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에 한방의 지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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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은 이곳에 본을 둔 성(姓)씨만도 행주 기(箕)씨와 행주 은(殷)씨 행주 김씨와 행주 이씨 등 4∼5개 성씨에 이른다. 지금도 행주내동은 주민 80% 이상이 덕수장씨고 외동은 이씨들 집성촌으로 대부분 5∼6대를 이어오고 있어 경기도 사투리와 풍습이 여전하다.
강가로 나앉은 행주외동에 몰려 있는 민물장어집들은 대충 꼽아도 50여곳을 헤아린다고 하는데, 한강유역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이만한 규모의 장어촌이 드물다. 일미정(031-974-3636) 장어구이집은 이 마을의 실질적인 원조집으로 꼽힌다.
이 집은 1965년 간판을 내걸어 올해로 37년째를 맞고 있다. 내력이 오래됐을 뿐 아니라 시설과 상차림이 가장 뛰어난 집으로도 유명하다. 1983년 인척간에 대물림을 해 주인이 한번 바뀌면서 시설과 상차림을 개선해 원조집의 명성을 한 차원 높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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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한방에도 밝아 자신이 직접 처방한 한방 장어소스를 발라 장어구이를 구워낸다. 주방에서 10년이 넘게 구이를 맡고 있는 주방장이 정확한 솜씨로 구운 뒤, 따끈하게 달궈진 철판에 1인분씩 얹어내는 장어구이는 덜 익거나 타는 법이 없고 그 맛 또한 확실하다.
진간장은 색깔을 낼 때 조금 사용할 뿐이고, 당귀와 황기, 천초, 전궁, 백작약, 목향, 곽향, 감초, 숙지황, 계피육 등 9가지의 약재와 4∼5가지의 양념류를 넣고 만든 장어소스가 스며든 구이맛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은은한 여운을 안겨준다. 식사 전후에 내놓는 한방장어죽도 맛이 부드럽고 영양가가 뛰어나 환자들의 회복식으로 유명하다.
고객 중에는 수십년씩 이어오는 70∼80대 단골손님들을 비롯해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많고, 최근에는 젊은 연인들까지 소문을 듣고 찾아와 새로운 고객층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가격은 장어정식 2인분(3마리 기준) 5만원이다.
나도 주방장/ 장어죽
일미정 한방장어죽은 일반 장어집들에서 끓여내는 맛과는 조금 다르다. 같은 한방제이지만 기운을 돋우거나 소화력을 촉진하는 것들을 알맞게 가려넣었고 그렇다고 한약냄새로 맛을 해치지도 않으면서 담백하고 고소하다. 약간의 천초와 백작약, 소화와 정장 작용을 하는 목향과 곽향, 황기 등과 함께 마늘, 생강 등을 적절하게 조제해 넣고 장어(또는 장어머리와 뼈)를 푹 삶아 장어육수를 만든다. 뽀얀 국물은 전혀 비리지 않고 담백한 맛이 나며, 여기에 찹쌀을 불려 빻은 가루를 넣고 미움을 쑤듯 손으로 저어가며 익혀낸다. 기호에 따라 들깨가루를 약간 갈아넣거나 당근과 시금치 등 야채를 잘게 썰어 넣어도 괜찮다. |
해맑은 육수에 혀도 녹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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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 평안면옥(031-877-2282)은 개업 30년이 넘는 평양냉면 전문점이다. 1960년대 초 평양에서 월남한 실향민 홍영남(작고)씨가 문을 열어 지금도 중노년의 실향민 1∼2세대들이 즐겨찾는 평양냉면 원조집이다. 평양냉면의 맛을 결정짓는 메밀과 육수, 고명 등에서 옛 평양냉면 고유의 방법을 고집스럽게 지켜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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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도 한우 양지살만을 사용한다. 양지살을 삶은 국물을 차게 식힌 뒤 기름을 말끔하게 걷어내 육수로 사용하고 삶아낸 양지살은 곱게 썰어 냉면에 얹는다. 육수에는 양지 삶은 국물 이외에 일체 다른 국물을 섞지 않는다. 냉면국물이 유난히 맑은 것도 이처럼 잡스러운 것이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홍진권씨는 평양에 있는 옥류관 냉면에는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삶은 국물 3가지를 섞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옛날 평양냉면의 고유한 육수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육수에 얼음을 띄우는 것도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고기냄새가 살아나 고유한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고명은 삶은 달걀 반쪽과 동치미 무우, 배, 오이를 계절에 따라 채썰어 얹고, 참기름이나 조미료 대신 고운 고춧가루와 볶은 깨를 살짝 뿌려낸다. 겨자와 식초를 약간 넣고 사리를 푼 뒤, 국물부터 한 모금 죽 마셔보면 평양냉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서울의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은 모두 이곳에서 가지를 친 냉면집들로, 홍씨의 여동생들이 주인이다. 물냉면, 온면, 비빔냉면 모두 한 그릇 5500원.
나도 주방장/ 양지수육
양지살은 삶을 때 기름이 말끔하게 빠지도록 푹 삶아 채반에 얹어 말린다. 썰어놓은 뒤에 색깔이 다소 짙고, 기름이 전혀 없는 모습이어서 마치 육포를 연상케 할 정도다. 기름과 단맛이 다 빠진 뻣뻣한 고기를 무슨 맛에 먹는가 싶어 그냥 남겨두고 가는 고객이 적지않다. 그러나 이 양지수육의 특징은 입 안에 넣고 꼭꼭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구수한 맛이 살아나 국수를 먹기 전 맛돋움 역할을 재대로 해낸다. 또한 국수를 다 먹고 마지막에 건져먹어도 고기가 부풀어 물러지지 않은 채 제맛을 내기 때문에 마무리하는 맛으로도 그만이다. 가정에서도 양지살을 삶아 각종 육수를 내 조리에 쓰고, 양지살은 기름을 다듬어내고 채반에 얹어 서늘한 베란다에서 대충 굳혀 냉장고에 넣어 두면 겨자장 한 가지만 곁들여도 간편한 안줏감으로 효과있게 사용할 수 있다. |
절묘하다, 살살 녹는 민물고기
1994년 ‘벌말매운탕집’이 문을 열어 크게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마을 주민들은 물론, 살림이 어려워 이곳을 떠났던 사람들도 빈 집에까지 비싼 값을 주고 들어와 매운탕집 간판을 내걸게 되었다. 20∼30개의 매운탕집들이 줄지어 들어선 벌말매운탕촌은 이제 경인지역에서 웬만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소가 됐고, 벌말매운탕집을 연 김영임(65) 할머니는 마을 형편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원조할머니’가 됐다. “사방이 수로와 질펀한 논으로 이어져 민물고기를 주식처럼 먹어왔는데, 민물고기라면 무슨 요리인들 제맛을 못 내겠느냐”고 말하는 김씨 할머니의 매운탕 솜씨는 확실하게 남다른 맛이 있어서, 고객의 90% 이상이 서울과 인천, 일산지역에서 찾아오는 단골고객이다. 벌말매운탕비의 매운탕 메뉴는 평소 손에 익었던 메기와 붕어, 미꾸라지가 주를 이룬다. 메기매운탕, 붕어매운탕, 붕어찜과 붕어조림, 미꾸라지매운탕(추탕) 등을 토속적인 소박한 찬과 곁들여내는데, 그 맛이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고객은 한결같이 야채와 민물새우에서 우러난 시원한 감칠맛과 입에 녹듯 부드러우면서 감미로운 민물고기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고 칭찬한다. 남은 국물에는 생라면을 끓여주거나 야채와 김가루를 넣고 밥을 비벼주는데, 이 역시 별미다. 메기매운탕(4마리: 3∼4인분) 2만5천원. 6년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주말엔 200석이 넘는 자리가 턱없이 모자라 새 건물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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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주방장/ 생새우순무김치
매운탕의 배필, 순무김치
* 재료선택: 강화 순무는 본래 가을에 한번 수확하던 것을 온실재배법의 발달로 1년 내 먹게 됐다. 온실에서 자란 순무는 모양은 예쁘지만 노지 재배한 진짜 순무에 비해 살이 무르고 향이 약한 것이 흠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못생기고 붉은 흙이 묻은 것을 선택해 하나쯤 썰어 씹어서 맛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담그는 법: 순무김치는 미리 썰어 절이지 않는다. 썬 즉시 양념에 비벼야 즙과 향이 씻겨나가지 않고 그대로 김치에 배어난다. 알맞게 썬 순무는 즉석에서 멸치액젓과 싱싱한 생새우를 넣고, 소금간을 하면서 파, 마늘, 고춧가루를 알맞게 비벼 김치냉장고에 넣어 되도록이면 저온에서 서서히 익힌다. 멸치액젓을 넣으면 밴댕이젓을 넣고 담근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주의할 점은 소금을 뿌릴 때 물을 한 차례 뿌려줘야 한다. 순무 자체에 수분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
달콤 반지르르한 이천쌀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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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쌀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것을 선별해 이천물로 제맛나게 쌀밥을 지은 집이 바로 넋고개 아래 자리잡은 ‘이천쌀밥집’이다. 1990년 봄, 이 마을 출신인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생각해낸 소박한 모습의 이천쌀밥집은 독특한 밥맛과 부부의 정성이 담긴 깔끔한 상차림으로 입소문이 이어졌고, 10년이 지난 요즘은 이천지역에만 수십곳을 헤아릴 만큼 붐을 이루고 있다.
고미정(031-634-4812)은 이천쌀밥집의 원조격인 여주인이 새로운 상차림을 선보이고 있는 한정식집이다. 이천쌀밥집을 5년여간 경영해오는 동안 고객의 취향과 제안을 받아들여 좀더 쾌적한 분위기와 격식을 갖춘 한정식 상차림으로 다시 5년째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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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에 별미로 오르는 홍어요리는 ‘진짜’ 홍어로 만들기 위해 대청도와 흑산도 연안을 오가며 홍어잡이를 하는 배(만복호)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또 봄(4월)부터 초여름까지는 하동 섬진강의 명물인 영등참게를 들여와 참게장을 담가 쌀밥에 곁들이고, 여름에서 가을까지는 백령도 옹진수협에서 공급받는 불게로 게장을 담가 상에 올려 최상의 밥맛을 이끌어내고 있다.
해산물뿐 아니라 산채와 푸성귀도 오대산과 홍천지방에 수집상들을 정해놓고 제철나물들을 모아다 사계절 상에 올린다. 1인분 1만원의 참게장정식과 불게장정식은 보들보들한 흰쌀밥에 게장을 얹은 맛이 절묘하기 이를 데 없고, 따끈한 숭늉과 곰삭힌 젓갈맛도 형언하기 어려운 별미다. 특히 예약한 손님에 한해 내는 1인 3만원의 한정식은 시중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별미이다. 신선로와 구절판을 갖춰 30여 가지의 찬이 오른다. 직접 대청도 연안에서 잡아온 토종 홍어찜과 삼합을 제대로 갖춰내고, 제철에 수집해온 젓갈류와 산채류들을 골고루 곁들여 이천쌀밥과 조화를 이룬다.
주말은 고객의 90% 이상이 서울과 경인지역에서 찾는 가족단위 손님들이고, 주중은 이천과 여주쪽 골프장을 찾는 골프장 회원들이다.
크게 겉치레가 없이 단아한 새 한옥기와집은 14개의 크고 작은 방들로 이뤄져, 인원 수에 따라 한 방에서 조용히 식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소박한 초가집의 이천쌀밥집은 1인분 8천원인 정식이 주메뉴인데, 그동안 주방을 도와온 집안 올케가 맡아 맛이 크게 바뀐 것이 없다.
나도 주방장/ 홍어찜과 삼합
*만드는 법: 홍어찜은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어놓고 즐길 수 있다. 적절한 양의 홍어를 구입해 빈 항아리 속에 누런 포장지를 몇겹 깔고 홍어를 놓은 뒤 다시 포장지를 덮어 시원한 베란다에 두면 된다. 4∼5일쯤 지나 뚜껑을 열어 톡 쏘듯 싸한 냄새를 내뿜을 때 꺼내 마른 수건으로 점액을 말끔하게 닦아 냉장고에 저장해놓고 필요한 때마다 알맞게 다듬어 양념장을 얹어 찜을 하면 훌륭한 홍어찜이 된다. 닦아낼 때 물을 묻히면 변질해서 못 먹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홍어는 썩힐수록 제맛이 난다”는 옛말처럼 두고두고 먹어도 상관이 없다. |
들향기 가득한 토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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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번식률이 높고 고기맛도 담백해 건강식품에 속하지만 닭고기처럼 손쉽게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흔치 않다. 설혹 길토끼고깃집이 어렵게 문을 열더라도 얼마 가지 않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닭에 비해 사육기간이 길고, 고기가 워낙 담백해 닭보다 양념을 많이 해야 제맛이 나기 때문에 이래저래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도 용인시 김량장동의 금촌집(031-335-3808)은 1969년 문을 열어 올해로 33년째 이어오고 있다. 내력이 오랠 뿐 아니라 용인 시내에서 고객층이 가장 두터워서 IMF는 물론 아무리 경기가 위축된 때라도 고객이 늘지도 줄지도 않고 한결같은 집으로 소문나 있다. 그만큼 음식맛과 내용이 실속있고 개성이 뚜렷하다는 이야기다. 남들은 몇년을 못 버티는 어려운 장사를 이토록 오랜 세월 이어온 비결을 주인 목옥희(73) 할머니는 한마디로 쉽게 이야기한다.
“할머니들이 하는 장사라 욕심없이 서로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하는 날까지 그냥 하는겨.” 목씨는 칠순의 할머니이지만 50∼60대의 건강한 모습이고 장사티가 전혀 없어보인다. 상을 차려주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손들 또한 모두 칠순의 할머니들이 주축을 이룬다. 일한 지 불과 5∼10년밖에 안 됐다는 막내할머니들이 60대 후반이다. 10년 넘게 냉이를 캐오는 마을 아주머니들도 이제는 대부분 60살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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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처럼 냉이와 달래, 부추, 미나리 등 푸성귀들만 먹고, 하루종일 서서 뛰어다니지만 누구 하나 크게 아파본 적이 없어.” 눈빛이 유난히 맑고 귀가 밝을뿐더러 차분한 목소리를 지닌 할머니들은 그릇이 가득 담긴 쟁반을 젊은이들처럼 척척 옮길 정도로 건강하다.
금촌집의 대표적인 메뉴는 역시 토끼탕이다. 2∼3인분으로 넉넉한 1마리를 기준해 3만5천원인 토끼탕은 뼈를 알맞게 다듬어낸 토끼고기를 참기름, 마늘, 생강, 양파 등으로 양념해 전골냄비에 안치고, 여기에 싱싱한 냉이와 달래, 부추, 깻잎 등을 수북하게 얹어 미리 뽑아놓았던 육수에 다진양념을 풀어 얼큰하게 끓인다. 고기가 익는 동안 냉이와 달래, 부추 등을 먼저 건져먹고, 추가로 낸 냉이와 달래를 덧얹어 들향기가 푹 배어든 토끼고기로 제맛을 즐길 수 있다.
토끼는 들에 살던 것이어서 들풀로 짝을 맞춰야 제맛이 난다는 목씨의 생각은 이처럼 남다른 별미를 빚어내게 됐고 33년을 이어오며 고객의 입맛을 이끌어내고 있다. 경인지역에서 몇곳 비슷한 토끼집들이 있지만 냉이와 달래를 이곳 할머니들처럼 아낌없이 담아내는 곳은 없다.
나도주방장/ 냉이생채
냉이의 습성은 여름에 꽃을 피워 씨를 떨구면, 가을에 서리가 내려 다른 풀들이 사그러진 뒤에야 싹을 터 뿌리를 내리고, 엄동에도 잎이 얼지 않고 계속 뿌리를 키워낸다. 그래서 목 할머니는 냉이야말로 인삼보다 더 강인하고 생명력이 뛰어난 식품며, 금촌집 할머니들이 건강하고 단골 고객이 혈기 왕성한 것도 모두 냉이의 덕으로 믿고 있다. 조리법은 단순하다. 우선 냉이를 한 뿌리씩 깨끗하고 정성스럽게 씻는다. 씻어놓은 냉이는 선선한 곳에 놓아 물기가 완전히 가시면 무친다. 참기름을 듬뿍 따라넣고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양파, 들깨가루 등을 넣고 간장을 약간만 떨어뜨려 냉이와 함께 꼭꼭 주물러 무친다. 마지막으로 상에 내기 직전에 식초를 한두 방울 떨구면 더욱 제맛이 난다. 주의할 점은 먹기 전에 미리 무쳐놓아 잎새와 뿌리가 주저앉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
서해 황복, 네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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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박수동(56)씨가 복요리에 입문한 것은 올해로 32년. 서울에서 20년, 고양에서 12년 동안 복요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능곡으로 옮겨온 뒤 임진강 하구와 강화도 근해서 나는 황복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매년 이맘때가 되면 서울과 경인지역에서 제철 황복맛을 즐기러오는 단골 미식객의 예약으로 다른 복은 내놓을 겨를이 없을 만큼 바빠진다.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는 본격적인 강화도 앞바다의 황복으로 고객을 맞이한다.
연어와 마찬가지로 회귀본능을 지닌 황복은 서해 큰바다에서 무리를 지어 살다가도 산란기를 맞으면 각각 태어난 하구를 찾아 강물로 오른다. 하지만 바다가 서식처인 황복은 강물에 들어서면 색상이 바뀌고 점액층이 두터워지면서 비린 냄새가 강해져 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박씨가 수족관에 담아두는 황복은 강화도 앞바다에서 강물로 오를 채비가 절정을 이룬 바다 황복들로 맛 또한 최정상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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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참복은 지리(육수에 양념을 넣지 않고 담백하게 끓인 음식)가 제맛이라면 황복은 매운탕이 제격이고, 회나 샤브샤브보다는 찜이 더 기막히다고 귀띔해준다. 직접 본인의 손으로 확인하고 들여온 싱싱한 황복으로 끓여낸 것이어서 맛은 물론이고 가격도 시중 복집들보다 훨씬 저렴하다.
1kg에 7만∼8만원선을 기준해 매운탕 1인분 2만원, 찜 1접시 5만원. 회, 찜, 샤브샤브, 탕순으로 이어지는 코스요리가 3kg을 4인분으로 차려내는데, 황복요리로는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 사진/알을 가득 밴 황복. |
그래서 복은 우선 피를 말끔하게 씻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복을 해체해 흐르는 물에 주물러가며 피를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그리고 내장 중 알만큼은 아무리 탐스러워도 극약이나 다름 없다. 또 껍질은 따로 벗겨 가슴 부위에 돋친 가시비늘을 말끔하게 밀어낸 뒤, 채치듯 썰어 초장에 무쳐놓으면 젤라틴 성분이 풍부한 별미식이 된다. 그러나 꼭 알아둘 것은 일반 복집들에서 복껍질무침을 먹을 때도 껄끄러운 부분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날카로운 가시비늘은 먹은 뒤에도 소화가 되지않을뿐더러 뱃속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담백한 국물에 삶아낸 미나리와 콩나물과 함께 알맞게 익은 하얀 살점을 건져내 겨자초장에 살짝 찍어 입 안에 넣으면 녹는 듯 씹히는 듯 부드러운 촉감이 황홀할 만큼 독특한 경지이다. 이는 황복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맛이라 할 수 있다.
아, ‘물텀벙이’의 쫄깃함이여 |
아무튼 생긴 모습만으로 하찮게 여김을 받았던 물텀벙이는 이제 인천을 상징하는 확실한 명물로 꼽히고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성진아구’(032-831-1771)의 우금년(66)씨와 남편 전병찬(66)씨다. 우씨와 전씨는 한국전쟁 때 강원도 금화에서 인천으로 피난을 와 금화식당을 경영하던 시절 부부가 됐다. 이 부부는 함께 장을 보러 연안부두로 나가면, 그냥 버릴 정도로 흔한 물텀벙이와 단돈 몇 백원 하는 물텀벙이국을 볼 때마다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워낙 음식솜씨가 뛰어났던 두 사람이 양념과 간이 제대로 된 물텀벙이국을 직접 끓여 해장국으로 메뉴에 올렸더니 입소문이 삽시간에 인천지역에 퍼지면서 다른 음식을 낼 겨를이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금화식당은 물텀벙이집으로 통하게 됐고, 탕과 함께 찜까지 개발해 본격적인 물텀벙이집으로 간판을 내건 것이 1974년, 머지않아 30년을 맞게 된다. 주변에는 그동안 7∼8곳의 물텀벙이집들이 들어서 인천을 상징하는 용현동 물텀벙이 거리로 탈바꿈했다.
음식맛의 기본을 가장 신선한 물텀벙이와 최상품의 양념류에 두고 있다는 우씨는 재료구입을 할 때 언제나 현금으로 지불하고 값을 깎지 않는 이로 알려져 있다. 조리사들에게도 원칙을 철저히 가르치고 한번 눈에 들면 이런저런 간섭을 하지 않고 믿고 맡긴다. 우씨 부부는 음식맛으로 고객의 불만을 사는 일이 좀처럼 없을뿐더러, 30년 가깝게 고객과 언성을 높혀본 적이 없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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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으로 빚은 질박한 면발 |
이 마을의 원조집이 바로 강계봉진막국수집(031-882-8300)이다. 창업주인 강진형(80) 할아버지의 고향이 평안북도 강계고, 대를 이을 장남의 이름이 봉진(31)씨이다. 상호를 자신의 고향과 장남의 이름에서 따온 데에서 강씨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강씨는 14살 때 강원도 홍천으로 이주해 살다가 1970년대 초 지금의 자리로 옮겨온 뒤 집에서 사용하던 손국수틀로 막국수를 눌러 나루를 건너는 손님들에게 팔았다.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이면 몰려드는 차량들을 모두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에 놀란 마을 사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막국숫집을 열었고 지금도 해를 거듭할수록 국숫집이 늘어 전국 제일의 막국수촌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집들이 봉진막국수의 질박하면서도 구수한 막국수 맛에 기초를 두고 있고 그 내력도 줄잡아 30년을 헤아린다. 이같은 성공에 대해 강씨는 “모방할 수 없는 원조집의 긍지와 정성”이라고 말한다.
육수는 아직 건강한 모습의 강씨 내외가 맡아 한우 양지살을 삶아낸 담백한 국물에 동치밋국을 가미해 손님상에 낸다. 양지살은 신선한 한우고기만을 쓰고 동치미는 2일 간격으로 담가 여름은 4∼5일, 겨울은 7∼8일 정도 푹 익혀 제맛이 날 때 국물을 떠내 섞는다. 따라서 동치미국물이 제맛나는 한겨울과 봄철이 1년 중 막국수맛이 가장 제맛나는 절기라고 한다. 담백한 평안도 막국수와 양념이 듬뿍 얹힌 얼얼한 강원도 막국수, 거기에 함흥냉면의 따끈한 온육수까지 곁들여 절묘한 조화가 이루어진 맛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30년 동안 막국수를 만들어내는 하나하나의 과정이 한결같이 가족들의 고된 손길에서 빚어지는 만큼 80고령임에도 잠시 마음놓고 편히 누워본 적이 별로 없다. 고집스럽게 살아온 자신의 나날들이 전생의 업보를 벗는 과정이었다고 할 만큼 장인의 경지를 가고 있다. 요즘도 종종 단골손님들을 맞이하는 꿈을 꾸다 잠을 깬다는 그의 얼굴빛은 80노구가 아닌 어린아이처럼 진솔하고 해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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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는 통째로 삶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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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의 시조집이 바로 진할머니원조닭집(02-2275-9666)이다. 23년 전 주인 진옥화(69) 할머니가 ‘닭한마리칼국수’ 간판을 처음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닭 한 마리에 100원 정도의 마진을 보고 시작했던 닭집이 지금은 250석이 넘는 대형점으로 성장했고, “신발은 책임지지 않음”이라는 안내간판과 함께 식사가 끝나면 빨리 일어나달라고 할 정도로 ‘친절’과는 거리가 먼 가게이지만 하루 1천명이 넘는 손님이 줄을 잇는다.
음식도 기본만 갖춰주면 고객들이 알아서 닭을 자르고 직접 양념을 얹어 맛을 돋우고, 이런저런 추가주문도 요령껏 챙겨야 하는 이른바 ‘셀프서비스’집이다. 친절과 이익은 나중이고, 진실하고 거짓없는 맛과 부담없는 가격으로 묵묵히 맞아주는 것을 이곳 고객들은 오히려 편하고 즐겁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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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는 조리법이 단순하고 노하우가 전혀 없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 맛을 모방해 골목 안에만 같은 닭집이 7∼8곳 들어서 있다. 전국으로 퍼져나간 닭한마리집들이 수없이 많지만 아직 꼭 같은 맛을 내는 집이 없다고 한다. 신선한 닭과 진짜 최고품질의 양념을 사용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하는데, 도계업자와 특약을 맺고 가격에 관계없이 가장 좋은 닭을 선별해 시간을 정해놓고 들여온다고 한다. 냉장고와 냉동실을 거치지 않고 즉석에서 큼직한 솥에 삶아 육수를 뽑고 닭은 닭대로 건져내 맛이 변할 사이가 없이 손님상에 낸다. 고추도 마른고추를 그냥 쓰지 않고 따끈한 물에 담가 깨끗이 헹궈 불렸다가 알맞게 갈아 다진양념을 만든다. 간장과 식초, 겨자를 풀어 맛을 돋운 순수한 양념소스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가격도 2∼3인분을 기준으로 닭 1마리가 1만3천원, 국수사리를 2인분 더 넣어 1만4천원선이면 3인분으로 충분하고, 감자와 가래떡을 추가로 넣어 보다 깊고 다양한 맛을 즐기면서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나도 주방장/ 다진양념겨자식초소스
홍고추를 사용해도 좋지만, 말린 고추를 뜨거운 물에 잠시 담가 겉에 묻은 오물을 말끔히 닦아내고, 알맞게 불린 뒤 믹서에 갈거나 곱게 다져 마늘과 생강, 조미료를 약간 가미해 다진양념을 만들어놓고, 식초와 겨자를 곁들이면 된다. 다진양념과 겨자,식초를 알맞게 풀고 간장으로 간과 농도를 맞추는데, 식초와 간장으로 간과 농도를 조절하면 누구나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장맛이라고 한다. 그래서 조미료는 되도록 적게 넣고 맛있는 간장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황소와 암소 갈비의 환상적 궁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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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6년 전쯤, 동두천역 앞에서 옥호도 없이 시작한 송원관 떡갈비는 전북 전주가 고향인 강옥매(2000년 작고) 할머니의 타고난 음식솜씨에서 비롯했다. 강씨 할머니의 솜씨를 철저하게 물려받은 넷째며느리 송민정(51)씨가 대를 이어가고 있다. 송씨의 고집스런 경영방침이 오늘의 터전을 닦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이웃사람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다. 이곳 갈비는 동두천과 포천 등 경기 북부지역에서 도축되는 한우 황소갈비가 주를 이룬다. 갈비공급이 원활치 않던 때, 점심에 손님이 몰려 준비해놓은 갈비가 다 떨어지면 아예 문을 닫곤 해 멀리서 소문을 듣고 찾았던 고객이 낭패를 당하기 일쑤였고 2∼3시면 문을 닫는 집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소갈비맛은 본래 암소갈비를 으뜸으로 치지만 기름이 너무 많아 흠이고, 반대로 황소갈비는 살이 두텁고 지방이 적지만 질긴 것이 흠이다. 음식솜씨가 뛰어난 강씨 할머니는 비싸면서도 먹을 것이 많지 않은 암소갈비와 구하기 쉬운 황소갈비의 조화를 이뤄냈다. 두 가지 갈빗살을 모두 벗겨내 먹기 알맞을 정도로 함께 다져 양념에 재워놓았다가 갈비뼈를 한 토막씩 넣고 시루떡처럼 빚어 석쇠에 구워낸 것이다. 떡갈비란 이름도 구워놓은 모습이 마치 시루떡을 빚어놓은 것 같다고 해서 고객이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지금껏 수입갈비는 물론 자신의 눈에 차지 않는 갈비는 들여놓은 적이 없다는 송씨는 주방관리도 워낙 까다로워 찬모들이 쉽게 발붙이기 어렵다고 소문날 정도다. 그래도 10∼20년 경력을 헤아리는 찬모들이 직접 숯불에 구워내는 떡갈비는 덜 익거나 태우는 법이 없이 기름이 반지르르 돌면서 언제나 한결같은 제맛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동두천에 떡갈빗집이 단 한곳처럼 보이는 이유도 이같은 맛을 아무나 흉내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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