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직후 상공으로 솟아오르고 있는 현무-2B 탄도미사일. |
우리 군은 2010년 중반 사정거리 1500km의 순항미사일 ‘현무-3C’를 개발해 배치한 데 이어,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탄도미사일 ‘현무-2B’를 보유함으로써 남북한 미사일 전력 불균형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우리 군은 1979년 1차 한미(韓美) 미사일지침에 따라 평양 인근까지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180km의 ‘현무-1’을, 2001년 2차 한미 미사일지침에 따라 북한의 함흥 일대까지 타격할 수 있는 300km의 ‘현무-2A’를 보유해 왔다.
군 관계자는 “‘현무-2B’ 실전배치를 계기로 우리 군은 함경북도의 나진(羅津) 일대를 제외한 북한 전역의 주요 군사기지는 물론, 중국 지린성(吉林省)·랴오닝성(遼寧省)·헤이룽장성(黑龍江省) 등 이른바 ‘동북 3성’ 일부 지역까지 사정권(射程圈)에 넣을 수 있는 강력한 탄도미사일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특히 강원도 동북단에서 ‘현무-2B’를 발사한다면, 평안북도 영저리, 함경북도 무수단리를 비롯한 북한의 미사일기지들을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무-2B’의 비행속도가 음속의 4배(‘음속 1’은 시속 1224km)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에서 ‘현무-2B’를 발사하면 평양(194km)은 2분22초,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269km)은 3분17초, 양강도 김형직군 영저리 미사일기지(423km)는 5분11초,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기지(431km)는 5분16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스피드다.
북한 2차 핵실험 때 ‘현무-2B’ 개발 착수
군 관계자는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때 사정거리 300km의 ‘현무-2A’ 성능개량 작업에 착수해 ‘현무-2B’를 개발했다”면서 “천안함 폭침(爆沈), 연평도 포격사건 등 북한의 도발이 잇따르자, 정부는 자위적 차원에서 탄도미사일의 성능개량에 이어 실전배치를 단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우리 군은 ‘한미 미사일지침’에 따라 ‘현무-2B’를 탄착 정밀도를 향상시킨 개량형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거리 연장형이다. 우리 군은 2006년 9월 중부지역에 육군 유도탄사령부를 창설해 지대지 유도무기를 지휘·통제하고, 유사시 합참의 지휘를 받아 미사일 작전을 펼치거나 예하 대대를 각 군단에 배속시켜 군단의 화력을 주도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유도탄사령부는 ‘현무-1’(탄도·사거리 180km), ‘현무-2A’(탄도·사거리 300km), ‘구형 에이태킴스’(ATACMS·탄도·사거리 180km), ‘신형 에이태킴스’(사거리 300km), ‘현무-3A’(순항·사거리 500km), ‘현무-3B’(순항·1000km), ‘현무-3C’(순항·1500km)에 이어, 500km 탄도미사일 ‘현무-2B’까지 보유하게 됐다.
우리 군은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인 1974년부터 ADD 주도로 사거리 150km의 ‘백곰’, 사거리 180km의 ‘현무-1’ 탄도탄을 개발하는 등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노력해 왔다. 1978년 9월 우리 군이 최초의 탄도탄인 ‘백곰’ 발사에 성공하자, 미국 정부는 한국군이 보유한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의 사거리와 동일한 180km, 탄두중량 500km를 넘지 않는 선에서 보유를 인정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른바 1차 한미 미사일협정이다. 전두환(全斗煥) 정부는 집권하고 한동안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했으나, 1983년 아웅산 테러를 계기로 ‘현무’ 시리즈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본격화했다.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은 공기가 희박한 고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로켓엔진을 사용한다. 포물선 탄도(彈道)를 그리며 음속 4~5의 고속(高速)으로 침투해 낙하시 음속 10~20의 스피드로 목표물을 파괴하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다. 탄도미사일은 아군의 인력손실 없이 적(敵)의 핵심 군사목표를 타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항공기보다 높은 기습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사거리와 탄두중량, 요격 어려움 등의 이점 때문에 핵탄두 투발수단으로 세계 각국이 선호하는 전략무기다.
이에 비해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은 추진체로 제트엔진을 사용하는 일종의 UAV(무인기)다. 일반 항공기처럼 일정한 고도를 아음속(亞音速)으로 비행하면서 목표에 도달한다. 지상 수m로 저공비행할 수 있고, 표적을 우회해 공격할 수 있어, 방공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렵다. 탄도미사일보다 파괴력은 작지만, 적의 핵심 시설을 10m 이내의 오차범위 내에서 ‘외과적’으로 공격할 경우 위력을 발휘한다.
南 ‘현무-2B’와 北 ‘KN-02’는 러시아 ‘SS-21’과 同型
우리 군은 러시아제 SS-21 미사일 기술을 토대로 ‘현무-2B’ 탄도미사일를 개발했다. 현무-2B와 SS-21 미사일의 외양이 똑같다. 오른쪽 사진은 SS-21의 발사 모습. |
군 관계자는 “‘현무-2B’는 러시아제 ‘SS-21’ 지대지 미사일 기술을 원천(源泉)으로 했다”면서 “북한도 사정거리 120km의 ‘KN-02’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 제작을 위해 러시아의 ‘SS-21’ 미사일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현무-2B’와 ‘KN-02’는 한 부모(父母)를 둔 미사일인 셈이다.
북한이 보유한 사정거리 120km 단거리 탄도미사일 ‘KN-02’. 러시아 SS-21 미사일 제조기술을 원천으로 했기 때문에 ‘현무-2B’와 흡사하다. |
‘현무-2B’ 탄도미사일은 ‘현무-2A’의 사거리를 연장한 개량형으로, ADD가 탐색·체계개발·시험평가를 거쳐 LIG넥스원(구 LG정밀)이 생산했다. 금속제 용기인 캐니스터(canister)는 두산DST가 제작하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현무-2B’ 탄도미사일은 특수 대형차량에 실려 야지(野地)에서 캐니스터를 이용해 발사한다. 때문에 ‘현무-2B’는 기동성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적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생존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무-2B’는 북한의 스커드 시리즈에 비해 발사가 쉬운 ‘관성항법장치(INS)’를 채택하고 있고, 적의 방해전파에도 자유롭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시리즈와 달리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따라서 액체연료를 채우느라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스커드 미사일과 달리,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현무-2B’의 제원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러시아의 ‘SS-21’ 지대지 미사일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제원이 거의 유사하다”고 귀띔했다.
추진기관을 점화한 ‘현무-2B’가 캐니스터 내부의 발사레일 전단의 핀을 끊고 지상으로 솟아오르고 있다. |
러시아의 지대지 미사일 ‘SS-21’은 길이 6.4m, 직경 65cm, 무게 2010kg, 엔진은 1단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탄두무게는 482kg이다. 자탄(子彈) 950여 개가 목표지점 600~1500m 상공에서 폭발해 축구장 3~4개 넓이(400×500m)에 해당하는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비행속도는 음속의 4배 정도로 알려졌고, 탄착오차가 목표 기준반경 150m로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에 비해 높은 정밀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보유하게 된 ‘현무-2B’는 사정거리(500km)로 볼 때, 북한의 ‘스커드C’에 대응하는 탄도미사일이다. ‘현무-2B’는 러시아의 육군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더(Iskander)’와 동일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칸더는 사거리 400km, 480kg짜리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미 양국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정거리를 300km로 제한한 ‘한미 미사일지침’을 개정하는 협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처음 만들어진 뒤 2001년 개정된 미사일지침은 우리나라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300km, 탄두(彈頭) 중량은 500kg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우리나라는 사거리 3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은 개발할 수 없었다. 정부는 2009년 4월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이후, 국내에서 미사일지침 개정요구가 거세게 일자 미측에 협상을 제안했었다고 한다.
“탄도미사일 규제는 국가적 수모”
자탄 950여 개가 목표지점 600~ 1500m 상공에서 폭발해 분산하는 모습. 축구장 3~4개 넓이(400×500m)에 해당하는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
김태우(金泰宇)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으로 한국 전역을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사정거리 500km 탄도미사일 개발배치는 우리의 부족한 미사일 전력을 보완하는 데 큰 보탬이 되겠지만, 북한 지역 전역을 커버하기 위해 휴전선 인근에서 운용해야 하는 약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결국 한미 미사일협상을 통해 사거리는 1000km로 하고,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에 모두 걸려 있는 탑재중량 제한(500kg)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우리 군이 UAV를 운용할 때 원하는 장비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중량제한 폐지 문제도 협상에서 비중있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북한은 우리나라를 핵과 미사일의 손아귀에 넣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 규제를 받고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일”이라면서 “얼마전 미 국방부 고위인사를 만나 ‘미사일 규제를 그대로 방치하면 한국민은 국가적 수모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미국도 한미 간 전략대화를 통해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백곰’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휘했던 이경서(李景瑞) 전 ADD 부소장(단암전자통신 명예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의 서해5도와 수도 서울에 대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대칭전략’으로서 미사일 개발을 시작했던 것”이라면서 “1978년 9월 서해상 안흥사격장에서 박 대통령은 존 위컴 당시 8군사령관을 불러놓고 발사시험을 해 가면서 한국의 유도탄 보유 필요성을 역설해 그들을 설득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