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재앙의 탑’ 세우려고 9000억원 특혜 주나

醉月 2009. 2. 19. 03:52

‘재앙의 탑’ 세우려고 9000억원 특혜 주나
<시사IN>은 성남공항 활주로를 3° 변경해 제2 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하는 것은 롯데에 9000억원에 이르는 특혜를 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활주로 3° 변경안은 항공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확실한 근거를 확보했다.
[75호] 2009년 02월 16일 (월) 12:09:56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사진합성 시사IN 이정현
“문제는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다. 그가 물러날 각오를 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와 군심을 반영한 재검토 건의를 해야 군도 살고 대통령도 산다.”
고급 군 장교 출신인 한나라당 국방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상희 장관의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 추진 강경 드라이브가 불러일으키는 심상치 않은 국론 분열과 군심 이반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당내의 충정 어린 고언으로 볼 만한 이런 지적에 이상희 장관이 끄떡이나 할까. 현재로서는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그는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에 ‘총대를 메고’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우선 이상희 장관 스스로가 지난 7년간 국방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 신축 허용에 대해 보여준 모순된 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 논란은 군부의 15년 묵은 골칫덩어리였다. 이 기간에 이상희 장관은 합참작전본부장, 3군사령관, 합참의장을 거쳐 MB 정부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다. 장관이 되기 전 3개 보직을 역임하던 국민의 정부·참여정부  6년여 동안 그는 다른 대다수 군 간부와 마찬가지로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축 허용 반대편에 섰다. 특히 그가 맡았던 합참작전본부장은 공군의 작전권까지 관할하는 자리였다. 잠실 초고층 건물이 유사시 공군 작전상 초래할 가공할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잇단 거짓말

그랬던 그가 MB 정부 들어 국방부 장관을 맡은 뒤 왜 갑자기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 찬성론자로 돌변했을까. 그 이면에는 물론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자리한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잠실에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을 허용하자는 쪽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6년여의 군 간부 시절 그가 보여준 ‘소신 강한 군부 지도자’의 모습이 설명되지 않는다. “이상희 장관이 제2 롯데월드 문제로 군을 망신시켰다”라는 한 성우회 간부의 장탄식은 그래서 나온다.
두 번째 걸림돌은 이상희 장관이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 논란 과정에서 군과 국민 앞에 진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오랜 반대 소신을 저버리고 이 대통령의 의중을 따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뒤부터 그는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고약한 상황까지 연출하고 있다.

   
ⓒ뉴시스
이상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왼쪽)이 1월12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성남공항 활주로 3° 변경과 장비보강’ 방안을 설명하며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 허용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 1월12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과 함께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상희 장관은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 허용 가능 방안을 설명하면서 “과거(참여정부)에는 현 기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비행 절차만 논의했다”라고 보고했다. 최근 마련한 신축 허용 ‘검토 의견서’도 배포했다. 국방부와 공군은 이 자리에서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을 3° 변경하고 장비를 보강하면 서울 기지의 안보상 기능이 유지되고 비행 안전에 문제점이 없어진다’는 취지로 의견서를 냈다. 이번에 ‘기지 자체 이전 방안’과 ‘활주로 방향 10° 변경 방안’도 함께 검토했지만 여러 문제점 때문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단서를 닮으로써 사실상 ‘동편 활주로 내측 3° 변경안’을 제2 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보고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 자리에서 “과거에는 활주로 각도 변경을 검토한 적이 없고 현 정부 들어 2008년 4월 처음으로 활주로 각도 변경을 통한 초고층 건물 신축이 가능한 안을 내놓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위 보고다. <시사IN>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보니 참여정부 시절에도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축 허용을 검토하면서 활주로 각도 변경을 통한 군사안보적·기술적 문제해결 가능성을 모조리 검토했다(18~19쪽 인터뷰 참조).

활주로 3° 변경안에 숨은 치명적 허점


<시사IN>이 입수한 공군본부 작성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문건 등 관련 정부 기록에 따르면, 심지어 2007년 정부에서는 활주로 각도를 틀 경우 항공안전과 잠실 초고층 건물 신축 가능 요건을 충족하는 데는 예산이 약 1조2000억원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 국방부는 제2 롯데월드를 신축할 경우 성남공항 안전 문제에 대해 미국연방항공청(FAA)과 국제민항기구(ICAO)에 자문하고, 비행 안전 영향평가까지 거쳤다. 이런 광범위한 조사와 자문을 토대로 당시 국무조정실은 최종적으로 제2 롯데월드의 안전한 건축 제한 고도를 203m로 도출해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 들어 국방부는 이런 내용을 감췄을 뿐 아니라 검토 방안에조차 넣지 않은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공군이 검토한 성남공항 활주로 각도 변경안. 당시 1조2000억원을 들여 활주로 각도를 7° 틀면 항공안전을 확보하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참여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롯데에 초고층 신축을 불허하고 건물 고도를 203m(50층 안팎)로 제한했다.
이번에 국방부가 제출한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 남측 3° 변경에 드는 비용은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방부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롯데 측이 이 돈을 대야 한다고 밝힌다. 결국 비용으로만 따져도 참여정부에 비해 1조2000억에서 3000억원으로 롯데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초고층 건물을 지을 길을 터준 셈이다. 특혜도 이만저만한 특혜가 아니다.

그렇다면 국방부가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잠실에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 신축을 허용하면서도 항공안전과 군용공항의 기능을 온전히 살려낼 수 있을까. 이 대목에도 국방부의 눈가림식 대응이 자리하고 있다. <시사IN>이 국방부가 내놓은 ‘3° 각도 변경안’을 공군 기술 전문가들에게 의뢰하고, 성남·잠실 지역 위성사진을 놓고 거리와 각도를 검증한 결과 국방부의 주장은 허점이 많았다. 국방부는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 내측 3° 변경이 ‘항공기 이륙 시 장애물 회피 기준을 충족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그림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장애물 회피기준이란 조종사가 육안으로 보고 비행(시계 비행)할 때 안전 보호구역을 뜻한다. 산악이나 초고층 빌딩 등 비행 장애물을 중심으로 반경 1852m 이내가 회피구역이다.

그동안 ‘ㅅ자형’ 활주로를 가진 성남공항에서 군용기가 이륙해 직선거리 3마일 밖에 있는 제2 롯데월드 지점에 이르면 동편 활주로에서 뜬 비행기는 장애물 회피구역의 훨씬 안쪽인 1160m, 서편 활주로 이륙기는 1960m 지점에 이른다.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경우 동편 활주로는 무려 700m나 장애물 회피기준 안쪽에 들어 있는 셈이다.

그러면 국방부의 안대로 동편 활주로를 3° 틀면 이 회피기준을 벗어날 수 있을까. 공군 기술 전문가가 계산해낸 결과 이 항로는 기껏해야 장애물에서 이격 거리가 1500m에 지나지 않았다. 장애물 회피기준 1852m를 넘어서기는커녕 그 안쪽 350m 지점에 항로가 자리한 셈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이런 사실을 가리고 활주로 3° 변경안이 마치 장애물 회피구역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처럼 그림을 그려서 내는 꼼수를 뒀다. 이같은 사실이 들통나자 국방부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조종사들이 오른쪽으로 선회 비행하므로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지점에서는 장애물 회피기준을 벗어난다”라고 군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상희 장관은 성남공항 활주로 3° 변경안에 대해 “국가안보와 국민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100% 확신한다”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은 이 문제에 대한 국방위원들의 추궁에 “계기 비행과 악천후 때 사고가 날 수 있다”라고 시인했다. 대신 3° 변경 말고도 여러 첨단 장비를 보강 설치하기 때문에 충돌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군은 또 제2 롯데월드 건물(555m)을 지나는 항공기가 착륙할 때는 2000피트(약 6500m) 고도를 유지하고 건물을 지나쳐서 급강하하도록 규정을 바꾸면 해결된다고 주장한다.

“성남공항의 전시 군사 안보 기능 사라진다”

하지만 이런 대책 역시 정상적인 시계 비행을 위주로 마련한 것이다. 국제 항공운항 규정에는 기체 고장·악천후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한 계기 접근 착륙 절차를 중요한 기준으로 설정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제2 롯데월드는 착륙할 때도 명백히 위험 구역에 자리한다. 
성남공항은 평상시에도 국가 안보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특히 유사시 수도권을 지키는 핵심 군사시설이다. 기지 자체를 옮기지 않는 한 이 공항의 안보 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시사IN>은 국방부의 3° 변경안을 들고 전·현직 공군 전투기 및 수송기 조종사 6명을 접촉해 의견을 물었다.   

F16 전투기를 조종하는 한 현역 공군 장교는 “비행 절차상 통신 장비가 고장나거나 악천후 등 비상 상황에서는 노자이로 어프로치를 해야 하는데 활주로를 3° 틀어도 롯데 건물과 충돌할 위험은 상존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직 공군전투기 조종사는 “이륙할 때는 오른쪽으로 회피하면 된다지만 착륙이 문제다. 안전한 항공기 착륙 각도는 활주로 전방 3마일 지점(초고층 제2 롯데월드 지점)에서는 2.5°~3°를 유지해야 한다. 그 각도에서 높이는 지상 350m 안팎이다.  555m 초고층 건물 높이보다 훨씬 낮아서 충돌할 위험이 크다”라고 밝혔다.

   
최근 국방부가 마련한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 3° 변경안’. 약 3000억원이 소요될 이 방안이 100% 안전하다는 국방부 주장과 달리 동편 활주로를 이륙하는 항공기는 장애물 회피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사진 안 도표는 항공기가 성남공항에 계기 착륙할 때 제2 롯데월드와 충돌할 위험성을 보여준다.
15년간 전투기를 조종하다 국내 민항기 조종사로 옮긴 한 전직 공군 중령은 “평상시 좋은 날씨만 가정하면 성남공항을 지금 그대로 두고 초고층 건물을 지어도 조종사가 피하면 그만이다. 엄밀한 항공 안전을 기준으로 보면 활주로 각도를 3° 트나 현행대로 두나 불안전성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전시가 문제다. 유사시는 후방의 전투기까지 성남공항으로 이동해 수도 방어 또는 전선 북진을 위해 대량 이륙과 대량 착륙이 필수다. 그때는 좌우 대기 비행, 선회 비행을 가리지 않는데 전방에 초고층 건물이 버티고 있으면 서울공항의 전시 군사 안보적 기능은 유명무실해진다고 봐야 한다”라고 걱정했다.

국방부가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한 진짜 이유


잠실에 고도 555m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바람에 부딪혀 생기는 와류난류(Wake Tur bulence)로 항공기 이착륙에 심각한 지장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와류난류란 빌딩이나 높은 산과 같은 지형에 바람이 부딪히면 공기가 좌우 다른 방향으로 소용돌이치며 움직이는 현상이다. 한양대 기계공학부 조진수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2 롯데월드가 건설되면 와류난류로 인근 서울공항 항공기의 이착륙에 심각한 장애가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뉴시스
제2 롯데월드와 항공기의 충돌 위험을 경고하는 조진수 교수.

그러나 군용기를 직접 조종하는 현장의 이같은 목소리와 전문가의 경고에도 국방부는 요지부동이다. 항로 주변에 더 많은 안전 장비를 확보하고, 112층 건물 꼭대기에도 조종사에게 위험을 경보하는 장치를 하므로 안전하다고 우긴다. 심지어 국방부의 한 고위 간부는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고층 건물이 많이 들어선 홍콩에서 카이탁 공항은 빌딩 사이로 점보기가 뜨고 내려도 안전에 문제가 없고, 고층 건물과 조화돼 아름답기만 하다. 제2 롯데월드가 들어서면 아름답게 느껴지고 안전하기만 할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카이탁 공항은 유사시 전투기가 오르내리는 군용 공항이 아닐뿐더러 홍콩 당국은 그간 고층 건물과 항공기 충돌을 심각하게 여겨 이미 카이탁 공항을 폐쇄하고 첵랍콕 공항을 개항해 운영한다.

항공 안전이나 국가안보 면에서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져야 할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안을 국방부가 이처럼 서둘러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방부는 공식적으로는 ‘상황이 바뀌어서’라고 설명한다. 그 바뀐 상황이란 지난해 롯데 측에서 제2 롯데월드 빌딩 신축을 허용해주면 성남공항 시설 변경 비용을 대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국방 수뇌부도 지난 15년 동안 국가안보를 이유로 제2 롯데월드 신축을 반대한 인사들이다. 돈 부담 문제를 소신인 안보와 바꿨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야권에서는 그 이면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제2 롯데월드 신축 주관사인 (주)롯데물산 장경작 사장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 동창 사이로서 오랫동안 롯데 측과 각별한 인연을 과시한 바 있다. 제2 롯데월드를 둘러싼 특혜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는 이유다(20~21쪽 딸린 기사 참조).

지난 1월12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 자리에서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은 의미 있는 ‘실언’을 했다. 김무성 국방위원이 “활주로 3° 변경안은 언제 제안됐습니까”라고 묻자 이 총장은 묵묵부답이었다. 김 의원이 재차 “묻는 말에 제대로 답변을 해야지, 시간이 없는데”라고 다그치자 이 총장은 엉겁결에 “그것은 잘 아시다시피 지난해 4월에 청와대에서…”라고 답해버린 것이다.

바로 이런 사정 때문에 국회 국방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활주로 3° 변경을 통한 제2 롯데월드 신축 허용’이 국가 안보를 도외시한 친재벌 정책의 결정판이라며 반대한다. 예비역 군장성의 모임인 성우회 한 간부는 “국가 안보를 한 재벌 기업의 이익에 저당 잡힌다면 이상희 장관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라며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인맥이 MB와 롯데 ‘중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롯데가 공격 경영으로 전환했다.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기업 인수와 각종 인허가 사업을 추진한다. 이명박 정부가 롯데에 특혜를 준다는 소문이 퍼지는데….
[75호] 2009년 02월 16일 (월) 12:03:48 주진우 기자 ace@sisain.co.kr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1월 청와대 환영만찬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신동빈 롯데 부회장(오른쪽).
‘야구 수도’ 부산을 연고로 하는 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는 롯데를 모태신앙으로 하는 광팬과 부산·경남의 탄탄한 선수층을 가졌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다. 팬들은 그 이유를 구단의 지원이 모자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롯데 자이언츠를 담당한 한 스포츠신문 기자는 “롯데를 좋아하는 자이언츠 팬이 없을 정도로 구단의 지원이 빈약했다”라고 말했다. 구단의 짠돌이 경영으로 롯데는 추신수·백차승·문동환·전준호·김민재 등 알짜 선수를 놓쳤다. 모험을 두려워하는 구단 성격 탓에 선수 영입 승부에서는 번번이 밀렸다. 롯데가 우승권에서 멀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00~2007년 롯데는 플레이오프 언저리에 가보지도 못했다. 그 7년 동안 꼴찌를 네 번이나 했다.

그런데 지난해 롯데가 새로운 팀이 되었다. 거액을 주고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용병을 맞아들이는 등 과감한 투자로 돌아섰다. 롯데는 연일 구름 관중을 부르더니 결국 지난 시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야구단은 모기업의 색깔을 그대로 따라간다. 자이언츠 구단처럼 롯데그룹은 돌다리를 두드리듯 모험을 피했다. 부동산처럼 위험이 적은 일에만 적극성을 보였다. 이는 롯데그룹 총수인 신격호 회장의 스타일이기도 했다.

신 회장을 대신해 한국 롯데를 책임지는 신동빈 부회장은 결정적인 대목에서 종종 헛손질을 했다. 2004년 해태제과, 2005년 진로, 2006년 까르푸 등 롯데는 공들인 기업마다 인수에 실패했다. 신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 세븐일레븐(편의점)·크리스피크림(도너츠) 등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논란 속에 인수했던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은 인수 후 당기순이익이 100억원 이상 줄었다. 여기에 러시아·중국 등 해외사업 분야도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자 신 부회장에게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이명박 정부 들어 숨가쁘게 ‘기업 쇼핑’


하지만 지난해부터 롯데가 달라졌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롯데는 숨이 가쁠 정도로 기업 쇼핑에 나서고 있다. 롯데는 올해 초 소주시장 2위인 두산주류를 인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코스모투자자문을 인수했으며, 10월에는 네덜란드계 대형 마트 ‘마크로 인도네시아’를, 8월에는 네덜란드 초콜릿 회사 ‘길리안’을 인수했다. 롯데는 오비맥주·갤러리아백화점·대신증권 인수에도 관심이 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해 9월부터 롯데 계열사들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2조원가량 마련했다.

특히 정부 협조가 필수인 분야에서 롯데의 질주는 두드러진다. 지난 4월 롯데가 추진한 인천 계양구 골프장 건설 허가가 국토해양부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지역민들과 마찰이 큰 사업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롯데칠성이 물류센터로 사용해온 서울 서초동 부지 3만3000㎡(약 1만 평)가 상업용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서초동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용도 변경 도장 하나가 이 땅의 가치를 10배 이상 올려놓았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이 부지에 주거시설·호텔·백화점 등이 결합된 롯데 타운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 대기업의 간부는 “현 정부 들어 롯데의 로비가 삼성을 제외하고는 현대나 LG보다 더 잘 먹히는 것 같다. 각종 허가와 용도 변경에 뛰어든 다른 기업보다 롯데는 몇 발짝 앞서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제2 롯데월드 신축 허가를 받자, 롯데는 현 정부의 독보적인 수혜기업으로 주목되기 시작했다. 제2 롯데월드 건설 사업은 1994년부터 신격호 회장의 구상으로 추진된 평생 숙원사업이다. 전세계가 놀랄 만한 112층 555m 높이의 초고층 건물에 호텔·백화점· 위락시설을 갖춘 ‘한국의 디즈니랜드’를 짓고자 했다. 신 회장은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 입국을 이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제2 롯데월드 건설(위)은 1994년부터 신격호 회장(작은 사진)이 추진한 숙원사업이다. 오른쪽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장경작 롯데 총괄사장.
롯데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제2 롯데월드는 그 자체가 엔터테인먼트가 집약된 기념비적인 건물이 될 것이다. 건축비만 2조원가량 소요될 이 사업은 공사에 연인원 250만명, 완공 후에는 2만3000명의 상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의 한 계열사 사장은 “롯데는 돈이 있고 기술도 있다. 그래서 어느 초고층 빌딩 사업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제2 롯데월드 사업은 서울공항 비행안전 문제에 걸려 번번이 무산됐다. 그런데 이제는 롯데에게 555m짜리 마천루를 허용하면서 경기 성남 시민에게는 45m 고도 제한을 고수한다. 경기 성남시 판교 신도시에 짓는 쓰레기 소각장 굴뚝이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을 위협한다는 공군의 지적으로 58m 높이로 건설되고 있다. 토지공사 한 관계자는 “소각장 굴뚝이 제구실을 하려면 최소한 높이가 70m는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혜 시비에 휩싸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는 “제2 롯데월드 건설이 한국 경제를 위한 생산적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 롯데가 잠실을 고집하고 정부가 비행장 활주로를 옮기면서까지 건축 허가를 내주는 것은 특혜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사장은 “안보 문제를 무시하고 롯데가 꼭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가 빈약하다”라고 말했다.

특혜설의 한가운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롯데의 인연은 깊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 롯데호텔에 집무실을 두고 있었다. 후보 시절에도 롯데호텔에서 핵심 참모들과 회의를 했다. 대선 투표 당일 개표 결과를 지켜본 곳도 이곳이었다. 그 때문인지 이 대통령과 신격호 회장 독대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도 롯데호텔을 주로 이용한다. 현 정부 들어 정부 행사와 외빈의 숙소를 롯데호텔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때 제2 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내줬다가 취소한 바 있다.

이 대통령과 롯데의 깊은 인연

롯데호텔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김윤옥 여사와 호텔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우리 호텔에 드나들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대통령과 신격호 회장은 경북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일본에 건너갔고 자수성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대구·경북 지역 임원이 많아서 자연스레 현 정권과 인연이 닿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쇼핑 이철우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MB는 내 조카뻘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 커넥션을 의심한다. 민주당은 “제2 롯데월드는 대통령 친구를 매개로 한 신(新)정경유착이자 재벌 특혜, 그리고 친구 게이트다”라는 논평을 냈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 롯데 총괄사장직에 오른 장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인 이명박 대통령과 동기 동창이다. 장 사장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과 더불어 이 대통령이 마음을 털어놓는 측근 고대 인맥으로 꼽힌다.

 

“제2 롯데월드 신축 안보 위해 접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으로 제2 롯데월드 신축을 적극 추진했던 이종석씨가 ‘노무현 정권이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75호] 2009년 02월 16일 (월) 12:06:09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시사IN 안희태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으로 제2 롯데월드 신축을 적극 추진했던 이종석씨가 ‘노무현 정권이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사진)은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수 중이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 허용을 추진하다 안보·기술적 이유로 접어야만 했던 숨은 사연을 <시사IN>에 털어놓았다.

참여정부 때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 신축 허용을 적극 추진하다가 왜 접었나.

2003년 말부터 2004년 초 사이에 노 대통령은 매주 열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마다 고용 문제를 고민하면서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을 허용하면 일자리 2만8000개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가 첨단 고도 산업화의 길을 걷다 보니 성장 속의 저고용 문제로 대통령이 골머리를 앓던 때였다. 나는 보좌하는 처지에서 대통령 뜻을 적극 받들어 롯데에 초고층 건물을 짓도록 허용해주는 방향으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이고 군용 공항에 관한 문제이므로 민간 전문가 대신 공군 기술전문 장교 2명을 불러다 초고층 건축 허용이 가능한 쪽으로 모든 기술을 검토하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종합 검토한 결과 국가 안보 문제와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했고, 나는 그대로 대통령께 보고를 올렸다. 노 대통령은 ‘무척 아쉽지만 중대 국가 안보가 걸리니 초고층 허용은 접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때가 2004년 초다.

당시 공군의 기술 검토 결과는 무엇이었나.
NSC의 기본 구상은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성남공항이 온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면서 초고층의 제2 롯데월드 신축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검토해도 국내외 항공관련법은 물론이고 기술적으로 안전을 확보하면서 초고층 건물을 허용할 방법이 현실적으로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전시라든지 일반 비행이 불가능한 계기비행 때 심각한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고 나왔다. 공군 기술진은 제2 롯데월드가 꼭 초고층으로 가야겠다면 성남공항 두 활주로 가운데 보조 활주로를 폐쇄하고 주활주로 하나만 남기는 방안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 전시는 물론 평시 군용공항 기능이 사실상 상실된다. 그래서 나는 공군에 활주로 각도를 틀어서라도 성남공항의 기능을 살리면서 초고층 신축을 승인해줄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활주로 각도를 어떻게 트는 방안이 나왔나.

안전 확보가 가능한 범위로 활주로 각도를 틀려면 두 활주로 북쪽 끝 각도를 최소 6°는 동편으로 옮기면 된다고 했다. 숫자에 대한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6° 이상 트는 방안을 가지고 검토했다. 이 경우 항공 안전을 유지하면서 112층 건물을 허용하자니 신규로 광범위한 비행 안전 보호구역 설정이 불가피했다. 국가 정책을 결정하면서 민원과 형평성 면에서 볼 때 그렇게는 갈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활주로를 변경할 때 드는 막대한 비용 문제는 고려 사유조차 되지 않았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최근 참여정부 당시 활주로 각도를 트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았고, 이번에 처음으로 3°와 10° 두 가지를 검토했다고 공식 답변했는데….

이런 거짓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나는 공군 측에 많은 유감을 가지고 있다. 당시 공군은 활주로 각도를 트는 방안을 분명히 검토해서 NSC에 보고했고, 그 부작용까지 내놓았다. 그때 각도를 틀어서 안 된다고 하던 문제를 지금 와서 갑자기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공군이 들고 나오는 이유를 도무지 납득하지 못하겠다.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는 대형 수송기가 많다. 안전이 100% 확보된 상태에서도 기계 고장과 사람의 실수로 사고가 나는 법인데 3° 틀어서 어떻게 하자는 건지 걱정스럽다.

이상희 장관은 거짓말이 탄로나니까 다시 말을 바꿔 ‘참여정부 때는 주활주로(서편)만 7° 트는 방안을 검토했다’라고 수정했는데….
분명히 밝히지만 당시 공군은 두 개 활주로 모두 각도를 트는 방안을 검토했다. 지금 와서 주활주로 하나만 각도 변경을 검토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당시 관련자의 처지를 생각해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지만 그 작업을 했던 사람들이 현재 공군 안에 있다.

NSC가 제2 롯데월드 초고층 허용을 부정적으로 대통령에 보고한 뒤에도 경제 부처를 중심으로 2006년 허용 재검토 작업이 이뤄졌는데….
사실 나는 당초 112층짜리 건물을 짓는 데 찬성했다. 일자리 2만8000개를 노 대통령이 하도 강조하니 어떻게든 허용하는 쪽으로 보좌하고 싶어 공군에 활주로 각도까지 틀어보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안보상 어렵다니 더는 수고하지 말고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지시해 종결된 일이다. 노 대통령의 스타일은 참모나  국방 수뇌부에게 의견을 비교적 자유롭게 개진토록 하고 이치에 맞으면 속내로는 싫어도 따르는 편이었다. 그때 군에서도 여러 간부가 대통령을 만나 제2 롯데월드 허용에 반대한다고 개진했지만 이에 맞서 노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관철하겠다고 윽박지르지 않았다. 군이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이므로 대통령도 안보 문제는 군의 의견을 가장 존중한다는 원칙을 가져서 그런 것이다.

2007년 7월 경제 부처의 적극 재검토를 거친 최종 국무조정회의 결론도 국가 안보와 항공 안전상 제2 롯데월드 신축은 고도를 203m(50층 안팎) 이내로 제한해 추진해야 한다고 나왔는데….
2004년 NSC 보고로 대통령이 허용 불가 결론을 내린 지 2년여 뒤 건교부 등 경제 부처 중심으로 재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 나는 당시 재논의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미 군사안보적·기술적으로 불가 판단이 나와 대통령 결심이 확고했기에 그 뒤에 추진한 초고층 허용 재검토 논의는 소용없는 일이었다고 본다.

현재 이상희 장관은 제2 롯데월드 초고층 허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당시에도 찬성론자였나.

이상희 장관의 요즘 발언과 태도는 정말 의외다. 이 장관은 그때 3군사령관이었는데 군 간부로서 결코 만만하지 않고 대가 있는 분이었다. 노 대통령 앞에서도 거침없이 소신 발언을 했다. 이상희 장관을 포함해 당시 군 간부 가운데 제2 롯데월드 초고층 허용을 찬성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요즘 초고층 허용 강행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나.

정부가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걱정이다. 공군이 나서서 ‘참여정부 때는 기술 부족으로 어려웠지만 지금은 신기술이 개발돼 약간의 각도 변경만으로도 충분히 안전하다’라고 하든지, 정부 차원에서 ‘국가 안보를 고려하면 충분한 안전 확보 방안은 아니지만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 각도를 틀어서라도 허용해야겠다’라고 국민에게 솔직히 말하고 동의를 구할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요즘 군 수뇌부가 이 문제를 두고 거짓말을 거듭하고, 반대론자에 대해 우격다짐식으로 나오다 보니 모양새가 다 구겨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군부는 정치군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다.  군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문민 통수권자 밑에서 군 수뇌부가 이렇게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정치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국민과 군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공군 조종사 86% “제2 롯데월드 건설 반대”
[75호] 2009년 02월 16일 (월) 12:07:26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공군 조종사들은 초고층 제2 롯데월드가 들어설 경우 악천후나 기체 고장으로 인한 충돌 위험성이 크다고 말한다. 오른쪽은 2002년 김해공항 인근 돛대산과 충돌해 129명이 사망한 중국 민항기 사고 현장. 왼쪽은 2005년 비상 착륙 중 공항 인근 아파트와 충돌해 200명이 사망한 이란 여객기 사고 장면.
현역 공군 조종사와 관제사들은 잠실 초고층 제2 롯데월드 신축을 크게 걱정한다. 이는 2007년 2월27일 국토부(당시 건교부)가 이들을 상대로 실시해 보관해오던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한나라당 국방위 유승민 의원실에서 확보하면서 확인됐다. 당시 건교부는 경제 논리를 앞세워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 허용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군과 민간 조종사, 관제사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건교부는 이 설문조사 배경에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은 고용 증대, 국내 경제 활성화, 세계적 관광 명소 조성, 국가 이미지 제고 등 국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므로~’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조사 목적이 사실상 ‘허용’ 쪽 답변을 유도하는 데 있다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그럼에도 조사에 응한 현역 군 조종사 133명과 관제사 34명 대다수가 항공 안전을 이유로 제2 롯데월드 신축을 적극 반대했다.
우선 ‘제2 롯데월드 건물과 항공기가 충돌할 위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군 조종사의 75%, 군 관제사의 85%가 각각 ‘그렇다’고 답했다. 또 ‘조종사의 이착륙이 위험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군 조종사의 80%, 군 관제사의 85%가 각각  ‘그렇다’고 답해 심각한 염려를 표했다.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이 군 관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맹점 발생으로 인한 충돌 위험이 있다는 의견도 52%나 나왔다. 이들은 주로 초고층 빌딩의 태양광 반사와 야간 조명이 이착륙을 방해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시계 비행시 스트레스와 조종사가 초고층 건물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다른 장애물을 인지할 수 없게 되어 비행 착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조사에서 군 조종사의 48%는 ‘그동안 초고층 건물이나 지상 장애물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거나 관제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의 저고도 위험 비행 경험 시기는 2000년 이전이 14%, 2000년 이후가 47%였다. 또 고층 건물로 인한 비행 불편 경험에 대해서 24%의 군 조종사가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군 조종사와 관제사 가운데 압도적 다수인 88%는 초고층 건물이 비행 관제에 ‘블라인드 에어리어’(맹점 지대)를 만들어 충돌 위험을 초래하리라는 점을 가장 걱정했다.

초고층 건물로 인한 비행 착각 발생이 항공기 이착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자는 70%였다. 시계 비행을 할 때 초고층 건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착륙 비행 조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답변은 50%였다. 계기 비행을 할 경우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82%에 이르러, 우려 정도가 훨씬 높았다.
 조사의 최종 목적에 해당하는 문항이라 할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 찬반’ 질문에는 군 조종사의 86%가 ‘항공 안전상 건축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나머지 11%는 ‘안전 보강 조처’를 전제로 조건부 찬성을 했고, 극소수인 3%만이 안전상 문제 없으니 건축을 허용해도 된다고 답했다.

 

제2 롯데월드 유감
공단 전봇대는 뽑고, 서울공항엔 초고층 전봇대 꽂고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서울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틀어도 제2 롯데월드의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는다. 대불공단의 전봇대는 뽑아낼 수 있었다지만 서울공항 항로 옆에 한번 박힌 ‘전봇대’는 뽑아낼 수도 없다.
 
 

제2 롯데월드 조감도와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해 주기 위해 횡성으로 옮겨가는 KA-1공격기(작은 사진).

차도는 차가 다니는 곳이니 차 흐름에 방해를 주는 지점에 전봇대를 세워놓으면 안 된다. 도로를 확장할 때는 구(舊)도로 가장자리에 있던 전봇대를 ‘반드시’ 새로 확장한 도로의 가장자리로 옮겨놓아야 한다. 전봇대를 그대로 두고 도로를 확장하면 도로를 넓힌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전남 영암의 대불공단 전봇대 두 개를 뽑아 관료주의를 혁파하는 상징적 충격을 주었던 이명박 정부가 ‘하늘 길’에 대해서는 거꾸로 전봇대를 박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서울공항의 이착륙 항로 인근에 건설을 허가하려고 하는 제2 롯데월드가 바로 그것이다.

제2 롯데월드는 위 그림처럼 연면적이 아주 넓은 저층부와 첨탑처럼 치솟은 초고층부로 구성된다. 저층부는 서울 삼성동의 KOEX처럼 복합 문화공간이 되고, 초고층부는 호텔이나 사무실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저층부는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부활주로’라고도 한다)로 인한 비행안전구역의 제한 고도보다 낮은 높이기에 비행안전구역선 안에 지어도 무방하다. 문제는 555m까지 올라가는 초고층부인데, 롯데그룹은 초고층부를 동편 활주로로 인한 비행안전구역선 바로 바깥에 짓겠다고 해왔다.

비행안전구역 설정을 규정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대로라면 이 초고층부는 비행안전구역 바로 바깥에 있으니, 서울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의 이착륙 흐름을 막는 ‘규제의 전봇대’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공군은 이 초고층부가 항공기 이착륙에 큰 부담을 준다며 555m 건물 건설에 반대해왔다.

제2 롯데월드와 현재의 비행안전구역선. 롯데 제공 자료

헌법 제23조 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롯데 측은 이 조항을 근거로 공군을 공박해왔다. 즉 “제2 롯데월드 건설을 막으려면 헌법 규정 대로 법률로 해야 한다. 제2 롯데월드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의한 비행안전구역 선 바깥에 있어 이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데, 왜 공군은 롯데그룹의 재산권 행사를 막느냐”며 2007년 11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기차도 탈선을 한다

차도를 달리게 돼 있는 자동차도 이따금 인도로 뛰어드는 게 현실이다. ‘하늘 길’에는 인도와 차도를 나누는 ‘턱’이나 가드레일 같은 것이 없다. 하늘의 날씨가 얼마나 변화무쌍한가. 하물며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도 레일을 벗어나 ‘탈선’할 때가 있는데, 서울공항 활주로를 이착륙하는 항공기가 비행안전구역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롯데가 낸 헌법소원 문제는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법률에는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이 바로 그것이다.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이나 법인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여러 단계에 걸친 심의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을 할 때부터 제2 롯데월드 건설에 매우 호의적이었다. 그가 시장을 하던 2006년 2월22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잠실지구에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 건설이 포함된 지구단위계획(일명 도시계획) 심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공군은 제2 롯데월드를 203m 이하로 지으면 반대하지 않겠다며 지방자치법에 의거해 즉각 행정협의조정을 신청했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2007년 7월 ‘제2 롯데월드의 건축고도를 203m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자 꿈이 막힌 롯데는 ‘왜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 행사를 막느냐’며 그해 11월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결국 롯데가 제기한 헌법소원은 과연 지방자치법이 재산권 행사를 제한할 법률이 될 수 있는지를 물은 것이 된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아직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전혀 다른 국면이 전개됐다.

2008년 4월28일 이 대통령이 이상희 국방장관에게 “(제2 롯데월드 건설 문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해 보세요.” “그런 식이니까 14년 동안 결정이 안 난 것 아닙니까. 날짜를 정해놓고 그때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하세요”라고 하고, 이어 9월말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을 합참차장인 이계훈 공군 중장으로 갑자기 교체한 것이 국면 전환의 시작이었다.

2008년 12월30일 롯데가 서울시에 제2 롯데월드 신축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하자, 서울시는 바로 다음날 행정협의조정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그리고 올해 1월7일 국무총리실 주최로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가 열렸다.

이 위원회에 참석한 공군은 ‘기특하게도’ 제2 롯데월드를 짓게 해줄 수 있는 ‘방안’ 세 가지를 들고 나왔다. 이 위원회에서 가장 현실성 있다고 판단한 것은,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를 3도 틀고 안전장비를 보강하자는 안(案)이었다.

   

동편 활주로를 3도 틀어도 제2 롯데월드와 비행안전구역의 정중앙선 사이 거리는 1852m밖에 되지 않는다. 1852m는 규범상 장애물을 회피하기 위해 띄워야 하는 최소거리다.

358m 더 벌어진다고 안전해?

1월7일 열린 위원회는 실무 차원에서 양쪽 의견을 조정해보는 실무위원회였다. 실무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은 본 위원회에서 다시 검토하나 대개는 실무위원회에서 합의된 것을 그대로 통과시킨다. 이 때문에 제2 롯데월드 건설은 사실상 허가된 셈이라는 보도가 나오게 되었다.

국무총리실 본위원회에서 협의조정이 완료되면 서울시는 서울시 차원에서 제2롯데월드 건설을 ‘심의’하고, 송파구청은 건축을 ‘허가’하는 요식행위를 함으로써, 제2 롯데월드는 공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지금 정부는 동편 활주로 방향을 3도 틀면 제2 롯데월드를 지어도 항공기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3도’의 실상을 알고 나면 ‘과연 이 주장을 믿어도 될까’하는 회의가 생긴다. 동편 활주로를 3도 틀어줌으로써 제2 롯데월드와 비행안전구역 사이에서 더 벌어지는 거리는 358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날아가는 항공기에 358m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거리다.

358m 더 벌어지게 해도 비행안전구역 중앙선과 제2 롯데월드 초고층부 사이 거리는 1852m밖에 되지 않는다. 1852m 거리를 두고 항공기가 제2 롯데월드의 ‘허리 춤 높이’로 지나가는데, 제2 롯데월드는 절대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또 누가 항공기는 항상 비행안전구역의 정중앙을 지나간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그림참조).

이러한 부담 때문에 공군은 롯데 측이 동편 활주로를 3도 트는 공사비와 안전장비를 보강해주더라도 몇 가지 조치를 더 추진한다. 첫째가 서울공항에 배치돼 있는 KA-1 대대를 횡성기지로 옮기는 것이다.

KA-1은 KT-1 기본훈련기를 개조한 저속 공격기로 공기부양정을 이용해 서해로 침투해오는 북한군 해상저격여단을 막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북한의 공기부양정은 매우 빠른데다, 해군 고속정이 항해할 수 없는 얕은 바다와 뻘 위로도 달릴 수 있어 추격이 매우 어렵다. 공기부양정을 잡는 데는 전투기의 절반 속도를 내는 KA-1이나 공격헬기가 적격이다.

따라서 KA-1은 유사시에 대비한 긴급발진 훈련을 반복한다. 긴급발진은 최단시간 안에 비행안전구역을 벗어나 작전지역으로 날아가는 것이라, 인근에 초고층 빌딩이 있으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아예’ 없애기 위해 공군은 KA-1 대대를 횡성으로 옮기겠다고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서 북한의 공기부양정 침투를 막을 부대는 주한 미 육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만 남게 되는데, 이 대대는 오는 3월 한국에서 철수해 아프간으로 간다.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가 철수하는데 공군은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위해 KA-1 대대를 횡성으로 옮기겠다고 한 것이다.

수도권에는 비상활주로도 없다

그러나 KA-1 대대를 옮겨도 유사시 제2 롯데월드는 여전히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 유사시에는 전후방에 있는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전투기들이 적기와 쫓고 쫓기는 전투를 벌이게 된다. 작전에 들어간 전투기는 금방 연료가 바닥나는데, 이 전투기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활주로를 향해 날아온다. 이러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부는 서울 인근 도로에 여러 개의 비상활주로를 만들어놓았었다.

이 중 가장 유명했던 것이 서울 톨게이트와 신갈 인터체인지 사이 경부고속도로 상에 있던 비상활주로다. 그러나 이 비상활주로는 이곳을 지나가는 자동차가 너무 많아, 유사시에도 사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져 비상활주로에서 해제됐다. 덕분에 주변 지역에 설정돼 있던 고도제한도 풀렸다. 서울에서 김포시를 잇는 48번 국도에도 비상활주로가 있었으나, 그곳 역시 자동차 통행량이 너무 많아 비상활주로에서 해제되었다.

그리고 공군과 해군은 자유로에 비상활주로를 만들려고 했으나, 한강 바로 옆에 있어 안개가 자주 끼어 건설을 포기했다. 이로써 서울 인근에는 비상활주로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현재 수도권에서 유사시 전투기가 긴급히 내릴 수 있는 곳은 서울공항과 수원기지뿐이다. 유사시 연료가 떨어진 전투기가 최단거리로 서울공항을 향해 날아오는데 그 앞에 555m의 빌딩이 서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더욱이 일기마저 매우 나쁘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KA-1 대대를 횡성으로 옮겨도 서울공항에는 백두-금강 정찰기부대와 수송기부대, 대통령 전용기부대가 남는다. 이들 가운데 KA-1 다음으로 긴급발진을 자주 하는 것이 백두-금강 정찰기다.

   

정찰기는 북쪽에서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바로 떠야 한다. 날씨가 나빠도 북한군의 동태가 수상하면 띄워야 한다. 긴급발진하는 백두-금강기에 초고층 빌딩은 큰 부담이 된다. 때문에 공군은 장기적으로 백두-금강 정찰기도 후방기지로 옮길 것을 검토하고 있다. 수송기와 대통령전용기만 서울공항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송기도 육군 특전단 요원을 낙하시키는 작전에 들어가면 은밀하게 이착륙해야 한다. 은밀하게 이착륙하는 수송기는 자체 레이더를 쓰지 않는다. 레이더를 사용하면 적이 레이더파를 포착해 금방 아군 수송기의 위치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자기 레이더는 쓰지 않고 공항에서 보내주는 전파만 수신해 비행하는 수송기 앞에 555m의 빌딩이 있다면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늘어나는 서울의 초고층빌딩

매일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6년 서울시에는 4개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다. 가장 높은 것은 640m를 목표로 2014년 완공 계획인 서울 상암동의 서울라이트 빌딩(133층)이다. 두 번째는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서울 용산에 2016년 완공하려는 용산드림타워(620m, 150층)이고, 세 번째가 제2 롯데월드(2014년 완공 예정, 112층), 네 번째가 서울 뚝섬에 짓는 550m의 현대자동차 사옥(110층, 2015년 완공 예정)이다.

초고층 빌딩이 늘어나면 항공기 운항은 더욱 불편해진다. 따라서 공군은 물론이고 김포공항도 초고층 건물의 위치와 항로 관계를 세심히 살피고 있다. 초고층 빌딩이 늘어나면 항공사고의 부담 때문에 공항을 옮기라는 주장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공항 인근에 제2 롯데월드가 건설되면 다른 시행사들도 초고층 건물을 공항 옆에 건설하려고 할 것이다.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를 3도 트는 것이 결코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 롯데 측이 더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 측은 VOR/DME와 PAR이라고 하는 정밀 유도장비를 구입해 서울공항 측에 제공한다. 그런데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에 제2 롯데월드가 완공되면 그 안에 ACAS(에이카스, Airborne Collision Avoidance System·공중충돌 회피 장치)를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ACAS는 일정한 범위 안에 항공기가 접근해오면 경보를 발한다.

제2롯데월드에 입주한 사람들은 이 건물 안에 ACAS가 있는지, ACAS가 경보를 발했는지도 모르고 생활한다. ACAS의 경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건물을 관리하는 중앙제어실뿐이다. ACAS가 경보를 발하면 중앙제어실 요원들은 황급히 서울공항을 통해 경보 사실을 날아오는 항공기의 조종사에게 전달해, 빨리 회피조작을 하게 한다. 그리고 무사히 항공기가 지나가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Think the unthinkable

안보를 다루는 학자들은 “Think the unthinkable(생각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하라)” “Imagine the unimaginable(상상할 수 없는 일을 상상하라)”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사고와 안보위협은 상상할 수도 없는, 생각할 수도 없는 형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2001년 미국이 당한 9·11테러다. 출근 시간 대에 민항기를 탈취한 테러범들이 이 민항기를 건물을 향해 몰아 충돌하는 테러를 하리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6·25전쟁도 ‘설마’하다 당했다.

서울공항의 이착륙 항로 옆에 짓겠다는 제2 롯데월드는 이 공항 처지에서 본다면 전봇대다. 대불공단의 전봇대는 금방 뽑아낼 수 있지만 초고층 건물이라는 전봇대는 한번 박히면 뽑아낼 수가 없다. 경기를 살린다는 이유로 전봇대를 박아놓고, 우리는 항공기가 지나갈 때마다 비가 오면 물에 엄마 무덤이 떠내려갈까봐 걱정하는 청개구리처럼 제2 롯데월드의 ACAS는 “개굴개굴” 울어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나라가 아니다. 법치국가다. 국무총리실은 서둘러 행정조정협의 본위원회를 열어 공군과 롯데 간의 합의를 확정지을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법에 따라 롯데그룹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물은 롯데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부터 지켜보는 것이 순서다. 헌법에 합치한다면 못 짓게 하고, 그렇지 않다면 짓게 하면 된다. 법치국가답게 법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