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3000t급 핵추진 잠수함(SSN) 건조하나

醉月 2010. 9. 17. 08:45

李明博 정부, 核추진 잠수함용 ‘농축우라늄’ 구매 英國에 타진

글 : 吳東龍 月刊朝鮮 기자  

⊙ 英國 정부, 작년 4월 “농축도 19% 우라늄 판매와 재처리까지 해줄 수 있다”고 답변
⊙ 학계, ‘핵무기와 핵추진 잠수함은 다르다’며 꾸준히 문제제기…미국 정부, “한국 측 말이 맞다”  최근 동의 밝혀와
⊙ 214급 잠수함 ‘조기 종료’, 3000t급으로 전환…핵추진 잠수함 계획 가능성

 

2009년 3월 31일, 이명박 대통령은 다우닝가 10번지의 영국총리 관저를 방문해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와 한·영 정상회담을 나누었다.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수면(水面)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SSX)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2009년 4월 2일 제2차 G20 금융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에 장전할 ‘핵연료 구입문제’를 논의했다.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은 영국 방문 전 주한(駐韓) 영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이 제작하려는 핵추진 잠수함에 사용할 핵연료를 구입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 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했고, 대사관은 이를 본국에 보고했다”면서 “정상회담에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U-235) 공급과 재(再)처리까지 담당할 수 있다’는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양국 정상과 외교안보 참모들 간 논의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연상태의 우라늄은 농축도가 0.7% 정도, 발전용 원전(原電) 연료는 0.7~5%, 핵잠수함용 연료는 20~90%, 핵무기용은 농축도 95% 이상을 사용한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차원에서 우라늄 농축도 20% 미만의 핵연료는 사용 후 재처리를 하지 않으면 다른 용도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면서 “사용 후 핵연료의 행방만 정확히 추적하면 문제될 것이 없어 국제적으로 별다른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의 씨울프급 핵잠수함. 수중속도 38노트, 작전소음 80데시벨로 가장 ‘정숙’한 잠수함이다.
  영국은 핵잠수함 4척에 200여 개의 핵탄두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다. 영국의 ‘뱅가드’급 핵잠수함은 16기의 ‘트라이던트-2’ 탄도미사일을 탑재하고 있고, 하나의 미사일에는 100kt짜리 핵탄두 3개가 장착돼 있다. 영국은 서방세계에서 미국과 함께 핵잠수함을 직접 건조하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 잠수함 건조회사인 ‘BAE시스템스’는 7000t급 ‘아스튜트(Astute)’ 최신예 핵잠수함을 건조했다.
 
  한국 정부는 1973년 3월 한미원자력협정, 1975년 4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 등으로 인해 원자력 기술의 군사적 목적 전용이 금지돼 있고, NPT의 안전조치 수락의무로 인해 핵연료의 비밀확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1992년 2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농축·재처리 등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각별한’ 관계인 영국이 한국에 핵연료를 판매할 수 있다고 통보한 것은 미국과 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그동안 한국의 학계와 해군에서 미국 정부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한 것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실제 한국의 학계와 해군은 미국 측에 ‘핵무기의 핵분열과 핵추진 잠수함의 핵분열은 다르다’며 꾸준히 핵추진 잠수함 건조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얼마 전 ‘한국 측 말이 맞다’며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정부 시절, 이 문제를 계속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전작권 전환이 연기되는 등 한미동맹(韓美同盟)이 복원되면서 사실상 미국이 암묵적(暗默的)으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동의’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중형잠수함 ‘조기 건조’
  해군의 첫 번째 214급 잠수함인‘손원일함’.
  최근 들어 청와대 내부기류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청와대는 전략폭격기, 대륙간 탄도미사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 강대국의 적국(敵國)의 전략핵 억제능력인 ‘삼축체제(triad)’처럼 한국군도 이런 방향으로 전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군(軍)의 전력증강을 계획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을 비롯해 북한 이외의 적성국가들까지 타격범위에 넣는 전략적 무기들을 배치, 유사시 자위능력을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면서 “육군은 장거리 크루즈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대폭 증강하고, 공군은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차기전투기사업(FX-3)을 앞당기는 한편, 해군은 SS-3 사업을 서두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와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우)가 3000t급 중형잠수함 KSS-3 조기 건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0t급 잠수함은 재래식으로 건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추세는 통상 3000t급이라면 원자로와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몸집’이기 때문에 핵추진으로 건조하는 경향이 있다.
 
  김태우(金泰宇) 국방선진화추진위원은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처럼 북한은 핵무기를 앞세워 국지도발을 하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이나 ‘확장된 핵 억지력(extended-deterrence)’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북한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면서 “지난 10년 좌파 정부 때부터 ‘전쟁하면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이 풍비박산 난다’며 ‘전쟁 강박관념’을 갖게 됐고, 이것은 ‘안보의 딜레마’가 됐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 도발하면 대가를 치른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주기 위해 방어위주에서 공세위주의 자주적 수단을 갖는 것”이라면서 “자주적 수단의 대표적 무기로, 선제공격 대상이 되지 않고 생존성이 뛰어나며 추가보복(second-strike force)이 가능한 ‘잠수함’을 선택했다”고 했다.
 
  김 위원은 “독일 하데베(HDW)사와 제휴해 209급 잠수함(KSS-1) 9척을 건조했고, 214급 잠수함(KSS-2·안중근함, 손원일함, 정지함) 3척을 실전에 배치했다”면서 “현재 214급 잠수함 건조계획은 총 9척으로 잡혀 있으나, 6번함으로 조기에 사업을 마무리하는 게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으냐”고 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9월 10일 214급 잠수함 6번함 건조사업자로 대우조선해양을 선정한 바 있다.
 
  김태우 위원은 2009년 5월 세종대왕함에서 열린 함상토론회에서 ‘북한 WMD(대량살상무기) 대응을 위한 한국해군의 역할’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북한의 WMD를 억제하기 위해 보복응징 무기체계를 확보해 응징하는 ‘독침전략’이 필요하다”며 “핵추진 잠수함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KSS-3를 아예 핵추진 잠수함으로 대체하거나 병행추진하는 방법으로 핵잠수함의 보유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었다.
 
 
  金泳三 대통령, 원잠 건조 지시
  일본 요코스카 해상자위대 기지에 정박 중인 잠수함들.
  한국군이 추진하던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은 북핵(北核) 위기가 고조되던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본격 추진됐다. 1994년 김 대통령은 원자력연구소 측에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를 건설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연구소는 러시아 핵잠수함 도면을 입수해 잠수함 탑재용 원자로를 설계했고, 국방부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 핵추진 잠수함의 무기체계 설계를 지시했다.
 
  조영길(曺永吉) 전 국방장관(현 군사전략연구소 고문)은 “북한이 NPT를 탈퇴하면서 1차 북핵위기가 발발하자 당시 합참 전력기획부장으로서 군 전력증강 사업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원자력연구소, ADD와 협력, 3000t급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에 착수해 2008년 9척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1994년 국방부는 480억원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용 비밀예산을 편성해 원자력연구소와 ADD에 전달했다”면서 “이에 맞춰 사거리 1300km 잠수함 발사용 ‘천룡’ 크루즈미사일도 개발했다”고 했다.
 
  <월간조선> 2004년 8월호는 ‘한국군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계획 내막’ 보도를 통해 한국군의 핵잠 건조사업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4년 6월 하순, 국방부에서 열린 잠수함 실무회의에서 핵잠에 대한 개념설계 허가가 떨어졌고, 핵추진 장치 개발계획을 국방장관에게 별도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3조5000억여 원(척당 건조비 1조2000억원 정도 추산)에 달하는 핵추진 잠수함 3척의 개발예산이 해군의 한국형 이지스함(KDX-3) 사업, 차기 호위함(FFX) 사업, 소해 탐색함 사업 등에 분산 은닉되어 있는 사실도 보도했다.
 
  해군이 2004년 6월 조함단 내 원자력잠수함 전담부서인 사업단을 설치해 설계 및 건조, 무장과 관련한 각종 현안검토, 작전요구성능(ROC) 수립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ADD에 ‘잠수함설계팀’이, 한국원자력연구소 산하에 ‘핵추진기관연구팀’이 각각 활동 중이라는 사실도 보도했다.
 
  조영길 전 장관은 “우리 서해안 지역은 대륙붕으로 이뤄져 핵잠을 보유하면 전략적으로 상대방에게 엄청난 위협이 된다”고 했다.
 
  재래식 잠수함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물 밖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그에 비해 핵추진 잠수함은 잦은 충전이 필요 없어 물속에 오래 머물 수 있다. 그리고 한국 해역은 열층(熱層·thermal layer)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200m 이하로 내려가면 음파(音波)가 산란돼 생존성이 더 높아진다.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통해 생존성, 기밀성, 정숙성을 높여 미래전장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DJ정부, 214급 건조로 선회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전략 핵무기 `트라이던트 2 ` 탄도 미사일.
  조영길 전 장관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일체형 원자로 사업(스마트원자로)은 핵추진 잠수함 원자로를 만들기 위해 위장한 프로젝트였다”면서 “미국과의 마찰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있었고, 대미(對美) 보안을 어느 단계까지 유지하다가 미국과 공개적인 협의를 하려 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군 수뇌부는 김영삼 정부의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3000t) 건조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차기 잠수함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했다. 김대중 정부의 잠수함 사업은 프랑스와 독일이 경합을 벌인 끝에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공기불요추진장치·연료전지를 탑재해 산소와 수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탑재한 독일 HDW의 214급 잠수함(1800t)으로 결정됐다.
 
  조영길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는 잠수함 생산라인을 이원화(二元化)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214급 잠수함 사업권을 잠수함 건조도크와 각종 설비 등 인프라와 건조 인력을 갖추고 있는 대우조선을 제치고, 당시 건조경험이나 설비가 전무한 현대중공업에 주었다”면서 “이 때문에 209급 잠수함 건조를 위해 정부에서 1000억원의 예산지원을 받아 만든 대우조선의 잠수함 건조설비와 200여 명의 건조인력은 하루아침에 일거리를 잃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6척의 214급 잠수함을 추가해 현재 건조가 시작됐다. 한국 해군은 현재 9척의 209급 잠수함을 운용 중이며, 2007년부터 배수톤수가 500t 늘어난 214급 잠수함 3척을 실전 배치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군 수뇌부는 이 잠수함의 뒤를 이어 3500t급의 디젤로 추진되는 중(重)잠수함(SSU)을 독자개발하는 계획을 세워놓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이후 새로 구성된 군 수뇌부는 이 잠수함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중잠수함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핵추진 잠수함 건조로 방향을 튼 것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은 조영길 국방장관이었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계룡대 해군본부를 방문, 문정일(文正一) 해군참모총장에게 “해군은 숙원사업인 잠수함을 키워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고, 직접 나서 핵추진 잠수함 사업의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결국 2003년 6월 초 회의에서 국방부는 잠수함 장기소요 계획을 전면 수정해 SSU사업을 포기하고, SSX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합참의장 시절인 2000년경 진해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가 거의 마무리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국가 지도자가 결심만 하면 바로 제작에 착수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국방과학연구소 잠수함 설계팀이 잠수함 선체와 스펙(제원) 만드는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핵추진 잠수함용 3000t급 선체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고 했다.
 
  2006년 1월 26일 <조선일보>는 ‘우리 군이 4000t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2007년부터 건조에 착수, 2012년부터 2~3년 간격으로 0척을 실전배치한다’고 보도했다. 국방부와 해군은 2003년 5월부터 핵추진 잠수함 독자건조를 검토해 왔으며, 그해부터 2006년까지 개념설계를 마친 후 2007년부터 건조에 돌입한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국방부는 핵잠 계획을 전면 부인했고, 미국 정부차원의 ‘견제’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 결과, 사업추진팀이 폐지되는 등 3000t급 핵추진 잠수함 건조계획은 사실상 좌초(坐礁)하고 말았다.
 
  조 전 장관은 ‘당시 핵추진 잠수함용 핵연료의 농축도를 어느 수준으로 결정했느냐’고 묻자, “핵무기급과 상관이 없는 농축우라늄 20% 이하를 핵연료로 사용키로 했다”면서 “핵연료는 엔진을 돌리는 연료이기 때문에 농축도는 단지 효율성의 문제일 뿐, 한미원자력협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1993년 소련으로부터 핵잠수함 설계도면 사와
  영국의 7000t급 아스튜트 최신예 핵잠수함.
  그렇다면 한국의 핵추진 원자력 잠수함 건조는 실제 가능할까? 해군조함단에 근무한 예비역 제독 B씨는 “현재 한국의 조선산업은 세계 1, 2위를 다툰다”면서 “기존 장보고급 잠수함 건조실적을 놓고 볼 때, 일부 기술을 해외에서 도입하면 선체(hull) 제작 등 원자력 잠수함 독자건조도 충분하다”고 했다.
 
  신재인(申載仁) 전 국가핵융합연구소장(당시 원자력연구소장)은 소련 붕괴 직후인 1993년 가을, 핵잠수함 설계도면을 구입하기 위해 러시아 노보고르드시(市)에 있는 OKBM을 방문했다. 당시 209급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던 대우그룹 김우중(金宇中) 회장이 쾌척한 100만 달러를 들고 갔다. 그는 그곳에서 체르노빌 원전 설계에 참여한 러시아 핵물리학자 예브게니 아다모프 박사를 만나 핵잠수함 도면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OKBM은 구(舊)소련 시절부터 핵잠수함에 탑재되는 원자로를 개발·생산해 온 회사로서, 이 회사가 제작한 원자로를 탑재한 쇄빙선이나 잠수함이 210척에 이른다고 한다. 1994년 원자력연구소는 OKBM 측과 핵잠수함 설계도면 구입에 관한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OKBM은 핵잠수함 도면 제공, 디자인용 컴퓨터 코드 제공, 연구원 교육 등 세 가지를 묶어 원자력연구소 측에 제공했다.
 
  특히 원자력연구소가 대금을 지불하고 핵잠수함 도면을 사온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가 향후 개발되는 원자로에 ‘기술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도 추가했다고 한다. 핵잠수함 도면을 기초로 제작한 스마트(SMART) 원자로는 한국이 소유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신 소장은 핵잠수함 도면을 들고 귀국해 국방부를 찾아갔다. 국방부는 흔쾌하게 동의했고, 진해의 ADD와 함께 일을 진행했다고 한다. 신 박사는 추진경과를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원자력연구소는 IAEA에 ‘해수 담수용 원자로’라 신고하고 반입했다고 한다. 원자력연구소는 스마트원자로 제작과 동시, 본격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 제작을 시작했다. OKBM과 협약에 따라 원자력연구소는 연구원 4명을 러시아에 1년간 파견해 ‘설계코드’ 교육을 받았다. 핵잠수함 도면에 적혀 있는 설계코드를 해석해 원자로 개발에 적용하려면 특별교육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원자로 설계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러시아 OKBM 직원이 서울을 방문했다.
 
  신재인 박사는 “ADD는 크루즈미사일 발사체를 잠수함에 탑재하는 문제라든가 소음, 진동 등 제원에 대한 설계를 담당했고, 원자력연구소는 ADD의 조건에 따라 핵잠용 원자로 설계를 추진했다”고 했다. 결국 원자력연구소는 3~4년에 걸친 설계작업 끝에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 설계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상용(商用)인 스마트원전(SMART 330)은 핵추진 잠수함에 장착이 가능한 일체형 원자로다. 현재 ‘상세설계’를 마무리하고, 설계 승인과 안전성 승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등지로 수출을 위해 국내에 65만Mwt급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해 각종 엔지니어링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330’의 발전용량은 10만kw, 즉 울진이나 영광에서 가동 중인 한국 표준형 원전의 10분의 1 용량이다.
 
  신재인 박사는 “스마트 원자로를 핵추진 잠수함에 탑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면서 “스마트 원자로 파일럿(실증로)으로도 규모만 작게 하면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로 사용할 수 있다. 진동시험, 충격시험 등 각종 실전 테스트를 거친 후 잠수함 탑재가 가능하다”고 했다.
 
 
  水中 미사일 발사 기술도 국산화
 
  강대국이 핵잠수함 경쟁을 벌이는 까닭은 핵잠수함이 적의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아 보복공격을 가하는 ‘미사일 발사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핵잠수함에 탑재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은 육상에 배치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나, 전략폭격기보다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미국 전략핵 잠수함의 주력인 오하이오급은 트라이던트 핵미사일 발사대 24기를 탑재하고 있다. 오하이오급 잠수함 한 척의 총 파괴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600배 정도로 알려졌다. 러시아 전략핵잠수함의 주력인 ‘타이푼’급은 ‘SS-N-20’ 핵미사일 발사대 20기를 싣고 있다.
 
  해군의 한 영관장교는 “해군이 구상 중인 핵추진 잠수함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처럼 선체 중간에 미사일 수직발사대(VLS·Vertical Launching System) 12기를 탑재하고, 이 발사대를 통해 최근 개발·배치한 사정거리 1500km ‘현무-3C’와 같은 크루즈미사일을 탑재한다는 구상”이라고 했다. 조영길 전 국방장관은 “장사정의 크루즈미사일을 핵추진 잠수함에 실을 수 있도록 ADD와 밤을 새워가며 연구했다”면서 “이 미사일에 핵탄두까지 장착하게 된다면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에 엄청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잠수함 발사 미사일 기술에 대해 “우리는 이미 사거리 150km의 함대함 미사일 ‘하푼’을 209급 잠수함에 장착해 수중에서 발사하고 있다”면서 “국산 함대함 미사일을 ‘튜브’에 담아 수면 위로 쏘아 올리면 그 반동에 의해 발사되는 수중발사 미사일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ADD는 핵추진 잠수함에서 잠대지(潛對地)를 발사하기 위해 ‘미사일 캐니스터(canister·금속용기) 프로젝트’를 10년 전부터 추진했다고 한다.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2000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10년간 개발이 진행돼 왔고, 이미 기반기술을 확보한 상태”라며 “M-SAM(한국형 중고도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콜드런칭(cold launching)’ 기술까지 확보했다”고 했다. ‘콜드런칭’은 수심(水深) 30~40m에서 7m 길이의 캡슐에 들어 있는 미사일(6.5m)을 발사하면, 발사관 내에 장착된 가스발생기가 미사일을 일정고도로 밀어내 공중에서 점화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원잠은 강대국 ‘통과의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원잠 ‘앨버커키’.
  원자력 잠수함에는 핵미사일(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핵잠수함(SSBN)’과 추진체계만 원자력을 사용하며 무기는 재래식을 탑재하는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SSN)’이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전과 같은 원자력을 추진동력으로 사용하는 무기체계다.
 
  군사전문가 김병기씨는 “원잠은 기동함대를 수중(水中)에서 호위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특히 항모전단이라면 원잠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호위작전은 불가능하다”면서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이 원잠 한두 척으로 아르헨티나 해군의 수상함 작전을 무력화시킨 것처럼, 원잠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잠재적 적국(敵國)에 전략적 압박감을 준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디젤잠수함(209급)이나 AIP급(214급)은 4~6노트(시속 7~11km)의 저속(低速)으로 항행한다고 가정할 때, 보통 3~15일 정도 잠항작전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젤잠수함은 자국(自國)의 방공보호구역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방어작전을 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비해 원잠은 10노트(시속 18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적의 어뢰사거리나 소나 탐지거리로부터 탈출하고, 적국의 앞바다에서 한 달 이상 잠항(潛航)하며 ‘매복’할 수 있습니다.”
 
  윤연(尹淵) 전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해군중장)은 “최근 ‘해군 7기동전단’ 창설과 3000t급 선박 접안이 가능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3000t급 핵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라면서 “우리의 해상교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기동전단이 작전을 할 때, 기함(旗艦)인 ‘독도함’,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등 주력함정들은 평균 24노트(시속 44km)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들을 수중에서 호위할 수 있는 ‘속도’를 가진 잠수함은 ‘핵추진’밖에 없습니다”고 했다.
 
  “일본은 해군력 세계 2위, 중국은 3위의 국가죠. 한국 해군력은 일본의 25%에 불과합니다. 현재 일본이 독도(獨島)를 무력으로 점령하더라도 보복할 수단이 딱히 없습니다. ‘밀리터리밸런스’(2006년)에 따르면, 2025년이면 중국은 현재의 ‘3류 원잠보유국’에서 10척 이상의 최신예 전략핵잠수함 보유국으로 탈바꿈해 4~6척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일본은 16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유사시 핵추진 잠수함으로 개조하기 쉬운 ‘스털링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강대국을 꿈꾸는 나라들은 누구나 핵무장과 핵잠수함 보유를 ‘통과의례’처럼 여긴다. 전술·전략적으로 핵잠수함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만큼, 투자대비 효과가 뛰어난 무기체계를 발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태우 박사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계획은 미국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며, 반드시 ‘공개’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해군도 숙원사업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몇 차례 좌절된 것에 대해 ‘피해의식’만 가질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