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窓居士의 술몽쇄언(述夢灑言)
꿈으로 인생을 말하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격찬을 받으며 회자되는 술몽쇄언(述夢灑言)이 바로 그 책이다
월창거사(月窓居士) 라 불리우는 조선후기의 사람 김대현(金大鉉)이 지었다는 이 책은 꿈에 비유하여 읽는이로 하여금 내밀한 사색의 시간을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작가에 대하여 그를 월창거사라 이른다는 말밖에 나와있지 않으나, 이능화의 <불교통사>에 보면 월창거사가 김대현의 호라고 나와있다.
그는 일찍이 유가와 도가에 능통한 사람이었는데, 40세가 넘어 <능엄경>을 읽고 불교에 심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이후 <자학정전(字學正典)>과 이책 술몽쇄언만 남기고 자신이 지은 모든 책을 불사르고 불학(佛學)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불교적 세계관의 바탕위에 쓰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佛이라는 글자가 한번도 나오지 않는 이 책에서 월창거사는 꿈과 깨어있음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세상 사람들은 깬것을 떳떳함(常)이라고, 꿈꾸는 것을 환상이라 한다. 꿈이라는 것은 깨지 않은 것의 이름이고, 깨었다 함은 미혹하지 않은 것을 일컫는 말이다 "
이 글은 술몽쇄언 의 <知常>편에 나오는 글이다. "知常" 이라는 의미는 영원불멸의 무엇인가를 안다는 뜻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삶이 마야이고, 매트릭스라면 우리에게 참된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월창거사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일원(一元)은 천지의 꿈이고, 일세(一世)는 사람(人物)의 꿈이다. 일원은 큰 꿈이고, 일세는 작은 꿈이다.
만물 중에는 그 생명이 만 년 천 년 가는 것이 있고, 백년 십년 가는 것이 있으며, 잠깐 났다가 곧 죽는 것이 있다.
장수(長壽)한다는 것은 긴 꿈이요, 요사(夭死)한다는 것은 짧은 꿈이다.
꿈을 깨기 전이라면 수(壽)가 비록 만 년 천 년이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즉 만 년 천 년의 긴 꿈속의 일일 뿐이다. 저 하룻밤의 꿈이 어떤 것은 해(歲)를 지나는 긴 꿈이 있고, 어떤 것은 찰라의 꿈이 있다.
길고 짧음이 비록 다르나 모두 다 환각(幻覺)으로 오는 것이니, 한 번 웃고 말아야 할 것인데,
꿈속에 사는 이들은 오히려 간절히 연모(戀慕)하여 마지 않는도다."
<壽千> 편에 나오는 위 문장은 모든 것이 꿈인 바에야 생명의 길고 짦음이 무어 그리 중요하겠는가를 역설하고 있다.
하룻밤의 꿈인 것을 알지 못하고 그토록 삶에 아둥바둥 집착하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술몽쇄언은 세상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든지 간에 곂코 인간세계를 벗어날 수 없음을 마지막 장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世界>편의 다음 문장은 우리가 깨어나야 할 꿈의 깊이가 얼마나 아득한지를 시사하고 있다
"열 사람이 함께 잠을 잘대에 제각기 꿈 하나씩을 꾸게 되면, 각자의 꿈속에는 천지만물이 있고 영광과 치욕이 있고 장수와 단명이 있을 것이다. 한방 안에서 반밤(半夜)사이에 열 개의 세계가 개벽되어, 오램과 잠깐인 것이 서로 가지런하지 않으며, 정식(精識)과 대경(對境)의 차리가 이와 같다. 그리하여 甲의 꿈속에서 乙의 꿈속의 세계가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을의 꿈속에서 갑의 꿈속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것은 대체로 그 환상속에서 보는 것이 환상의 경계밖에 나가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하니 세상 사람들이 삼천대천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것이 괴이하다고 할 수없다.
월창거사 김대현은 최후의 장에서 어떻게 꿈에서 깨어 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 준다. 마지막 정념(正念)이라는 장에서 그는 꿈으로 비유한 인생이라는 거대한 환영을 어떻게 하면 벗어 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 가운데 일어나는 것을 도거(悼擧)라고 한다. 도거하는 자는 산란(散亂)하게 된다. 마음속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완공(頑空)이라 한다. 완공한 자는 꿈이 혼침(昏沈)하게 된다. 생각이 있어도 꿈이 되고 없어도 또한 꿈이 된다. 그러니 전도(轉到)된 몽상을 멀리 떠난 뒤라야 정념(正念)이러고 말 할 수 있다. 正念이란 것은 한 생각 한 생각이 무념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어 고요히 움직이지 않으며, 아는 것이 없이 알며, 주착함이 없이 머무르게 된다. 지극히 짦은 순간의 생각도 일직이 꿈속에 있는 일이 없다
이것을 見性이라 한다.
정념이란 수행의 과정이다. 자신의 본성을 보기 위해 마음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념 곧 바른 마음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한 마음이며 있는 그대로의 마음이다. 세상의 모든 꿈을 깨기 위해서 무념의 상태에 도달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술몽쇄언은 매 장마다 차근차근 꿈을 깨쳐 나가는 길을 서서히 열어가고 있다.
책을 한줄한줄 음미해서 읽어가는 여정이 미망으로부터 빛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깊은 잠을 자고 깨어난 아침, 창을 통해 쏟아지는 밝은 햇살을 맞을때처럼 말이다
01 상(常)과 환(幻) | 세상사람들은 깬 것은 떳떳하다[常] 하고 꿈꾸는 것을 환상(幻想)이라 한다. 꿈이란 깨지 않은 것을 이름하고 깨었다 함은 미혹(迷惑)하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꿈이 환상(幻想)이라면 꿈속에 있는 것은 무상(無常)한 것이리라. 그러므로 깨어 있음이 떳떳한 것이라면 꿈 밖에 벗어난 것이라야 할 것이다. 세상의 소위 대장부는 과연 그 어떤 것이 떳떳한 것이고 어떤 것이 무상한 것인지 알고 있는가. 떳떳함이란 변하지 않고 환상도 아닌 것이다. 실로 자기 몸 가운데 변하지 않고 환상도 아닌 존재가 있음을 알아야 떳떳함을 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
02 몽환(夢幻) | 깨어서 생각하면 꿈속에서 하던 행동이 다 망동(妄動)이고 본 것이 다 환상이다. 대체로 꿈꾸는 사람은 아는 것이 다 환상(幻想)임을 깨닫지 못하고 생각이 깨지 못함을 모른다. 그리고는 도리어 꿈밖을 벗어난 말을 가리켜 허망하다고 한다. |
03 대몽소몽 (大夢小夢) |
일원(一元)은 천지의 꿈이고, 일세(一世)는 사람(人物)의 꿈이다. 일원은 큰 꿈이고, 일세는 작은 꿈이다. 그것은 즉 만 년 천 년의 긴 꿈속의 일일 뿐이다. 저 하룻밤의 꿈이 어떤 것은 해(歲)를 지나는 긴 꿈이 있고, 어떤 것은 찰라의 꿈이 있다. |
04 망성(忘成) | 꿈속에도 또한 천지 만물이 있다. 그것은 천지와 만물이 나의 꿈속으로 와서 들어온 것인가. 아니면 내가 가서 천지와 만물을 본 것일까. 그런데 꿈에 갑과 을이 함께 술을 마셨다 해도 갑과 을은 같은 꿈을 꾸지 않으니 어찌 오고 감이 있었겠는가. 다 내 마음이 스스로 허망(虛妄)하게 이룬 바로다. |
05 생사몽(生死夢) | 세상 사람들은 삶을 참이라 하고, 죽음을 환상(幻想)이라 한다. 죽음을 환상이라 한다면 죽음이란 산 사람의 꿈이고, 사는 것을 잠깐 얹혀 있는 것이라 한다면 산다는 것은 죽은 사람의 꿈이 된다. 대체로 살아도 깨지 못하였으면 그 삶은 참이 아니고, 죽어서도 깸이 없다면 그 죽음은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삶을 알면 죽음을 알고, 죽음을 알면 돌아간다는 것을 알 것이다. 돌아간다는 것을 아는 자는 생사(生死)의 꿈 밖으로 뛰어나온 사람이다. |
06 몽아각아 (夢我覺我) |
깬 것을 나라고 한다면 꿈꾸는 자는 누구인가. 또 꿈꾸는 것을 나라고 한다면 깬 자는 누구인가. 깨어서 꿈을 알지 못한다면 깨었다는 것은 꿈의 환상일 것이고, 꿈에서 깸을 알지 못한다면 꿈은 깸의 환상일 것이다. 따라서 살아서 죽음을 알지 못한다면 산다는 것은 죽음의 변형(變形)일 따름이고, 죽어서 삶을 알지 못한다면 죽음은 삶의 변형일 것이다. 꿈과 깸이 서로 변형일 뿐이라면, 그래서 그 사이에 나를 찾으나 진실한 곳을 알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한 사람도 참 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아아! 온 세상이 바야흐로 꿈속에 있는 것인가. |
07 유무(有無) | 어떤 이는 말하기를 '사람이 난다는 것은 없던 것이 홀연히 있게 되는 것이고, 죽는 다는 것은 있던 것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한다. 또 혹은 있다고 하고 혹은 없다고 하며, 오래되면 장차 없어지리라고 한다. 이것은 다 정식(情識)의 망령된 추측이고 무생(無生)의 이치를 모르는 것이라고 한다. 홀연히 꿈을 꾸고 홀연히 깨고 하므로 능히 꿈을 꾸기도 하고 능히 깨기도 하니 주인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꿈이 있기도 하고 꿈이 없기도 하니, 능히 꿈을 꿀 수도 있고 꿈을 꾸지 않을 수도 있는 주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고 사는 것도 큰 꿈이다. 깨고 잠자고 하는 것은 작은 꿈이다. 작은 꿈은 큰 꿈을 따라 그 속에 있게도 되고 없게도 된다. 그리고 큰 꿈은 꿈 아닌 것에 의지하여 숨기도 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
08 몽중몽(夢中夢) | 꿈속에서 고관(高官)이 되고 진귀한 보물을 얻고 아름다운 여인을 얻으며 귀한 아들을 낳는다. 이에 사업을 이루고 전지(田地)와 저택을 마련한다. 자녀를 교육하여 영화를 찾고 미인과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홀연히 꿈을 깨면, 그 사람이나 환경은 다 사라진다. 무엇을 잃어버린 듯 어리석게 미련을 남긴다. 본래 이 꿈이 없었던 그 전에는 이러한 미련이 일찌기 없었는데, 꿈이 이미 사라진 이제 미련이 오히려 남아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사람들은 경륜(經綸)이 겨우 이루어 지려는가 했을 때 홀연히 죽는 일이 있다. 만일 그들이 죽어서 어리석은 미련이 오히려 남아 있다면, 신(神)은 어둡고 혼(魂)은 탁하며 정(精)은 맺히고 넋은 굳어서 곳을 따라 아득히 헤매다가 물건을 만나면 나타날 것이니 그리하여 꿈속의 꿈, 환상 중의 환상이 되어 이르지 않는 데가 없게 된다. |
09 몽각일야(夢覺一也) | 꿈속에서 간혹 괴로운 경우를 만나 신음하거나 매우 고초를 당하면, 깬 뒤에도 오히려 숨결이 헐떡여지고 몸이 거북하다. 꿈이란 것은 환상(幻想)일 뿐인데 그 영향을 실지로 받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객관경계는 마음이 만든 것이고 업(業)은 스스로 부른 것이다. 본래부터 이런 일이 없던 것을 허망(虛妄)하게 그런 꿈을 꾸었으며, 본래부터 이런 꿈이 없는데도 허망하게 그 고통을 받는다. 그래서 신 매실(梅實)의 이야기를 들으면 입안에 침이 생기고, 깎아 지른 듯한 벼랑을 밟았다고 생각하면 발바닥이 찌릿한 느낌을 받는다. 이야기를 듣는 것은 거짓인데 능히 실상(實相)을 낳고 벼랑 밟는 걸 생각하는 것은 허망한 것인데 능히 본체를 요동한다. 이것은 유무(有無)가 서로 통하였고 허와 실이 서로 통한 증거이다. 따라서 꿈과 깸이 하나이고 사(死)와 생(生)이 하나이며 유와 무가 하나이다. 그러한 것인데 세상 사람들은 오히려 죽은 뒤에는 아는 것도 없고 받는 것도 없다고 한다. 이것은 유무(有無)의 이치를 모르는 소치이다. |
10 혼백(魂魄) |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올라가고 넋(魄)은 내려간다. 앎이 없다면 누가 올라가고 내려가는가. |
11구원(仇怨) |
꿈속에서 남과 원수를 지어 분노하고 원망을 하다가 깨어서 생각하면 그것은 환각(幻覺)이고 허망뿐이다. 이것은 다 자신의 마음이 불러 온 죄업(罪業)의 힘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
12 취몽(醉夢) |
취중(醉中)에 사람이 스스로 옳다고 하다가 깬 뒤에야 비로소 취한 것을 알고 본성(本性)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밝고 깨끗한 성품-淸淨性-속에야 어찌 이러한 일이 있겠는가. |
13 음양굴신 (陰陽屈伸) |
양(陽)이 극에 이르면 음(陰)이 생기고, 음이 극에 이르면 양이 다시 온다. 한 번 굽히면 한 번 펴고 한 번 전진하면 한 번 후퇴하는 것은 진리의 떳떳함이다. 복(福)이 지나치면 장차 화(禍)가 오게 되고 뉘우침이 깊으면 길조(吉兆)가 싹트게 된다. 남을 원수로 여기면 꿈에 그의 욕보임을 당하게 되고 남을 속이면 꿈에 그 사람의 성냄을 받게 된다, 이것은 겉으로는 속일 수 있지만 마음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짓고 스스로 받는 것이며 요행으로 모면할 수는 없다. |
14 억지와 초연(超然) | 세상에는 간혹 물질이나 몸뚱이에 초연(超然)하여 아무 근심이 없는 이가 있다. 사람들은 억지로 그렇게 한다고 하여 하기 어려운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은 인정(人情)에 가깝지 않다고 한다. 대저 꿈속에서도 사물(事物)에 근심과 기쁨을 이끌어 얽어 매는 일이 있지만 깨어 보면 아무 것도 없다. 진실한 사람은 몸과 마음에 자연히 일이 없다. 이 어찌 억지의 정으로 그렇게 하랴. 본래 일이 없는 것인데 다시 무엇을 억지로 근심한단 말인가. |
15 무아(無我) |
꿈꾸기 전에는 꿈속의 천지(天地)를 볼 수 없고, 이미 깨고 난 뒤에는 꿈속의 세계를 다시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있는 뒤에 라야 세계(世界)와 사물이 있는 것이다. |
16 능지(能知)의 지혜 |
어떤 이가 말하기를, 일찌기 옛 사람은 '인간의 생사(生死)란 곧 한 기운[一氣]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나고 죽음을 살펴보니 이 말에 의심되는 바가 있다. 사람이 곧 죽게 되었을 때 수족은 비록 혼란하여져도 네가 어찌 알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알아지는 지혜만 알려 하는가. |
17 귀호(鬼狐) |
도깨비나 여우에게 홀린 사람은 다만 그것의 교태와 고운 얼굴만 보기 때문에 사랑하고 연모하고 친근하게 하여 그것의 농락을 받고 있는 줄을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정신을 빼앗기고 기운을 소모하여 죽게 되어도 달게 여긴다.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게 된다. 제 몸이 어떻게 되는지를 잊어버린다. 죽어도 뉘우칠 줄을 모르고 있으니 또 다른 남자에게 애정을 주고 저것이 어찌 나를 홀리게 하고 미혹하게 할 수 있으랴. |
18 귀천(貴賤) |
옛날에 낮에는 종 노릇을 하고 천자가 되는 꿈을 꾸는 사람이 있었으니 실로 알지 못하겠도다. 밤과 낮은 다 마음이 만드는 환상(幻想)의 세계일 뿐, |
19 탐욕(貪慾) |
사람들이 부귀(富貴)를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세상을 구제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권한이며 자기 스스로도 구제할 겨를도 없는데 |
20 업(業)과 명(命) |
선(善)과 악(惡)이 업(業)이라면 경사와 재앙은 명(命)이라 할까, 사람에게 있는 것이 업이고 하늘에 있는 것이 명이다. 꿈속의 일들을 생각해보면, |
21 살생(殺生) |
겨울 꿩은 기름지고 살찌며 봄 준치는 달고 아름답다. 죽이고 베고 삶고 요리하는 것을 조금도 불쌍히 여기지 않는다. 두 젓가락에 몇 생물들이 사랑의 이별을 당하게 하는가. 오직 영양과 맛 좋은 것에 탐하고 있는 것이다. |
22 취착(取着) | 자세히 살피니 사람의 몸은 셋방 같고 생각은 품팔이 하는 것이다. 어째서 셋방인가. 셋방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때가 이르면 물러나야 하고, 사람의 몸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여도 목숨이 다하면 버리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째서 품팔이라 하는가. 품팔이는 이 일을 하다 다하면 저 일을 해야 하고 우리의 생각도 종일 바쁘게 이리저리 쫓기므로 한 가지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번뇌는 이 일에 이끌리지 않으면 반드시 저 일에 이끌려서 잠시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하거니 어찌 품팔이라 하지 않으랴. 그런데 집은 돈만 있으면 다시 세 낼 수도 있지만 우리 몸뚱이는 수명이 한 번 다하면 대신 할 물건이 없구나. 품팔이는 일을 마치면 쉴 수가 있지만 번뇌의 수고로움은 잠시도 쉴 수 없다. 이와 같이 꿈속의 마음과 몸도 반드시 어디에 이끌리고 매달리면서 그것을 참이라 하고 즐겁다고 한다. 또한 죽어서도 붙잡고 매달리는 것이 없으면 매우 허전하게 여기 나니, 안타깝다. 죽어서도 살아서도 꿈에서도 깨어서도 자유자재 할 줄 모르는구나. |
23 대화(大化) |
사람은 하루에 一만 二천 五백 번 호흡하는데 태양은 사람이 한 번 호흡하는 사이에 四백만 리를 가나니 살아 있을 때의 총명도 흐려져서 깨닫지 못하게 되는데 하물며 |
24 환몽(幻夢) |
파리는 궂은 냄새를 따라 동으로 갔다 서로 갔다 하고, 벌은 울긋불긋한 꽃을 찾아 분주하게 넘나든다. 즐거움을 만나면 기뻐서 웃고 걱정거리를 만나면 사람들은 말하기를 '꿈의 환상이란 무상한 것 이다.'라고 한다. |
25 애증(愛憎) |
꿈꾸면서 홀연히 울고 웃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꿈의 장면은 쉽게 바뀐다고 한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저 사람은 참으로 효자로구나. 죽음의 형법도 돌아보지 않았으니.'라고 했다. 그 마음에 임금이 없는 것이고 밤에 궁궐의 문을 열고 임금의 말을 훔쳐 탔으니 마음에 법이 없는 것이로다.'라고 했다. |
26 탐심의 주취 |
아름답고 요염한 여인을 만나 음란한 마음을 일으키는 사람은 꿈에 보면 반드시 껴안게 되고 처음부터 어찌 사람의 마음이 없었으랴. 드디어 금수(禽獸)의 행동에 이르러도 마음에 달게 여긴다. 어찌 대낮에 남의 황금을 빼앗는 일에 그치랴. |
27 인연 (因緣) |
속언(俗言)에 '평소의 마음이 취중(醉中)에 나오고 정(情)이 있는 것은 꿈속에 보인다.'는 말이 있다. 기세를 부리지만 감히 원수로 삼아 원망할 수 없다가, |
28 꽃과 나비 | 봄 동산에 온갖 꽃들이 아름다움을 다투고 뭇 새들이 노래를 함께 한다. 보면 사랑스럽고 들으면 싫지 않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광경들이 얼마나 가겠는가. 백일을 지나지 않아서 헛됨을 이룬다. 저 총명과 지혜가 무리에 뛰어나서 세상을 울리는 자, 혹 머리 속에 만(萬) 권(卷)의 지식을 쌓아 두기도 하고 이름이 온 나라를 진동하기도 하지만 그 기개가 얼마나 가겠는가. 백년을 못 가서 꿈으로 변하고 말 것이니, 꿈속에 드날린 이름이고, 지하에서 잠든 귀신일 따름이며 일생동안 고심한 것이 무엇인가. 장차 남에게 바치기 위해 한 짓이었던가. 그러나 그림자를 잡아서 남에게 준들 무엇이 남에게 유익한 것이며, 장차 자신을 위하려 했다면 헛된 이름뿐 실지는 없으니 무엇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 것이랴. 자신을 위해서 정신을 소모하였을 뿐이며 남에게 전한다고 도(道)를 깎고 덕(德)을 잃었던 것인가 아아!슬프다. 차라리 꽃과 새가 성하고 시드는데 무관한 것만도 못하구나. |
29 연객(燕客) |
꿈속에서 혹 집안 식구의 상사(喪事)를 당하면 슬퍼하여 마지 않으며, 지나치게 상심하는 그를 본 손은 거짓으로 한 무덤을 가리키면서, '이것은 정말 당신 아버지의 무덤이요.'라고 하니, |
30 명실(名實) | 귀중한 보물을 얻으면 비밀하게 감추어 자취를 숨기면서 오직 남이 알까 두려워하니, 보물을 얻는 것은 실지이고 이름을 얻는 것은 헛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의 보물을 얻으면 헛된 이름을 겁내는 것은 이름이 복(福)에 보탬이 되지 않고 화(禍)를 부르기에 알맞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실제가 있는 명예도 현혹 되어서는 안되거늘 실로 없는 이름이 어찌 화(禍)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가령 꿈에 삼공(三公)의 벼슬을 얻었더라도 깬 뒤의 한 잔 술만 못한 것이니, 실제로 있는 일은 비록 작더라도 소중하지만 빈 이름은 비록 크더라도 천한 것이기 때문이다. |
31 오공(悟空) |
내전(內典)에 '처음으로 정각(正覺)을 이루니 산하대지(山河大地)가 일시에 녹아 없어지는 것이 마치 꿈속에서 산이 있고 강이 있고 사람이 있고 만물이 있어서 몹시 애착(愛着)하고 연모(戀慕)하여 실제로 있는 것처럼 하다가 홀연히 잠을 깨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