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탑’ 세우려고 9000억원 특혜 주나 | ||||||||||||||||||||||||||||||||||||||||||||||||||||||||||||||||||||
<시사IN>은 성남공항 활주로를 3° 변경해 제2 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하는 것은 롯데에 9000억원에 이르는 특혜를 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활주로 3° 변경안은 항공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확실한 근거를 확보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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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군 장교 출신인 한나라당 국방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상희 장관의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 추진 강경 드라이브가 불러일으키는 심상치 않은 국론 분열과 군심 이반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내의 충정 어린 고언으로 볼 만한 이런 지적에 이상희 장관이 끄떡이나 할까. 현재로서는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그는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에 ‘총대를 메고’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우선 이상희 장관 스스로가 지난 7년간 국방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 신축 허용에 대해 보여준 모순된 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 논란은 군부의 15년 묵은 골칫덩어리였다. 이 기간에 이상희 장관은 합참작전본부장, 3군사령관, 합참의장을 거쳐 MB 정부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다. 장관이 되기 전 3개 보직을 역임하던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6년여 동안 그는 다른 대다수 군 간부와 마찬가지로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축 허용 반대편에 섰다. 특히 그가 맡았던 합참작전본부장은 공군의 작전권까지 관할하는 자리였다. 잠실 초고층 건물이 유사시 공군 작전상 초래할 가공할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잇단 거짓말 그랬던 그가 MB 정부 들어 국방부 장관을 맡은 뒤 왜 갑자기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 찬성론자로 돌변했을까. 그 이면에는 물론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자리한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잠실에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을 허용하자는 쪽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6년여의 군 간부 시절 그가 보여준 ‘소신 강한 군부 지도자’의 모습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상희 장관이 제2 롯데월드 문제로 군을 망신시켰다”라는 한 성우회 간부의 장탄식은 그래서 나온다. 두 번째 걸림돌은 이상희 장관이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 논란 과정에서 군과 국민 앞에 진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오랜 반대 소신을 저버리고 이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뒤부터 그는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고약한 상황까지 연출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 자리에서 “과거에는 활주로 각도 변경을 검토한 적이 없고 현 정부 들어 2008년 4월 처음으로 활주로 각도 변경을 통한 초고층 건물 신축이 가능한 안을 내놓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위 보고다. <시사IN>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보니 참여정부 시절에도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축 허용을 검토하면서 활주로 각도 변경을 통한 군사안보적·기술적 문제해결 가능성을 모조리 검토했다(18~19쪽 인터뷰 참조). 활주로 3° 변경안에 숨은 치명적 허점 <시사IN>이 입수한 공군본부 작성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문건 등 관련 정부 기록에 따르면, 심지어 2007년 정부에서는 활주로 각도를 틀 경우 항공안전과 잠실 초고층 건물 신축 가능 요건을 충족하는 데는 예산이 약 1조2000억원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 국방부는 제2 롯데월드를 신축할 경우 성남공항 안전 문제에 대해 미국연방항공청(FAA)과 국제민항기구(ICAO)에 자문하고, 비행 안전 영향평가까지 거쳤다. 이런 광범위한 조사와 자문을 토대로 당시 국무조정실은 최종적으로 제2 롯데월드의 안전한 건축 제한 고도를 203m로 도출해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 들어 국방부는 이런 내용을 감췄을 뿐 아니라 검토 방안에조차 넣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국방부가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잠실에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 신축을 허용하면서도 항공안전과 군용공항의 기능을 온전히 살려낼 수 있을까. 이 대목에도 국방부의 눈가림식 대응이 자리하고 있다. <시사IN>이 국방부가 내놓은 ‘3° 각도 변경안’을 공군 기술 전문가들에게 의뢰하고, 성남·잠실 지역 위성사진을 놓고 거리와 각도를 검증한 결과 국방부의 주장은 허점이 많았다. 국방부는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 내측 3° 변경이 ‘항공기 이륙 시 장애물 회피 기준을 충족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그림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장애물 회피기준이란 조종사가 육안으로 보고 비행(시계 비행)할 때 안전 보호구역을 뜻한다. 산악이나 초고층 빌딩 등 비행 장애물을 중심으로 반경 1852m 이내가 회피구역이다. 그동안 ‘ㅅ자형’ 활주로를 가진 성남공항에서 군용기가 이륙해 직선거리 3마일 밖에 있는 제2 롯데월드 지점에 이르면 동편 활주로에서 뜬 비행기는 장애물 회피구역의 훨씬 안쪽인 1160m, 서편 활주로 이륙기는 1960m 지점에 이른다.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경우 동편 활주로는 무려 700m나 장애물 회피기준 안쪽에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러면 국방부의 안대로 동편 활주로를 3° 틀면 이 회피기준을 벗어날 수 있을까. 공군 기술 전문가가 계산해낸 결과 이 항로는 기껏해야 장애물에서 이격 거리가 1500m에 지나지 않았다. 장애물 회피기준 1852m를 넘어서기는커녕 그 안쪽 350m 지점에 항로가 자리한 셈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이런 사실을 가리고 활주로 3° 변경안이 마치 장애물 회피구역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처럼 그림을 그려서 내는 꼼수를 뒀다. 이같은 사실이 들통나자 국방부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조종사들이 오른쪽으로 선회 비행하므로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지점에서는 장애물 회피기준을 벗어난다”라고 군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상희 장관은 성남공항 활주로 3° 변경안에 대해 “국가안보와 국민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100% 확신한다”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은 이 문제에 대한 국방위원들의 추궁에 “계기 비행과 악천후 때 사고가 날 수 있다”라고 시인했다. 대신 3° 변경 말고도 여러 첨단 장비를 보강 설치하기 때문에 충돌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군은 또 제2 롯데월드 건물(555m)을 지나는 항공기가 착륙할 때는 2000피트(약 6500m) 고도를 유지하고 건물을 지나쳐서 급강하하도록 규정을 바꾸면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성남공항의 전시 군사 안보 기능 사라진다” 하지만 이런 대책 역시 정상적인 시계 비행을 위주로 마련한 것이다. 국제 항공운항 규정에는 기체 고장·악천후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한 계기 접근 착륙 절차를 중요한 기준으로 설정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제2 롯데월드는 착륙할 때도 명백히 위험 구역에 자리한다. 성남공항은 평상시에도 국가 안보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특히 유사시 수도권을 지키는 핵심 군사시설이다. 기지 자체를 옮기지 않는 한 이 공항의 안보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시사IN>은 국방부의 3° 변경안을 들고 전·현직 공군 전투기 및 수송기 조종사 6명을 접촉해 의견을 물었다. F16 전투기를 조종하는 한 현역 공군 장교는 “비행 절차상 통신 장비가 고장나거나 악천후 등 비상 상황에서는 노자이로 어프로치를 해야 하는데 활주로를 3° 틀어도 롯데 건물과 충돌할 위험은 상존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 공군전투기 조종사는 “이륙할 때는 오른쪽으로 회피하면 된다지만 착륙이 문제다. 안전한 항공기 착륙 각도는 활주로 전방 3마일 지점(초고층 제2 롯데월드 지점)에서는 2.5°~3°를 유지해야 한다. 그 각도에서 높이는 지상 350m 안팎이다. 555m 초고층 건물 높이보다 훨씬 낮아서 충돌할 위험이 크다”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한 진짜 이유 잠실에 고도 555m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바람에 부딪혀 생기는 와류난류(Wake Tur bulence)로 항공기 이착륙에 심각한 지장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와류난류란 빌딩이나 높은 산과 같은 지형에 바람이 부딪히면 공기가 좌우 다른 방향으로 소용돌이치며 움직이는 현상이다. 한양대 기계공학부 조진수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2 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와류난류로 인근 서울공항 항공기의 이착륙에 심각한 장애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용기를 직접 조종하는 현장의 이같은 목소리와 전문가의 경고에도 국방부는 요지부동이다. 항로 주변에 더 많은 안전 장비를 확보하고, 112층 건물 꼭대기에도 조종사에게 위험을 경보하는 장치를 하므로 안전하다고 우긴다. 심지어 국방부의 한 고위 간부는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고층 건물이 많이 들어선 홍콩에서 카이탁 공항은 빌딩 사이로 점보기가 뜨고 내려도 안전에 문제가 없고, 고층 건물과 조화돼 아름답기만 하다. 제2 롯데월드가 들어서면 아름답게 느껴지고 안전하기만 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카이탁 공항은 유사시 전투기가 오르내리는 군용 공항이 아닐뿐더러 홍콩 당국은 그간 고층 건물과 항공기 충돌을 심각하게 여겨 이미 카이탁 공항을 폐쇄하고 첵랍콕 공항을 개항해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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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조종사 86% “제2 롯데월드 건설 반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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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는 이 설문조사 배경에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은 고용 증대, 국내 경제 활성화, 세계적 관광 명소 조성, 국가 이미지 제고 등 국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조사 목적이 사실상 ‘허용’ 쪽 답변을 유도하는 데 있다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그럼에도 조사에 응한 현역 군 조종사 133명과 관제사 34명 대다수가 항공 안전을 이유로 제2 롯데월드 신축을 적극 반대했다. 우선 ‘제2 롯데월드 건물과 항공기가 충돌할 위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군 조종사의 75%, 군 관제사의 85%가 각각 ‘그렇다’고 답했다. 또 ‘조종사의 이착륙이 위험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군 조종사의 80%, 군 관제사의 85%가 각각 ‘그렇다’고 답해 심각한 염려를 표했다.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이 군 관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맹점 발생으로 인한 충돌 위험이 있다는 의견도 52%나 나왔다. 이들은 주로 초고층 빌딩의 태양광 반사와 야간 조명이 이착륙을 방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시계 비행시 스트레스와 조종사가 초고층 건물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다른 장애물을 인지할 수 없게 되어 비행 착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조사에서 군 조종사의 48%는 ‘그동안 초고층 건물이나 지상 장애물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거나 관제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의 저고도 위험 비행 경험 시기는 2000년 이전이 14%, 2000년 이후가 47%였다. 또 고층 건물로 인한 비행 불편 경험에 대해서 24%의 군 조종사가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군 조종사와 관제사 가운데 압도적 다수인 88%는 초고층 건물이 비행 관제에 ‘블라인드 에어리어’(맹점 지대)를 만들어 충돌 위험을 초래하리라는 점을 가장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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