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백거이[白居易]
醉月
2010. 8. 13. 08:50
임금은 백성의 아픔 함께 아파할 줄 알아야...
백거이란 인물은 풍류시와 한적시&8231감상시로서 이백&8231두보와 더불어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한국&8231일본에까지 널리 전해진 시인이다.
그의 시는 글자가 어렵지 않고 읊조리기가 쉽기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좋아한다. 나아가 그의 문학이론에 부합하는 풍유시는 서민들의 아픈 곳을 긁어줄 뿐만 아니라 그의 감상시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여 천고에 전하는 명시가 되었다.
시인은 당(唐)이 흥성한 전성기를 막 지난 혼란한 시대상을 드러내던 시기에 살면서, 시대의 아픔을 고발하고, 감정을 예찬하여 여인네의 아픔을 동정하였으며, 나아가 은거에 가까운 삶을 영위하면서 개인적인 도(道)의 수양과 취미를 추구한 독특한 이력의 시인이다.
필자가 그의 시를 읽다보면 조선시대 황희정승이 취한 노년시기의 처세태도가 떠오른다.
아마도 그의 시가 44세를 전후하여 풍격이 완전히 상반되고, 나아가 그가 보여준 노년시기의 이력은 바로 황희정승의 모습을 보는 듯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시작(詩作)은 44세 강주(江州: 지금의 江西省 九江市)사마(司馬)로 폄적된 것을 분기로, 그 이전은 ≪孟子&8231盡心上≫에서 말한 ‘達則兼濟天下’를, 그 이후는 ‘窮則獨善其身’을 몸소 실천하였다.
그런데 백거이의 이력을 보면, 그가 ‘궁(窮)’하게 된 경우의 정도, ‘獨善其身’할 때의 장소와 상황에 대해 약간 고개가 갸우뚱하게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강주이후 다시 높은 관직으로 나아갔지만 전반기와는 달리 조정과 세상사에 눈과 귀를 완전히 닫아버린 그의 처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기선 잠시 그의 문학이론과 풍유시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그가 친구 元에게 보낸 편지 <여원구서(與元九書)>에서, 육경 중 ≪시경(詩經)≫을 첫 번째로 둔 것은 ‘황제는 시로써 시정을 관찰하고, 신하는 노래로써 백성의 감정을 풀어낸 점’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임금을 위해&8231신하를 위해&8231백성을 위해&8231사물을 위해&8231사건을 위해 시를 지었지, 시 자체를 꾸미기 위해 시를 짓지 않았다.(爲君&8231爲臣&8231爲民&8231爲物&8231爲事而作, 不爲文而作也.)”(<新樂府序>)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문의 글자가 어려워서는 안되기에, 송대(宋代) 스님 惠洪이 편찬한 ≪냉재야화(冷齋夜話)≫에서 “백거이는 시를 한편 지으면 노파에게 들어보게 하여, 그녀가 이해하면 그대로 사용하였고 이해하지 못하면 시구를 다시 고쳤다.”고 하는 고사가 전한다.
이러한 시작정신 아래, 그는 진중음(秦中吟)10수와 <신악부(新樂府)>50수 등을 남겼다. 이 풍유시 속에는 황제를 막론하고, 권귀자, 법관, 탐관오리를 고발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궁녀, 기녀, 숯쟁이, 농부 등 사회의 약자가 겪는 고통을 헤아렸는데, 그의 애민정신이 바탕을 이루고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중부(重賦)>
……
奪我身上暖(탈아신상난), 우리 백성들이 누리는 따뜻함을 빼앗아,
買爾眼前恩(매이안전은). 당신의 눈앞에 보이는 은총을 사려는 것인데,
進入瓊林庫(진입경림고), 천자의 경림고에 넣어두니,
歲久化爲塵(세구화위진). 오랜 세월에 썩어서 먼지가 되었네.
<상택(傷宅)>
……
廚有臭敗肉(주유취패육), 부엌에는 고기 썩는 냄새,
庫有貫朽錢(고유관후전). 창고에는 녹슨 돈.
……
如何奉一身(여하봉일신), 어째서 자신의 한 몸만을 받들어,
直欲保千年(직욕보천년): 천년의 세월을 편안하려고 하는가?
……
<경비(輕肥)>
意氣驕滿路(의기교만로), 교만으로 기세 등등한 거리,
鞍馬光照塵(안마광조진). 광채가 빛나는 말 먼지를 일으킨다.
借問何爲者(차문하위자), 왠 사람인지 물으니,
人稱是內臣(인칭시내신). 내신이라고 말하네.
朱&32049皆大夫(주불개대부), 붉은 인수끈은 찬 사람은 모두 대부고,
紫綬或將軍(자수혹장군). 자주색 인끈을 찬 사람은 장군이겠지.
誇赴軍中宴(과부군중연): 으시대며 군중의 잔치가는 길,
走馬去如雲(주마거여운). 구름처럼 말을 달리네.
尊&32589溢九&37278(존뢰일구온), 술잔과 술독에는 술이 넘치고,
水陸羅八珍(수륙라팔진). 육지와 바다의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果擘洞庭橘(과벽동정귤), 과일로는 동정의 귤을 까서놓고,
膾切天池鱗(회절천지린): 회는 천지의 생선을 회로 쳤다네.
食飽心自若(식포심자약), 배불리 먹으니 마음이 편하고,
酒&37219氣益振(주감기익진). 술이 거나하니 의기가 더욱 돋아나네.
是歲江南旱(시세강남한), 올해 강남에는 한발이 들어,
衢州人食人(구주인식인). 구주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먹었다네.
<가무(歌舞)>
……
日中爲樂飮(일중위락음), 대낮부터 음주환락을 벌여,
夜半不能休(야반불능휴). 한밤중에도 그칠 줄을 모른다.
豈知&38335鄕獄(개지문향옥), &38335땅 마을의 감옥,
中有凍死囚(중유동사수). 갇혀있던 죄수가 얼어 죽은 사실을 어찌 알리오.
<두릉수(杜陵&21471)>
……
白麻紙上書德音(백마지상서덕음), 조서를 적은 하얀 종이에 은덕을 베풀어,
京畿盡放今年稅(경기진세금년세). 경기지방은 올해 세금을 면해주셨네.
作日里胥方到門(작일리서방도문), 어제 마을의 관리가 돌아와,
手持尺牒&29267鄕邨(수지척첩방향촌). 손수 편지를 가져와 마을의 방을 내걸었다.
十家租稅九家畢(십가조세구가필), 조세를 바칠 열 집 중 아홉 집은 이미 바쳤으니,
虛受吾君&34866免恩(허수오군견면은). 조세를 면제해주신 우리 임금의 은총은 허사구나.
이들의 시가 어찌 구태의연하다고만 할 것인가?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했으니, 이 시들을 읽다보면 임금된 자와 관리된 자들은 적어도 백성의 아픔을 함께 아파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런데 강주사마로 폄적된 이후, 풍유시 <불치사(不致仕)>에서 눈이 어두워져 공문서를 보지 못해도 관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것을 풍자하던 그가 관직을 차지하고 “관직에서 물러난 듯 그 자리를 차지한 듯, 바쁘지도 않고 한가롭지도 않네. 마음과 힘을 기울이지도 않고, 배고픔과 추위를 면하네, 한해가 끝나도 공무가 없지만, 다달이 봉록을 받네.(似出復似處, 非忙亦非閑. 不勞心與力, 又免饑與寒. 終歲無公事, 隨月有俸錢.)(<中隱>)라고 하였고, 연락에 빠져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거나 옥중의 죄수가 죽은 줄도 모르는 관료의 향음무도를 풍자하던 그가 “본성이 술을 좋아하고, 거문고와 시문에 빠졌다. 술친구와 거문고친구&8228시객(詩客) 들과 함께 논다.”(<취음선생전(醉吟先生傳)>)라고 하였다.
보기에 따라 이율배반적이고,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인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사상경향과 처세가 왜 이처럼 완전히 상반되었을까? 도대체 백거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강주사마로 폄적된 사건이 그의 인생을 이토록 전환시킬 만한 것이었는가? 백거이가 강주로 폄적된 사건을 잠시 살펴보자.
800년(29세) 진사에 급제, 803년(32세) 교서랑(校書郞), 806년(35세) 주질현위(&30441&21396縣尉), 807년(36세) 집현교리(集賢校理)&822811월에 한림학사(翰林學士), 808년(37세)에 좌습유(左拾遺), 810년(39세)에 京兆戶參軍, 811년(40세) 모친상&8228딸 금란(金&38014) 요절, 814년(43세) 태자좌찬선대부(太子左贊善大夫), 815년(44세) 강주사마 폄적, 818년(47세) 충주(忠州)자사……
815년 그가 태자좌찬선대부로 있을 때, 재상 무원형(武元衡)이 치청평로(淄靑平盧)절도사 이사도(李師道)가 보낸 자객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어사중승 배도(裴度)가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모두들 함구하고 사건이 진정되기를 바랐지만 백거이가 나라의 수치(國辱)라고 여겨서 범인을 체포하여 국치를 씻어야 한다고 상소했다.
그런데 조정에서는 오히려 백거이에게 죄를 씌웠는데, 백거이는 좌습유가 아님에도 직언을 하였기에 월권행위로 여겼으며, 또한 ≪舊唐書&8231白居易傳≫을 보면, 평소 백거이를 싫어하던 자가 그의 모친이 꽃을 감상하다가 우물에 빠져 죽었는데 백거이는 <賞花>&8231<新井> 등의 시를 써서 名敎를 헤쳤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강표(江表)자사’로 폄적되었지만 중서사인(中書舍人) 왕애(王涯)가 또한 백거이의 죄상은 군(郡)을 다스리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강주사마로 제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상소하여, 결국 강주사마로 폄적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3년 뒤에 친구 崔群의 도움으로 청주자사로 가게 되었다.
이 일련의 사건에서, 그가 3년간의 좌습유 뒤에 아주 잠깐 경조호참군을 지냈으며, 모친상을 치른 뒤에 태자좌찬선대부에 임명한 일에 주목해야 한다. 백거이가 좌습유로 가기 전에 이미 시로써 명성이 있었고, 헌종이 그를 좌습유로 기용한 것은 그를 통하여 세상의 풍기를 듣고 싶었겠지만 그의 책림(策林)과 풍유시가 황제를 가리지 않음으로 인해서 점점 역린을 건드린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그런데 오로지 황제와 사직을 걱정하고, 애민 사상에 투철한 백거이로서는 정계의 교활한 암투를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경조호참군으로 밀려났을 때 이러한 정치적인 변화를 깨달았어야 했다. 그런데 정치적 기반이 전무한 그가 짧은 시간에 비록 실권은 없지만 황제 곁에서 직언을 전하는 자리에 올랐으니, 오로지 국가사직과 백성들의 안위만을 걱정했을 터였다.
그런데 정치가 어디 그런가? 그가 경조호참군으로 밀려났을 때도 황제의 총애가 아직 남아있음을 고마워해야 했을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철촌살인하는 그의 풍유시를 읽고 난 임금된 자가 백거이의 성심을 이해할 것 같으면, 성군에 다름 아닐 것이다. 여기서 잠시 이와 관련된 고사를 보자.
한번은 헌종이 환관을 통수(統帥)로 삼은 것을 보고 이를 간하여 저지하자, 헌종이 화가 나서 재상 이강(李絳)에게 “백거이 저 놈은 내가 저를 발탁했음에도 어떻게 나에게 이렇게 불경한지 내가 참을 수 없도다.”라고 하자, 이강이 “백거이가 폐하의 면전에서 감히 직간하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은 사직에 대한 충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그에게 죄를 물으신다면 훗날 감히 진언하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사실 백거이가 좌습유가 되어 이렇게 직언할 수 있었던 것도 재상 배기(裴&22413)의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이의 백그라운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력이 짧은 그가 이를 미처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인가? 결국 폄적당한 뒤에 그는 이러한 정계의 암투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내 포부를 도모하기도 전에 후회할 일이 이미 생기고, 말을 듣기도 전에 비방이 이미 만들어졌다.(豈圖志未就而悔已生, 言未聞而謗已成矣)”(<與元九書>)고 하였고, 또한 “하물며 내가 올곧으면서도 미미하니, 행동거지가 대부분 황제를 거슬러 허물이 되네. 직언은 나의 허물을 재촉하고, 황제의 생각과 어긋난 것은 나의 뜻이 아니라오.……(&20917予方且介, &20030&21160多&24548累. 直道速我尤, 詭遇非吾志.……)”(<適意>)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그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처세태도를 보인 것일까?
왜 그런 것 있잖은가? 자신의 진정성이 바르게 평가받지 못할 때 느끼게 되는 좌절감이 더욱 크다는 것 말이다. 그가 조금도 사심없이 애민&8231애국하던 성심이 황제나 환관에 의해 깨졌을 때에 느낀 좌절감이란 대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중당시기의 정치상황이 그렇게 녹녹치 않았을 것이다. 이후 그가 충주자사 이후 내신이 되었을 때도 외직을 원했고, 한직을 원한 이유가 당시 중당의 정치상황을 말해준다.
중당시기는 안록산의 난 등으로 인해 당의 중흥기가 막 지난 시기로, 헌종이 갑자기 죽고, 목종이 즉위하여 백거이는 중용되었지만 목종은 무지하고 황음무도하여 조정에 나와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이로부터 환관이 득세하게 되는데, 경종(景宗)이 환관에 의해 시해되고, 문종(文宗)이 즉위하면서 환관이 더욱 기세를 부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거이는 어떻게 처세해야 하는가? 아니 당신이라면 어떻게 처세하겠는가? 결국 그는 반은반사(半隱半仕)하며 자신의 안일과 즐거움을 추구하게 되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보이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대략 2800여수의 시 중에서 800여수나 되는 음주시를 남겼으니, 이 음주시들은 그의 한적시와 감상시를 아우르는 것으로써, 곧 개인의 안일을 추구하고 인생을 즐기려는 백거이의 후기 사상경향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결국 그는 ‘향산거사(香山居士)’&8231취음선생(醉吟先生)이라 불리며, ‘북창삼우(北窓三友)’의 고사를 만들며, 시와 음주&8231거문고 속에서 인생을 즐기게 된다.
아! ‘회재불우(懷才不遇)’라 했던가! 때를 만났지만 그 재주를 잘못 썼기 때문인가?
또한 시운이 흥성한 때가 아니면 나머지 사물도 또한 이와 함께 하지 못함을 역사를 통해서 볼 수 있거니와, 또한 양기가 흥성한 이 봄날 주위의 초목에서 이미 알고 있거늘...
백거이가 만년에 일상을 즐기며 해탈을 추구하는 모습, 술을 좋아한 모습, 술 권하는 모습, 기녀와의 관계 등에 관해서는 다음을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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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당(唐)이 흥성한 전성기를 막 지난 혼란한 시대상을 드러내던 시기에 살면서, 시대의 아픔을 고발하고, 감정을 예찬하여 여인네의 아픔을 동정하였으며, 나아가 은거에 가까운 삶을 영위하면서 개인적인 도(道)의 수양과 취미를 추구한 독특한 이력의 시인이다.
필자가 그의 시를 읽다보면 조선시대 황희정승이 취한 노년시기의 처세태도가 떠오른다.
아마도 그의 시가 44세를 전후하여 풍격이 완전히 상반되고, 나아가 그가 보여준 노년시기의 이력은 바로 황희정승의 모습을 보는 듯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시작(詩作)은 44세 강주(江州: 지금의 江西省 九江市)사마(司馬)로 폄적된 것을 분기로, 그 이전은 ≪孟子&8231盡心上≫에서 말한 ‘達則兼濟天下’를, 그 이후는 ‘窮則獨善其身’을 몸소 실천하였다.
그런데 백거이의 이력을 보면, 그가 ‘궁(窮)’하게 된 경우의 정도, ‘獨善其身’할 때의 장소와 상황에 대해 약간 고개가 갸우뚱하게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강주이후 다시 높은 관직으로 나아갔지만 전반기와는 달리 조정과 세상사에 눈과 귀를 완전히 닫아버린 그의 처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기선 잠시 그의 문학이론과 풍유시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그가 친구 元에게 보낸 편지 <여원구서(與元九書)>에서, 육경 중 ≪시경(詩經)≫을 첫 번째로 둔 것은 ‘황제는 시로써 시정을 관찰하고, 신하는 노래로써 백성의 감정을 풀어낸 점’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임금을 위해&8231신하를 위해&8231백성을 위해&8231사물을 위해&8231사건을 위해 시를 지었지, 시 자체를 꾸미기 위해 시를 짓지 않았다.(爲君&8231爲臣&8231爲民&8231爲物&8231爲事而作, 不爲文而作也.)”(<新樂府序>)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문의 글자가 어려워서는 안되기에, 송대(宋代) 스님 惠洪이 편찬한 ≪냉재야화(冷齋夜話)≫에서 “백거이는 시를 한편 지으면 노파에게 들어보게 하여, 그녀가 이해하면 그대로 사용하였고 이해하지 못하면 시구를 다시 고쳤다.”고 하는 고사가 전한다.
이러한 시작정신 아래, 그는 진중음(秦中吟)10수와 <신악부(新樂府)>50수 등을 남겼다. 이 풍유시 속에는 황제를 막론하고, 권귀자, 법관, 탐관오리를 고발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궁녀, 기녀, 숯쟁이, 농부 등 사회의 약자가 겪는 고통을 헤아렸는데, 그의 애민정신이 바탕을 이루고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중부(重賦)>
……
奪我身上暖(탈아신상난), 우리 백성들이 누리는 따뜻함을 빼앗아,
買爾眼前恩(매이안전은). 당신의 눈앞에 보이는 은총을 사려는 것인데,
進入瓊林庫(진입경림고), 천자의 경림고에 넣어두니,
歲久化爲塵(세구화위진). 오랜 세월에 썩어서 먼지가 되었네.
<상택(傷宅)>
……
廚有臭敗肉(주유취패육), 부엌에는 고기 썩는 냄새,
庫有貫朽錢(고유관후전). 창고에는 녹슨 돈.
……
如何奉一身(여하봉일신), 어째서 자신의 한 몸만을 받들어,
直欲保千年(직욕보천년): 천년의 세월을 편안하려고 하는가?
……
<경비(輕肥)>
意氣驕滿路(의기교만로), 교만으로 기세 등등한 거리,
鞍馬光照塵(안마광조진). 광채가 빛나는 말 먼지를 일으킨다.
借問何爲者(차문하위자), 왠 사람인지 물으니,
人稱是內臣(인칭시내신). 내신이라고 말하네.
朱&32049皆大夫(주불개대부), 붉은 인수끈은 찬 사람은 모두 대부고,
紫綬或將軍(자수혹장군). 자주색 인끈을 찬 사람은 장군이겠지.
誇赴軍中宴(과부군중연): 으시대며 군중의 잔치가는 길,
走馬去如雲(주마거여운). 구름처럼 말을 달리네.
尊&32589溢九&37278(존뢰일구온), 술잔과 술독에는 술이 넘치고,
水陸羅八珍(수륙라팔진). 육지와 바다의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果擘洞庭橘(과벽동정귤), 과일로는 동정의 귤을 까서놓고,
膾切天池鱗(회절천지린): 회는 천지의 생선을 회로 쳤다네.
食飽心自若(식포심자약), 배불리 먹으니 마음이 편하고,
酒&37219氣益振(주감기익진). 술이 거나하니 의기가 더욱 돋아나네.
是歲江南旱(시세강남한), 올해 강남에는 한발이 들어,
衢州人食人(구주인식인). 구주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먹었다네.
<가무(歌舞)>
……
日中爲樂飮(일중위락음), 대낮부터 음주환락을 벌여,
夜半不能休(야반불능휴). 한밤중에도 그칠 줄을 모른다.
豈知&38335鄕獄(개지문향옥), &38335땅 마을의 감옥,
中有凍死囚(중유동사수). 갇혀있던 죄수가 얼어 죽은 사실을 어찌 알리오.
<두릉수(杜陵&21471)>
……
白麻紙上書德音(백마지상서덕음), 조서를 적은 하얀 종이에 은덕을 베풀어,
京畿盡放今年稅(경기진세금년세). 경기지방은 올해 세금을 면해주셨네.
作日里胥方到門(작일리서방도문), 어제 마을의 관리가 돌아와,
手持尺牒&29267鄕邨(수지척첩방향촌). 손수 편지를 가져와 마을의 방을 내걸었다.
十家租稅九家畢(십가조세구가필), 조세를 바칠 열 집 중 아홉 집은 이미 바쳤으니,
虛受吾君&34866免恩(허수오군견면은). 조세를 면제해주신 우리 임금의 은총은 허사구나.
이들의 시가 어찌 구태의연하다고만 할 것인가?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했으니, 이 시들을 읽다보면 임금된 자와 관리된 자들은 적어도 백성의 아픔을 함께 아파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런데 강주사마로 폄적된 이후, 풍유시 <불치사(不致仕)>에서 눈이 어두워져 공문서를 보지 못해도 관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것을 풍자하던 그가 관직을 차지하고 “관직에서 물러난 듯 그 자리를 차지한 듯, 바쁘지도 않고 한가롭지도 않네. 마음과 힘을 기울이지도 않고, 배고픔과 추위를 면하네, 한해가 끝나도 공무가 없지만, 다달이 봉록을 받네.(似出復似處, 非忙亦非閑. 不勞心與力, 又免饑與寒. 終歲無公事, 隨月有俸錢.)(<中隱>)라고 하였고, 연락에 빠져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거나 옥중의 죄수가 죽은 줄도 모르는 관료의 향음무도를 풍자하던 그가 “본성이 술을 좋아하고, 거문고와 시문에 빠졌다. 술친구와 거문고친구&8228시객(詩客) 들과 함께 논다.”(<취음선생전(醉吟先生傳)>)라고 하였다.
보기에 따라 이율배반적이고,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한 인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사상경향과 처세가 왜 이처럼 완전히 상반되었을까? 도대체 백거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강주사마로 폄적된 사건이 그의 인생을 이토록 전환시킬 만한 것이었는가? 백거이가 강주로 폄적된 사건을 잠시 살펴보자.
800년(29세) 진사에 급제, 803년(32세) 교서랑(校書郞), 806년(35세) 주질현위(&30441&21396縣尉), 807년(36세) 집현교리(集賢校理)&822811월에 한림학사(翰林學士), 808년(37세)에 좌습유(左拾遺), 810년(39세)에 京兆戶參軍, 811년(40세) 모친상&8228딸 금란(金&38014) 요절, 814년(43세) 태자좌찬선대부(太子左贊善大夫), 815년(44세) 강주사마 폄적, 818년(47세) 충주(忠州)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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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정에서는 오히려 백거이에게 죄를 씌웠는데, 백거이는 좌습유가 아님에도 직언을 하였기에 월권행위로 여겼으며, 또한 ≪舊唐書&8231白居易傳≫을 보면, 평소 백거이를 싫어하던 자가 그의 모친이 꽃을 감상하다가 우물에 빠져 죽었는데 백거이는 <賞花>&8231<新井> 등의 시를 써서 名敎를 헤쳤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강표(江表)자사’로 폄적되었지만 중서사인(中書舍人) 왕애(王涯)가 또한 백거이의 죄상은 군(郡)을 다스리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강주사마로 제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상소하여, 결국 강주사마로 폄적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3년 뒤에 친구 崔群의 도움으로 청주자사로 가게 되었다.
이 일련의 사건에서, 그가 3년간의 좌습유 뒤에 아주 잠깐 경조호참군을 지냈으며, 모친상을 치른 뒤에 태자좌찬선대부에 임명한 일에 주목해야 한다. 백거이가 좌습유로 가기 전에 이미 시로써 명성이 있었고, 헌종이 그를 좌습유로 기용한 것은 그를 통하여 세상의 풍기를 듣고 싶었겠지만 그의 책림(策林)과 풍유시가 황제를 가리지 않음으로 인해서 점점 역린을 건드린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그런데 오로지 황제와 사직을 걱정하고, 애민 사상에 투철한 백거이로서는 정계의 교활한 암투를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경조호참군으로 밀려났을 때 이러한 정치적인 변화를 깨달았어야 했다. 그런데 정치적 기반이 전무한 그가 짧은 시간에 비록 실권은 없지만 황제 곁에서 직언을 전하는 자리에 올랐으니, 오로지 국가사직과 백성들의 안위만을 걱정했을 터였다.
그런데 정치가 어디 그런가? 그가 경조호참군으로 밀려났을 때도 황제의 총애가 아직 남아있음을 고마워해야 했을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철촌살인하는 그의 풍유시를 읽고 난 임금된 자가 백거이의 성심을 이해할 것 같으면, 성군에 다름 아닐 것이다. 여기서 잠시 이와 관련된 고사를 보자.
한번은 헌종이 환관을 통수(統帥)로 삼은 것을 보고 이를 간하여 저지하자, 헌종이 화가 나서 재상 이강(李絳)에게 “백거이 저 놈은 내가 저를 발탁했음에도 어떻게 나에게 이렇게 불경한지 내가 참을 수 없도다.”라고 하자, 이강이 “백거이가 폐하의 면전에서 감히 직간하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은 사직에 대한 충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그에게 죄를 물으신다면 훗날 감히 진언하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사실 백거이가 좌습유가 되어 이렇게 직언할 수 있었던 것도 재상 배기(裴&22413)의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이의 백그라운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정치적인 이력이 짧은 그가 이를 미처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인가? 결국 폄적당한 뒤에 그는 이러한 정계의 암투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내 포부를 도모하기도 전에 후회할 일이 이미 생기고, 말을 듣기도 전에 비방이 이미 만들어졌다.(豈圖志未就而悔已生, 言未聞而謗已成矣)”(<與元九書>)고 하였고, 또한 “하물며 내가 올곧으면서도 미미하니, 행동거지가 대부분 황제를 거슬러 허물이 되네. 직언은 나의 허물을 재촉하고, 황제의 생각과 어긋난 것은 나의 뜻이 아니라오.……(&20917予方且介, &20030&21160多&24548累. 直道速我尤, 詭遇非吾志.……)”(<適意>)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그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처세태도를 보인 것일까?
왜 그런 것 있잖은가? 자신의 진정성이 바르게 평가받지 못할 때 느끼게 되는 좌절감이 더욱 크다는 것 말이다. 그가 조금도 사심없이 애민&8231애국하던 성심이 황제나 환관에 의해 깨졌을 때에 느낀 좌절감이란 대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중당시기의 정치상황이 그렇게 녹녹치 않았을 것이다. 이후 그가 충주자사 이후 내신이 되었을 때도 외직을 원했고, 한직을 원한 이유가 당시 중당의 정치상황을 말해준다.
중당시기는 안록산의 난 등으로 인해 당의 중흥기가 막 지난 시기로, 헌종이 갑자기 죽고, 목종이 즉위하여 백거이는 중용되었지만 목종은 무지하고 황음무도하여 조정에 나와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이로부터 환관이 득세하게 되는데, 경종(景宗)이 환관에 의해 시해되고, 문종(文宗)이 즉위하면서 환관이 더욱 기세를 부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백거이는 어떻게 처세해야 하는가? 아니 당신이라면 어떻게 처세하겠는가? 결국 그는 반은반사(半隱半仕)하며 자신의 안일과 즐거움을 추구하게 되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행동을 보이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대략 2800여수의 시 중에서 800여수나 되는 음주시를 남겼으니, 이 음주시들은 그의 한적시와 감상시를 아우르는 것으로써, 곧 개인의 안일을 추구하고 인생을 즐기려는 백거이의 후기 사상경향을 대변한다고 하겠다. 결국 그는 ‘향산거사(香山居士)’&8231취음선생(醉吟先生)이라 불리며, ‘북창삼우(北窓三友)’의 고사를 만들며, 시와 음주&8231거문고 속에서 인생을 즐기게 된다.
아! ‘회재불우(懷才不遇)’라 했던가! 때를 만났지만 그 재주를 잘못 썼기 때문인가?
또한 시운이 흥성한 때가 아니면 나머지 사물도 또한 이와 함께 하지 못함을 역사를 통해서 볼 수 있거니와, 또한 양기가 흥성한 이 봄날 주위의 초목에서 이미 알고 있거늘...
백거이가 만년에 일상을 즐기며 해탈을 추구하는 모습, 술을 좋아한 모습, 술 권하는 모습, 기녀와의 관계 등에 관해서는 다음을 기약하자.
운좋게 굶주림을 면한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북창삼우(北窓三友)’라 하면 백거이가 친구로 삼아 인생을 즐긴 술과 시&8231거문고를 말한다.
이는 백거이의 후반기 인생을 대변하는데, 곧 강주사마 이후 겸제천하(兼濟天下)하려던 뜻을 접고, 자신의 안일만을 강구하여 인생을 즐겼음을 의미한다.
그의 <북창삼우(北窓三友)>를 보자.
今日北窓下(금일북창하), 오늘 북창아래에서,
自問何所爲(자문하소위). 무엇 하느냐고 자문하네.
欣然得三友(흔연득삼우), 기쁘게도 세 친구를 얻었는데,
三友者爲誰(삼우자위수). 세 친구는 누구인가?
琴罷輒擧酒(금파첩거주), 거문고를 뜯다가 술을 마시고,
酒口輒吟詩(주구첩음시). 술을 마시다 문득 시를 읊으며.
三友遞相引(삼우체상인), 세 친구가 번갈아 이어 받으니,
循環無已時(순환무이시). 돌고 돎이 끝이 없구나.
一彈&24860中心(일탄협중신), 한번 타니 마음이 상쾌해지고,
一詠暢四肢(일영창사지). 한번 읊으니 사지가 풀어진다.
猶恐中有間(유공중유간), 그 사이에 흥이 끊길까봐,
以酒彌縫之(이주미봉지). 술로써 이를 대신한다.
豈獨吾拙好(개독오졸호), 오직 나만이 졸렬함을 좋아했을까?
古人多若斯(고인다약사). 옛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했도다.
嗜詩有淵明(기시유연명), 시에 빠진 이로는 陶淵明이 있고,
嗜琴有啓期(기금유계기). 거문고에 빠진 이로는 榮啓期가 있고,
嗜酒有伯倫(기주유백륜), 술에 빠진 이로는 劉伶이 있는데,
三人皆吾師(삼인개오사). 세 사람 모두 나의 스승이다.
<중략>
이를 참고로 하면, 그의 ‘북창삼우’는 도연명&8231영계기&8231유령을 경모함으로 인해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도연명은 호구지계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상관에게 허리를 굽혀야 하는 수모를 피해 관직을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온 인물이고, 영계기는 춘추전국시대의 인물로써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았기에 죽림칠현의 일원은 아니지만 ‘죽림칠현도(竹林七賢圖)’에 등장하는 인물이고, 유령은 술로 대표되는 죽림칠현의 인물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조그만 예법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의 본성에 따라 삶을 산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술과 시&8231거문고를 벗삼아 지낸다면 통념상 귀원전거(歸園田居)나 산속의 은일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지만 백거이는 귀원전거나 산속의 은일도 하지 않고, 한직(閒職)에 은거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참으로 교묘한 처세지만, <新製布&35032>에서 “장부 모름지기 천하를 함께 구제해야지 홀로 한 몸의 편안함을 꾀할소냐?(大夫貴兼濟, 豈獨善一身)”라고 한 그의 주장과는 완전히 대치된다.
그는 왜 전원이나 산속에 은거하지 않고 관직에 은거했던 것일까? 그가 자신을 변호한 <中隱>을 보자.
大隱住朝市(대은주조시), 大隱은 조정과 저잣거리에 숨고,
小隱入丘樊(소은입구번). 小隱은 산속에 들어가는 것이라네.
丘樊太冷落(구번태냉락), 산속은 너무 쓸쓸하고,
朝市太&22210喧(조시태효훤). 조정과 저잣거리는 너무 시끄럽다네.
不如作中隱(불여작중은), 차라리 대은과 소은의 중간에 은거하여,
隱在留司官(은재류사관). 관직에 은거하는 것이 적당하다.
似出復似處(사출부사처), 관직에서 물러난 듯 그 자리를 차지한 듯,
非忙亦非閑(비망역비한). 바쁘지도 않고 한가롭지도 않네.
不勞心與力(불로심여력), 마음과 힘을 기울이지도 않고,
又免饑與寒(우면기여한). 배고픔과 추위를 면하네,
終歲無公事(종세무공사), 한해가 끝나도 공무가 없지만,
隨月有俸錢(수월유봉전). 다달이 봉록을 받네.
君若好登臨(군약호등임), 그대가 산에 오르고 물가에 임하기를 좋아한다면,
城南有秋山(성남유추산). 성 남쪽에 가을 산이 있다네.
君若愛游蕩(군약애유탕), 그대가 질펀하게 놀기를 좋아한다면,
城東有春園(성동유춘원). 성 동쪽에 봄 동산이 있다네.
君若欲一醉(군약욕일취),그대가 한번 취하기를 바란다면,
時出赴賓筵(시출부빈연). 항상 손님으로 잔치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네.
洛中多君子(낙중다군자), 낙양에는 군자가 많으니,
可以恣歡言(가이자환언). 마음대로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네.
君若欲高&21351(군약욕고와), 그대가 편안하게 자기를 원하면,
但自深掩關(단자심엄관). 다만 스스로 문을 깊이 닫아걸면 될 뿐.
亦無車馬客(역무거마객), 수레와 말을 타고 오는 손님이 없다가도,
造次到門前(조차도문전). 순식간에 손님이 문 앞에 이른다네.
人生處一世(인생처일세), 사람이 한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其道難兩全(기도난양전). 이러한 두 가지 길을 온전하기가 어렵다오.
賤&21363苦凍&39186(천즉고동뇌), 빈천하면 추위와 배고픔에 괴롭고,
貴則多憂患(귀즉다우환). 귀하게 되면 근심이 많아진다네.
唯此中隱士(유차중은사), 오직 이렇게 中隱하는 선비는,
致身吉且安(치신길차안). 몸이 복되고 편안하다네.
窮通與&35920&32422(궁통여풍약), 빈궁과 달통, 풍부와 간소,
正在四者間(정재사자간). 이 네 가지 중간에서 산다네.
왜 그랬을까? 그는 왜 이런 삶을 택했을까? 위의 “마음과 힘을 기울이지도 않고, 배고픔과 추위를 면하네, 한해가 끝나도 공무가 없지만, 다달이 봉록을 받네.”라는 형상은 바로 자신의 풍유시에서 칼끝을 겨누며 묘멸한 인물형상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는 전반기의 ‘애민충군(愛民忠君)’하는 시각에서 “오직 이렇게 中隱하는 선비는, 몸이 복되고 편안하다네.”라는 일신의 평안만을 도모하는 시각으로 인생향로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일신상의 안일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은일이 훨씬 간단할 것인데, 그는 왜 은거를 택하지 않고 ‘중은’을 선택했을까?
필자는 ‘중은’을 백거이식의 ‘정신승리법’이라고 본다.
봉건왕조에서 자신의 충정이 외면당하고 정당하지 않게 배척당했을 때를 당하여, 그 대응방식은 대부분 역모를 꾀하거나 아예 산속에 은거하는 방법을 택했다. 독서인의 신분, 특히 백거이처럼 조정에 자신의 기반이 전무한 이가 택할 수 있는 폭은 더욱 좁아진다.
나아가 자신의 진정성과 충성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지경에 처한 백거이로써 당 조정을 상대로 그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중은’의 처세로 삶을 즐기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직에 올라 “빈천하면 추위와 배고픔에 괴롭고, 귀하게 되면 근심이 많아진다네.”라는 ‘대은’과 ‘소은’의 단점을 보안하며, 북창삼우(술&8231시&8231거문고)에 묻혀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도모한 것이다.
백거이는 성격이 철두철미한 유형이었던 것 같다. 생전에 자신의 시문집을 편집하여 각처에 보관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항상 나이 40질에 백발이 된 것을 염려하고, 병이 많은 것을 입버릇처럼 되뇌었지만 ‘예로부터 참으로 보기 드문(古來稀)’ 75세까지 살았으니, 당시로서는 장수한 인물이다. 나아가 이처럼 영리하고 철두철미한 인간이 자신이 겨누었던 칼날 앞에 자신이 서는 일을 하겠는가?
백거이는 강주사마로 폄적되고 나서야 당시의 정치상황을 제대로 파악했고,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수없이 고민을 했을 것이다. 국가의 규율이 정당하게 서 있는 시기라면 백거이의 폄적은 누가 봐도 부당하다. 백거이 역시 이점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하지 않았을 것인가? 수많은 고민 끝에 얻은 백거이의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역사적으로 귀하게 되면 근심이 많아지고, 결국 ‘토사구팽’되는 경우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진나라는 날카로운 칼을 갈아 이사를 죽이고, 제나라는 솥에 기름을 끓여 역이기(&37192食其)를 삶아죽였네. 하황공(夏黃公)과 기리계(綺里季)가 상땅과 낙양으로 들어가 백운 속에서 한가하게 생활하며 <자지가>를 노래한 것이 얼마나 부러운가! 저들은 인간젓갈이 되어 제사상 위에서 사라졌고, 이들은 난새와 봉황이 되어 하늘 밖에서 날아오네. 속세를 떠난 자는 유유자적하며 즐기고 속세를 찾은 자는 죽음을 맞이했으니, 길흉화복이 하늘이 만든 것이 아님을 이제야 알겠네.(秦磨利刀斬李斯, 齊燒沸鼎烹&37192其. 何憐黃綺入商洛, 閒臥白雲歌紫芝. 彼爲&33861&37282&20960上盡, 此作鸞皇天外飛. 去者逍遙來者死, 乃知禍福非天爲.)”(<영사(詠史)>)
이러할진대, 자신이 초나라 대부 굴원(屈原)처럼 국가와 백성에 대해 얼굴이 핼쑥해지도록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임을 깨닫게 된다. 즉 “홀로 깬 것으로는 예로부터 굴원을 비웃고, 영원히 취한 것으로는 지금도 劉伶을 배운다.(&29420醒&20174古笑靈均, &38271醉如今&23398伯&20262.)”(<&21647家&37213十&38901>)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자는 굴원과 같은 삶과 완전히 결별하고 유령과 같은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다. <효도잠체시(效陶潛體詩>16 중 13수를 보자.
楚王疑忠臣(초왕의충신), 초왕이 충신을 의심하여,
江南放屈原(강남방굴원). 굴원을 강남으로 귀양보냈다.
晉朝輕高士(진조경고사), 진나라는 식견이 높은 선비를 가벼이 여겨,
林下棄劉伶(임하기유령). 유령을 숲속으로 버렸노라.
一人常獨醉(일인상독취), 한 사람은 항상 홀로 취했고,
一人常獨醒(일인상독성). 한 사람은 항상 홀로 깨었는데,
醒者多苦志(성자다고지), 깨어있는 자는 고심이 많고
醉者多歡情(취자다환정). 취한 자는 즐기는 마음이 많다네.
歡情信獨善(환정신독선), 즐기는 마음은 정말로 홀로 수양할 수 있지만,
苦志竟何成(고지경하성). 고심은 결국 어떻게 이룰까?
兀傲甕間臥(올오옹간와), 오만하게 술독들 틈에서 취하여 드러눕고,
憔悴澤畔行(초췌택반행). 초췌하여 연못가를 거닌다네.
彼憂而此樂(피우이차락), 저 사람의 근심이 이 사람의 즐거움이니,
道理甚分明(도리심분명). 도리가 매우 분명하구나.
願君且飮酒(원군차음주), 원하노니, 그대 역시 술을 마시게,
勿思身後名(물사신후명). 죽은 뒤의 명성일랑 생각하지 말고.
그래서 그는 유령(劉伶)처럼 술에 심취하게 된다. 그의 시문 속에는 유령뿐만이 아니라 도연명(陶淵明)&8231혜강(&23879康)&8231완적(阮籍)&8231하황공(夏黃公)&8231기리계(綺里季)&8231영계기(榮啓期)&8231적송자(赤松子)&8231왕자교(王子喬) 등등이 눈에 띄는데, 이들은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한 삶을 살았거나 신선이 된 인물로써 그가 동경한 대상이다.
백거이는 평생 산중은일을 과감히 결행하지는 못했지만 이들과 비슷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는 그의 시문 곳곳에 드러난다. 그래서 그는 북창삼우, 즉 술을 비롯하여 시와 거문고와 벗하며 사는 인생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부터 그는 “시사는 들어도 못들은 척, 다만 기쁜 것은 해마다 배불리 먹는 것.(時事雖聞如不聞, 但喜年年飽飯喫.)”(<詔下>)이라는 방향을 설정하고, “낙천아! 낙천아! 너무 슬퍼하지 마라. 오늘이후로 너는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고, 낮에는 열심히 움직이고, 밤에는 자며, 너무 희희닥거리지 말고, 너무 근심도 하지 말고, 아프면 눕고, 죽으면 쉬면 될 뿐이니...(樂天樂天 可不大哀, 而今而後, 汝宜饑而食, 渴而飮, 晝而興, 夜而寢, 無浪喜, 無妄憂, 病則臥, 死則休.)라고 하였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인생을 즐기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술을 권한 <불여래음주(不如來飮酒)>7수 속에서 언급한 ‘차라리 이리와서 술이나 하는 것만 못하다(不如來飮酒)’고 한 인물은 굴원과 더불어 산속에 은거하는 사람&8231농부&8231관리&8231장사꾼&8231전쟁터에 나간 군졸&8231장생술을 추구하는 사람&8231속세에서 명리를 다투는 사람 등등인데,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사람을 언급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만큼 그는 세속의 모든 삶을 부정하고 내면으로 침잠하였는데, 그가 <把酒>에서,
把酒仰&38382天(파주앙문천), 술잔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 묻노니,
古今&35841不死(고금수불사)? 고금에 있어 누군들 죽지 않았는가?
所&36149未死&38388(소귀미사간), 귀중한 것은 아직 죽지 않았을 때,
少&24551多&27426喜(소우다환희). 근심이 적고 즐거움이 많은 때다.
&31351通&35845在天(궁통량재천), 빈궁하고 달통한 것은 진실로 하늘의 뜻에 달려있고,
&24551喜&21363由己(우희즉유기). 근심과 즐거움은 즉 자신으로부터 말미암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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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한 것처럼, 자신에게서 즐거움을 찾았으니, 이것이 곧 북창삼우였던 것이다. 술&8231시&8231거문고는 곧 도연명과 죽림칠현이 심취한 물건임을 감안하면 그가 동경하고 따르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술에 심취한 것은 술에 대해 그 나름의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어찌 앉아서 늙을소냐? 다만 즐기는 것만이 있을 뿐. 술의 흥취가 마땅히 있을 것이니, 詩情이 없을 것인가?(……何因&39547衰老? 只有且&27426&23089. 酒&20852&36824&24212在, &35799情可便無?……)(<취제후선정(醉&39064候仙亭)>)
상소와 술수를 논하지 말아야, 서로 만나면 문득 즐겁다오. 각기 시에 편벽증이 있기에, 모두 술로써 신선이 된다오.(……無&35770疏與&25968, 相&35265&36740欣然. 各以&35799成癖, 俱因酒得仙.……)(<취후중증회숙(醉後重&36192晦叔)>)
취하여 누룩에 빠지면 가난과 부유함이 같다. 죽은 뒤에 쌓인 돈은 있으나 없으나 같다.(……醉來&27785麴貧如富, 身後堆金有若亡.……)<상황배신작억휘지(嘗黃&37253新酌憶微之)>)
특히 자신의 몸을 잊을 수 있으니, 자신이 천지에 속한 것을 어찌 알리오?(……殆欲忘形骸, &35406知屬天地.……)(<화상신주(和嘗新酒)>)
술에 반쯤 취하니 마음자리에선 속임수를 잊는다.(……心地忘機酒半&37219.……)(<금주(琴酒)>
술수가 가득한 마음을 세척할 수 있고, 속세로 찌든 속을 깨끗이 씻어낼 수가 있다.(可洗機巧心, 可蕩塵垢腸.(<지상유소주(池上有小舟)>)
<卯時酒>
佛法&36190醍&37264(불법찬제호), 佛法에선 醍&37264味를 칭찬하고,
仙方&22840沆瀣(선방과항해). 仙方에서는 이슬기운을 자랑하지만,
未如卯&26102酒(미여묘시주), 卯時에 술을 마셔서,
神速功力倍(신속공력배). 신속히 功力을 배가시키는 것만 못하다.
一杯置掌上(일배치장상), 술 한잔을 손바닥 위에 놓고,
三咽入腹&20869(삼인입복내). 뱃속으로 세 번이나 삼킨다.
煦若春&36143&32928(후약춘관장), 몸이 더워지는 것이 마치 봄기운이 내장 속으로 관통하는 듯 하고,
暄如日炙背(훤여일자배). 따뜻하기가 마치 해가 등을 쪼이는 듯 하다.
&23682&29420肢體&30021(개독지체창), 어찌 사지와 몸만이 화창하겠는가?
仍加志氣大(잉가지기대). 또한 志氣도 커진다.
當&26102&36951形骸(당시유형해), 이때는 몸체를 잊고,
竟日忘冠&24102(경일망관대). 온종일 관모와 허리띠조차 잊는다.
似游&21326胥&22269(사유화서국), 마치 華胥國을 유람한 듯 하고,
疑反混元代(의반혼원대). 마치 천지가 개벽하기 이전으로 돌아간 듯 하다.
一性&26082完全(일성기완전), 하나의 본성이 이미 완전하고,
萬機皆破碎(만기개파쇄). 온갖 술수가 모두 부서진다.
半醒思往來(반성사왕래), 술에서 반쯤 깨어서 친구간의 왕래를 생각하면,
往&26469&21505可怪(왕래우가괴). 왕래는 괴이할 만 하다고 탄식한다.
&23456辱&24551喜&38388(총욕우희간), 총애를 받고 굴욕을 당하고 근심하고 즐기는 사이에,
惶惶二十&36733(황황이십재). 두려워하며 20년을 지냈다.
前年&36766紫&38396(전년사자달), 작년에 대궐을 사직하여,
今&23681抛&30338蓋(금세포조개). 올해는 조정에 올린 조서의 봉투를 던졌다.
去矣&40060返泉(거의어반천), 버리고 나니 물고기가 샘물로 돌아간 듯 하고,
超然&34633離&34581(초연선리태). 초탈한 것이 매미가 변태한 듯 하다.
是非莫分&21035(시비막분별), 시비에 분별이 없고,
行止無疑&31001(행지무의애). 행하고 그침에 의심과 방해도 없다.
浩&27668&36142胸中(호기저흉중), 호기가 가슴 속에 쌓이고,
&38738雲委身外(청운위신외). 푸른 구름은 몸 밖에 머무른다.
&25194心私自&35821(문심사자어), 마음을 다잡고 혼잣말 하는데,
自&35821&35841能&20250(자어수능회). 혼잣말을 누가 이해할까?
五十年&26469心(오십년래심), 오십년 동안 마음 쓴 것은,
未如今日泰(미여금일태). 오늘 편안한 것만 못하니,
&20917&20857杯中物(황자배중물), 하물며 이 술잔 속의 물건을 두고,
行坐&38271相&23545(행좌장상대). 가거나 앉거나 오래도록 상대하는 것만 하겠는가?
술은 가장 빠르게 도가나 불가에서 수행하는 경지에 이르게 하는 물건이며, 이속에는 시비도 없고, 정치에 대한 논의도 없으니, 술에 심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가 이러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하필이면 ‘중은’의 방법을 선택한 것일까? 이것이 바로 자신의 근심을 해소하고, 어지러운 정국에서 자신을 극복하며, 자신을 배척한 조정과 그 주변의 간신배들을 이기는 방법인 것이다. 한직에 은거하면 산중에 은거하는 빈곤과 외로움이 없고, 조정의 내신(內臣)으로써 가지게 되는 위태로움도 없다.
그런데 그는 국가의 복록을 이용하여 자신의 즐거움을 누린다? 이것이야말로 대은(大隱)과 소은(小隱)을 모두 다 향유하는 적절한 삶이며, 무력한 지식인으로써 자신을 내친 대상에게 적절히 복수하는 삶이다.
작자는 시문 속에서 관직에 머문 것을 ‘호구지책’이라고 했지만, 집안에 기생을 두고, 연못이 있는 집을 얻고, 손님을 수시로 초대하여 잔치를 베푸는 사람이 언급할 만한 것이겠는가? 물론 백거이가 관직에 나선 것은 호구지책과 영달을 위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평생 관직에 기거한 사람이 ‘호구지책’을 하소연한다는 것은 적당한 변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의 시문에서 현세를 ‘태평성대’(<세제야대주(歲除夜對酒)>라고 표현한 것과 일맥상통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필자는 백거이식의 ‘중은’은 아주 지능적이고 전략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의 <영숭리관거(永崇里觀居)>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중략)
年光忽&20873&20873(년광홀염염), 세월은 홀연히 흘러만 가고
世事本悠悠(세사본유유). 세상사란 원래 아득하기만 하다.
何必待衰老(하필대쇠노), 하필 늙어 노쇠하기만 기다려야
然後悟浮休(연후오부휴). 삶과 죽음의 진리를 깨달을까.
眞隱豈長遠(진은개장원), 진정한 은일이 어찌 아주 멀리 있어야 하고
至道在冥搜(지도재명수). 지극한 도는 어두운 가운데서만 얻겠는가?
身雖世間住(신수세간주), 몸은 비록 세간에 머물러 있으나
心與虛無遊(심여허무유). 내 마음은 虛無와 노닌다.
朝飢有蔬食(조기유소식), 아침에 배고프면 나물밥 먹고
夜寒有布&35032(야한유포구). 저녁에 추우면 무명옷 입는다.
幸免凍與&39186(행면동여뇌), 운좋게 헐벗음과 굶주림을 면한다면
此外復何求(차외복하구). 그밖에 다시 무엇을 바랄까?
寡慾雖少病(과욕수소병), 욕심을 줄이면 허물이 적지만
樂天心不憂(낙천심부우). 천명을 즐기면 마음이 우울하지 않다.
何以明吾志(하이명오지), 어찌해야 나의 뜻을 밝힐까
周易在床頭(주역재상두). 주역이 내 책상머리에 놓여있다.
인생은 유한한 것이니, 황제건 자신이든 모든 사람은 정해진 나이를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천수를 누리면서 가장 행복을 누리면 다른 인생보다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삶을 누린다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런데 黔婁보다 잘살고, 顔回보다 오래살았고, 伯夷보다 배불리 먹고, 榮啓期보다 더욱 즐겼으며, 衛&29600보다 건강하니 얼마나 행운이 많은가? 그런데 내가 또 뭘 바라겠는가?”(<醉吟先生傳>)라고 하여,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동경한 인물보다 낫다고 여겼는데, 인생을 즐기고 득의한 점에 있어서 황제와 비교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명한 독자께서는 냉철하게 판단하시길...
마지막으로 <권주(勸酒)>를 예로 드는데, ‘궁성 춘명문 밖’ 구문을 음미하며 다시 한번 읽어보시길,
勸君一杯君莫辭(권군일배군막사), 한 잔 술을 권하거니, 그대여 사양 말게나
勸君兩杯君莫疑(권군양배군막의), 두잔 술을 권하니, 그대여 의심하지 말게나.
勸君三杯君始知(권군삼배군시지). 석잔 권하노니, 그대가 비로소 내 마음 알았구나.
面上今日老昨日(면상금일노작일), 사람의 얼굴은 오늘도 내일도 늙어가고
心中醉時勝醒時(심중취시승성시). 마음 속은 취한 때가 깨어 있을 때보다 좋구나.
天地&36834&36834自長久(천지초초자장구), 천지는 아득하고 원래부터 장구하고
白兎赤烏相&36225走(백토적오상진주). 흰 토끼 붉은 까마귀 서로 쫓듯 달려간다.
身後堆金&25284北斗(신후퇴금주배두), 죽은 뒤에 북두칠성에 닿을 정도로 황금을 쌓아도
不如生前一樽酒(부여생전일준주). 살아서 한 통의 술을 마심만 못하리라.
君不見(군부견). 그대는 보지 못했던가!
春明門外天欲明(춘명문외천욕명), 궁성 춘명문 밖의 동 틀 무렵에
喧喧歌哭半死生(훤훤가곡반사생). 시끄럽게 노래하고 곡하며 나고 죽음이 절반인 것을.
遊人駐馬出不得(유인주마출부득), 그곳을 다니는 사람들 말을 멈추지 않을 수 없으니
白輿素車爭路行(백여소거쟁노항). 흰 색 장의차가 다투어 길을 나가는구나.
歸去來(귀거내). 돌아가세!
頭已白(두이백), 이미 머리 희어졌으니
典錢將用買酒喫(전전장용매주끽). 전당포에 돈 빌려서 술을 사서 마셔 버리자꾸나.
이는 백거이의 후반기 인생을 대변하는데, 곧 강주사마 이후 겸제천하(兼濟天下)하려던 뜻을 접고, 자신의 안일만을 강구하여 인생을 즐겼음을 의미한다.
그의 <북창삼우(北窓三友)>를 보자.
今日北窓下(금일북창하), 오늘 북창아래에서,
自問何所爲(자문하소위). 무엇 하느냐고 자문하네.
欣然得三友(흔연득삼우), 기쁘게도 세 친구를 얻었는데,
三友者爲誰(삼우자위수). 세 친구는 누구인가?
琴罷輒擧酒(금파첩거주), 거문고를 뜯다가 술을 마시고,
酒口輒吟詩(주구첩음시). 술을 마시다 문득 시를 읊으며.
三友遞相引(삼우체상인), 세 친구가 번갈아 이어 받으니,
循環無已時(순환무이시). 돌고 돎이 끝이 없구나.
一彈&24860中心(일탄협중신), 한번 타니 마음이 상쾌해지고,
一詠暢四肢(일영창사지). 한번 읊으니 사지가 풀어진다.
猶恐中有間(유공중유간), 그 사이에 흥이 끊길까봐,
以酒彌縫之(이주미봉지). 술로써 이를 대신한다.
豈獨吾拙好(개독오졸호), 오직 나만이 졸렬함을 좋아했을까?
古人多若斯(고인다약사). 옛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했도다.
嗜詩有淵明(기시유연명), 시에 빠진 이로는 陶淵明이 있고,
嗜琴有啓期(기금유계기). 거문고에 빠진 이로는 榮啓期가 있고,
嗜酒有伯倫(기주유백륜), 술에 빠진 이로는 劉伶이 있는데,
三人皆吾師(삼인개오사). 세 사람 모두 나의 스승이다.
<중략>
이를 참고로 하면, 그의 ‘북창삼우’는 도연명&8231영계기&8231유령을 경모함으로 인해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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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술과 시&8231거문고를 벗삼아 지낸다면 통념상 귀원전거(歸園田居)나 산속의 은일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지만 백거이는 귀원전거나 산속의 은일도 하지 않고, 한직(閒職)에 은거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참으로 교묘한 처세지만, <新製布&35032>에서 “장부 모름지기 천하를 함께 구제해야지 홀로 한 몸의 편안함을 꾀할소냐?(大夫貴兼濟, 豈獨善一身)”라고 한 그의 주장과는 완전히 대치된다.
그는 왜 전원이나 산속에 은거하지 않고 관직에 은거했던 것일까? 그가 자신을 변호한 <中隱>을 보자.
大隱住朝市(대은주조시), 大隱은 조정과 저잣거리에 숨고,
小隱入丘樊(소은입구번). 小隱은 산속에 들어가는 것이라네.
丘樊太冷落(구번태냉락), 산속은 너무 쓸쓸하고,
朝市太&22210喧(조시태효훤). 조정과 저잣거리는 너무 시끄럽다네.
不如作中隱(불여작중은), 차라리 대은과 소은의 중간에 은거하여,
隱在留司官(은재류사관). 관직에 은거하는 것이 적당하다.
似出復似處(사출부사처), 관직에서 물러난 듯 그 자리를 차지한 듯,
非忙亦非閑(비망역비한). 바쁘지도 않고 한가롭지도 않네.
不勞心與力(불로심여력), 마음과 힘을 기울이지도 않고,
又免饑與寒(우면기여한). 배고픔과 추위를 면하네,
終歲無公事(종세무공사), 한해가 끝나도 공무가 없지만,
隨月有俸錢(수월유봉전). 다달이 봉록을 받네.
君若好登臨(군약호등임), 그대가 산에 오르고 물가에 임하기를 좋아한다면,
城南有秋山(성남유추산). 성 남쪽에 가을 산이 있다네.
君若愛游蕩(군약애유탕), 그대가 질펀하게 놀기를 좋아한다면,
城東有春園(성동유춘원). 성 동쪽에 봄 동산이 있다네.
君若欲一醉(군약욕일취),그대가 한번 취하기를 바란다면,
時出赴賓筵(시출부빈연). 항상 손님으로 잔치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네.
洛中多君子(낙중다군자), 낙양에는 군자가 많으니,
可以恣歡言(가이자환언). 마음대로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네.
君若欲高&21351(군약욕고와), 그대가 편안하게 자기를 원하면,
但自深掩關(단자심엄관). 다만 스스로 문을 깊이 닫아걸면 될 뿐.
亦無車馬客(역무거마객), 수레와 말을 타고 오는 손님이 없다가도,
造次到門前(조차도문전). 순식간에 손님이 문 앞에 이른다네.
人生處一世(인생처일세), 사람이 한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其道難兩全(기도난양전). 이러한 두 가지 길을 온전하기가 어렵다오.
賤&21363苦凍&39186(천즉고동뇌), 빈천하면 추위와 배고픔에 괴롭고,
貴則多憂患(귀즉다우환). 귀하게 되면 근심이 많아진다네.
唯此中隱士(유차중은사), 오직 이렇게 中隱하는 선비는,
致身吉且安(치신길차안). 몸이 복되고 편안하다네.
窮通與&35920&32422(궁통여풍약), 빈궁과 달통, 풍부와 간소,
正在四者間(정재사자간). 이 네 가지 중간에서 산다네.
왜 그랬을까? 그는 왜 이런 삶을 택했을까? 위의 “마음과 힘을 기울이지도 않고, 배고픔과 추위를 면하네, 한해가 끝나도 공무가 없지만, 다달이 봉록을 받네.”라는 형상은 바로 자신의 풍유시에서 칼끝을 겨누며 묘멸한 인물형상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는 전반기의 ‘애민충군(愛民忠君)’하는 시각에서 “오직 이렇게 中隱하는 선비는, 몸이 복되고 편안하다네.”라는 일신의 평안만을 도모하는 시각으로 인생향로를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일신상의 안일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은일이 훨씬 간단할 것인데, 그는 왜 은거를 택하지 않고 ‘중은’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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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왕조에서 자신의 충정이 외면당하고 정당하지 않게 배척당했을 때를 당하여, 그 대응방식은 대부분 역모를 꾀하거나 아예 산속에 은거하는 방법을 택했다. 독서인의 신분, 특히 백거이처럼 조정에 자신의 기반이 전무한 이가 택할 수 있는 폭은 더욱 좁아진다.
나아가 자신의 진정성과 충성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지경에 처한 백거이로써 당 조정을 상대로 그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중은’의 처세로 삶을 즐기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직에 올라 “빈천하면 추위와 배고픔에 괴롭고, 귀하게 되면 근심이 많아진다네.”라는 ‘대은’과 ‘소은’의 단점을 보안하며, 북창삼우(술&8231시&8231거문고)에 묻혀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도모한 것이다.
백거이는 성격이 철두철미한 유형이었던 것 같다. 생전에 자신의 시문집을 편집하여 각처에 보관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항상 나이 40질에 백발이 된 것을 염려하고, 병이 많은 것을 입버릇처럼 되뇌었지만 ‘예로부터 참으로 보기 드문(古來稀)’ 75세까지 살았으니, 당시로서는 장수한 인물이다. 나아가 이처럼 영리하고 철두철미한 인간이 자신이 겨누었던 칼날 앞에 자신이 서는 일을 하겠는가?
백거이는 강주사마로 폄적되고 나서야 당시의 정치상황을 제대로 파악했고,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수없이 고민을 했을 것이다. 국가의 규율이 정당하게 서 있는 시기라면 백거이의 폄적은 누가 봐도 부당하다. 백거이 역시 이점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하지 않았을 것인가? 수많은 고민 끝에 얻은 백거이의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역사적으로 귀하게 되면 근심이 많아지고, 결국 ‘토사구팽’되는 경우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진나라는 날카로운 칼을 갈아 이사를 죽이고, 제나라는 솥에 기름을 끓여 역이기(&37192食其)를 삶아죽였네. 하황공(夏黃公)과 기리계(綺里季)가 상땅과 낙양으로 들어가 백운 속에서 한가하게 생활하며 <자지가>를 노래한 것이 얼마나 부러운가! 저들은 인간젓갈이 되어 제사상 위에서 사라졌고, 이들은 난새와 봉황이 되어 하늘 밖에서 날아오네. 속세를 떠난 자는 유유자적하며 즐기고 속세를 찾은 자는 죽음을 맞이했으니, 길흉화복이 하늘이 만든 것이 아님을 이제야 알겠네.(秦磨利刀斬李斯, 齊燒沸鼎烹&37192其. 何憐黃綺入商洛, 閒臥白雲歌紫芝. 彼爲&33861&37282&20960上盡, 此作鸞皇天外飛. 去者逍遙來者死, 乃知禍福非天爲.)”(<영사(詠史)>)
이러할진대, 자신이 초나라 대부 굴원(屈原)처럼 국가와 백성에 대해 얼굴이 핼쑥해지도록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임을 깨닫게 된다. 즉 “홀로 깬 것으로는 예로부터 굴원을 비웃고, 영원히 취한 것으로는 지금도 劉伶을 배운다.(&29420醒&20174古笑靈均, &38271醉如今&23398伯&20262.)”(<&21647家&37213十&38901>)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자는 굴원과 같은 삶과 완전히 결별하고 유령과 같은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다. <효도잠체시(效陶潛體詩>16 중 13수를 보자.
楚王疑忠臣(초왕의충신), 초왕이 충신을 의심하여,
江南放屈原(강남방굴원). 굴원을 강남으로 귀양보냈다.
晉朝輕高士(진조경고사), 진나라는 식견이 높은 선비를 가벼이 여겨,
林下棄劉伶(임하기유령). 유령을 숲속으로 버렸노라.
一人常獨醉(일인상독취), 한 사람은 항상 홀로 취했고,
一人常獨醒(일인상독성). 한 사람은 항상 홀로 깨었는데,
醒者多苦志(성자다고지), 깨어있는 자는 고심이 많고
醉者多歡情(취자다환정). 취한 자는 즐기는 마음이 많다네.
歡情信獨善(환정신독선), 즐기는 마음은 정말로 홀로 수양할 수 있지만,
苦志竟何成(고지경하성). 고심은 결국 어떻게 이룰까?
兀傲甕間臥(올오옹간와), 오만하게 술독들 틈에서 취하여 드러눕고,
憔悴澤畔行(초췌택반행). 초췌하여 연못가를 거닌다네.
彼憂而此樂(피우이차락), 저 사람의 근심이 이 사람의 즐거움이니,
道理甚分明(도리심분명). 도리가 매우 분명하구나.
願君且飮酒(원군차음주), 원하노니, 그대 역시 술을 마시게,
勿思身後名(물사신후명). 죽은 뒤의 명성일랑 생각하지 말고.
그래서 그는 유령(劉伶)처럼 술에 심취하게 된다. 그의 시문 속에는 유령뿐만이 아니라 도연명(陶淵明)&8231혜강(&23879康)&8231완적(阮籍)&8231하황공(夏黃公)&8231기리계(綺里季)&8231영계기(榮啓期)&8231적송자(赤松子)&8231왕자교(王子喬) 등등이 눈에 띄는데, 이들은 속세를 떠나 유유자적한 삶을 살았거나 신선이 된 인물로써 그가 동경한 대상이다.
백거이는 평생 산중은일을 과감히 결행하지는 못했지만 이들과 비슷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는 그의 시문 곳곳에 드러난다. 그래서 그는 북창삼우, 즉 술을 비롯하여 시와 거문고와 벗하며 사는 인생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부터 그는 “시사는 들어도 못들은 척, 다만 기쁜 것은 해마다 배불리 먹는 것.(時事雖聞如不聞, 但喜年年飽飯喫.)”(<詔下>)이라는 방향을 설정하고, “낙천아! 낙천아! 너무 슬퍼하지 마라. 오늘이후로 너는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고, 낮에는 열심히 움직이고, 밤에는 자며, 너무 희희닥거리지 말고, 너무 근심도 하지 말고, 아프면 눕고, 죽으면 쉬면 될 뿐이니...(樂天樂天 可不大哀, 而今而後, 汝宜饑而食, 渴而飮, 晝而興, 夜而寢, 無浪喜, 無妄憂, 病則臥, 死則休.)라고 하였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인생을 즐기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술을 권한 <불여래음주(不如來飮酒)>7수 속에서 언급한 ‘차라리 이리와서 술이나 하는 것만 못하다(不如來飮酒)’고 한 인물은 굴원과 더불어 산속에 은거하는 사람&8231농부&8231관리&8231장사꾼&8231전쟁터에 나간 군졸&8231장생술을 추구하는 사람&8231속세에서 명리를 다투는 사람 등등인데, 사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사람을 언급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만큼 그는 세속의 모든 삶을 부정하고 내면으로 침잠하였는데, 그가 <把酒>에서,
把酒仰&38382天(파주앙문천), 술잔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 묻노니,
古今&35841不死(고금수불사)? 고금에 있어 누군들 죽지 않았는가?
所&36149未死&38388(소귀미사간), 귀중한 것은 아직 죽지 않았을 때,
少&24551多&27426喜(소우다환희). 근심이 적고 즐거움이 많은 때다.
&31351通&35845在天(궁통량재천), 빈궁하고 달통한 것은 진실로 하늘의 뜻에 달려있고,
&24551喜&21363由己(우희즉유기). 근심과 즐거움은 즉 자신으로부터 말미암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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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한 것처럼, 자신에게서 즐거움을 찾았으니, 이것이 곧 북창삼우였던 것이다. 술&8231시&8231거문고는 곧 도연명과 죽림칠현이 심취한 물건임을 감안하면 그가 동경하고 따르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술에 심취한 것은 술에 대해 그 나름의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어찌 앉아서 늙을소냐? 다만 즐기는 것만이 있을 뿐. 술의 흥취가 마땅히 있을 것이니, 詩情이 없을 것인가?(……何因&39547衰老? 只有且&27426&23089. 酒&20852&36824&24212在, &35799情可便無?……)(<취제후선정(醉&39064候仙亭)>)
상소와 술수를 논하지 말아야, 서로 만나면 문득 즐겁다오. 각기 시에 편벽증이 있기에, 모두 술로써 신선이 된다오.(……無&35770疏與&25968, 相&35265&36740欣然. 各以&35799成癖, 俱因酒得仙.……)(<취후중증회숙(醉後重&36192晦叔)>)
취하여 누룩에 빠지면 가난과 부유함이 같다. 죽은 뒤에 쌓인 돈은 있으나 없으나 같다.(……醉來&27785麴貧如富, 身後堆金有若亡.……)<상황배신작억휘지(嘗黃&37253新酌憶微之)>)
특히 자신의 몸을 잊을 수 있으니, 자신이 천지에 속한 것을 어찌 알리오?(……殆欲忘形骸, &35406知屬天地.……)(<화상신주(和嘗新酒)>)
술에 반쯤 취하니 마음자리에선 속임수를 잊는다.(……心地忘機酒半&37219.……)(<금주(琴酒)>
술수가 가득한 마음을 세척할 수 있고, 속세로 찌든 속을 깨끗이 씻어낼 수가 있다.(可洗機巧心, 可蕩塵垢腸.(<지상유소주(池上有小舟)>)
<卯時酒>
佛法&36190醍&37264(불법찬제호), 佛法에선 醍&37264味를 칭찬하고,
仙方&22840沆瀣(선방과항해). 仙方에서는 이슬기운을 자랑하지만,
未如卯&26102酒(미여묘시주), 卯時에 술을 마셔서,
神速功力倍(신속공력배). 신속히 功力을 배가시키는 것만 못하다.
一杯置掌上(일배치장상), 술 한잔을 손바닥 위에 놓고,
三咽入腹&20869(삼인입복내). 뱃속으로 세 번이나 삼킨다.
煦若春&36143&32928(후약춘관장), 몸이 더워지는 것이 마치 봄기운이 내장 속으로 관통하는 듯 하고,
暄如日炙背(훤여일자배). 따뜻하기가 마치 해가 등을 쪼이는 듯 하다.
&23682&29420肢體&30021(개독지체창), 어찌 사지와 몸만이 화창하겠는가?
仍加志氣大(잉가지기대). 또한 志氣도 커진다.
當&26102&36951形骸(당시유형해), 이때는 몸체를 잊고,
竟日忘冠&24102(경일망관대). 온종일 관모와 허리띠조차 잊는다.
似游&21326胥&22269(사유화서국), 마치 華胥國을 유람한 듯 하고,
疑反混元代(의반혼원대). 마치 천지가 개벽하기 이전으로 돌아간 듯 하다.
一性&26082完全(일성기완전), 하나의 본성이 이미 완전하고,
萬機皆破碎(만기개파쇄). 온갖 술수가 모두 부서진다.
半醒思往來(반성사왕래), 술에서 반쯤 깨어서 친구간의 왕래를 생각하면,
往&26469&21505可怪(왕래우가괴). 왕래는 괴이할 만 하다고 탄식한다.
&23456辱&24551喜&38388(총욕우희간), 총애를 받고 굴욕을 당하고 근심하고 즐기는 사이에,
惶惶二十&36733(황황이십재). 두려워하며 20년을 지냈다.
前年&36766紫&38396(전년사자달), 작년에 대궐을 사직하여,
今&23681抛&30338蓋(금세포조개). 올해는 조정에 올린 조서의 봉투를 던졌다.
去矣&40060返泉(거의어반천), 버리고 나니 물고기가 샘물로 돌아간 듯 하고,
超然&34633離&34581(초연선리태). 초탈한 것이 매미가 변태한 듯 하다.
是非莫分&21035(시비막분별), 시비에 분별이 없고,
行止無疑&31001(행지무의애). 행하고 그침에 의심과 방해도 없다.
浩&27668&36142胸中(호기저흉중), 호기가 가슴 속에 쌓이고,
&38738雲委身外(청운위신외). 푸른 구름은 몸 밖에 머무른다.
&25194心私自&35821(문심사자어), 마음을 다잡고 혼잣말 하는데,
自&35821&35841能&20250(자어수능회). 혼잣말을 누가 이해할까?
五十年&26469心(오십년래심), 오십년 동안 마음 쓴 것은,
未如今日泰(미여금일태). 오늘 편안한 것만 못하니,
&20917&20857杯中物(황자배중물), 하물며 이 술잔 속의 물건을 두고,
行坐&38271相&23545(행좌장상대). 가거나 앉거나 오래도록 상대하는 것만 하겠는가?
술은 가장 빠르게 도가나 불가에서 수행하는 경지에 이르게 하는 물건이며, 이속에는 시비도 없고, 정치에 대한 논의도 없으니, 술에 심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그가 이러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하필이면 ‘중은’의 방법을 선택한 것일까? 이것이 바로 자신의 근심을 해소하고, 어지러운 정국에서 자신을 극복하며, 자신을 배척한 조정과 그 주변의 간신배들을 이기는 방법인 것이다. 한직에 은거하면 산중에 은거하는 빈곤과 외로움이 없고, 조정의 내신(內臣)으로써 가지게 되는 위태로움도 없다.
그런데 그는 국가의 복록을 이용하여 자신의 즐거움을 누린다? 이것이야말로 대은(大隱)과 소은(小隱)을 모두 다 향유하는 적절한 삶이며, 무력한 지식인으로써 자신을 내친 대상에게 적절히 복수하는 삶이다.
작자는 시문 속에서 관직에 머문 것을 ‘호구지책’이라고 했지만, 집안에 기생을 두고, 연못이 있는 집을 얻고, 손님을 수시로 초대하여 잔치를 베푸는 사람이 언급할 만한 것이겠는가? 물론 백거이가 관직에 나선 것은 호구지책과 영달을 위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평생 관직에 기거한 사람이 ‘호구지책’을 하소연한다는 것은 적당한 변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의 시문에서 현세를 ‘태평성대’(<세제야대주(歲除夜對酒)>라고 표현한 것과 일맥상통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필자는 백거이식의 ‘중은’은 아주 지능적이고 전략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의 <영숭리관거(永崇里觀居)>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중략)
年光忽&20873&20873(년광홀염염), 세월은 홀연히 흘러만 가고
世事本悠悠(세사본유유). 세상사란 원래 아득하기만 하다.
何必待衰老(하필대쇠노), 하필 늙어 노쇠하기만 기다려야
然後悟浮休(연후오부휴). 삶과 죽음의 진리를 깨달을까.
眞隱豈長遠(진은개장원), 진정한 은일이 어찌 아주 멀리 있어야 하고
至道在冥搜(지도재명수). 지극한 도는 어두운 가운데서만 얻겠는가?
身雖世間住(신수세간주), 몸은 비록 세간에 머물러 있으나
心與虛無遊(심여허무유). 내 마음은 虛無와 노닌다.
朝飢有蔬食(조기유소식), 아침에 배고프면 나물밥 먹고
夜寒有布&35032(야한유포구). 저녁에 추우면 무명옷 입는다.
幸免凍與&39186(행면동여뇌), 운좋게 헐벗음과 굶주림을 면한다면
此外復何求(차외복하구). 그밖에 다시 무엇을 바랄까?
寡慾雖少病(과욕수소병), 욕심을 줄이면 허물이 적지만
樂天心不憂(낙천심부우). 천명을 즐기면 마음이 우울하지 않다.
何以明吾志(하이명오지), 어찌해야 나의 뜻을 밝힐까
周易在床頭(주역재상두). 주역이 내 책상머리에 놓여있다.
인생은 유한한 것이니, 황제건 자신이든 모든 사람은 정해진 나이를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천수를 누리면서 가장 행복을 누리면 다른 인생보다 자신이 가장 행복한 삶을 누린다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런데 黔婁보다 잘살고, 顔回보다 오래살았고, 伯夷보다 배불리 먹고, 榮啓期보다 더욱 즐겼으며, 衛&29600보다 건강하니 얼마나 행운이 많은가? 그런데 내가 또 뭘 바라겠는가?”(<醉吟先生傳>)라고 하여,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동경한 인물보다 낫다고 여겼는데, 인생을 즐기고 득의한 점에 있어서 황제와 비교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명한 독자께서는 냉철하게 판단하시길...
마지막으로 <권주(勸酒)>를 예로 드는데, ‘궁성 춘명문 밖’ 구문을 음미하며 다시 한번 읽어보시길,
勸君一杯君莫辭(권군일배군막사), 한 잔 술을 권하거니, 그대여 사양 말게나
勸君兩杯君莫疑(권군양배군막의), 두잔 술을 권하니, 그대여 의심하지 말게나.
勸君三杯君始知(권군삼배군시지). 석잔 권하노니, 그대가 비로소 내 마음 알았구나.
面上今日老昨日(면상금일노작일), 사람의 얼굴은 오늘도 내일도 늙어가고
心中醉時勝醒時(심중취시승성시). 마음 속은 취한 때가 깨어 있을 때보다 좋구나.
天地&36834&36834自長久(천지초초자장구), 천지는 아득하고 원래부터 장구하고
白兎赤烏相&36225走(백토적오상진주). 흰 토끼 붉은 까마귀 서로 쫓듯 달려간다.
身後堆金&25284北斗(신후퇴금주배두), 죽은 뒤에 북두칠성에 닿을 정도로 황금을 쌓아도
不如生前一樽酒(부여생전일준주). 살아서 한 통의 술을 마심만 못하리라.
君不見(군부견). 그대는 보지 못했던가!
春明門外天欲明(춘명문외천욕명), 궁성 춘명문 밖의 동 틀 무렵에
喧喧歌哭半死生(훤훤가곡반사생). 시끄럽게 노래하고 곡하며 나고 죽음이 절반인 것을.
遊人駐馬出不得(유인주마출부득), 그곳을 다니는 사람들 말을 멈추지 않을 수 없으니
白輿素車爭路行(백여소거쟁노항). 흰 색 장의차가 다투어 길을 나가는구나.
歸去來(귀거내). 돌아가세!
頭已白(두이백), 이미 머리 희어졌으니
典錢將用買酒喫(전전장용매주끽). 전당포에 돈 빌려서 술을 사서 마셔 버리자꾸나.
좋은 술을 안마시고, 어찌하여 슬퍼하는가
백거이는 전반기의 인생과 시풍이 후반기에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는데, 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44세에 강주사마로 폄적된 사실과 더불어 42세에 지은 <도잠의 시체를 흉내내어(效陶潛體詩)>16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효도잠체시>는 그가 좌습유(左拾遺)를 지내다가 경조호참군으로(京兆戶參軍) 좌천되었는데, 마침 모친 진(陳)씨가 세상을 떠나 삼년상을 치르는 와중에 지은 시로써, 백거이의 한적시&8231감상시와 비교하면 곧 이 시에서 밝힌 결심과 경향이 거의 서로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앞에서 필자는 이미 강주사마로 폄적된 이후 ‘중은(中隱)’을 택하여, 자신의 현재를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였고, 이 결과 ‘북창삼우(北窓三友)’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런데 강주사마로 좌천되기 전에 쓴 <효도잠체시>를 보면, 그의 이러한 사상경향이 강주사마로 좌천된 이후 현실화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의 <효도잠체시>소인(小引)을 잠시 보자.
내가 渭水가로 물러나 살며 문을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다. 당시는 우기(雨期)가 되어 스스로 즐거움이 없었다. 마침 집안에 술이 익었다. 빗속에 홀로 술을 마시고 종종 취하니 종일토록 술이 깨지 않았다. 나태하고 방종한 마음은 점점 스스로 만족을 느꼈다. 그래서 이것에서 얻으니 저것을 잊게 되었다.
그래서 도연명시를 읊다가 마침내 마음에 합당한 것을 얻었다. 마침내 그의 시체(詩體)를 모방하여 16편을 이루었다. 술에 취한 가운데 미친 듯 노래하고, 술이 깨면 문득 스스로 겸연쩍게 웃는다. 그렇지만 나를 아는 자에게는 이것을 숨길 것이 없다.
余退居渭上, 杜門不出. 時屬多雨, 無以自娛. 會家&37278新熱. 雨中獨飮, 往往&37219醉, 終日不醒. 懶放之心, 彌覺自得. 故得於此, 而有以忘於彼者. 因詠陶淵明詩, 適與意會. 遂&20634其體, 成十六篇. 醉中狂言, 醒輒自&21698. 然知我者亦無隱焉.
밑줄친 ‘빗속에 홀로 술을 마시고 종종 취하니 종일토록 술이 깨지 않았다. 나태하고 방종한 마음은 점점 스스로 만족을 느꼈다. 그래서 이것에서 얻으니 저것을 잊게 되었다.’&8231‘마침내 마음에 합당한 것을 얻었다’&8231‘술에 취한 가운데 미친 듯 노래하고, 술이 깨면 문득 스스로 겸연쩍게 웃는다.’를 문구를 뇌리 속에 새기고 나서, 그의 <효도잠체시> 첫수를 보자.
不&21160者厚地(부동자후지), 움직이지 않는 것은 두터운 땅이고,
不息者高天(불식자고천). 쉬지 않는 것은 높은 하늘이다.
無&31351者日月(무궁자일월), 끝없는 것은 일월이고,
&38271在者山川(장재자산천). 영원한 것은 山川이라네.
松柏與&40863&40548(송백여구학), 소나무, 백양나무, 거북이, 학은,
其&23551皆千年(기수개천년). 모두 천년을 산다네.
嗟嗟群物中(차차군물중), 아! 많은 사물 가운데,
而人&29420不然(이인독불연). 사람만이 오직 그렇지 못하네.
早出向朝市(조출향조시), 아침에 조정과 저잣거리로 나서고,
暮已&24402下泉(모이귀하천). 저녁이면 저승으로 돌아온다네.
形&36136及&23551命(형질급수명), 형체와 목숨은,
危脆若浮烟(위취약부연). 위태롭고 부서지는 것이 마치 뜬 안개 같고,
&23591舜與周孔(요순여주공), 요순과 周公&8231공자,
古&26469稱聖&36132(고래칭성현). 예로부터 성현이라 불렀지만,
借&38382今何在(차문금하재),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물어본다면,
一去亦不&36824(일거역불환). 한번 가서는 역시 돌아오지 못했다.
我無不死&33647(아무불사약), 나는 불사약이 없으니,
兀兀&38543化&36801(올올수화천). 아무리 애써도 죽음에 따라 변해갈 것이다.
所未定知者(소미정지자),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는,
修短&36831速&38388(수단지속간). 빠르고 늦은 삶 속에서 수양이 짧다.
幸及身健日(행급신건일), 다행히 몸이 건강한 날에,
當歌一樽前(당가일준전). 술통 하나 앞에 놓고 노래하리라.
何必待人&21149(하필대인권), 구태여 사람이 술권하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는가!
持此自&20026&27426(지차자위환). 이것을 가지고 스스로 즐기면 될 뿐.
이와 더불어 <효도잠체시>를 대충 간추려 살펴보자.
不以酒自&23089(붕이주자오), 술로써 스스로 즐기지 않는다면,
&22359然與&35841&35821(괴연여수어). 외로워도 누구와 말을 할까!(제2수)
始悟獨住人(시오독주인), 이제야 알았네, 홀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心安時亦過(심안시역과). 마음 편안하게 세월을 보낼 수 있음을.(제3수)
開甁瀉&32583中(개병사준중), 술독을 열고 술항아리에 쏟고,
玉液黃金&24053(옥액황금치). 옥같은 술을 황금술잔에 따른다.
持翫已可悅(지완이가열), 술잔을 손에 드니 이내 즐겁고,
歡嘗有餘滋(황상유여자). 즐겁게 맛보니 맛이 넘쳐난다.
一酌發好容(일작발호용), 한잔 술에 얼굴이 환해지고,
再酌開愁眉(재작개수미). 두잔 술에 근심이 없어진다.
連延四五酌(연연사오작), 네&8231다섯 잔을 연거푸 마시니,
&37219暢入四肢(감창입사지). 사지가 모두 풀어진다.
忽然遺物我(홀연유물아), 갑자기 세상의 사물과 내 자신을 잊으니,
誰復分是非(수복분시비). 누가 다시 시비를 분별하겠는가?
是時連夕雨(시시연석우), 이날은 밤비가 계속 내렸지만,
酩酊所無知(명정소무지). 술에 흠뻑 취해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人心苦顚倒(인심고전도), 사람의 마음이 아주 뒤바뀌어 버렸으니,
反爲憂者嗤(반위우자치). 오히려 근심을 가진 자의 웃음거리가 되었구나.(제4수)
朝亦獨醉歌(조역독취가), 아침에도 홀로 취해 노래하고,
暮亦獨醉睡(모역독취수). 저녁에도 홀로 취해 잔다.
未盡一壺酒(미진일호주), 아직 술항아리 하나도 다 마시지 못했는데,
已成三獨醉(이성삼독취). 이미 세 번이나 홀로 취했다.
勿嫌飮太少(물혐음태소), 주량이 너무 적다고 미워하지 마소,
且喜歡易致(차희환이치). 즐거워지는 일이 쉽게 생긴다오.
一盃復兩盃(일배부양배), 한잔 마시고 다시 한잔 마셔도,
多不過三四(다불과삼사). 많아봐야 고작 서너잔을 넘지 못한다.
便得心中適(편득심중적), 곧 마음 속에 적당함을 얻으니,
盡忘身外事(진망신외사). 몸밖의 일을 다 잊는다.
更復强一盃(경복강일배), 다시 억지로 한잔을 더 마시면,
陶然遺萬累(도연유만루). 거나해져 만 갈래 근심을 다 잊는다.(제5수 전체 시)
乃知&38452與晴(내지음여청), 이내 알겠노라! 흐리거나 날이 갤 때나,
安可無此君(안가무차군). 어찌 우리 임금이 없겠는가?
我有&20048府&35799(아유락부시), 나에게 악부시가 있어,
成&26469人未&38395(성래인미문). 지어 완성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네.
今宵醉有&20852(금소취유흥), 오늘 저녁 술에 취해 흥이 생겨,
狂&21647驚四&37051(광영경사린). 미친 듯 읊으니 사방의 이웃이 놀란다.(제6수)
&20020&35294忽不&39278(임상홀불음), 술잔을 마주하고도 갑자기 마시지 못하네,
&24518我平生&27426(억아평생환). 다만 평생 나의 즐거웠던 일이 생각났기에.
-중략-
良夜信&38590得(양야신난득), 좋은 저녁은 정말로 얻기 어렵고,
佳期杳無&32536(가기묘무연). 좋은 시절은 인연이 없는 듯 묘연하구나.
明月又不&39547(명월우부주), 명월은 또한 머무르지 않고,
&28176下西南天(텀하서남천). 점점 서남쪽 하늘로 흘러가는구나.
&23682無他&26102&20250(개무타시회), 어찌 다른 때 만날 날이 없겠는가?
惜此&28165景前(석차청경전). 이런 깨끗한 경치가 아쉬울 뿐.(제7수)
家&37278飮已盡(가온음이진), 집안에 담궈 놓은 술을 이미 다 마셨고,
村中無酒&36054(촌중무주사). 마을에는 꾸어올 술도 없다.
坐愁今夜醒(좌수금야성), 저녁에 술이 깨어서 근심으로 나와 앉으니,
其奈秋懷何(기내추회하). 이 가을에 느끼는 근심을 어찌할꼬?
有客忽叩門(기객홀고문), 어떤 객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데,
言語一何佳(언어일하가). 말하는 말 한마디가 어찌나 정답던지...(제8수)
&26102&20542一樽酒(시경일준주), 때때로 술잔을 기울이며,
坐望&19996南山(좌망동남산). 집안에 앉아서 동남산을 바라본다.
稚侄初&23398步(치질초학보), 어린 조카가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해서,
&29301衣&25103我前(견의희아전). 옷을 잡아끌며 내 앞에서 재롱을 부린다.
&21363此自可&20048(즉차자가락), 이것을 즐기면 되지,
庶幾&39068與原(서기안여원). 안연과 원생처럼 되기를 바랄 것인가?(제9수)
快&39278無不消(쾌음무불소), 재빨리 술을 마시면 근심이 사라지고,
如霜得春日(여상득춘일). 서리가 봄날을 얻은 듯 하다.
方知曲&31989靈(방지곡얼령), 바야흐로 알겠네. 누룩의 정령은,
萬物無與匹(만물무여필). 만물이 필적할 만한 것이 없구나.(제10수)
不&35265郭&38376外(불견곽문외), 보지 못했는가? 성문 밖,
累累&22367與丘(누루분여구). 겹겹이 쌓인 무덤으로 된 언덕을.
月明愁&26432人(월명수살인), 달빛이 밝아 근심으로 사람을 못살게 만들고,
&40644蒿&39118&39125&39125(황호풍수수). 누런 쑥이 바람에 날린다.
死者若有知(사자약유지), 죽은 사람 속에 만약 이런 이치를 아는 자 있다면,
悔不秉&28891游(회불병촉유). 촛불을 잡고 밤에 놀지 않은 것을 후회하리라.(제11수)
吾聞&28527陽郡(오문심양군), 내가 듣기로, 심양군에는,
昔有陶徵君(석유도징군). 옛날에 도연명이 있었다네.
愛酒不愛名(애주불애명), 술을 좋아했지만 명성을 좋아하지 않았고,
憂醒不憂貧(우성불우빈). 술이 깰 것을 걱정했지만 가난을 걱정하지 않았네.
-중략-
我從老大來(아종로대래), 나는 늙어가면서부터,
竊慕其爲人(절모기위인). 그 사람됨을 가만히 그리워하노라.
其他不可及(기타불가급), 다른 것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且&20634醉昏昏(차효취혼혼). 잠시 정신이 흐리멍텅할 때까지 취하는 것을 본받는 것은 어떨지.(제12수)
楚王疑忠臣(초왕의충신), 초왕이 충신을 의심하여,
江南放屈原(강남방굴원). 굴원을 강남으로 귀양보냈다.
晉朝輕高士(진조경고사), 진나라는 식견이 높은 선비를 가벼이 여겨,
林下棄劉伶(임하기유령). 유령을 숲속으로 버렸노라.
一人常獨醉(일인상독취), 한 사람은 항상 홀로 취했고,
一人常獨醒(일인상독성). 한 사람은 항상 홀로 깨었는데,
醒者多苦志(성자다고지), 깨어있는 자는 고심이 많고
醉者多歡情(취자다환정). 취한 자는 즐기는 마음이 많다네.
歡情信獨善(환정신독선), 즐기는 마음은 정말로 홀로 수양할 수 있지만,
苦志竟何成(고지경하성). 힘든 포부는 결국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兀傲甕間臥(올오옹간와), 오만하게 술독들 틈에서 취하여 드러눕고,
憔悴澤畔行(초췌택반행). 초췌하여 연못가를 거닌다네.
彼憂而此樂(피우이차락), 저 사람의 근심이 이 사람의 즐거움이니,
道理甚分明(도리심분명). 도리가 매우 분명하구나.
願君且飮酒(원군차음주), 원하노니, 그대 역시 술을 마시게,
勿思身後名(물사신후명). 죽은 뒤의 명성일랑 생각하지 말고.(제13수 전체시)
磋&36302五十餘(차타오십여), 공부한 것이 때를 놓쳐 이미 50여세,
生世苦不&35856(생세고불해). 인생은 고통으로 순조롭지 못하고,
&22788&22788去不得(처처거부득), 곳곳마다 뜻을 얻지 못하니,
却&24402酒中&26469(각귀주중래). 오히려 술 속으로 돌아가려네.(제14)
&36149&36145與&36139富(귀천여빈부), 귀천과 빈부,
高下&34429有殊(고하수유수). 높고 낮음에 차이가 있겠지만,
&24551&20048與利害(우락여이해), 근심과 즐거움&8231이익과 손해에 있어선,
彼此不相&31404(피차불상유). 피차 서로 우월할 수 없다.
是以&36798人&35266(시이달인관), 이러한 까닭에 달인의 관점엔,
萬化同一途(만화동일도). 만물의 변화는 하나의 길로 통하겠지.
但未知生死(단미지생사), 다만 삶과 죽음을 알지 못하여,
勝&36127&20004何如(승부양하여). 승부는 양쪽 다 어떠할까?
&36831疑未知&38388(지의미지간), 알 수 없는 와중에 미적미적 의심되니,
且以酒&20026&23089(차이주위오). 잠시 술로써 즐기겠노라.(제15수)
&27982水澄而潔(제수징이결), 제수는 맑아서 깨끗하고,
河水&27985而&40644(하수혼이황). 황하는 혼탁하여 누렇구나.
交流列四&28174(교류열사독), 교류하여 네 개의 큰 강으로 펼쳐지니,
&28165&27978不相&20260(청탁불상상). 깨끗함과 탁함으로 인해 서로 피해를 주지 않구나.
-중략-
&20030&22836仰&38382天(거두앙문천),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고 묻지만,
天色但&33485&33485(천색단창창). 하늘색은 다만 푸르고 푸르네.
唯當多種黍(유당다종서), 오직 마땅히 기장을 많이 심어,
日醉手中&35294(일취수중상). 손에 술잔을 들고 날마다 취할 것이라네.(제16수)
(*지면상 <效陶潛體詩>16수를 다 싣지 못합니다)
유한한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신같은 이는 곧 술로써 인생을 즐기면 될 뿐……
백거이는 강주사마로 폄적된 이후, 내면으로 침잠한다. 후반기에는 <한영(閒詠)>&8231<영의(詠意)>&8231<영회(詠懷)>&8231<자탄(自歎)&8231<자영(自詠)>&8231<노병(老病)>&8231<송춘(送春)>&8231<대주(對酒)> 등의 시제가 눈이 띌 뿐만 아니라 중복되기도 하는데, 이는 곧 그가 내면으로 침잠했음을 의미한다. 내면으로 침잠한 생활에서 자신의 삶을 유쾌하도록 도운 것이 술과 시&8231거문고, 즉 ‘북창삼우’였던 것이다.
그는 본성이 술을 좋아했던 것 같다. 젊은 시절 과거시험을 공부할 때 친구와 옷을 잡히고 술을 마셨다는 싯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시에 <묘시주(卯時酒)>&8231<묘음(卯飮)>이 있는데, ‘묘시’라면 아침 6전후의 시각이고, ‘묘시주’는 해장술을 의미한다. 또한 <병중에 중추절이 되어 손님을 불러 저녁에 마심(病中逢秋, 招客夜酌)>이나 술취한 뒤(<醉後∼>)로 된 많은 시의 제목을 볼 때, 그는 정말로 술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술꾼이 술을 마실 때는 언제던가?
백거이는 그믐이나 새해&8228중추절 등 절기 때, 또한 꽃피는 봄이나 달뜨는 가을 등의 각 계절, 새 술이 익었을 때, 친구가 찾아왔을 때나 초대받았을 때,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가 보고 싶을 때……등등 외적인 요인과 인생유한으로 인한 근심, 늙어가면서 커져가는 인생에 대한 회한 등등 내적인 요인 등이 있다. 이렇게 보면 매일 술을 마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시는 새술이 익었을 때, 새술을 마시며 그가 보인 행동이다.
<和嘗新酒>
空腹嘗新酒(공복상신주), 빈속에 새술을 맛보니,
偶成卯時醉(우성묘시취). 마침 卯時에 술을 마신 듯 하다.
醉來擁褐&35032(취래옹갈구), 취해서는 털옷과 가죽옷을 안고서,
直至齋時睡(직지제시수). 곧 바로 방에 가서 잔다.
靜&37219不語笑(정감불어소), 조용히 달콤하게 잔다고 비웃지 마소,
眞寢無夢寐(진침무몽매). 참으로 잠들면 자면서 꿈꾸지 않는다오.
殆欲忘形骸(태욕망형해), 특히 자신의 몸을 잊을 수 있으니,
&35406知屬天地(거지속천지). 자신이 천지에 속한 것을 어찌 알리오?
醒餘和未散(성여화미산), 술이 깨고 나서도 따뜻한 기운이 흩어지지 않고,
起坐澹無事(기좌담무사). 일어나 앉으니 마음이 깨끗해져 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다.
擧臂一欠伸(거비일흠신), 팔을 들어 하품을 한번 하고,
引琴彈秋思(인금탄추사). 거문고를 당겨서 <秋思>를 연주한다.
이 시를 읽다보면, 생활에 구애됨이 없는 모습이 마치 도연명의 일상을 보는 듯 하다. 이것으로도 그의 일상을 대략 짐작할 수가 있다. 다음 시는 그가 병중에 술을 마시는 모습이다.
<병중에 가을을 맞아 손님을 초청하여 술을 마시다(病中逢秋招客夜酌)>
不見詩酒客(부견시주객), 시객과 주객을 만나지 못한 채
臥來半月餘(와내반월여). 누워서 반 달 여를 보냈다.
合和新藥草(합화신약초), 새 약초를 섞어보고
尋檢舊方書(심검구방서). 옛 의약서적도 찾아보았다.
晩霽煙景度(만제연경도), 저녁에 날이 개어 안개 낀 경치를 감상하고,
早&28092&29269戶虛(조량창호허). 아침에 서늘하여 창문도 허전하다.
雪生衰&39714久(설생쇠빈구), 쇠약한 귀밑머리 서리 내린지 오래인데
秋入病心初(추입병심초). 가을이 되니 마음이 병들기 시작한다.
臥&31775&34308竹冷(와점기죽냉), 자리에 누우니 기죽자리가 차갑고
風襟&37019葛疎(풍금공갈소). 옷깃에 바람부니 지팡이와 갈옷이 허전하다.
夜來身校健(야내신교건), 밤이 되니 몸도 비교적 건강한데
小飮復何如(소음복하여). 술 조금 마신들 또 무슨 일 있겠는가.
시객과 주객을 반달여를 만나지 못했으니, 시인은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마침 가을을 맞아 마음자리가 허전하니, 또한 술잔을 들지 않겠는가? 술은 이미 그의 일상이 되었으니,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술만 마시면 어디 몸이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다음 시를 보자.
<술을 마신 뒤 저녁에 술이 깨어(음후야성&39278後夜醒)>
&40644昏&39278散&24402&26469&21351(황혼음산귀래와), 황혼무렵 술을 마시고 헤어져 돌아와 눕고,
夜半人扶强起行(야반인부강기행). 한밤중에 사람이 일으키기에 억지로 일어났다.
枕上酒容和睡醒(침상주용화수성), 침상 위 술취한 모습은 편안히 자고서 술이 깨니,
&27004前海月伴潮生(누전해월반조생). 누대앞 바다 위에 뜬 달은 조류를 따라 생겨난다.
&23558&24402粱燕&36824重宿(장귀양연환중숙), 돌아가려는 들보의 제비 돌아와서 다시 잠자고,
欲&28781&31383燈却復明(욕멸창등각부명). 꺼지려는 창가의 등불은 오히려 다시 밝다.
直至&26195&26469猶妄想(직지효래유망상), 곧 새벽이 되니 망상이 생기고,
耳中如有管弦&22768(이중여유관현성). 귀속에서 管絃樂 소리가 들린다.
그야말로 술꾼의 모습이다. 이젠 숫제 술을 이기지 못하여 술에 쉽게 취해 잘 곳을 찾게 되고, 선잠을 자게 되면 몸이 견디지를 못한다. 그래서 새벽에 잠을 깨니, 또 다시 망상이 생기고, 이명(耳鳴)의 증상이 생기게 되었다. 그 결과 <억지로 술을 권하며(强酒)>&8228<술을 마주하고(對酒)>&8228<술을 권하며(勸酒)> 등을 즐긴 그였지만 술을 사양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술을 권하시니(答勸酒)>
莫怪近來都不飮(막괴근내도부음), 근래에 전혀 술마시지 않는 것 이상타 마오
幾回因醉却沾巾(기회인취각첨건). 취하여 넘어져서는 두건을 적신 일 몇 번이던가
誰料平生狂酒客(수료평생광주객), 평생을 술에 미친 나그네 신세 누가 알리오
如今變作酒悲人(여금변작주비인). 지금은 술에 취한 비참한 인간이 다 되었다오
그러나 그는 75세까지 장수한 인물이다. 그가 노래한 음주시 속 일상이 혹 과장된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이 들 정도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건강에게 철저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한다.
그러기에, 현세를 사는 사람들은 이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할 일이 많이 남은 사람은 자신의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며, 시간을 아껴서 매 시각, 하루하루를 아낌없이 활용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백거이의 <원구에게 술을 권하며(勸酒寄元九)>를 전해드리니 잘 읽어보십시다. 백거이처럼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가 없거들랑, 술에 빠지지 말고, 그가 말한 술의 효능을 잘 이용하시기를...
<원구에게 술을 권하며(勸酒寄元九)>
&34212葉有朝露(해엽유조로), 부추잎에 아침이슬이 맺혔고,
槿枝無宿花(근지무숙화). 무궁화 나뭇가지엔 하루 지난 꽃이 없다네.
君今亦如此(군금역여차), 그대여 지금의 상황 역시 이처럼,
促促生有涯(촉촉생유애). 삶을 마지막으로 재촉한다오.
&26082不逐&31109僧(기불축선승), 이미 선승을 쫓지 않았다면,
林下&23398楞伽(임하학능가). 숲속에서 불교의 楞伽經을 배우시게.
又不&38543道士(우불수도사), 또한 道士를 쫓지 않았다면,
山中&28860丹砂(산중련단사). 산속에서 丹砂를 만드시게.
百年夜分半(백년야분반), 백년의 시간도 밤이 그 반을 차지하니,
一&23681春無多(일세춘무다). 한해의 봄도 많지가 않다네.
何不&39278美酒(하불음미주), 어찌 좋은 술을 마시지 않고,
胡然自悲嗟(호연자비차). 어찌하여 스스로 슬퍼하며 탄식하시오.
俗號&38144愁&33647(속호소수약), 세상에서 근심을 없애는 약이라고 부르고,
神速無以加(신속무이가). 효험도 신속하게 빨라서 다른 것을 보탤 것도 없다오.
一杯&39537世&34385(일배구세려), 한잔 술에 세상의 근심을 몰아내고,
&20004杯反天和(양배반천화). 두잔 술에 오히려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오.
三杯&21363酩酊(삼배즉명정), 세 잔에 곧 실컷 취하여,
或笑任狂歌(혹소임광가). 혹 웃기도 하고 미친 듯 노래한다오.
陶陶復兀兀(도도부올올), 실컷 취하여 다시 정신이 멍하니,
吾孰知其他(오숙지기타). 내가 어찌 다른 것을 알리오?
&20917在名利途(황재명리도), 하물며 명리를 추구하는 길에 있어서,
平生有&39118波(평생유풍파). 평생 풍파를 겪었다.
深心藏陷&38449(심심장함정), 묘리와 善道를 추구하는 마음에 함정을 숨기고,
巧言&32455&32593&32599(교언직망라). 교묘한 말로 법망을 짜지만,
&20030目非不&35265(거목비불견), 눈을 들어보면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으니,
不醉欲如何(불취욕여하). 취하지 않고서 어찌 하려오?
이 <효도잠체시>는 그가 좌습유(左拾遺)를 지내다가 경조호참군으로(京兆戶參軍) 좌천되었는데, 마침 모친 진(陳)씨가 세상을 떠나 삼년상을 치르는 와중에 지은 시로써, 백거이의 한적시&8231감상시와 비교하면 곧 이 시에서 밝힌 결심과 경향이 거의 서로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앞에서 필자는 이미 강주사마로 폄적된 이후 ‘중은(中隱)’을 택하여, 자신의 현재를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였고, 이 결과 ‘북창삼우(北窓三友)’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런데 강주사마로 좌천되기 전에 쓴 <효도잠체시>를 보면, 그의 이러한 사상경향이 강주사마로 좌천된 이후 현실화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의 <효도잠체시>소인(小引)을 잠시 보자.
내가 渭水가로 물러나 살며 문을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다. 당시는 우기(雨期)가 되어 스스로 즐거움이 없었다. 마침 집안에 술이 익었다. 빗속에 홀로 술을 마시고 종종 취하니 종일토록 술이 깨지 않았다. 나태하고 방종한 마음은 점점 스스로 만족을 느꼈다. 그래서 이것에서 얻으니 저것을 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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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연명시를 읊다가 마침내 마음에 합당한 것을 얻었다. 마침내 그의 시체(詩體)를 모방하여 16편을 이루었다. 술에 취한 가운데 미친 듯 노래하고, 술이 깨면 문득 스스로 겸연쩍게 웃는다. 그렇지만 나를 아는 자에게는 이것을 숨길 것이 없다.
余退居渭上, 杜門不出. 時屬多雨, 無以自娛. 會家&37278新熱. 雨中獨飮, 往往&37219醉, 終日不醒. 懶放之心, 彌覺自得. 故得於此, 而有以忘於彼者. 因詠陶淵明詩, 適與意會. 遂&20634其體, 成十六篇. 醉中狂言, 醒輒自&21698. 然知我者亦無隱焉.
밑줄친 ‘빗속에 홀로 술을 마시고 종종 취하니 종일토록 술이 깨지 않았다. 나태하고 방종한 마음은 점점 스스로 만족을 느꼈다. 그래서 이것에서 얻으니 저것을 잊게 되었다.’&8231‘마침내 마음에 합당한 것을 얻었다’&8231‘술에 취한 가운데 미친 듯 노래하고, 술이 깨면 문득 스스로 겸연쩍게 웃는다.’를 문구를 뇌리 속에 새기고 나서, 그의 <효도잠체시> 첫수를 보자.
不&21160者厚地(부동자후지), 움직이지 않는 것은 두터운 땅이고,
不息者高天(불식자고천). 쉬지 않는 것은 높은 하늘이다.
無&31351者日月(무궁자일월), 끝없는 것은 일월이고,
&38271在者山川(장재자산천). 영원한 것은 山川이라네.
松柏與&40863&40548(송백여구학), 소나무, 백양나무, 거북이, 학은,
其&23551皆千年(기수개천년). 모두 천년을 산다네.
嗟嗟群物中(차차군물중), 아! 많은 사물 가운데,
而人&29420不然(이인독불연). 사람만이 오직 그렇지 못하네.
早出向朝市(조출향조시), 아침에 조정과 저잣거리로 나서고,
暮已&24402下泉(모이귀하천). 저녁이면 저승으로 돌아온다네.
形&36136及&23551命(형질급수명), 형체와 목숨은,
危脆若浮烟(위취약부연). 위태롭고 부서지는 것이 마치 뜬 안개 같고,
&23591舜與周孔(요순여주공), 요순과 周公&8231공자,
古&26469稱聖&36132(고래칭성현). 예로부터 성현이라 불렀지만,
借&38382今何在(차문금하재),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물어본다면,
一去亦不&36824(일거역불환). 한번 가서는 역시 돌아오지 못했다.
我無不死&33647(아무불사약), 나는 불사약이 없으니,
兀兀&38543化&36801(올올수화천). 아무리 애써도 죽음에 따라 변해갈 것이다.
所未定知者(소미정지자),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자는,
修短&36831速&38388(수단지속간). 빠르고 늦은 삶 속에서 수양이 짧다.
幸及身健日(행급신건일), 다행히 몸이 건강한 날에,
當歌一樽前(당가일준전). 술통 하나 앞에 놓고 노래하리라.
何必待人&21149(하필대인권), 구태여 사람이 술권하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는가!
持此自&20026&27426(지차자위환). 이것을 가지고 스스로 즐기면 될 뿐.
이와 더불어 <효도잠체시>를 대충 간추려 살펴보자.
不以酒自&23089(붕이주자오), 술로써 스스로 즐기지 않는다면,
&22359然與&35841&35821(괴연여수어). 외로워도 누구와 말을 할까!(제2수)
始悟獨住人(시오독주인), 이제야 알았네, 홀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心安時亦過(심안시역과). 마음 편안하게 세월을 보낼 수 있음을.(제3수)
開甁瀉&32583中(개병사준중), 술독을 열고 술항아리에 쏟고,
玉液黃金&24053(옥액황금치). 옥같은 술을 황금술잔에 따른다.
持翫已可悅(지완이가열), 술잔을 손에 드니 이내 즐겁고,
歡嘗有餘滋(황상유여자). 즐겁게 맛보니 맛이 넘쳐난다.
一酌發好容(일작발호용), 한잔 술에 얼굴이 환해지고,
再酌開愁眉(재작개수미). 두잔 술에 근심이 없어진다.
連延四五酌(연연사오작), 네&8231다섯 잔을 연거푸 마시니,
&37219暢入四肢(감창입사지). 사지가 모두 풀어진다.
忽然遺物我(홀연유물아), 갑자기 세상의 사물과 내 자신을 잊으니,
誰復分是非(수복분시비). 누가 다시 시비를 분별하겠는가?
是時連夕雨(시시연석우), 이날은 밤비가 계속 내렸지만,
酩酊所無知(명정소무지). 술에 흠뻑 취해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人心苦顚倒(인심고전도), 사람의 마음이 아주 뒤바뀌어 버렸으니,
反爲憂者嗤(반위우자치). 오히려 근심을 가진 자의 웃음거리가 되었구나.(제4수)
朝亦獨醉歌(조역독취가), 아침에도 홀로 취해 노래하고,
暮亦獨醉睡(모역독취수). 저녁에도 홀로 취해 잔다.
未盡一壺酒(미진일호주), 아직 술항아리 하나도 다 마시지 못했는데,
已成三獨醉(이성삼독취). 이미 세 번이나 홀로 취했다.
勿嫌飮太少(물혐음태소), 주량이 너무 적다고 미워하지 마소,
且喜歡易致(차희환이치). 즐거워지는 일이 쉽게 생긴다오.
一盃復兩盃(일배부양배), 한잔 마시고 다시 한잔 마셔도,
多不過三四(다불과삼사). 많아봐야 고작 서너잔을 넘지 못한다.
便得心中適(편득심중적), 곧 마음 속에 적당함을 얻으니,
盡忘身外事(진망신외사). 몸밖의 일을 다 잊는다.
更復强一盃(경복강일배), 다시 억지로 한잔을 더 마시면,
陶然遺萬累(도연유만루). 거나해져 만 갈래 근심을 다 잊는다.(제5수 전체 시)
乃知&38452與晴(내지음여청), 이내 알겠노라! 흐리거나 날이 갤 때나,
安可無此君(안가무차군). 어찌 우리 임금이 없겠는가?
我有&20048府&35799(아유락부시), 나에게 악부시가 있어,
成&26469人未&38395(성래인미문). 지어 완성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네.
今宵醉有&20852(금소취유흥), 오늘 저녁 술에 취해 흥이 생겨,
狂&21647驚四&37051(광영경사린). 미친 듯 읊으니 사방의 이웃이 놀란다.(제6수)
&20020&35294忽不&39278(임상홀불음), 술잔을 마주하고도 갑자기 마시지 못하네,
&24518我平生&27426(억아평생환). 다만 평생 나의 즐거웠던 일이 생각났기에.
-중략-
良夜信&38590得(양야신난득), 좋은 저녁은 정말로 얻기 어렵고,
佳期杳無&32536(가기묘무연). 좋은 시절은 인연이 없는 듯 묘연하구나.
明月又不&39547(명월우부주), 명월은 또한 머무르지 않고,
&28176下西南天(텀하서남천). 점점 서남쪽 하늘로 흘러가는구나.
&23682無他&26102&20250(개무타시회), 어찌 다른 때 만날 날이 없겠는가?
惜此&28165景前(석차청경전). 이런 깨끗한 경치가 아쉬울 뿐.(제7수)
家&37278飮已盡(가온음이진), 집안에 담궈 놓은 술을 이미 다 마셨고,
村中無酒&36054(촌중무주사). 마을에는 꾸어올 술도 없다.
坐愁今夜醒(좌수금야성), 저녁에 술이 깨어서 근심으로 나와 앉으니,
其奈秋懷何(기내추회하). 이 가을에 느끼는 근심을 어찌할꼬?
有客忽叩門(기객홀고문), 어떤 객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데,
言語一何佳(언어일하가). 말하는 말 한마디가 어찌나 정답던지...(제8수)
&26102&20542一樽酒(시경일준주), 때때로 술잔을 기울이며,
坐望&19996南山(좌망동남산). 집안에 앉아서 동남산을 바라본다.
稚侄初&23398步(치질초학보), 어린 조카가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해서,
&29301衣&25103我前(견의희아전). 옷을 잡아끌며 내 앞에서 재롱을 부린다.
&21363此自可&20048(즉차자가락), 이것을 즐기면 되지,
庶幾&39068與原(서기안여원). 안연과 원생처럼 되기를 바랄 것인가?(제9수)
快&39278無不消(쾌음무불소), 재빨리 술을 마시면 근심이 사라지고,
如霜得春日(여상득춘일). 서리가 봄날을 얻은 듯 하다.
方知曲&31989靈(방지곡얼령), 바야흐로 알겠네. 누룩의 정령은,
萬物無與匹(만물무여필). 만물이 필적할 만한 것이 없구나.(제10수)
不&35265郭&38376外(불견곽문외), 보지 못했는가? 성문 밖,
累累&22367與丘(누루분여구). 겹겹이 쌓인 무덤으로 된 언덕을.
月明愁&26432人(월명수살인), 달빛이 밝아 근심으로 사람을 못살게 만들고,
&40644蒿&39118&39125&39125(황호풍수수). 누런 쑥이 바람에 날린다.
死者若有知(사자약유지), 죽은 사람 속에 만약 이런 이치를 아는 자 있다면,
悔不秉&28891游(회불병촉유). 촛불을 잡고 밤에 놀지 않은 것을 후회하리라.(제11수)
吾聞&28527陽郡(오문심양군), 내가 듣기로, 심양군에는,
昔有陶徵君(석유도징군). 옛날에 도연명이 있었다네.
愛酒不愛名(애주불애명), 술을 좋아했지만 명성을 좋아하지 않았고,
憂醒不憂貧(우성불우빈). 술이 깰 것을 걱정했지만 가난을 걱정하지 않았네.
-중략-
我從老大來(아종로대래), 나는 늙어가면서부터,
竊慕其爲人(절모기위인). 그 사람됨을 가만히 그리워하노라.
其他不可及(기타불가급), 다른 것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且&20634醉昏昏(차효취혼혼). 잠시 정신이 흐리멍텅할 때까지 취하는 것을 본받는 것은 어떨지.(제12수)
楚王疑忠臣(초왕의충신), 초왕이 충신을 의심하여,
江南放屈原(강남방굴원). 굴원을 강남으로 귀양보냈다.
晉朝輕高士(진조경고사), 진나라는 식견이 높은 선비를 가벼이 여겨,
林下棄劉伶(임하기유령). 유령을 숲속으로 버렸노라.
一人常獨醉(일인상독취), 한 사람은 항상 홀로 취했고,
一人常獨醒(일인상독성). 한 사람은 항상 홀로 깨었는데,
醒者多苦志(성자다고지), 깨어있는 자는 고심이 많고
醉者多歡情(취자다환정). 취한 자는 즐기는 마음이 많다네.
歡情信獨善(환정신독선), 즐기는 마음은 정말로 홀로 수양할 수 있지만,
苦志竟何成(고지경하성). 힘든 포부는 결국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兀傲甕間臥(올오옹간와), 오만하게 술독들 틈에서 취하여 드러눕고,
憔悴澤畔行(초췌택반행). 초췌하여 연못가를 거닌다네.
彼憂而此樂(피우이차락), 저 사람의 근심이 이 사람의 즐거움이니,
道理甚分明(도리심분명). 도리가 매우 분명하구나.
願君且飮酒(원군차음주), 원하노니, 그대 역시 술을 마시게,
勿思身後名(물사신후명). 죽은 뒤의 명성일랑 생각하지 말고.(제13수 전체시)
磋&36302五十餘(차타오십여), 공부한 것이 때를 놓쳐 이미 50여세,
生世苦不&35856(생세고불해). 인생은 고통으로 순조롭지 못하고,
&22788&22788去不得(처처거부득), 곳곳마다 뜻을 얻지 못하니,
却&24402酒中&26469(각귀주중래). 오히려 술 속으로 돌아가려네.(제14)
&36149&36145與&36139富(귀천여빈부), 귀천과 빈부,
高下&34429有殊(고하수유수). 높고 낮음에 차이가 있겠지만,
&24551&20048與利害(우락여이해), 근심과 즐거움&8231이익과 손해에 있어선,
彼此不相&31404(피차불상유). 피차 서로 우월할 수 없다.
是以&36798人&35266(시이달인관), 이러한 까닭에 달인의 관점엔,
萬化同一途(만화동일도). 만물의 변화는 하나의 길로 통하겠지.
但未知生死(단미지생사), 다만 삶과 죽음을 알지 못하여,
勝&36127&20004何如(승부양하여). 승부는 양쪽 다 어떠할까?
&36831疑未知&38388(지의미지간), 알 수 없는 와중에 미적미적 의심되니,
且以酒&20026&23089(차이주위오). 잠시 술로써 즐기겠노라.(제15수)
&27982水澄而潔(제수징이결), 제수는 맑아서 깨끗하고,
河水&27985而&40644(하수혼이황). 황하는 혼탁하여 누렇구나.
交流列四&28174(교류열사독), 교류하여 네 개의 큰 강으로 펼쳐지니,
&28165&27978不相&20260(청탁불상상). 깨끗함과 탁함으로 인해 서로 피해를 주지 않구나.
-중략-
&20030&22836仰&38382天(거두앙문천), 고개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고 묻지만,
天色但&33485&33485(천색단창창). 하늘색은 다만 푸르고 푸르네.
唯當多種黍(유당다종서), 오직 마땅히 기장을 많이 심어,
日醉手中&35294(일취수중상). 손에 술잔을 들고 날마다 취할 것이라네.(제16수)
(*지면상 <效陶潛體詩>16수를 다 싣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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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이는 강주사마로 폄적된 이후, 내면으로 침잠한다. 후반기에는 <한영(閒詠)>&8231<영의(詠意)>&8231<영회(詠懷)>&8231<자탄(自歎)&8231<자영(自詠)>&8231<노병(老病)>&8231<송춘(送春)>&8231<대주(對酒)> 등의 시제가 눈이 띌 뿐만 아니라 중복되기도 하는데, 이는 곧 그가 내면으로 침잠했음을 의미한다. 내면으로 침잠한 생활에서 자신의 삶을 유쾌하도록 도운 것이 술과 시&8231거문고, 즉 ‘북창삼우’였던 것이다.
그는 본성이 술을 좋아했던 것 같다. 젊은 시절 과거시험을 공부할 때 친구와 옷을 잡히고 술을 마셨다는 싯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시에 <묘시주(卯時酒)>&8231<묘음(卯飮)>이 있는데, ‘묘시’라면 아침 6전후의 시각이고, ‘묘시주’는 해장술을 의미한다. 또한 <병중에 중추절이 되어 손님을 불러 저녁에 마심(病中逢秋, 招客夜酌)>이나 술취한 뒤(<醉後∼>)로 된 많은 시의 제목을 볼 때, 그는 정말로 술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술꾼이 술을 마실 때는 언제던가?
백거이는 그믐이나 새해&8228중추절 등 절기 때, 또한 꽃피는 봄이나 달뜨는 가을 등의 각 계절, 새 술이 익었을 때, 친구가 찾아왔을 때나 초대받았을 때,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가 보고 싶을 때……등등 외적인 요인과 인생유한으로 인한 근심, 늙어가면서 커져가는 인생에 대한 회한 등등 내적인 요인 등이 있다. 이렇게 보면 매일 술을 마신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시는 새술이 익었을 때, 새술을 마시며 그가 보인 행동이다.
<和嘗新酒>
空腹嘗新酒(공복상신주), 빈속에 새술을 맛보니,
偶成卯時醉(우성묘시취). 마침 卯時에 술을 마신 듯 하다.
醉來擁褐&35032(취래옹갈구), 취해서는 털옷과 가죽옷을 안고서,
直至齋時睡(직지제시수). 곧 바로 방에 가서 잔다.
靜&37219不語笑(정감불어소), 조용히 달콤하게 잔다고 비웃지 마소,
眞寢無夢寐(진침무몽매). 참으로 잠들면 자면서 꿈꾸지 않는다오.
殆欲忘形骸(태욕망형해), 특히 자신의 몸을 잊을 수 있으니,
&35406知屬天地(거지속천지). 자신이 천지에 속한 것을 어찌 알리오?
醒餘和未散(성여화미산), 술이 깨고 나서도 따뜻한 기운이 흩어지지 않고,
起坐澹無事(기좌담무사). 일어나 앉으니 마음이 깨끗해져 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다.
擧臂一欠伸(거비일흠신), 팔을 들어 하품을 한번 하고,
引琴彈秋思(인금탄추사). 거문고를 당겨서 <秋思>를 연주한다.
이 시를 읽다보면, 생활에 구애됨이 없는 모습이 마치 도연명의 일상을 보는 듯 하다. 이것으로도 그의 일상을 대략 짐작할 수가 있다. 다음 시는 그가 병중에 술을 마시는 모습이다.
<병중에 가을을 맞아 손님을 초청하여 술을 마시다(病中逢秋招客夜酌)>
不見詩酒客(부견시주객), 시객과 주객을 만나지 못한 채
臥來半月餘(와내반월여). 누워서 반 달 여를 보냈다.
合和新藥草(합화신약초), 새 약초를 섞어보고
尋檢舊方書(심검구방서). 옛 의약서적도 찾아보았다.
晩霽煙景度(만제연경도), 저녁에 날이 개어 안개 낀 경치를 감상하고,
早&28092&29269戶虛(조량창호허). 아침에 서늘하여 창문도 허전하다.
雪生衰&39714久(설생쇠빈구), 쇠약한 귀밑머리 서리 내린지 오래인데
秋入病心初(추입병심초). 가을이 되니 마음이 병들기 시작한다.
臥&31775&34308竹冷(와점기죽냉), 자리에 누우니 기죽자리가 차갑고
風襟&37019葛疎(풍금공갈소). 옷깃에 바람부니 지팡이와 갈옷이 허전하다.
夜來身校健(야내신교건), 밤이 되니 몸도 비교적 건강한데
小飮復何如(소음복하여). 술 조금 마신들 또 무슨 일 있겠는가.
시객과 주객을 반달여를 만나지 못했으니, 시인은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마침 가을을 맞아 마음자리가 허전하니, 또한 술잔을 들지 않겠는가? 술은 이미 그의 일상이 되었으니,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술만 마시면 어디 몸이 견딜 수 있을 것인가? 다음 시를 보자.
<술을 마신 뒤 저녁에 술이 깨어(음후야성&39278後夜醒)>
&40644昏&39278散&24402&26469&21351(황혼음산귀래와), 황혼무렵 술을 마시고 헤어져 돌아와 눕고,
夜半人扶强起行(야반인부강기행). 한밤중에 사람이 일으키기에 억지로 일어났다.
枕上酒容和睡醒(침상주용화수성), 침상 위 술취한 모습은 편안히 자고서 술이 깨니,
&27004前海月伴潮生(누전해월반조생). 누대앞 바다 위에 뜬 달은 조류를 따라 생겨난다.
&23558&24402粱燕&36824重宿(장귀양연환중숙), 돌아가려는 들보의 제비 돌아와서 다시 잠자고,
欲&28781&31383燈却復明(욕멸창등각부명). 꺼지려는 창가의 등불은 오히려 다시 밝다.
直至&26195&26469猶妄想(직지효래유망상), 곧 새벽이 되니 망상이 생기고,
耳中如有管弦&22768(이중여유관현성). 귀속에서 管絃樂 소리가 들린다.
그야말로 술꾼의 모습이다. 이젠 숫제 술을 이기지 못하여 술에 쉽게 취해 잘 곳을 찾게 되고, 선잠을 자게 되면 몸이 견디지를 못한다. 그래서 새벽에 잠을 깨니, 또 다시 망상이 생기고, 이명(耳鳴)의 증상이 생기게 되었다. 그 결과 <억지로 술을 권하며(强酒)>&8228<술을 마주하고(對酒)>&8228<술을 권하며(勸酒)> 등을 즐긴 그였지만 술을 사양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술을 권하시니(答勸酒)>
莫怪近來都不飮(막괴근내도부음), 근래에 전혀 술마시지 않는 것 이상타 마오
幾回因醉却沾巾(기회인취각첨건). 취하여 넘어져서는 두건을 적신 일 몇 번이던가
誰料平生狂酒客(수료평생광주객), 평생을 술에 미친 나그네 신세 누가 알리오
如今變作酒悲人(여금변작주비인). 지금은 술에 취한 비참한 인간이 다 되었다오
그러나 그는 75세까지 장수한 인물이다. 그가 노래한 음주시 속 일상이 혹 과장된 것이 아닌가?라고 의심이 들 정도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건강에게 철저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한다.
그러기에, 현세를 사는 사람들은 이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할 일이 많이 남은 사람은 자신의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며, 시간을 아껴서 매 시각, 하루하루를 아낌없이 활용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백거이의 <원구에게 술을 권하며(勸酒寄元九)>를 전해드리니 잘 읽어보십시다. 백거이처럼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가 없거들랑, 술에 빠지지 말고, 그가 말한 술의 효능을 잘 이용하시기를...
<원구에게 술을 권하며(勸酒寄元九)>
&34212葉有朝露(해엽유조로), 부추잎에 아침이슬이 맺혔고,
槿枝無宿花(근지무숙화). 무궁화 나뭇가지엔 하루 지난 꽃이 없다네.
君今亦如此(군금역여차), 그대여 지금의 상황 역시 이처럼,
促促生有涯(촉촉생유애). 삶을 마지막으로 재촉한다오.
&26082不逐&31109僧(기불축선승), 이미 선승을 쫓지 않았다면,
林下&23398楞伽(임하학능가). 숲속에서 불교의 楞伽經을 배우시게.
又不&38543道士(우불수도사), 또한 道士를 쫓지 않았다면,
山中&28860丹砂(산중련단사). 산속에서 丹砂를 만드시게.
百年夜分半(백년야분반), 백년의 시간도 밤이 그 반을 차지하니,
一&23681春無多(일세춘무다). 한해의 봄도 많지가 않다네.
何不&39278美酒(하불음미주), 어찌 좋은 술을 마시지 않고,
胡然自悲嗟(호연자비차). 어찌하여 스스로 슬퍼하며 탄식하시오.
俗號&38144愁&33647(속호소수약), 세상에서 근심을 없애는 약이라고 부르고,
神速無以加(신속무이가). 효험도 신속하게 빨라서 다른 것을 보탤 것도 없다오.
一杯&39537世&34385(일배구세려), 한잔 술에 세상의 근심을 몰아내고,
&20004杯反天和(양배반천화). 두잔 술에 오히려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오.
三杯&21363酩酊(삼배즉명정), 세 잔에 곧 실컷 취하여,
或笑任狂歌(혹소임광가). 혹 웃기도 하고 미친 듯 노래한다오.
陶陶復兀兀(도도부올올), 실컷 취하여 다시 정신이 멍하니,
吾孰知其他(오숙지기타). 내가 어찌 다른 것을 알리오?
&20917在名利途(황재명리도), 하물며 명리를 추구하는 길에 있어서,
平生有&39118波(평생유풍파). 평생 풍파를 겪었다.
深心藏陷&38449(심심장함정), 묘리와 善道를 추구하는 마음에 함정을 숨기고,
巧言&32455&32593&32599(교언직망라). 교묘한 말로 법망을 짜지만,
&20030目非不&35265(거목비불견), 눈을 들어보면 드러나지 않을 수가 없으니,
不醉欲如何(불취욕여하). 취하지 않고서 어찌 하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