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살맛나는 밥상

醉月 2010. 10. 5. 08:47

한국인 입맛의 전설

밥상머리에서 대를 이어가는 미각, 한민족 DNA 형성 

맛은 음식을 입에 넣어 식도로 넘기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각이다. 음식 자체에 맛의 원인물질들이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맛이라 하면 그 음식의 특성을 규정하는 단어라기보다 인간의 감각과 관련된 용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시인의 꽃처럼, 음식또한 입에 들어가기 전까지 인간의 감각세계 안에서는 무의미한 단백질과 탄수화물, 식이섬유 덩어리일 뿐인 것이다.

그러니 음식을 신체 유지와 건강을 위해서 먹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에게 맛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 있다. 우리의 감각을 무시하고 그 단백질과 탄수화물, 식이섬유 덩어리를 먹는다고 해서 생명을 유지하지 못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시 안 읽는다고 덧셈까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감각이란 것이 참으로 요상해 일정한 경지의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감각에서 오는 희열이 대단하다. 인간이 느끼는 감각에는 미각, 즉 맛 외에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이 있다. 시각을 자극하는 사진, 미술, 영화 등과 청각을 자극하는 음악에서 일정 경지 이상의 감각을 깨치면 온 삶을 그에 바치는 일까지 생길 만큼 그 희열은 강렬하다(촉각은 어찌 보면 가장 동물적인 감각이라 일상에서는 이를 드러내놓고 즐기는 일이 없다. 섹스가 촉각의 절정이다. 후각은 이 기사의 말미에 잠시 언급할 것이다). 이 ‘일정 경지 이상의 감각’을 두고 “눈을 떴다” “귀가 트였다”고 표현하는데, 이 경지에 오르지 않고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예컨대 빛이 눈에 들지 않으면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을 구별할 수 없으며, 청음이 되지 않으면 연주자들의 변주에서 오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섹스도 마찬가지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맛도 다른 감각과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의 경지라는 것이 있다. 맛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맛을 안다는 경지에 대해 다소 오해가 있는데, 음식을 다룬 만화나 영화, 드라마에서 이런 경지를 극적으로 묘사해 생긴 오해 때문이다. TV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이가 여러 재료가 섞인 음식을 두고 “홍시 맛이 나니 홍시 맛이 난다고 하였습니다”라며 엉뚱하게 들어간 재료를 짚어내는데, 내 경험으론 이런 미각의 소유자는 세상에 없다. 이를 흔히 ‘절대미각’이라 하는데, 식도락 경험이 많으면 여러 번 맞힐 수는 있으나 장금이처럼 타고난 절대미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대체로 맛을 안다고 할 수 있는 경지는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에서는 어떤 맛이 난다고 누군가로부터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미각교육이다. 미식가는 대물림이 된다 하는데 바로 이 교육 덕분이다. 밥상머리 교육이다. 부모는 같이 밥을 먹으며 알게 모르게 자식들에게 맛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준다.

                                                                 그런데 요즘은 부모도 자식도 바빠 가정 내 미각교육   이 사라졌다.

2010년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미각교육을 하는 것은 대기업의 식품 광고와 TV 음식 프로그램, 외식업체 전단지다. 이런 대중매체의 미각교육이란 대부분 상업적 자본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작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자극적인 맛을 앞세워 그게 진정한 맛인 것처럼 호도해 우리를 그 맛에 중독시킨다. 화학조미료를 두고 ‘고향의 맛’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주입하는 실정이니!

맛을 안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우리는 매일 세 끼의 식사를 하고 그 사이사이 많은 음식을 먹는다. 음식을 먹을 때 입 안에 느껴지는 감각에 조금만 집중하면 그 맛의 바탕을 깨달을 수 있다. 그 깨달음의 힌트를 오미(五味)를 기준으로 정리해봤다.

 

짠맛 | 밋밋한 재료의 맛 돋워주는 역할

소금만이 짜다. 소금은 바다와 소금호수, 소금광산 등 자연에서 얻는 광물이다. 짠맛은 그 소금에 들어 있는 염화나트륨의 맛이다.

우리는 짠맛의 소금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 그러니까 음식을 먹을 때 짠맛은 보조 역할을 하는 맛이라 할 수 있다. 짠맛은 음식 재료에 숨어 있는 각각의 맛을 돋운다. 이러한 짠맛의 역할을 잘 알 수 있는 것이 삶은 달걀, 삶은 감자다. 짠맛이 달걀 단백질의 은근한 구수함을, 감자 전분의 밋밋한 단맛을 강하게 느끼게 해준다.

짠맛은 특히 밋밋한 단맛을 내는 전분질의 음식을 먹는 데 도움을 주는데, 밥 중심의 한국 음식이 대체로 짠 것도 이런 까닭이다. 밥만 좋으면 간장, 된장 하나만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다고 하는 말은 간장과 된장의 맛이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 짜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소금에는 짠맛 외에 쓴맛과 떫은맛이 있다. 소금에 함유된 미네랄의 맛이다. 미네랄 중에서도 염화마그네슘 맛이 가장 고약하다. 염화마그네슘만 입에 넣으면 구토를 일으킬 만큼 쓰다. 한국의 천일염에는 염화마그네슘이 많은데, 이를 두고 미네랄 함유가 많은 세계 최고의 소금이라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소금이 달다 하는 것은 당이 들어 그런 게 아니라, 소금을 먹으면서 괴는 입 안의 침이 달게 느껴지는 것이다.

 

단맛 | “아 맛있다”의 원초적 생존본능 자극

단맛은 모든 동물에게서 강렬히 나타나는 미각이다. 개미, 파리 같은 미물에서부터 고등동물이라는 인간까지 단맛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단 음식을 먹으면 이게 어떤 맛의 음식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뇌에서, 아니 거의 말초신경에서 ‘맛있다’ 하고 결정해버린다.

모든 동물에 나타나는 단맛에 대한 이런 즉각성은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돼 있다. 단맛을 내는 당이 동물의 몸에 들어가자마자 에너지로 변하기 때문에, 개체의 생존을 위해 단맛을 내는 것은 무조건 먹도록 유전자에 박힌 것이다.

식품회사나 식당은 단맛에 대한 이런 ‘무뇌아적 반응’에 맞춰 음식을 무조건 달게 낸다. 대박 음식점이라는 곳을 가보면 단맛의 정도가 심각하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고등어조림에도 강정을 만들 만큼 설탕을 푼다. 이런 음식점의 고객은 대부분 젊은이인데, 미성숙한 미각의 소유자일수록 이 단맛에 쉽게 자극받기 때문이다.

음식에서 단맛은 당의정의 코팅과 같다. 식재료의 온갖 맛을 단맛으로 감싸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단맛을 강하게 하면 좋은 식재료와, 좋은 맛을 낼 수 있는 기술이 필요 없다. 그래서 솜씨 있는 요리사인지는 그의 음식이 얼마나 단지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다. 단맛이 지나친 음식에 대해 맛있다고 찬사를 보내는 미식가가 있다면 그도 가짜다.

단맛을 내는 식재료로는 사탕수수·사탕무에서 추출한 설탕, 벌이 모은 꿀, 곡물로 만든 조청 등이 있는데, 요즘은 아스파탐, 스테비오 같은 대체 감미료를 쓴다. 이 대체 감미료는 가격이 싸 온갖 가공식품에 들어간다. 소주, 막걸리에도 들어가 있다. 이 단맛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미식을 즐기기 어렵다.

 

신맛 | 풍부한 향 품어 긴 여운 남겨

오미 중 가장 오묘한 맛이다. 신맛에는 늘 향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냥 신맛만 느끼려면 석유화합물인 빙초산이 으뜸일 것이다. 그러나 빙초산의 신맛에는 향이 없어 신맛 가운데 가장 저급하다.

식초는 과일, 곡물, 술 등의 재료를 초산발효해 얻는다. 따라서 식초는 신맛 안에 그 원료의 향을 품고 있으며, 그 향은 원료였을 때보다 미약하나 때로는 그로 인해 더 감미로운 맛을 보탠다. 그러니까 식초만 맛봤을 때 식초에 스며 있는 향은 신맛 때문에 그다지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음식에 뿌려지고 섞이면 그 향은 식재료에 이리 치이고 저리 받히면서 온갖 맛을 증폭한다. 그래서 신맛에 집중하면 퍽 다양한 맛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달고 부드럽기로는 감식초가 으뜸이지만 특유의 향이 없는 게 흠이며, 톡 쏘는 맛에 단맛까지 더해진 것으로는 양파식초를 들 수 있고, 강렬한 신맛의 긴 여운을 가지게 하는 것으로는 마늘식초가 낫다. 매실이나 유자로 담근 식초는 그 화사한 향으로 강한 향이 있는 식재료와 잘못 섞이면 오히려 어색할 수 있으며, 달콤하고 향기로운 복숭아식초는 음료로나 쓸까 싶을 정도로 조심스러운 맛이 난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신맛에 둔감하다. 아니, 싫어한다. 사과, 포도, 귤 등 과일이 자연 상태에서 지니는 신맛도 거부한다. 그래서 농민들은 과일을 재배할 때 신맛은 줄이고 당도만 최대한 끌어올린다. 신맛이 죽으니 향도 사라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쓴맛 | 식욕 돋우고 중독 유발하는 맛

쓴맛은 역겨운 맛일 때도 있고 식욕을 돋우는 맛일 때도 있다. 대체로 쓴맛의 동식물은 자연 상태에서 독이 있는 게 많은데 이를 피하기 위해 역겹게 느껴지게 진화해온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쓴맛을 내는 것 중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맛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거의 중독 수준이 된다. 인간은 이 쓴맛을 적절히 제어하고 다른 맛과 혼합해 즐기는데, 커피와 초콜릿이 대표적이다. 쓴맛은 그 단독으로는 불쾌한 맛이지만 쓴맛의 커피와 초콜릿이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어느 민족에게든 거부된 적이 없다는 점으로 미뤄 인류는 마조히즘적 성향을 본능적으로 지닌 게 아닌가 싶다.

한민족에게는 커피나 초콜릿 이전부터 익숙한 쓴맛의 식물이 있다. 씀바귀, 호박잎, 민들레, 질경이, 엉겅퀴, 머위, 고사리 등이다. 이 쓴맛의 식물을 우리 민족이 유별나게 즐기게 된 것은 수천 년 초근목피로 버텨온 민족적 불행 덕분(?)일 것이다.

 

매운맛 | 엔도르핀을 분비시키는 생리적 마약

매운맛은 미각이라기보다 촉각이라는 주장도 있다. 고추를 손등에 비벼도 매운 성분 때문에 얼얼해지므로 일리가 있다. 이 매운 성분을 입으로 즐기는 일이 더 흔하니, 미각이기도 하고 촉각이기도 하다면 될 것이다.

매운맛은 통증을 준다. 인간은 몸이 아프다 느껴지면 이 고통을 이겨내려고 몸에서 엔도르핀이라는 ‘생리적 마약’이 분비된다. 따라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 기분을 유지하려고 매운 음식을 계속 입에 밀어넣는다. 그러니까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은 ‘생리적 마약중독자’라 할 수 있는 것이고, 한국인의 대부분은 이 매운맛에 중독돼 있다.

매운맛이 기분을 좋게 해준다면 그에 중독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음식을 보면 이 통증의 감각물을 남용하는 버릇이 있다. 한국 음식에서 매운 음식은 그 음식 전체가 매운 성분으로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음식에 풀어 덩이든 액체든 똑같은 강도의 통증이 느껴지게 조리한다. 고추장불고기, 고추장낙지볶음, 배추김치, 매운탕, 김치찌개, 떡볶이 등이 그렇다. 매운 통증을 강렬하게 즐기기엔 그만인 조리법이만 이 때문에 고기나 낙지, 배추, 생선, 떡 같은 주요 재료의 맛을 파악할 감각의 여유가 없어진다.

매운맛을 내는 것은 고추와 초피, 겨자, 고추냉이, 후추 등이다. 이들 재료는 그 매운맛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고추는 입 안의 점막으로 느껴지는 매운맛이라면 초피와 후추는 몸이 얼얼해지는 맛이며, 겨자와 고추냉이는 향으로 느껴지는 매운맛이다. 사천요리가 유명한 것은 이런 재료를 섞어 매운맛을 증폭하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국의 매운맛도 고추 하나에만 묶여서는 발전이 없을 것이다.

 

감칠맛 | 섞어놓으면 균형을 잡아주는 마력

짠맛,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의 오미 외 감칠맛을 육미(六味)라고 해 맛의 세계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감칠맛은 정말 보조적인 맛이다. 그 단독으로 주장되는 감칠맛은 흐릿하고 밍밍하다. 감칠맛의 역할은 여러 맛 요소가 섞이지 못할 때, 하나는 죽이고 다른 하나는 살리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국을 끓이면서 여러 양념을 넣었는데도 맛이 안 난다고 투덜거리다가 라면 수프 한 방에 다들 맛있다고 하는 까닭도 수프에 담긴 감칠맛 덕분이다. 그게 인공 조성물이란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감칠맛을 구해 일정한 농도를 내려면 참 어렵고 돈이 많이 든다.

여기에 분류된 맛의 개념은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밝힌 생리화학적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일 뿐이다. 실제 맛은 후각으로 느끼는 것이 더 많다.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 맛이 어떤지 알 수 없다는 실험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

그런데 우리는 미각을 이야기하면서 후각은 늘 뒤로 미룬다. 음식은 입으로 먹지 코로 먹는 것이 아니기에 후각이 무시되는 측면도 있지만, 후각이 담당하는 냄새의 세계는 아직 인간의 과학으로 분류·체계화하기에는 너무 광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입으로 느끼는 맛의 세계만도 인간이 다 깨닫기는 너무 복잡한 일이니, 후각의 세계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기로 한다.

 

우리쌀 고추장이냐 밀가루 고추장이냐

순창고추장 ‘우리쌀’ 광고 큰 효과…CJ 고춧가루 맛으로 진검승부 다짐

가장 맛있는 음식은 배고플 때 어머니가 해주신 밥과 밥찬. 하지만 요즘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의 음식은 식품기업이 만든 제품이거나 그것을 재료로 한다. 밥, 고추장, 참치, 조미료, 식초, 두부, 우유 등. 닭과 쇠고기도 브랜드마다 맛과 가격이 천차만별. 이 식품들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피 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 고소, 고발도 서슴지 않고 베끼기와 꼼수가 판치는 마케팅 현장은 칼만 안 든 전쟁터나 다름없다. 과연 누가 시장의 지배자일까? 치열한 ‘식품 마케팅’에 담긴 진실은 무엇일까? ‘주간동아’가 맛의 전쟁터로 갔다.

나이 마흔 넘은 사람이나 시골에서 자란 젊은이라면 어릴 적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집에서 고추장 만들던 광경이 기억창고에 저장돼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가 들어가 첨벙거려도 될 만큼 큰 그릇 또는 장독 뚜껑에 고춧가루와 엿기름, 메줏가루, 찹쌀가루, 소금을 넣어 휘휘 젓던 모습. 연신 손가락으로 찍어 간을 보면서 고춧가루와 소금을 흩뿌리던 어머니가 “너도 넣어보련” 하면 고사리손으로 소금을 움켜쥐고 뿌려보곤 했다. 찹쌀이 귀한 집에선 고추장에 멥쌀가루, 밀가루를 넣기도 했고 보릿가루를 넣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이처럼 고추장을 직접 담가먹는 집은 드물다. 집 앞 슈퍼와 마트에도 각 식품기업에서 생산한 고추장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대량생산 고추장이 수제 고추장을 밀어낸 시점은 1990년대. 떡볶이가 국민 간식이 되고 비빔밥 등 매운맛 나는 음식이 대인기를 끌면서 고추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삼원식품(해찬들의 전신)과 진미식품 등 중소기업이 이끌던 고추장 시장에 대기업인 대상이 들어온 시점도 바로 그때다. 대상의 순창고추장은 1989년 ‘고추장 명가 전라도 순창에서 생산한 전통적인 맛’을 강조하며 국내 최초로 고추장 광고를 TV에 내보냈다. 파상적 마케팅의 결과, 1994년에서 96년까지 순창고추장은 삼원과 진미가 양분했던 시장의 45%를 점하며 시장 1위에 올랐다.

 

만년 2등 순창 고추장의 반란

밀가루 고추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대형마트 순창 ‘우리쌀 고추장’ 매대.

이런 순창고추장의 브랜드 파워를 꺾고 고추장 시장의 절대강자가 된 브랜드는 삼원식품의 ‘해찬들’이었다. 1995년 순창고추장의 광고 공세에 맞서 신당동 떡볶이 할머니를 TV광고에 등장시킨 게 주효했다. “고추장 만드는 비법은 며느리도 몰라”라고 했던 바로 그 광고. 제품명에 ‘태양초’를 넣고 ‘한국인의 매운맛’을 강조하며 이휘향, 최명길 등 톱 배우가 총출동해 CF 릴레이를 펼친 결과, 해찬들의 ‘태양초 고추장’은 다시 1등 자리를 탈환했다. 고추장의 본질인 매운맛에 승부를 건 것이었다.

이후 해찬들의 ‘태양초 고추장’이 고추장 시장을 평정했다. 순창고추장도 제품명에 태양초를 넣고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국가대표 축구선수와 심혜진, 차승원 등을 쓰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해 2004년 말부터 2006년까지 ‘반짝 1위’를 한 적이 있지만, 2005년 해찬들 브랜드를 완전 인수한(2000년 지분 50% 인수) CJ제일제당(이하 CJ)은 태양초 고추장 전쟁의 패권을 2007년 다시 찾아왔다.

근 15년간 잠잠했던 고추장 시장을 뒤흔든 주인공은 만년 2등 순창고추장이었다. 지난 7월 말 순창고추장의 제조판매원인 대상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2009년 5월 출시한 ‘태양초 우리쌀로 만든 찰고추장’이 지난 2월과 5~6월 시장점유율 1위를 했다고 밝히면서 CJ의 해찬들 고추장에 선전포고를 했다. 실제 대상의 순창고추장 시장점유율은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의 판매액 조사 기준으로 올 2월 46.3%(CJ 45.3%), 5월 45.3%(44.8%), 6월 46.8%(44.8%)로 해찬들 고추장을 근소한 차로 앞섰다. 7월에도 47.2%(45.8%)로 CJ의 ‘해찬들 태양초 고추장’을 앞섰다. 대상 측은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이 20% 높은데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사실이 더욱 괄목할 만하다. 고추장 시장에서 대상의 이 같은 선전요인은 ‘우리 쌀 고추장’에 대한 소비자의 꾸준한 신뢰”라고 밝혔다.

이처럼 순창고추장이 시장 판세를 바꾼 데에는 ‘우리 쌀’ 마케팅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5월 대상은 기존 태양초 고추장 대신 ‘태양초 우리쌀로 만든 찰고추장’을 내면서 가격을 20% 올렸다. 지금껏 원재료에 들어가던 밀가루를 전량 쌀로 바꾸면서 가격 상승요인이 생긴 것. “쌀가루가 들어가면서 차진 맛이 더해졌다”며 입에 착착 붙는다는 의미로 ‘착착’이라는 키워드를 광고에서 메인카피로 사용하고 ‘착착송’도 만들었다. 당시 대상은 이효리를 CF모델로 영입해 버전을 바꿔가며 대대적인 방송광고를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2009년 하반기(7~12월) 시장점유율은 CJ가 49.9%, 대상이 42.7%로 그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닐슨 기준).

 

순창의‘우리쌀 고추장’최초 광고. 이효리를 모델로 내세웠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순창고추장의 시장점유율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초 해찬들의 ‘태양초 고추장 골드’를 타깃으로 한 네거티브 광고를 쏟아내면서부터였다. 비록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광고를 본 누구나 부정적인 이미지의 ‘밀가루 고추장’이 CJ의 해찬들 고추장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마트에서 고추장을 고르던 주부가 “네? (고추장에) 밀가루가 들어가요?”라며 흠칫 놀라며 “지금까지 밀가루 고추장을 사먹었는지는 진짜 몰랐어요”라고 말하거나(CF ‘주부’ 편), 장을 담그던 할머니가 “고춧가루보다 많이 들어가는 것이 쌀인디 거기다 밀가루를 처넣으면 되겄냐! 저리 가, 저리 가”(CF ‘욕쟁이 할머니’ 편)라고 신경질을 부리는 광고가 대표적이다.

우리 전통 고추장에는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또한 들어가면 안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 광고는 소비자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대상은 ‘주부’ 편 광고를 시작으로 ‘할머니’ 편, ‘생활회화’ 편, ‘기체조’ 편 등을 잇따라 내보내며 고추장 시장을 ‘밀가루 고추장’ 대 ‘우리 쌀 고추장’으로 양분시켰다. 시장점유율이 올라가자 대상은 “시장점유율이 CJ를 앞선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올 3월까지 평균 10% 이상 앞선다”라고 밝혔다. 실제 올 6월 초 대상의 고위간부가 발표한 ‘순창고추장의 성과와 미래’라는 문건에는 TNS CPS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자료가 나와 있는데,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추장 광고가 너무해!

문제는 이 데이터가 국내 식품기업과 언론이 시장점유율 조사 잣대로 주로 이용하는 닐슨 RI(Retail Index)가 아니라는 점. 닐슨 RI는 전국 9만여 개 유통채널(대형할인마트, 백화점, 단위슈퍼, 작은 규모 골목가게 모두 포함) 중 지역과 규모에 따라 2000개의 샘플을 뽑아 점포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이 데이터에 포함되는 반면에 TNS의 CTS(소비자 패널) 데이터는 3000명의 소비자패널을 뽑아 그들이 스스로 밝힌 상품 소비 히스토리를 추적하는 방식. 따라서 해당 소비자의 기억과 의지에 따라 정확성이 달라질 수 있고, 무엇보다 3000명의 소비자 패널이 전 국민 5000만 명의 소비 패턴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점도 의문이다. 닐슨 기준으로 하면 올 상반기 시장점유율 누계는 CJ 해찬들(47%)이 대상의 순창고추장을 앞선다.

대상의 이런 파상적 공세 속에서도 “네거티브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라며 팔짱을 끼고 있던 CJ 측은 올 들어 넉 달째 시장점유율에서 밀리자 지난 8월 처음으로 적극적인 대응방침을 밝혔다. CJ 관계자는 “너무 안이하게 대응해 시장점유율에서 몇 달간 밀렸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광고 마케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지 고추장의 맛, 즉 제품 본질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대상 입장에선 효과적인 광고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밀가루를 마치 먹으면 큰일 날 독극물처럼 취급하며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식품자원에 대해 근거 없는 공포감과 혐오감을 조성하는 것은 식품기업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1 순창의 파상 공격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넉 달간 내놓은 CJ 해찬들 고추장. 최근 태양초 함량을 100%로 올렸다. 2 밀가루 대신 멥쌀을 넣어 만든 대상의 순창고추장. 자사 제품에 2009년 초까지 밀가루를 넣었으면서도 ‘밀가루 고추장’을 공격한다.

그렇다면 과연 대상의 고추장 광고에 나온 말은 모두 사실일까. 대상의 고추장 광고가 주는 느낌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전통 고추장의 주원료는 고춧가루가 아니라 쌀이며, 따라서 밀가루가 들어간 고추장은 우리 것이 아니다’라는 것. 다른 하나는 ‘밀가루는 믿을 수 없는 식재료’라는 이미지다. 실제 몇몇 요리, 식품 전문가들은 광고에서 “우리 고추장엔 반드시 우리 쌀이 들어갑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설이 구구하다. 딱히 전통고추장 만드는 법이 법조문처럼 잘라 정의된 게 없고 지방마다, 집안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이후의 각종 문헌과 전통식품 관련 논문에 따르면, 우리 전통 고추장에 평균적으로 가장 많이 들어가는 주재료는 고춧가루이고 그 다음은 찹쌀가루, 메줏가루, 소금이다. 비율을 본다면 고춧가루와 찹쌀가루, 메줏가루가 3대 2대 1~2쯤 된다. 지방에 따라, 집안에 따라 찹쌀가루를 고춧가루의 양과 비슷하게 넣거나 더 넣는 곳도 적지 않다. 따라서 광고에서처럼 쌀이 고춧가루보다 더 들어간다고 단정할 순 없다. 고추장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재료로 고춧가루와 메줏가루, 소금, 물을 꼽는 사람은 있어도 곡물가루를 드는 이는 별로 없다.

더욱이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지역에서도 찹쌀을 곡물재료 중 가장 많이 썼고, 찹쌀이 없으면 멥쌀을 대신 넣었다. 전통 고추장에는 밀가루를 전혀 쓰지 않은 듯 말하지만 조선시대 이래로 밀이 생산되던 경남 사천 등 일부 지방에선 밀가루를 찹쌀가루 대신 넣었고, 북한지역과 경상도 북부지방, 강원도에선 보릿가루를 넣은 보리고추장을 즐겨 먹었다. 보리나 밀을 넣은 고추장은 맛이 구수해 반찬 대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많다. 원래 고추장은 임진왜란(1592년) 이후 전래된 고추를 된장에 넣어먹으면서 생긴 발효식품으로, 찹쌀가루나 쌀가루, 밀가루, 보릿가루 등 곡물류를 넣는 이유는 단맛을 내기(당화작용) 위해서다.

1 대상은 고추장 광고에서 전통 고추장은 멥쌀 고추장이라고 선전하지만 사실 밀고추장, 보리고추장도 있었다. 2 고추장은 한국인의 밥상에 빠져선 안 될 기본 양념이다.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맛을 낸 매콤한 낙지볶음.

고추장 맛은 고춧가루에 달렸다

대상이 밀가루를 공격하는 듯한 광고를 내보자 제분업체들이 발끈했다. 한국제분공업협회 관계자가 언론에 밀가루에 대해 제대로 알자는 내용의 기고문을 투고하는가 하면, 블로그 등을 운영하며 ‘반(反)밀가루’ 정서에 대응한 것.

한국제분공업협회 박정섭 차장은 “수입 밀이라 해서 막연히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데,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국내 가공 밀가루는 원맥 상태의 선진국 1등급 밀만 수입해 직접 갈아서 만든다”고 발끈했다. 실제 밀은 자체 수분 함량이 적어 장기간 보관을 위해 약처리를 할 필요가 없고, 선적 과정과 국내 반입 과정에서 모두 까다로운 사전검사와 잔류농약검사를 거쳐야 통관이 된다.

재미있는 대목은 대상의 ‘순창 우리쌀로 만든 찰고추장’이 그토록 ‘우리 쌀 100%’를 강조하지만 정작 고추장 맛을 결정하는 고춧가루는 그 절반가량이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태양초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태양초 함량도 미미하다. 이는 CJ의 ‘해찬들 태양초 골드’ 고추장 제품도 마찬가지. 양사 고추장 모두 고추장에 들어간 고춧가루 전체를 100%로 봤을 때 국내산이 53.1%, 중국산이 46.9%다. 여기에 들어가는 고추양념은 모두 중국산. 전체 고춧가루 중 태양초의 함량은 당사 고추장 모두 8.5%인데 그중 국산은 3.2%뿐이고 나머지는 중국산이다. 양사 관계자는 모두 “국산 고추를 중국에 심어 재배에서부터 수확은 물론 고춧가루 만드는 과정까지 감시, 감독하기 때문에 국산 고춧가루나 다름없다. 국제 인증도 받았다”고 주장한다.

사실 지금껏 국산 고춧가루로만 만든 고추장 제품이 없었던 건 아니다. CJ는 대상이 우리 쌀 고추장을 내놓자 그 한 달 후인 2009년 6월 국산 원재료만 사용해 만든 ‘해찬들 100% 국산 고추장’을 출시했다. 그러나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40~50% 비싼 데다 대상처럼 자극적인 광고를 하지 않아서인지 ‘태양초 우리쌀로 만든 찰고추장’만큼 인기를 누리진 못하고 있다.

이런 비판 때문일까. 대상은 8월 고추장 전체 원료를 100% 순수 국내산으로 교체한 ‘순창고추로 만든 우리쌀 고추장’을 출시했다. CJ도 8월부터 간판제품인 ‘해찬들 태양초 골드’의 태양초 함량을 100%로 올렸고, 국산 햇찹쌀로 만든 ‘해찬들 태양초 찹쌀고추장’을 내놓았다. 이제 고추장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 원재료인 고춧가루로 한판 제대로 붙어보자는 게 CJ의 전략이다. 연 3000억 원에 달하는 고추장 시장, 미래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앞으로의 시장은 선정적인 광고보다는 소비자의 미각에서 퍼져가는 입소문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미료 “톡톡!” 매출 2000억대 다시다류 혈투

법원, ‘진국다시’ 판매중지 결정, 압수수색 … 자연조미료도 CJ가 한발 앞서

지난 60년간 조미료 시장은 식품 양대 기업인 CJ제일제당(이하 CJ)과 대상의 ‘투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초의 인공조미료는 1956년 대상의 전신인 동아화성공업(주) 창업주 임대홍 창업 회장이 개발한 ‘미원’이었다. 미원은 사탕수수 원당을 미생물 발효시켜 만든 발효조미료로, 최근 들어 MSG(Mono Sodium Glutamate·글루타민산나트륨)라 부르는 게 바로 그것이다. 라면 겉봉에 쓰인 ‘MSG 무첨가’는 발효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뜻.

국내 최초의 발효조미료 제품인 미원은 1970년대 초반까지 각 중소기업과 CJ의 도전을 물리치고 한 시대를 풍미했다. 당시까지 미원이 있는 집은 ‘좀 사는 집’, 없는 집은 ‘가난한 집’으로 취급받을 정도였으니 그 인기를 알 만한다. 지금이야 ‘미원을 친’ 찌개의 인기가 수그러들었지만, 당시엔 ‘미원을 친’ 찌개는 구수함의 상징이었다. CJ가 1963년 중소기업을 인수하고 발효조미료 ‘미풍’을 내면서 도전장을 던졌지만 미원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1977년 말 CJ가 출시한 ‘아이미’가 시장점유율 40%를 넘어 바짝 뒤쫓는 듯했지만 결국 미원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1라운드는 대상의 한판승.

미원이 독점하던 시장은 1975년 CJ가 출시한 복합 천연조미료 ‘쇠고기 다시다’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MSG에 쇠고기와 생선, 양파, 파, 마늘 등 각종 동식물 원료를 첨가한 종합조미료 쇠고기 다시다는 출시 즉시 조미료 시장을 평정하고 1위에 올랐다. 대상은 맛나와 감치미 등 천연성분이 많이 들어간 종합조미료를 출시했지만 다시다의 큰 파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다시다는 현재까지 조미료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2라운드는 CJ의 승.

 

대상에 대한 이례적 압수수색

다시다는 1975년 11월 출시 후 34년간 국내 조미료 시장에서 1위를 지켰다. 식품업계에서 잘 알려진 장수 히트상품 중 하나. 다시다는 그동안 80% 이상의 경이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단일 상품으로 2009년 말 기준 국내외 판매액이 30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까지 누적판매량은 55만5000t, 3000g 제품 기준으로 팔린 수량만 18억5000만 개에 이른다. 이는 연간 5600만 개, 분당 107개씩 꾸준히 팔렸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팔린 제품을 가로로 이어붙이면 42만5000km로 지구를 10바퀴 반 넘게 돈 길이. 4인 가족 기준으로 가정에서 국, 찌개를 만들 때 평균적으로 다시다를 16g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무려 346억8000만 그릇의 찌개에 다시다를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쇠고기 다시다’를 둘러싸고 최근 큰 파열음이 일었다. 6월 28일 CJ가 대상의 ‘쇠고기 진국 다시’ 제품을 상대로 제조판매 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쇠고기 진국 다시’는 대상이 6월 18일 출시한 종합조미료로 겉포장이 CJ의 ‘쇠고기 다시다’와 비슷해 출시 때부터 화제가 됐다. 식품업계는 지금껏 포장 형태가 비슷한 ‘미투’ 제품이 나오면 몇 차례 신경전을 벌이다 상대편에서 포장 형태나 용기, 브랜드명 등을 바꿈으로써 사건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CJ는 대상 측에 한 번의 경고도 없이 소송을 걸었다. CJ 관계자는 “작은 중소업체의 경우는 경고장부터 주지만, 대상 같은 대기업은 영업망이 우리 못지않게 탄탄하기 때문에 경고장을 주고 어쩌고 시간을 주면 빠르게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 일단 제조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얻는 게 좋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7월 19일 CJ의 손을 들어줬다. CJ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정한 것. 서울 북부지법은 “대상이 별지 포장을 사용한 조미료 제품 ‘쇠고기 진국 다시’를 제조, 판매, 수출, 전시하거나 선전광고물에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대상의 ‘쇠고기 진국 다시’가 여러 면에서 CJ의 ‘쇠고기 다시다’와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대상 측은 이에 발끈해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응소를 할 예정. 대상 관계자는 “상품 포장의 붉은색 바탕과 원재료 사진은 CJ의 독점적 권한으로 볼 수 없고 일반적으로 허용된 표현 방식이다. 더욱이 ‘쇠고기 진국 다시’는 주로 업소용으로 업소 주인들은 겉포장을 보고 주문하는 게 아니다. 헷갈려서 주문을 잘못할 확률이 없다. ‘쇠고기 진국 다시’에는 미원 마크가 전면 상단에 붙어 있어 소비자가 출처를 오인, 혼동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3세대 자연조미료 패권 어디로?

표절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CJ의 ‘쇠고기다시다’와 대상의 ‘쇠고기 진국 다시’. 법원은 ‘진국 다시’를 다시다의 표절이라고 인정했지만 대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소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CJ는 가처분 결정이 떨어졌는데도 8월 6일 서울 북부지검에 (주)대상과 대표이사를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강제집행면탈죄, 공무상표시무효죄로 형사고소했다. “대상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난 후에도 해당 제품의 폐기를 막고자 사내 e메일 등을 통해 제품 출고를 지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제품을 출고, 유통했다”는 게 CJ 측 주장. 더욱 놀라운 점은 업체 간 다툼인데도 9월 1일 수사당국이 대상 본사와 전산 관련 사무실에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다. 대상 측은 “가처분 판결 이후 판매 행위나 독려 등 법에 위반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e메일 입수 경로에 대해서도 추후 조치가 있을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CJ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9일에는 10억 원의 손해배상액을 요구하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양사가 이렇게 다시다를 가지고 혈투를 벌이는 이유는 조미료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미원류 등 발효조미료 시장(1000억 원, 수출 포함)은 연 10%씩 줄어드는 반면, 다시다류 등 종합조미료 시장(연 3%씩 매출 감소)은 아직도 연 2000억 원대의 매출을 유지하며 식당과 업소에서 판매와 수출이 꾸준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CJ로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시장. 앞으로 소송과 수사가 진행되면서 진실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조미료 시장은 1세대 발효조미료 미원 시대와 2세대 종합조미료 다시다 시대를 거쳐 MSG를 비롯,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은 자연재료 조미료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3세대 자연재료 조미료 시장이 향후 10년간 조미료 시장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데는 두 회사 모두 이견이 없어 보인다.

첫 포문은 CJ가 열었다. 2007년 4월 CJ는 업계 최초로 MSG를 빼고 천연재료로만 만든 다시다 ‘산들애’를 출시했다. 7개월 뒤인 11월에 대상이 MSG를 비롯해 핵산, 산분해간장, 합성착향료, 설탕, 합성보존료 등 모든 인공원료를 넣지 않은 ‘맛선생’을 내놓았다. CJ는 2008년 7월 7가지 인공성분을 완전히 제외한 ‘웰빙 다시다 산들애’를 내놓았고, 지난해 10월에는 이를 다시 국내산 재료로 업그레이드했다.

3세대 자연재료 조미료 시장에선 CJ가 한발 앞서가지만 대상과 큰 차이가 없다. 시장점유율(닐슨 판매액 기준)은 2009년 ‘산들애’ 52.6%, ‘맛선생’ 47.4%, 2010년 7월 말 현재 ‘산들애’ 54.4%, 대상 45.6%로 10% 이상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연간 성장률이 26%에 이르는 3세대 자연조미료 시장의 연간 판매액은 176억 규모로 이들 회사는 올해 매출액이 200억 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두부 “왜 기름을 넣냐 vs 강제 응고 위험”

풀무원 vs CJ제일제당 1위 놓고 장군 멍군

“오늘 저녁은 두부로 할까?”

오래전 고인이 됐지만 할머니는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두부를 만들곤 하셨다. 하지만 그 작업이 여간 고된 게 아니었다. 맷돌 돌리는 일은 웬만한 장정도 버거워한다. 그럴 때면 손자들은 말없이 할머니 곁에 앉아 맷돌을 돌리며 저녁상에 오를 두부부침, 간장으로 살짝 조린 두부조림 생각에 군침을 흘렸다. 비지를 걸러내고 콩물을 끓이는 냄새는 또 어찌나 고소하던지!

 

식품기업 건강 상징 두부 이미지 선호

두부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중국 한나라 회남왕 유안이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전래된 시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고려 말이나 그 이전으로 추측된다. 두부는 맛이 담백하고 체내의 신진대사와 성장발육에 절대적인 필수아미노산과 필수지방산, 여기에 칼슘과 철분 등이 풍부해 식물성 단백식품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다.

할머니 손맛 그대로의 두부는 산업화와 함께 차츰 사라져갔지만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노란 판에 바둑판 모양으로 담긴 두부를 동네 슈퍼마켓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가내수공업자들이 직접 두부를 만들어 파는 것으로 아쉽게나마 옛 맛의 두부를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풀무원, CJ제일제당(이하 CJ), 대상 등 대형 식품회사가 잇따라 두부 시장에 뛰어들면서 ‘판두부’대신 ‘포장두부’가 그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국내 두부 시장은 공장에서 대량생산으로 만든 포장두부와 소규모 업체가 만들어 파는 판두부로 나뉜다. 두부 사업은 20단계가 넘는 까다로운 제조과정과 원자재 부담 때문에 큰 이윤을 남기기는 어렵다. 전체 두부 시장 규모는 4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 중 포장두부는 2500억 원가량으로 두부 업계는 보고 있다.

제품이 상온에서 상하기 쉬워, 두부 제조 및 유통업체는 ‘냉장 일배 시스템’을 거쳐 제품을 유통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식품기업이라면 누구나 시장 진출을 검토했지만 이런 어려움 때문에 오랜 기간 국내 두부 시장은 풀무원의 독주가 계속됐다. CJ가 2005년 두부 시장에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풀무원은 국내 포장두부 시장의 78%를 차지할 만큼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참살이(웰빙)’ 열풍을 등에 업고 CJ가 두부 시장에 진출하면서 풀무원 천하는 무너지고 말았다. CJ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하자 풀무원의 시장점유율은 50% 밑으로까지 낮아졌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7월 현재 포장두부 시장은 풀무원(49.7%), CJ(26.9%), 대상(8%)의 상위 3개사가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다.

식품기업들이 두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두부가 주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건강을 상징하는 두부는 된장, 고추장 등 장류만큼이나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식품이다. 식자재 공급업체로 시작했던 풀무원이 친환경 식품회사로 브랜드 이미지를 키울 수 있었던 데는 두부가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실제 풀무원의 식품 매출액 중 두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른다. CJ 역시 조미료 회사라는 이미지를 지우고 친환경 식품회사로 발돋움하는 데 두부만큼 효과적인 아이템이 없다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포장두부 시장을 놓고 업계 1, 2위인 풀무원과 CJ 간 ‘두부 전쟁’이 매섭다. 이미 두 기업은 2006년 두부에 들어가는 소포제(두부 거품 제거제)와 유화제(두부 응고속도 조절제) 사용을 둘러싼 안전성 공방을 펼쳤고, 2008년엔 해양심층수를 천연간수로 사용한 두부의 출시에 앞서 어떤 간수를 사용하느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제조과정 안전성 타 업체에 불똥 튈라

잠시 잠잠했던 두부 전쟁은 CJ가 ‘기름을 안 넣은 두부’로 포문을 열면서 재점화됐다. CJ는 지난 7월 톱스타 고소영을 내세운 ‘행복한 콩 두부, 기름 안 넣은 두부’의 신규 광고를 시작했다. 광고에서 고소영은 “두부는 콩과 간수로 만든다고 알고 있는데 기름이 왜 들어가요?”라며 ‘무첨가’라는 차별성을 부각했다. 보통 포장두부는 끓인 콩물에서 바로 응고제를 넣기 때문에 모양이 균일하지 않아 콩물과 응고제의 반응속도를 낮추려고 올리브유와 식물성 유지 같은 기름을 사용한다.

반면 CJ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끓인 콩물을 10℃ 이하로 냉각, 숙성시킨 후 천연응고제를 넣어 서서히 중탕하며 두부를 굳히는 ‘냉두유’ 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한다는 것. CJ 관계자는 “기름이 인체에 나쁘다고 강조한 것이 아니라, 콩과 천연응고제 외에는 기름 등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은 두부라는 점에 방점을 둔 마케팅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CJ가 영업 현장에서 ‘기름 안 넣은 두부’라는 점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자, 풀무원은 두부 원재료에 첨가되는 기름을 ‘올리브유’와 ‘식물성 유지’에서 ‘올리브유’로 통일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두부에 기름이 들어가면 위험한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며 1등 흠집 내기”라면서 “1954년 발간된 청구문화사의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을 보면 전통 두부 제조법에 거품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참기름이나 돼지기름을 사용했다고 나온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CJ가 기름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이슈화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자 풀무원은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를 꺼내들었다. 8월 31일 풀무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일부 대기업의 두부 제조방식인 전극판을 통해 두부를 응고시키는 방식은 전극판 부식 등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풀무원 측은 식품 안전성 캠페인의 일종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식품업계에선 CJ를 겨냥했다고 본다.

풀무원 측에 따르면 ‘전극판 강제응고 방식’은 1970, 80년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했지만, 전류로 인한 자기장과 전극판의 부식이라는 위험성이 있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이후부터는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두유에 고압전류를 흘려보내므로 전자파가 생길 우려도 있다”며 “풀무원은 천연간수(무화학 응고제)를 넣어 천천히 응고시키는 ‘가마솥 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즉각 CJ 측은 “식품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없다. 최근 풀무원 두부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자 경쟁사를 비방해 점유율을 회복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CJ 관계자는 “소량구매 저가두부 시대였던 1970, 80년대에 굉장한 투자가 요구되는 CJ의 두부 생산 방식이 사용된 사례가 없다”며 “전극판의 경우 반영구적인 치아 교정용으로도 쓰이는 티타늄 소재를 사용해 부식에 매우 강하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이 설비를 도입해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두부 업계에선 풀무원과 CJ의 경쟁으로 두부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고 다양한 두부가 출시될 수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하지만 최근 두 대기업의 ‘두부 전쟁’이 격화되자 자칫 그 불똥이 전체 두부 시장으로 튀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두부업계 한 관계자는 “두부 제조 과정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과도하게 이슈화되면 소비자 신뢰도가 추락해 결국 전체 두부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부김치, 두부조림 등 두부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수십 가지가 넘는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두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업계 1, 2위인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이 양보 없는 한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즉석밥  2분에 뚝딱 밥맛보다는 가격 CJ 독주 속에 오뚜기, 농심, 동원F&B 추격전 양상

기자는 홀로 사는 ‘자취남’이지만 즉석밥을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집밥이 아니면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바쁜 일상과 ‘귀차니즘’ 속에 직접 밥을 지어 먹을 엄두는 더욱 나지 않았다. 밥 한 끼 먹겠다고 쌀을 씻는 일부터가 큰일이었다. 씻을 필요 없는 쌀은 가격이 비싸고 양 조절도 문제다. 최소 2인분 단위인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서 혼자 먹으면 어중간한 양이 남았다. 한 번에 5~6인분의 밥을 한 뒤 비닐봉지에 나눠 담아 냉장고 냉동칸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먹기도 했지만, 한번 얼린 밥은 확실히 맛이 없다. 결국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2분 만에 ‘집밥’으로 변하는 즉석밥에 손이 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즉석밥은 1996년 출시된 CJ제일제당(이하 CJ)의 ‘햇반’이다. 당시에는 CJ 내부에서도 ‘밥을 사먹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1인 가구,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즉석밥 시장은 급성장했다. 2004년 1000억 원을 돌파한 뒤 2010년에는 1300억 원대에 이른다. 2002년 농심이 ‘따끈따끈한 햅쌀밥’을, 2004년 오뚜기가 ‘오뚜기밥’을, 2007년 동원F·B가 ‘쎈쿡’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어 1강3중 구도를 형성했다. 즉석밥 종류도 ‘맨밥’ 중심에서 참살이(웰빙) 열풍을 타고 현미밥·오곡밥 등 잡곡밥류, 미역국·육개장 등과 세트를 이룬 복합밥류로 다양해졌다.

 

당일 도정…쌀 차별화 등 밥맛 잡기

집밥 못지않은 즉석밥에 손이 간다.

업체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전략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AC닐슨에 따르면 2010년 7월 즉석밥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1위 CJ 59.3%, 2위 오뚜기 20.6%, 농심 13.7%, 동원F·B 6.4% 순이다.

즉석밥 시장 1위를 지키려는 CJ가 선택한 전략은 ‘품질’. 햇반 브랜드를 담당하는 최동재 부장은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에도 1위를 유지하는 힘은 품질력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질수록 품질 경쟁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CJ는 도정한 쌀로 바로 즉석밥을 만드는 ‘당일 도정 시스템’을 가동했다. 2006년 ‘3일 이내 도정한 쌀로 만든 즉석밥’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 도정은 현미를 깎아 백미로 만드는 과정이다. CJ는 당일 도정으로 밥의 신선함을 살렸다고 홍보한다.

여기에 10년 넘게 즉석밥을 생산하며 쌓은 노하우도 CJ의 힘이다. CJ는 즉석밥 시장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2인분 햇반’ ‘작은 두 공기 햇반’ 등을 출시해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했다. 여기에 각종 잡곡밥, 기능성 밥을 출시해 즉석밥 시장 전체를 키우는 데도 공헌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오뚜기는 ‘150m 암반수’를 내세운다. 밥을 짓는 물이 달라 더 깨끗하고 맛있다는 것. 오뚜기밥은 2004년 즉석밥 시장에 등장한 뒤 10% 미만의 점유율을 유지했으나, 2007년 10월 첫 한국 우주인 이소연 씨의 우주식으로 선정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오뚜기 홍보실 관계자는 “러시아 의생물학연구소(IBMP)에서 15일간의 예비시험과 60일간의 장기저장 시험, 안전성 시험을 거쳐 까다롭게 선정된 만큼 공장 설비의 기술력, 원료의 신뢰성을 인정받았다”고 홍보했다. 오뚜기는 2007년 시장점유율 10% 벽을 넘은 뒤 올해 20%대에 진입했다. 덮밥, 리조토, 국밥류 등 즉석식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이용한 복합밥도 오뚜기의 경쟁력이다.

 

다양한 즉석밥의 등장으로 선택을 어려워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CJ와 오뚜기가 쌀을 가공하고 밥을 짓는 일에 집중한다면, 농심은 밥의 원료인 쌀에 주목한다. 농심 홍보실 관계자는 “밥맛은 결국 쌀이 결정한다. 쌀로 경쟁사와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농심의 대표 상품은 국내에서 한정 재배되는 경기도산 고시히카리 쌀로 지은 ‘고시히카리 쌀밥’이다. 고시히카리 쌀은 찰기와 윤기가 좋고 특유의 쫄깃쫄깃한 식감으로 초밥집에서 많이 애용하는 쌀이다. ‘고향산천’ 쌀밥 시리즈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원도·경상도·전라도·충청도 지역의 대표 쌀을 이용해 만든 밥으로, 밥맛은 물론 고향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텔링까지 담았다. 고향산천 쌀밥의 포장 색깔이 경상도, 전라도에서 지지율이 높은 정당 색깔과 같아 “지역감정에 기댄 마케팅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즉석밥계에서 막내인 동원F·B는 “밥 냄새가 나야 진짜 밥이다”는 광고 문구를 내놓으며 등장했다. 3000기압의 초고압 공법을 이용해 밥맛이 뛰어다는 것. 동원F·B 홍보실 관계자는 “3000기압으로 밥을 하면 쌀 안의 공기가 빠지고 딱딱한 전분 구조가 부드러워진다. 여기에 수분을 잡아 밥의 찰기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식이섬유, 단백질, 칼슘 등 영양분이 풍부한 ‘발아현미밥’도 내놓았다. 김성용 식품브랜드팀장은 “건강을 중시하는 참살이 열풍을 고려할 때, 잡곡밥이 장기적으로는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사실상 맛 우열 가리지 못해

즉석밥 업체들은 ‘탱글탱글’‘쫄깃쫄깃’‘구수한’‘찰지고 윤기 나는’등의 표현을 쓰며 뛰어난 맛을 강조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흰쌀밥의 맛을 정확히 구분하기란 어렵다. 또 고슬고슬한 밥, 차진 밥 등 선호하는 밥도 제각각이다. 소비자보호원은 2008년 11월 상품 비교 정보사이트 ‘T-gate’에 즉석밥을 비교한 게시물을 올렸다. 어떤 제품이 좋은지 고르기 어려워하는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일반 소비자를 패널로 모집, 직접 제품 비교에 나선 것이다.

패널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시장점유율 1위인 CJ 햇반에 호의적이다. 햇반은 “밥알이 희고 통통하다. 구수한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햅쌀밥은 “찹쌀을 섞어 윤기와 찰기를 더해 매력 있다”는 평을, 오뚜기밥은 “밥알이 탱탱해 씹는 맛이 일품. 젊은 층이 좋아할 맛이다”는 평을, 쎈쿡은 “밥알이 부드럽고 차진 맛이 난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다. A패널이 가장 선호한다는 제품이 B패널에게는 혹평을 받았고, C패널이 개봉하기 가장 편하다고 추천한 제품이 D패널에게는 개봉하기 힘들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맛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보니 결국 구매 때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각종 회사의 광고 문구가 무색해질 정도다. “즉석밥으로 자취생활을 연명한다”는 최지은(28) 씨는 “여러 회사의 즉석밥을 먹어보았지만 흰쌀밥류 즉석밥은 맛에 큰 차이가 없다. 결국 가격이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이태동 인스턴트식품 담당도 “가격이 중요해 증정행사를 하는 상품이 인기를 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상반기 롯데마트의 즉석밥 판매 1위도 ‘3+2 행사’를 진행한 제품이 차지했다.

가격이 중요한 만큼 즉석밥의 주된 유통경로인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판촉행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즉석밥을 구매할 경우 자사 제품인 라면, 즉석 국수, 김 등을 추가로 제공한다. 하지만 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팀 이기헌 팀장은 “증정품을 제공하면 당장은 좀 더 싸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들이 경쟁사와 가격 비교를 하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닭고기, 파이가 커가는 행복한 치킨게임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 호재, 국내산 닭시장 지속 성장

“지난 그리스전 때, 생각이 모자라 경기 1시간 전에 치킨집에 전화했더니 10군데 모두 통화 중이더군요. 오늘은 아침 먹고 바로 예약해야 할 것 같네요.”

지난 6월 2010남아공월드컵 한국과 아르헨티나 경기가 열리던 날,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한 말이다. 당시 손 교수와 인터뷰를 한 치킨집 사장은 “그리스전이 열린 날 평소보다 매출이 5배 늘었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닭고기는 한국인의 술상, 밥상에 빠질 수 없는 친구다. (사)한국계육협회에 따르면 2009년 대한민국 국민 1명당 소비한 국내산 닭고기는 12.7kg, 즉 1명이 1년간 13마리 정도를 먹는다. 특히 월드컵 때나 복날이면 닭고기 관련 주식은 고가를 경신한다.

 

하림 vs 마니커 자연 친화 앞세운 생닭전쟁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육계(肉鷄) 업체는 총 37곳 내외. 2002년 이전에는 64개 업체가 있었지만 2006년 42개, 2007년 39개로 점차 줄고 있다. 2003년 이후 유통 닭고기에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준수를 규제하고 2007년 1월 개체포장을 의무화하면서 영세 업체들이 도산한 것. 그 후 닭고기 시장은 하림, 마니커, 체리부로, 동우 4개 업체가 이끌어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9년 전체 도계(屠鷄) 대비 시장점유율(계열사 포함)은 하림(18.3%), 마니커(11.6%), 체리부로(9.6%), 동우(9.1%) 순으로 상위 4개 업체 점유율이 48.6%에 이른다. 나머지는 군소 육계 업체다.

“닭고기 하면 하, 하림”이란 광고로 유명한 하림은 국내 업체 중 시장점유율 1위. 하림은 국내 최초 KS마크 및 ISO 9001을 획득하는 등 업계에서 ‘깨끗하다’는 이미지를 선점했다. 하림은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 인기를 끈 ‘용가리 치킨’ 등 닭가공식품 시장에서 독보적 1위로 인기를 얻었다. 최근 청정지역에서 친환경 축산농법으로 키운 프리미엄 닭고기 ‘자연실록’을 출시했으며 몸매 관리를 위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통조림형 ‘슬림닭가슴살’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2010 더 프라우드’의 고객가치 최우수상품(건강, 웰빙 부문)에 선정됐다.

최초의 육계 대량생산업체 마니커가 1985년 등장하면서 쇠고기 4근 값이던 닭고기가 저렴해졌다. 마니커는 남부 지방에 자리 잡은 다른 업체들과 달리 용인, 동두천 등 수도권에 자리해 대량소비처에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다. 2008년 농협 목우촌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2009년 4월 기준 목우촌에 매달 육계 60만 마리, 친환경 축산물(무항생제 닭고기) 20만 마리 등을 공급해 연간 400억 원 이상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다. 마니커 측은 “올해 매출 목표는 3200억 원”이라며 “가슴살 등 고부가가치 가공제품을 늘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사료에 항생제를 쓰지 않거나, 스트레스 없이 방목한 ‘건강한 명품 닭’이 인기다. 대형 마트에 등장한 ‘무항생제 영계’와 자연 초지에서 방목해 키운 ‘무항생제 토종닭’.

체리부로는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광고 문구로 익숙한 ‘처갓집 양념치킨’의 모기업. ‘처갓집 양념치킨’은 지금도 체리부로에서 생산한 국내 냉장육만 사용한다. 체리부로는 충북 진천 공장에 200억 원을 투입, 39℃의 닭을 4℃로 냉각하는 과정에서 찬물 대신 찬 공기를 사용하는 시설을 갖췄다. 이를 통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외부 오염을 방지한다.

‘참프레’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동우는 그간 프랜차이즈 치킨업체, 급식, 군부대 등에 제품을 공급해왔다. 닭고기 공급만으로는 2009년 기준 시장 2위(9.1%)를 차지했다. 동우 측은 “이제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참프레 브랜드를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12년까지 1400억 원가량 투자해 전북 부안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오리 공급뿐 아니라 닭고기햄, 너겟, 닭고기 캔 등 육가공 업계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하림 관계자는 “우리 대형 업체의 수입 대부분은 대형 마트나 프랜차이즈 업계와 계약을 통해 나온다. 육계 업체들은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마케팅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공생관계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젠 고품격 웰빙닭 전성시대!

조류독감 파동 이후 다소 줄었던 국내 닭 소비량이 2008년 12월 ‘농수산물 원산지 표기법’이 시행되면서 급속도로 늘었다.

‘참살이(웰빙)’ ‘명품’이 인기인 것은 닭 시장도 마찬가지. 최근 사료에 항생제를 쓰지 않거나, 스트레스 없이 방목한 ‘건강한 닭’이 인기다. 올 초복 대형 마트에는 항생제, 성장호르몬이 없는 사료를 먹여 기른 ‘무항생제 영계’와 넓은 공간에서 스트레스 없이 키운 ‘무항생제 토종닭’이 등장했다. 하림은 롯데마트를 통해 무항생제 닭고기를 내놓았고, AK플라자 분당점은 6개월간 제주도 자연에 풀어 기른 ‘무항생제 토종 재래닭’을 선보였다.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는 전북 진안 마이산 자락에서 자란 토종닭을 백숙용은 6만 원대, 삼계탕용은 3만7000원에 판매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유기농법으로 기른 ‘화천 유기농 마당닭’역시 1만8000원에 판매했다. 옻닭을 달여 진액을 뽑아 만들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는 ‘토종참옻’도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꾸준히 증가해오던 국내 닭 소비량은 2008년 12월 ‘농수산물 원산지 표기법’이 시행되면서 급속도로 늘었다. (사)한국계육협회 이재하 차장은 “과거 10년간 연평균 닭 소비량 증가율이 매년 5% 정도였는데 2009년에는 1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파이가 늘어나니 각 업체가 먹을 것도 많아졌다. 위 4개 업체의 2009년 주식 공시시가도 5~10% 올랐다. 8월 5일부터 배달용 치킨에도 원산지 의무 표기가 확대돼,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체가 재료를 국내산으로 바꾼 것 역시 호재다.

한편 양계업계의 영원한 걱정거리는 바로 조류독감(AI). 2003년, 2004년에 전국적으로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528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해 15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2006년 다시 온 조류독감으로 BBQ 등 닭고기 요리업체의 치킨 주문량이 20% 줄었다. 하림 관계자는 “계사(鷄舍)에 창문을 없애는 등 조류독감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은 오히려 조류독감 이후 업계의 공급이 조절되고, 대기업 위주로 시장구조가 재편되면서 치킨게임의 1인자로 성장했다”며 지속적인 안전 관리를 통해 조류독감을 막으면 국내 닭고기 시장 파이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 우후죽순 브랜드 소싸움 헷갈려! 대부분 소비자 등급만 따져 구입, 상표엔 큰 관심 없어

‘내포한우’‘홍동한우’‘천상한우’, 여기에 광역 브랜드 ‘토바우’‘하눌소’ 등까지. 모두 충남 홍성군의 한우 브랜드다. 충북에도 옥천 ‘향수촌’, 음성 ‘청결’,단양 ‘저수령’ 등 군마다 1~2개 한우 브랜드가 있다. 영남권에는 ‘천년 한우’ ‘마늘 소’ ‘이로운 한우’ 등 5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있고 전남·북, 강원 등에서는 각 20~30개 브랜드가 소싸움을 하고 있다. 이처럼 ‘특산’ 딱지가 붙은 지역 한우 브랜드는 전국적으로 200여 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등과 연계한 한우 농가들이 수입 쇠고기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지난 10여 년간 브랜드를 쏟아낸 결과다.

신선도와 안전성 고려 30.4%

그러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한우 브랜드가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검사나 위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도 미심쩍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이 많은 한우 브랜드 중 매년 10~15개만 골라 매장을 내주는데, 판매 브랜드 변동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우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불 보듯 뻔하다.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주부 김명희(41) 씨의 말이다.

“강원도 어느 지역과 결연을 맺은 한우촌이 인근에 있어 가끔 한우를 사먹지만 브랜드는 잘 몰라요. 주로 가격에 좌우되는 편이에요.”

부산에 사는 주부 박민숙(38) 씨 역시 한우 브랜드 인식이 낮긴 마찬가지.

“브랜드요? 그런 건 모르고 주로 등급을 따져 사먹어요.”

이런 현상은 최근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소비자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선호조사 결과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소비자가 ‘한우고기 구입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은 신선도와 안전성 30.4%, 가격 27.3%, 맛과 품질 24.5%, 용도 11.7%다. 브랜드는 2.7%. 한우의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도 등급표시 36.6%, 고기 맛 29%, 고기 색 24.3%인 데 비해 브랜드는 10.1%에 그쳤다.

이는 한우 브랜드가 고품질 한우고기 상표로 소비자에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수입 쇠고기와 경쟁하려면 한우 브랜드의 통폐합과 철저한 품질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도내 16개 한우 브랜드를 ‘경기 한우광역브랜드’로 통합하고 가칭 ‘G한우’ 브랜드로 육성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동안 전국 축산물 유통시장에서 입지가 약한 군소 브랜드를 통합해 경기도 대표 한우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와 5개 지역축협이 뜻을 모았다. 이처럼 전국의 한우 브랜드 실태를 보면 광역 브랜드화는 대세다. 농협중앙회가 ‘농협안심한우’로 성공을 거두고 있고 경북은 도내 한우의 대표 브랜드로 ‘참품한우’를 앞세워 최대 시장인 수도권 공략을 노린다. 경남 ‘한우지예(韓牛之藝)’, 충남 ‘토바우’, 제주 ‘보들결’이 광역 한우 브랜드다. 지리산 ‘순한한우’(2003년 전남 동부), ‘청풍명월’(2005년 충북), ‘참예우’(2006년 전북) 등도 광역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개념을 탈피하지 못한 개별 한우 브랜드로 운영하면 소비지에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등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게 축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개별 브랜드가 뭉쳐 광역화하면 대형 유통업체와의 교섭력을 높일 수 있어 안정적인 판로 확보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브랜드별 이해득실 계산으로 진통을 겪는 곳이 있다.

그중 한 곳이 강원도.‘횡성’‘늘푸름’‘대관령’‘하이록’ ‘한우령 ‘치악산 등의 한우 브랜드가 있는 강원도는 지난해 초부터 강원한우 통합 브랜드 개발을 추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강원도가 구상한 것은 통합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되 지역별 브랜드는 보조로 사용해 이미 구축한 지역 브랜드 명성을 유지토록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브랜드마다 인지도에 차이가 있는 상태에서 통합 브랜드를 사용하면 유명 브랜드는 이미지 실추 등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며 통합 브랜드 참여에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역·지역별 브랜드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한편에선 지자체가 앞다퉈 한우마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축산단지인 홍성군은 9월 10일 광천읍사무소에서 한우마을 조성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에서 멀지 않은 광천에 한우 음식점과 한우식품판매점, 한우육가공업체 등이 들어선다. 홍성군은 45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주차장과 화장실 등을 짓고 식품판매점, 육가공업체에 사업비의 절반을 지원할 방침인데, 착공은 올해 말로 예정돼 있다.

 

브랜드 통합 놓고 갈등 양상

한우 이력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유명 브랜드인 농협안심한우.

불고기 테마공원 조성을 놓고 갈등을 겪는 곳도 있다. 전국 최초로 먹을거리 특구로 지정된 울산의 언양·봉계불고기특구. 이곳의 언양불고기번영회와 봉계불고기번영회가 울주군의 불고기팜 농어촌테마공원 조성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울주군은 2011~2014년 97억 원을 투입해 울주군 상북면 못안 저수지 일대 9만여㎡에 불고기팜 농어촌테마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 테마공원에는 언양·봉계한우불고기단지와 연관된 한우판매장 등을 포함한 한우불고기타운과 요리체험관, 바비큐농장, 농특산물장터 등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언양번영회는 테마공원 사업에 찬성이고 봉계번영회는 반대다. 언양 측은 업소 노후화와 인근 대형 식육식당 등으로 언양 한우불고기가 경영위기이므로 새 단지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봉계번영회는 불고기 테마공원이 언양·봉계불고기특구를 활성화하기보다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우려한다. 울주군이 특구지역에서 벗어난 곳에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각 지역의 이해를 안고 전국적으로 통합과 갈등 양상을 빚는 소싸움 대전(大戰)이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 볼 일이다.

tip
한우 이력 정보 확인은 이렇게

가짜 한우에 속지 않으려면 ‘쇠고기 이력제’를 활용해 구매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모든 소는 출생과 동시에 12자리의 고유 개체식별번호가 부여된다. 이 개체식별번호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소의 종류와 생산지, 등급을 비롯해 모두 10가지. 이력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은 휴대전화기 다이얼에 ‘6626’(육류이력)을 입력한 뒤 인터넷 접속키를 누르면 개체입력번호 조회 창이 나타난다. 여기에 12자리 개체입력번호를 입력하면 쇠고기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무료 어플리케이션 ‘안심장보기’를 이용하면 소의 종류, 육질등급, 사육지, 도축일 등 각종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 인터넷 ‘쇠고기 이력제’(mtrace.go.kr)를 클릭하거나 대형매장 터치스크린 등을 이용해도 확인 가능하다.

 

한우의 육질등급은
‘1++, 1+, 1, 2, 3, D.’ 한우의 6단계 육질등급이다. 등급판정 확인서를 꼭 첨부해야 하는 부위는 등심과 채끝, 안심, 양지, 갈비 5가지. 다른 부위는 자율적으로 육질등급을 표시하게 돼 있어 대부분 이 5가지 부위의 등급을 따른다. 마트나 정육점의 한우는 대부분 1등급 이상이다. 쇠고기 부위는 육질등급을 표시하는 5가지 부위를 포함해 목심, 우둔, 앞다리, 설도, 사태 등 10가지로 크게 나뉜다. 하지만 육질등급의 판정기준인 피하지방 색깔과 탄력은 맛과 별 관련이 없다. 숙성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쇠고기 맛이 좌우된다. 흔히 갓 잡은 쇠고기가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도축 후 48시간까지는 사후강직이 일어나 질기다.

 

참치 캔, 바람 난 참치… ‘1강 2중’ 맛 대결 동원 1인자 아성 구축…사조·오뚜기 엎치락 뒤치락 2위 싸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열린 제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왔다. 혹 전쟁이 터질까 불안해진 국민들은 사재기에 돌입했다. 이때 불티나게 팔린 제품은 라면과 참치 캔. 오전에 공장에서 들여온 참치 캔 전부가 반나절 만에 동나는 상황이 한동안 이어졌다.

참치 캔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편의식품이자 자취생의 1순위 애호식품. 참치 캔 하나면 밥 한 공기는 거뜬히 해치운다. 가지런한 참치 결마다 기름이 자작해 영양적으로도 만족스럽다. 또한 솜씨 없는 주부에게 참치 캔은 둘도 없는 구원투수다. 김치찌개, 부침개, 샐러드 등 어떤 요리와 만나도 그 맛에 녹아들어 풍미를 더한다.

 

참치 캔 시장 연 바다의 강자 ‘동원’

“외국에서는 참치를 샐러드로 먹는다. 하지만 동원은 한국인 식성을 고려해 찌개나 반찬용을 염두에 두고 기름에 담그는 형태로 개발했다. 처음에 참기름을 사용했는데, 고온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참기름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이것저것 시도하던 중 면실유가 적합해 ‘동원참치’ 개발에 성공했다.”

동원F·B 홍보실 박은경 과장이 들려준 참치 캔 개발 배경이다. 참치 캔 성분은 참치가 80%, 기름이 20%. 원양어업으로 재미를 본 동원산업이 1982년 처음 고안한 제품이다.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계획으로 한국의 수산업은 단시간에 급성장했다. 인근어업은 물론 원양어업과 양식어업도 활발히 전개됐다. 20년간 전성기를 거친 수산 기업들은 1980년대 들어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오양수산과 한성기업은 맛살, 대림수산은 어묵, 동원F·B(당시 동원산업)는 참치 캔 사업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중 참치 캔은 단연 신선한 충격이었다. 생선이라면 회나 구이 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하던 시절, 동글납작한 통조림에 나눠 담긴 참치 살코기는 소비자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동원F·B도 이 점에 착안해 마케팅을 전개했다. 참치 캔을 ‘고급형, 선진국형 식품’으로 포지셔닝한 뒤, 광고에 헬리콥터와 참치선망선을 등장시켜 그 이미지를 구축해나갔다. 캔에는 쇠고기를 좋아하는 정서에 맞게 ‘살코기 캔’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참치 캔은 원양어업으로 재미를 본 동원산업이 1982년 처음 고안한 제품이다.

이렇게 1982년 12월 세상에 나온 ‘동원참치’. 하지만 광고전략만으로는 부족했다. 소비자가 스스럼없이 캔을 집어들게 하려면 마케팅 전략이 뒤따라야 했다. 이 점을 간파한 동원F·B는 전 직원이 나서 총력 영업활동에 돌입했다. 식품 매장은 물론 등산로, 야구 경기장, 참치회 전문점 등 주말마다 사람 많은 곳을 찾아 참치 캔을 건넸다. 그 결과 ‘동원참치’는 단기간에 참치 캔 시장을 넓힐 수 있었다.

하지만 동원이 홀로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1988년 사조산업(이하 사조)이 참치 캔 시장에 뛰어들면서 2강 구도가 형성됐다. 사조는 ‘LAW HIGH’, 즉 ‘지방은 낮고 단백질은 높다’는 콘셉트로 승부수를 띄웠다.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TV광고비에 투입하며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영업도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사조 마케팅실 임대영 과장은 “동원참치가 들어간 곳은 무조건 입점한다는 원칙 아래 매장 관계자를 하나 둘 설득해나갔다”고 말했다.

동원과 사조의 치열한 경쟁은 참치 캔 시장규모를 키워놓았다. 그러던 1994년 종합 식품기업인 오뚜기가 시장에 진입했고, 2000년이 지나면서 참치 캔 시장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오뚜기는 촘촘한 기존 유통망과 기름을 쏙 뺀 ‘마일드 참치’로 3년 만에 자리를 잡았다. 커질 만큼 커진 참치 캔 시장. 각종 가공식품계의 ‘신상’ 출현에 참치 캔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위기를 감지한 동원F·B는 참치 시장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어디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편의식품에서 벗어나 건강식품의 특징을 부각한 것. 때마침 불어온 참살이 바람과 만나 참치 캔은 칼슘, DHA, EPA, 단백질, 오메가6, 비타민 등 몸에 좋은 영양성분이 들어 있는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올리브유 참치, 김치찌개용 참치, 고추장 참치, 불고기 참치 등 다양한 파생 캔 라인업으로 다시 봄을 맞았다.

 

영업망 되찾고 전력질주 나선 ‘사조’

동원은 한국인의 식성을 고려해 반찬이나 찌개에 넣을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참치 캔을 개발했다.

4000억 원대의 참치 캔 시장은 동원, 오뚜기, 사조가 3분하고 있다. 현재 시장 구도는 1강 2중. 시장조사 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올해 6월 시장점유율(판매량 기준)은 동원(61.5%), 오뚜기(18.9%), 사조(18.5%) 순이다. 선발주자인 동원이 절대 강자로 업계를 이끌고, 그 뒤를 오뚜기와 사조가 엎치락뒤치락하며 뒤쫓는 상황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각 회사의 참치 캔 맛은 조금씩 다르다. 원어를 냉동하고 해동하는 방법, 살코기를 떼어내는 기술, 기름의 비율 등에 따라 육질과 신선도가 판가름 난다. 하지만 미각이 예민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소비자는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성분과 맛보다 눈에 띄는 장소에 있거나 패키지로 저렴하게 나온 상품을 집어든다.

올 상반기에 두드러진 오뚜기와 사조의 경쟁을 보면 이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오랜 기간 참치 캔 시장은 동원, 오뚜기, 사조 순으로 ‘1강 1중 1약’ 구도를 유지했다. 사조가 외환위기 이후 1998~2007년 영업망을 CJ제일제당(이하 CJ)에 내주면서 시장점유율이 5%까지 하락한 것. 하지만 올해 2월 사조는 15년 만에 오뚜기를 제치고 2위 자리를 회복했다. 다음은 사조 임대영 과장의 얘기다.

 

4000억 원대의 참치 캔 시장은 동원, 오뚜기, 사조가 3등분해 차지하고 있다.

“사조가 해표를 인수하면서 CJ에 위탁했던 영업망을 2년 전 되찾아왔다. 이후 ‘사조참치 특공대’를 만들어 공격적으로 판촉 활동 중이다. 위탁판매를 하는 동안 저가공세를 무기로 한 경쟁사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고 ‘사조’ 마크 없이 판매되던 자사 제품의 인지도는 추락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산과 생산설비를 갖춘 사조가 선전할 것이다.”

이에 오뚜기도 신발끈을 동여매고 반격에 나섰다. 오뚜기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 재진입한 사조에 방어하기 위한 전략을 다양하게 마련했다. 판촉과 품질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나온 제품이 시장에서 살아남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매년 조금씩 변형된 ‘신상’을 쏟아내서다. 참치 캔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3사가 라인업 경쟁을 하는 동시에 동반자로서 시장을 넓혀왔다. 이 시장은 선망과 생산라인을 갖춰야 하므로 진입장벽이 높은 탓이다. 선망을 갖춘 1위 동원과 3위 사조,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력이 돋보이는 2위 오뚜기. ‘웰빙 마케팅’을 지나 2010년 이들이 참치 캔에 적용해야 할 인사이트는 뭘까. 동원F·B 박은경 과장은 “참치 자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름 등의 고급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제품을 다양화할 것”이라며 “밥에 뿌려 먹는 제품, 천연 맛 내기용 제품 등 소비자의 생활패턴을 고민한 신제품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초음료, 상큼한 질주냐, 묵직한 반격이냐 대상 ‘홍초’ 아성에 샘표 ‘백년동안’ 도전장

“홍초 칵테일이라고 들어봤어?”

며칠 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기자는 처음으로 홍초 칵테일을 맛봤다. ‘마시는 홍초’ 1잔과 소주 6잔의 비율로 섞어 마시는 홍초 칵테일은 알코올 냄새를 줄인 데다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져 마시기가 한결 수월했다. 술을 잘 못하는 기자도 얼떨결에 대여섯 잔이나 마셨다. 이렇듯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홍초 칵테일은 언뜻 자연발생적 음주문화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마케팅의 결과물이다.

2005년 5월 출시한 ‘마시는 홍초’(이하 홍초)는 대상 청정원의 효자 상품이다. ‘홍초’는 옥수수를 발효해 만든 식초에 과실 농축액을 넣어 숙성시킨 뒤 올리고당, 식이섬유 등을 배합한 음료. 예부터 식초가 몸에 좋다는 건 널리 알려졌으나, 식초 특유의 신맛 때문에 소비자에게 외면받아왔다. 하지만 신맛을 줄이고 과일 성분을 넣어 먹기 편하게 만든 ‘홍초’는 출시 당시부터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참살이(웰빙) 바람을 타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CJ제일제당(이하 CJ), 오뚜기, 사조식품, 샘표식품 등에서도 비슷한 콘셉트의 식초 음료를 선보였다.

 

‘홍초’ 칵테일 치열한 마케팅의 힘

‘홍초’는 꾸준히 매출액을 증가시키며 식초 음료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고, 지난해에는 약 37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2010년에는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며 다시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홍초’의 목표 매출액은 약 700억 원으로, 대상 측에선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런 ‘홍초’의 인기몰이에는 앞서 말했듯 치밀한 마케팅이 숨어 있다.

대상은‘홍초’칵테일을 전략적으로 알렸다. 호프집, 소줏집 등을 돌아다니면서‘홍초’칵테일 시음행사를 했고,‘홍초’포스터를 제작해 술집 벽면에 붙여놓기도 했다. 몇몇 지역은 주류 도매상과 함께 ‘홍초’를 납입했다. 이런 마케팅 전략에 좀 더 부드럽고 순한 소주를 원하는 소비자 니즈(needs)가 합쳐져 ‘홍초’ 칵테일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홍초’칵테일로 마시면 소주 소비량이 늘어나니, 업주들이 고객에게 더 많이 권했다는 후문.

이 밖에도 다양한 마케팅이 주효했다. 출산 후에도 동안과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탤런트 김희선을 TV 광고모델로 활용했다. 특히 케이블 TV용 광고인 ‘홍초의 초능력’이 큰 인기를 끌었다. 시청층에 따라 4가지 버전으로 제작했는데, 10대 학생 편은 눈 건강 및 피로회복, 20대 여성 편은 다이어트, 30대 주부 편은 동안 및 피부미용, 40대 남성 편은 자양강장을 내세웠다. 이는 식초의 효능과 함께 석류, 백년초, 복분자, 블루베리 등 ‘홍초’에 들어가는 첨가물 성분의 효능을 강조한 것. 또 아이폰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다이어트 음용 식초라는 ‘홍초’의 콘셉트에 맞게 비만도 체크, 운동열량 계산, 식단 칼로리,‘홍초’ 활용 레시피 등을 재미있게 전달했다. 2010년 6월 현재 전체 식초 음료 시장에서 ‘홍초’가 차지하는 비중은 73.8%에 이른다(CPS 데이터 기준).

이처럼 철옹성처럼 보이는 ‘홍초’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게 바로 샘표식품(이하 샘표)의 ‘백년동안’이다. 2009년 5월 출시한 ‘백년동안’은 현미를 전통 항아리 방식으로 발효한 ‘흑초’를 기반으로 한 음료. 일본 가고시마 현의 3단계 자연발효고법으로 만들어 미네랄, 필수아미노산, 유기산 등 영양분이 다른 식초 음료보다 훨씬 풍부하다는 게 샘표 측 설명이다. 출시 당시 시장점유율이 5% 남짓이었으나 2009년 하반기 12%, 2010년 7월 현재 21%를 차지하며 그야말로 급성장세에 있다(AC닐슨 기준).

그런데 ‘백년동안’의 이면에는 2006년 2월 출시해 2009년 4월 철수한 ‘마시는 벌꿀 흑초’의 아픈 기억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식초 열풍이 분 건 2005년 샘표의 박승복 회장이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찬 강연에서 ‘식초 건강법’을 설파하면서부터. 당시 80대 초반인 박 회장이 40대 후반의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하루 3번 식초를 찬물에 희석해 마시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후 마시는 식초 음료 시장이 급성장했고, 대상의 ‘홍초’와 CJ의 ‘미초’가 초기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했다.

건강과 참살이 열풍으로 식초 음료 시장은 엄청난 성장세에 있다.

흑초 탄생 발효기업 자존심

하지만 정작 샘표가 2006년 2월 출시한 ‘마시는 벌꿀 흑초’는 시장점유율이 3%에 불과했다. ‘홍초’에 선발주자의 자리를 뺏긴 데다 유리병 용기가 무거웠고 제품명도 적절치 않았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샘표 내부에서는 한때 식초 음료 제품 자체를 접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3년여 연구한 끝에 업그레이드된 흑초 음료인 ‘백년동안’을 출시했다. ‘백년동안’ 마케팅 담당인 샘표 서동순 팀장은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 식초 음료는 박 회장님의 자존심이자, 샘표의 자존심이라는 마인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품명은 ‘백년동안 젊고 건강하게 살자’는 의미. 따라서 주요 타깃도 30대 이상의 주부다. 물론 이 제품들은 중장년, 노년층까지 마실 수 있지만, 제품을 구매하는 건 주부이기 때문. 따라서 프로모션 역시 대형 할인점 시음회 위주로 진행했다. 용기는 가벼우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했다. 서 팀장은 “초기 제품을 출시할 때 ‘백년동안’이 검은색을 띠어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샘표 간장을 떠올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반응은 없었다. 더욱이 발효 기업의 이미지 덕분에 ‘백년동안’도 제대로 발효됐으리라고 믿는 긍정적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홍초’와 ‘백년동안’ 모두 올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즉 ‘백년동안’의 성장이 ‘홍초’의 시장을 잠식하는 게 아니라는 뜻. 여기에 시장점유율을 많이 잃긴 했지만 CJ ‘미초’가 건재하고, 최근에는 웅진식품이나 사조해표 등에서도 식초 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또 식초 음료 시장이 조미용 식초 시장을 7대 3 정도로 앞선 상황이다. 마시는 식초 시장 전체 규모는 2009년 현재 약 506억 원이고, 2010년엔 10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링크아즈텍 포스데이타 기준). 즉 식초 음료 시장 자체가 엄청난 성장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홍초’ 마케팅을 담당한 대상 청정원 정승인 차장은 “‘홍초’가 식초 음료 시장에서는 확실히 앞서지만, 전체 음료 시장으로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음료 시장에서 ‘홍초’의 비중을 높이는 게 목표”라며 “해외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샘표 서동순 팀장도 “‘백년동안’은 건강에 좋으면서도 누구나 좋아하는 맛이기 때문에 탄산음료나 주스 등을 대체할 수 있다. 수출 역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홍초’와 ‘백년동안’의 맛은 어떨까. 기자의 체험으로 말하면 ‘홍초’는 가볍고 상큼한 맛이 강해서 오후 2~3시 졸릴 때 먹으면 제격이다. 반면 ‘백년동안’은 묵은지처럼 묵직하고 달콤한 듯한 신맛이 매력이다. 저녁식사 후 먹으면 딱 좋다.

식초의 효능
60여 종의 유기산 …노화방지 효과

식초는 총 60여 종의 유기산이 들어 있는 항산화제로 노화와 질병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파괴해 노화를 방지한다. 근육의 젖산을 분해해 배설시키고, 혈액순환 및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칼슘 같은 미네랄이 우리 몸에 잘 흡수되도록 도와주며,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에너지 소모율을 높여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식초를 마시면 몸이 유연해진다는 속설은 여기서 나왔다. 또 식초는 산성이지만 몸속에서는 알칼리성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어 건강에 더욱 좋다.
하지만 식초가 건강에 좋다고 무조건 마시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식초 제품을 보면 신맛의 강도를 표시한 산도가 적혀 있는데, 보통 식초 음료의 산도는 1~3%다. 그런데 마시기 적절한 산도는 0.7~1%니, 물에 희석해 마신다. 또 식초는 반드시 식후에 마셔야 한다. 아침이나 공복에 마시면 위벽에 부담을 준다. 우유나 두유, 요구르트 등에 타서 먹는 것도 좋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시중의 마시는 식초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등록된 건강식품이 아닌 일반 음료라는 것. 즉, 식초 음료의 건강 효과에 대한 맹신은 금물이다. 또 식초 음료는 마시기 쉽게 하기 위해 당분 등을 많이 첨가했다는 점도 반드시 기억한다.

 

우유, 너도나도 A급 마케팅 치열해乳! 비슷한 맛에 이미지 놓고 3파전 … 저지방 우유 시장 선점에 눈 돌려

‘‘한번 1등=영원한 1등’이란 공식이 통하는 시장이 유(乳)업계다. 그만큼 순위 변동은 흔치 않다는 얘기인데, 흰 우유 시장만 놓고 봐도 그렇다. 1962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우유공장’은 서울 중구 정동에 있던 서울우유협동조합공장 한 곳이었다. 1937년 서울우유의 전신인 경성우유협동조합 창립 이후 한국의 우유는 모두 이곳에서 생산됐던 것.

이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축산물가공이용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1960년 중반부터 부산·대구·인천·광주·충남 천안에서 젖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민간기업인 남양유업, 미락(‘비락’의 전신), 백설유업(영남우유 전신)이 유가공 산업에 뛰어들었고 1970년대 이후에는 매일유업, 빙그레, 부산우유협동조합이 잇따라 우유와 유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유업체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 경제성장과 함께 우유 소비량은 1980년 27만9056t에서 1997년 170만2756t으로 급증했고 현재도 이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젖소 대부분은 홀슈타인종 … 사료와 생육환경도 비슷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일반 우유(백색시유·시중에 유통되는 우유)를 주력으로 생산하던 유가공 업체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잇따라 문을 닫았다. 이는 1997년 이후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이 늘지 않은 요인이 컸다. 한국인의 1인당 우유 소비량이 35kg 안팎인 데 비해 유럽, 미국, 오세아니아는 100kg이 넘는다.

현재 국내 우유 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2조5000여억 원대. 이 시장을 놓고 서울우유와 남양유업, 매일유업이 ‘빅3’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집계가 오래되지 않았고 각 회사는 공개를 꺼리지만, 서울우유와 남양유업, 매일유업이 3파전 양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러한 3파전 양상은 어떻게 형성됐을까. 업계에서는 흰 우유의 경우 ‘맛의 전쟁’ 대신 ‘마케팅 전쟁’이 3강 체제 형성과 유지의 근간이라고 분석한다. 물론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 높은 인지도도 빼놓을 수 없다.

“우유 맛은 차이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점박이 젖소 대부분이 네덜란드 홀슈타인종(Holstein種)이고 축산농가의 사료도 비슷하다. 업체마다 살균온도와 가공 기계장비로 인해 미세한 맛의 차이는 있지만, 맛에 예민한 전문가나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우유 강덕원 팀장의 설명처럼 우리나라 젖소의 90% 이상은 같은 종이고 사료와 사육방식, 생육환경도 비슷하다. 맛의 차별화보다 마케팅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우유는 목장주를 위해 존재하는 협동조합이어서 우유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오랜 전통이 더해져 우유 1위 자리를 굳혔다. 물론 전통과 조합 특성에만 기대지는 않았다.

1980년대 경제성장과 학교급식 등으로 우유 소비량이 증가하던 시절, 서울우유는 1984년 우유 생산-소비 전 과정에 걸쳐 ‘콜드체인 시스템(Cold Chain System)’을 도입해 ‘신선한 우유=서울우유’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줬다. 집유(執乳)하는 모든 목장에 원유냉각기를 설치하고 냉장 유통을 시작한 것. 이후 위해요소중점관리시스템(HACCP)을 도입하고 2005년 9월에는 ‘1등급 A우유’를 처음 출시하면서 시장을 선도해나갔다.

지난해 7월부터는 유업계에서 처음으로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의 ‘병행 표기’를 시작했다. 유통식품은 유통기한 혹은 제조일자 중 하나만 선택해 표기하도록 돼 있지만, 고객 신뢰를 위해 두 표기를 병기했다는 게 서울우유 측의 주장. 서울우유 측은 병행 표기 이후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졌고, 이는 판매율 상승으로 이어져 2009년에는 전년 대비 16.3%(1조5000억 원)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도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을 벌이며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 측은 “부메랑이 될 것” “부럽다” 등 표정이 엇갈린다. 한 유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1 남양유업 우유 생산 공장. 2 1970년대에는 달구지와 자전거가 중요한 우유 배달 수단이었다.

남양은 잡맛 제거, 매일은 건강우유에 초점

“유통기한(12일) 내의 우유는 모두 비슷하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우유도 바꿔달라고 한다.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지만 엄청난 양의 우유가 팔리지 않고 폐기처분된다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회사 수익을 중시하는 민간기업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어서 부럽기도 하다.”

서울우유가 앞서가는 만큼 업계 2, 3등의 추격전도 치열하다. 남양유업은 ‘우유는 같은 맛’이라는 고정관념에 의문부호를 던지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우유 시장 자체 리서치 결과 젊은 층의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이유를 ‘우유 특유의 텁텁한 잡맛’ 때문이라 결론내리고, 잡맛을 잡는 데 주력한 것. 남양유업 최재호 팀장의 설명이다.

“우유를 짤 때 생긴 목장 특유의 냄새와 사료 냄새, 기타 이물질 냄새를 제거한 뒤 맛의 변화가 없도록 우유 내 용존산소를 모두 제거하고 질소로 충전하는 신공법을 개발했다.”

신공법은 GT(Good Taste Technology)로 명명했다. 결국 2004년 ‘맛있는 우유 GT’가 시장에 나오자 하루 250만 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 남양의 주력상품으로 활약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앞서 1994년에는 뇌세포 DHA 성분이 함유된 우유 ‘아인슈타인 우유’ 개발에 성공, 기능성 우유 시장에서 연매출 1000억 원을 기록하며 1위를 지켜오고 있다.

매일우유는 소비자들의 위생관념이 높아지고 참살이(웰빙) 바람이 부는 데 착안해 ‘안전한 우유’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2001년부터 약 300억 원을 투자해 2003년 ‘매일우유 ESL’을 처음 선보였다. 미국, 유럽 등 낙농 선진국에서 사용하던 ESL(Extended Shelf Life) 공정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 ESL 공정은 우유팩 살균은 물론, 우유가 팩에 담겨지는 전 과정과 유통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2차 오염을 근본적으로 차단한 무균화 공정이다.

ESL을 통한 ‘깐깐한 웰빙 우유’ 이미지는 유기농 우유로 이어진다. 2008년 국제 인증요건을 갖춘 15개 목장에서 한정 생산한 ‘매일 상하목장’을 출시한 것.”

출시 초기 일부 부유층이 선호하던 유기농 우유는 차츰 대중화되면서 생산 초기 하루 4만t이던 원유는 현재 18만t으로 늘었다. ‘매일 상하목장’은 유기농 우유 시장 진출 1년 만에 점유율 50%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꿰찼다.

지방 함량을 1%에서 0.8%로 더 줄이고 칼슘을 일반 우유 대비 2배 이상(220mg) 높인 ‘저지방 · 칼슘우유’와 우유를 마시면 속이 부글거리는 증상(유당불내증)을 호소하는 성인을 위해 유당을 제거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선보인 것에도 ‘건강과 웰빙’이라는 마케팅이 녹아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흰 우유 중 저지방 우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6~7%대인 반면,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65~85%에 이른다. 국내 유업계가 저지방 우유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도 이러한 가능성 때문이다.

 

밥맛의 품위 기름기 자르르 입 안서 탱글탱글 …

햅쌀로 지은 밥, 韓食의 시작과 끝

‘맛있는 밥의 조건은 대체로 이렇다. 기름기 자르르 흐르고 촉촉한 물기가 배어 있어야 한다. 냄새를 맡았을 때 구수하고 달콤한 향이 나며, 입 안에 넣었을 때는 밥알이 낱낱이 살아 있음이 느껴지고, 혀로 밥알을 감았을 때 침이 고이면서 단맛이 더해지며, 살짝 씹을 때는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게 이 사이에서 기분 좋은 마찰을 일으켜야 한다.’(황교익의 ‘미각의 제국’에서)

밥맛(eating quality)은 누가 뭐래도 가을철 추수 직후가 으뜸이다. 햅쌀로 지은 밥이 살로 간다. 뜸이 잘 든 햅쌀밥은 밥만 먹어도 맛있다. 속이 든든해 배가 쉽게 꺼지지 않는다. 흰 사기그릇에 김이 펄펄 나는 하얀 고봉밥. 조상들은 그 ‘밥심’ 하나로 5000년 역사를 이어왔다.

왜 햅쌀밥은 맛이 있을까? 쌀은 찧고 나서 7일이 지나면 산화가 시작되고, 15일이 지나면 맛과 영양이 줄기 시작한다. 결국 정미한 후 15일 이내가 맛, 영양이 가장 우수하다. 그뿐인가. 쌀은 수분 함량이 16%일 때 맛이 최고다. 햅쌀처럼 갓 수확해 도정했을 때가 바로 수분 함량 16%다. 또 있다. 농사의 ‘農(농)’은 별 ‘辰(신)’ 자에 노래 ‘曲(곡)’ 자를 합친 말이다. 벼는 ‘별의 노래’를 들으며 자란다. 햅쌀은 가장 많이 ‘별의 노래’를 간직한다. 우주의 기운을 가장 많이 머금고 있다. 쌀은 햅쌀일수록 구수하고 차지다. 기름이 자르르하다. 오래되면 묵은내가 난다. 구수한 맛이 사라진다. 햅쌀은 늦가을 한철이다. 귀하다. 그렇다면 ‘갓 도정한 쌀’이 으뜸이다.

우주의 기운 가장 많이 머문 햅쌀

우리나라 쌀은 도정이 문제다. 도정은 정미소에서 벼를 찧어 쌀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백미를 만들려고 현미의 껍질을 깎아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분이 줄어들어 쌀이 쉽게 깨지거나 금이 간다는 것이다. 백미 상태에서 흠 없는 쌀이 완전미(完全米)다. 쌀이 생긴 그대로의 모양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다. 영양분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밥 색깔도 옥양목처럼 탐스러운 하얀색이다.

시중 싸전의 국산 쌀은 완전미 비율이 겨우 80%를 넘는다. 깨진 쌀, 금이 간 쌀, 낟알이 하얗거나 까만 점이 박힌 쌀, 상처가 남아 있는 쌀, 변질된 쌀, 부러진 쌀, 싸라기, 토막쌀, 덜 익은 쌀, 쌀눈(배아)이 원래 크기로 붙어 있지 않은 쌀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에 이른다. 미국산 캘로스쌀은 완전미가 99.75%, 일본 쌀은 90% 이상인 것과 비교해 한참 떨어진다.

흠이 간 쌀은 맛이 없다. 깨진 과일이 맛없는 것과 같다. 옆구리 터진 쌀로 지은 밥은 역시 맛도 옆구리가 터진다. 쌀이 깨지거나 금이 가 있으면 그 틈으로 전분과 냄새가 빠져나와 밥이 질척해지고 모양이 흐트러진다. 식혜처럼 푸석푸석해진다. 밥알 모양이 쉽게 흐트러진다. 끓을 때도 바그르르하고 찰기가 없다. 한마디로 흠이 간 쌀로 밥을 지으면 질척질척한 ‘밥풀’이 된다. 꼬들꼬들한 ‘밥알’의 완전미하고 질적으로 다르다. 완전미 밥알은 하나하나가 입에서 살아 뛰논다. 잇몸과 이빨 사이를 탱글탱글 넘나든다. 토막쌀로 지은 밥풀은 입 안 아무 데고 달라붙는다. 젖은 낙엽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질긴 밥풀때기다.

‘오늘 밥풀은 수저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풀은 그릇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그릇엔 초저녁 별을 빠뜨린 듯/ 먹어도 먹어도 비워지지 않는 환한 밥풀이 하나 있네/ 밥을 앞에 놓은 마음이 누룽지처럼 눌러앉네/ 떨그럭떨그럭 간장종지만 한 슬픔이 울고 또 우네/ 수저에 머물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이 저녁의 어둠’(이기인의 ‘밥풀’에서)

 

무쇠솥에서 밥을 지은 후 바닥에 누르스름하게 앉은 누룽지의 맛은 으뜸이다.

식당밥은 너나없이 밥알에 풀기가 없고 푸석푸석하다. 아침에 미리 담아놓은 밥이다. 더구나 대부분 묵은쌀로 지은 것이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꾹꾹 눌러 담은 밥. 밥그릇에 식은땀이 주르르 흐른다. 밥뚜껑에 소름이 돋은, 맥 빠진 물방울들. 사람들은 그 밥을 아무 생각 없이 입에 꾸역꾸역 넣는다. 김빠진 밥, 풀 죽은 밥, 찰기라곤 하나도 없는 밥. 그런 밥이 몸에 들어가 무슨 도움이 될까.

섬 지역 식당에 가면 더한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해산물은 더없이 싱싱한데, 정작 기본인 밥맛이 못 따라간다. 예부터 쌀이 귀해서일까. 하지만 요즘은 섬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쌀을 구할 수 있다. 어쩌면 밥 짓기에 습관적으로 무심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한식의 주인은 밥이다. 반찬은 밥을 살려주는 조연일 뿐이다.

잘 여문 벼가 쌀알도 좋다. 밥을 지으면 기름이 자르르 흐른다. 벼는 일교차가 클수록 잘 여문다. 벼가 영양을 덜 소모하기 때문이다. 수확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이삭이 100% 누렇게 될 때보다 약간 파릇한 기운이 있을 때 거둔 것이 맛있다.

 

반찬은 밥을 살려주는 조연

벼는 이삭이 맺히고 수확하기까지 약 두 달이 중요하다. 이때 주는 거름이 ‘이삭거름’이다. 대부분 질소비료를 뿌려준다. 이삭거름은 쌀 수확량을 늘리려고 주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늦게 주거나 많이 주면 벼가 웃자라 쌀맛이 없다. 쌀알에 단백질 함량이 많아진다. 쌀에 단백질 함량이 많을수록 밥이 딱딱해지고 찰기와 질감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질소비료를 거의 3배나 준다. 국산 쌀의 단백질 함유량은 6~11%로 차이가 많다. 밥맛이 좋으려면 적어도 6.5% 이하가 돼야 한다.

일본은 어딜 가나 밥맛이 좋다. 하다못해 간이음식점 밥, 편의점도시락 밥도 한국의 웬만한 식당밥보다 낫다. 쌀이 한국보다 좋아서 그럴까. 아니면 밥 짓는 데 비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일본 대도시에는 즉석도정 전문점이 곳곳에 있다. 최대한 ‘갓 도정한 쌀’로 밥을 짓는 것이다. 일본 식당이나 가정에선 손님이 들이닥칠 시간이나 가족의 귀가시간에 맞춰서 밥을 짓는다. 갓 지은 밥이 맛있는 거야 두말할 필요 없다.

밥맛은 ‘쌀-물-불-솥’의 어우러짐에서 나온다. 그래야 뜸이 잘 든다. 뜸은 쌀이 골고루 잘 익게 하는 마지막 풀무질이다. 불땀이 있는 듯 없는 듯 은근하다. 솥 안의 쌀은 서로서로 껴안고 천천히 몸을 익힌다.

‘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 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 마른나무 목단, 작약이 핍니다/ 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 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 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 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 만개한 꽃잎에 밥이 끓습니다/ 밥물이 넘쳐 또 이팝꽃 핍니다/ 안개꽃 자욱한 세상, 밥이 꽃을 피웁니다’(엄재국 ‘꽃밥’ 전문)

물은 적당히 부어야 한다. ‘적당한 물’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다. 보통 쌀 한 공기에 물 1.2공기가 적정량이다. 하지만 그건 쌀의 양이나 식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한민국 어머니들은 식구 수에 따라 밥 짓는 쌀과 물의 양을 귀신같이 조절한다. 정작 어머니 혼자일 땐 그냥 찬밥으로 때운다.

불은 밥에 ‘맛을 불어넣는 기운’이다. 대장장이가 쇠를 달구듯 불을 다뤄야 한다. ‘센 불-중간 불-약한 불’로 지은 밥과 ‘약한 불-센 불-약한 불’로 지은 밥은 맛이 다르다. 가스불이냐, 장작불이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장작불은 처음부터 센 불로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밥맛 좋은 집

△서울 인사동 입구의 일본식솥밥 조금(02-725-8400)

△서울 인사동 해물산채돌솥비빔밥 인사동큰집(02-734-3234)

△서울 평창동가나아트센터 앞 영양돌솥밥 강촌쌈밥(02-395-6467)

△서울 신문로 구세군회관 뒤 곤드레무쇠솥찹쌀밥 나무가 있는 집(02-737-3888)

△서울 홍대앞 굴돌솥밥 돌꽃(02-324-5894)

△서울 대치동 돌솥밥한정식 진미가(02-561-3223)

△충남 서산간월도 큰마을 영양곱돌솥밥(041-662-2706)

△경기 이천 가마솥이천쌀밥집(031-633-8818)

△이천 임금님쌀밥집(031-632-3646)

 

솥맛에 따라 밥맛 확 달라져

‘밥은 솥맛’이다. 어떤 솥을 쓰느냐에 따라 밥맛이 확 달라진다. 냄비 밥이냐 돌솥 밥이냐, 아니면 무쇠솥 밥이냐에 따라 밥알이 달리 익는다. 1809년 발간된 여성생활백과 ‘규합총서(閨閤叢書)’는 “밥과 죽은 돌솥이 으뜸이요, 오지탕관(질그릇에 잿물을 발라 구운 뚝배기)이 그 다음이다”라고 말한다. 1924년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이용만의 한국요리책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선 “밥은 곱돌솥이 으뜸이요, 오지탕관이 그 다음이요, 무쇠솥이 셋째다”라고 지적한다.

그렇다. 밥맛 좋기로 소문난 식당은 대부분 곱돌솥이나 무쇠솥을 쓴다. 간혹 내열 도자기솥, 수정원석솥, 1200℃에서 구워낸 천연유약옹기솥도 있지만 주류는 어디까지나 이 두 가지다.

무쇠솥이나 돌솥은 솥뚜껑이 무겁다. 밥이 끓을 때 김이 잘 새지 않는다. 강한 압력으로 쌀알을 속까지 빠르게 골고루 익힌다. 압력밥솥 뚜껑이 무거운 것도 바로 이들의 장점을 본뜬 것이다. 열이 서서히 고루 퍼진다. 쌀이 구석구석 잘 익는다는 말이다. 돌솥은 은근히 달궈지고 천천히 식는다.

무쇠솥은 밑바닥이 둥글게 나와 있다. 가운데는 가장자리보다 거의 두 배나 두껍다. 넓고 둥근 솥바닥 전체가 가열되면서 상하로 순환하는 대류현상이 솥 안에서 활발하게 발생한다. 열이 잘 퍼질 수밖에 없다. 쌀알을 고루 고슬고슬하게 익혀준다.

바닥에 누르스름하게 앉은 누룽지도 으뜸이다. 돌솥 누룽지보다 더 맛있다. 콩이나 보리, 기장, 조 등 잡곡을 넣은 누룽지는 맛있다 못해 황홀하다. 꼬들꼬들 바삭바삭 고소하다. 솥바닥에선 철분 성분까지 우러나온다. 곱돌솥도 열을 받으면 미네랄 성분과 원적외선을 방출해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한다.

“치이~ 치글치글~.” 무쇠솥에 그때그때 지어먹던 집밥. 하지만 이제 어머니가 해주던 꽃밥은 거의 없다. 전기밥솥이나 압력밥솥에서 울고 있는 보온밥이 있을 뿐이다. 회사원이 사먹는 점심이나 저녁은 말할 것도 없다. 아침밥을 건너뛰는 사람도 많다.

대갓집 맏며느리는 밥 짓기 선수
한 솥에서 진밥·된밥 척척 솥뚜껑 운전의 달인

조선시대 대갓집 맏며느리는 밥 짓기 선수였다. 커다란 무쇠솥 하나에 밥을 지으면서도 식구들 입맛 따라 다르게 짓는 법을 알았다. 집안 큰어른은 진밥을 좋아하는데 큰마나님이 된밥을 좋아하면, 한 솥에서 진밥과 된밥을 함께 지었다. 큰 무쇠솥에 쌀을 안칠 때 앞쪽은 높게, 뒤쪽은 낮게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하고 물을 부어 익히면 높은 쪽은 된밥, 낮은 쪽은 진밥이 된다.
오죽하면 중국 청나라 대학자 장영(張英)이 “조선 사람들은 밥 짓기를 잘한다.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럽고 향긋하며, 또 솥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고 말했을까.
요즘 대한민국 주부들은 어떨까. 진밥, 된밥을 동시에 하기는커녕 ‘3층밥’ ‘4층밥’이나 짓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모든 것은 전기밥솥이 알아서 해주는데 뭐가 걱정이랴.
△요즘 대형 마트에 가면 당일 도정한 쌀을 살 수 있다. 도정 날짜를 꼼꼼히 살펴보라. 묵은쌀일수록 묵은 냄새가 난다. 쌀알이 광택이 나고 맑고, 균일해야 한다.
△밥맛은 쌀의 수분에 따라 달라진다. 쌀을 안치기 전 충분히 불리는 게 맛있다. 그렇다고 쌀을 지나치게 오래 불리면 밥알이 뭉개지고 쌀겨 냄새가 섞인다. 쌀은 물에 담가놓으면 처음 5분 동안 10% 정도 물을 흡수하고, 한 시간 뒤면 80%쯤 빨아들인다. 3시간이 넘으면 더는 물을 흡수하지 않는다. 보통 여름에는 30분, 겨울에는 2시간 정도 불리면 된다.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흡수가 잘된다.
△밥물은 쌀 1에 물 1.2~1.4 비율로 붓는다. 햅쌀은 물을 조금 줄이고 묵은쌀은 늘린다. 압력솥-무쇠솥-냄비 순으로 물을 더 넣어야 한다.
△쌀은 빡빡 문지를수록 밥맛이 좋다. 하지만 영양가가 달아난다. 쌀을 씻을 땐 너무 힘주지 말고 살살 한다. 첫물은 쌀겨 냄새가 쌀에 배지 않게 되도록 빨리 헹구고 버려라. 첫물이 쌀에 가장 많이 스며들기 때문에 약수 등 좋은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후에는 수돗물을 써도 된다. 너무 여러 번 씻으면 전분과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등이 씻겨나갈 수 있다. 영양과 관계없이 좋은 밥맛만을 원한다면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씻는다.
△묵은쌀은 식초 한 방울 떨어뜨린 물에 씻어서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뺀다. 다음 날 밥 짓기 전에 한 번 더 미지근한 물로 헹군 뒤 밥을 지으면 냄새가 없다.
△현미밥은 영양이 백미보다 월등하게 좋지만 식감이 꺼끌꺼끌하다. 소화도 잘 안 된다. 현미에 생수를 부어 이틀 정도 두면 싹(1~5㎜)이 튼다. 발아현미다. 싹이 튼 현미로 밥을 지으면 밥맛이 좋다. 발아현미는 백미보다 식이섬유 3배, 칼슘 5배, 비타민 5배, 식물성지방 2.5배나 된다. 발아현미와 백미를 반반 섞어 밥을 지어도 맛이 좋다.

 

모든 것 받아들이는 밥 한 술

밥은 한식의 처음이요 끝이다. 기본이다. 그림으로 말하면 하얀 도화지다. 반찬은 그 백지에 그려진 알록달록한 그림일 뿐이다. 백색은 모든 것을 받아들여 꽃을 피운다.

밥 한 톨, 밥 한 술, 밥 한 끼 제대로 먹기가 얼마나 힘든가. 밥풀때기라고 우습게 보다가는 큰일 난다. 밥 한 톨이 하늘이다. 온갖 정성을 다해 지어야 한다. 그리고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어야 한다. 너무 싹싹 핥아서 반짝반짝 빛나는 개밥그릇은 ‘가부좌 튼 밥그릇 경전’(이덕규 시인)인 것이다.

밥술이라도 제대로 뜨려면 밥값을 해야 한다. 밥값을 하려면 간과 쓸개는 일찌감치 집에 놔둬야 한다. 강호에서 밥투정은 금물이다. 그러다간 밥숟갈 놓기 십상이다. 밥줄 끊어진다. 밥벌이의 고단함. 솥은 밥맛을 모른다. 하지만 솥은 밥맛을 살린다.

‘우주의 중심은 어디?/ 식탁 한가운데 오른 밥/ 천수답에 잠긴 하늘에서 건져 올린 달/ 어머니 물 항아리에서 건진 별/ 거울보다 더 환하게, 아프게/ 눈을 찌르는 무색무취의 빛// 고가도로를 과속으로 달려와, 밥/ 앞에 무릎을 꿇네/ 뜨겁게 서려오는 하얀 김/ 얼굴 붉어지네/ 밥이 무거운 법(法)이네’(김석환의 ‘밥이 법이다’에서)

쌀의 변신은 무죄
알록달록한 컬러 쌀 … 몸에 이로운 성분 고농축 코팅

벼의 원종인 야생벼의 특성을 계승한 명품쌀 고대미.
알록달록 울긋불긋한 쌀도 있다. 이른바 기능성 쌀이다. 일반 쌀에다 한약재나 몸에 이로운 성분을 고농축 코팅한 쌀이다. 한약재인 강황쌀, 몸을 알칼리화해준다는 클로렐라쌀, 피부 미용에 좋다는 연잎 녹차쌀 등이 그렇다. 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홍국쌀도 있다.
진짜 천연 오색쌀도 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상이 지었지만 언젠가 사라져버린 오행미가 바로 그것이다. 오행미는 전남 벌교의 천하농사꾼이었던 강대인 씨가 살려냈다. 그가 개발한 벼 종자만 80여 가지나 된다.
오행미는 흰색의 백미, 황색의 현미, 붉은색의 적미, 푸른색의 녹미, 검은색의 흑미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백미, 현미야 그렇다 쳐도 적미, 녹미, 흑미는 귀하다. 이 다섯 가지 쌀은 오행의 원리와도 일치한다. 동(녹미), 서(백미), 남(적미), 북(흑미)과 중앙(현미)에 한 자리씩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흑미는 “신장과 당뇨에 좋다”고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다.
강씨는 올 1월 토굴에서 88일째 단식수련을 하다가 숨졌다. 그는 생전에 “1920년대 재래종 벼 품종이 수천 가지에 이르렀으나 요즘엔 350여 종밖에 살아남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요즘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선 고대미(米)가 인기다. 고대미는 오행미와 대동소이하다. 오행미에서 백미, 현미를 뺀 녹미(68%), 적미(25%), 흑미(7%) 3가지가 함께 들어 있는 맞춤쌀이다. 백미 7에 고대미 3 비율로 밥을 지으면 고소하고 차지다.
오행미든 고대미든 그 뿌리는 야생벼다. 야생벼는 박토(薄土)에서만 자란다. 비료를 주면 금세 죽는다. 검붉은 이삭에서 짙붉은 쌀이 나온다. 이삭마다 날카로운 수염이 있다. 생산량이 일반 벼보다 떨어지지만(50% 이하), 영양분은 훨씬 뛰어나다. 항산화 효과를 가진 폴리페놀 성분이 백미보다 200배나 많이 들어 있다.
맞춤형 품종개량 쌀도 40여 종이나 나와 있다. 오랫동안 교배를 통해 개발한 것이다. 다이어트 쌀, 당뇨 쌀, 성장촉진 쌀, 암예방 쌀, 혈압 낮추는 쌀, 단맛 나는 쌀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다이어트 쌀은 난소성 전분과 식이섬유 함량이 일반 쌀보다 4~5배 높다. 배가 쉽게 꺼지지 않고 배변을 원활히 해준다. ‘큰눈쌀’은 쌀의 눈이 일반 쌀보다 6배 정도 많아 성인병 예방에 좋다. 노화방지 성분이 많이 함유된 ‘흑설쌀’ ‘홍진주쌀’도 있다. 영안 벼는 어린이 뼈 형성에 좋은 라이신이 50~60%나 더 들어 있다. 필수아미노산이 30%나 더 함유된 하이아미 쌀은 성장 발육, 두뇌활동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