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50년' 돌파 고정익 Best 5 는?
'현역 50년' 돌파 고정익 Best 5 는?
홍희범
미국의 조인트 스타즈 기체중 한 대가 대한항공에서 쓰다 매각한 중고 보잉707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미국이 중고 여객기를 구입해서 개조해 쓰는 것은 물론 비용절감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금도 대량으로 유지되는 KC-135계열및 E-3 기체들 때문이다. 무려 50년 넘게 운용되는 이 기체를 운용하기 위해 대량의 보잉 707 중고기체를 수입해야 했고, 그러던 와중에 새로운 기체(조인트 스타즈)의 필요가 대두되자 그 중 한 대를 응용한 것이다.
이처럼 미군같은 선진국 군대라도, 아니 어쩌면 선진국 군대이기 때문에 예상 못한 ‘장수만세’기체가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현재 ‘현역 50년’을 돌파한 기체는 현재 B-52, U-2, C-130, 캔버라, Tu-95등 5개 기체뿐이며 그 중 3개가 미국 기체라는 점은 꽤 흥미로운 일이다.
- 최장수 현역기체: B-52
현 시점에서 가장 오랫동안 현역에 종사한 군용기는 B-52이다. 첫 취역이 1955년이니 올해로 취역 55주년을 맞이하는 셈이다.
물론 처음 취역한 기체가 아직까지 현역에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마지막 생산된 기체인 B-52H(현재는 H형만 운용중)조차 1962년에 마지막 기체가 생산된 만큼 어떤 기체도 기령 48년 이하인 것이 없을 정도다. 군 현용 기체로, 그것도 원래 개발-생산국 공군에서 이 정도까지 계속 쓰이는 기체는 전례가 없다.
▲ 이미 세계 최장수 현역기체의 자리를 차지한 B-52H
처음부터 지금까지 미 공군만이 운용하는 이 기체는 원래 1960년대 이내에 다른 폭격기들로 교체되어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야심찬 마하 3급 폭격기 B-70 ‘발키리’가 취소되고, 미국의 핵 정책이 폭격기보다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중시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B-52의 후계기종다운 후계기종이 나타나지 못한 것이 오히려 ‘생존의 열쇠’가 되어버렸다. 미 전략공군에 폭격기 전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폭격기는 필요하고, 결국 B-52가 그 자리에 남게 된 것이다.
물론 초음속 폭격기로 FB-111이나 B-1B등이 그 동안 개발-배치되기는 했으나 비싼 기체 가격과 유지비용으로 인해 미 공군이 요구하는 숫자를 충분히 채울 수는 없었고, 또 B-2 스텔스 폭격기에 이르면 그 가격이 어마어마한 수준이 되면서 더더욱 숫자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B-52가 살아남을 여건이 충분한 것이다.
B-52가 살아남은 또 다른 이유는 처음부터 높은 수명을 가지게 설계된 점, 그리고 폭격기라는 성격상 전투기처럼 급격한 기동을 자주 반복할 필요가 없는데다 아음속 폭격기라는 특성상 비교적 유지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 크다.
일단 기체 수명은 B-52H형의 경우 31,400~35,700시간 정도를 잡고 있으나 1년에 평균 350시간을 비행하는 만큼 대부분의 기체가 아직 절반 이상의 수명이 남은 셈이다. 게다가 초음속의 B-1B와 달리 유지비용이 저렴하다보니 미 공군은 어쩌면 B-1B를 B-52H보다 더 일찍 퇴역시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수직꼬리날개가 없는 B-52. 이건 사고가 아니라 일부러 떼어놓고 이륙한 것이다- 이 기체는 무사히 귀환한 뒤 원상복귀되어 정상운용이 가능했다고 한다. 기체 능력 평가를 위한 테스트의 한 장면
B-52가 21세기에도 그 능력을 살리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B-52를 탄생시킨 원동력인 냉전의 종식이다. 냉전이 끝나면서 B-52는 원래 임무중 하나인 24시간 핵무기 탑재 대기 임무에서 해제됐지만, 대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등에 폭탄을 떨구는 임무를 맡게 됐다. 저렴하게 오랫동안 떠 있으면서 지상군의 지원이 있으면 언제든지 폭탄을 떨어트리는 일종의 ‘날으는 화력지원 스테이션’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의 B-52는 JDAM이나 LGB같은 정밀 유도 폭탄을 이용하면서 그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미 라이트닝 타게팅 포드까지 구비한 B-52는 ‘테러와의 전쟁’에도 그 실용성이 톡톡히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다국적군 전술기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륙할 수 없던 2001년 아프가니스탄 공격 초기에는 B-52의 장시간 체공능력이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
▲단지 무장을 많이 실을 뿐 아니라, 현재의 B-52는 순항미사일부터 JDAM에 이르는 다양한 첨단무장 운용이 가능하다
B-52는 이미 보기드문 대기록을 세운 입장이지만, 벌써 ‘세계에서 가장 오래 쓰이는 군용기’의 기록을 예약해놓고 있다. 미 공군은 최소한 2037년까지는 60여대의 B-52H를 현역으로 유지할 예정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2040년대까지 운용이 지속될수 있다. 즉 B-52H는 생산된 뒤 75년 이상 현역에 남는 전무후무한 기체가 될 예정이며 B-52전체로 보면 80년이 넘게 된다. 인류 역사에 이토록 오랫동안 운용될 군용기가 또 존재할 것 같지는 않다.
- 1957년 트리오
그 뒤를 잇는 ‘현역 50주년 돌파’ 기체들중 셋은 흥미롭게도 실전배치 시기가 똑같은 1957년이다. 바로 C-130, KC-135, 그리고 U-2이다.
이 세 기체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부 음속 이하(C-130은 아예 프롭기), 그리고 원칙적으로 화려한 기동을 선보일 필요가 없는 기체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투기나 폭격기처럼 적을 직접 공격하는 기체가 아닌 ‘비전투 지원기’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 셋 중 가장 현역으로 ‘빵빵한’기체는 단연코 C-130계열이다. 단지 오랫동안 쓰였을 뿐 아니라, 개량이 계속되어 최신형(C-130J)이 지금 이 순간에도 신형 기체로서 각국 군대에 제시되고 납품되는, ‘역사속의 기체’가 아닌 ‘살아있는 기체’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생산과 판매가 이뤄지는 C-130의 최신버전, C-130J. 지금도 신규 구매 고객이 적지 않으며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C-130이 놀라운 ‘장수만세’를 기록한 이유는 군용 수송기로서 가장 ‘균형잡힌’기체이기 때문이다. 19t의 적재능력과 장시간의 비행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동시에 현재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하며, 뛰어난 야전 운용능력과 내구성도 겸비하고 있다. 여기에 수송기치고는 매우 높은 저공에서의 운동성능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군용 수송기에 요구하는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데다 신뢰성도 높고 유지비용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
실제로 C-130은 오래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70개국 이상에서 운용되는, 현존하는 군용기들 중 가장 많은 나라가 쓰는 기체이기도 하다. 심지어 반미국가인 이란이나 리비아조차 C-130은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더군다나 이들 국가들 중 C-130을 퇴역시킬 나라는 당분간 없는 만큼, C-130역시 취역 50주년을 넘어 60주년, 아니 70주년까지도 무난하게 바라볼 것 같다.
▲1963년, 미 공군의 C-130이 항모 포레스털에서 이착함 실험을 하고 있다. 비록 항모 탑재가 안되어 정식 운용은 불가능했지만, C-130의 높은 단거리 이착륙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공중급유기인 KC-135역시 ‘장수만세’라면 쉽게 질 수 없는 기체다. 미 공군 최초의 제트 공중급유기이자 걸작 제트여객기인 보잉 707의 기초가 된 이 급유기는 지금도 미 공군에서만도 500대 이상이 운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현역의 자리를 유지할 기체임에 틀림없다.
KC-135의 경우 처음부터 우수한 공중급유기라는 점, 그리고 자매기종이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보잉707 여객기라는 점, 초반에 워낙 많이 만들어졌다는 점이 뜻하지 않은 ‘장수만세’를 가능하게 했다.
▲21세기의 최첨단 기체를 공중급유해주는 급유기는 1950년대의 기체? KC-135가 F-22에 급유중인 모습
일단 처음부터 제트 폭격기, 수송기나 초음속 제트전투기등에 공중급유가 가능한 대규모의 연료 적재량, 그리고 필요하면 수송기로도 사용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화물 적재량(적재중량 약 37~38t)등의 성능은 아직까지도 이 기체를 충분히 현역에 남을 수 있게 하는데다 1950~60년대의 짧은 시간 사이에 800대가 넘게 제작-채용되다 보니 미 공군으로서는 돈은 전술기에 주로 투자하고 공중급유기는 KC-135의 개량으로 수십년간 버티게 하는 상황을 낳아버린 것이다.
이처럼 KC-135가 대량으로 도입되고, 또 조기경보기조차 KC-135에서 파생된 여객기인 보잉707을 기반으로 만든 E-3계열이 되면서 1980년대부터 미 공군은 세계 각국에서 은퇴한 보잉707 여객기 중고를 잔뜩 사들인바 있다. 부품 수급 때문이었다. 지금도 대량의 707이 애리조나 사막의 AMARC(퇴역 기체 보관소)에 머물러 있는데, 앞서 언급한 조인트 스타즈 기체도 우리나라에서 도입해 보관하던 보잉 707을 개조한 것이다.
KC-135계열 기체를 대체하려는 시도는 몇 차례 있었고, 실제로 미 공군은 DC-10여객기를 개조한 KC-10 공중급유기도 도입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대체 기종이 나오고 있지 못하다. 최근에 진행된 KC-X, 즉 차기 공중급유기 사업이 보잉과 에어버스간의 알력으로 인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차례 개량과 수명연장을 거친 KC-135시리즈가 2010년대를 넘는 것은 확정된 상황이며 2020년대는 물론 2030년대까지도 현역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마지막 ‘57트리오’인 U-2의 경우는 앞서의 두 기종과는 반대다. C-130이나 KC-135가 막대한 양이 만들어졌고 해외 구매자도 적지 않은(KC-135조차 미국 말고도 4개국이 더 쓴다) ‘보급기종’인 반면 U-2는 생산량도 적고 운영도 사실상 미국만이 한(1960년대에 대만 국적으로 운용된 일은 있지만) 기종이다. 하지만 그 지명도는 앞의 두 기체 못잖기도 하다.
▲예상 밖의 ‘장수만세’를 과시하는 U-2
U-2는 원래 예정대로라면 고성능의 정찰기와 정찰위성등에 의해 진작에 대체되었어야 할 운명이다. 그러나 속도는 느려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우수한 고공 비행능력과 체공시간, 정찰장비 탑재능력, 무엇보다도 나중에 개발된 SR-71이 지나치게 높은 유지비용등으로 인해 오히려 먼저 퇴역한 점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오히려 세계적으로도 드문 ‘50주년 돌파’기체가 되어버렸다.
물론 현재 사용되는 U-2S는 처음 쓰인 U-2와는 다르다. 현재 운용되는 U-2S는 8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정찰도 주로 합성개구부 레이더(SAR)로 이뤄지며 전자정보 수집도 중요한 임무의 하나로 되어있다. 또 흔히 알려진 바와 달리 적대국의 영공을 침입하는 일은 없다- 소련에서 격추된 이후 쿠바, 중국(5대 격추)에서 격추되는 등 현대적 방공망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U-2는 2012~2014년 사이에 완전히 퇴역할 예정이어서 60주년을 못 채울 가능성이 높다.
- 한때 ‘최고참’, 캔버라
2006년까지만 놓고 본다면, 현역 운용 최장수 기체는 영국의 ‘캔버라’폭격기였다. 1951년에 취역, 마지막 영국 운용 기체가 2006년에 퇴역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썼다면 6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셈이다.
캔버라는 합계 1,352대가 생산된, 제트 폭격기로는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기체이다. 비록 초기의 제트기이지만 U-2에 근접하는 고도 2만m비행의 기록(1957년 수립)을 세운 일도 있고, 그 능력을 평가받아 미 공군에서도 채택해 B-57이라는 이름으로 400대 정도가 미국내 라이센스 생산된 일도 있다.
▲영국 공군의 캔버라 폭격기. 폭격기로서도 오랫동안 여러 나라에서 운용된 명작이다
물론 마하 0.9가 채 안되는 속도에 3.6t의 무장 탑재량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꽤나 빈약하지만, 단순 비행거리로만 따지면 무려 5,000km가 넘는 항속능력과 고공 비행능력, 높은 신뢰성과 단순함등으로 인해 인도 공군같은 경우는 무려 2007년까지도 현역으로 유지했으며 많은 나라 공군들이 90년대까지도 운용했다. 운용국의 숫자도 17개국에 달하며, 참가한 전쟁도 다양하다- 심지어 1982년의 포클랜드 분쟁에도 아르헨티나측이 운용, ‘모국’인 영국측에게 2대가 격추당하기도 했다.
캔버라의 중요한 임무중 하나는 정찰이었다. 뛰어난 고공비행 및 장시간 체공능력이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찰형의 수명은 길었는데, 미 공군도 정찰형인 RB-57은 폭격 기본형보다 오래 운용했지만 영국의 정찰형, 특히 최종 모델인 PR9형은 70년대에 영국공군에서 캔버라가 퇴역한 뒤에도 계속 운용되었다.
▲캔버라 PR.9. 캔버라 폭격기를 개조한 정찰형으로, 영국 공군은 2006년까지 운용했다
아마도 영국군은 70년대에만 해도 PR9을 대략 10~20년쯤 더 운용하고 퇴역시킬 생각이었겠지만, 급격한 기동등으로 기체 수명 깎아먹을 일도 적은데다 원래 튼튼하고 신뢰성있게 만들어진 캔버라는 어떻게 보면 영국 공군 유일의 고공-장거리 정찰전력으로서 함부로 버리기 아까웠다. 운용은 각종 장비를 디지털화한 다음 90년대까지도 계속되었고, 2001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당시에도 정찰-감시용으로 매우 요긴하게 쓰였다.
결국 영국은 2006년에 PR9을 퇴역시켰고, 인도 공군 기체들도 퇴역하면서 군용 캔버라는 모두 퇴역했지만 미국의 NASA는 아직까지도 연구용으로 기상관측 버전인 2대의 WB-57을 운용하고 있다.
- 러시아 유일의 ‘50주년’, TU-95
한때 세계를 양분했던 항공대국 러시아인 만큼, 여기에도 ‘현역 50주년’을 돌파한 기체는 있다. 폭격기인 TU-95이다.
1956년에 처음 현역에 취역한 TU-95는 앞서 소개한 다른 기체들 대부분과 달리(C-130만 예외) 터보프롭 동력이다. 사실 당시의 소련 기술로 15,000km의 최대비행거리를 가지는 ‘대륙간 폭격기’를 만드는데는 터보프롭이 속도는 좀 느려도 가장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었고, 실제로 당시의 대표적인 소련 제트 폭격기인 TU-16이 그 절반 수준의 비행거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TU-95는 1950년대부터 60년대 사이에는 소련의 중요한 핵보복 전력중 하나였다. 비록 프로펠러기이기는 하지만 긴 항속거리, 그리고 최대 900km/h가 넘는 터보프롭으로서는 매우 빠른 속도등은 이 기체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협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처음에 미 공군은 TU-95의 최대 속도를 640km, 비행거리도 12,000km 정도로 파악해 의외로 걱정을 안했다는 일화도 있다.
▲러시아의 TU-95. 사진은 최신버전인 TU-95MS
하지만 폭격기, 특히 미국 본토에 핵폭탄을 퍼붓기 위한 용도로 TU-95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현실적으로 음속도 한참 안되는 속도로 미국의 방공망을 살아서 돌파하기란 어렵거니와 ICBM의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TU-95는 전략 폭격기 그 자체로서도 순항미사일 발사 플랫폼등의 용도로 쓰기 위해 살아남았지만 강력한 비행성능을 살려 오히려 ‘부업’으로 더 활약했다.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만들어지면서 해상초계, 정찰, 전자정보 수집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여객기 모델까지 만들어져(TU-114) 활약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여객기 모델은 제트 여객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1961년부터 1975년까지의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만 현역으로 운용됐으나 한동안 소련 국영 민항사 아에로플로트의 주력 여객기였고, 또 안전면에서도 기체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단 한건도 없는(조종사 실수로 인한 충돌사고만 있다) 높은 우수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의외로 높은 안전성을 과시한 TU-95의 민간 여객기 버전, TU-114. 소련 공군은 1991년까지 인원 운반용으로 사용
TU-95는 냉전시대에 일종의 ‘상징’처럼 사용됐다. NATO와 미국, 일본, 심지어 우리나라등의 방공망의 반응을 보기 위해(물론 정찰 및 전자정보 수집도 목적) 일부러 상대국 영공 직전까지 접근, ‘일부러 요격을 받는’것이었다. 물론 전쟁중이 아니니 요격을 한다 해도 전투기가 근처까지 날아와 견제하는 정도로 그쳤지만, 냉전기간 내내 이어진 이 ‘시비걸기 비행’은 특히 알래스카등 이 기체를 자주 만나는 서방측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해졌다.
특히 꽤 많은 미국 조종사들은 TU-95에 접근할 때 ‘플레이보이’, 심지어 ‘펜트하우스’까지도 상대측 승무원들에게 펼쳐서 보여주는 장난을 쳤는데, 이런 ‘개인적 심리전’의 효과가 얼마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냉전을 상징하는 일종의 이벤트임에는 틀림없었다.
▲알래스카에서 이륙한 F-15A가 TU-95에 접근, 감시중이다. 냉전시대에 종종 있던 일
이처럼 TU-95가 동서냉전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면서 냉전 종식과 함께 이 기체의 ‘상대 자극하기’ 초계비행이 중단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실제로 2007년쯤에 서방측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되자 푸틴이 취한 첫 번째 조치가 TU-95의 초계비행이었을 정도였다.
TU-95도 앞으로 70주년까지는 어렵지 않게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러시아가 보유중인 TU-95가 전부 80~90년대에 제작된 것이라 수명은 한참 남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