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전투기 가변날개의 역사

醉月 2009. 6. 2. 13:18
‘비행 중 날개변형’ 전투기 가변날개 없앤 이유는?

 

 흔히 맥가이버 칼로 불리는 스위스군의 다용도 칼. 상황에 따라 그에 적합한 형태의 연장이 들어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그리고 전투기를 설계하던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된다. ‘상황에 맞게 적합한 형태의 날개를 쓸 수는 없을까?’

 

 고속 비행을 위해 후퇴날개를 막상 개발해 놓고보니, 이번엔 저속 비행이 문제였다. 하지만 저속 비행을 위해 후퇴각을 작게하면 고속 비행에 부적합하다. 이 둘을 한 번에 해결할 생각으로 상황에 따라 바뀌는 날개, 즉 ‘가변날개’가 등장한다.

 

 

 가변날개란 날개의 후퇴각을 공중에서 바꿀 수 있는 형태의 날개다. 즉 주날개는 마치 맥사이버 칼의 연장들처럼 접혔다 펼쳐졌다 할 수 있는 형태로 속도와 기타상황에 맞춰 날개의 후퇴각을 바꾼다. 이름 그대로 변할 수 있는 날개인 셈이다.

 

 최초로 가변날개를 사용한 나라는 2차 대전 중 후퇴날개에 대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던 독일이었다. 독일의 유명한 전투기 개발사 메셔슈미트사는 후퇴날개의 장점과 단점을 알고 있다보니 이 둘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가던 무렵인 1944년경 P.1101이라는 지상에서 날개의 각도를 35도, 40도, 45도 이렇게 3가지 형태로 변경할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한다.

 

 하지만 이 전투기의 개발이 완전히 끝나기도 채 전에 전쟁은 끝났고, 제작 중이던 항공기와 관련 기술 자료는 승리한 미군이 가져간다. 미국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P.1101과 비슷하지만, 더 복잡한 방식의 실험기인 X-5를 개발한다. 지상에서 날개 각도를 미리 설정한 다음 이륙하던 P.1101과 달리, 미국의 X-5는 날개의 후퇴각을 공중에서 20도, 40도, 60도로 바꿀 수 있었다.

 

 

 X-5를 개발해 보니 후퇴날개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다. 항공기는 안정적으로 날려면 무게중심과 날개의 상대적인 위치가 중요한데, 날개의 위치가 앞뒤로 바뀌다 보니 무게중심과의 거리도 변했다. 특히 날개가 뒤로 젖혀지면 항공기가 지나치게 안정적이 되는 문제가 생겼다. ‘안정적이다’ 라는 말은 쉽게 말하면 현재의 비행방향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다. 외부에서 돌풍이 불거나 조종간을 움직여도 그 비행방향을 잘 바꾸지 않으려 한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즉 기동성을 좋게하려면 너무 ‘안정적’이 되어도 문제가 되었다.

 

 게다가 날개 각도를 공중에서 바꾸기 위해서는 날개 안쪽이 필연적으로 복잡한 기계적 구조물이 들어가야 했다. 이것은 항공기 무게를 무겁게 할 뿐만 아니라, 제작과 정비를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변날개에 대한 개발은 계속되었는데, 저런 단점이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속도에 따라 날개형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가변날개를 사용하면 날개가 동체 안 쪽으로 접혀 들어가다보니, 결과적으로 날개의 면적이 줄어들게 된다. 날개면적이 줄어들면, 면하중이 커지면 생기는 잇점, 즉 고속비행에 적합하다는 점과 외부에서 돌풍이 불어도 항공기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가변날개의 또다른 장점 중 하나였다. 특히 지표면 근처는 지열 등에 의해 돌풍이 생기는데, 적의 방공망의 사각지대인 저고대로 침투할 때 이 돌풍 때문에 항공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가변날개로 익면하중을 조정해서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보니 특히 저고도 침투 전투기나 폭격기에 가변날개를 종종 사용했다.

 

 

 미국에서는 미공군과 미해군이 같이 쓸 전투기인 F-111 아크바크를 개발했다. 미공군은 최전방의 짧은 간이 활주로나 비상활주로에서 이륙할 수 있으면서도, 고속으로 적의 방공망의 사각지대인 저고도로 침투해 적진 깊숙히 있는 목표에 폭격하고 올 수 있는 전투기가 필요했다. 반면 미해군은 항공모함의 매우 짧은 활주로에서 떠올라 고속으로 비행, 항공모함 함대로 접근해 오는 적의 폭격기를 요격할 수 있는 방공 전투기가 필요했다.

 

 이렇게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륙 할 수 있으면서도 고속으로 비행을 하려다보니 그 해답은 날개 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F-111은 설계자들이 너무 욕심을 낸 나머지 이런저런 기능을 다 시도해 보려했고 그 결과 무게가 지나치게 무거워져서 도저히 항공모함에서 이착륙이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F-111은 미공군의 지상기지에서만 운용됐다. 한편 미공군은 비슷한 개념으로 더 먼거리를 날 수 있는 대형폭격기 역시 필요하다보니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면서도 비교적 짧은 활주로에서 뜰 수 있는 가변날개 폭격기 B-1 랜서를 개발한다.

 

 

 미해군은 실패한 F-111 계획 대신, 항공모함에서 운용가능한 더 작은 전투기를 개발한다. 이것이 바로 F-14 톰캣으로, 베트남전의 교훈을 거울 삼아 근접전 능력도 신경을 써서 개발했다. 베트남전 말기에 첫 실전배치가 되었으나 격추전과는 없었고, 이후에 다른 곳에서 격추 전과를 올리는데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소련제 가변익 전투기와의 전투였다.(F-111 보다는 작다고는 해도, 전투기 중에서는 대형기체에 속한다.)

 

 

 가변날개에 대해 관심을 갖던 것은 미국만이 아니었다. 소련 역시 SU-7 요격기의 날개를 개량, 이착륙 거리를 더 짧게 한 SU-17 요격기와 이것을 다시 개량한 SU-22를 내놓는다. 또 마찬가지로 필요한 활주로가 짧아도 고속비행에 적합한 MIG-23 전투기와 이것을 지상공격기로 개량한 M-27을 개발한다. 여기에 더해 F-111과 비슷하게 주로 저고도로 침투해 적의 지상시설이나 당시 위협적인 적함대를 공격할 수 있는 SU-24 전폭기와 TU-22 폭격기를 내놓는다. 또 B-1 랜서 폭격기와 거의 비슷한 개념으로 설계하다 보니, 생긴것도 거의 비슷해져 버린 TU-160도 등장한다.

 

 

 유럽쪽은 영국, 독일, 이탈리아가 합작해 F-111과 비슷한 저고도 침투 전폭기이지만, 크기가 훨씬 작은 토네이도 전폭기를 개발했다. 토네이도는 세부적으로 적진 침투용인 토네이도 IDS와 방공 요격기인 토네이도 ADV, 그리고 적의 레이더 기지나 지대공 미사일 같은 방공망을 무력화 시키는데 특화된 토네이도 ECR로 세분화 된다.

 

 

 가변날개를 가진 전투기나 폭격기들은 60~70년대에 집중적으로 개발되다가 80년대가 되면서 더이상 새로운 가변날개 전투기가 등장하지 않고 설계자들은 다시 예전의 고정된 날개로 된 전투기들만 개발한다.

이 시기는 개선된 엔진의 힘이 강력해지다보니 고정된 날개를 가지고도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초음속 비행이 필요하긴 했지만 예전처럼 비중이 높아진 것은 아니었고, 근거리 격투전 능력 역시 부각되다 보니 익면하중이 낮아져서 각을 갖고있기는 있으나 공기역학적으로는 이착륙에 여러모로 유리한 형태가 돼서 굳이 무겁고, 정비하기도 복잡한 가변날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저고도 침투시에도 관련 제어기술이 발전하면서 돌풍 등에 대해 어느정도 수준으로 대처가 가능해지면서 날개 면적이 넓더라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종전에 비해 저고도로 침투하는 적 전투기와 폭격기에 대비, 다양한 저고도 요격용 미사일과 대공포가 등장하다 보니 저고도 침투 자체를 잘 안하게 된 것도 가변날개의 중요성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다.

 

▲ F-14의 날개구조. 항공기에서 가장 큰 힘이 걸리는 부분이 날개와 동체가 접합되는 날개 뿌리인데, 날개가 앞뒤로 움직이게 하려면 날개 접합부가 한 군데 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이 곳에 힘이 크게 집중되고, 이때문에 구조적으로 보강을 하려다 보니 무거워지기 마련이었다. 더불어 날개를 앞 뒤로 움직이려면 튼튼하면서도 복잡한 작동장치가 필요했다.

 

기사제공= 주간 공군웹진 공감 / 필자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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