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비상! 한국 공군

醉月 2012. 10. 28. 07:25

날자 날자꾸나,

보라매여 공중급유기·한국형 전투기 무산…

독도, 이어도 영공방어에 구멍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SLAM-ER을 장착하고 출격하는 F-15K.

 

이명박 정부 말기 공군은 우울하다. 주력 전투기의 작전반경을 확대하려고 추진했던 공중급유기 도입 예산이 최근 전액 삭감됐다. 보라매사업이라고 부르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연구개발비도 예산에 반영하지 못해 ‘자주공군’의 꿈이 실현될 날은 더욱 멀어졌다. 장거리 공대지유도탄과 고고도 무인기 사업 예산도 감액됐다. 게다가 낡은 전투기를 대체할 차기 전투기(FX) 사업은 정치적 논란 속에 자칫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미사일지침 개정으로 중무장의 무인공격기 개발이 가능해진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공군은 속이 탄다. 답답하고 불안하다. 3군 전력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보다 강한 것이 공군이다. 하지만 미군 지원에 힘입은 정보 전력과 전투기 성능 등 질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양적으로는 전투기 수가 절반도 안 될 정도로 열세다.

 

각종 사업 줄줄이 예산 삭감

게다가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일본 순시선이 독도 주변 작전구역을 침범한 것이 올해만 71건이다. 지난달엔 일본 구축함에 탑재한 헬기가 독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입하기까지 했다.

중국 항공기는 올 들어 27회나 이어도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권투경기에서 대등한 실력이라면 10회가 지나서 승부가 날 것이다. 그런데 한국 공군이 일본 공군과 붙으면 1회전에 KO패 당할 것이다.”

공군본부 고위 장성의 탄식이다. 공군력을 평가하는 1차 잣대는 전투기 성능이다. 일본은 한국 최정예기인 F-15K와 성능이 비슷한 F-15J를 200대 보유하고 있다. F-15K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게다가 한국에는 한 대도 없는 공중급유기가 4대나 있다.

일본과 싸울 일은 없으니 쓸데없는 걱정 말라고? 미 공군이 지켜주니 욕심 부리지 말라고? 과연 그럴까. ‘국제사회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금언을 새삼 들먹일 것도 없다. 당장 독도를 보자. 극우 국가주의로 무장한 일본은 언제라도 대한민국 영토를 침략할 태세다. 독도 분쟁 시 미국이 중립을 지킴으로써 사실상 일본 편을 들 것이라는 예상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상식이다. 공군 작전사령부의 한 지휘관은 “한국의 국가이익과 미국의 국가이익이 충돌할 때 불편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戰은 정보와 항공전

이어도는 어떤가. 중국은 한국 관할권 안에 있는 ‘해양자원의 보고’ 이어도를 호시탐탐 노린다. 중국 정부는 올봄 “이어도는 중국 관할 해역으로,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 순찰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압도적인 해·공군력을 바탕으로 언제 어떻게 밀어붙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제정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동북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날 위험성이 높은 지역으로 독도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꼽았다.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이면 한국에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일본과 군사동맹 관계인 미국이 개입하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구경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평화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전쟁주의자들의 무모한 발상’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충돌, 그리고 이와 관련한 미국 항공모함의 위협적인 기동을 보면 결코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다.

물론 전쟁은 막아야 하고 일어나지 않는 게 좋다. 역설적으로 든든한 안보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공군력 강화에 대한 논의도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군은 미래전의 주역이고 공군력은 최대 전쟁억제수단이기 때문이다.

현대전의 전장은 기존의 육·해·공에서 우주 공간으로 확장됐다. 군사위성을 활용한 우주작전이 보편화됐다. 말할 것도 없이 우주작전의 주역은 공군이다. 과거 전쟁의 중심은 지상군이었다. 대량살상과 근접 전투, 전진과 후퇴를 되풀이하는 소모전이 지상전의 특징이었다.

하지만 걸프전, 코소보전, 아프간전, 이라크전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현대전 승리의 비결은 조기에 전장주도권을 확보해 적 지휘체계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이는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선 강력한 공군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군사전문가 김종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씨의 설명이다.

 

“과거엔 병력 위주 전쟁이었다. 하지만 현대전은 정보전과 항공전이다. 과거처럼 북한군이 탱크를 앞세워 부산까지 밀고 내려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을 3년간, 아니 3개월씩 끌 일도 없다. 상대방을 누가 초기에 압도적으로 제압하느냐가 관건이다. 지상군의 임무는 소규모 국지전과 접적 지역 전투, 혹은 점령 지역 안정화작전이다. 반면 전쟁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끝낼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은 공군력이다.”

 

개전 초기 압도적 전력으로 적을 응징할 수 있으면 전쟁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공군의 한 장성은 “북한군이 전선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안 밀리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는 우세한 공군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힘줘 말했다. 북한군의 침투축선에 공군화력을 집중시켜 진입을 원천봉쇄한다는 개념이다. F-15K 1개 편대(4기)의 화력지수는 육군 1개 사단 화력지수와 비슷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승패를 떠나 양쪽 다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승리보다 중요한 것이 억제다. 북한군 전력이 여전히 위협적인 이유는 우세한 병력 때문이 아니라 핵무기를 비롯해 유도탄, 장사정포, 생화학 무기 등 이른바 비대칭전력 때문이다. 이런 비대칭전력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차단할 수 있는 게 바로 공군력이다. 적의 기습도발을 방지할 수 있는 24시간 감시 및 정찰, 그리고 핵 시설이나 지휘체계를 원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정밀타격은 공군 몫이다. 막강한 공군력을 갖추면 북한의 도발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E-737 피스아이가 플래어(미사일 기만체)를 발사하는 광경(왼쪽). 합동정밀직격폭탄(JDAM)을 투하하는 KF-16.

 

한국형 전투기 사업의 중요성

포를 쏘면 포로 맞서고 미사일에는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은 효과적인 억제수단이 아니다. 서울과 평양에 각각 유도탄이 떨어지면 폭발력은 비슷하겠지만 피해 규모는 서울이 클 수밖에 없다. 공군의 첨단 정보전력을 활용해 사전에 공격 징후를 감지하고 전투기나 전폭기를 동원해 미사일 공격을 차단해야 한다. 수도권에 가장 위협적인 장사정포 공격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자주포나 다연장로켓포로 맞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서로 주고받는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때 전투기로 도발 원점을 섬멸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그래서다.

 

유사시 특정 군 위주의 작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각 군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효율적인 합동작전이 필요하다. 공군의 제공권 장악은 적에게 공포감을 안긴다. 공군은 또 막강한 화력으로 지상군과 해군의 작전을 지원한다.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환경도 공군력 증강의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일본은 최근 독도 순시와 센카쿠 열도 경비를 빌미 삼아 해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의 군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난 듯한 일본의 군사적 우경화는 동북아 평화를 위협한다. 1946년 미국 압력으로 제정한 일본의 ‘평화헌법’(헌법 9조)은 일본의 무력 보유를 금지하고 국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극우파가 점령한 일본 정부는 조만간 이 법을 개정해 군사대국의 길을 트려고 한다. 공군력과 관련해서는 우주기본법을 제정해 우주의 군사적 이용과 정찰위성 개발의 근거를 마련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미국을 위협할 만한 수준이다. 2007년부터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방예산을 쓰고, 지난 5년간 평균 국방비 증가율이 15%에 이른다. 전투기 수에서 일본을 압도하는 중국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공중급유기를 늘리는 등 우주공군의 위상을 갖춰가고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분명히 독도와 이어도에서 분쟁이 생길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그 전에 억제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억제능력을 갖추려면 당장 급한 것이 전투기다. 한국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400여 대 중 절반이 구(舊)기종인 F-4E, F-5다. KF-16과 F-15K가 디지털이라면 두 기종은 아날로그다. KF-16과 F-15K는 모든 설비와 장치가 자동화돼 있다. 반면 F-4E, F-5는 수동이다. 무장과 기동력 면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전투기의 일반 수명주기는 30년이다. 두 기종 모두 40년을 훌쩍 넘겼다. 두 기종은 매년 한 개 대대(10~20대)씩 공군에서 사라지고 있다. 원래 2015년까지 모두 퇴출한다는 것이 공군 방침이었다. 하지만 전력 공백을 메워줄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연기되는 바람에 2020년까지 늦춰졌다. 공군 고위 관계자는 “사람도 나이 들면 이것저것 검사할 게 많아진다.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정비사항이 2배 이상 늘어난다. 단종한 기종이라 부품 조달도 어렵다”며 답답해했다.

공군 측 얘기를 들어보면 차기 전투기 도입보다 시급한 것이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다. 국산 전투기 생산은 탐색개발비, 연구개발비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길게 보면 더 경제적이다. 무엇보다 운용유지비가 적게 든다. 직구매한 첨단 전투기를 30년간 운영하는 비용은 도입비의 3배 이상에 달한다. 획득비와 운용유지비를 더하면 자체 개발 비용보다 크다는 게 공군 측 계산이다.

 

공군력 독립과 전작권 전환

 

F-4E에 공대지미사일 AGM-142를 장착하고 있다.

 

또 우리 맘대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수출도, 수리도 우리 맘이다. 후속 군수지원도 원활하다. 그간 한국은 모든 전투기를 미국에서 직구매했다. 직구매하면 소유는 하되 운용을 맘대로 못 한다. 고장이 나도 핵심 부품을 건드리지 못한다. 미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생산의 경우 아무런 제약이 없다. 게다가 외국제는 부르는 게 값이다. 원하는 시기에 곧바로 구입할 수도 없어 전력화에 차질을 빚기 일쑤다. 대표적인 게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다. 2005년부터 도입을 시도했지만 미국이 튕기는 바람에 가격이 2배나 올랐다.

 

국산 전투기 개발로 얻는 가장 큰 소득은 국내 항공우주산업 발전이다. 세계 정상급인 조선과 자동차, 정보기술(IT)에 비하면 항공산업은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군만 보더라도 육군과 해군 무기는 국산화 비중이 꽤 높다. 반면 공군 무기체계의 종속성은 심각하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 무기 자립도는 10% 미만이다. 이대로 가다간 세세만년 외국에 기술적으로 종속한다”며 “애국적 견지에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노태우 정부 때 처음 거론한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적극 추진했던 한국형 전투기 사업을 이명박 정부에서 사실상 중단한 데는 미국의 집요한 견제 탓도 있다”고 분석했다.

 

공군의 자립은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다는 측면도 있다.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면 한국군 대장의 지휘 아래 단독 작전이 가능한 육·해군과 달리 공군은 미 7공군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지휘체계상 한국군 합참의장의 작전통제를 받지만 육·해군에 비해 운신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독자적으로 작전계획을 수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도 전작권 전환은 미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게 한국 공군의 소망이다. 가장 취약한 것이 정보, 감시, 정찰 능력과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 방어 능력이다. 하나같이 한국 공군력의 완전성을 갖추는 데 꼭 필요한 전력이지만 현재는 미군 자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물론 이런 첨단 전력을 갖추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미국 자산에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군 작전사령부 관계자는 “현재의 전력구조로는 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동맹이 깨지면 한국 공군은 올 스톱이다. 무엇보다도 눈과 귀가 답답해진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 김종대 씨는 “공군력 건설은 첨단 기술력과 더불어 과감한 예산 투자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면서 “다소 과도한 목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공군력을 지상군의 지원전력쯤으로 여기는 시각은 바꿔야 하며 항공작전의 독자성을 부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구한말을 연상케 한다. ‘마지막 외교수단’이라는 군사력은 예나 지금이나 국익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스스로 지킬 힘이 없는 나라는 망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주권 수호의 선봉인 공군은 더 높게 더 멀리 날아야 한다. “공군력이 독립할 때 비로소 진정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고 진정한 주권국가로 우뚝 설 것”이라는 공군장성의 말이 귓전에 울린다.

 

한·일·중 공군력은
전투기 절대 열세… 공중급유기 한 대도 없어


일본,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은 미래 위협이 아니라 현존 위협이다. 싸움이 벌어진다면 해·공군 간 국지적 전투로 시작할 개연성이 높다. 특히 독도와 이어도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 대응할 전력은 공군밖에 없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 공군의 전투력은 일본, 중국에 크게 뒤진다. 독도 문제로 일본과 충돌하면 한미연합전력은 무용지물이 될 개연성이 크다. 이어도 분쟁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의 막강 공군력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 공군의 열세는 몇 가지 지표로 간단히 확인된다. 일본 전투기는 600여 대다. 중국은 그 3배인 18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400여 대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최첨단 전투기 F-35를 곧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과 일본은 첨단 항공전력의 상징인 공중급유기를 각각 18대, 4대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 대도 없다. 최고급 정보자산인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전력도 열세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18대, 8대이고, 한국은 4대다.


공중급유기가 없으면 독도와 이어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전투기의 작전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행동반경과 체공시간이 제한되는 탓이다. 공군 작전사령부의 한 장성은 공중급유기 도입의 절박함을 이렇게 설명했다.
“연료냐 무장이냐의 딜레마다. 연료 대신 무장을 많이 하면 당연히 작전 효율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독도와 이어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주력 전투기인 KF-16조차 갔다 오기 바쁘다. 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료를 가득 채우고 완전무장을 한 KF-16은 독도 상공에서 10분가량 머물 수 있을 뿐이다. 초계는 가능하지만 교전은 힘들다는 얘기다. 교전을 못하는 전투기는 쓸모없다. 독도로 날아가 정상적인 작전을 할 수 있는 전투기는 F-15K밖에 없다. 그것도 고작 30여 분에 지나지 않는다.
공중급유기는 단순히 체공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투력을 배가한다. 전투기는 기체 내부와 외부에 연료통을 싣고 다닌다. 공중에서 재급유가 가능하면 외부 연료탱크를 떼고 무장을 추가할 수 있다. 그럼 한 번 출격으로 장시간 작전수행이 가능하며 다수의 표적을 공격할 수도 있다. 우리와 비슷한 국력을 가진 이스라엘, 터키, 싱가포르가 공중급유기를 각각 9대, 7대, 5대씩 보유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즉각 완벽한 영공 수호…

어떤 경우든 살아남는다”

<현장 취재> 오산·청주·대구 비행기지에서 만난 조종사들

영화관 스크린처럼 커다란 전광판에 수많은 점이 은하계 별처럼 반짝거린다. 한반도와 인근 상공에 떠 있는 전투기, 민항기 등 모든 비행체의 항적이다. 초록색으로 반짝거리는 것은 한국 공군기고 빨간색은 북한, 푸른색은 미군기다. 점들은 시시각각 변한다.

 

여기는 한국 공군의 모든 작전을 지휘하는 항공우주작전본부(KAOC). 경기 평택에 있는 이른바 오산 기지 내 공군 작전사령부의 핵심 시설이다. 오산 기지는 한국 공군과 주한미군의 합동 기지다. 한국 군부대로는 작전사령부 예하에 방공포병사령부, 북부전투사령부, 제30방공관제단이 있다. 미군은 7공군사령부가 포진해 있다. 전시에는 7공군사령관이 한미연합공군사령부를 지휘하게 된다.

 

항공우주작전본부는 한미연합체제다. 중앙 통로를 기준으로 왼쪽엔 한국군, 오른쪽엔 미군이 근무한다. 이곳에서 한·미 공군 지휘부는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한국전투작전정보센터(KCOIC)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정보를 토대로 작전계획을 세우고 출동 및 공격 결정을 내린다.

중앙방공통제소는 공군의 눈이다. 공군의 모든 지상 레이더와 공중 레이더에서 잡히는 신호가 이곳에 집합한다. 이곳에선 공중감시, 식별, 전술조치, 요격관제 네 파트로 나눠 근무한다. 미 공군도 한 파트를 차지한다. 콘솔 화면에 떠 있는 특정 비행체를 마우스로 찍자 고도와 속도, 경로, 국적 정보가 한번에 나타났다. 일본 남부와 중국 동남부 일부 지역 비행체의 항적도 잡혔다.

 

팬텀에 대한 애정

기자가 방문한 9월 21일 오후 1시, 한반도 상공에 떠 있는 한국 공군기는 80대 안팎이었다. 반면 북한 공군기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공군은 비행을 많이 하지 않는다. 기름을 아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9월 25일 가장 오래된 전투기 F-4E가 있는 청주 기지를 찾았다. 청주 기지엔 17전투비행단과 29전술개발훈련비행전대(29전대), 6탐색구조전대 등이 있다. 17전투비행단 예하 항공작전전대는 F-4E 3개 비행대대로 구성됐다. 항공작전전대장 강봉수 대령에 따르면, F-4E 퇴역 결정은 기체 노후화와 부품 재고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다. 자동화된 F-15K, KF-16과 달리 F-4E는 비행 중 문제가 생기면 조종사가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소령 4년차인 한 조종사는 “비상처치 체크리스트 수십 가지가 조종사들에겐 늘 부담”이라고 말했다.

 

주무기 AGM-142 공대지미사일은 아직도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대사거리 100km에 표적거리 1m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전투비행대대장이자 교관인 김원태 중령은 “팬텀(F-4E의 별칭)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말했다. 1992년 임관한 그는 20년 가까이 팬텀을 탔다.

“도입 당시 팬텀을 탔던 조종사들은 자부심이 크다. 무장탑재 기능과 엔진 출력은 최신 기종에 뒤지지 않는다. 팬텀 조종사는 어떤 경우든 살아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비상대기실을 찾아가 정비사와 무장사들을 만나봤다. 이들의 최종 점검을 거치지 않고는 어떠한 전투기도 뜰 수 없다. 이모 준위는 “노후화한 항공기를 최신 기술로 최선을 다해 정비한다”고 말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이들은 지난봄 북한군 도발이 예상되던 꽃게철에 몇 달 동안 24시간 비상대기체제를 유지하기도 했다. 공군 전투기는 한 해 평균 1.5대가 추락한다. 사고 요인으로는 기체결함, 기상 악화, 인적 요인이 꼽힌다.

 

2개 대대로 구성된 29전대는 전술훈련과 전술개발을 하는 부대로 오산 작전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조종사들은 여기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일선에 재배치된다. 교육과정으로는 고등전술, 전술무기, 제공훈련이 있다. 가상 전투훈련에서는 교관이 탄 비행기가 적기 노릇을 한다. 전대장 안덕신 대령은 “이곳 조종사들은 ‘교관을 가르치는 교관’이라는 자부심으로 충만하다”고 말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중 훈련 장면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후 격납고로 이동해 전투기들을 살펴봤다. F-4E 조종석은 각종 스위치 수십 개가 있어 복잡했다. F-5는 F-4E에 비해 길이가 짧고 폭도 좁았다. 조종석이 좁고 불편했다. 두 기종은 조종사 두 명이 앞뒤로 나눠 타는 복좌형이다.

 

F-15K에 공대지미사일 SLAM-ER을 장착하는 병사들.

 

9G를 견뎌내는 조종사

단좌형 KF-16은 무척 날렵해 보였다. 좌석 아래에 생환(生還)용품세트가 들어 있다. 물, 음식, 보트, 라디오…. 문득 조종사는 참 외로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막한 창공에서 작은 비행체에 운명을 맡긴 채 혼자(혹은 둘이) 모든 걸 해내야 하다니. 집단으로 움직이는 육군이나 해군에 비해 외로움도, 두려움도 클 듯싶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고 용기도 남다르겠지만.

 

9월 26일 대구 기지에 들어서자 천지를 울리는 굉음이 일었다. 대구 기지의 주력은 한국 공군의 최정예기 F-15K. 11전투비행단 항공작전전대장 윤재훈 대령은 “신기종일수록 기능이 복잡해 조종사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아날로그 항공기에 비해 심리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2006년 6월 F-15K 한 대가 야간훈련 중 추락해 조종사가 순직했다. 사고 원인은 G-LOC (Gravity-induced Loss of Consciousness). G-LOC은 조종사가 과도한 중력을 이기지 못해 의식을 잃는 현상이다. F-4E와 F-5 조종사가 받는 최대 중력은 7G다. KF-16과 F-15K는 9G까지 올라간다. 그만큼 기동성이 좋다는 얘기다. 빠르게 기동할수록 중력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급회전할 때 운전자가 받는 압력이 2G 정도다. 자기 몸무게의 9배 중력을 느끼는 9G 상태에서는 숙련된 조종사도 실핏줄이 터진다고 한다.

 

F-15K는 한국 전투기 중 가장 크고 가장 넓다. 가장 빠르고 가장 높이 올라간다. 엔진출력도 가장 크고 무장도 가장 많이 싣는다. F-15K는 복좌형이므로 조종사 2명이 탄다. 전방석에서는 조종과 비행을 맡고, 후방석에서는 무장과 탑재장비를 운용한다. 조종석에 앉아보니 다른 전투기보다 훨씬 편안하다. 구기종과 달리 각종 기기를 스위치가 아닌 버튼으로 작동한다. 모니터에 있는 버튼만 20개가량 된다.

F-15K의 무장은 구형 전투기의 10배 이상이다. 대표적 무장은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SLAM-ER(AGM-84H)과 합동정밀직격폭탄 JDAM이다. SLAM-ER은 최대사거리가 270km에 이르고 표적거리 3m 이내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JDAM은 인공위성에서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받아 24km 내에 있는 목표물을 10m 안팎의 정확도로 폭격한다.

 

조종사 헬멧을 써보는 기자. 오른쪽은 11전투비행단 항공작전전대장 윤재훈 대령.

 

독도까지 날아갔다 연료 걱정

F-15K가 목표물을 추적하는 방법은 레이더와 HUD(Head-up Display·전방비행정보시연장치), JHMCS(Joint Helmet Mounted Cueing System·헬멧장착조준장치) 세 가지다. HUD는 조종석 앞 투명 칸막이에 표적 정보가 자동으로 뜨는 장치다. JHMCS는 조종사가 쓴 헬멧에 표적이 나타나고 조종사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무기를 쏠 수 있도록 해주는 첨단장비다.

전투비행대대장 이진욱 중령은 “임무는 (구형 전투기와) 비슷하지만, 최신 무기가 많고 공부할 게 많다”고 말했다. 이 중령은 2009년 탑건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우수한 조종사다. 탑건은 비행능력과 훈련, 사격기량 등 모든 임무에서 그해에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조종사를 일컫는다. 이 중령은 8월 개봉한 공군 영화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비상대기실에 들러 조종사들과 얘기를 나눠봤다. 차기 전투기 선정에 대해 한 조종사는 “어떤 기종이든 요구조건만 맞으면 상관없다”고 말했다. “상호운영성만 따지면 F-35보다 F-15SE가 나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F-15SE 제작사는 F-15K를 만든 보잉사다. 한 조종사는 “높이 올라가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술만 정확히 인지하면 아무런 위험도 느끼지 않는다”며 웃었다. 그는 “기체 안전성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안전장치가 나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공군 조종사 가운데 F-4E, F-5, KF-16, F-15K를 모두 타본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윤재훈 전대장은 모든 전투기를 섭렵한 베테랑이다. 윤 전대장에 따르면 수동조작을 하는 F-4E나 F-5는 조종사의 육감이 중요하다.

반면 KF-16이나 F-15K는 정밀한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대구 기지에서 발진한 F-15K가 독도 상공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최대속력으로 가면 반 이하로 줄일 수도 있다. 문제는 날아가는 게 아니라, 얼마나 머물 수 있느냐다. 최고 기량을 지닌 조종사들이 최고 전투기를 타고 독도까지 날아갔다가 연료 걱정에 되돌아갈 생각부터 해야 하는 건 서글픈 일이다.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미군 도움을 받으면 된다면서 공중급유기 도입이나 한국형전투기 사업을 언제까지나 미루는 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자주국방이나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들먹일 것도 없다. 작전 효율성뿐 아니라 조종사들의 사기와 안전성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 그것은 세계적으로 도태된 낡은 기종에 목숨을 맡긴 채 영공 방어에 최선을 다하는 조종사들에게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배려다. 유사시 독도와 이어도로 날아가 주권 수호의 선봉에 설 조종사들에 대한 국민적 격려와 응원이기도 하다.

 

노후화·수량 부족... 정밀유도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공군 

SIPRI 자료로 짚어 본 한국 공군 '주먹'의 현실

영공 방위의 중추인 공군의 절박함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잦은 항공기 추락사고가 말해주듯 공군은 당장 영공을 수호해야할 전투기가 부족해 퇴역 시기가 지난 전투기를 울며 겨자 먹기로 운용하고 있다. 비싼 가격 때문에 정밀유도무기 사격은 일 년에 몇 발로 제한되고 수량도 부족해 전면전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과연 공군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홈페이지에 공개된 한미 간 무기거래내역을 근거로 공군의 전력 현황을 짚어봤다.

작년 2011년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장수 전 새누리당 의원은 공군의 정밀유도무기 보유량이 부족하다며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것을 강조했다. 당시 김 전 의원이 공군에게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군이 보유한 정밀유도무기인 GBU-24, GBU-31 JDAM 등의 작전 가능 일수는 불과 3일에서 10일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의원은 정밀유도무기의 전시 보유 목표량은 최소 30일로 현재 중기 국방계획에 반영된 물량을 확보하더라도 대부분의 정밀유도무기 보유량은 부족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당시 2012~2016 국방 중기계획에 반영된 공군 정밀유도무기사업의 총사업비는 1조 원 정도였지만 항공기 공중전력사업의 총사업비는 8조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나 전투기 대수와 정밀유도무기 보유량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밀유도무기 보유량은 군사기밀로 취급돼 정확한 수치가 공개된 바 없다. 언론 보도를 살펴봐도 2006년 10월 당시 JDAM 100여 발이 국내 배치됐다는 공군의 언급은 있었지만 이후 총 몇 발이 도입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2009년 5월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JDAM의 도입 목표수량을 1,000여 발에서 1,450여 발로 늘리겠다는 발표가 나온 적은 있다. 

스웨덴 정부 외교정책연구소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전세계 무기거래에 대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과 미국이 그 동안 거래해 온 무기에 대한 기록도 1950년부터 2011년까지 남아있다. SIPRI를 통해 그 동안 한국 공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무기를 모두 찾아봤다. SIPRI 자료는 미 행정부의 공개 자료를 근거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백퍼센트 정확한 신뢰도를 갖고 있지는 않다. 다소 정보가 부족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참고 수준에서만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장 정확한 정보는 공군만이 알고 있다. 공군 측은 SIPRI 자료에 나온 수치 확인 요청에 “해당 내용은 군사비밀 2급에 해당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턱없이 부족한 JDAM 보유량

한국 공군이 주력으로 운용하는 공대지 정밀유도무기는 대부분 미국산이다. SIPRI 데이터베이스에 남아있는 무기들을 위주로 살펴보면 7종의 정밀유도무기를 찾을 수 있다. 먼저 공대지 유도무기부터 살펴보자. 공대지 유도무기는 대부분 수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공군에서는 노후화 돼 사용이 불가능한 유도무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도입한 지 30년이 지난 무기도 있어 우려가 된다.

한국 공군이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도입한 공대지 유도무기는 AGM-65 메버릭 계열이다. 1980년부터 1983년까지 200발, 1997년부터 1998년까지 127발, 2003년 3발, 2010년 35을 도입해 총 365발을 도입했다. SIPRI 자료에는 90년대와 2010년 도입한 메버릭이 AGM-65G 계열이라고 명시돼 있다. 80년대에 도입한 200발은 1977년에 주문된 것으로 보아 적외선이 아닌 초기형 TV유도 방식으로 추정되는데, 이 방식을 사용하는 메버릭의 최대 사정거리는 8킬로미터에 불과하다. 적외선 유도로 목표를 타격하는 AGM-65G는 사정거리가 25킬로미터에 이른다. 그러나 G형은 총 162발에 불과해 수량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초기형 200발도 도입된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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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많이 도입된 공대지 무기는 보잉에서 제작한 GBU-31 JDAM이다. JDAM은 2006년에 14발,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280발이 도입돼 총 294발을 보유하고 있다. JDAM은 소위 ‘바보폭탄’이라 부르는 재래식 폭탄에 장착하는 유도키트로 한국 공군은 GBU-31을 운용 중이다. 사정거리는 27킬로미터이고 탄두중량이 900킬로그램에 달해 상당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공산오차가 10미터 안팎에 불과해 상당한 정밀도를 지닌 무기로 평가받는다.

원래 F-15K에서만 운용이 가능했지만 작년 2월 공군이 KF-16의 JDAM 연동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이제는 KF-16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 한 공군 조종사 출신 예비역은 JDAM 보유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언론 보도에 JDAM의 명중률이 높은 것으로 나오긴 했지만 294발 밖에 없는 상황은 심각하다”며 “최소한 1,000발 이상은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많은 보유량을 가진 미사일은 AGM-88 함(HARM)이다. 함은 적 레이더의 신호를 추적해 폭격하는 대레이더 미사일이다. 함은 1994년에 40발, 1997년과 1998년에 걸쳐 132발이 도입돼 총 172발을 보유중이다. 최대 사정거리는 90킬로미터다. F-16 계열과, F-15K에서만 운용이 가능하다. 함은 아직 특별한 문제가 발견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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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AM은 지상 타격에 중요한 무기지만 수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 USAF

더 심각한 SLAM-ER 보유량

네 번째 보유량을 가진 공대지 무기는 AGM-142A 팝아이-1이다. 로비스트 린다 김이 들여온 무기로 유명하다. 팝아이는 이스라엘 라파엘사와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공동 개발한 공대지 미사일로 2002년 총 100발이 도입됐다. 최대 사정거리가 110킬로미터에 육박해 도입 당시 북한이 운용 중인 사정거리 250킬로미터 S-200을 제외한 모든 방공 미사일을 공격할 수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까지 퇴역할 노후 기종 F-4E에만 장착이 가능해 운용에 제약이 따른다. 또한 지난해 6월 실시한 실사격에서 3발 중 2발이 추진체 배터리가 작동하지 않아 추락하면서 운용상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공군은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예산을 반영해 배터리를 전량 교체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향후 실시할 팝아이 수명평가에서 추가 이상이 발견될 경우 새 정밀유도무기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05년 도입한 GBU-12 페이브웨이2는 모두 50발이 들어왔다. 페이브웨이2는 레이시온과 록히드 마틴이 생산중인 레이저 유도 폭탄으로 일반 폭탄 Mk82에 레이저 유도 시커와 유도 날개를 부착한 무기다. 사정거리는 14km에 이른다. SIPRI 자료에는 없지만 현재 공군은 GBU-24도 운용 중이다. 

공군이 운용하는 정밀유도무기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AGM-84H 슬램이알(SLAM-ER)은 보유량이 JDAM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한 발당 가격이 17억 원 이상으로 알려진 슬램이알은 비싼 도입가 때문인지 2006년에서 2008년에 걸쳐 총 47발만이 도입됐다. 최대 사정거리가 280킬로미터에 육박해 북한이 두 개 포대를 운용 중인 사정거리 250킬로미터 S-200을 무시한 채 핵심목표를 타격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전력이다. 그러나 도입 수량이 턱없이 부족해 F-15K에 두 발씩 장착했을 때 훈련으로 소진된 물량을 고려하지 않아도 23대 정도가 한 번 출격할 양밖에 없다. 비싼 가격 때문에 실사격 훈련이 부족해 명중률도 겨우 50%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팝아이 추락 당시 슬램이알 한 발도 발사 직후 추진체 이상으로 의심되는 문제 때문에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틀 뒤 실시한 재훈련은 발사에 성공했다고 한다.  

한편 보잉의 AGM-84L 하푼 공대함 미사일도 수량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SIPRI 자료에는 총 세 차례에 걸쳐 하푼을 도입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1995년에서 1998년에 걸쳐 도입한 하푼은 P-3C 해상초계기용으로 표시돼 있다. 2007년에서 2008년에 걸쳐 도입한 26발의 하푼 중 전투기용 AGM-84L은 20발이고 나머지 6발은 잠수함용인 UGM-84다. 2010년 도입한 9발은 모두 전투기용인 AGM-84L이다. 실질적으로 전투기에서 운용하는 하푼은 모두 26발에 불과한 것.

그러나 앞서 JDAM 수량 부족을 지적했던 공군 조종사 출신 예비역은 “북한 해군은 한국 해군이 충분히 격파할 수 있는 수준이라 공대함 임무는 공대지 임무에 비해 중요하지 않아 보충이 시급한 무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독도나 이어도 분쟁 등을 고려해 향후 충분한 수량을 보유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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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15K에 장착 가능한 항공 무기체계. 한 가운데 슬램이알이 보인다. © 공군본부
 
공대공은 충분한 편이지만…

공대공 미사일은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9 사이드와인더 계열의 경우 총 도입량이 3020발로 공대지 무기에 비해 넉넉한 편이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7 스패로우 계열은 596발, AIM-120계열은 600발이 도입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면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사이드와인더 계열을 살펴보자. SIPRI 자료 상에는 한국이 AIM-9계열 중 J, L ,P, X 네 종을 들여온 것으로 나와 있다. 1974~1977년 F-5E용 AIM-9J 733발, 1978~1981년 F-5E용 AIM-9L 600발, 1982~1986년 F-5E 및 F-4E용 AIM-9L 680발, 1990~1991년 AIM-9P 500발, 1998~1999년 AIM-9L 300발, 2006~2007 F-15K용 AIM-9X 105발, 2010~2011 AIM-9X 102발 등 총 3,020발을 도입했다. 최신형 AIM-9X를 기준으로 사이드와인더의 최대 사정거리는 40킬로미터 정도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가운데 2,013발이 도입된 지 30년이 지나 노후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AIM-7M 기준 최대 사정거리가 70킬로미터인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스패로우 계열도 마찬가지다. 공군은 1979년 AIM-7E 스패로우 미사일을 341발 도입한 뒤 1989~1990년 AIM-7F 76발, 1992~1993년 AIM-7M 179발, 1997년 AIM-7M 40발 총 636발을 도입했다. 다른 미사일들은 문제없는 것으로 보이나 1979년 도입한 341발은 도입한 지 30년이 넘어 노후화가 우려된다. 한편 공군 측은 공대공 미사일도 공대지 유도무기와 마찬가지로 노후화돼 사용이 불가능한 미사일은 없다고 밝혔다.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암람은 사정이 가장 낫다. 암람은 AIM-120A와 B계열이 최대 80킬로미터, C계열이 최대 105킬로미터 정도의 사정거리를 가지고 있다. 총 600발이 도입된 것으로 나와 있는 AIM-120계열은 모두 1998년 이후 도입돼 노후화 문제는 없다. 1995년 F-16계열용으로 AIM-120A 88발이 도입됐고 1998년 같은 미사일이 190발 더 들어왔다. 2000년에는 향상된 AIM-120B가 100대 들어왔고 2011년까지 AIM-120C가 222발 추가돼 암람 계열 미사일은 총 600발을 보유하고 있다. 공군 조종사 출신 예비역에게 공대공 미사일 보유량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니 “전체 보유량은 다소 부족하나 공대지보다 나은 상황이고 전투기 대수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에 전투기 대비 미사일 보유량은 균형을 맞춰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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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무기체계 외에도 SIPRI 자료에는 KF-16에 장착된 랜턴(LANTIRN) 포드 도입 수량도 공개돼있다. 공군은 1998년~2000년에 걸쳐 AN/AAQ-13 네비게이션 포드 20대와 AN/AAQ-14 타게팅 포드 20대를 도입했다. 공군이 무단 분해했다가 한미 양국 간 군사외교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던 F-15K용 타게팅 포드 타이거 아이는 2005년~2008년에 걸쳐 40대를 도입했다. 2011년 계약을 체결한 F-15K용 신형 타게팅 포드 AAQ-33 스나이퍼는 아직 인도된 물량이 없다. SIPRI 자료에는 2013년부터 인도가 시작될 것이라고 적고 있다. 

전투기·무기 부족 이중고 시달리는 공군

한 동안 국내 국방 이슈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던 차기 전투기 사업은 과도하게 급박한 일정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시험평가가 종결돼 막바지 협상에 돌입한 차기 전투기 사업은 공군이 가장 절박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전투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탈출구다. 공군참모총장이 “어떤 기종이라도 좋으니 연기만은 안 된다”는 말을 할 정도로 공군은 절박하다. SIPRI 자료를 토대로 현재 공군의 전투기 현황을 짚어보자.

SIPRI 자료에 따르면 공군은 지금까지 F-4, F-5, F-16, F-15계열의 전투기 768대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했다. 이 가운데 수명이 30년을 넘긴 기종은 F-4 계열이 84대, F-5계열이 278대로 총 362대에 이른다. 물론 이미 도태된 전투기가 대부분이다. 공군에 현재 운용 중인 전투기 현황을 질문하자 F-5A 73대, F-5B 40대(5대 필리핀 공여)가 도태돼 운용하지 않고 있으며 F-4계열은 2010년 6월 마지막 F-4D 대대가 해편해 현재는 청주 17전투비행단에서 F-4E 3개 대대만 운용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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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4E는 한때 명성을 떨친 전투기지만 한국 공군을 떠날 시기가 지난 지 오래다. © 공군본부

또한 공군은 2019년까지 남은 F-4E와 F-5E/F를 모두 퇴역시킬 예정이며 F-5 계열 중 가장 최신형인 제공호는 기골 보강을 통해 2023년까지 운용할 계획이다. 제공호는 1979년부터 1986년까지 모두 68대가 생산됐다. 최신 기종인 F-15K 60대와 KF-16 135대, F-16C/D 35대는 아직 아무 문제없이 운용하고 있다. KF-16은 앞으로 개량 사업을 통해 더욱 향상된 성능을 발휘할 예정이다. 그러나 조종사들이 믿고 탈 수 있는 전투기가 불과 230여 대밖에 되지 않아 심각한 전력 공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차기 전투기 사업은 이런 암울한 현실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전투기만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투기가 있어도 적을 때릴 ‘주먹’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공군에 보유 중인 항공 무기체계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는지, 부족하다면 전시에 이를 충당할 방법은 있는지 질문했지만 “답변 내용이 전시작전계획과 연관돼 있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공군 예비역 장성은 같은 질문에 “전시에는 긴급전시구매 방식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적절한 보유량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