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전투원에게 강력한 피부를 입혀라!

醉月 2020. 7. 10. 12:07

전투원에게 전투복은 신체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어체계라 할 수 있다. 전투복 뿐만 아니라 내의와 전투조끼(전술 조끼) 등의 장구류도 포함된다. 이러한 군용 피복류 제조에 적용되는 기술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살펴보도록 하자.

 

- 도깨비 팬티보다 튼튼하게

 

기본적으로 군용 피복은 우선 튼튼해야 한다. 군용 피복에 적용되는 섬유가 튼튼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야 '구르고 긁히고 찢기는' 전장 환경에서 전투원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 초기 광목 재질의 전투복을 착용한 모습과(좌) 미군 전투복을 물자 공여로 지원받아  착용한 국군의 모습(우).   출처:구글 이미지 편집

 

우리 군은 창설 초기에는 광목 재질의 원단을 사용했다. 광목은 문익점에 의해 전래된 목화에서 뽑아낸 실로 직조된 옷감이다. 흡습성( 吸濕性 )과 보온성이 풍부하고, 튼튼하며 가성비가 좋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천연소재이기에 독성이 없으며 오랜 역사에 걸쳐 사용된 옷감이다.

하지만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산업시설마저 파괴되어 당장 전투에 투입되어야 할 장병들에게 보급할 피복조차 부족하게 되었다. 이때 미국을 중심으로 한 UN 군의 물자 공여로 국군은 미군 전투복을 착용하게 된다.

휴전 이후 무너진 산업시설을 복구하면서 자연스럽게 군 피복도 국산화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였고 광목조차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때 출처불명(미군 공여 물자로 추측되나 기록이 없음)의 원단이 도입되어 국군 전투복을 비롯한 피복 제작에 투입되기도 했다.

 

1950년대 말 국내 생산한 특이한 전투복으로 일시적으로만 생산된 희귀한 자료이다. 출처: 군용품 수집가 “ 이승용 ” 님

 

위 사진은 현재는 희귀한 자료로 분류되는 국군 피복이다. 아마도 작업복 원단이 공여되어 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산업화를 통해 섬유기술이 발달하면서 국군 피복은 상당한 발전을 이룬다. 특히 내구성이 좋아 전역 후 민간에서 작업복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그만큼 튼튼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구형 전투복 디자인과 유사한 작업복이 주변 곳곳에서 쓰이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군에서 보급하는 피복의 내구성이 좋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단편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된다.

미군의 경우 현재 사용 중인 기본 전투복(ACU)은 나일론과 면 비율이 50:50으로 혼합한 ‘코듀라 니코’를 사용 중이다. 이 원단의 경우 면섬유에 비해 강도는 4배, 폴리에스테르(T)+면(C) 혼방원단에 비해 2배의 강도를 가지며, 통기성은 면섬유와 동일하지만 건조속도는 더 빠르고 불에도 강하다고 한다. 또한 가성비 면에서도 아웃도어용 기능성 소재보다 훨씬 뛰어나 전투복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미군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신소재를 연구 개발 중이다.

 

- 히말라야에서 정글까지 전천후 아웃도어

 

우리 군도 전투피복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고 개선을 시도하는 중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며 최적의 전투 피복을 개발, 보급하기 위해 선진국 군대를 벤치마킹하여 품질 개선에 접목하는 것은 물론 자체 연구개발, 시중 우수 상용품의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노력 중이다. 

과거 면직 등 천연섬유 소재 위주로 제작되던 군용 피복류는 발수, 보온 등 기능성이 보강된 원단 제조 기술이 발전, 상용화되면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다. 90년대 들어 선진국들은 우천시 비를 막아주고 땀 배출을 용이하게 하는 발수기능과 보온성 등이 보강된 우수한 기능을 갖춘 원단으로 제작된 군용 피복을 보급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맞춰 국군도 군용 피복에 기능성 원단 도입을 추진하였다. 

 

내륙전술훈련(천리행군) 중인 특전사 대원들.  출처: 중앙일보 및 구글 이미지 편집

 

이 과정에서 1998년 내륙전술훈련(천리행군) 중이던 특전사 대원들이 비에 젖은 채로 민주지산을 통과하던 중 갑작스러운 폭설과 한파에 체력이 고갈되어 저체온증이 발생한 사건으로 군의 발수 및 보온 기능이 보강된 피복의 도입 요구가 부각되었다. 이를 계기로 군내·외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조기에 도입되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이에 따라 특전사와 같은 특수부대의 피복과 일반 방한복 등에 기능성 방수성능이  우수한 원단이 도입되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기능이 강화된 우수한 원단이 군 피복류에 적용되고 있다.

 

 

 

개선된 피복을 착용하고 내륙전술훈련(천리행군) 중인 특전사 대원들.  출처 : 정승익 작가(육군 SNS필진)

 

- '기고 뛰고 날고'  피부 같은 전투복

 

군인은 기본적으로 활동이 많다. 기고, 뛰고, 날고, 심지어 물에도 들어간다. 가파른 산을 오르고, 수풀을 헤치고, 하천을 극복하고,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는 등 일반인에 비해서 극단적으로 높은 활동성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활동 간에 부상을 예방하고 신속한 반응을 보장하기 위해서 피복류는 고도의 신축성과 높은 내구도 등 다양한 기능을 필요로 한다.

워리어플랫폼에서 연구 중인 피복을 착용한 모습.  출처 : 구글 이미지 편집

 

기술의 발전으로 시중에도 높은 기능성을 갖춘 제품이들이 있지만, 일반적인 아웃도어 소재를 전투복의 소재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군사용으로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내구성과 내화성, 투습성 등의 측면을 모두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군 피복류 소재에서 주목할 부분은 사용자의 편의성과 높은 기능성이다. 2020년 신규 보급되는 컴뱃셔츠의 경우 신축성과 통풍성이 탁월한 원단을 전투조끼(방탄복 등)가 닿는 몸판에 적용하여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임무수행시 편의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올해 워리어플랫폼으로 보급된 신축성과 통풍성이 탁월한 컴벳셔츠를 착용한 특전사 대원들. 출처 : 조상철 작가(육군 SNS 필진)

 

또한, 전투복 원단의 경우도 신축성 부족 등 기존 폴리에스터와 면 혼방 재질의 원단이 가진 제한 요소를 극복할 수 있게 레이온 혼방 재질로 변경하여 활동성을 증대와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전투복 원단의 변경된 국방규격(KDS 8305-3012)을 살펴보면 명확한 구성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전투복 원사의 원사 구성 차이.  출처 : 국방일보

 

- 포탄의 불바다를 무릅쓰고서

 

불에 강한 피복을 요구하는 것은 소방관뿐만이 아니다. 포탄의 불바다를 헤치고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불에 강한 난연 소재의 피복이 필요하다.

연평도 포격 당시 북한의 포격 공격에 불타버린 해병 대원의 헬멧 외피.  출처: 뉴데일리

 

연평도 포격 당시 불타버린 해병 대원의 헬멧 외피는 치열했던 현장을 증명해 주고 있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난연 소재의 군용피복 지급이 시급하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시판 중인 난연 소재의 피복은 땀 배출 및 통풍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난연 기능과 땀 배출 등 통풍기능을 함께 갖춘 소재를 개발하려 노력 중이다.

 

- 귀신같이 접근하여 번개같이 치는 카멜레온?

 

전투복에 사용되는 원단은 염색기술도 중요하다. 위장무늬를 원단에 입히는 가공기술은 IR(INFRA-RED:적외선) 위장가공을 하게 되는데 이 기술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나라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투피복용 원단이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IR 위장가공은 IR CAMOUFLAGE(적외선 위장)로 WOODLAND(구형얼룩무늬)용, 사막용 전투복을 비롯한 배낭 등의 군장에 사용되며 IR&SPECIAL COATING(적외선 위장효과+내구성+발수)는 방한복, 판초우의 등에 사용된다. 우리 군이 현재 사용 중인 전투피복 원단은 적외선 위장기능이 있는 원단으로 폴리에스터(T)+면(C)+고신축사, 폴리에스터(T)+레이온(R) 혼방, 나일론(N)+면(C) 혼방 세가지이며 더욱 성능이 개선된 소재를 개발중에 있다.

 

 우리군에서 사용중인 원단, 통합(화강암), 해병, 특전.   출처 : 방위사업청

 

- 워리어플랫폼과 군용피복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은 군용피복으로서 갖추어야 할 필수 기능들이다. 우리 군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전장에 대비하고 있다. 워리어플랫폼은 그 대비 과정이며 군용피복이 포함되어 있다. 이미 일부 기능이 조합되어 시범 착용 중에 있으며 앞서 언급한 모든 기능들이 조합되어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는 첨단소재의 전투복을 착용한 용사들을 가까운 미래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보급된 워리어플랫폼 전투피복을 착용한 특전사 장병 모습.  출처 : 조상철 작가(육군 SNS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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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진만 군사전문가 <육군 블로그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