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고 종이가 남으면, 종이학 못지않게 많이 접는 것이 아마 종이비행기가 아닐가 싶다. 종이학은 반드시 정사각형으로 맞춰야 하지만 종이비행기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직사각형의 A4 용지로도 쉽게 접을 수 있는데다가 가지고 노는 재미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유롭게 느린 속도로 활공하는 종이비행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도리어 빠른 속도를 목표로 만들어진 날개가 있다. 바로 ‘삼각날개’다.
빠르게 비행하는데에는 후퇴각을 크게 해주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했다. 하지만 후퇴각이 점차 커지면 커질수록, 구조적으로는 약해지기 때문에 만들기가 까다로워진다. 구조적으로 후퇴날개는 날개와 동체가 접히는 부분이 수직으로 만나지 않고 꺾여져 만남에 따라 구조적으로 직선 날개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된 구조물은 동체와 가급적 수직으로 만나면서도, 후퇴각을 크게 주는 방법을 찾다보니 나온 형상이 바로 삼각형이었다.
삼각날개는 구조적으로 후퇴날개에 비해 더 튼튼하게 만들기가 쉬웠다. 그러다보니 구조적 보강이 더 적어도 되었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볍게 된다. 일정 수준으로 후퇴각을 갖게 하려면, 삼각날개의 좌우 폭이 좁아진다. 그 결과 후퇴날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날개 면적에 비해서 날개의 폭이 좁아지게 되는데 이것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갖는다. 폭이 좁아지면서 후퇴날개를 갖다보니 날개뿌리 쪽은 앞뒤로 길고, 날개 끝쪽은 앞뒤로 짧다.
날개 뿌리 쪽이 앞뒤로 길다는 말은 두께의 비율이다. 즉 길이에 비해 얼마나 두꺼운가가 관건이다. 그래서 똑같이 두께비가 5%라고 하더라도, 앞뒤 길이가 30cm라면 두께는 그것의 0.05배인 1.5cm가 되지만, 앞 뒤 길이가 3m가 된다면 두께 역시 15cm가 된다. 날개에서 주로 하중이 걸리는 부분은 날개 뿌리다. 그리고 두께가 두꺼우면 하중을 더 잘 버틴다. 이 점은 삼각날개가 상대적으로 튼튼한 또 한가지 이유다. 더불어 대다수의 전투기는 날개 안에 연료를 넣는다. 이 두꺼운 부분에는 더 많은 연료를 넣을 수 있고, 그결과 같은 면적의 후퇴날개에 비해 연료 탑재량이 늘어난다.
한편 삼각날개는 실속에 쉽게 빠지지 않는 것도 큰 장점중 하나다. 삼각날개가 높은 받음각이 되면, 날개 위로는 복잡한 소용돌이 흐름이 생긴다. 이것은 보통의 후퇴날개나 직선 날개에서도 비슷한 것이 생기지만, 보통은 안좋은 쪽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삼각날개의 경우엔 이 소용돌이가 날개 위 대부분을 덮음으로써, 일종의 공기에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실속이란 것은 날개 위애서 공기가 그 흐름을 유지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감으로서 양력이 급격히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렇게 공기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공기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여기서는 운동에너지가 주로 작용한다)가 원래의 흐름을 유지하기에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각날개에서는 소용돌이가 공기가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계속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형태가 되다보니 공기 흐름이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고 덕분에 실속도 잘 일으키지 않는다. 이는 급기동을 해야하는 전투기에게는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때로는 이 소용돌이가 도리어 문제를 일을키기도 한다. 소용돌이 흐름이 날개 뒷 부분에 가서 그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흐트러져 버리는 것이다. 이부분은 대부분 수직꼬리날개가 위치하고, 흐트러진 공기는 수직꼬리날개에 악영향을 준다. 그결과 조종사가 의도치 않았는데 기수가 돌아간다거나, 혹은 심한 진동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설계자들은 이것을 막기위해 고민 또 고민을 해야한다.
한편 급기동중 실속을 막아주기에 유리한 소용돌이가 오히려 급기동 중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급기동을 할 때 항공기가 한 쪽으로 미끄러지면, 좌우 한쪽에서만 소용돌이가 생기고 나머지 한쪽은 작게 생기거나 아예 생기지 않는 수도 있는데, 그결과 좌우 날개에서 비대칭적으로 힘이 생겨서 원하는 대로 비행하는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한편 삼각날개는 날개 그자체로서의 역할, 즉 양력을 발생시키는 역할로서는 효율이 높은 편은 못된다. 특히 음속 이하의 속도에서 이문제가 심한데, 기본적으로 후퇴각이 큰데다가 날개 폭 또한 상대적으로 좁다보니 이 문제가 더 심해진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착륙할 때다. 이착륙시와 선회시엔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에서의 큰 양력을 얻어야 하는데, 이렬러면 일반적인 후퇴날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받음각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삼각날개는 방금 전에 설명한 것처럼 높은 받음각을 유지하는데에 있어서 유리하다. 문제는 이착륙중 높은 받음각을 유지하려면 조종사는 활주로를 보기 어려워진다. 오토바이 앞바퀴를 들고 달린다고 생각해 보시라. 옆에서 보는 사람은 멋져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앞바퀴에 가려서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한편 후퇴각이 크고 날개 폭이 좁다보면 아음속에서는 양력에 비해 항력이 많이 발생한다. 즉 양력 효율이 떨어진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러면 장거리 비행시에 더많은 연료를 소모하게 된다. 게다가 이문제는 공중전을 벌일때도 악영향을 주게된다. 선회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다. 이를 지속선회능력이라고 하는데, 일정한 속도와 선회반경(선회시 그리게 되는 원의 반지름)을 유지한 채로 계속 비행하는 능력이다.
급선회를 하면 양력을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데 양력을 만들어내려면 필연적으로 항력이 생긴다. 문제는 삼각날개는 이 효율이 나쁘다. 즉 후퇴각이 작고, 날개폭이 더 넓은 날개에 비해 같은 수준의 양력을 만들어 내려해도 더 큰 항력이 생긴다. 그러면 속도가 점차 떨어져서 선회를 유지할 수 없게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더 강력한 엔진을 다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지껏 설명에 사용한 삼각날개 항공기들은, 전부 수평 꼬리날개가 없다. 삼각날개라고 하면 흔히 수평꼬리날개가 없는 것으로 알정도로, 꼬리없는 삼각날개(Tailless Delta wing)가 많다. 주날개와 무게중심간의 위치를 잘 맞출 경우, 수평꼬리날개를 없애도 안정적으로 비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당장 종이비행기나 행글라이더만 해도 꼬리날개라는 것이 없지 않은가.
대신 수평꼬리날개가 원래 맡았던 일, 즉 항공기의 머리를 위로 들거나 아래로 숙이는 일을 삼각날개 끄트머리에 달게 되는데 삼각날개는 날개 앞과 날개 뒤의 거리가 꽤멀다. 그래서 이 수평꼬리날개 대신 달리는 조종면(이를 엘레본이라 한다)을 가능한 원래 수평꼬리날개가 있었던 뒤쪽에 달기 좋다.
이렇게 수평꼬리날개를 없애면, 일단 기본적으로 수평꼬리날개로 인해 생기던 항력과 무게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폭탄이나 연료탑재에 따라 전투기는 무게중심이 어느정도 앞뒤로 변하는데 수평꼬리날개가 없는 경우엔 이변화에 민감하게 된다. 또한 플랩이라 불리는 고항력장치를 사용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였는데 일반적인 꼬리날개가 있는 항공기에서 사용하는 플랩이 삼각날개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엘레본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꼬리날개가 있는 경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활주로 거리가 길어지는 것과 기동성이 제한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이렇다보니 전투기 중에는 주로 활주거리에 대한 제약이 덜하고(전방에 배치되지 않고 주로 잘 정비된 활주로에 배치되다 보니) 기동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던 요격기들이 꼬리없는 삼각날개를 많이 사용했다. 미국의 경우엔 50년대에 나온 초음속 요격기들이 이 형상을 많이 사용했으나, 60년대로 접어들면서 순수 요격기 보다는 많은 폭탄을 탑재하는 전폭기들을 주로 개발하다 보니 꼬리날개 없는 삼각날개는 잘 사용치 않게 되었다.(위에서 언급한 대로 폭탄 탑재시 변하는 무게중심에 민감하고, 또 무거운 상태에서 이륙하려면 플랩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반면 유럽은, 특히 프랑스 다쏘사의 미라지 시리즈는 6,70년대가 넘도록 삼각날개를 계속 사용했다. 전폭기로서의 임무를 별로 맡지않기 때문이었는데, 다만 미라지 시리즈 중 유일하게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해야 하는 전폭기로서 개발된 미라지 F-1만은 일반적인 꼬리날개를 가진 전투기였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 덕에 비행제어 컴퓨터의 도움을 받기에 기동성과 활주거리, 지상공격 능력등에도 손색이 없는 미라지 2000 같은 전투기들이 나왔다.
한편 60년대 소련은 새로운 초음속 전투기에 삼각날개를 사용하되 꼬리날개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둘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꼬리날개를 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이게 바로 유명한 MIG-21이다. 소련은 그 뒤로도 한 번도 꼬리날개가 없는 델타날개 전투기는 만든 적이 없다. (꼬리 날개 없는 삼각날개를 가진 폭격기는 T-4라는 이름으로 개발한 적이 있으나 이마저도 실용화 되진 않았다. 그외에 TU-144라 하여, 위에 설명한 콩코드 여객기와 비슷한 초음속 여객기는 개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잦은 고장 탓에 콩코드 보다도 먼저 퇴역했다.)
보통 후퇴각이 60도 정도가 되면 날개 끝은 완전히 뾰족하게 되지만, 4,50도 정도를 유지하다 보면 날깨 끝이 마치 삼각형 모서리가 잘려나간 것처럼 된다. 이것을 크롭드 델타(Cropped Delta)날개, 즉 잘린 삼각날개라고 하는데 현대의 대부분의 전투기가 이형태의 날개를 사용한다. 전체적으로 삼각형 형태를 취해 구조적으로 튼튼하게 만들고 연료탑재량을 많게 하면서도 후퇴각을 너무 크게 주지 않도록 해서 저속 비행성능 역시 확보하고 좌우 폭도 약간 넓게 갖는, 후퇴날개와 삼각날개의 중간정도 되는 날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날개 뿌리 쪽과 끝 쪽이 후퇴각이 달라지는 날개가 있는데, 이를 더블델타, 즉 이중 삼각날개라 한다. 날개 안쪽은 후퇴각을 크게 주어 고속비행에 적합하게 하고, 날개 바깥쪽은 이때 부족해지는 저속 비행성능을 보충해 주기 위해 후퇴갓을 작게 주는 방식이다. 이것을 부드럽고 복잡하게 잇는 날개를 오지(Ogee)삼각날개라 하는데, 초음속 여객기로 유명했던 콩코드 여객기가 우주왕복선에 사용되었으나 전투기 중에는 사용한 것이 없다.(러시아의 전투기로 유명한 SU-27이 초기에 이 오지 삼각날개를 사용하려 했으나 더 단순한 잘린 삼각날개로 변경되었다.)
'軍史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日本의 항공전함 역사 (0) | 2009.06.30 |
---|---|
"포병혁명" 이끌 첨단기술 (0) | 2009.06.28 |
북한군 기만체계 대응 (0) | 2009.06.24 |
최종진화형 "F-16" (0) | 2009.06.21 |
한국형 "상부공격 지능탄" (0) | 2009.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