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F-15의 ‘전투일지’

醉月 2009. 5. 21. 21:27

 

미국의 F-15
 미 공군은 1980년대부터 F-15를 주력전투기로 사용했다(F-15E 제외). 이들은 주로 유럽이나 태평양 등의 해외 파견 기지에 배치되었으며, 정작 미국 본토에는 별로 배치되지 않았다. 미국 본토까지 적의 전투기나 폭격기가 날아올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미국 본토를 지키는 임무는 주로 유지비용이 더 싼 F-16이 맡았다). 미 공군의 F-15가 실전을 처음 경험한 것은 91년 걸프전 때였다. 총 98대의 F-15C/D가 전투에 참여했으며 2천 2백회 가량 비행했다. 미 공군의 F-15는 공중전에서 1대도 손실되지 않은 반면, 33대의 이라크군 항공기를 격추시켰다.

 

 

▲ 걸프전에 참가한 미 공군 소속 F-15C. 사진의 배경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공군 기지다. 사우디 아라비아 역시 걸프전에 연합군으로 참가했으며, 이처럼 다른 연합군의 전투기들이 머물 기지를 제공했다.
 
 특이한 점은 이 격추기록 중 대다수가 AIM-7 스패로우 미사일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총 33대의 격추기록 중 AIM-9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이용한 격추는 5번에 불과했으며, 기동에 의한 적기 추락유도가 1번 있었고(이라크 전투기가 F-15를 회피하려고 기동하다가 지면에 충돌했다) 기관포를 이용한 격추는 아예 없었다. F-15의 나머지 격추 기록은 모두 AIM-7에 의한 것이다. AIM-7은 베트남전 때만 해도 너무나도 떨어지는 명중률 탓에 악평이 자자했으나, 이후 계속 성능이 개량되었기 때문에 걸프전에서는 높은 명중률을 보여줬던 것이다. 
 

▲ AIM-7 스패로우 미사일을 발사 중인 F-15C. AIM-7이 처음 데뷔했던 베트남전 당시에는 이 미사일의 명중률이 저조하기로 유명했으나, 걸프전에서는 AIM-7이 비교적 높은 명중률을 보여줬다. 그러나 미군은 걸프전을 끝으로 주력 공대공 미사일을 더 신형인 AIM-120 암람으로 교체했다(현재도 미군은 AIM-7을 비축하고 있으나 주로 훈련시에만 사용하며 실전 임무에는 AIM-120을 사용한다).
 
 한편 걸프전에는 F-15E 스트라이크 이글도 48대가 참가했다. F-15E의 주요 임무는 다리, 항공기 격납고, 이라크군의 전차 및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를 찾아서 파괴하는 일이었다. 다만 이 당시에는 F-15E가 이제 막 미 공군에 배치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모든 시스템, 특히 LANTIRN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았다. 그래서 주로 레이더를 이용해서 목표물을 찾았으며, LANTIRN은 거의 전쟁 막바지부터 F-15E에 탑재되었다. 
 

▲ 걸프전 당시의 사진. F-15와 F-16이 섞여 있는데, 어두운 회색 F-15가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이고 좀 더 밝은 회색 전투기가 F-15C 이글이다. 한편 사진 배경의 지상에 불타고 있는 것은 이라크군이 퇴각하면서 불지른 쿠웨이트의 유전들이다.
 
 걸프전에서 미 공군의 F-15C/D가 대부분 공대공 전투임무를 맡았으므로 F-15E는 주로 지상공격 임무만 맡았기 때문에 공대공 미사일을 이용한 적기 격추기록은 없다. 다만 F-15E가 이라크군의 헬리콥터 1대를 격추시킨 기록이 있는데 이것은 레이저유도폭탄을 이용한 것이었다. 지상에 주기되어 있던 이라크군의 헬리콥터 (기종은 휴즈500)를 향해 GBU-10을 투하했는데 마침 헬리콥터가 이륙해버렸다. F-15E의 화기관제사는 재빨리 레이저로 이 헬리콥터를 조준했고, 헬리콥터는 공중에 뜬 채 폭탄을 얻어맞고 추락해버렸다.

 

 걸프전 이후 미 공군은 줄어든 국방비 탓에 총 342대를 보유하고 있던 F-15A~D를 252대로 줄였다. 단, 줄이기로 한 F-15를 전부 폐기해버린 것은 아니며 주로 F-15A/B를 사막저장소에 장기 보관하는 식으로 그 숫자를 줄였다. 단, 이제 막 배치하기 시작한 F-15E의 숫자는 줄이지 않았으며 총 230여대를 생산 및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미 공군의 F-15는 코소보에서 유고슬라비아 군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실전을 경험한다. 1999년, 미 공군의 F-15C가 총 4대의 유고슬라비아군 MIG-29를 격추시켰으며, 4번 모두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이용한 기록이었다(AIM-120은 91년 걸프전 당시 이미 개발이 된 시점이긴 했으나 몇 가지 문제를 보완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실전에서 쓰이진 않았다). 당초에 F-15C/D는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로 모두 대체될 예정이었으나, 랩터의 가격이 너무 비싼 나머지 미 공군이 원하는 만큼 충분한 수량을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미 공군은 F-15C/D의 레이더를 비롯한 내부 전자장비들을 개량, 최소 2020년 정도까지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 F-15D(뒤쪽)와 함께 비행중인 F-22A 랩터(앞쪽). 원래 F-22는 모든 F-15C/D를 대체할 예정이었으나 예산부족으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생산수량이 크게 줄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당분간 미 공군은 F-15C/D를 업그레이드해 F-22와 함께 운용할 예정이다.
  
 한편 미 공군으로서도 F-15E는 적당한 후계기가 없는 상태이다. F-22는 F-15C/D 처럼 주로 공대공 전투 임무를 맡을 예정이며, 또 다른 신형 전투기인 F-35 라이트닝2는 공대지 임무도 중시해 설계한 전투기이지만 대형전투기가 아닌 관계로 F-15E 만큼 다량의 폭탄을 싣고 장거리 비행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공군은 F-15E 역시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통해 2030년 이후 까지 운용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F-15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F-15를 도입한 해외고객이며, 한편으로는 유일하게 F-15A/B를 운용중인 해외고객이다. 이스라엘은 미 공군 및 미 주방위군이 쓰던 F-15A/B를 20여대를 넘겨 받았는데, 여기에 바즈(Baz), 즉 이스라엘 어로 독수리란 뜻의 이름을 붙였다.

 

▲ 이스라엘 공군의 F-15A 바즈(독수리). 사진에서 F-15A의 기수 옆, 658이라는 숫자 위에 작은 동그라미 2개는 적기 2대를 격추시켰다는 의미다.
 
 이후 이스라엘은 다시 30여대의 F-15C/D를 신품으로 구매했었다. 이중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에 전달 된 5대의 F-15D는 F-15E의 기체에 내부 장비만 F-15D의 것으로 바꾼 것이었다. 이 전투기를 생산하던 시점에서는 더 이상 F-15D가 생산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이들 F-15C/D에 아케프(이스라엘 어로 말똥가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편 이스라엘의 F-15C/D는 미국의 것이 아닌,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전자방해장치들이 탑재되었다. 또한 이 전투기들은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미사일들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되었다.

 

 이스라엘의 F-15는 미국의 F-15보다도 훨씬 이전에 실전에 투입되었다. 이스라엘 F-15의 첫 격추기록은 1979년에 세운 것으로, 이때 시리아의 MIG-21을 5대 격추시켰다(AIM-7 이용 1기, AIM-9 이용 3기, 기관포 이용 1기). 이후 이스라엘의 F-15는 1982년 레바논 전투에서 시리아의 전투기를 44기나 격추시켰다. 91년 걸프전에서의 미군과는 달리 이스라엘의 F-15 조종사들은 근접공중전을 선호하였으며, 적지 않은 격추기록을 기관포와 AIM-9 사이드와인더, 그리고 파이톤-3(이스라엘에서 개발한 열추적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으로 세웠다.

 

 이스라엘은 이후 이라크의 오시라크 핵시설 공격(F-16 파이팅팰콘 5편 참조)을 실시한 이후,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전폭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그래서 F-15E의 이스라엘군 형인 F-15I를 25대 도입했다. I는 이스라엘의 약자이며, 즉 F-15I는 이스라엘의 요구 사양에 맞게 개조되었다는 의미다. F-15I의 레이더는 AN/APG-70I로 원래의 F-15E 레이더에 비해 지상탐색능력이 약간 다운그레이드된 버전이다. F-15I의 전파방해장치들은 전부 이스라엘제 장비로 채워졌으며, 또 항법장비나 주요 연산장치들도 이스라엘에서 자체 생산한 제품이 들어갔다.

 

 또한 F-15I는 DASH(시현 및 조준 헬멧 : Display And Sight Helmet)라는 헬멧 조준장치를 탑재했다. 이것은 조종사가 목표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사일을 조준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로, 특히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파이톤-4 단거리 미사일과 연동될 경우 F-15I 조종사는 기수를 굳이 적 항공기를 향해 돌리지 않고도 적기에게 미사일을 발사 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DASH 헬멧은 비행에 필요한 속도, 고도 등의 정보를 헬멧의 바이저 (Visor : 선그라스 처럼 된 부분)에 표시해주기 때문에 조종사는 굳이 전방의 HUD를 보지 않고도 비행정보를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은 F-15I에 라암(천둥이란 뜻)이란 이름을 붙였다.

 

▲ 이스라엘의 F-15I. F-15E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폭기 버전의 F-15다. 공중전만 전담하는 F-15A~D는 주로 밝은 회색계열인 것과 달리, F-15I는 지상공격을 위해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적이 위에서 보았을 때 지상과 잘 구별하지 못하도록 얼룩무늬 위장색을 칠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F-15
 사우디 아라비아는 90년대 초, 62대의 F-15C/D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과거에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으나 이후 우호적인 관계로 돌아서면서 이처럼 F-15를 들여온 것이다. 다만 미 의회가 처음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던 탓에 F-15의 수출을 60대로 제한했다(사우디 아라비아가 사고로 2대의 F-15를 잃어서 보충분으로 2대를 더 구매하면서 62대를 수입하게 된 것이다). 이후 사우디 아라비아는 12대의 F-15C/D를 추가로 구매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가 걸프전에 참가하자, 미국은 미공군 소속의 F-15C/D 24대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추가로 넘겨주었다. 다만 미국은 기술정보의 유출을 우려해서 레이더경보시스템 등의 주요장비 일부를 제거하고 나서 이 전투기들을 넘겨주었다. 걸프전 직후 사우디 아라비아는 지상공격형 F-15를 구매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F-15E의 1인승 버전인 F-15F를 구매하려 했으나 이 계획은 취소되었다. 몇 번의 협의와 미 의회의 개입 끝에 1993년, 사우디 아라비아는 F-15S라는 이름으로 72대의 F-15를 추가로 구매했다(S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약자). F-15S는 기본적으로 F-15E와 동일한 항공기이지만, 레이더나 목표물탐색 장비, 전파방해장비 등이 다운그레이드 되었다.

 

▲ 사우디 아라비아의 F-15S. 이 전투기는 색 때문에 F-15B나 D로 오해받기 쉽지만, 잘 보면 동체 옆에 일체형 연료탱크가 달려 있고 동체 밑에는 F-15B/D는 탑재하지 않는 LANTIRN 장비와 Mk.82 폭탄(정확히는 이것의 훈련탄)이 탑재되어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F-15C는 총 4대의 적기를 격추시켰는데, 첫 번째 격추기록은 1984년 이란의 F-4E 2대를 상대로 세운 것이었다. 이후 사우디 아라비아의 F-15C는 1991년 걸프전에 참가해 이라크의 미라지 F1 전투기 2대를 더 격추시켰다.

 

일본의 F-15

 일본은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F-15를 보유한 나라이며, 한편 유일하게 F-15를 라이센스 생산한 나라이다. 일본은 F-104와 F-4EJ만으로는 주변국(주로 소련과 중국)의 공중위협으로부터 자국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해 1970년대 말부터 F-15를 미쓰비시에서 면허 생산했다(일본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항공기 개발 업체의 유지를 위해 전투기를 해외로부터 직접 수입하지 않고 면허생산하거나 자체개발한다). 일본은 자국에서 면허 생산한 항공기의 뒤쪽에 J를 붙이기 때문에 이 F-15들은 F-15J(F-15C에 해당), F-15DJ(F-15D에 해당)로 불리게 되었다.

 

▲ 편대 비행중인 일본 자위대의 F-15J. 등에 한 용문신(!)은 행사를 위해 특별히 그려 넣은 것으로, 평소에는 저런 그림을 그리고 다니지는 않는다.
  
 일본은 총 220여대의 F-15J 및 F-15DJ를 생산했다(다만 최초에 생산된 2대의 F-15J와 12대의 F-15DJ는 미국 맥도널 더글라스에서 제작). F-15J/DJ는 원래의 F-15C/D와 내부장비의 구성이 약간 다른데, 전파방해장치나 레이더경보수신기는 일본에서 자체개발한 것이 탑재되었고 일본의 지상관제소와 통신하기 위한 데이터링크 장치가 추가되었다. 또 F-15J/DJ는 이시카와지마-하리마 중공업에서 F100 엔진을 라이센스 생산한 F100-IHI-100 엔진을 탑재했다.

 

 이후 90년대부터 일본은 F-15J/DJ의 업그레이드를 시작했는데 비상탈출좌석을 신형으로 교체하고, 엔진과 레이더도 신형으로 바꿨다. 또한 자신들의 F-15에 자체개발한 AAM-3 단거리 열추적 공대공 미사일과 AAM-4 중거리 레이더 유도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했다. 한편 일본은 다른 F-15를 운용하는 나라들과 달리 F-15E에 해당하는 전폭기 버전의 F-15는 운용하고 있지 않은데, 일본 자위대는 타국을 직접 공격하는 무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 비행중인 F-15J. 일본의 F-15J는 F-15C에 해당하는 전투기이지만, 나름대로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사진의 F-15J 동체에 달려 있는 AAM-4 미사일이다. 본래 일본의 F-15J는 AIM-120 같은 최신형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하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이렇게 자국산 공대공 미사일을 개발해 장착하고 있다. 
 
싱가폴의 F-15
 우리 공군이 F-15K를 도입할 때 즈음, 싱가폴 역시 새로운 전투기 도입사업을 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F-15와 라팔이 차세대 전투기 자리를 놓고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싱가폴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싱가폴은 라팔 대신 12대의 F-15를 구입하기로 했었다. 싱가폴의 약자를 딴 이름이 붙은 F-15SG는 엔진이나 목표물 조준 장치 등은 기본적으로 F-15K와 유사하지만 레이더는 좀 더 신형인 AN/APG-63(v)3 전자주사식 레이더를 탑재했다(우리 공군도 AN/APG-63(v)3를 다는 것을 고려했으나 예산 문제로 일단 (v)1 버전을 달았다. 만약 예산이 확보되면 안테나만 바꾸는 것으로 F-15K의 레이더를 AN/APG-63(v)3 레이더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 싱가폴의 F-15SG. 현재로선 가장 발전된 F-15라고 볼 수 있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이야기 ① 날개 하나로 돌아온 F-15
 이 이야기는 다큐멘터리와 각종 서적, 인터넷 자료를 통해 꽤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스라엘의 F-15 이야기가 나온 만큼 안 다룰 수 없을 것 같아서 소개한다(그런 것 치고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란 제목이라니…).

 

 1983년 3월 1일, 이스라엘 공군의 F-15D와 A-4N 스카이호크 공격기가 공중전 훈련을 벌이다가 그만 공중에서 충돌하는 사고를 내고 말았다. A-4N의 조종사는 즉각 탈출했으나 F-15D에 타고 있던 학생조종사(전방석)와 교관조종사(후방석)은 비상탈출 하지 않았다. F-15D는 마구 회전하면서 지상으로 곤두박질 쳤으나 학생조종사는 곧 F-15의 자세를 바로 잡으면서 지상에 충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교관조종사는 비상탈출 할 것을 지시 했으나 학생조종사는 자신이 탄 F-15D가 어느 정도 조종할 수 있는 상태라고 판단, 교관의 명령을 어기고 그대로 비행을 계속 했다.

 

 속도를 일정 수준 이하로 늦추면 자세제어가 너무 힘들어지고 고도 또한 심하게 떨어져서, 결국 F-15D의 학생 조종사는 자신의 전투기를 260노트(480km/h)나 되는 속도로 지상에 착륙시켰다. 이 속도는 원래의 착륙속도에 두 배 정도 되는 속도였다. 그리고 학생조종사는 조종석에서 내려오고 난 다음에야 자신의 전투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자신의 F-15D 전투기의 오른쪽 날개가 거의 없어져 버린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이 사실을 제작사인 맥도널 더글라스에 알렸고, 맥도널 더글라스 역시 사진과 관련 자료들을 직접 받기 전까진 믿지 못했다고 한다. 나중에 정밀하게 분석해본 결과 날개뿐만 아니라 동체에서도 꽤 많은 양의 양력(뜨는 힘)이 생겨서 무사히 착륙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렇게 한쪽 날개가 날아가면 양력 부족도 문제지만 좌우 양력의 불균형으로 인해 자세를 잡는 것이 굉장히 까다로워진다. 보통 한쪽 날개가 완전히 날아가면 주 날개에 붙어 있는 에일러론도 같이 날아가 버리므로 자세제어가 힘들지만, F-15의 경우에는 꼬리날개도 에일러론 역할을 함께 하므로 자세제어가 가능했다.

 

 학생 조종사는 교관의 지시를 어겼으므로 1계급 강등 당했으나, 뛰어난 기량으로 침착하게 항공기를 무사히 착륙시켰으므로 2계급 진급하여 결국 1계급 진급 할 수 있었다(다만 학생 조종사가 말하길, 한 쪽 날개가 날아간 것을 알았다면 침착하게 착륙시키진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 한쪽 날개가 완전히 날아간 F-15. 날개 상당 부위가 파손된 채로 항공기가 무사히 착륙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이렇게 한쪽 날개가 뿌리부분부터 완전히 날아갔는데도 무사히 착륙한 경우는 없었다. 맥도널 더글라스는 이런 상태로도 F-15가 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동체에서 생각보다 많은 양의 양력이 발생한 것과 더불어 끔찍할 정도로 뛰어난 조종사의 실력 덕분이라고 했다 한다.
   
 이스라엘 공군은 이 사고가 난 F-15D를 맥도널 더글라스로부터 새로 사온 날개 한쪽을 달아서 말끔히 수리한 후 다시 운용했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이야기 ② F-15의 유일한 공중 피 격추

 F-15는 각 국의 격추 기록을 모두 합치면 104대의 적 항공기를 격추시켰으나, 자신은 공중전에서 한 번도 격추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F-15도 공중에서 다른 항공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의해 격추 당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하지만 이 F-15는 한 번도 실전에 참가한 적이 없는 일본의 F-15J였다.

 

 1995년, 일본의 F-15J 1대가 떨어졌다. 이날 사고현장에 있던 2대의 F-15J는 공중전 훈련과 AIM-7 중거리 유도 미사일의 가상 발사 훈련, 그리고 AIM-9 단거리 유도 미사일의 실제 사격 훈련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날 조종사들은 전투기의 무장 스위치를 ‘안전(Safety)’ 위치에 두었지만(이러면 조종사가 발사 버튼을 눌러도 모든 무장이 발사되지 않는다. 총의 안전장치와 같은 것이다.) 어째서인지 2번기의 AIM-9 미사일이 발사되고 말았다. AIM-9 미사일은 곧바로 앞서 비행하던 1번기의 꼬리로 빨려 들어갔고, 미사일에 얻어 맞은 F-15J는 그대로 추락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번기의 조종사는 비상탈출에 성공, 근처에 있던 어선에 의해 무사히 구조되었다는 것이다.

 

 2번기 조종사는 분명 무장 스위치가 안전 상태에 있었으므로, 미사일이 발사된 것은 전기 장치의 오작동이 원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고조사 결과, 이 조종사는 무장 스위치를 안전이 아닌 ‘장전(Arm)’ 상태에 두었었다. 그리고 연습을 위해서였는지 실수 였는지 AIM-9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눌렀고 미사일은 오작동이 아닌 정상작동하여 동료 기체를 향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것이 F-15의 유일한 공중에서의 피격추 기록이다.

 

 
기사제공= 주간 공군웹진 공감 / 필자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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