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서울 불바다" vs "한시간 내 90% 격멸"

醉月 2010. 12. 8. 08:53

출처 :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 어느덧 2주가 넘어갑니다. 연평도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고, 국민들도 정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가 적의 포격에 의해 초토화되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이후 한미 동맹은 서해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을 압박했고, 신임 국방장관은 서해 5도 지역에서의 포병 사격 훈련을 재개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우리 정부도 과거보다는 다소 강경한 톤을 유지하며 북한을 압박해 나가고 있는데, 이에 대해 북한도 초강수로 응수하면서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습니다.

리영호 총참모장을 비롯한 북한 각 매체는 연평도에 이어 경기도 북부에 대한 포병 사격도 거론하는 등 위협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물론 수도권 지역에 대한 포격은 적은 수량으로도 대규모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만큼 평시의 경기도 포격 도발은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의 도발을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북한 내부의 혼란 상태로 인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고강도 무력 분쟁 시 그들이 공언한대로 장사정포에 의한 수도권 포격이 실제로 이루어질 경우 과연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우리 군은 이에 대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간단하게(?)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 아래 상황은 어디까지나 "전면전" 상황을 상정한 것입니다.

1. 北 장사정포 현황
  




북한이 보유한 장사정포 가운데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 지역(동두천, 의정부 제외)을 겨냥한 장사정포 전력은 240mm 방사포 00개 대대 약 200여문, 170mm 곡사포 0개 대대 약 150여문입니다. 이들은 임진강 하류에 위치한 평화리, 월정리 등에 소재한 갱도 진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별도의 부대 이동 없이 현 진지에서 수도권 전역에 대한 타격이 가능합니다.

각각의 화력을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240mm 방사포(숫적으로 많은 22연장 M1991 기준)는 사거리 최대 60km로 가평 - 남양주 - 과천을 연하는 선까지 공격할 수 있으며 1회 사격(갱도에서 나와서 22발을 쏘고 다시 갱도로 들어가는 횟수)으로 쏟아부을 수 있는 화력은 약 4,224발입니다.
일명 "곡산포" 또는 "주체포"로 불리는 170mm 자행포는 RAP탄 사격시 최대 54km, 즉 여주 - 부천 - 인천국제공항을 연하는 선까지 포격할 수 있는데 1회 사격(갱도에서 나와서 3분간 6발을 발사하고 다시 갱도로 들어가는 횟수) 능력은 864발 가량입니다.


(L : 발사관 수 / B : 생물무기 / C : 화학무기)


물론 이러한 화력이 서울 전역에 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 지역에도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 비교적 높은 산, 즉 차폐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서울 지역 가운데 적 화력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지역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파란 선으로 표시된 지역이 차폐정으로 인해 포탄이 낙하할 수 없는 지역이며, 붉게 표시된 지역이 적 장사정포 포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잇는 지역입니다. 즉,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은 적 장사정포 공격에 매우 취약한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170mm 자행포는 탑재된 포신의 신뢰성 자체가 심각할 정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명중률을 기대할 수 없고,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탄두 중량을 기존의 절반에 가까운 5kg 미만으로 줄여놨으며, 150여문 전체가 문당 6발씩 불을 뿜는다 해도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면적이 3.1㎢ 수준에 불과해 큰 위협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240mm 방사포입니다. 여기서 발사되는 로켓은 탄두중량 45kg 수준으로 이번에 연평도 포격 도발에 사용된 122mm 방사포의 2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으며, 22발을 사격할 경우 900m x 300m 면적이 초토화됩니다. 즉, 수도권을 겨냥해 배치된 200여문의 방사포가 1차례의 일제 사격을 마치면 25.92㎢, 즉 여의도 면적의 3배가 순식간에 불바다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포탄이 떨어졌을 때의 효과가 연평도의 경우와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연평도의 경우 조립식 건물이나 벽돌식 건물이 많아 작은 탄두에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서울의 경우 대다수의 건물이 철근 콘크리트 구조이기 때문에 로켓탄 1~2발로 아파트가 무너지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TNT라는 것이 생각보다 파괴력이 작은 물건이라 45kg이 폭발해도 30평 정도의 한 가구 정도만 파괴할 수 있을 뿐이니까요.

문제는 이 로켓탄이 집중적인 탄착군을 형성해 아파트 1개 동에 여러 발이 떨어지는 경우나 아파트 벽을 타고 설치된 도시가스 배관, 혹은 주거지역 인근의 주유소에 떨어지는 경우입니다. 서울시내 주유소는 약 690여개이고 도시가스 배관 총연장은 약 5,593km로 적 포탄이 피해가고 싶어도 피해가기 어려울만큼 조밀한 밀도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1개소라도 피격당한다면 과거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대규모 유폭이 발생합니다. 문자 그대로 "불바다"가 되는거죠.

이 로켓탄에 탑재되는 생화학무기도 문제입니다. 화학무기나 생물무기는 탄두가 비행중에 발생하는 마찰열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포구초속이 빠른 포탄이나 스커드 미사일에는 그리 적합하지 않지만 탄속도 느리고 탄두중량도 넉넉한 대구경 다련장 로켓 무기와는 매우 잘 어울리기 때문에 개전 초 적잖은 생화학무기가 서울 지역으로 떨어질 겁니다.

북한이 보유한 화학무기는 2,500 ~ 5,000톤 가량이며, 생물무기는 13종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탄저균 1kg은 바람만 잘 타면(?) 10만명+a를 살상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통해 드러났듯이 북한 포병의 능력은 과거에 우리가 우려했던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만, 서울과 수도권은 연평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가치표적이 대량으로 존재하며, 단 몇 발의 유효탄으로도 도심 대혼란과 대규모 유폭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여기에 생화학무기가 사용된다면 서울은 문자 그대로 대공황 상태에 빠져 통제 불능의 도시가 될 겁니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적의 장사정포를 격멸하기 위한 대화력전 계획에 꽤 많은 신경을 써 왔습니다만 지금의 전력으로도, 앞으로 건설되는 전력으로도 적 장사정포 공격으로부터 수도권을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왜일까요?


2. 한국군 대화력전 프로세스
 

위 도표는 작년 국정감사 때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을 통해 공개했던 아군의 적 갱도포병 취약시간에 대한 도표입니다. 170mm 자행포의 최대발사속도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지만 위 자료는 우리 군이 입수한 M1989 자행포를 실제로 사격해보고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최대 발사속도는 분당 2발이 맞습니다.(입수한 자행포는 포병학교에 보관중입니다.)

갱도를 개방하고 사격준비를 하는 단계에서는 우리가 포착은 할 수 있지만 이는 평시에도 계속되는 훈련이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 선제공격을 할 수는 없습니다. 즉, 아군의 대화력전이 개시되는 시점은 적 장사정포가 사격을 시작한 직후가 되며, 사격 진지에서 갱도까지 거리는 길어야 수십 미터에 불과해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1분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적 장사정포의 실제 취약시간은 170mm 자행포는 11분, 240mm 방사포는 7분에 불과합니다. 제대로 된 대화력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 "7분" 이내에 적 장사정포를 모두 제압하거나 무력화시켜 이들이 제 2탄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놔야 합니다. 김태영 前 국방장관은 "1시간 이내 90% 이상 파괴 가능"이라는 표현을 썼고, 아군의 대화력전 계획을 보면 정말 화려해보이기는 합니다.



※ 그림설명
- 주황색 삼각형 : TPQ-37 레이더(실제로 수도권 전방에는 3대밖에 없습니다)
- FSCL(Fire Support Coordination Line) : 화력지원협조선(공군과 지상군 사이의 화력운용 책임을 구분짓는 선)
- ATK : 대화력전 대기전력
- X-ATK : 공중대기 대화력전 대기전력
- INT : 항공차단전력
- X-INT : 공중대기 항공차단 전력

위 그림은 아군의 대화력전 수행 개념을 정말 간략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적 장사정포가 공격을 시작하면 전방에 전개한 탐지수단이 표적 정보를 수집하고, 일선의 아군 포병 전력이 반격탄을 날리며, 여기에 공군 전력이 가세해 적 장사정포와 후방 지휘시설을 타격하는 것이 아군 대화력전의 기본 개념입니다.

FSCL 이남의 적 갱도포병에 대해서는 아군 00개 대대 000문의 포신포병(K-9, K-55, KH-179 등)과 로켓포병 0개 대대 00문을 주축으로 한 지상화력이 타격을 담당하고, 일부 표적은 공군에서 전담하여 FSCL 이남의 RT-BOX내 표적은 ATK(기계획표적) 또는 X-ATK(임기표적) 전력이 타격을 담당하며, FSCL 이북의 증원전력과 지휘소 등에 대해서는 INT 및 X-INT 전력이 타격을 담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적 전체 장사정포의 70% 정도를 타격하게 되어 있는 아군 포병 화력은 실제로는 적 갱도포병에 대해 거의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점과 몇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실시간 대응사격조차 어렵다는 점입니다.


※ 용어 설명
- JADOCS(Joint Automated Deep Operations Coordination System : 합동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
- KJCCS(Korea Joint Command Control System : 한국형합동지휘통제체계)
- ATCIS(Army Tactical Command Information System : 육군전술지휘정보체계)
- BTCS(Battalion Tactical Computer System : 대대전술사격지휘체계)

탐지수단에 따라서, 혹은 지구사 대화력전 수행본부 또는 군단을 경유하느냐 여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군의 대화력전 수행 프로세스는 위와 같은 과정, 즉 약 11분이 소요되며 이는 과거 국방부에서 발표했던 4분 30초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는 수치입니다.

국방부 발표와 달리 실제 소요시간이 10분이 넘게 걸리는 것은 탐지수단의 오차를 수정하기 위한 기계획 표적과의 대조 작업과 타격부대와 공격방법을 결정하기까지의 의사결정 과정, 그리고 통신 장비의 성능부족에 따른 실시간 데이터 교류 제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TPQ-37 레이더와 연계한 대화력전 수행절차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0포병여단이 수행한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약 42km 거리에서 TPQ-37의 탐지율은 불과 33% 수준(28km에서 약 70%)에 불과하며, 정확한 탄착지점과 발사지점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적이 발사한 포탄이 최대 탄도고에 도달한 시점(비과시간 고려 약 1분 ~ 1분 30초, 거리 약 25km 내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TPQ-37 레이더가 적 포탄을 탐지하고 발사좌표를 확인하는 것은 적 포탄 발사 1분 후에나 가능하고, 그것조차도 탐지율이 70% 수준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탐지에서 1분을 잡아먹고, 쉘터에서 레이더운용관이 레이더가 확인한 좌표를 가지고 원통에 감아놓은 지도(ㅡ.ㅡ;;)를 확인해 표고 확인 작업을 거친 후에 쉘터 외부(통상 다른 박스카)에 있는 연락장교에게 표적좌표 및 표고 정보를 전달(보통은 수기로 써줍니다..)하면 연락장교들은 ATCIS 단말기 또는 DMD를 이용해 전담대대 또는 연대급 이상 제대에 이 정보를 전송하는데 수기로 작성해서 각 기기에 타이핑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작업에도 1~2분이 소요됩니다.

문제는 지형의 영향을 크게 받는 스파이더 체계에 기반한 ATCIS로 정보를 전송할 경우 RLI를 통해 송수신되는 데이터의 최대 속도는 19.2kbps에 불과하고, FM 무전기를 통해 사용하는 DMD를 이용할 경우 DMD에서 FM 무전기를 통해 데이터가 전송되고 있는 중에 망내에 대기중인 누군가가 무전기 키를 누를 경우 전송중인 데이터가 사라지는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등 통신망에도 적잖은 장애요소가 있습니다.

표적 정보가 정상적으로 대화력전 수행본부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기계획/임기표적 대조 작업과 타격부대 선정, 사격지휘결심에 1~2분이 더 소요되고, TF대대가 사격명령을 접수받아 사격 준비하고 포격을 가하는데도 2~3분이 걸리며 발사된 포탄이 적 갱도진지까지 도달하는 비과시간도 2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포병 전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취약시간이 7분인 적 방사포를 타격할 수 없습니다.  


3. 최선의 대화력전 해법은 공군력

일단 "탐지자산" 측면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아군의 대화력전 수행 과정에서 동원되는 탐지자산에는 대포병레이더와 적지종심작전팀, 그리고 UAV가 있는데요, 현역 때 수도없이 대화력전 훈련을 뛰면서 "얘들이 전쟁 나면 정말 제기능을 할까"하는 의문을 가졌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대포병 레이더의 "데이터 수기 작성" 문제에 대한 해답은 LIG넥스원이 내놨고, 올 연말부터 실시되는 업그레이드 사업을 통해 해결될 예정이지만 그 문제가 해결됐다고 모든 것이 OK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시 추적 가능한 포탄의 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포탄의 발사 지점을 계산하려면 일단 포탄이 최대 탄도고에 이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전자전에도 비교적 취약한 물건이니까요. 파주 지역은 전자전 위협이 덜한 편이지만, 중부전선 지역은 북측에서 아군을 내려다볼 수 있는 감제고지가 비교적 많은 편이기 때문에 5, 6군단 지역의 대포병레이더는 오성산 지역에서 시도되는 재밍에 의해 개전 초부터 먹통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공연대 인원을 활용해 구성되는 적지종심작전팀도 해법은 못됩니다. 치열한 포격전이 오가는 상황이고, 남북간에 휴전선을 중심으로 전선이 형성된 상태에서 주로 도보로 이동하는 적종팀 인원들이 적이 형성해놓은 전선을 뚫고 후방의 장사정포 인근까지 접근이 가능할까요?

UAV는 어떻습니까? 북한은 세계최고 수준의 조밀한 방공망을 운용하고 있는 국가이고, 적 화력자산이 위치한 RT-BOX 지역에는 UAV가 운용되는 JFA-1~2 수준(10,000ft~20,000ft) 까지 도달 가능한 고사포, MANPAD, SAM 등이 수천문에 가깝게 깔려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작전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포병사격은 최초 탐지가 되었든 차후수정이 되었든 적을 계속 감시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 기존의 탐지전력으로는 제대로 된 임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 "타격자산"을 한번 볼까요? 현용 탐지자산으로 제대로 탐지와 정보 전파가 이루어져 실시간으로 타격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5kg 안팎의 탄두를 가진 포병 화력으로는 GPS 유도포탄이든 열압력탄이든 뭐가 되었든 적 갱도 진지를 절대 파괴할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적 갱도진지는 문자 그대로 "갱도"로 이루어져있고, 출입문 역시 두꺼운 곳은 최대 3m급의 콘크리트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위는 240mm 방사포 갱도진지입니다. 방벽은 3~5m 수준으로 일반적인 155mm 고폭탄이나 이중목적고폭탄으로는 절대 파괴가 불가능합니다. 최소한 1,000LBS 이상의 탄두를 가진 폭탄이 있어야만 갱도를 무너뜨리든지 내부의 화포를 박살내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육방부"는 국방개혁 2020을 구상하면서 무려 40조원을 쏟아부어 포병전력의 현대화를 이루어 적 장사정포에 대항하겠다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K-9 추가 생산과 K-55 개량, 기존 견인포의 트럭탑재에 10조원, 차기 다련장 도입과 대구경 로켓탄 확보에 29조원을 쏟아 부어 이제는 후방 사단의 포병연대까지 자주포가 깔릴 예정이랍니다.

물론 포병장교 출신으로서 견인포가 가지는 한계와 제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포병의 자주화는 반가운 소식입니다만, 국방부의 포병전력 강화 구상은 20년전 미국의 중(重)사단의 포병여단 개념을 따라가는 것 같아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당장 우리가 직면한 적 장사정포라는 위협에 대해 비용 대 효과 면에서 전혀 효과적이지 못한 포병 전력 구상에 과연 40조원이나 되는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적 장사정포의 1차 타격을 중간에 저지하고, 2차 사격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 장사정포 발사 징후가 탐지되어 워치콘과 데프콘이 격상되어 JDAM을 탑재하고 경기도 상공을 초계중인 전투기 전력이 적 초탄 발사 직후에 적 갱도진지를 타격하는 겁니다. 적의 초탄 사격과 거의 동시에 아군의 반격탄이 날아오면 적도 사격을 중지하고 갱도에 숨을 것이기 때문에 적의 1차 사격으로 인한 수도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큰 탄두중량을 통해 적 갱도를 붕괴시킴으로써 적의 2차 사격을 사전에 저지하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역할을 수행할 전투기가 없다는 겁니다. 




전투기로 분류할 수 있는 전력은 459대 수준이지만, F-4E와 F-5E/F는 곧 전량 도태될 예정이며, 도태시키지 않더라도 정밀유도무기 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대화력전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이 안됩니다.

정밀유도무기 운용 능력을 가진 전력이라고 해봐야 F-15K 45대와 KF-16 135대 수준에 불과한데, Pre-ATO에 반영된 이들 전투기의 임무는 개전초 대화력전보다는 제공작전이나 전장항공차단, 스커드 미사일 제거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들 전력에 대화력전 임무까지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한국공군의 적정 전투기 소요는 약 600여대(美 LAND 연구소 Bruce Bennett 박사 연구결과)인데, 2020년까지 우리 공군의 전력을 보면 F-15K 60대, KF-16 135대, F-16PB 35대, 3차 FX 60대, T/A-50 60여대로 350여대 수준에 불과하며, 1986년부터 도입된 F-16PB 35대의 수명이 30년을 초과한 시기가 되어 실제 가용 전투기 전력은 300여대 초반에 머무르게 될겁니다. 대화력전은 고사하고 제공작전도 제대로 수행 못할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4. 더 이상의 "육방부" 역할은 지양해야..

여기까지 북한군 장사정포의 위력과 아군의 대화력전 체계의 문제점, 그리고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공군력입니다. 공군력은 좁은 시야로 본다면 효과적인 대화력전 수행을 통해 2,000만 수도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낼 수 있고, 시야를 좀 더 넓혀보자면 북한 급변사태시 개입하여 한반도 영구 분단화를 획책할 중국군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도 가능합니다.

걸프전 이후 현대전에서 공군력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만, 문제는 "for the army, of the army, by the army"를 슬로건으로 내건 "육방부"의 의사결정구조와 기득권을 쉽게 내놓으려 하지 않는 육군의 텃세 때문에 우리 공군력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는 겁니다.

당장 서북 5도에 대한 위협이 커졌는데도 해병대에 대포병레이더나 K-9을 추가 배치하겠다는 얘기는 안나오고 육군 소속 대포병레이더와 MLRS 배치하면서 "원래 육군 건데 큰맘먹고 빌려주는거야"라는 식의 생색내기나 하고 있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병대 독립 및 강화 이야기가 나오자 육군 출신 신임 국방장관이 나서서 앞뒤 설명없이 "해병대 독립은 부정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9조원 정도 들여서 전투기 전력 보강해주면 대화력전 문제는 물론 공군 전투기 부족 문제도 한방에 해결되는데 굳이 40조원을 들여 포병 전력 강화한다고 악을 쓰고 있습니다.

국가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이 아니라 지휘관 자리 보전하고, 전역하고 관련 방산업체 취업할 생각들만 하고 있으니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예산에 비해 실제 전력 증대 효과는 미비한 포병 확충 사업에 저리들 목을 매고 있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존재하는 군이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더 이상 "육방부"라는 비아냥을 듣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육,해,공,해병대가 함께 지키는 것이지 자칭 "국가방위의 중심군" 육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면서 혼자 지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사정포, 초탄은 몰라도 2탄은 절대 안돼!
6일 국방부 기자간담회, ”표적탐지 정보자산 확충, 공군중심 대화력전 수행체계 확립” 거듭 강조
자주국방네트워크는 6일 국방부에서 '북 장사정포 피격에 대한 피해 최소화 방안' 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국내 주요 언론사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였으며, 신인균 대표는 간담회를 통해 "지난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우리단체의 정책실을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안보전문가들이 본 연구의 TF 를 구성하였으며, 이번 보고서는 열흘간의 심층적인 논의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면서, "주요 언론사들의 공감과 이슈를 이끌어내는데 주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적 장사정포 현황 - 피해 예측 - 대화력전 시나리오 - 해결방안' 으로 구성된 이번 보고서는, 어수선한 국내의 국방기류 및 신임 국방장관 취임 등 중요 현안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공개되었다는 반응이다.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이런 노력은 KBS 9시뉴스를 비롯하여 YTN과 OBS 등 3개 방송사의 메인뉴스에 공군력 증강을 통한 갱도포병 타격을 보도하는 결실을 맺었다.

신인균 대표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북 장사정포 피격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면서, "적 장사정포 표적탐지 정보자산을 확충하고, 공군력 중심의 대화력전 수행체계 확립 등이 시급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번 분석 보고서는 빈약한 탄두 중량 및 큰 공산오차를 고려해 볼 때 지상군 포병화력에 의한 적 갱도포병제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공군력 중심의 대화력전 수행체계를 확립을 위한 국방비 배분구조의 개선 및 정책마련도 강조했다.
대화력전 전용으로 F-15K 60대 더!
북한 장사정포 도발 대응 위해서는 공군력 증강해야
  6일 오전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개최된 21세기 희망의 경기포럼에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따른 안보의식 강화’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였다.

 김문수 도지사를 비롯한 경기도청 간부 300여명을 대상으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특강에서 신인균 대표는 한국 국방력 증강 사업이 육군 위주로 진행되고 있고, 현재 K-9자주포 등 포병세력으로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와 함께 북한의 장사정포 및 여러 가지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군력이 증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최근 모 언론을 통해 알려진 북한의 장사정포를 1시간내에 90% 궤멸 시킬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북한 장사정포 90% 궤멸시키려면 F-15K 60대가 더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F-15K 전투기는 현존하는 동북아 전투기 중 가장 강력한 전투기이며, 이 전투기가 60대 더 있다면 적의 갱도 330개를 일시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라고 말하였다.
 
 신인균 대표는 정부가 포병전력 증강에 중장기적으로 46조원을 투자하기로 하였는데 그중 8조원만 공군력 증강에 투자해도 F-15K 60대는 살 수 있다고 밝히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방예산의 효율적인 집행 필요성을 지적하였다.

▲ 6일 오전 경기도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기포럼 특강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에 따른 안보의식 강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는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대표의 모습. 이날 신인균 대표는 북한의 장사정포 및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포병전력보다는 공군의 전투력 증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환담을 나누고 있는 자주국방 네트워크 신인균 대표의 모습. 최근 북한의 경기도 포격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지역의 안보여건과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허술한 C4I 화력전, 10조 장비도입비 무용지물로!

[집중분석] 북한 장사정포와 대화력전
 
[31호] 2010년 08월 25일 (수) 박수찬 기자 fas117@hanmail.net
 

지난 8월 2일, 국내 주요언론들은 “북한군이 휴전선 최전방에 배치한 장사정포가 공격받기 어렵도록 동굴 진지를 새로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천안함 사건 직후 잠수함이나 장사정포 같은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대응이 당면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북한 장사정포의 움직임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장사정포에 대비한 대화력전 준비가 화력과 기동장비에만 치중한 나머지 인간의 뇌와 신경망에 해당되는 C4I(Command &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and Intelligence) 분야는 더딘 것이 현실이다.

   
▲ (참고 사진자료)

대화력전 C4I에 대한 상반된 인식

천안함 사건 직후 청와대는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를 창설하고 국가 안보 현안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에 착수했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지난 5월13일 첫 회의를 개최한지 3개월만인 8월 초 국방 분야 30개 과제 등이 담긴 230여 쪽의 보고서를 확정하고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대북억제전력 확보, 군 구조 개혁, 복무기간 연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대안을 제시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서는 북한의 비대칭적 위협, 특히 수도권을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한 부분도 면밀하게 검토되었다. 이 과정에서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대화력전 체계 중 C4I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군 소식통의 말.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서 지적한 부분은 바로 대화력전 수행 체계 중 C4I에 대한 것이었다. 안보총괄점검회의는 C4I문제를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과 대화력전 수행의 핵심으로 판단했다.  군 당국은 C4I체계 구축에 대해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판단했고 일정에 대한 부분은 핑계라고 생각했다”

대화력전과 관련된 C4I 체계 구축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의 판단은 뜻밖으로 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전작권 전환 연기가 확정된 직후 군 일각에서 “전작권 전환준비가 부족해서 연기된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연기한 것이다. 우리 군은 잘 준비해 왔다”는 반응이 나온 것과는 상반된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화력전 관련 C4I 체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군 소식통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미 태평양사령부와 합참이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가장 큰 문제는 한미 양국군간의 암호체계와 정보저작권 문제였다. 양측의 암호체계가 서로 달라 C4I에 의한 데이터 교환이 어렵고, 미 국내법상 미군이 한국군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허용되는가 하는, 일종의 저작권 저촉 여부도 제기됐다. 미국은 원래 저작권에 민감하기 때문에 정보저작권은 미군에게 상당히 큰 문제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지적한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비대칭 위협 중 ‘히든카드’라 불릴 만큼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이라크 전쟁 직후 미군에게 노획된 이라크 군 소속의 북한산 170mm 자주포. 휴전선에서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 중 하나이다.

북한이 군사분계선 인근에 배치해 놓은 장사정포 중 수도권에 위협이 되는 것은 300여문 정도. 이중에서 가장 위협적으로 평가되는 장사정포는 170mm 자주포(사거리 43Km)와 240mm 방사포(사거리 65Km)로 한미연합군의 포격으로부터 안전한 갱도진지에 배치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임진강(판문군) 일대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 지역은 서울에서 4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지역에 장사정포가 배치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1997년부터 갱도진지 공사가 진행되어 1999년까지 수백 문의 장사정포가 후방으로부터 전진 배치되었다는 것이 군 당국의 평가이다.  이들 갱도진지는 내부가 20평 정도로 갱도에서 포를 꺼내는 즉시 미리 구축해놓은 포대에서 포격이 가능하다. 갱도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거나 산 뒷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동굴 형태로 되어있다. 입구에는 10~20Cm 두께의 철문이 설치되어있고, 입구 주변은 수십 센티미터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어져 있다. 이 중 170mm 자주포 포대는 산의 남쪽 사면에 주로 있고, 240mm 방사포는 북쪽 사면에 있다.

최근 북한군은 휴전선 최전방에 배치한 장사정포가 공격받기 어렵도록 동굴 진지를 새로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올 들어 입구가 남쪽으로 나 있는 산속 갱도진지에 배치해둔 장사정포를 반대쪽인 북쪽에 동굴을 내 재배치하고 있다. 또 한·미 연합군의 공격으로부터 방호가 가능하도록 새 장사정포 진지 위에 보호 덮개를 만드는 공사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 장사정포 진지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만큼 한·미군의 K-9 자주포와 MLRS 다연장로켓포 등으로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 전투기로 투하하는 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이나 미사일 등으로만 파괴할 수 있어 공격 방식에 제한이 크기 때문에 군 당국은 북한군 장사정포 진지의 보호 덮개를 파괴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 개발을 검토 중이다.

 

한․미 대화력전 능력, 하늘과 땅 차이

이러한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연합사령부는 1993년부터 ‘지상구성사령부 대화력전 수행본부’를 설치했다. 미 2사단이 운용한 대화력전 수행본부는 한강 이북의 미군과 한국군 포병화력을 종합적으로 통제하여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을 무력화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그러다 2005년 10월 1일, 주한미군 감축계획의 일환으로 대화력전 수행임무는 한국군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군이 대화력전 수행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2004년부터 수 차례의 합동 훈련을 거친 끝에야 임무 인수인계 일자를 확정할 정도로 난항을 겪어야 했다.

북한 장사정포 위협과 관련한 대화력전 수행능력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북한 장사정포의 위협을 경감시키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바로 대화력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C4I는 대화력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다.

▲실시간 대응 체계 갖췄던 미군

2005년 대화력전 임무가 한국군으로 이양되기 전 주한미군에 의한 대화력전 수행체계는 말 그대로 ‘실시간’에 가까웠다. 2005년까지 미 2사단이 운영하던 대화력전 수행본부는 취합된 정보를 다루는 분석통제반(ACE), 정보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장사정포를 타격할 것인지 결정하는 화력지원반(FSE), 포병부대를 통제하는 포병여단 작전통제소(OCC), 공군 전력을 담당하는 항공지원작전대대(ASOS)로 구성되어 있었다.

   
▲ AN/TPQ-36 대포병레이더. 한미 양국군의 장사정포 탐지 전력이다.

북한 장사정포가 이상 징후를 보이면 미군이 보유한 군사위성 KH-12, 무인정찰기, 합동감시표적공격레이더체계(JSTARS) 등의 정보자산이 수집한 정보는 모두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ADOCS)라는 C4I 체계를 통해 자동으로 분석통제반에 수집되고, 분석통제반은 이를 분석해 보고한 다음 화력통제반, 포병여단 작전통제소, 항공지원작전대대와 협조하여 대응 조치를 준비한다. 미군의 대응은 크게 항공지원작전대대가 담당하는 하늘과 포병여단 작전통제소가 맡는 땅으로 나뉜다. 무장한 F-15E가 휴전선 상공을 비행하는 동안 땅에서는 155mm 팔라딘 자주포와 MLRS가 비상대기에 돌입한다.   

북한 장사정포가 갱도에서 나와 포격 준비에 들어갈 경우 이들 전력이 일제히 불을 뿜는다. 이를 통해 장사정포의 상당수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 만약 장사정포 중 일부가 살아남아 포격을 감행하면 대포병 레이더인 AN/TPQ-36, 37과 주한미군의 무인정찰기가 장사정포의 위치를 추적한다. 여기서 수집된 정보는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에서 자동 수집되어 공격 수단과 당장 사격 가능한 것이 어느 것인지를 자동으로 결정한다.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는 미 2사단 예하 팔라딘 자주포와 MLRS에 연결되어 있어 탐지에서 목표 좌표 설정에 이르는 전 단계가 한 번에 이루어진다.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에서 사격 명령을 받은 미군 포병여단은 첨단야전포병전술자료체계(AFATDS)라는 C4I체계를 통해 어떤 포에서 어떤 포탄을 발사할 것인지, 그 결과는 어떤지 확인하는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이러한 미군의 대화력전 수행체계는 ‘사람이 할 일이 거의 없는’ 정도의 강력한 자동화 체계로 미군은 탐지에서 실제 사격까지 2~3분 안에 이루어지도록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미군이 이렇게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대화력전을 수행하는 이유는 북한의 장사정포 수량이 압도적이어서 대응 속도와 시간이 대화력전 성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력전을 구성하는 대화력전 수행본부, 정찰자산, 타격 자산이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있지 않으면 시간이 많이 걸려 대응 속도가 떨어지고, 예상 피해도 커진다.  이것이 바로 미 2사단이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ADOCS)와 첨단야전포병전술자료체계(AFATDS)라는 C4I 체계를 운용한 이유이다.

▲미군보다 3~7배 느린 한국군

이렇게 현란하기 그지없는 미군의 대화력전에 비해 한국군의 대화력전 체계는 2005년 10월 미군으로부터 대화력전 수행임무를 넘겨받을 당시에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2005년 당시 한국군의 타격 자산은 미국의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ADOCS)에 연결되어 있지 않아 별도의 연락반이 배치되어 통신으로 좌표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군단 포병여단 역시 탐지에서부터 실제 발사에 이르는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지 않고 유무선 통신을 사용하거나 일일이 손으로 입력 하는 방식이어서 소요시간이 C4I체계를 사용하는 미군에 비하면 3~7배까지 차이가 났다.

   
▲ 구룡 다연장로켓. MLRS와 더불어 전략 타격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2005년 한국군이 대화력전 임무를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을 때, 한국군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분야가 바로 C4I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한국군이 그 동안 미군의 정보자산에만 의존하다보니 C4I가 현대전의 중요요소로 자리 잡은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합참, 육군 등은 대화력전 임무 이양이 결정된 직후 미군과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북한 장사정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준비를 거쳐 2005년 10월 3군 사령부에 대화력전 수행본부를 설치했다. 이 당시 군 당국은 “난제를 매우 성공적으로 끝마쳤다”고 자평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미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한국군의 C4I체계는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상태이다. 1990년대 제작된 지휘소자동화체계(CPAS)와 전술사격지휘체계(BTCS)로는 탐지에서 사격까지 6~11분이 걸리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5년 당시 국방부가 공식 설명했던 대화력전 C4I관련 설명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당시 국방부와 합참은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을 통해 아무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미군이 한국군의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 사용 능력을 우려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때의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는 한국군이 훈련을 위해 대여한 것이었고, 그나마 한국군의 탐지․타격 자산과 연동하는 것에는 관련이 없었다. 게다가 미 7공군이 수집한 정보를 직접 수신할 수 있는 장비가 미흡해 미 7공군의 막강한 탐지자산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던 군은 2004년 한국형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구축에 들어가 2008년 1월 가동에 들어갔다.  한국형 합동지휘통제체계는 육해공군의 모든 정보와 작전을 취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인 만큼 대화력전 전용은 아니지만 대화력전 부분은 2007년 말에 조기 전력화하여 미군의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를 일부 대체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형 합동지휘통제체계는 대화력전에 관한 제약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대화력전에서는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전력이 실시간으로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형 합동지휘통제체계를 주한미군 자산과 대화력전 수행본부를 연결하는 합동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JADOCS)에 연동시켜야 한다. 하지만 2008년 1월  한국형 합동지휘통제체계의 가동은  합동 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와 연결하지 않은 채 시작되었으며, 두 체계의 연동은 빨라야 2011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즉, 2011년까지 한국군은 대화력전 수행에서 미군 자산을 이용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시스템이 구축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시험운용과 훈련, 시스템 안정화 등에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대화력전 C4I 체계가 언제 미군 수준으로 향상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C4I부실, 화력에만 집중한 결과

지금까지 살펴본 바를 종합해 보면,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화력전 능력은 2005년 이후 취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한-미 전력의 실시간 연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수집한 정보를 일일이 손으로 입력하거나 통신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채 대화력전 임무가 주한미군에서 한국군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C4I체계를 구축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한국군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풍부한 노하우를 보유한 미군의 C4I운용과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군의 C4I 운용을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도 대화력전 수행을 위해 화력과 기동 전력 확보에 쏟아부은 10조 원의 예산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한국군은 대화력전 임무를 위해 수 년 동안 1개 대대에 4,300억원이 넘고 탄약 구매에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MLRS, 1발에 25,000달러가 넘는 JDAM, K-9자주포와 현무 미사일 등을 구입했다.  한국형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를 완전히 구축하는데 필요한 예산이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군 당국이 숱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C4I 분야를 소홀히 취급해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06년 7월 1군사령부가 예하 포병부대와 실시간으로 표적 정보를 공유하는 C4I체계를 구축한 결과 소요시간이 기존의 4분의 1로 단축된 사례를 보면 화력과 기동 분야에 집중하는 것과 C4I에 집중하는 것 중 어느 것이 효율적인지는 자명한 일이다.

‘C4I 승수효과’라는 말이 있다. 같은 규모의 탐지․타격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이를 연결하는 C4I 체계가 얼마나 잘 구축되어 있느냐에 따라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화력전 임무를 인수받은 지 5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인수 당시의 문제점인 C4I가 계속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과시적인 무기체계 도입에만 열중한 한국군의 ‘인과응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체의 신경망이 끊어지면 몸을 움직일 수 없듯이, 촌각을 다투는 대화력전에서 정보의 실시간 전달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서울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