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세계의 항공모함, 그 시작과 현재

醉月 2009. 4. 14. 08:51

세계의 항공모함, 그 시작과 현재는

 

 현대 해군 전력은 수상함, 잠수함, 항공기로 구성되는데 항공모함은 해군력을 구성하는 3대 핵심세력 중 하나인 항공세력을 싣고 다녀 영어로 ‘Aircraft Carrier’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1913년 3월 인류 역사상 최초의 항공모함이 탄생한 이래 전쟁의 양상을 바꾼 항공모함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함을 개조해 만든 최초의 항모
 인류 역사상 최초의 항공모함은 영국해군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습니다. 폭탄을 실은 항공기가 적 함정 가까이 날아가서 폭격하면, 함포로 사격하는 것 보다 더욱 정확한 공격이 이뤄질 수 있겠다고 생각한 영국 해군은 항공기를 실을 수 있도록 전함을 개조하였습니다.

 

▲ 영국의 항모 허미즈함

 

 1912년 1월 전함을 개조한 항공모함에서 항공기를 이착함시키는데 성공하게 됨으로써 자신감을 얻은 영국 해군은 1913년 3월 순양함 ‘허미즈함’을 개조해 최초의 항공모함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1914년 7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같은해 12월 25일 영국 해군은 최초의 항모 세력을 이용한 공습작전을 감행하게 됩니다.(미국이 1910년 경순양함 버밍햄에 길이 83피트의 활주로를 만들어 항공기를 발함시키는데 성공한 것을 최초의 항공모함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항공모함은 해군력의 가장 중요한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의 열강들은 항공모함을 보유하기 위해 열을 올렸습니다.

 

항공모함의 오늘날 모습
 오늘날 항공모함은 디젤엔진의 힘으로 기동하는 재래식 항모와 원자력으로 기동하는 핵추진 항모로 구분됩니다. 따라서 재래식 항모는 일반적으로 CV로 부르고, 핵추진 항모는 핵을 뜻하는 N(Nuclear)을 붙여 CVN으로 표기합니다. 핵추진 방식은 재래식 항모가 가지고 있던 연소가스 배출 굴뚝으로 인해 함재기가 이착함시 방해를 받는 것, 즉 연료유 저장 탱크의 제한된 크기로 인해 수시로 군수 지원함이 디젤유를 보급해 주어야 하는 것 등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단번에 해결해 주었습니다.

 

 즉 원자로는 산소가 없어도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어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 비행갑판 위로 거대한 굴뚝을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또 핵연료는 몇 년에 한 번씩 원자로에 장전하는데 핵연료 장전은 항모가 수리를 받기 위해 입항할 때 하면 되기 때문에 연료보급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항모요원들이 사용하는 식량과 함재기용 연료와 탄약만 보급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원자로는 디젤엔진에 비해 힘이 월등히 강합니다. 따라서 핵추진 항모는 재래식 항모보다 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은 핵추진 항모를 건조하기 시작하게 됩니다.

 

▲랭글리함

 

세계최강 미 해군 항공모함
 미국 해군이 보유한 최초의 항모는 1922년 3월 22일 취역한 ‘랭글리함(Langley)’이었습니다. 미국 해군은 이 항모에 함번호 1번(CV1)을 부여했습니다. 이후 1975년에는 만재 톤수가 9만 7천여 톤에 이르는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을 취역시켰습니다.

 

▲ 에이브러햄 링컨함

 

 1989년에 취역한 ‘에이브러햄 링컨함(CVN71)’ 부터는 만재 톤수가 10만 2천여 톤으로 더 커졌습니다.  1982년 3월 취역한 미 해군의 세 번째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 빈슨함(CVN70)’이 제공한 홍보자료를 통해 핵추진 항공모함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칼 빈슨함’의 원자로는 2개로, 발전량은 10만 명 규모의 도시를 밝힐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칼 빈슨함'은 통상 90일 가량의 작전에 필요한 식량과 각종 군수 지원물품을 적재하고 있으며, 약 300만 갤런(1,135만 6,290L)의 기름을 실을 수 있습니다. 항공모함에 있는 구내식당은 7개로 하루 16,000명분의 식사를 만들고, 승무원들은 1,817L의 우유를 마시며, 식당에서는 저녁식사용 팬케이크6,800개를 굽고 롤빵 12,000개를 만듭니다. 하루 식사비용만도 36,000달러나 되며, 바닷물을 정수해 하루 151만 4,172L의 물을 만들고 승무원들은 25,000여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하죠? 연간 운영비는 약 2억9천만 달러(약 3,570억원)가 든다고 합니다. 항공모함의 수명을 50년 정도로만 생각해도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것 같습니다. 

 

순양함과 항모의 두 얼굴을 지닌 구소련의 경항모
 경항모는 시 해리어(Sea Harrier)기처럼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함하는 전투기나 수직으로 이착함하는 헬기를 주로 싣고 다닙니다. 이러한 경항모는 헬기를 뜻하는 H(helicopter)를 붙여 CVH(단거리 및 수직 이착함기용 항모)로 표현하거나 가볍다는 뜻의 L(light)을 붙여 CVL(경항모)로 불립니다. 미국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러시아와 영국·프랑스 등은 3만 톤급 내외의 중형 항모 혹은 경항모를 운영합니다. 해군력에 관한 한 러시아는 미국보다 한 수 아래인 듯 보입니다.

 

▲ 키예프급 항모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이미 고정익기를 탑재하는 항모를 보유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단 한 척도 보유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967년과 68년에 최초로 2만 톤급인 모스크바(Moskva)급 항모 두 척을 보유하게 됩니다. 이 항모는 크기가 작아 헬기 18대만 탑재할 수 있는 헬기항모 였습니다. 이후 1975~85년 러시아는 3만톤급 규모의 키에프(Kiev)급 항모 네 척을 취역시켰습니다. 키에프급 항모에는 구 소련이 제작한 수직 및 단거리 이착륙기인 야크(YAK)-38이 탑재되었습니다.

 

 러시아 항모의 특징은 앞부분에 각종 미사일을 탑재하는 전형적인 전투함의 모양새를 갖추었고, 뒷부분에 함재기를 탑재하는 공간이 있는 순양함과 항모를 합친 형태이며, 항모에 실려 있는 함재기들은 잠수함을 찾아내어 공격하는 것이 주 임무였습니다. 물론 러시아도 1988년에 원자로와 재래식 엔진을 조합한 기관으로 추진하는 6만5천 톤급의 고정익기용 항모를 만들었으나 2번함인 ‘바랴그함’ 건조 중 소련이 붕괴돼 2천만 달러에 중국(마카오)에 해상카지노 공원용으로 팔려가는 불운을 맞았습니다.

 

 

시 해리어를 탑재한 영국의 인빈셔블급 항모

▲ 인빈셔블급 항모

 

 현재 영국 해군은 경항공모함(CVH)의 대표격인 인빈셔블급 (1만8천여 톤) 항모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인빈셔블함’은 크기가 작고 비행갑판에 설치된 활주로도 짧기 때문에, 일반 고정익 함재기들은 이착륙을 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이착함 거리가 매우 짧고, 때로는 수직으로 이착함할 수 있는 ‘시 해리어기(sea harrier)’를 탑재했습니다.

 

 ‘인빈셔블함’은 ‘시 해리어’ 외에 헬기도 탑재합니다. ‘시 해리어’는 적의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이거나 지상에 있는 적군 시설을 공격하는 작전에 투입되고 헬기는 주로 적의 잠수함을 찾는 대잠전에 투입됩니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인빈셔블함’은 1982년 4월 남대서양의 포클랜드섬의 영유권을 놓고 아르헨티나와 벌인 전쟁에서 그 위력을 십분 발휘해 경 항모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습니다.

 

세계의 항공모함
 프랑스 해군도 항공모함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었지만 미해군 처럼 대형 항모를 보유하면 비용 부담이 되고, 영국 해군처럼 경항모를 운영하자니 '시 해리어'기가 없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프랑스 해군은 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프랑스 해군은 고정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3만 톤급의 중형 항모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재래식이 아닌 핵추진 방식으로 건조를 추진했습니다.

 

▲ 샤를르 드골함

 

프랑스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르 드골함’
 프랑스 해군은 재래식 중형 항모인 ‘크레망소함’과 ‘포슈함’을 갖고 있었는데 1989년 새로 3만톤급의 핵추진 항모(CVN) ‘샤를르 드골함’ 을 취역시켰습니다. ‘샤를르 드골함’에는 프랑스 다쏘社가 개발한 차세대 함재기용 전투기 ‘라팔-M’을 30여대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인도의 ‘비라트급’ 항모, 브라질의 ‘상파울로급’ 경항모, 이탈리아의 ‘쥬세페 가리발디급’ 경항모, 스페인의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급’ 경항모, 태국의 ‘샤크리 나우레벳급’ 경항모 등 각국 해군의 항공모함이 세계의 바다를 누비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 멋진 항공모함이 우리의 바다를 지킬 날이 오겠지요?

 

기사제공= 해군블로그 Blue Paper / 필자 정성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