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불바다" vs "한시간 내 90% 격멸"
출처 :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 어느덧 2주가 넘어갑니다. 연평도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고, 국민들도 정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가 적의 포격에 의해 초토화되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이후 한미 동맹은 서해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을 압박했고, 신임 국방장관은 서해 5도 지역에서의 포병 사격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우리 정부도 과거보다는 다소 강경한 톤을 유지하며 북한을 압박해 나가고 있는데, 이에 대해 북한도 초강수로 응수하면서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습니다.
리영호 총참모장을 비롯한 북한 각 매체는 연평도에 이어 경기도 북부에 대한 포병 사격도 거론하는 등 위협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물론 수도권 지역에 대한 포격은 적은 수량으로도 대규모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만큼 평시의 경기도 포격 도발은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의 도발을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북한 내부의 혼란 상태로 인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고강도 무력 분쟁 시 그들이 공언한대로 장사정포에 의한 수도권 포격이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과연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우리 군은 이에 대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간단하게(?)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 아래 상황은 어디까지나 "전면전" 상황을 상정한 것입니다.
1. 北 장사정포 현황
북한이 보유한 장사정포 가운데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 지역(동두천, 의정부 제외)을 겨냥한 장사정포 전력은 240mm 방사포 00개 대대 약 200여문, 170mm 곡사포 0개 대대 약 150여문입니다. 이들은 임진강 하류에 위치한 평화리, 월정리 등에 소재한 갱도 진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별도의 부대 이동 없이 현 진지에서 수도권 전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합니다.
각각의 화력을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240mm 방사포(숫적으로 많은 22연장 M1991 기준)는 사거리 최대 60km로 가평 - 남양주 - 과천을 연하는 선까지 공격할 수 있으며 1회 사격(갱도에서 나와서 22발을 쏘고 다시 갱도로 들어가는 횟수)으로 쏟아부을 수 있는 화력은 약 4,224발입니다.
일명 "곡산포" 또는 "주체포"로 불리는 170mm 자행포는 RAP탄 사격시 최대 54km, 즉 여주 - 부천 - 인천국제공항을 연하는 선까지 포격할 수 있는데 1회 사격(갱도에서 나와서 3분간 6발을 발사하고 다시 갱도로 들어가는 횟수) 능력은 864발 가량입니다.
(L : 발사관 수 / B : 생물무기 / C : 화학무기)
물론 이러한 화력이 서울 전역에 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 지역에도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 비교적 높은 산, 즉 차폐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서울 지역 가운데 적 화력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지역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파란 선으로 표시된 지역이 차폐정으로 인해 포탄이 낙하할 수 없는 지역이며, 붉게 표시된 지역이 적 장사정포 포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잇는 지역입니다. 즉,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은 적 장사정포 공격에 매우 취약한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170mm 자행포는 탑재된 포신의 신뢰성 자체가 심각할 정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명중률을 기대할 수 없고,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탄두 중량을 기존의 절반에 가까운 5kg 미만으로 줄여놨으며, 150여문 전체가 문당 6발씩 불을 뿜는다 해도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면적이 3.1㎢ 수준에 불과해 큰 위협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240mm 방사포입니다. 여기서 발사되는 로켓은 탄두중량 45kg 수준으로 이번에 연평도 포격 도발에 사용된 122mm 방사포의 2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으며, 22발을 사격할 경우 900m x 300m 면적이 초토화됩니다. 즉, 수도권을 겨냥해 배치된 200여문의 방사포가 1차례의 일제 사격을 마치면 25.92㎢, 즉 여의도 면적의 3배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포탄이 떨어졌을 때의 효과가 연평도의 경우와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연평도의 경우 조립식 건물이나 벽돌식 건물이 많아 작은 탄두에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서울의 경우 대다수의 건물이 철근 콘크리트 구조이기 때문에 로켓탄 1~2발로 아파트가 무너지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TNT라는 것이 생각보다 파괴력이 작은 물건이라 45kg이 폭발해도 30평 정도의 한 가구 정도만 파괴할 수 있을 뿐이니까요.
문제는 이 로켓탄이 집중적인 탄착군을 형성해 아파트 1개 동에 여러 발이 떨어지는 경우나 아파트 벽을 타고 설치된 도시가스 배관, 혹은 주거지역 인근의 주유소에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서울시내 주유소는 약 690여개이고 도시가스 배관 총연장은 약 5,593km로 적 포탄이 피해가고 싶어도 피해가기 어려울만큼 조밀한 밀도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1개소라도 피격당한다면 과거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대규모 유폭이 발생합니다. 문자 그대로 "불바다"가 되는거죠.
이 로켓탄에 탑재되는 생화학무기도 문제입니다. 화학무기나 생물무기는 탄두가 비행중에 발생하는 마찰열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포구초속이 빠른 포탄이나 스커드 미사일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지만 탄속도 느리고 탄두중량도 넉넉한 대구경 다련장 로켓 무기와는 매우 잘 어울리기 때문에 개전 초 적잖은 생화학무기가 서울 지역으로 떨어질 겁니다.
북한이 보유한 화학무기는 2,500 ~ 5,000톤 가량이며, 생물무기는 13종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탄저균 1kg은 바람만 잘 타면(?) 10만명+a를 살상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통해 드러났듯이 북한 포병의 능력은 과거에 우리가 우려했던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만, 서울과 수도권은 연평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가치표적이 대량으로 존재하며, 단 몇 발의 유효탄으로도 도심 대혼란과 대규모 유폭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여기에 생화학무기가 사용된다면 서울은 문자 그대로 대공황 상태에 빠져 통제 불능의 도시가 될 겁니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적의 장사정포를 격멸하기 위한 대화력전 계획에 꽤 많은 신경을 써 왔습니다만 지금의 전력으로도, 앞으로 건설되는 전력으로도 적 장사정포 공격으로부터 수도권을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왜일까요?
2. 한국군 대화력전 프로세스
위 도표는 작년 국정감사 때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을 통해 공개했던 아군의 적 갱도포병 취약시간에 대한 도표입니다. 170mm 자행포의 최대발사속도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지만 위 자료는 우리 군이 입수한 M1989 자행포를 실제로 사격해보고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최대 발사속도는 분당 2발이 맞습니다.(입수한 자행포는 포병학교에 보관중입니다.)
갱도를 개방하고 사격준비를 하는 단계에서는 우리가 포착은 할 수 있지만 이는 평시에도 계속되는 훈련이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선제공격을 할 수는 없습니다. 즉, 아군의 대화력전이 개시되는 시점은 적 장사정포가 사격을 시작한 직후가 되며, 사격 진지에서 갱도까지 거리는 길어야 수십 미터에 불과해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적 장사정포의 실제 취약시간은 170mm 자행포는 11분, 240mm 방사포는 7분에 불과합니다. 제대로 된 대화력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 "7분" 이내에 적 장사정포를 모두 제압하거나 무력화시켜 이들이 제 2탄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놔야 합니다. 김태영 前 국방장관은 "1시간 이내 90% 이상 파괴 가능"이라는 표현을 썼고, 아군의 대화력전 계획을 보면 정말 화려해보이기는 합니다.
※ 그림설명
- 주황색 삼각형 : TPQ-37 레이더(실제로 수도권 전방에는 3대밖에 없습니다)
- FSCL(Fire Support Coordination Line) : 화력지원협조선(공군과 지상군 사이의 화력운용 책임을 구분짓는 선)
- ATK : 대화력전 대기전력
- X-ATK : 공중대기 대화력전 대기전력
- INT : 항공차단전력
- X-INT : 공중대기 항공차단 전력
위 그림은 아군의 대화력전 수행 개념을 정말 간략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적 장사정포가 공격을 시작하면 전방에 전개한 탐지수단이 표적 정보를 수집하고, 일선의 아군 포병 전력이 반격탄을 날리며, 여기에 공군 전력이 가세해 적 장사정포와 후방 지휘시설을 타격하는 것이 아군 대화력전의 기본 개념입니다.
FSCL 이남의 적 갱도포병에 대해서는 아군 00개 대대 000문의 포신포병(K-9, K-55, KH-179 등)과 로켓포병 0개 대대 00문을 주축으로 한 지상화력이 타격을 담당하고, 일부 표적은 공군에서 전담하여 FSCL 이남의 RT-BOX내 표적은 ATK(기계획표적) 또는 X-ATK(임기표적) 전력이 타격을 담당하며, FSCL 이북의 증원전력과 지휘소 등에 대해서는 INT 및 X-INT 전력이 타격을 담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적 전체 장사정포의 70% 정도를 타격하게 되어 있는 아군 포병 화력은 실제로는 적 갱도포병에 대해 거의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점과 몇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실시간 대응사격조차 어렵다는 점입니다.
※ 용어 설명
- JADOCS(Joint Automated Deep Operations Coordination System : 합동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
- KJCCS(Korea Joint Command Control System : 한국형합동지휘통제체계)
- ATCIS(Army Tactical Command Information System :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
- BTCS(Battalion Tactical Computer System : 대대전술사격지휘체계)
탐지수단에 따라서, 혹은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본부 또는 군단을 경유하느냐 여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군의 대화력전 수행 프로세스는 위와 같은 과정, 즉 약 11분이 소요되며 이는 과거 국방부에서 발표했던 4분 30초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는 수치입니다.
국방부 발표와 달리 실제 소요시간이 10분이 넘게 걸리는 것은 탐지수단의 오차를 수정하기 위한 기계획 표적과의 대조 작업과 타격부대와 공격방법을 결정하기까지의 의사결정 과정, 그리고 통신 장비의 성능부족에 따른 실시간 데이터 교류 제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TPQ-37 레이더와 연계한 대화력전 수행절차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0포병여단이 수행한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약 42km 거리에서 TPQ-37의 탐지율은 불과 33% 수준(28km에서 약 70%)에 불과하며, 정확한 탄착지점과 발사지점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적이 발사한 포탄이 최대 탄도고에 도달한 시점(비과시간 고려 약 1분 ~ 1분 30초, 거리 약 25km 내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TPQ-37 레이더가 적 포탄을 탐지하고 발사좌표를 확인하는 것은 적 포탄 발사 1분 후에나 가능하고, 그것조차도 탐지율이 70% 수준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탐지에서 1분을 잡아먹고, 쉘터에서 레이더운용관이 레이더가 확인한 좌표를 가지고 원통에 감아놓은 지도(ㅡ.ㅡ;;)를 확인해 표고 확인 작업을 거친 후에 쉘터 외부(통상 다른 박스카)에 있는 연락장교에게 표적좌표 및 표고 정보를 전달(보통은 수기로 써줍니다..)하면 연락장교들은 ATCIS 단말기 또는 DMD를 이용해 전담대대 또는 연대급 이상 제대에 이 정보를 전송하는데 수기로 작성해서 각 기기에 타이핑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작업에도 1~2분이 소요됩니다.
문제는 지형의 영향을 크게 받는 스파이더 체계에 기반한 ATCIS로 정보를 전송할 경우 RLI를 통해 송수신되는 데이터의 최대 속도는 19.2kbps에 불과하고, FM 무전기를 통해 사용하는 DMD를 이용할 경우 DMD에서 FM 무전기를 통해 데이터가 전송되고 있는 중에 망내에 대기중인 누군가가 무전기 키를 누를 경우 전송중인 데이터가 사라지는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등 통신망에도 적잖은 장애요소가 있습니다.
표적 정보가 정상적으로 대화력전 수행본부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기계획/임기표적 대조 작업과 타격부대 선정, 사격지휘결심에 1~2분이 더 소요되고, TF대대가 사격명령을 접수받아 사격 준비하고 포격을 가하는데도 2~3분이 걸리며 발사된 포탄이 적 갱도진지까지 도달하는 비과시간도 2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포병 전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취약시간이 7분인 적 방사포를 타격할 수 없습니다.
3. 최선의 대화력전 해법은 공군력
일단 "탐지자산" 측면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아군의 대화력전 수행 과정에서 동원되는 탐지자산에는 대포병레이더와 적지종심작전팀, 그리고 UAV가 있는데요, 현역 때 수도없이 대화력전 훈련을 뛰면서 "얘들이 전쟁 나면 정말 제기능을 할까"하는 의문을 가졌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대포병 레이더의 "데이터 수기 작성" 문제에 대한 해답은 LIG넥스원이 내놨고, 올 연말부터 실시되는 업그레이드 사업을 통해 해결될 예정이지만 그 문제가 해결됐다고 모든 것이 OK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시 추적 가능한 포탄의 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포탄의 발사 지점을 계산하려면 일단 포탄이 최대 탄도고에 이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전자전에도 비교적 취약한 물건이니까요. 파주 지역은 전자전 위협이 덜한 편이지만, 중부전선 지역은 북측에서 아군을 내려다볼 수 있는 감제고지가 비교적 많은 편이기 때문에 5, 6군단 지역의 대포병레이더는 오성산 지역에서 시도되는 재밍에 의해 개전 초부터 먹통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공연대 인원을 활용해 구성되는 적지종심작전팀도 해법은 못됩니다. 치열한 포격전이 오가는 상황이고, 남북간에 휴전선을 중심으로 전선이 형성된 상태에서 주로 도보로 이동하는 적종팀 인원들이 적이 형성해놓은 전선을 뚫고 후방의 장사정포 인근까지 접근이 가능할까요?
UAV는 어떻습니까? 북한은 세계최고 수준의 조밀한 방공망을 운용하고 있는 국가이고, 적 화력자산이 위치한 RT-BOX 지역에는 UAV가 운용되는 JFA-1~2 수준(10,000ft~20,000ft) 까지 도달 가능한 고사포, MANPAD, SAM 등이 수천문에 가깝게 깔려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작전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포병사격은 최초 탐지가 되었든 차후수정이 되었든 적을 계속 감시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 기존의 탐지전력으로는 제대로 된 임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 "타격자산"을 한번 볼까요? 현용 탐지자산으로 제대로 탐지와 정보 전파가 이루어져 실시간으로 타격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5kg 안팎의 탄두를 가진 포병 화력으로는 GPS 유도포탄이든 열압력탄이든 뭐가 되었든 적 갱도 진지를 절대 파괴할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적 갱도진지는 문자 그대로 "갱도"로 이루어져있고, 출입문 역시 두꺼운 곳은 최대 3m급의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위는 240mm 방사포 갱도진지입니다. 방벽은 3~5m 수준으로 일반적인 155mm 고폭탄이나 이중목적고폭탄으로는 절대 파괴가 불가능합니다. 최소한 1,000LBS 이상의 탄두를 가진 폭탄이 있어야만 갱도를 무너뜨리든지 내부의 화포를 박살내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육방부"는 국방개혁 2020을 구상하면서 무려 40조원을 쏟아부어 포병전력의 현대화를 이루어 적 장사정포에 대항하겠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K-9 추가 생산과 K-55 개량, 기존 견인포의 트럭탑재에 10조원, 차기 다련장 도입과 대구경 로켓탄 확보에 29조원을 쏟아 부어 이제는 후방 사단의 포병연대까지 자주포가 깔릴 예정이랍니다.
물론 포병장교 출신으로서 견인포가 가지는 한계와 제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포병의 자주화는 반가운 소식입니다만, 국방부의 포병전력 강화 구상은 20년전 미국의 중(重)사단의 포병여단 개념을 따라가는 것 같아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당장 우리가 직면한 적 장사정포라는 위협에 대해 비용 대 효과 면에서 전혀 효과적이지 못한 포병 전력 구상에 과연 40조원이나 되는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적 장사정포의 1차 타격을 중간에 저지하고, 2차 사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 장사정포 발사 징후가 탐지되어 워치콘과 데프콘이 격상되어 JDAM을 탑재하고 경기도 상공을 초계중인 전투기 전력이 적 초탄 발사 직후에 적 갱도진지를 타격하는 겁니다. 적의 초탄 사격과 거의 동시에 아군의 반격탄이 날아오면 적도 사격을 중지하고 갱도에 숨을 것이기 때문에 적의 1차 사격으로 인한 수도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큰 탄두중량을 통해 적 갱도를 붕괴시킴으로써 적의 2차 사격을 사전에 저지하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역할을 수행할 전투기가 없다는 겁니다.
전투기로 분류할 수 있는 전력은 459대 수준이지만, F-4E와 F-5E/F는 곧 전량 도태될 예정이며, 도태시키지 않더라도 정밀유도무기 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대화력전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이 안됩니다.
정밀유도무기 운용 능력을 가진 전력이라고 해봐야 F-15K 45대와 KF-16 135대 수준에 불과한데, Pre-ATO에 반영된 이들 전투기의 임무는 개전초 대화력전보다는 제공작전이나 전장항공차단, 스커드 미사일 제거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들 전력에 대화력전 임무까지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한국공군의 적정 전투기 소요는 약 600여대(美 LAND 연구소 Bruce Bennett 박사 연구결과)인데, 2020년까지 우리 공군의 전력을 보면 F-15K 60대, KF-16 135대, F-16PB 35대, 3차 FX 60대, T/A-50 60여대로 350여대 수준에 불과하며, 1986년부터 도입된 F-16PB 35대의 수명이 30년을 초과한 시기가 되어 실제 가용 전투기 전력은 300여대 초반에 머무르게 될겁니다. 대화력전은 고사하고 제공작전도 제대로 수행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4. 더 이상의 "육방부" 역할은 지양해야..
여기까지 북한군 장사정포의 위력과 아군의 대화력전 체계의 문제점,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공군력입니다. 공군력은 좁은 시야로 본다면 효과적인 대화력전 수행을 통해 2,000만 수도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있고, 시야를 좀 더 넓혀보자면 북한 급변사태시 개입하여 한반도 영구 분단화를 획책할 중국군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도 가능합니다.
걸프전 이후 현대전에서 공군력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만, 문제는 "for the army, of the army, by the army"를 슬로건으로 내건 "육방부"의 의사결정구조와 기득권을 쉽게 내놓으려 하지 않는 육군의 텃세 때문에 우리 공군력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는 겁니다.
당장 서북 5도에 대한 위협이 커졌는데도 해병대에 대포병레이더나 K-9을 추가 배치하겠다는 얘기는 안나오고 육군 소속 대포병레이더와 MLRS 배치하면서 "원래 육군 건데 큰맘먹고 빌려주는거야"라는 식의 생색내기나 하고 있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병대 독립 및 강화 이야기가 나오자 육군 출신 신임 국방장관이 나서서 앞뒤 설명없이 "해병대 독립은 부정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9조원 정도 들여서 전투기 전력 보강해주면 대화력전 문제는 물론 공군 전투기 부족 문제도 한방에 해결되는데 굳이 40조원을 들여 포병 전력 강화한다고 악을 쓰고 있습니다.
국가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이 아니라 지휘관 자리 보전하고, 전역하고 관련 방산업체 취업할 생각들만 하고 있으니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예산에 비해 실제 전력 증대 효과는 미비한 포병 확충 사업에 저리들 목을 매고 있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존재하는 군이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더 이상 "육방부"라는 비아냥을 듣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육,해,공,해병대가 함께 지키는 것이지 자칭 "국가방위의 중심군" 육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면서 혼자 지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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