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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영지 순례]지리산 최고의 뷰 포인트 ‘금대암’에 몰린 기운

醉月 2022. 1. 29. 20:41

[조용헌의 영지 순례]지리산 최고의 뷰 포인트 ‘금대암’에 몰린 기운

 

▲ 금대 나한전 뒤의 바위. 금대 앞으로 지리산 영봉들이 펼쳐져 있다.
지리산에는 여러 개의 대(臺)가 있다. 대는 어떤 곳인가? 땅의 정기가 뭉친 곳이다. 정기가 뭉친 곳에서 도를 닦아야 효과가 있다. 쓰레기나 매립해서 다져진 곳에서는 도통하기 어렵다. 대는 보통 바닥이 바위 암반으로 되어 있고 뒤쪽에도 커다란 바위나 절벽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앞에는 전망이 좋다. 뷰가 탁 트인 곳이 많다. 지리산에는 보는 관점에 따라 8대(臺)를 꼽기도 하고 10대를 꼽기도 한다. “금대, 무주대, 도솔대가 함양군 마천 일대에서 꼽는 3대다”라는 말이 있다. 금대에는 금대암(金臺庵)이 있고, 무주대에는 상무주암이 있고, 도솔대에는 청매 인오선사가 수도했던 도솔암이 자리 잡고 있다. 이 3대는 지리산권에서 손꼽히는 수행터들이다. 이 3대 중에서도 금대를 가장 먼저 꼽는 수행자들이 많다.
   
   
   말 안장 형상, 귀인이 나온다
   
   금대는 지리산 주 능선에 자리 잡은 암자가 아니다. 다른 맥에 자리 잡고 있다. 삼봉산 자락에서 흘러온 맥이 임천강 앞에서 멈춘 것이 바로 금대산이다. 이 금대산을 멀리서 보면 말의 안장 모습이다. 특히 마적도사가 수도했던 마적대(馬迹臺) 쪽에서 이 금대를 바라다보면 한 마리의 장대한 말 안장의 모습이다. 마체(馬體)이다. 산은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다르고 상징이 바뀐다. 풍수에서 말 안장은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형상이다. 이런 산이 앞에 보이면 귀인이 배출된다고 믿었다. 말을 탄 귀인이 나온다고 여겼던 것이다. 금대산은 이런 말(안장)의 모습이다. 이 금마는 엄천강의 물을 먹기 위하여 강 쪽으로 약간 머리를 숙이고 있다. 금마음수(金馬飮水)의 형국인 것이다. 금색의 말이 물을 마시는 형국이다.
   
   마천(馬川)이라는 지명도 이 금대산의 모습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천’은 말이 먹는 냇물이라는 뜻이 된다. 구례의 사성암처럼 이 마천의 금대암도 지리산을 마주 보고 있는 위치이다. 마주보고 있을 때 ‘맞다이’를 놓은 형국이 된다. 맞다이를 놓을 때 그만큼 에너지가 강하게 들어온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에너지는 자기 발 밑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도 있지만 맞다이를 놓은 상대편 쪽에서 들어오는 에너지가 중요하다. 상대편 쪽에서 들어오는 에너지가 묘용(妙用)을 부리기 때문이다. 묘용이란 부귀영화도 해당되고 수행자에게는 총체적인 에너지에 해당한다.
   
   금대가 역대 수행자들에게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 전망이다. 금대에 서면 지리산 1000m가 넘는 영봉들이 눈앞에 도열해 있는 광경이 연출된다. 거의 150도 각도로 지리산의 내로라하는 봉우리들이 금대암 앞에 도열해 있다. 지리산을 이처럼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로는 금대가 단연 압권이다. 앞으로 도열해 있는 지리산 20여개의 봉우리로부터 에너지가 쏟아진다. 지리산 영봉들의 에너지가 금대암으로 뻗치는 것이고, 몸과 마음이 열린 고단자는 이 에너지를 그대로 다 받아들인다. 그 결과가 ‘한 소식’이다. 역대 내로라하는 기라성 같은 도인들이 금대에서 한철 또는 몇 년간 머무르면서 그 에너지를 소화했다. 단백질, 콜라겐, 키토산, 비타민D 같은 영양소를 흡수하지 않았나 싶다. 다른 데서 미처 섭취하지 못한 영양소를 여기에서 충분히 섭취한다. 마치 볼록렌즈처럼 금대암을 향해 레이저를 쏘는 형국이다. 레이저를 쏘는 그 지리산 영봉들을 열거하면 이렇다.
   
   금대암의 맨 오른쪽에서부터 그 봉우리 이름이다. 덕평봉(1522m), 칠선봉(1558m), 영신봉(1652m), 세석산장(1560m), 촛대봉(1703m), 연하봉(1730m), 장터목(1653m), 제석봉(1808m), 천왕봉(1915m), 중봉(1874m), 하봉(1781m)이다. 더 왼쪽으로 가면 영랑대도 있고, 독바위도 있다. 오른쪽으로 시야를 더 넓히면 형제봉도 있고, 더 오른쪽으로 삼정산도 있다. 금대암에서 형제봉을 보면 마치 도깨비의 2개 뿔처럼 형제봉 좌우에 2개의 바위가 뿔처럼 솟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형제봉이라는 이름도 비로소 이해가 간다. 금대암에서 봐야만 형제봉 좌우에 솟은 2개의 바위 뿔이 보인다. 왼쪽 바위 뿔은 부자바위이다. 금대암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보이는 영신봉도 볼 만하다. 지리산에서 무속신앙하는 무당들이 가장 선호하는 바위가 영신봉과 영신대(靈神臺) 아니던가. 그 봉우리를 금대에서는 느긋하게 감상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영신봉 옆으로는 좌고대(坐高臺) 바위가 보인다. 서너 개의 톱니가 솟아 있는 마치 왕관의 맨 윗부분처럼 보이는 바위가 좌고대이다. 나는 아직 이 좌고대까지 올라가 보지는 못했다. 마음속에서는 ‘언제 저기를 한번 올라가 봐야 하는데!’ 하는 바람만 갖고 있다. 비록 올라가 보지는 못했지만 금대에서 바라다보니까 귀엽기 그지없다.
   
   
   천왕봉이 한눈에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천왕봉을 이처럼 온전하게 볼 수 있는 포인트도 지리산 전체에서 아주 드물다. 지리산에서 천왕봉을 보는 지점은 땅값도 다르다. 천왕봉이 보이는 집터는 더 비싸다. 대개 천왕봉을 보더라도 아주 옹색하게 살짝 보이는 지점이 대부분인데, 금대에서 보면 아주 여유롭게 그리고 전면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영랑대를 살짝 보는 것도 좋다. 신라의 영랑 선인이 화랑들을 이끌고 이 봉우리에 올라가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무술 훈련을 했던 장소가 아니던가. 몇 년 전에 영랑대 꼭대기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자면서 지기를 흠뻑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가 하면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다보는 것도 즐겁다. 이 맥의 한 가닥이 내려와 결국 벽송사, 그리고 의중마을까지 내려오는 것 아닌가. 벽송능선이라고 부르는 맥이다.
   
   의중마을에는 구한말에 탄수 이종식 도사가 태어났고 일본 토벌대로부터 간신히 목숨을 구해서 이 금대로 들어와 10년간 도를 닦았다. 그리고 일본이 망해 광복이 되는 날짜를 정확하게 예언하였다. 자신은 이 금대암 밑자락에 금계(金鷄)마을을 일구었다. 말하자면 금마의 자식이 금계인 셈이다. 말이 닭을 낳는 것이 신화와 풍수의 세계이다.
   
   금대가 명당일 수 있는 조건을 또 하나 따져보면 금대 바로 앞에서 받치고 있는 창암산이다. 이 창암산이 바로 금대 앞에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서 에너지가 또 온다. 그러면서도 멀리 지리산 주 능선을 시야에서 가리지 않고 있다. 이 창암산이 있어서 금대의 에너지를 또 한 겹 이중으로 보호하는 셈이다. 그리고 금대의 나한전(羅漢殿) 뒤로 솟은 바위를 지나칠 수 없다. 커다란 바위가 이 터에 에너지를 주입(in put)하고 있다. 터가 형성되려면 이처럼 법당 뒤로 커다란 바위나 절벽이 떠받치고 있어야 한다. 과연 금대는 지리산에서 손꼽히는 영지가 될 만한 입지조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