‘화약고 해역’에서 북한이 해상 군사훈련을 감행한다는 것. “NLL 사수, 도발에는 엄정대처”를 외쳐온 군과 이명박 정부는 이 군사훈련을 공격하지 않을 도리가 없고, 국제 기준으로 보면 남한이 분쟁 지역에서 선제 공격을 한 셈이 되어버린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남북경협 현장을 누비며 북한 정보에 밝은 것으로 정평이 난 조봉현 박사(북한경제 전공)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NLL 남단에서의 군사훈련을 통해 서해를 국제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북한 내 분위기를 전했다(48~51쪽 기사 참조). 상황을 더욱 긴박하게 만드는 것은 남북 모두 군이 강경일변도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세현 전 장관은 “결코 대남 온건파라고 할 수 없는 조평통(조국평화통일위원회), 통전부(통일전선부) 사람들조차 군부가 너무 강경하다고 걱정하더라”라고 북한 쪽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 군 역시 격앙되긴 마찬가지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비상 상황에 대비해 현장에 지휘권을 일임하겠다”라고 말했는데, 남북 문제에 밝은 한 군사 전문가는 이를 두고 “‘이번엔 우리 차례’라고 벼르는 군 현장 정서를 고려하면, 이건 사실상의 확전 선언이다. 한 대 맞으면 열 대 때리겠다는 얘기다”라고 평했다. “까딱 잘못하면 ‘제2의 이스라엘’ 된다” 북한이 ‘뻥카를 치고 있다’고 보는 한나라당마저 군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썩 미덥지 않게 여기는 눈치다.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북한이 도발을 선택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만일 충돌이 일어났을 때 전권을 쥔 현장 지휘관이 압도적인 화력을 북한 영토에까지 고스란히 쏟아 부어버리면 문제가 커진다.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제2의 이스라엘’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금강산에서 관광객이 사망했을 때, 청와대가 상황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3시간 걸렸다. 현대전에서 3시간이면 전쟁이 끝나고도 남는 시간이다”라며 청와대의 취약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염려했다. 전형적인 ‘치킨 게임’ 양상이다. 서로 믿는 구석도 있다. 북한은 남한의 경제 위기와 취약한 리더십을 겨냥하고, 남한은 북한의 식량 위기와 김정일 체제의 위기(건강 악화와 후계자 선정 문제)를 내심 기다린다. 그러니만큼 상대가 태도를 바꿀 때까지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의지가 남북 모두에서 읽힌다. “상호 위협을 감소시키는 것이 안보를 위한 첫 행동 수칙인데, 그런 기본은 소홀히 하면서 안보 질서가 깨진 후의 액션만 준비한다. 부적절하다.” 참여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송민순 의원의 지적이지만, 앞으로도 당분간은 공허한 메아리로만 돌아올 것 같다. |
“5월에 서해 전면전 6월에 개성공단 폐쇄” | ||||||||||||||||||||||||
3, 4월 북한은 남한의 선제공격을 유도해 국제적인 명분을 쥔 뒤 5월께 서해에서 전면전을 치르려고 한다. 북한의 무력 시위 배경과 김 위원장의 건강 및 후계 문제를 구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짚어보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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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나. 그리고 서해와 개성, 무수단에서 그들은 무엇을 하려 하나. <시사IN>은 긴박하게 전개되는 한반도 위기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일련의 전문가 인터뷰를 추진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그동안 남북경협 현장에서 북한 관련 정보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해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45)을 접촉했다. 조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북한 관계자들로부터 대남관계에 대한 북한 측의 긴박한 움직임을 전해 듣고 평양·개성·베이징 등을 오가며 시시각각 동향을 체크해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 관계자들에게서 서해에서의 무력시위·미사일·남북간 막후 움직임·김정일 위원장 건강과 후계 문제 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다. 그는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지 모르는데 전문가로서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라는 판단 아래 <시사IN>에 실명으로 그동안 수집해온 정보를 털어놓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어떤 경위로 정보를 수집했나? 지난해 10월 말 평양을 방문했다. 당시 남북 관계가 좋지 않을 때여서 북측 관계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주로 민경련·민경협 등 경제 분야에서 나하고 10년 넘게 알고 지내던 사람이 많았고, 이 밖에 서기실 참사들 그리고 통일전선부나 보위부 쪽 사람들과 대화를 자주 나눴다. 그때 깜짝 놀랄 만한 얘기가 나왔다. 깜짝 놀랄 만한 얘기라면? 바로 올해(2009년) 3월 이후부터 남쪽 정부와는 더 이상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3~4년은 남북 관계 개선이 없을 거라며, 이런 방침이 이미 결정됐다고 했다. 그 결정이 언제 났느냐고 하니까 바로 그 전주, 즉 10월 마지막 주였다고 한다. 그래서 앞으로 문제가 많을 텐데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지금 이 상태로 가겠다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건 아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게 무슨 뜻인가? 그 문제를 가지고 얘기를 계속했는데 북측 관계자들이 두 가지를 얘기했다. 하나가 개성공단문제였다. 금강산 관광은 이미 중단된 상태였기 때문에 거론할 게 없었고, 주로 개성공단을 어떻게 할 건가가 첫 번째 문제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군사적 대응에 대한 것이었다. 군사적 대응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남쪽을 향해서 미사일 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나 그건 좀 강하게 말하기 위해 과장한 것으로 보였다. 그보다는 서해나 동해 또는 남북 접경 지역에서의 군사 충돌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북쪽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서해 쪽이 자기들 타깃이라며 이쪽에 대해 집중적 조처가 들어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 뒤 돌아와서 보니까 평양에서 들었던 대로 일련의 조처가 쏟아져 나왔다. 12월1일 개성공단 관련 조처가 발표됐고 군부 성명이 나오는 등 일련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북쪽 관계자를 만났는데, 그때 또다시 의미 있는 얘기가 나왔다. 어떤 얘긴가? 자신들도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첫 번째는 앞으로 누가 다음 통일부 장관이 되는가를 보고, 과연 남쪽 정부가 북쪽과 관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최종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최소한 자신들이 기피하는 인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였다. 두 번째는 남쪽에서 대통령하고 직접 통하면서 나름대로 힘도 있는 사람을 특사로 보내면 평양에서든 베이징에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 다만 이쪽에서 쌀이나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북쪽 관계자는 이런 메시지를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 쪽에 전달했다고 했다.
아마 우리 쪽에서 북한의 제의를 무시한 것 같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북한이 1월 말쯤 더 이상 남쪽에 기대할 게 없다고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린 것 같다. 그뒤부터 북쪽의 군사 행동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서해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있나? 북쪽 관계자는 자기들도 개성공단 문을 닫고 서해에서 충돌하는 것은 부담된다, 그런데 솔직히 얘기해서 자기들은 명분을 찾고자 하는 거다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말했다. 우선 자기들이 그동안 NLL(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무시한다. 대신 북한이 주장해온 서해해상군사경계선 안에서 군사훈련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의도가 뻔한 것이지만, 자기들 말로는 남쪽을 침범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군사 훈련을 하는 것일뿐이라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포도 쏠 수 있고 단거리 미사일도 쏠 수 있고 군함이 NLL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 대목이란? 이번에는 자기들이 선제공격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얘기였다. 그 대신 북한은 자기들이 이렇게 NLL을 넘어 내려오면 남쪽에서 한두 번 경고 하다가 결국은 먼저 공격해 올 거라고 예상했다. 그것이야말로 자기들이 바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물론 크게 피해를 입겠지만, 오히려 그걸 노리는 것 같다. 그렇게 얻어맞음으로써 북한은 국제적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들은 다만 군사훈련을 했을 뿐인데 남쪽이 선제공격했다, 따라서 다음부터는 자기들도 선제공격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뒤로도 무력 충돌이 이어질 거라는 얘긴가? 그렇다. 북쪽은 이미 몇 단계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첫 단계가 바로 3월이나 4월 군사훈련을 핑계로 남쪽의 공격을 유도하는 단계라면 그 다음 4월이나 5월부터, 수시로 서해상에서 전면전을 일으키거나 휴전선 일대에서 총격을 가하는 등 긴장 상황을 조성해 대남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가 바로 개성공단에 대한 조처다. 개성공단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내가 물어봤다. 남북간 충돌이 빚어지면 개성공단은 문을 닫을 수도 있는데 그것도 감수하는가 하고. 그랬더니 당연히 그렇다는 것이다. 최종 단계는 아마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지는 것 같다.
올해 상반기 내에 개성공단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으니, 대략 6월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뒤로는 남쪽과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북측 관계자가 이런 시나리오를 자세하게 얘기한 이유가 뭘까. 그동안 북쪽의 행동 패턴으로 봤을 때 매우 이례적이다. 과거 같으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깊이 얘기해주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번 평양 갔을 때도 그렇고 중국에서 북쪽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도 과거에 비해 훨씬 많은 이야기를 했다. 자기들이 지금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것들이 과거에 말로 하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그래서 남쪽으로 하여금 정책을 바꾸도록 하려는 목적인 것 같다. 미사일에 대한 얘기는 없었나? 지난해 10월 평양에 갔을 때 미사일 얘기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 타깃이 남쪽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건 남쪽에 대해 불만이 크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과장된 얘기였다. 다만 그때 미사일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그때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처음에는 서해 쪽을 겨냥해 단거리 미사일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고 그쪽만 유심히 지켜봤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중국의 양해를 구하기 위한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무수단리 얘기가 나오면서 서해 쪽의 단거리 미사일과 함께 동해 쪽에서도 장거리 미사일을 준비하는구나라고 판단했다. 장거리 미사일이 등장한 이유는 뭔가? 그동안 북한과 미국 사이에 물밑 접촉이 많았던 것 같다. 북한에서는 미국에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했는데 미국이 미적거리고 있는 것 같다. 즉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부분만 계속 얘기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북한은 충분히 해줄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은 무엇을 줄 수 있느냐고 계속 요구했다. 에너지·식량을 포함한 구체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것인데, 미국이 답을 늦추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끌려가다가는 과거의 부시정부 때와 비슷해지는 게 아닌가라고 판단해 한반도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 두 번째는 지금 북한 내부적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운 것 같다. 김정일 위원장이 쓰러지고 난 다음부터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주민과 군부, 그리고 고위층을 결속하기 위해 미사일과 대남 군사충돌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쪽 정부에 대한 불만이다. 미사일은 쏠 가능성이 높고, 쏜다면 2월 말부터 4월15일 안이 될 것 같다. 김정일 위원장 건강 문제는 뭐가 정설인가?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정확한 시점은 지난해 8월 첫째 주다. 우리 언론에서 나온 것은 8월 말쯤인데, 북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첫째 주에 쓰러졌고 8월13일 대외공관에 김 위원장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자제하라는 방침이 통보됐다. 김 위원장이 지난번 쓰러진 게 세 번째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세 번째는 거의 99%, 무조건 사망이다. 당시 김정남의 주선으로 프랑스 의사가 들어가 뇌를 정밀 촬영했다고 한다. 그런데 뇌가 좋지 않은 건 분명한데, 뭐가 원인이 되어 어디가 좋지 않은 건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의사가 분명하게 어디가 안 좋게 나왔으면 자기가 수술을 하든지 조처를 취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나와서 더 무섭다고 하면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또 한 번 쓰러지면 100% 사망이다. 앞으로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그러니 거기에 대비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때 촬영한 뇌 필름을 프랑스·미국·중국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북쪽의 믿을 만한 기관 사람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다. 뇌 촬영 필름 얘기도 직접 물어봤다. 그런 게 있느냐고. 그랬더니 세 군데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됐나? 김정남이 프랑스 의사까지 데리고 갔는데 의사가 해답은 주지 않고 나와버리자 김정남이 여러 군데 얘기를 듣고 한약을 이용한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말인가부터 특효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싱가포르·홍콩을 다 돌아다녔는데, 그러다 마지막에 중국산 사향을 구했다고 한다. 일반적인 사향이 아니라 특별한 사향으로 거의 특효약이었다. 100g당 40만 달러씩 500g을 사가지고 평양에 들어가 김 위원장에게 복용하게 했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그 이후 김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회복되었다고 안다. 그동안 권력 승계 문제는 어떻게 진행됐나?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북한 내부 권력 변화를 추적해왔다. 우선 김 위원장이 병상에 누워 있다가 김정남이 구해온 약을 먹고 몸을 회복하게 되기까지 몇 개월간 북한은 사실상 김정남과 장성택이 통치했다고 할 수 있다. 장성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권력에서 밀려나 있었는데, 김 위원장이 쓰러지고 난 뒤 김정남과 손을 잡고 한때 북한을 장악했다. 장성택의 형인 장성우가 우리로 치면 민방위사령관으로 북한 주민을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고, 동생 역시 군부에 있어 뒷받침을 받을 수 있었다. 또 내각은 김정남을 통해서 장악하는 등 사실상 두 사람이 통치하는 구도였다. 그런데 지난해 10월쯤부터 장성택에게 반발하는 세력의 불만이 굉장히 많이 표출됐다. 장성택은 행정부장인데, 행정부장이 북한의 모든 권력을 쥐는 것에 대해 군부나 당의 반발이 엄청났다. 북쪽 관계자 얘기로는 막말로 권력 충돌까지 빚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말쯤부터 김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하면서 돌아보니 자기가 누워있는 몇 개월 사이 장성택과 김정남이 엄청나게 작업을 많이 해놓은 것을 보고 화를 굉장히 많이 냈다고 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을 견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 초 신년 사설에 장성택이 김정남을 후계자로 암시하는 문구를 삽입하려 시도했는데, 김 위원장의 지시로 막판에 빠지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김정남이 베이징에 와서 후계 문제는 아버지한테 물어보라고 한 것도 일종의 반발이었다고 볼 수 있다. 김정남은 왜 배제된 건가. 그리고 김정운이 등장한 이유는? 김정남은 성격이 괴팍하다고 한다. 폭군 비슷한 스타일이라 어디로 튈지 모른다. 김 위원장이 처음에는 김정남에게 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경우 잘못하면 아버지에서 자기로 이어온 북한 체제가 무너질 위험성이 높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너는 안 된다는 식으로 마음을 굳혔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게 김정운이다. 김정운은 성격도 자기를 닮았고 북한 체제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김정운에 대한 얘기를 올해 초부터 서서히 흘려왔다. 김 위원장 처지에서는 여론의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라고 할 것이다. 하여튼 현재 시점에서는 김정운을 강조하는 쪽으로 후계 문제는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확정이 됐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3월6일 최고인민회의 때 후계 문제가 떠오를 가능성은 있는데, 올해 안에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인 것 같다. 차남 정철이나 딸 설송은 가능성이 없나? 정철이나 설송도 완전히 제외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특히 설송이 될 가능성도 매우 깊이 검토하는 것 같다. 내 생각이지만 정남이나 정철이나 정운의 경우 잘못하면 왕자의 난 비슷하게 일어날 가능성도 높고 국제적으로도 3대 세습에 대한 비난이 커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한테 권력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제3의 대안으로 여성인 설송을 내세워 국제 여론을 무마하면서 집단 지도체제로 갈 수도 있다고 본다. 일단 후계자가 결정돼도 바로 권력을 넘기는 게 아니고 10년 정도는 김 위원장이 됐건 아니면 집단지도체제가 됐건 별도의 승계 과정을 거치고 나서 권력을 넘기는 방식이 될 거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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