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무기공화국’ 코리아

醉月 2012. 6. 20. 06:51

 첨단무기 짝사랑하다 바가지 쓰고 탈난다

MB정권 말기 20조 원대 무기 도입 추진…순수성과 투명성 우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1 아파치 헬기. 2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3 미국의 최신형 전투기 F-35.

 

“청와대는 국방부의 장난감을 사주기 위한 수표를 써주지 않을 것이다(writing checks for MND toys).”

2008년 3월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이상희 국방부 장관을 면담하는 자리에 배석한 청와대 보좌진이 한 말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주한 미대사관 자료에 나오는 내용이다. 당시 이상희 장관은 상당한 모욕을 느꼈을 법하다. 이후 현 정부는 미국의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구매를 전격 취소했다.

노무현 정부 때 9%대이던 국방예산 증가율도 4~5%로 낮아졌다. 그중에서도 무기 구매 예산은 더 많이 줄었다. 예산이 줄자 2009년 국방개혁안을 다시 작성해 대통령 재가를 받은 국방부는 최소 6% 이상의 예산 증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한 청와대 답변은 “리베이트만 안 받아도 무기 도입비의 20%는 깎아도 된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이었다. 대통령의 이 말은 2009년 8월 이상희 장관이 청와대에 대한 항명성 편지를 작성하기 이전인 7월 말 ‘장관에게 보고 없이’ 청와대에 다녀온 장수만 차관을 통해 국방부에 알려졌다.

 

방위력 증강에 긴급예산 투입

그랬던 현 정부가 연평도 사건을 겪은 후 “서북도서에 세계 최강의 무기를 배치하라”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적극 대처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갑자기 미국 무기를 대량 구매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안보 위기가 이명박 정부의 해외 무기 구매에 대한 태도를 정반대로 바꿔놓은 것이다.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를 다시 구매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제5세대급 전투기, 대형공격헬기, 해상작전헬기,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다목적 정밀유도탄 등을 해외에서 직도입하기로 하고 총 14조 원의 사업비를 중기 국방예산에 반영했다.

해외로부터 무기를 도입하는 것 외에도 한국군이 자체 개발하는 크루즈 미사일, 활강 유도폭탄 등 유도탄의 증강에도 2조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북한 해안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함대지 미사일과 특수부대 장비 보완, 서북도서 방위력 증강에도 긴급히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은 유사시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 타격하고, 북한의 비대칭 위협을 제압하며, 북한에 있는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한다는 ‘적극적 억제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2020년으로 예정된 육군 병력 감축을 2030년으로 연기하고, 서북도서 방위를 위한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창설하며, 북한의 사이버 도발에 대비하는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새로운 조직 창설로 국방예산 소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권 초기라면 상상조차 못 했을 정책이다.

안보 위기가 무기 소요를 증가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무기 구매가 집권 초부터 체계적으로 국방정책을 준비한 데 따른 것이 아니라, 안보위기를 겪은 뒤 갑자기 늘어났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먼저 국방예산은 여전히 낮은 증가율로 묶어놓은 채 첨단무기 구매만 늘린 탓에 장차 그 재원을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다. 한국의 무기 구매가 다급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간파한 해외 무기 공급국들이 한국을 상대로 무기 가격을 일제히 올려 바가지를 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기를 구매하는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는 예산 4800억 원으로 추진하던 사업이지만 미국은 2배인 9600억 원을 내라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 8대를 도입하는 해상작전헬기도 5000억 원으로 예상했으나 미국은 자체 문서에서 2배가 넘는 10억 달러(1조1810억 원)를 부르고 있다. 36대를 도입하는 대형공격헬기는 1조8000억 원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실제 가격은 3조 원이 넘을 전망이다. 한국은 아파치 공격헬기를 대당 400억 원대에 도입하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이 이미 대만과 사우디아라비아에 900억~1200억 원에 판매한 점을 고려한다면 사업비 상승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가장 논란이 큰 미국산(産) 스텔스 전투기 가운데 대상 기종으로 거론되는 F-35의 경우 8조3000억 원에 60대를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그럼 대당 가격이 1억4000만 달러가 되지만, 최근 일본은 동일 기종을 2억 달러에 사들였다. 그것도 전투기 무장을 뺀 가격이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한국의 전투기 도입 예산은 최소 13조8000억 원에 육박한다. 재미 언론인 안치용 씨는 지난해 정부가 국회 승인을 받은 주요 무기 구매비용 14조 원이 실제 도입 과정에서 24조 원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문학적 운영비 돈 먹는 무기

 

차기전투기 후보 기종인 유로파이터.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양상을 보면 대규모 고강도 전쟁보다 소규모 국지전이 많다. 그만큼 세계 최고 성능을 지닌 고가 무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든 반면, 중저가의 재래식 무기가 주목받는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첨단무기를 이렇게 한꺼번에 대량으로 해외로부터 구매하려고 국부를 유출하는 나라는 한국 외에 없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현 정부가 고려하는 무기체계는 도입 이후에 천문학적 운영비로 악명이 높은 돈 잡아먹는 기계다. 기존의 B-2, F-117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운영비가 너무 많이 들어 미국도 퇴역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F-35 운영비는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첨단무기를 30년간 운영하는 비용은 도입비의 3~5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조 원 규모의 국방예산으로 이들 무기를 전부 구매하면 한국군은 향후 야전의 필수전력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약 900종의 무기체계와 70만 종의 군수품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몇몇 첨단무기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 야전의 전투 효율성은 그만큼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막대한 무기 구매 사업을 강행하려면 당연히 시간을 충분히 갖고 기종을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들 무기체계 도입을 대통령선거를 두 달 앞둔 10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부실한 검토와 파행적 도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의 권기율 수석전문위원은 ‘방위사업청 소관 2012년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조기에 강행하려는 정부의 무기 도입에 대해 △짧은 검토 및 협상 기간 설정 △부정확한 가격 정보에 기초한 예산 편성 △무기 운용 개념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 부족 등을 이유로 “현실성이 결여됐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현재 차기전투기(F-X) 사업의 경우 3월에 사업설명서를 개최한 이래 6월 제안서를 접수하고 7~9월에는 F-35, F-15SE, 유로파이터 3개 기종을 평가한다. 그런데 전투기 운용 적합성, 즉 운영에 관한 사항을 검토하는 데 기종별로 단 나흘이라는 기간이 책정돼 있다. 작전 성능을 검토하는 시간은 기종별로 4주일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와 비슷한 전투기사업을 2000년 착수해 2002년에 기종을 결정한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속도가 아닐 수 없다.

더 놀라운 것은 일부 대상 기종의 경우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실제 비행시험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총 115개 성능평가 항목 가운데 실제 비행시험은 이착륙 거리를 측정하는 3개 항목밖에 없다. 실제 비행기를 타보지도 않고 미국 정부의 성능 보증서로 대체하거나 설명 자료만 받은 뒤 끝내겠다는 부실한 평가방식이다. 전투발전단장을 역임한 이희우 예비역 준장은 “제대로 평가하려면 올 10월에 있을 기종 선정을 최소 6개월 정도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우리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이전, 즉 절충교역(off-set)의 경우도 실제 계약서에 기술이전 항목에 대한 구속력을 담보하지 않고 “계약 체결 후 14개월 이내에 기술이전 기관과 양해각서(MOU)만 체결하면 된다”는 파격적인 양보 조건을 달았다. 2002년 F-15K를 도입할 당시 합의했던 절충교역 이행률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느슨한 방식의 절충교역은 이행된다는 보장이 없고, 그 실효성에도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전투기 도입을 통한 기술 습득으로 한국형 전투기(KFX)를 개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리게 된다.

게다가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절충교역은 한국형 전투기 개발예산을 30% 이상 절감하려는 치밀한 계산과 전략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국내 중소기업들에 매우 제한적이고 단편적인 기술이전만 제시한다. 전투기 가격 평가도 비정상적이다. 우리의 예산 규모를 초과하는 고가 전투기는 입찰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점수만 달리함으로써 그 자격을 유지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도입 계약에서부터 예산 부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도입 대수를 줄여서라도 고가 전투기 기종 선정을 밀어붙이겠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정부가 사업을 재검토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대못을 박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2010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이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 현황보고를 받기 위해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선 밀어붙이기

이렇듯 급격한 무기 도입은 북한 도발에 대한 응징은 물론, 유사시 북한 정권을 교체하는 치명적 공격력을 보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 대해서도 응징할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의 무기체계를 갖추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육·해·공군 간 중복된 임무를 수행하는 무기를 도입해 예산을 낭비한다든지, 국산 무기보다 외국산 무기를 선호함으로써 국내 방위산업과 항공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를 가능성도 크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정권 초기에 청와대는 ‘무기체계 소요검증위원회’를 설치해 국익에 반하는 무기 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했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이러한 검증 절차 없이 청와대가 직접 대형 국방사업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 초심을 잃은 것 같다. 특히 정권 말기라는 시점은 이제까지 역대 정권의 대형 무기 도입 사업이 그러했듯 그 순수성과 투명성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간 무기를 거래할 때도 총 거래액의 4% 정도는 비밀 영업비로 그 사용처를 밝히지 않는 관행이 있다. 총 20조 원 규모의 무기 거래라면 약 8000억 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무기 도입은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발휘한다는 긍정적 측면을 지닌다. 하지만 미국 방위산업체의 심각한 경영난을 우리가 해결해주는 식의 굴절된 한미동맹 논리에 따른 무기 도입이라면 국익에 반한다. 미국 방위산업체 공장 조립라인의 일자리를 한국 정부의 세금으로 지켜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왜 미국 무기만 선택하는가

한미동맹에 발목 잡힌 세계 최고의 ‘무기 종속성’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jongchoi@yonsei.ac.kr

한미공군의 맥스썬더 훈련기간인 5월 15일 가상공중전이 끝난 뒤 박신규 공군작전사령관(왼쪽)과 주아스 미7공군사령관이 대화하고 있다.

 

14조 원에 달하는 외국산 무기 도입 사업이 2012년 결정된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 추진되는 대형 무기 도입 사업에는 공군 차기전투기(약 8조2000억 원), 공군 KF-16 전투기 성능개량(1조8052억 원), 육군 대형 헬기(약 1조8384억 원), 해군 해상작전헬기(약 5538억 원), 공군 고고도 무인정찰기(약 5000억 원)가 포함되며, 계약금만 총 14조 원에 이른다.

이 금액은 2011년 국방예산(31조4000억 원)의 3분의 1을 넘을 뿐 아니라, 미국 2011회계연도 무기 수출액 461억 달러(약 50조 원)의 30%에 가깝다. 국제공항평가 세계 1위인 인천공항의 2단계 사업까지 들어간 비용이 총 8조7241억 원임을 감안하면 대형 무기 도입 사업예산은 실로 큰 액수이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집행된다. 게다가 실제 도입과정에서는 그 비용이 20조 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美 무기의 43% 한국에 수출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통상국가다.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 확대를 통한 수출 증대로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하고 있으며 2010년 412억 달러, 2011년 333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수출 경쟁력은 대한민국의 심장과도 같다. 수출 경쟁력이 강해질수록 한국의 성장동력은 그만큼 강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첨단 정보기술(IT), 철강, 조선, 자동차 기술 강국인 한국이 유독 무기시장에서만큼은 매우 비정상적인 수입 국가의 모습을 보인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펴낸 ‘2011 국제무기거래 경향’에 따르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가 2007~2011년 세계 재래식 무기 거래량의 44%를 차지했으며, 특히 한국이 세계 무기 수입 거래의 6%를 차지했다. 이는 2003~2007년 세계 5위 무기 수입국이던 한국이 2007~2011년에는 2위로 껑충 뛰어올랐음을 뜻한다.

이 통계를 유심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 무기 수출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미국은 자국의 무기 수출량 가운데 43%를 한국에 수출한다. 한국은 수입 무기의 74%를 미국에서 들여온다. 2010년 한국 정부는 무기 도입에 사용한 예산 1조2373억 원 가운데 9822억 원을 미국에 지급했다. 또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65억3000만 달러어치의 미국 무기를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세계 4위 규모다.

이 수치는 각종 정비 지원과 후속 부품 지원 등을 제외하고 장비 도입액만 계산한 것으로, 실제 금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예를 들어 F-15 전투기를 한국 공군에 공급한 보잉사는 2002~2008년 10조 원에 이르는 판매실적을 올렸다. 그 밖에 통합정밀직격탄(JDAM)과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SLAM-ER) 도입 계약을 통해 수천억 원대의 영업실적을 기록했다.

대미(對美)무역에서 1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우리가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지만, 유독 무기시장에서만큼은 장비 도입, 무기 운용과정, 기술 개발 등 모든 면에서 미국에 종속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어떠한 무기제품도 수입하지 않는다. 엄청난 무역 불균형인 셈이다.

최첨단 산업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이 왜 무기시장에서는 기형적 대미의존성을 보이는가. 국제 무기시장에서 세계 2위 수입국일 정도로 큰손인 한국이 왜 거래량의 75%에 달하는 독점적 거래를 미국에 용인하는가. 이러한 상황은 한국 방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무기 수입국의 다변화는 불가능한 것일까.

한국의 대미 무기종속을 거론하면 일종의 필연론을 그 원인으로 지적하곤 한다. ‘미국과 동맹관계로서 미국산 무기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동맹관계인 국가들이 미국산 무기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전투기 무기체계를 예로 들면, 사실상 100%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와 달리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독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는 유럽산 전투기와 미국 전투기를 동시에 전략화해 사용한다.

더욱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도 단일화한 전투자산보다 다변화한 전투자산을 냉전 시기부터 전력화했는데, 이는 우리의 필연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한국의 대미 무기 수입 종속에는 한미동맹이라는 요소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같은 동맹환경 속에서도 무기 도입의 다변화와 생산 국산화를 추진한 유럽의 경우를 상기해볼 때 한국적 특수성과 함께 무기 수입의 보편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번 도입한 무기체계 계속 사용

 

F-35.

 

군사동맹관계, 특히 한미동맹처럼 한쪽의 전력 의존도가 높은 비대칭 동맹관계에서는 미군과의 상호운영성(inter-operability)을 중시한다. 즉 미군에 크게 의존하는 전력과 통신, 데이터링크, 무기체계 및 훈련체계가 유사하고 상호호환적일 때 동맹전투력이 강화된다는 논리다. 따라서 안보동맹의 수혜자인 한국의 경우 미국의 전력체계와 동일성 혹은 유사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호운영성에 기초한 미국 무기의 필연성은 대미 무기의존이라는 강력한 경로종속성을 탄생시킨다. 이로 인해 다른 국가의 무기체계를 고려하는 시도는 견고한 정서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전투기와 공격형 헬기 같은 항공자산은 정보 분석, 자체방어체계, 소요무기체계가 입체적으로 작동할 때 최대의 전투력을 발휘한다. 초기에 도입한 항공전력을 다른 생산자의 기종이나 체계로 전환하기란 경제적, 군사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한번 도입한 무기체계를 계속 사용하고자 하는 타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무기체계를 수입할 때는 수명주기비용을 고려한다. 30년간 소요되는 부품, 수리, 운영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미 무기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한번 무기를 수입하면 상당 기간 그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 무기 도입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등장하는 ‘정책적 고려’란 한미연합작전 능력과 무기체계의 호환성, 그리고 외교적 요소를 고려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경로종속성은 강력한 무기의존성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를 보더라도 NATO 체제 내에서 유럽산 지상, 항공 무기체계가 미국산 무기와 여러 면에서 상호운영성을 적절히 유지하며 전력화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상호운영성과 무기체계의 다변화가 양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한국적 특수성은 대형 무기 도입 사업에서 미국 군산복합체의 강력하고도 전방위적인 로비가 존재한다는 점으로도 나타난다. 동맹강화론을 앞세운 미국의 주요 정책 결정자들이 직접 한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미 군수업체 사장단은 한국을 방문할 때 생산공장이 있는 주의 상하원 의원을 대동한다. 동행한 정치인은 한국 대통령이나 장관급 인사들과의 면담을 통해 자국 무기 구매를 노골적으로 요청한다.

또한 한미 정례 안보협의회 같은 양자 공식회담에서 미국 고위 관리가 “한국의 무기 도입 사업은 미국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식으로 언급하면서 은근히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더욱이 주한미군사령관이 “급격히 증가하는 북한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한미동맹의 군사적 운영 측면에서 상호운영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상기하면 한국 처지에선 미국산 무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최근 방중(訪中) 후 귀국길에 잠시 한국을 방문한 미 국방부 장관은 “중국의 스텔스 전력이 상당히 위협적이니 한국도 스텔스 능력이 있는 5세대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우리 측 최고위층에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군수업체-행정부-의회의 복합적 로비와 압력은 한국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한다. 이처럼 새로운 무기 공급자가 한국시장에 진입하기엔 너무나 많은 정치적 장벽이 있어 무기 수입의 다변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선진국에서 최첨단무기를 수입하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기술력을 습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우리의 민간산업은 제품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술을 습득했다. 그런데 군수 분야에서는 공급자와 구매자 간 사전협의 없이는 이러한 기술이전이 불가능하다.

미국은 정부보장판매방식(FMS)을 통해 첨단무기의 주요 부분을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우리에게 많은 무기를 수출했다. 현재 한국의 주력 전투기인 F-16의 최첨단 레이더 장비 타이거아이는 우리 공군이 수리할 수 없고 분해도 하지 못한다. 이는 내가 구입한 자동차 엔진을 내 마음대로 열어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F-16.

 

구매자는 철저히 실리 따져야

더욱이 미국 군산업체들의 독과점체제는 한국과의 절충교역 비율, 즉 기술이전 비율을 낮게 책정해 한국으로의 주요 기술이전을 어렵게 한다. 어차피 미국산 무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한국에 기술이전을 해줄 동기가 없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방위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독과점체제의 폐해는 기술력 수혜가 어려운 데 그치지 않는다. 현재 미국의 원천기술을 적용한 한국산 방산무기는 수출이 금지됐거나 미국으로부터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한미 간에 체결한 ‘방산 로열티 협정’인데, 사실상 한국 방위산업의 수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많은 사람이 14조 원대 무기 도입이라는 대형 국책사업이 정권 말기에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가장 큰 사업은 약 8조2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공군의 차기전투기 도입이다. 이는 전투기 가격일 뿐 이후 소요될 수명주기비용과 기타 파생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맹방이다. 따라서 ‘정책적’ 고려라는 이름의 ‘정치적’ 고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형 무기 도입 사업은 대한민국 안보를 위한 국책사업이며,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점이다. 전투기가 우리 영공을 비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국민의 혈세 덕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안보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최소 비용으로 최적의 안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처럼 무기 도입 사업은 우리의 국방력 강화를 위한 것인 만큼 특정 국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안을 우리 측에서 자진해 내놓을 이유가 없다. 어떠한 무기를 어느 국가로부터 구매하든, 구매자 처지에서 실리를 철저히 따져보고 한반도 전략환경에 적합한 것을 충분히 획득할 때 우리의 안보환경은 최적화된다. 즉 무기체계 선정 및 계약 단계에서부터 우리 안보의 현재와 미래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조건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정부에 있는 것이다.

더욱이 미래 방산사업에도 도움이 되는 기술이전 문제와 국산 방산제품의 대응구매 요구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 돼야 한다. 우리 정부가 대형 무기를 도입할 때 미국산이 아닌 다른 공급자를 선택함으로써 얻을 경제적, 기술적 실리가 미국산 무기를 포기함으로써 생기는 군사·외교적 손실을 능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한 대미 무기종속체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미국산 무기의존도가 어쩔 수 없다는 필연론은 정서적 장애일지도 모른다.

 

“합동작전은 무슨, 우리 무기부터 사달라”

육군 무기 도입 패권주의에 해·공군 반발과 충돌 심화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직후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보고를 받는 이명박 대통령.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작성한 ‘국방개혁 2020’은 2020년까지 총 271조 원의 전력투자비를 투입해 자주적 방위력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국방개혁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면 2025년경 출현할 한국군은 첨단 지휘통제(C4I) 능력을 기반으로 자주적 전쟁지도능력을 발휘하고, 북한의 핵심 목표에 대한 정밀 억제 타격력을 보유하며, 센서(ISR)에서부터 타격력에 이르는 복합체계를 보유한 선진 군대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해 핵심 전쟁수행능력을 미군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북한 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예산이다. ‘국방개혁 2020’을 완결하려면 국방예산을 적어도 매년 8~9% 증액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전 정부의 국방개혁안에 비판이 쏟아졌다. 비현실적인 국방예산 증가라는 둥, 지상군 전력을 등한시하고 값비싼 무기를 사용하는 해·공군에 대한 지나친 배려라는 둥, 미국과의 연합방위를 소홀히 하는 좌파정책이라는 둥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현 정부 초기 다시금 국방정책의 전면에 등장한 육군 작전세력은 지난 정부의 정책을 뒤집으려고 의미 있는 시도를 했다.

2008년 4월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가 이상희 국방부 장관에게 제출한 보고서가 그 첫 번째 사례다. 비밀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북한군이 기존의 군 구조를 수정해 경보병부대로 재편했고, 그 결과 북한 특수전 위협이 괄목할 만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북한군 제2제대에 속해 있던 특수부대가 제1제대로 통합됨으로써 경보병 위주의 특수부대로 재편됐다는 것이 골자다. 또한 북한이 전방군단에 경보병 사단을 추가로 창설하고 전방사단의 경보병대대를 연대급으로 증편했다는 사실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했다. 이 보고서 결론은 북한의 재래식 지상전 위협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北 지상전 위협증가 보고서

이 보고서 한 건이 이명박 정부의 국방정책에 끼친 영향은 컸다. 섣불리 해·공군 전력을 증강할 것이 아니라 아직도 대북 열세를 면치 못하는 지상군을 중심으로 국방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기본계획의 대통령 재가를 한 달 앞둔 그해 10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비밀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다. “지상전 전력은 한국이 열세”라면서 “현 국방예산 구조에서는 2020년이 돼도 북한과 대등한 지상전 전력 확보가 어려우므로 재래식 전면전 위협에 대비하는 전력 보강이 절실하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향후 남북 간 충돌은 대규모 지상전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지상군 전력을 보강하는 데 국방재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는 국방부와 합참이 국방 선진화가 아니라 재래식 지상군 위주의 전통적 군대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에 경악했다. 국방부의 국방개혁안에 대한 재가를 거부한 청와대는 북한의 재래식 지상전력 위협보다 우리 군이 핵과 미사일 같은 비대칭 위협, 북한의 불안정 사태에 대비하기를 원했다.

육군의 차기 핵심 주력인 2개 기동군단 창설을 위해 전차, 자주포, 장갑차에 돈을 쓰려는 국방부와 의견 충돌을 빚은 청와대는 국방개혁안 재가를 미루다가 2009년 6월 마지못해 승인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묘한 단서를 달았다. “국방예산에 관한 사항은 좀 더 두고 보자”는 아리송한 말과 함께 마지못해 서명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모호한 태도 탓에 국방개혁안이 대통령 재가를 받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 극심한 혼란이 생겼다. 이런 혼란은 이후 핵심적인 국방 목표 및 정책을 정하지 못한 채 육·해·공군이 서로 먼저 무기를 도입하려는 치열한 경쟁과 갈등을 낳았다. 특히 한미연합사가 수행하던 북한 특수부대 차단, 대화력전 임무가 한국군으로 이양되면서 서로 작전을 주도하려는 각 군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무기 도입의 최대 라이벌은 북한군이 아니라 바로 계룡대라는, 같은 건물에서 서로 다른 층을 사용하는 유니폼이 다른 타군(他軍)이었다.

2005년 ‘국방개혁 2020’ 수립 이전에 육군 군단의 작전 범위는 가로 30km, 세로 70km였다. ‘국방개혁 2020’에서는 이것이 100km×150km로 확장됐다. 그런데 현 정부의 ‘국방개혁 2030’에서는 이보다 확장된 150km×250km로 작전지역이 설정됐다. 이렇게 육군이 종심(縱深)을 깊게 타격하려면 신형 자주포와 다연장포 등을 동원해야 하는데, 그 경우 포탄의 고도가 2만ft(피트)에 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조정과 통제 못 하는 합참

현재 우리 군의 공중 공역 관리 규정에 따르면 1만ft 이상은 공군 영역, 1만ft 이하는 육군 영역이다. 따라서 작전 범위를 재조정하는 새로운 전장운영 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전혀 준비하지 않은 채 육군 화력을 증강하는 계획만 밀어붙였다. 합참은 “육군 포병작전에 방해가 되니 공군은 비켜라”라며 공중작전 계획을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전시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육군 포에 아군기가 격추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긴요한 항공작전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즉 항공력에 따라 정밀폭탄이나 공대지미사일로 타격해야 하는 작전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한 방향으로만 날아가는 지대지미사일과 포탄은 되돌아오는 법이 없기 때문에 산 후면에 은폐돼 있거나 이동 중인 표적은 타격할 수 없다. 값비싼 지대지미사일을 아무 곳에나 펑펑 터뜨리는 비효율적 작전으로 개전 초기부터 고전할 개연성이 있다.

물론 미사일 전력을 증강하려는 육군 논리에도 일리는 있다. 항공기는 연간 140일에 달하는 한반도의 악천후 속에서는 작전이 제한되지만 육군 화력은 비가 오거나 벼락이 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조밀한 방공망을 고려하면 항공기 운용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주장이다. 육군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비가 올 때 전쟁을 하면 된다. 그러나 수십억 원짜리 지대지미사일을 그것도 성능이 의심스러운 무기를 앞세우다 항공작전의 기회를 잃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2010년 11월 연평도 사건 이후 공군은 북한의 핵심 목표를 은밀하게 타격하려면 5세대급 전투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해군 역시 함정에서 북한의 핵심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함대지미사일을 도입하려 한다. 한미연합사가 작전을 수행하던 당시에는 각 군 간 갈등이 이렇게 빚어지지는 않았는데, 그 임무가 한국군으로 이양되는 순간 각 군이 제각기 무기 소요를 제기하며 경쟁적으로 예산 확보에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각 군의 중복된 무기 도입을 합참이 나서서 조정하고 통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각 군이 개별적으로 청와대에 무기 도입 계획을 제출해 예산을 확보하는 로비가 일반화하면서 한국군 전체의 체계적인 전장운영 개념이 실종된 것이다. 주인 없는 전장, 오직 무기 도입만 있는 전장이 된 셈이다. 최근 육군이 대통령 승인을 받은 2조5000억 원 규모의 미사일 전력증강 사업도 한미 간 전력증강의 가이드라인으로 설정된 ‘전략동맹 2015’와 별도로 추진되고 있다. 한미 연합작전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무기 중복 현상은 육군과 공군의 무인항공기 도입 경쟁에서도 나타난다. 북한 특수부대 차단 임무를 두고도 육군과 해군 사이에서 중복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육군의 대형 공격헬기 도입과 해군의 함정화력 보강이 그것이다. 작전 주도권 및 무기 도입을 둘러싸고 육군 패권주의와 해·공군의 반발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갈팡질팡하는 이명박 정부의 국방정책이 각 군의 합동성 결여에 따른 대혼란을 낳은 것이다.

 

“국가안보가 최우선 졸속·부실 구매 추진 아니다”

노대래 방위사업청장 | “철저한 평가와 협상으로 우리 요구 충족시킬 것”

조성식 기자 mairso2@donga.com 

 

‘주간동아’는 정권 말기에 집행될 대형무기 도입 사업과 관련해 노대래(56) 방위사업청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방위사업청 측은 “(주간동아) 마감 일정에 맞출 수 없어 대면 인터뷰는 힘들다”며 서면 인터뷰로 갈음하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서면 인터뷰 전문이다.

 

▼ 정권 말기 차기전투기, 공격헬기, 해상작전헬기 등 20조 원 가까운 대형무기 도입 사업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마무리한다고 알려졌는데, 전문가들은 졸속과 부실을 우려한다. 왜 이렇게 서두르는가.

“무기 도입 사업을 서두르는 건 아니고, 필요한 무기를 적시에 도입하기 위해 정상적인 절차로 추진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4~5년 전부터 준비해왔으며 민간 전문가, 관련 정부부처, 각 군의 역량을 결집해 내실 있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사업 성공이나 부실 여부는 사업추진 기간보다 우리가 설정한 협상목표(가격, 성능, 기술이전 등)를 얼마나 달성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 일각에선 현 정부의 대형무기 도입 사업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와 관련해 미국의 무기 구매 요구를 수용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왜 꼭 이 정권에서 대형무기 도입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는가.

“방위사업청은 무기 도입 사업을 공개 경쟁으로 추진하는 것이지 미국 무기를 구입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군의 전력 증강에 필요한 무기체계 확보는 우리 군의 자체 계획에 따라 추진하는 것일 뿐 다른 나라의 요구에 따라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 사업은 우리 군의 전력공백 방지 등 국가안보를 위해 현시점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것으로 정권과는 무관하다.

 

▼ 무기 거래에는 리베이트 개념의 커미션 4%가 발생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 이 수익은 어떻게 처리할 방침인가.

“방위사업청은 투명한 시스템에서 무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리베이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 전문가들은 해상헬기, 무기정찰기 등의 도입가격이 애초 예산 책정 시의 가격보다 2배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차기전투기 사업도 마찬가지다. 사실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인가. 또 현재 책정된 국방예산 안에서 다 처리할 수 있나.

“최근 해상작전헬기 등 무기체계 도입가격이 예산범위를 크게 초과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대부분 미국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수출 승인을 받으려고 미 의회에 보고한 가격자료를 인용했다. 통상 DSCA는 보고가격이 초과할 경우 의회에 추가 또는 가격변경 보고 등에 따른 행정소요를 줄이려고 실제 제안가격보다 상당히 높게 보고하는 것으로 안다. 일본이 도입하려는 F-35도 구매비가 대당 2억4000달러로 미 의회에 보고됐으나, 실제로는 약 1500억 원에 계약할 것으로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최근 제안서가 접수된 해상작전헬기의 경우도 DSCA 발표 자료와 실제 제안내용 간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향후 가격협상을 통해 최종 가격이 결정될 것이다.”

 

2006년 1월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방위사업청 개청 행사.

 

▼ 해외 무기 도입과 관련한 절충교역 전략은 무엇인가. 무기 도입 시 주요 평가항목과 각각의 배점 비중은 어떻게 되는가.

“무기 도입과 연계해 우리의 구매력(Buying Power)을 활용해 평상시 확보가 어려운 핵심기술 이전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할 계획이다. 통상 무기를 도입할 땐 비용, 성능, 경제적·기술적 편익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차기전투기의 평가항목 중 대분류항목의 배점 비중은 ①수명주기 비용 30.00% ②임무수행 능력 33.61% ③군 운용 적합성 17.98% ④경제적·기술적 편익 18.41%다. 대형공격헬기의 평가항목 중 대분류항목의 배점 비중은 ①비용 30.00% ②성능 36.72% ③운용 적합성 24.49% ④계약 및 기타 조건 8.79%다. 해상작전헬기의 평가항목 중 대분류항목의 배점 비중은 ①비용 30.00% ②성능 35.24% ③운용 적합성 24.33% ④계약 및 기타 조건 10.43%다.”

 

▼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도 않았고 실전 효용성도 불투명한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가 뭔가.

“차기전투기 사업은 스텔스 성능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 군이 요구하는 다양한 성능을 충족하는 고성능 전투기를 구매하려는 것이다. 차기전투기 사업에는 여러 기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방위사업청은 철저한 평가와 협상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충족하는 전투기를 선정할 계획이다.”

 

▼ 연평도 도발 이후 청와대가 주도해 추진하는 번개사업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무기체계와 중복된다는 지적도 있다.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뭔가. 현재 어느 정도 진행됐나.

“아는 바 없다.”

 

▼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비전문가인 청와대 인사들이 국방예산과 무기 구매 계획을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이 있다. 방위사업청만 해도 청와대가 인사권으로 통제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가 개입하는 명분은 무엇이고 그 실태는?

“(방위사업)청 인사와 관련된 얘기는 처음 듣는다. 공무원임용령 등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적임자를 선발해 임용한다.”

 

▼ 육군 보병의 개인화기, 기동장비 및 타격장비, 해군 함정 등 이른바 필수전력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신무기나 첨단무기 도입에만 주력해 야전 전투력 증강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무기 도입과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방위사업청장의 견해는?

“방위사업청은 기존 무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기는 수명이 있기 때문에 기존 무기 활용도가 낮을 경우 신무기 도입을 추진한다. 또한 기존 무기와 신무기 체계의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