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한국 C-X사업 겨냥 알리기 작전?

醉月 2009. 10. 23. 08:42

서울에어쇼 수송기 대회전 펼쳐지나
美 공군 C-17 전격공개 … 한국 C-X사업 겨냥 알리기 작전?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C-17 수송기. ‘점보 여객기’로 불리는 B-747과 비슷한 규모다.

‘C-17’이라는 수송기를 아는가. ‘지구의 주인’이라는 뜻의 ‘Globemaster’가 별명이니 대단히 큰 항공기임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C-17은 미국 공군이 보유한 수송기 가운데 두 번째로 크다. 미국 공군이 보유한 수송기 중 세 번째로 큰 것이 한국 공군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수송기인 C-130이다.

미국 공군의 가장 큰 수송기는 ‘Galaxy’(은하수)라는 별명을 가진 C-5. <표1>은 C-5, C-17, C-130 가운데 최신형 기종의 제원을 비교해놓은 것이다. 이 표를 볼 때 주의할 점은 길이가 아니라 부피를 읽어내야 한다는 것. 부피는 대략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므로 길이를 조금만 늘려도 부피는 크게 늘어난다. 부피가 커지면 적재하는 화물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수송기 세계의 ‘베스트셀러’인 C-130은 한국 공군을 비롯한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2000여 대가 운용되고 있다. 그러나 C-17부터는 보유 국가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용되고 있는 C-17은 201대뿐인데, 이 중 187대가 미국 공군 소속이다. 그리고 영국 공군에서 6대, 호주와 캐나다 공군에서 각각 4대가 운용되고 있다.

 

 

수송작전 수행 전략 공군 유지의 핵

C-5는 미 공군의 12개 비행대대에서만 운용되고 있는 아주 귀한 존재다. C-5는 워낙 커서 안에 아파치 공격헬기를 6대나 실을 수 있다. C-5는 가장 큰 민항기인 A(에어버스)-380에, C-17은 B(보잉)-747에, C-130은 B-777에 견줘볼 수 있겠다. 대형 민항기들이 태평양과 대서양 같은 대양을 넘어가듯, 대형 수송기들도 대륙과 대양을 횡단하는 능력이 있다.

공군력은 크게 전략공군과 전술공군으로 나뉘는데, 전략공군은 대양해군처럼 대륙과 대양을 건너가 작전하는 공군이다.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전투를 하기 위해 전진 배치된 전투기가 소모할 부품과 무장을 ‘무한정’ 보급해주는 막강한 수송 전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확보한 수송기의 대표격이 C-17과 C-5이다.

전략공군 지위를 유지해주는 데 큰 구실을 하는 C-17을 미국은 최근에야 최우방국인 영국과 캐나다, 호주에 공급해줬다. 그리고 올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공군에 3대, 카타르 공군에 2대를 공급할 예정. 정리하면 C-5는 아직도 미 공군만을 위한 것이고, C-17은 미국이 가장 가까운 우방국에만 제공하기 시작한 수송기다.

그런 미 공군이 10월20일 열리는 서울에어쇼에서 C-17을 한국민들에게 공개하겠다고 해 관심을 끌고 있다. C-17은 2007년 3월19일에도 한국에 온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2007년 미군의 시급한 과제는 신속배치군 편성이었다. 이 부대는 초대형 수송기에 장비와 함께 실려 날아가고, 도착한 다음에는 빠른 기동력으로 전장을 향해 달려가야 하기에 전원 기동군으로 편성된다.

(표2) 주요 국가 공군의 전술기와 지원기 비율(단위 : %)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 미국
전술기 60 41 45 33 45
지원기 40 59 55 67 55

   

2007년 3월 공군 대구기지에 도착한 C-17 수송기에서 스트라이커 부대가 내리고 있다.

보병부대는 모두 기계화 보병이어야 하고, 포(砲)도 자력으로 달릴 수 있는 자주포라야 한다. 이 부대가 사용하는 장비는 수송기에 실릴 수 있도록 작게 만들어졌고, 전부 고무바퀴를 단 차륜형으로 제작됐다. 이러한 장비를 갖고 C-5나 C-17 같은 초대형 수송기에 실려 작전지역으로 날아가는 지상전 부대를 ‘스트라이커 부대’라고 한다.

2007년 3월 미국은 이 스트라이커 부대를 2대의 C-17에 실어 공군 대구기지에 전개했다. 한국에서 분쟁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갈 부대를 가동해본 것인데, 이때의 C-17은 작전 목적으로 날아온 것이라 외부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의 서울에어쇼에는 2대의 C-17을 보내 ‘적극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선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미 공군은 서울에어쇼에 F-16 전투기로 곡예비행을 하는 ‘선더 버드팀’을 참가시킨다. 이 팀이 사용할 물자와 장비를 C-17에 실어 수송한 뒤 한국민들에게 C-17을 공개하고, 한국 기자들을 태워 한 차례 전시비행을 할 예정이다. 미 공군이 서울에어쇼에서 C-17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겠다고 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에도 C-17을 팔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지원기 비율 낮은 한국 공군

공군의 항공전력은 직접 전투를 하는 전술기(전투기) 세력과 전술기 작전을 지원하는 지원기 세력으로 양분된다. 지원기 전력에는 상대 움직임을 신속히 간파하는 공중조기경보기와 정찰기, 아군이 사용할 무장과 장비와 식량을 재빨리 날라주는 수송기, 날아가는 항공기에 연료를 넣는 공중급유기, 그리고 다양한 조종사를 양성하는 훈련기 등이 있다.

전술기 세력이 큰 힘을 발휘하려면 지원기 세력이 강력해야 한다. 안정된 공군력을 갖춘 나라일수록 지원기의 비율이 높다. <표2>는 주요 국가 공군의 전술기와 지원기 비율을 정리한 것인데, 한국은 지원기의 비율이 낮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때문에 한국 공군은 국방개혁 2020을 통해 지원기 세력을 늘리려고 한다.

현재 공중조기경보기 도입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공군은 조만간 차기 수송기와 급유기를 도입하는 C-X와 KC-X 사업을 펼치려 한다. C-X(차기 수송기 도입) 사업이 예정돼 있다면 미국은 이 시장을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C-17은 너무 커 아직 한국이 C-X 기종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면 미국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C-17을 보낸 것일 수도 있다. 이유가 어찌됐든 서울에어쇼의 볼거리는 더욱 넉넉해졌다.

뜨거운 수송기 시장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치열한 신경전


◀ 수송기 세계의 베스트셀러인 C-130 최신형. 미국 군용기 시장을 양분하는 보잉과 록히드마틴은 수송기 시장도 양분하고 있다. 서울에어쇼에 전격적으로 참여하는 C-17은 보잉 제품이고, 한국 공군의 주력 수송기인 C-130과 세계 최대의 수송기인 C-5는 록히드마틴이 제작한다.
현재 한국 공군은 차기 수송기를 도입하는 C-X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사업의 대상 기종은 최신형 C-130J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공군은 수송기 전력의 상당 부분을 미 공군에 의존하고 있다고 할 만큼 빈약하기 때문에 C-X 사업에 이어 좀더 큰 수송기를 도입하는 사업을 벌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수송기 시장을 독점해온 록히드마틴은 보잉이라고 하는 강력한 도전자를 만나게 된다.
갑작스런 보잉의 등장이 걱정되는 것일까. 록히드마틴도 최신형인 C-130J-30을 가져와 한국민에게 공개하고 기자들을 태워 전시비행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 전투기 시장을 놓고 맞붙었던 두 회사가 한국 수송기 시장을 놓고 다시 신경전을 펼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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