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승국 / 평화만들기대표
<차례>
1. GPR에 따른 북한공략시스템 강화
1-1. 미일동맹군이 북한을 공략하는 경로
1-2. 오키나와(沖繩)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전쟁선
2.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강화된 ‘미일동맹군의 합동훈련’
3. ‘북한죽이기 합동연습’에 가담하는 미일동맹군의 움직임-Foal Eagle연습을 중심으로
3-1. 첫번째 시나리오; 오키나와 주둔 미해병대의 포항 상륙
3-2. 두번째 시나리오; 항공모함 등의 함대가 동해상에 출현
4.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를 감시하는 체계
4-1. MD시스템으로 북한의 대포동미사일․핵실험을 감시함
4-1-1. 이지스함 동원
4-1-2. 요코스카기지의 감시시스템과 MD
4-2. 사세보기지
4-3. 미자와․가데나기지
5.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전쟁물자 비축
5-1. 사가미하라
5-2. 요코하마의 North Dock
1. GPR에 따른 북한공략시스템 강화
GPR(Global Defense Posture Review; 전세계에 걸친 ‘미군 관련 방위체제의 재편’)의 요체인 주일미군 재편은 2005년 10월29일 발표된 「미일동맹의 변혁과 재편에 관한 중간보고(이하 ‘중간보고’)」에 핵심적인 내용이 들어 있으며, 이는 주한미군의 재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중간보고가 미국의 뜻대로 실행된다면,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일체화(一體化)된 미일동맹군(주일미군+일본자위대)이 ‘전략적 유연성(strategical flexibility)’을갖고 전세계의 분쟁, 특히 한반도 유사시(전쟁 등)에 개입할 것이다. GPR의 1급기지(hub기지)인 일본의 주일미군이 GPR의 1.5기지인 한국의 주한미군을 굽어보면서, 북한과 한판 겨루기 위한 구도를 짤 것이다. 이미 미일동맹-2 의 재편(일본판 GPR)이 한미동맹의 재편(한국판 GPR)과 어울리면서 북한과의 전쟁구도를 더욱 정밀하게 짜고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안보패러다임의 변혁(Transformation)․재편’,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난삽한 용어를 동원하는 가운데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1-1. 미일동맹군이 북한을 공략하는 경로
그럼 중간보고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피면서 미일동맹군이 북한을 공략하는 경로를 추정해본다.
중간보고의 핵심인 ‘주일미군·자위대의 일체화’가, 일본의 수도권·서부지역(이와쿠니(岩國) 기지-사세보(佐世保) 기지)·오키나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수도권·서부지역에 있는 주일미군의 육·해·공군과 일본자위대의 육상·해상·항공 부대가 일체화되고, 이를 오키나와 주둔 미해병대가 뒷받침해주는 게 중간보고의 핵심이다.
특히 일본 수도권의 주요 기지를 미군과 자위대가 공용한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말이 공용이지 미군이 자위대를 데리고 일체화를 한다는 것이다. 자마(座間)기지에 들어설 미육군 1군단사령부(지구촌의 절반인 아시아·태평양의 야전을 총지휘하는 사령부)가 자위대의 중앙 즉응(卽應) 집단사령부와 일체화되어, 미일동맹군의 사령탑 노릇을 할 것이다. 더욱이 자마 인근의 사가미하라(相謨原) 보급창에 전쟁비축물자를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는 동향은 공포를 자아낼만 하다.
공군의 경우, 주일미공군사령부-일본항공자위대의 ‘공동통합 운용 조정소(調整所)’를 요코다(橫田)기지에 두고 북한 상공의 항공정보를 공유할 것이다. 미7함대의 모항인 요코스카에서도 일본의 해상자위대와 공동작전에 임할것이다. 아츠기(厚木)기지의 항공모함 탑재기·E2C 비행대를 이와쿠니기지로 이전시켜 이와쿠니 주변에서 NLP(야간이착륙 훈련)를 하게 되고, 이와 관련되어 항공모함이 이와쿠니해상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서부지방에 있는 이와쿠니는 일본 수도권보다 한반도에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군사요충지이므로 북한에게 더욱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요코스카(橫須賀)에 새로 배치된 핵항공모함 워싱턴호가 이와쿠니기지를 들락거릴 경우,
북한당국이 느낄 위협감은 상상을 불허할 것이다.
1-2. 오키나와(沖繩)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전쟁선
앞으로 재편될 미일동맹군은 3곳(일본의 수도권·서부지역·오키나와)의 군사적 기능을 최대한 총화하는 가운데 북한공략에 나설 것이다. 이 3곳 사이의 미군 전력을 조정하면서 북한 등에 대한 공격능력을 최대한 높이려는 것이 중간보고이며, 이의 구체적인 실행을 놓고 일본정부와 밀고 당길 것이다. 이 3곳을 종합적으로 연결한 ‘새로운 전쟁선(戰爭線)’이 북한 쪽을 향하여 어떻게 그어질지 궁금하다.
중간보고가 실행된다면 주일미군-주한미군의 연계 속에서 새로운 전쟁선이 한반도에 그어져 북한붕괴를 위한 전략·전술이 정밀하게 구사될 것이다. 즉 오키나와에서 시작하여 일본 서부지방(이와쿠니·사세보 기지)→한국의동남부해안(포항·부산)→서울→평양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전쟁선이 형성될 것이다. 이 전쟁선은 한반도민중을 죽음으로 내모는 ‘죽임의 선(線)’이 될 것이다. 이 죽임의 선을 살림의 선·생명의 선으로 변혁하는 변혁운동이 평화·통일의 이름으로 수행되지 않으면, 한반도의 뭇생명이 미일동맹군에 농락당할 것이다.
2.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강화된 ‘미일동맹군의 합동훈련’
미일동맹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2006년 7월 5일 미사일 7발 발사) 이후 북한을 목조르기 위한 각종 합동훈련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미일합동훈련인 ‘철권(Iron Fist)·예리한 날(Keen Edge)훈련’, 미-3 일동맹이 주축이 된 연합군훈련인 림팩(Rimpac; Rim of the Pacific Exercise)·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훈련은, 북한으로 하여금 전쟁의 공포를 느끼게 할 것이다. 이에 북한당국은 미일동맹의 전쟁공포로부터 벗어나 자위력을 갖추기 위해 미사일 발사를 결단한 듯하다.
3. ‘북한죽이기합동연습’에 가담하는 미일동맹군의 움직임 - Foal Eagle연습을 중심으로
한미동맹-미일동맹의 연계구조를 모른 채 한반도․동북아시아의 정세를 논의할 수 없다. 양 동맹의 군사적 주동자인 한미동맹군-미일동맹군의 연계구조는 ‘독수리(Foal Eagle)훈련’과 같은 합동연습에서 잘 드러난다.
독수리훈련은, 북한공략(점령․붕괴)을 위한 다양한 작전계획(5027-98작전계획이 대표적인 것임)을 실시하는 연례훈련이다. 이 훈련의 실행자는 한미동맹군이지만 원동자(原動者)는 미일동맹군이다. 미일동맹군의 원격 조정에 가까운 후방지원이 없으면 독수리훈련 등의 한미합동훈련이 이루어질 수 없다. 독수리훈련이 이루어지는 지리적 공간만 한반도 일뿐, 군사전략상의 공간은 일본열도와 통합되어 있다. 한미일동맹에 의한 독수리훈련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질식시키는 연례훈련으로서, 북한으로서는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특히 GPR에 의한 한미일동맹의
합동훈련들을 지켜본 북한이 초긴장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합동연습이 북한과의 분쟁․전쟁으로 비화(飛火)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북한공략(점령․붕괴)을 위한 다양한 작전계획(5027-98작전계획 등)’을 전략적으로 주도하는 미일동맹군(특히미해병대)이 포항에 상륙함으로써(일본의 자위대는 포항에 상륙하지 않고 일본에서 후방 지원한다),
한미동맹의 독수리훈련이 개시되는 점을 깨닫는 게 매우 중요하다.
3-1. 첫번째 시나리오; 오키나와 주둔 미해병대의 포항 상륙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해병대들은 북한과의 저강도전쟁(LIC; Low Intensity Conflict)에 대비하기 위해, 오키나와 북부(國頭村)에 있는 산악의 밀림지역에서 초인간적인 살육훈련(북한군과 테러리스트를 초전 박살내는 훈련)을 거듭한다. 추측컨대 한국의 특공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강행한다. 따라서 오키나와 주둔 미해병대는 한마디로 ‘귀신 잡는 해병대’이다. 이들 미해병대는 최전방에서 북한군과 육박전을 벌이는 임무를 띠고 있으며 한반도 유사시 포항 앞바다에 맨 처음 상륙하는 부대이다.1) 따라서 독수리훈련 때도 주일미군
중에서 가장 먼저 비상이 걸려 출동한다.
이들 오키나와 주둔 미해병대가 포항에 상륙하는 방식은 세가지이다.
첫째, (오키나와를 출발하여 한국으로 날아간)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레이’(헤노코에 새로운 미군기지가 세워지면 MV22 오스프레이가
배치될 예정) 등에 탄 해병대 장병들이 낙하산을 타고 포항해변에 상륙한다.
둘째, 한반도 쪽으로 전진 배치되어 있는 이와쿠니기지의 미해병대가 한국 쪽으로 긴급 출동한다.
셋째, 사세보기지에서 대기 중이던 에섹스(Essex) 양륙함(揚陸艦)이 해병대요원들을 싣고 포항의 해변에 상륙한다. 거대한 양륙함인 에섹스
에서 쏟아져 나오는 미해병대의 LCAC2)가 삽시간에 포항해변에 도착함으로써 FoalEagle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처럼 북한죽이기의 첨병인 미해병대의 출동이, 오키나와-이와쿠니-사세보 기지의 3각 구도 아래 이루어진다
주석#1) 포항 앞바다는 북한의 원산 앞바다와 유사한 지형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포항 앞바다에 상륙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5027-98 작전계획 등 에 따른 북한점령 작전 때 원산 앞바다에 기습상륙하기 위한 예비연습에 해당된다.
주석#2) LCAC는 ‘Landing Craft Air Cushioned’의 약자로서 에어쿠션형 양륙정으로 해석된다.
바퀴 밑에 공기주머니가 달린 양륙정이라는 말이다.
이와쿠니기지의 해병대가 오키나와기지의 해병대와 거의 동시에 출동하고, 이에 뒤질세라 사세보를 출발한 에섹스양륙함이 포항해변에 해병대장병들을 풀어놓는다. 예전에는 오키나와 주둔 미해병대가 포항 앞바다에 출현하기까지 1주일이 걸렸으나, 요즈음은 단 하루만에
포항에 도착한다. 이렇게 미해병대의 한국상륙시간이 초고속화 된만큼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시간여유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속도의 고속화).
3-2. 두번째 시나리오; 항공모함 등의 함대가 동해상에 출현
미해병대가 선발대라면 항공모함 등의 함대는 후발대(後發隊)이다. 물론 한반도와 가까이 있는 주일미군기지(제일 가까운 기지가 후쿠오카(福岡) 주변의 츠이키(築城)공군기지)를 출발한 미군 전투기․전폭기가 가장 빨리 한반도의 상공에 나타난다. 이러한 일이 모두 이루어진 뒤에 미본토에서 오는 미군 증원군이 한반도에 진입한다. 따라서 미군 증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북한과의 전쟁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미동맹군이 승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승리를 위해 한미일 3각동맹군은 이라크에서 보다 훨씬 많은 전력(戰力)을 필사적으로 투입할 것이다. 이라크
전쟁 때 보다 훨씬 많은 토마호크미사일 등이 북한을 향해 날아갈 것이다.
이와 같은 규모의 전쟁을 치루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버팀목은 항공모함이다. 그래서 독수리연례훈련 때 미항공모함은 단골손님이다. 항공모함의 이동코스는 대개 정해져 있는데, 포항 앞바다에 일단 머물다가 부산으로 되돌아와 보급을 받은 뒤 다른 임무를 띠고 이동하는 순서를 밟는다(미군이 상륙하는 포항과 (군수물자보급기지인)부산의 연계성에 주목할 것).
위의 첫번째 시나리오와 두번째 시나리오가 전개될 때, 후방에 있는 일본자위대는 한반도에 상륙중인 미군을 최대한 지원한다(군사 전략적․군수적인 측면의 총체적인 지원). 이 두 개의 시나리오가 진행될 때 실제로 일본의 해상자위대 함정이 동해바다의 어느 곳까지 진입하고 일본의 공군자위대 전투기가 동해 상공의 어느 지점까지 진출하느냐가 중요한데, 미군이 동해상에 그어 놓은 방공 식별권(ADIZ)의 공중․해상까지만 진입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4.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를 감시하는 체계
4-1. MD시스템으로 북한의 대포동미사일․핵실험을 감시함
4-1-1. 이지스함 동원
미일동맹군이 이지스함을 동원하여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동해상에서 감시했음이『核兵器․核實驗モニター』268~269호(2006.12.1)의 기사「北朝鮮ミサイル発射(7月5日)に米イージス艦はどう動いたか」(http://www.peacedepot.org/nmtr/bcknmbr/nmtr2689.pdf)를 통해 드러났다. 제7함대 이지스함사령관의 연차보고·항해일지를 분석한 이 기사에 의하면, 요코스카에 주둔하는 이지스함들 중 3척의 이지스구축함(Curtis Wilbur, Fitzgerald, John S McCain)이, 2006년 7월 5일의 북한 미사일 발사를 추적·감시하기 위해 2개의 ‘미사일방어(BMD)작전구역’에서 2006년 6월 11일 ~ 7월 8일까지 작전을 펼쳤다. 2개의 BMD(Ballistic Missile Defense) 작전구역은, 북한의 무수단리(미사일발사장)에서 발사된 대포동2미사일이 미국 하와이의 호놀룰루를 향해 날아가는 대기권 코스의 바로 아래에 있는 해역이다. 3척의 이지스구축함이 번갈아가면서 요코스카-괌(Guam)-태평양의 BMD 작전구역-쓰루가(津輕)해협-동해의 BMD 작전구역-쓰시마(對馬)해협-5 -요코스카(사세보를 경유하기도)를 순회했다. 2개의 BMD작전구역이 육상의 MD기지(X밴더 레이더가 설치된 샤리키(車力) 기지)와 일직선에 있는 점이 눈에 띤다. 이지스함이 활동하는 2개의 BMD작전구역과 샤리키기지의 북한미사일 탐지) 레이더가 합동작전을 벌여 북한 미사일을 추적·추격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즉 동해상의 BMD 작전구역에 있는 이지스함이 대포동미사일의 발사를 통보하자마자 샤리키기지의 PAC3미사일(지상 배치 MD용 미사일)이 대포동미사일을 요격한 다음 (태평양의 BMD작전구역에 대기 중인) 이지스함이 스탠다드미사일을 쏘아, 북한미사일의 미국행을 저지한다는 구상이다.
4-1-2. 요코스카기지의 감시시스템과 MD
요코스카기지의 새로운 왕자인 이지스함에 대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본 배수량 7200톤, 사정거리 120킬로미터의 SM2MR미사일(스탠다드 미사일) 74발을 탑재함과 동시에 12발 이상의 미사일(토마호크미사일 등)로 무장한 이지스함. 이 이지스함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핵실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불철주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4-2. 사세보기지
사세보기지는 요코스카기지와 연동하여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감시․관측하는 MD시스템의 거점이다.
4-3. 미자와․가데나기지
미국은 우주에 띄운 전자첩보 위성‧상업용 위성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방수(傍受; 도청/감청)하기 위해 전세계 6곳에 대형 기지(남부독일의 바드‧ 에이브링기지 / 일본의 미자와기지 / 호주의 파인‧캠프기지 / 영국의 멘위즈‧힐기지 / 미국 워싱턴주의 야키마기지 / 미국 콜로라도주의 델버기지)를 두고 있다. 위의 6개 에쉘론기지 중에서 북한과 관련이 있는 곳은 일본본토의 동북부지역에 위치한 미자와(三沢)기지이다. 미자와기지에 있는 에쉘론 관련 시설과 코끼리 우리 elephant cage(전파 방수를 위한 ‘원통형의 안테나 群’; http://www.kojii.net/works/memo02.html 참고)가 북한을 감시하는 파놉티콘(Panopticon)의 본부이다.
5.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전쟁물자 비축
5-1. 사가미하라
2006년 2월4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동북아시아의 평화구축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참가한 필자는, 가네코도키오(金子 豊貴男; 사가미하라 시의회의원)씨로부터 ‘미군이 북한 등과의 전쟁에 대비하여 사가미하라(相模原; 東京 부근의 주일미군기지가 있는 군사도시)의 미군 보급창에 전쟁물자를 비축하고 있다’는 내용의 발표문을 들었다. 그는 APS(Army prepositioned stocks; 미군의 전쟁물자를 육상·해상에 미리 비축함) 관련 홈페이지http://www.lic.eustis.army.mil/DISS1/preposit.htm을 통해 전쟁물자 비축을 설명하면서, ‘APS가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듯하다’고 추정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전쟁을 치밀하게 준비하기 위해 전쟁물자를 줄기차게 쌓아두고 있다는 추정이다.
가네코의원과 함께 주일미군의 동향을 추적하는 ‘사가미하라 보급창 감시단’은 2005년 6월 20일부터 7월초에걸쳐 대형교량세트가 요코하마(橫浜)港의 North Dock로부터 사가미하라보급창으로 반입되어 전시 비축자재로 보관되고 있음을 파악했다. 교량세트가 대량반입된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 보급창에 야적된 교량세트는 개방형 컨테이너에 실려 있다. 이 컨테이너 속에 있는 교량세트를 전쟁터에서 조립하게 되어 있다.
이에 앞선 2005년 5월에는 Force Provider(주거용 텐트, 연료·음료수의 저장탱크, 발전기 등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자재를 정리한 베이스캠프세트)가 대량반입 되었다. 이는 미군재편에 따라 미육군 1군단이 자마로 이전되는 것과 연동된 전시비축인 듯하다.
사가미하라의 주일미군 보급창은 미육군 제1군단이 들어설 자마기지의 인근에 있다. 여기에서 자마기지로 전쟁용 군수물자를 대량반입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며 (http://www.rimpeace.or.jp/jrp/riku/sagami/fpand1stcorps.html 참조) , 혹시 한반도의 유사시에 대비한 움직임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나올 법하다. 육군 제1군단의 자마기지로의 이전은 GPR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주일미군의 재편작업과 직결되어 있으며 주한미군의 재편(평택기지에로의 총집결)과도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5-2. 요코하마의 North Dock
Force Provider가 2005년 5월 15일에 요코하마항(港)의 노스 도크(North Dock)에 양륙되었음이 알려졌다.
미 육군회의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에서의 유사에 대비하여, 한국이 전쟁터가 되었을 경우 전시작전에 필요한 야전병원 세트․의료품․탄약․가교(假橋) 등을 비축하게 되어 있다.
한반도의 전쟁구조
1. 절대전쟁인가 전면전쟁인가
절대전쟁은 스피노자(Spinoza) 철학의 의미에서 영원이며, 알뛰세(Althusser) 철학의 의미에서 개념이다. 들뢰즈(Deleuze)와 가따리(Gattari)는 국가에 대한 전쟁기계의 외재성(外在性)을 인정한다.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이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명제가, 핵시대에도 타당한지 어떤지가 논의되어 왔다. 이에 부정적인 논자는, 핵전쟁에서 정치적 목표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Nonsense)하다고 설명한다. 미국 사람들은 ‘한정(限定) 핵전쟁이 가능하다’는 논자를 ‘신(新)클라우제비츠파(派)’라고 부른다. 이에 비해 고르바초프(Gorbachev)는 클라우제비츠 부정파(否定派)의 기수이다(市田良彦, 1989, 101).
2. 감시 장치
미국의 북한에 대한 공중정찰(주1)을 벤담(Bentham) ・푸코(Michel Foucault)의 ‘파놉티콘(Panopticon)’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파놉티콘’의 대표적인 공간은 감옥이다. 구치소에서는 저 유명한 벤담의 일망 감시시설을 본뜬 원형 칸막이가 운동공간이었다. 이 시설물은 수인 각자가 보이기만 할 뿐 남을 볼 수는 없게 되어 있다. 각 칸막이마다 문이 달려 있어서 수인을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으면 그는 그냥 부채꼴의 시멘트 담 속에 혼자 갇힌다(홍성욱, 2001, 69).
감시자는 계단을 통하여 위로 올라가 사방의 칸막이를 위에서 동시에 관찰할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감시자가 우리를 칸막이에 넣어두고 정말로 충실히 수인들을 관찰하기 위해서 탑의 가장자리를 빙글빙글 돌아다니거나 하는 꼴을 본 적이 없다. 그는 어딘가 보이지 않는 편안한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동료와 잡담을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는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고개를 쭉 빼거나 돌려서 어느 칸에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를 살필 수가 있다. 시설은 참으로 상징적이었다. 연구실의 쥐새끼들처럼 우리들의 맴도는 움직임은 적나라하다(황석영, 2000, 312).
파놉티콘으로 상징되는 규율 권력이 ‘모세관과 같은 권력(capillary power)’처럼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우리를 통제한다는 푸코의 분석은 철학자나 역사학자의 범주를 넘어서 지식인 일반과 대중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푸코의 영향은 그가 파놉티콘을 벤담이라는 개인에 국한된 에피소드로 보지 않고 이를 근대 규율 권력의 미시구조를 잘 드러내는 전형적인 사례로 독창적으로 해석했다는 데에 주로 기인했다(홍성욱, 2001, 71).
전자기기를 통한 직접 감시가 1960년대 말엽부터 확산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67년 포토스캔(Photoscan)사에 의해 발매되기 시작한 폐쇄 텔레비전(CCTV)이었다. 이것은 여러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사람들의 행동을 중앙 통제실에서 동시에 관찰함으로써 전자감시를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켰다. 인공위성은 감시를 범세계적인 것으로 바꾸었으며, 1970년대부터 미국을 비롯한 5개 선진국이 공동으로 개발한 에쉘론(Echelon) 시스템은 위성 시스템과 결합해서 전 세계의 비군사용 통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정도로 강력한 정보수집과 독해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
상용화된 인터넷은 사이버 공간을 통한 감시(사이버 감시, cybersurveillance)를 구현했다.
미국은, 우주에 띄운 전자첩보 위성 ・상업용 위성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방수(傍受)하기 위해 전 세계 6곳에 대형기지(남부독일의 바드 ・에이브링 기지 / 일본의 미자와 기지 / 호주의 파인 ・캠프 기지 / 영국의 멘위즈 ・힐 기지 / 미국 워싱턴 주의 야키마 기지 / 미국 콜로라도 주의 델버 기지)를 두고 있다. 이 밖에도 영국, 키프로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기지 등이 네트워크로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각 기지는 공동으로 매시간 수백만에 이르는 메시지를 방수한다. 컴퓨터 간의 통신 ・이메일 ・팩스 ・전화 및 기타 의사소통 수단이 방수의 대상이다. 방수된 통신내용을 ‘사서(辭書)’라고 불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집어넣어 해석한다. 이 ‘사서’ 프로그램에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이 관심을 갖고 검토대상으로 삼는 (사람 ・단체 ・조직의) 이름 ・번호, 건명(件名) 등이 대량 등록되어 있다. 이 시스템 전체의 코드명(code name) 자체가 ‘에쉘론’이다.
위의 6개 에쉘론 기지 중에서 북한과 관련이 있는 곳은 일본의 동북부 지역에 위치한 미자와(三澤) 기지이다. 미자와 기지에 있는 ‘코끼리 우리(elephant cage)’가 북한을 감시하는 파놉티콘의 본부이다.
냉전시대에 주일미군과 자위대가 합동으로 소련 ・북한 ・중국에 대한 군사정보를 수집해 온 미자와 기지는 냉전시대의 유물이지만,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 ・핵무기개발 여부를 감시하는 새로운 파놉티콘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자와 기지가 북한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뿐 아니라, 주일미군 ・일본 항공자위대가 합동 운영하는 정찰 비행대가 있기 때문이다.
1) 움직이는 파놉티콘
북한의 미사일을 감시하는 미군 정찰기(움직이는 파놉티콘)의 움직임에 대하여 아래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石川潤一, 2004, 64-77).
* 2003년 3월, 공중전 일보직전
2003년 3월 2일, 동해 공해상을 비행 중이던 미군정찰기 RC-135S 코브라 볼을 추적하던 북한의 미그 29 ・미그 23기 4대가 15미터까지 접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교전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위험한 순간이었다. 미국은 2003년 2월 오키나와의 가데나 기지에 여러 종류의 전자정찰기 ・관측기를 배치한 채 북한의 핵무기 개발 ・미사일 실험을 감시하는 태세를 갖췄다. 북한 미그기의 추적을 받은 RC-135S도 그중의 한 대로서 연일 북한 영공 근처에까지 접근하여 북한을 괴롭힌다.(주2)
* 오키나와의 가데나 기지
가데나 기지는, 미국 네브래스카 州 오파트 공군기지에 사령부를 둔 55WG(제55항공단)의 OL(operating location, 전방 전개기지)로 지정되어 있으며 82RS(제82 정찰비행대)가 편성되어 있다. 82RS에는 통상 한 대의 RC-135V / W가 오파트로부터 파견되어 있으며, 한반도 등에서[북한의 상대로] ELINT(전자정보) 수집을 한다.
* 오산 기지
55WG와 더불어 전략정찰을 하는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州 빌 공군기지의 9RW(제9정찰항공단)로서 한국의 오산 기지에 4대의 U-2S 드라곤 레디를 파견하고 있다[미-일 군사동맹의 북한 감시 체계의 연장선상에 오산 기지가 존재함을 미루어 볼 때, 한-미-일 3각 군사 공동체가 북한에 대한 파놉티콘의 본산임을 알 수 있다].
*) 해군의 감시
미 해군의 경우, 워싱턴 州 위드비 아일랜드 항공기지에서 파견된 EP-3E 시리즈Ⅱ가 가데나 기지에 상주한다. EP-3E 시리즈Ⅱ를 보완하는 형태로, COMINT(통신 정보) 수집을 하는 P-3C VPU 아이앤클라트도 가데나 기지에 배치되어 있다. 또 COMINT 수집기로서 주한미군이 RC-12H 캅셀잭을 운용하고 있다.
* 육군의 감시
육군이 운용하는 IMINT 정찰기는 DHC-7 터보 프로펠러 여객기를 기반으로 한 RC-7B, ARL-M(低高度空中偵察機-다기능)으로서, SAR / MIT(합성 開口 레이더 / 이동목표 지시 시스템) ・FLIR(적외선 전방감시 장치) ・적외선 line scanner, 주간 화상 시스템 등을 탑재하고 있다. RC-7B는 COMINT 정찰기 ・RC-12H와 더불어 평택의 캠프 험프리즈에 배치되어 있다.
* 북한의 미사일을 감시하는 비행기 ‘코브라 볼’
2003년 3월 2일 북한 MIG기와 충돌할 뻔했던 미군정찰기 RC-135S 코브라 볼은 어떤 임무를 지니고 있을까? ‘코브라 볼’의 기체 사진을 보면 오른쪽 주익(主翼) 위쪽의 새까맣게 도장되어 있는 부분이 맨 처음 눈에 띈다. 코브라 볼은 동체 앞부분의 오른쪽에 커다란 관측창(觀測窓)을 설치한 채, 몇 종류의 센서로 낙하(落下)하는 미사일을 탐지-추적한다. 새까맣게 도색한 주익(主翼)은 태양광이 주익에 반사하여 광학(光學) 센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현(防眩)조치이다.
냉전 종료 이후 코브라 볼의 임무가 줄어드는 듯하더니 전술 ・전역(戰域) 미사일의 확산 때문에 더욱 바빠졌다. 1993년 북한이 동해를 향해 ‘노동 1’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를 계기로 코브라 볼이 가데다 기지 ・미자와 기지에 빈번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3. ‘Ge-stell’과 총력전
제1차 세계대전 후의 정신상황을 표현한 사람 중의 하나인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Ge-stell’이라는 말로 사태를 나타낸다. ‘Ge-stell’이란 ‘버팀목’을 뜻하는 독일어이다. 하이데거는 이 말의 어간 ‘stellen’에서 ‘세운다=stellen’과 관련시켜 세계 속의 사물을 눈앞에 가져오는 작용을 나타내고자 한다. 그는 이 말을 근대 기술(techne)의 본질로 사용한다(市田良彦, 1989, 120).
‘테크네(techne)’의 본질은 탈(脫)은폐이다. 다시 말해, 존재자의 감추어진 모습을 ‘앞으로 드러내 놓는’ 일이다. 요컨대 ‘기술’이라는 말의 어원인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는 존재자를 기능적 부품으로 가공 ・환원하는 수단이 아니라, 탈은폐의 방식이다(제프 콜린스,2004, 64).
인간은 기술을 이용하지만 사실은 인간이 기술에 대하여 조정되고 배열된다. 인간이 기술(technology)의 부름에 응하여 우왕좌왕한다. 이 주체의 무력함이 확실히 나타난 때가 제1차 대전이었다.
하이데거의 영향을 받은 에른스트 융거(Ernst Jünger)는, 현대를 표현하는 표상(表象)으로 ‘노동자’를 채택하고 더 나아가 ‘총동원’에 관하여 말한다. 즉 사람들의 인생은 항상 (노동자처럼) 징발된다는 것이다. 자율화하는 기술(technology)이 사람들을 징용하고 배열한다. “그 속에서 인간이 새로운 공동성과 연대의 ‘기계화된 삶(生) 공동체=Man-Machine System)’의 구체적인 담당자를 민족으로 상정한다.”고 강조하는 융거는, 파시즘의 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다(市田良彦, 1989, 121).
융거는 그의 저서 {노동자}에서 제1차 세계대전의 현상을 전쟁에서뿐 아니라 근대적 삶의 모든 국면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산업 현장 역시 그러한 전쟁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융거는 이 책에서 제1차 세계대전은 그 이전의 전쟁과 비교할 경우 분명히 국민과 국가 자원 전체를 총동원한 전쟁[총력전]이라는 면에서 신기원을 열었지만 용병들이 주 전력이었던 구식의 전쟁 양상을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다가올 새로운 현대전에서 국민과 국가자원 전체의 철저한 동원이 요구된다. 다가올 시대에는 국가의 자원뿐 아니라 전 국민을 총동원하는 전쟁[총력전]이 영구적인 상태가 된다. 전쟁과 평화의 차이는 사라지는 한편 군인과 시민간의 낡은 분리는 폐기된다. 모든 사람이 전사로 된다. 이러한 전사
적인 인간을 융거는 노동자라고 부른다. 융거가 말하는 진정한 노동자는 오히려 전쟁터에서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자신의 진정한 본질을 발견하는 영웅적인 전사와 유사하다(박찬국, 2001, 127-128).
박정희 군사파시즘이나 부시의 전쟁내각은 ‘전사와 같은 노동자’를 시민의 이름으로 요구하면서 총력전을 지향했다. 이런 측면에서 나치즘과 유사하다.
4. 그람시의 기동전 ・진지전
그람시(Antonio Gramsci)는 그의 헤게모니 개념을 통해 서구 자본주의 사회가 내적 모순과 계속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혁명이 일어나지 않고 부르주아의 지배가 유지되는 현상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르주아는 강제력뿐 아니라, 전체 사회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보편화시키고 대중의 동의를 획득함으로써 자신들의 지배를 유지하며, 이러한 부르주아의 헤게모니가 계속되는 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혁명전략은 어떠한 것인가?
그람시는 이것을 진지전과 기동전의 구분을 통해서 제시하고 있다. 원래 기동전과 진지전의 개념은 1차 대전 중의 군사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기동전이 적의 기지를 향하여 전선을 형성하고 파상공격(Teilaktionen)을 하는 반면, 진지전은 참호와 진지를 구축하고 산업체계와 사회조직의 지원을 받아 적의 진지와 참호를 격파해 나가는 전략이다. 이 군사전략에 의하면 산업화되고 발달된 선진자본주의 국가와의 전쟁에서 기동전은 그들의 외피만을 파괴할 수 있을 뿐, 참호체계로서 시민사회는 분쇄할 수 없기 때문에 기동전은 전술적인 것으로만 고려되어야 하고 진지전이 올바른 전략이라고 본다. 그람시는 이러한 개념을 정치학의 영역에 도입, 서구사회의 혁명전략에 사용하였다.
그람시의 사상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테제는 노동계급이 자본주의 사회 구성체 내에서 정치적으로 지배계급이 되기 전에는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구사회의 혁명전략인 진지전 전략은 시민사회의 헤게모니의 기관들인 학교, 출판계, 대중매체, 노동조합 등을 차례로 정복해 나가면서 프롤레타리아의 이데올로기의 확산을 통한 부르주아의 헤게모니에 대한 대항 헤게모니를 창출하는 이데올로기 투쟁과정이고, 부르주아의 헤게모니를 분쇄하고 노동계급의 헤게모니에 의한 새로운 역사적 블록을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람시는 이렇게 시민사회의 정복과 정치적, 문화적 지도력을 장악하는 진지전을 강조하면서, 진지전은 장기간의 인내와 창조성을 요구하는 과정이지만 한 번 승리하면 결정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람시는 우선 사회주의의 건설은 자본주의의 국가권력을 장악한 후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자본주의 사회체제 내에서 대중의 사고의 지적, 도덕적 개혁을 통해 시작되고, 권력 장악 후에도 계속적인 교육과 도덕적 쇄신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본다(이신호, 1990, 37-42).
위의 문장을 평화운동 쪽으로 끌어들여 각색하면 다음과 같다; “발달된 선진자본주의 국가(미국 등의 제국주의 국가)와의 평화를 위한 전쟁(투쟁)에서 기동전은 그들의 외피만을 파괴할 수 있을 뿐, 참호체계로서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의) 시민사회는 분쇄할 수 없기 때문에 기동전은 전술적인 것으로만 고려되어야 하고 진지전이 올바른 전략이라고 본다. 이것이 세계 평화를 위한 혁명의 전략이다. 평화애호 계급이 자본주의 사회 구성체 내에서 정치적으로 지배계급이 되기 전에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평화를 위한 문화적, 이데올로기적인 진지를 여기저기에 만들어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엮어내는 진지전 전략이 필요하다. 진지전 전략은 시민사회의 헤게모니 기관인 학교, 교회, 출판계, 대중매체, 노동조합 등에 차례로 진입해 나가면서 평화옹호 세력의 이데올로기 확산을 통한 부르주아의 (전쟁 지향적) 헤게모니에 대한 대항 헤게모니를 창출하는 이데올로기 투쟁과정이다. 이와 동시에 부르주아의 (전쟁) 헤게모니를 분쇄하고 평화옹호 세력의 헤게모니에 의한 새로운 역사적 블록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평화운동의 진지전을 주의 깊게 고려하면서 한반도의 통일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 전쟁 노동자의 기갑화(機甲化)된 신체
근대전을 지배하는 것은 속도이다. 육군병사는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어 단련된 체력을 무기로 싸운다. 여기에서 ‘몸과 전쟁’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신체의 기계화, ‘변신(變身)’에로의 원망(願望)은 신체에 대한 미래파적인 몽상이 아니다. 오히려 거대해진 무기와 군대 시스템의 광대한 기갑화(機甲化) 속에 흡수되어 버린 신체를 다시금 개별적인 힘으로 되찾는, 이른바 중세적인 기사(騎士), 미적(美的)인 전사(戰士)의 재현을 지향하는 몽상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고풍(古風)스러운 몽상이다. 하지만 탈근대적인(post-modern) 형태를 띠고 있으므로(주3) ‘탈근대적인 신체의 의고주의(擬古主義, archaism)’에 따라 몸과 전쟁에
관한 논의를 전개해야 할 것 같다.
탈근대의 최첨단 무기가 횡행하는 현대전(걸프전과 이라크전이 대표적인 사례)에서 거꾸로 자신의 신체의 비참한 한계를 느낀다. 최첨단 전차로 무장한 이라크 주둔 미군이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무슬림 게릴라들에 둘러싸여 신체의 비참한 한계를 느낀다. 신체가 거꾸로 보병을 무위(無爲) 속으로 틀어박히게 하여 그들을 ‘전쟁터의 프롤레타리아트’로 전락하게 만든다. 돈벌이를 위해 이라크전에 참전한 하층계급의 미군 병사들은 미국 자본주의가 벌이는 이라크 전쟁의 하수인으로서 전쟁터의 프롤레타리아트 즉 전쟁 노동자이다. 이들의 비참한 신체와 이라크 전쟁을 대비시켜 고찰할 필요가 있다.
6. 전쟁 노동자 ‘김선일’
2004년 6월 22일 이라크의 무슬림 게릴라에 의해 참수된 (가나무역의 사원) 김선일 씨는 ‘전쟁 노동자(전쟁터의 프롤레타리아트)’이다.
김 씨는 미군을 도와주는 군납업체인 가나무역의 근로자였으므로, 이라크 저항세력이 보기에 미군의 동조자이다. 이 점 때문에 납치의 대상이 된 것이다. 김 씨는 이라크의 최전선에서 노동력을 제공한 전쟁 노동자(주4)이므로, 노동집약적인 전투를 벌이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밥’이 되었다. 김 씨의 신체가 미군 측에 서 있었기 때문에 납치의 대상이 된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김 씨는 돈(밥)벌이 하러간 일반 노동자의 성격도 지닌다. 예전에 중동으로 돈벌이 간 노동자와 달리 전쟁터에서 돈을 벌려고 했고, 돈 버는 행위가 미국 측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이라크 저항세력은 김 씨의 행위를 친미행동으
로 간주함) 납치자 명단에 올랐다(김 씨가 이라크 주둔 미군 부대에 납품하고 돌아오던 길에 납치된 경위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음).
어찌 되었든 돈벌이에 나선 가난한 전쟁 노동자 김선일 씨가 거대한 전쟁체계의 희생양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일반 산업장에서 근무하는 일반 노동자의 죽음’보다 더욱 처절한 ‘구조적인 사망’이다.
가나무역의 원청업체로 알려진 AAFES(The Army and Air Force Exchange Service: 미국 육 ・공군 복지기관)는 ‘신종 죽음의 상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민간 군사(戰士) 기업(PMC)의 일종이다. 이 회사의 이사회 중 대다수가 미군 현역장성과 정부 고위직 인사로 구성돼있으며, 직원 중 1,000명이 현역 장병이다. AAFES의 이사회 의장은 미군 중장인 찰스 S. 메헌 Jr.이며 다른 현역 장성 외에도 미 육군성 존 맥클로린 부차관보, 미 공군성 켈리 F. 크레이븐 부차관보 등이 포함돼 있다. 또 AAFES 소속 직원 47,323명 가운데 1,000명 가까운 1.9%는 현역 미군 장병이다.
AAFES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미군 서비스 업체’로서 흔히 말하는 군수업체이다. AAFES는 미국의 군 ・산 복합체(軍産複合體, military industrial complex)에 속하는 PMC 계열의 관변회사로서 군수자본의 담지자이다. AAFES는 이라크를 종횡무진하는 미국계 전쟁자본의 한 지파이고, 이 지파의 지파인 가나 무역에 김 씨가 고용되었으므로, 김 씨는 전쟁 자본의 희생자이다.
김 씨는 PMC라는 전쟁 자본가에 고용된 전쟁 노동자이므로 형식상 전쟁을 에워싼 노사관계가 형성되지만, 전쟁터에서 죽고 사는 문제를 놓고 계약하므로 생명을 담보로 한 노사관계라고 보아야 마땅하다. 다만 일반 노동자처럼 생산현장에서 일하지 않으므로, 전쟁 노동자로서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 이 점에서 전쟁 노동자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면서 김 씨의 사망에 대한 관점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즉 전쟁 자본의 희생자인 김 씨를 자본과 노동의 관계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주5)
7. 몸과 전쟁: 신체를 넘어선 전쟁
김선일 씨의 몸은 전쟁이라는 구조적 폭력의 희생양이다. 이라크 전쟁은, 인간의 신체를 추월한 전쟁의 비인간성을 드러낸다. 전차와 장갑한 기갑부대가 인간의 신체를 초월한다. 인간의 신체적 한계 속에 있었던 옛날의 전쟁은 인류를 절멸할 정도가 아니었으므로 오히려 인간적이었다.
그러나 핵시대의 전쟁양식 ・정보전쟁 양식은 인간의 신체를 초월한 전쟁(인간의 신체는 전쟁의 도구나 객체일 뿐 인간이 전쟁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정보기기나 핵무기가 주체이다)이므로 비(非)인간적 ・비인류적 ・비인륜적이다.
8. 국민 전체가 전쟁터의 프롤레타리아트로 된다
전쟁터의 기계화는 국민군(국민의 군대)의 형성에 의해 진행되어 온 전투원-비전투원의 구별을 더욱 미묘하게 만든다. 전쟁터가 기계화되는 현대전에서, 국민군의 위상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걸프전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국민군 병사)이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C4I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컴퓨터 엔지니어(비전투원)인지 전투원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한편 이라크전의 피해를 받은 사람들 대다수가 이라크 국민이므로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국가 전체가 기갑화 ・전차화(戰車化)하므로, 전투원 ・비전투원을 불문하고 국민 전체가 ‘전쟁터의
프롤레타리아트’로 전락한다.
케인즈주의적인 조직 자본주의(organized capitalism) 아래의 국가 총동원형-국민 총징용형의 전쟁양식(걸프전 이전의 전쟁양식)에서, 유연 생산방식(도요타 생산방식)이나 탈조직 자본주의(disorganized capitalism) 아래의 전자전쟁 양식으로 전환되어 가는 것이 현대전의 특징이다. 이러한 현대전 아래에서 여전히 국민을 전쟁터의 프롤레타리아트로 삼아 동원하는 게 문제이다. 이때의 국민개념 ・국민군의 의미를 재조명해야 한다.(2004.12.9)
[참고자료]
* 박찬국 {하데거와 나치즘}(서울, 문예출판사, 2001).
* 이신호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에 관한 연구」(공주사범대 석사논문, 1990).
* 제프 콜린스 지음, 이경현 옮김 {하이데거와 나치}(서울, 이제이북스, 2004).
* 황석영 {오래된 정원 (상)}(서울, 창작과 비평사, 2000).
* 홍성욱 「벤담의 파놉티콘에서 전자 시놉티콘까지」 {한국과학사학회지} 제23권 제1호(2001).
* Duncan Campbell 「Major American base forced to close in spy satellite controversy」<{世界}(2001년 8월호, 164~171쪽)에 일본어로 번역됨>.
* 市田良彦 {戰爭}(東京, 新曜社, 1989).
* 石川潤一 「北朝鮮の彈道ミサイルを監視する米軍偵察機」 {軍事硏究)(2004년 4월호).
*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304~320쪽을 참조하세요.
<註>
(주1) 북한은, 미국이 2004년 9월 중 각종 전략 및 전술 정찰기를 동원해 180여 차례에 걸쳐 대북(對北) 공중정찰을 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군사소식통을 인용, 대북 공중정찰에 이용된 항공기는 U-2고공정찰기를 비롯하여, RC-135 정찰기, E-3 공중 조기경보 통제기, EP-3 전자정찰기 등이라고 주장했다. 중앙통신은 “9월 13일에는 RC-135 정찰기와 RC-12, RC-7B 전술 정찰기 등 10대가 우리의 종심 지역과 중요 대상물들에 대한 공중정탐 행위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중앙통신은 “최근 미제가 남조선 지역에 최신 살인장비들을 대량 끌어들이고 남조선강점 미제 침략군 무력의 한강 이남 재배치와 맞물려 조선반도에서 새 전쟁을 도발하려는 불순한 목적 밑에 공화국에 대한 기습 선제타격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연합뉴스}(2004.10.1)>
(주2) ‘미군의 위협적인 정찰비행에 깜짝 놀란 북한군이 추적을 위해 출격을 하면 할수록 북한의 군사비가 탕진되어 경제가 흔들리면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는 믿음’ 아래, 미군의 ‘5030’ 작전계획이 진행 중이다. ‘5030’ 작전계획은 북한 붕괴를 위한 파놉티콘의 가장 엄혹한 형태이다.
(주3) 18세기까지는 병사들이 몸으로 싸웠으나, 1차 대전 이후 기계가 전쟁에 도입된 이후 거꾸로 되었다. 최근의 에이브러햄 전차를 비롯한 병기들이 최첨단화(탈근대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사의 신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주4) 가나 무역은 미국 관변의 민간 군사(戰士) 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인 AAFES와 계약을 맺은 회사이다. 김 씨가 가나 무역의 근로자이므로 김 씨는 PMC 계통의 전쟁 노동자로 분류된다.
(주5) 유명한 PMC인 해리버튼사(社)는, 미국의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 수주 제1위의 업체이고 네오콘(Neo Con, 신보수주의자)의 수장인 체이니 부통령의 영향 아래에 있는 군수업체이다. 해리버튼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추종하는 초국적 기업이다. 해리버튼이 PMC로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것은 ‘자유주의의 군사화’에 해당된다. 해리버튼의 종사자 역시 봉급쟁이이지만 신자유주의의 군사화에 동원되었고, 그게 빌미가 되어 이라크 저항세력의 납치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PMC 노동자의 ‘전쟁을 위한 노동의 대가(전쟁의 확대재생산을 위한 사용가치 산출, 이 사용가치는 생명을 파괴하는 가치이다)’ 및 이와 관련된 노사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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