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감령천(減齡泉)의 전설

醉月 2008. 9. 15. 17:16

 감령천? 그게 어떤 샘물인가요?  마시면 젊어진다는 샘물입니다. 
아니 말로만 듣던 그런 샘물이 정말로 있다는 말씀입니까? 
예! 있고말고요. 들어 보세요. 
  
  옛날 가마뫼에 혈손 하나 없이 외롭게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가 있었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들이었는데 일점혈육이 없어 할아버지가 마을 저멀리에 있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해다 근근히 먹고 사는 처지였다.

할아버지는 매일 나무를 하는 일이 너무 근력에 부쳤으나 하루 나무 안하면 하루 굶는 수밖에 없어서 (No cut, no eat)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벼락이 치나 매일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  참, 빠뜨렸다. 안개가 끼나 서리가 내리나…

정말 산신령이 봐도 개근상을 주고 싶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태풍경보가 울던 날도 할아버지는 산에 나물 하러 왔고 3인조 떼강도가 산으로 도망갔다는 보도가 있던 날도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산신령은감탄을 해서 드디어 이 할아버지에게 좋은상을 주기로 결심하였다.
  그날도 햇빛은 쨍쨍하고 모래알은 반짝하는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다. 조약돌로 밥해 먹고 모래알로 반찬해 먹기에 정말 좋은 날이었다.
지게를 메고 산으로 올라가며 할아버지는 이런 날 아들 손자 며느리하고 집에서 지지미나 해먹고

 바돌이나 두는 가정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신세타령을 하였다.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나무를 태산같이 한짐 해서 지고 내려올 때는 어느 덧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걸리려고 하는 무렵이었다.

한참을 내려오다 너무 힘이 들어서 잠시 쉬기로 하고 지게를 부려놓고 방우돌에 걸터 앉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옛날 강태공은 나이 80세에 위수(渭水)에서 낚시질을 하다가 주 문왕(文王)을 만나서 태공이 되고,

한나라의 주매신(朱買臣)은 50세까지 나무꾼 노릇을 하다가 무제를 만나 대신이 되었는데 벌써 내 나이 칠순을 바라보게 되었으니

비젼없는 나무꾼 사직하고 낚시꾼에 전직할까 생각하였다.
  그러나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고 구멍에 박아도 같은 구멍에 쑤시라는 속담이 있으니까,

그리고 마누라 바꾸기보다 직업 바꾸기가 더 어렵다고 하니까 좀 더 참아 보자 하다가 인간은 왜 늙는 걸까?

호강 한번 못해 보고 이렇게 속절없이 늙고 마는 것인가? 늙잖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일까 하고 생각하였다.

늙기도 설워라커든 나무까지 져야 하는가 하고 자신의 쭈끌쭈끌한 손등을 만져 보았다.

자신이 방금 도끼질한 나무껍질보다 더욱 울퉁불퉁하였다.

이젠 밤에 발기도 안 되어서 마음만 앞설 뿐이지 할멈하고 관계하기도 두 달에 한번이 벅찼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았다.
 
  자기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고추 라며 좋아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서너살 적엔 그 고추를  잠지 라고 아이들이 놀렸다.

그러다가 20대 청년기가 되니까 명칭이 다양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동정을 바친 건넌마을 진금이는 그것을  가죽침 이라 부르면서 아프다고 살살 놓으라 했다.
그러나 두번째 정녀였던 금숙이는 살송곳 이라 부르면서 더 적극적으로 들어붙으며 근지러워 죽겠으니 푹푹 후벼달라고 앙탈이었다.
  세번째 정녀였던 옥흰  방망이 라 부르며 허연 물이 나올 때까지 깨끗이 씻어 달라고 보채었다.
  네번째 정녀였던 은녀는  홍두깨 라며 얼얼할 때까지 힘있게 꽉꽉 찧어 달라고 졸라댔다.

실전 경험을 쌓으며 그때마다 계집들로부터 별칭 하나씩을 얻다가 드디어 지금의 할멈인 자영낭자에게 장가를 들었다.
 
  그동안 숱하게 사귀던 가시내들을 다 젖혀두고 자영이를 택한 것은 그녀가 가장 색시(sexy)다와 보였기 때문이다.

결혼이란 게 결국은 성적 결합이 아니던가? 방사(房事)는 만사(萬事)인기라. 겉궁합은 빌릴 수 있어도 속궁합은 빌릴 수 없는기라…

장가를 들고 30대에 동네 친구들과 강에서 목욕을 할 때 그들이 보더니  연장 이 훌륭하다고 감탄을 했다.

특히 귀두에 주먹만하게 박힌 사마귀를 보더니,
   야, 참나무 방망이에 옹이까지 박혔으니 빨래거리 세탁에는 따봉 이라며 몹시도 부러워했다.

그러던 친구들이 40대가 되니까  물건 이 요즈음 시원치가 않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가 어떻길래 그러냐니까 굴속에 들어가면 시동이 자꾸 꺼져서 미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무는 그러는 것이다. 얌마 나는 굴속에 들어가기도 전에 시동이 꺼진다.

그러자 건너편에 있던 동무는 그러는 거다. 포시라운 소리들 하고 자빠졌네 난 아예 출발부터 시동이 안걸린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자기  물건 은 별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안심했다.

그건 지금의 할멈 말고 어느 날 밤 측간에 다니러 갔다가 마주친 이웃집 과부네와 그대로 측간 뒤에서…

그때 할아범은 너무 졸리운 나머지 과부네가 먼저 와서 엉덩이를 달덩이같이 까고 일을 보고 있던 걸 몰랐다.

외려 과부네가 정신없이 내놓고 소피를 보는 할아범의 물건을 보고 슬며시 다가와 움켜잡는 바람에… 그

날 할아범의  물건 은 놀라운 성능을 발휘하였다. 그 후로 과부네는 생각날 때마다 측간 뒤에 와서 버꾸기 울음소리를 냈고

할멈은  뻐꾸기 밤에 울다??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측간에만 갔다오면 성능이 떨어진다고 투덜거렸다. 그러면서 하기 전엔 싸는 것은 다 참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50대가 되니까 기능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할아범보다 할멈이 더욱 놀라서 강정 득남 임신등의 비술에 아주 용하다고 소문난 기경도 물골의 <대동방>에 가서 진맥을 하니,

이성우의원 가로되,
   과도한 방사로  양물 의 기운이 뚝 떨어졌습니다  하고 신(腎)을 보하는 첩약을 지어 주는데,

여기에도 증상에 따라 10가지가 있다며 대시호탕, 시호가룡골모려탕, 사역산, 계지가룡골모려탕, 팔미지황환, 당귀작약산, 오수유생강탕,

계지가부자탕, 억간산, 보중익기탕이 좋단다.
  그중에서 노인성이니 당귀작약산을 지어 주면서,    연령에 따라 방사(房事) 횟수를 조정해야 합니다.

잘못해서  신물(神物) 이  신물(辛物) 이 되면 인생 종치고 날새는 겁니다  하는 것이다.
  <대동방> 이성우의원이 개발해 낸 연령에 따른 야사(夜事) 행방(行房)의 횟수의 관계를 정한 공식은 소위 구단구구법(九段九九法)이라
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는데…
   20대(20-29)는 2 9=18 의 법칙에 따라 10일에 8번 정도를 하고
   30대(30-39)는 3 9=27 의 법칙에 따라 20일에 7번 정도를 하고
   40대(40-49)는 4 9=36 의 법칙에 따라 30일에 6번 정도를 하고
   50대(50-59)는 5 9=45 의 법칙에 따라 40일에 5번 정도를 하고
   60대(60-69)는 6 9=54 의 법칙에 따라 50일에 4번 정도를 하고
   70대(70-79)는 7 9=63 의 법칙에 따라 60일에 3번 정도를 하면 되는 것이란다.
 
  그러면 80대 90대는 공식에 의해 자동으로 계산해 낼 수 있겠지. 그러면 10대는 어떨까 하고 계산해 보면 1 9=9이니까,

으읔! 하루에 9번까지 가능하다는 이야기. 아, 이래서 젊은 건 좋은 거구나.

그런데 그렇게 기운차던 옥경(玉莖)도 늙어 80대가 된다면 70일에 2번이 벅차구나.
 
  도대체 인생은 왜 늙는 것일까?
  이 심각한 문제를 연구하여 학설로 정립한 대표적인 학자가 9명이 있다.
  첫째 김석민 교수와 송상훈 교수가 공동연구하여 주장한  수명프로그램설 이 있다.

이를 일명 유전자설이라 하는데  인생 노화론 의 학설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

각 개인이 태어날 때 가진 유전자 속에 칠성님이 수명을 찍어 넣었다는 것으로  인명재천설 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석민 교수는 부연하기를  개체의 발생성장에 유전자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바탕이 되고 있는 것으로
노화나 죽음도 결국 유전자의 어느 부위에 짜 넣어진 프로그램에 따라서 정해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라고 횡설수설하는데 우리 같이 무식한
놈은 뭔소릴 하는 건지 해골만 아프다…
 
  그렇다면 문제는 칠성님이 수명을 적어 넣은 유전자만 찾아서 고치면 되는 것 아닌가?

이 유전자를 바로  동방삭 유전자 라 하는데 동방삭은 잘 알다시피 삼천년을 장수한

뙤나라의 전설적 인물이자 선도의 신화적 존재가 아닌가?   
   
  둘째  개체시계설 이라 하여 정대일 정동호 두 정교수가 주장한 학설이 있다.

여기서 정교수라 함은 정교수(鄭敎授)이지 정교수(正敎授)를 말하는 건 아니다. 이 학설은 인체의 특정 부분이 생명을 좌우한다
며 뇌중심부에 있는 송과선(松果腺)이 인체에 있어서 생명의 시계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셋째  착오설 이 있다.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는 동안에 유전자에 여러 종류의 손상을 입히거나 유전자로부터 명령에 따라 단백질을 만드
는 과정에서 착오가 생겨 세포가 늙거나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유머동에 글을 올려도 노이즈나 에러로 문장이 엉뚱하게 찍히게 되고 신경질이 난 원작자가 지워버린다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윤성근 박사와 김대원 박사가 주장하였다.
 
  넷째  교차결합설 이 있다. 인체내의 각종 단백질과 유전자들이 자신의 본래의 위치와 기능을 벗어나 서로 얽힘으로써 본래의 기능을 잃
게 된다며 이들 교차결합을 절단해 주는 효소를 발견한다면 인간의 수명을 무한히 늘릴 수 있다는 발상이다. 이상해 박사가 주장하였다.


  다섯째  내분비설 이 있다. 인체내의 생명활동은 호르몬의 분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호르몬의 분비 이상이 수명의 장단과 관계있다고
보는 주장이다. 그러나 호르몬의 분비라는 게 유전자의 명령에 의한 것이니까 유전자설에 상당히 꿀리고 있다. 임명준 교수가 주장하였다.
 
  여섯째  활성산소설 이 있다. 인간이 생존하려면 식품을 섭취하여야 하고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킬 때 신체에 유해한 활성산소가 발생하
게 되며 이것이 노화를 촉진하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인자가 된다는 주장으로 첫째번의  수명프로그램설 과 함께 가장 괄목할만한 주장이다.
이 학설은 배상한 학사가 주장하였다.
 
  그러길래 우리가 하루 속히 선도(仙道)를 깨우쳐 벽곡불식하게 되면 늙어 죽을 염려도 없을 뿐만 아니라

쌀 개방이다 축산물 수입이다 하는 문제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이래도 선도를 배우지 않을끼여? 
  
  그러면 선도(仙道)에서는 무어라고 하는가?
  간단히 말하겠다.
  선도에선 무위(無爲)를 주장한다.
  무위란 무아(無我)를 말한다.
  도(道)와 일체가 되기 위해선 무위여야 하며 자기 체내에 도가 실현된 후에는 자기가 도와 일체가 되며

자기는 곧 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고로 무(無)이지만 동시에 모든 현상으로 나타나므로 유(有)인 것이다.

따라서 도에 어긋난 행위로 작위(作爲)나 인위(人爲)하지 말고 도를 따라 도와 일체가 되어야 한다.
  도와 일체가 되기 위해서는 노화하기 쉬운 조잡한 육체를 정묘한 것으로 대체하기 위하여 도인(導引)을 행하며 육체의 정화를 꾀하기 위
하여 음식을 선택해야 하고 호흡에 의하여 우주의 기(氣)를 도입하여 기로써 신체를 길러야 하는 실천의 길이 있다. 이에는 흘반법(吃飯法)
과 벽곡법(僻穀法)이 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뒤에서 상론하겠노라.
  다만 음식을 먹어야 할 경우라면 반드시 생기가 많은 음식을 먹을 것이며, 자기 고향의 토양에서 나온 식품이 자기 몸에 가장 기가 맞는
단 사실을 알아야 할진저. 수입식품 외국산 식품을 탐식하는 자들은 노화를 촉진하여 스스로 단명을 재촉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신토불
이(身土不二)라는 게 바로 이를 두고 말함이니라…
 
  할아버지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쉬는데 문득 이상한 노래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 노래는 산에서 자주 만나는 벗님네인 심메마니
땅꾼 숯구비 포수 채굴꾼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니었고, 낭낭한 아가씨의 목소리였다. 늙으나 젊으나 남자란 동물은 여자라면 자다가
도 벌떡하는 동물인고로 소리나는 쪽으로 도둑고양이 뒷담 넘어가듯 살짜기 가 보았다.
  그랬더니 아주 어여쁜 처녀 하나가…


  … 역사는 그 자체로 正邪를 논하지 않으며
  … 선도는 그 자체로 僧俗을 다투지 않는다
  
  풀밭에 앉아 나물을 캐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그 처녀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들어보니 대충 다음과 같았다.
 
     칩다꺽어   고사리            어영꾸부정 활나물
     한푼두푼   돈나물           솔솔크는   솔나물
     매끈매끈   기름나물        돌돌말어   고비나물
     칭칭감어   감둘레           집어뜯어   꽃다지
     쑥쑥뽑아   나생이           어영저영   말랭이
     이개저개   지칭개           진미백승   잣나물
     만병통치   삽주나물        향기만구   시금치
     사시장춘   대나물           바느질에   골무초
     시집갔다   소박나물        오자마자   가서풀
     안줄까봐   달래나물        간지럽네   오금풀
     정주듯이   찔끔초           심심산천   백도라지
     사철좋은   미나리           한철뿐인   장다리
     꼭꼭매어   동이나물        엉성드뭇   짚신나물
     풍기누나   구린내덩굴     방귀뀐다   뽕구지
     배아프면   흰이질풀        아주까리   동백나물
     뱀대가리   사두초           높을시고   숭엄초
     허여멀건   메누리목쟁이  아들장가   메누리감나물
     살림밑천   며느리주머니  더러우면   며느리밑씻개
     각시서방   층층잔대        벗겨먹는   처녀치마
     과부생각   홀아지좃        맛둥서방   덩굴풀
     시끌벅적   댕댕이덩굴     시껍난다   으름덩굴
     넓긴넓다   하늘타리        찔끔싸서   애기똥풀
     공해막심   자리공           잘참기는   인동넝굴
     사연많아   구절초           콕콕찔러   송곳풀
     입맛돋궈   씸배나물        쓰긴쓰다   고들빼기
     오용조용   말매물           휘휘둘러   물레등이
     새거라도   더덕나물        둘이라도   원추리
     훔쳐먹는   도둑풀           떨지마라   부들나물
     둥글둥글   둥글레           질긍질긍   배부장이
     고추장에   조개나물        조개젓에   고추나물
     붉다붉어   꼭두서니        쪽쪽빨아   삘기삐비
     무셔워라   범의귀           훨씬덥다   범부채
     총각일까   술패랭이        아야파라   피나물
     시원달콤   수박풀           잘도돈다   물레풀
     얼쑤좋다   광대수염        비오는날   우산나물
     빼먹어라   등골나물        있긴있네   자라귀
     트집잡아   까타리           딱딱해서   돌나물
     구어먹는   산꿩다리        숭숭썰어   가새나물
     쭉쭉짜서   물배짜개        후벼파서   코딱지나물

 
  할아버지가 가짓수를 손꼽아 세어보니 이상하게도 꼭 일흔 하고 여덟 개였다.
   이상도 해라. 일흔 개면 일흔 개든가 여든 개면 여든 개든가 끝수를 채울 일이지. 꼭 똥 누고 밑 안 씻고, 쉬 싸고 꼭지 안 턴 것처럼 찝찝
하게 일흔 여덟 개가 멀꼬.    하고 의아해 할 때 나물 캐는 처녀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오늘도 두 개가 부족하네. 누가 두 개를 채워 줄꼬. 그러면 난 서왕모(西王母)께로 올라가고 그는 감령천(減齡泉) 물을 마시지.
 
  할아버지는 처녀의 중얼거림이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얼른 처녀에게로 다가가서
   처녀! 그 노래를 다 몰라서 그려. 
  하고 물었다. 처녀는 깜짝 놀라더니 상대가 일흔도 넘어뵈는 할아버지라 안심 팍 했는지,
   예.  하고 다소곳이 대답하였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처녀 적에 그리고 할아버지에게로 시집온 후도 나물캐러 가서 항상 불렀다는 <산나물타령> 중에 팔십나물송
(Eighty Greens Song)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바가 있다. 거꾸로도 줄줄 외울 정도였다.

그래서 입시울 가배야븐 소리로 나머지 두 개를 외워 주었다.
 
      삼년묻어   개꼬리풀        임자없다   개冒나물


  순간 처녀는 날아갈 듯 환호하며 팔짝팔짝 뛰는 것이었다. 자기는 서왕모를 모시는 청조(靑鳥)였는데 어느 날 게으름을 피다가 서왕모께
서 삼청전(三淸殿:옥황상제가 머무시는 곳)에 납시는데 선도(先導)하지 못하여 죄를 입게 되었단다.

하계(下界)에 적강하여 나물 캐는 처녀가 되었는데, 팔십나물송(Eighty Greens Song)을 완성하면 상계(上界)로 승천하게 된다는 것이다.

처녀는 갑자기 치마를 훌렁 걷어올리더니 뱅글뱅글 맴을 돌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칠성님은 청룡타고 용궁 가시고
    서왕모는 봉황타고 항아님 댁에
    고추 먹고 맴맴 조개 먹고 맴맴
 
  석양빛을 받아 처녀의 다리가 붉게 빛났다. 처녀가 더욱 빨리 맴돌자 치마가 훌러덩 벗겨져서 날개처럼 하늘로 솟구치고 허벅지의 속살
이 그대로 드러났다. 할아버지는 어느 순간 자신의 청년기 때의 힘과 욕정이 하단전에서 꿈틀함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맴을 돌고
있는 처녀에게로 달려들어 잘 씻어 놓은 무우같은 다릴 손으로 꽉 잡았다.
 
  그러나 아차차! 처녀는 벌써 저만큼 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는 더욱 몸 속에 뜨거운 열기가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양다리에 그리고 가운데 다리까지 힘을 바짝 주어 처녀가 맴돌고 있는
원의 중심으로 그대로 슬라이딩하면서 처녀의 두 다리를 태클하였다.그 순간 거의 다 벗겨져서 어깨에 걸린 푸른 치마가 날개로 변하더니
처녀는 한 마리 청조가 되어 포르릉 날아가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새를 잡으려고 쫓아갔다. 한 고갤 넘고 두 고갤 넘고… 새는 잡힐 듯
말 듯 안타깝게 눈앞에서 계속 맴을 돌고 있는 것이다.
 
  몇 개의 산고갤 넘었을까? 아마 여섯 개는 넘었으리라 생각되었다.
하나만 더 넘으면 보칠산까지 가겠구나! 그러다가  여기가 어딜까?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새는 어디로 간지 보이잖고 심하게 갈증이 났다.

옹달샘이 눈 앞에 보였다. 허겁지겁 머리를 숙이고 물먹는 하마처럼 물을 정신없이 들이켰다. 얼마쯤 마셨을까   

목도 시원하고 정신도 새로와져서 일어나 보니, 아아니, 이게 왠 일! 굽었던 허리가 펴지고 손과 이마의 주름살이 사라진거라.

피부를 만져보니 포동포동 처녀 유방처럼 탄력이 넘쳤다. 깜짝 놀라 4타9니에 손을 넣어보니 쌍방울이 힘을 받아 통통거리며 그라운드로 돌격할 채비를 하고 방망이도 꿈틀꿈틀 용을 쓰며 마구 솟구치는 것이었다. 아아, 바로 이게 아까 처녀가 말하던 감령천(減齡川)이구나!
 
  할아버지는 이제 총각이 되어 청춘만세를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도 기뻐서 자신을 감령천으로 선도해 준 새를 추모하는 노랠
한 곡조 지어 불렀다.
 
  새헤에는 나라가아느은 고오옷도오 모르으며어언서
  자꾸우마안 날아아마아안 가아아안다아아아아
  저어머어얼리이이 아아주우 머어어얼리이이…
 
  내가 암만 할아버지라고 설명을 해도 할머닌 믿지 않았다. 늙은이 망녕은 곰국으로 고치지만 젊은이 광증은 몽둥이가 약이라면서 빨래
방망이까지 들고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할아버지청년이    여보... 자영이! 
  하고 다정히 이름을 부르자 흠칫 놀라며 진짜 할아버지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처녀 시절에 저 다정히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 보다가 아니 아니 안되지 하면서도 그만 가던 발걸음 멈추고 돌아섰다가 웬수같은 할아범에게… 
 
  그럼 좋아 젊은이 우리 영감은 참나무 방망이에 옹이가 박혔으니 청년의 거시기를 검사해서 과연 그러하면 인정하겠다고 제의했다. 안방
에 들어가서 훌떡 까보니까 과연 굵직한 옹이가 박혀 있었다.  
  할아버지청년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할머니는 설레이는 마음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담날 꼭두새벽 남들이 일어나기도 전부터 할멈
은 설쳐대고 날쳐대고 아이고 할아버지청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여보, 내가 증말로 부탁하는데 당신은 욕심이 너무 많아 탈이요 샘물을 적당히 마셔요. 지나치게 마시면 부작용이 생겨요.

이런 말 있잖아.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거와 같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걱정도 팔자셔 내 젊어지면 놈팽이들인지 곰팽이들인지 따라 붙을까 봐 벌써 질투하는 거지.

흥! 내 그속을 모를 줄 알고 내가 뱃속에 들어앉았다. 당신이나 조심해.

당신 내가 첫여자 아닌 것 내가 모를 줄 알고? 총각 것이 너무 시커매서 내 다 눈치채고 있었다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참고 살았다

앞으로 젊어졌다고 바람만 피워 봐라. 한대국의 보비트가 따로 있냐. 내가 보비트다. 작두로 그냥 썰어서 떡국해 먹는다.
 
  악담을 해대고 기를 쓰고 떠난 할멈.
  할아버지청년(이거 용어가 어째 이상하다)은 할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보칠산 바로 앞 고개인 여섯번째 고개이니까 한나절 잡고…
점심 때면 돌아오겠구나… 했는데 미시(未時)가 지나도 안 오는 게 아닌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 할아버지청년은 비호같이 보칠산 앞고개 -
샘물이 금빛으로 빛났다 하여 후에 쇠우물산이라 불려짐- 으로 달려갔다.
 
  쇠우물 감령천 앞에 가보니 할머니는 어디로 가고 없고 한 갓난 여식아(女息兒)가 할머니 옷을 몸에 칭칭 말고서 응애응애 울고 있는 게
아닌가. 할아버지청년은 모든 사탤 짐작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청년은 아기가 된 할머니, 아기할머니(이거 용어가 계속 이상하다)를 풀밭에
눕혀 놓고 돌을 가져다 샘물을 꽝꽝 흔적도 없이 메꾸어 버렸다. 그리고 아기할머니를 끌어 안고 청조가 날아간 하늘쪽을 향하여 처절한 목
소리로 절규하였다.
 
      물려가 내 청춘…
      돌려가 내 젊음…
      물리도 내 할멈…
      돌리도 내 아내…
 
  이 소식을 전해들은 건강식품 판매회사와 생수판매 협회는 긴급총회를 소집하여

다음과 같이 경고문을 만들어서 용기에 부착하였다고 한다.
 
     샘물 좋다 과용 말고…
     샘물 몰라 오용 말자…
 
  그 후 이 쇠우물의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너도나도 찾는다고 떠났으나 한 사람도 돌아오지 않고 있으며, 지금은 그런 우물이 있었던 사실
조차도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다. 다만 쇠우물산의 산나물타령과 함께 쓸쓸한  전설만이 남아서 지금까지 전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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