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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비만’미래가 아찔하다

醉月 2009. 3. 7. 16:52

10대를 비롯한 젋은이들의 비만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적게 먹는 것으로 살을 뺄 수도 없는 성장기 비만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치러야 할 사회적·경제적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대재앙의 배가 불러가
[1011호] 2009년 03월 04일 (수) 노진섭 no@sisapress.com

   
ⓒ그림 김형건

10대를 비롯해 젊은 뚱보들이 급증하면서 ‘성장기 비만’이 사회적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짧게는 10년 이내에, 길게는 20년 이내에 우리나라 성인 인구 2명 중 1명이 고도 비만 증세로 혈관질환 및 뇌질환 등 만성적인 성인병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뇌졸중 같은 성인병에 노출되어 그야말로 ‘병든 사회’가 펼쳐지리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비관론은 지금 성장기에 놓여 있는 젊은 층의 비만 현상을 바로잡지 못할 경우를 전제로 깔고 있다. 젊은 뚱보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성인 연령층으로 들어가는 시점이 되면 우리 사회는 성인병 해결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물어야 하는 심각한 국면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이라지만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그리 절절하게 와 닿지 않는 말이다. 젊은 세대는 비만을 흔히 성인의 전유물로 여긴다. 비만을 이른바 나잇살이라고 부르며 자신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10대를 비롯해 성장기의 비만이 성인 비만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비만은 1998년 26.3%에서 2005년 31.7%로 1.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20세 미만 성장기 비만은 6.6%에서 10.2%로 1.5배 증가했다. 특히 중·고등학교 남학생의 비만 발병률은 같은 기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오동재 경희대 의대 정신과 외래교수는 “2007년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비만은 31.7%로 2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성장기 비만은 10.9%로 0.7% 포인트 증가했다. 당장은 성인 비만 유병률이 주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젊은 층 비만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 비만 인구는 크게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대로라면 10~20년 내에 성인 2명 중 1명이 비만 환자가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체중 100kg이 넘는 주성민씨(28·가명)는 성장기 때의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이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살이 찌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비만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씨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평균치보다 체중이 덜 나가서 마른 편이었다. 이후 살이 찌기 시작했고, 군에서 생활할 때 다소 체중이 줄었지만 지금까지 살은 빠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성장기 비만이 성인 비만 될 확률 80%”

실제 성장기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2006년 대한비만학회는 성장기 비만의 약 68%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성장기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최고 8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단순히 살만 찌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비만은 다양한 합병증을 불러오기 때문에 심각하다. 성장기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합병증까지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 사춘기 무렵의 청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부적응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까지 동반할 수 있다.

백경훈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는 “지나친 체중 증가는 암, 심장질환, 고혈압, 발작, 수면시 호흡장애, 천식, 당뇨, 뼈관절 계통 질환 등의 위험 요인이 된다. 여기에 사회 부적응과 같은 심리적 문제도 야기시킨다. 따라서 성장기 비만은 성인 비만보다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비만 치료에 드는 비용이 사회·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한 해 1조8천억원을 넘어섰다. 이 수치는 국민 전체 의료비의 3.8%, 국내총생산(GDP)의 0.22%에 달하는 규모이다.

또, 지난 200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결정 요인 분석’(2003년 기준)에 따르면 과체중과 비만의 진료에 드는 비용은 2조원을 넘었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과 성인병이 증가하고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만 해소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부분이지만 2조원으로도 부족한 면이 있다. 성인은 자신이 살을 빼면 되지만 성장기 청소년은 성장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생리적으로 민감한 시기이므로 치료에 어려움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라며 성장기 비만이 환자와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비만 환자와 가족이 겪는 불편과 사회적·경제적 압박까지 계산하면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선다. 결국, 국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만은 국가적 문제”

   
▲ 제5회 울산 남구민 건강축제에서 김두겸 울산 남구청장(왼쪽)이 체지방을 측정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서울에 있는 한 비만클리닉이 홈페이지를 방문한 1천1백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6.9%가 비만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라면서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1%만이 ‘비만은 각자 책임져야 할 개인의 문제이므로 보험 급여화가 필요 없다’라는 의견을 냈다. 비만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된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난 2월10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손숙미 의원은 젊은 층 비만을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의원은 “성장기 비만이 고지혈증, 내당증, 지방간, 고혈압 등 성인병으로 진행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치 않고 있다”라며 비만이 국가가 나서서 풀어야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성장기 비만에 대한 대책은 곧 암과 같은 중대한 질병 예방과 궤를 같이 하는 만큼 전세계 전문가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 앞으로 40년 후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2배 증가할 것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비만의 증가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런던 대학 유행병학·공중보건학과의 존 마멋 교수는 “매년 전세계 7백만명이 암으로 사망하는데 2020년에는 1천만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아직까지 암과 비만과의 밀접한 연관성이 널리 인식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과식과 불규칙한 생활로 인한 비만은 2050년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2배 증가시키는 등 세계적인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에 대해 세계암연구재단(WCRF)의 마틴 와이즈먼 교수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비만의 증가만이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은 아니지만 중요한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비만 아동이 성인이 되어도 비만일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성장기 비만의 증가 역시 미래 암 발병을 높이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라며 대안 마련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지방간’ 앓는 10대
성장기 비만은 건강·성장·학업·운동·정신 등에 여러 가지 장애를 일으킨다. 그 심각한 실상을 들여다보았다.
[1011호] 2009년 03월 04일 (수) 노진섭 no@sisapress.com

   
ⓒ시사저널 이종현

최근 초등학교 5학년인 임만준군(12·가명)의 부모는 아들의 몸무게를 보고 깜짝 놀랐다. 불과 1개월 사이에 3kg이 늘어나 60kg을 넘겼기 때문이다. 임군의 아버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많이 먹으면 ‘키가 크려나 보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1월 병원에서 ‘잠복고환’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까지 받은 후부터 아이 체중에 민감해졌다. 잠복고환은 고환이 몸 밖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살이 찌면서 고환이 몸 안으로 더 밀려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또, 검사 과정에서도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는 진단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성장기 젊은 층 비만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4년 대한소아학회 보건위원회 보고에 따르면 서울 시내 초·중·고등학교 고도 비만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콜레스테롤증이 48.1%, 지방간이 38.6%, 고혈압이 7.4%, 당뇨병이 0.4%로 전체 대상자 중 78.7%에서 한 가지 이상의 합병증이 발견되었다.

최근 성장기 비만의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이유는 막연하게 추측했던 비만의 폐해가 여러 가지 장애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의 소견을 종합해보면 성장기 비만은 크게 5가지 장애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건강 장애·성장 장애·학업 장애·운동 장애·정신 장애 등이다.

특히 최근 서울대병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성장기 비만으로 인한 건강 장애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평균 연령 12세 비만아 80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전원 지방간이 발견되었다. 또, 일부에서는 지방간염까지 확인되었다.

서정기 서울대병원 소아소화기학과 교수는 “비만아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22.5%에서 단순 지방간(simple steatosis)이 발견되었고, 77.5%에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도 발견되었다. 지방간이 모두 지방간염·간경화·간암으로 진행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지방간에 염증세포가 침윤해서 지방간염으로 발전하고 섬유화가 되어 간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간 환자의 20%가 간경화로 진행된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간과해서는 안 될 수준이다”라며 성장기 비만에서 생기는 지방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실제 미국 등 서양에서는 지방간을 간경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에서 진행된 간경변이 증가할 수 있다.

대한간학회 자료에 따르면 20년 전인 1987년에는 지방간 환자가 성인 1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성인 남성 10명 중 4명에게서 지방간이 나타난다. 특히 여성과 20대 젊은 층 환자의 증가가 눈에 띈다. 여성 10명 중 1명, 20대 10명 중 2명이 지방간이다. 과거와 달리 음주와 무관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만을 가장 먼저 꼽는다.

또 최근 보고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의 30~90%에는 지방간이 있으며, 지방간 환자 중 10~20%는 지방 간염에 걸린다. 이들 중 3~5%는 간경변으로 이어진다. 극히 일부는 간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윤중원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의 18%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간과 간암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양에서 간암의 원인으로 C형 간염에 이어 비알코올성 간경변을 꼽고 있는 만큼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잘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당뇨·고혈압 등 대사증후군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잠 못 자서 키도 안 크고, 공부도 안 되고…

비만은 단순히 잉여 에너지를 체내에 비축하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을 증가시킨다. 즉, 당뇨의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다.

성장기 비만은 성장 장애도 일으킨다. 수면이 성장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 잠을 잘 때 깊은 수면과 얕은 수면을 반복하는데, 깊은 수면 상태에서 성장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된다. 그러나 성장기 비만아는 체중 때문에 수면 중 무호흡증에 걸릴 수 있으며 자주 뒤척이기 때문에 수면의 질도 나쁘다. 비만이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이유이다. 또, 체중이 무릎 성장판을 압박해 성장세포 분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 장애도 생긴다. 늘어난 지방을 유지하기 위해 발달하는 근육이 주로 붉게 보이는 근육인 적근이다. 적근은 발달하면서 점차 부피가 커지고 당분을 에너지로 삼기 때문에 더 많은 탄수화물을 요구하게 된다. 순간적인 힘은 쓸지 몰라도 지구력은 없어진다. 이로 인해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유산소 운동은 30분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뚱뚱하면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비만이라고 해서 공부를 못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지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뇌는 당분을 에너지로 사용하므로 양질의 탄수화물을 적절히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비만 상태에 놓이면 더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해 초콜릿, 과자, 빵을 항상 찾게 된다. 부족하면 짜증이 나고 게을러지므로 공부에 지장을 받게 된다. 또, 뚱뚱하다는 콤플렉스로 인한 스트레스로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성장기 비만은 정신 장애도 동반한다. 지난 1월 부산에 사는 한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 방문에 넥타이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여학생은 자신의 키가 작은 데다 체중이 70kg이나 나가는 것을 고민해왔으며 체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낙심했다고 한다. 결국, 비만이 죽음을 부른 것이다.

   
▲ 텔레비전을 보면서 과자를 먹는 어린이. 과다한 음식 섭취와 운동 부족은 비만의 주된 원인이 된다.
ⓒ시사저널 박은숙

성장기는 ‘증식형 비만’이어서 문제 더 심각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비만 청소년은 또래 집단에 잘 섞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게으르거나 못생겼다는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다. 왕따에서 우울증까지 겹치면 심각한 정신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심각성이 매우 복잡하게 나타나지만 성장기 비만의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칼로리 섭취량은 많은데 운동 부족으로 배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많이 먹고 운동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 번째가 음식을 습관적으로 먹고 체내에 저장하려는 유전적 본능이다. 이런 본능이 식문화가 풍부해진 현대 환경과 맞아떨어져 비만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다시 말해, 유전적으로 비만 형질을 가진 청소년은 환경적인 영향까지 받아 비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적인 영향은 신체적 움직임이 거의 필요하지 않는 현대적 생활 습관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TV, 컴퓨터, 게임기 등에 빠져 움직임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음식물을 계속 섭취하는 것이다.

2006년 초·중·고생의 체력급수가 2000년과 비교해 1급은 약 3%, 2급은 약 5% 줄어든 반면, 4~5급은 9% 이상 증가하는 등 나빠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경훈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는 “술래잡기 놀이는 한 시간에 5백㎈를 소모하지만 TV 시청은 한 시간에 15㎈ 정도만 필요하다. 아이들이 방과 후 자동차로 학원으로 이동해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하지만 섭취하는 칼로리는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먹는 양을 줄여서 비만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기 비만은 성인 비만과 달리 치료해야 한다. 성인이라면 먹는 양을 줄여 체중을 조절해도 좋지만, 청소년은 신체적으로 성장을 해야 하므로 식사량을 줄이기보다는 운동으로 치료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체중을 줄이더라도 너무 갑작스레 줄이면 지방간에 섬유화가 생길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1주일에 0.5kg, 또는 6개월 동안 체중의 10%를 줄이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성장기 비만을 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방세포에 있다. 성인 비만은 지방세포가 커지는 ‘비대형 비만’이다. 그러나 성장기 비만은 지방세포가 커지면서 세포 개수도 늘어나는 ‘증식형 비만’이다. 근육 세포는 아무리 발달시켜도 커지는 데 한계가 있지만 지방세포는 계속 발달한다. 지방세포가 성장기에 늘어난 데다 성인이 되어 커지기까지 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의사와 상담한 후 약물로 비만을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미성년자에게 약물 사용을 금했지만 최근에는 약한 약부터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산화 작용을 막기 위해 비타민E가 주로 쓰인다. 비타민C도 효과가 있다는 설이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검증되지는 않았다.

 

컴퓨터·TV 끄고 당장 움직여라
10대 비만, 약도 수술도 ‘무용지물’식사와 운동이 ‘모범답안’…‘밥 먹기 전 물 한 잔’도 효과적
[1011호] 2009년 03월 04일 (수) 김태형 (의료 전문 프리랜서)

   
ⓒ시사저널 이종현

서울 하계동에 사는 차 아무개씨(38)는 최근 2년 사이 몸무게가 갑자기 20㎏이나 불어난 아들 석주(가명·12)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며칠 전에 찾아간 비만 전문 클리닉에서는 ‘고도 비만’이라는 진단까지 받았다. 담당 의사는 “석주의 경우 지방간은 물론 간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간 섬유화가 이미 간문맥까지 진행되었다. 비만으로 생긴 지방간과 간 섬유화를 방치할 경우 어른이 되었을 때 간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석주처럼 10대 비만으로 고민하는 소아·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07년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만 2~18세 소아·청소년 10명 중 1명(10.9%)은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비만 유병률이 높은 남자 중·고등학생(12~18세)의 경우 10명 중 1.8명이 비만으로 조사되어 같은 또래 여자들(1.2명)보다 더 심각했다.

BMI란 키와 몸무게로 산정한 비만 판정 지수로 25 이상은 비만, 30 이상은 고도 비만, 35 이상은 초고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키 1백65㎝, 몸무게 90㎏인 석주의 경우 BMI 33.1로 초고도 비만에 육박하는 만큼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태이다.

비만 전문가들은 개인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BMI 30 이상일 경우 전문 비만클리닉을 찾아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등 체계적인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비만에 대해 정확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살이 찌는 원인은 크게 유전적인 원인과 환경적인 원인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밖에도 심리적인 요인이나 질병 및 약물에 의한 경우도 있다. 특히 부모가 모두 비만일 경우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프랑스 농공학자인 피에르 베일은 <빈곤한 만찬>이라는 책에서 “당신이 뚱뚱한 것은 당신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면서 비만의 원인을 유전자에서 찾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잘 먹는  데 비해 운동량이 부족한 경우를 비롯해 환경적 요인이 비만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교 체육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실외보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비율이 높다 보니 10대나 젊은 층의 비만이 자연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성장기 비만의 주범

학교 성적과 입시로 인한 과다한 스트레스도 10대 비만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을 배출하는데, 이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너무 많이 분비되면 신체의 리듬을 비정상적으로 만든다.

한의사 박해웅 원장(하늘토한의원)은 “코르티솔은 각성제와 비슷한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밤에도 잠이 들지 않는 각성 상태를 일으키고 몸에 있는 지방을 저장하게 만들어 비만의 원인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간혹 특정 질병 때문에 비만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부신피질 과다분비증에 걸리면 많이 먹지 않아도 살이 찐다. 아무리 먹어도 배고픔을 느끼는 프래더윌리증후군 환자는 비만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이런 경우에는 식이요법이나 운동으로 살이 빠지지 않으며 관련 질환을 근본적으로 해당 병을 치료해야 한다.

BMI는 ‘정상’인데 체성분검사 결과 비만으로 나오는 이른바 ‘마른 비만’ 환자의 경우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성장기 어린이는 살이 찌면 체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이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성장 발육에 지장을 주는 성조숙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아나 청소년 등 젊은 층의 비만은 약물 치료나 지방 흡입, 베리아트릭(Bariatric) 수술 등 인위적인 방법보다는 식사량 조절, 운동요법과 같은 생활교정요법을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살을 빼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비만으로 판정된 뒤 의사들에게 처방받아 먹을 수 있는 약으로는 식욕억제제나 지방분해효소억제제가 있다.

독일계 다국적 제약회사 크놀이 만든 ‘리덕틸’은 뇌를 속여서 배고픔을 못 느끼게 하는 원리를 적용했고, 스위스 로슈가 개발한 ‘제니칼’은 지방을 소화하는 효소인 리파아제의 기능을 억제해 살을 뺀다. 두 약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약청의 판매 승인을 받았고, 국내 제약사에서도 이와 약효는 비슷하고 가격은 저렴한 제네릭(복제약)을 만들어 판매 중이다.

그러나 이런 약물요법을 소아·청소년에게 처방하면 성장 장애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때문에 보건 당국은 지방흡수억제제는 12세 미만, 식욕억제제는 16세 미만에게 처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인풋 줄이고 아웃풋 늘려야

   
▲ 어린이 건강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비만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체조를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비만 치료법은 병원보다는 집과 학교에 있다. 너무 뻔한 답이지만 어쩔 수 없다. 소아나 10대의 비만은 식사와 운동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비만 전문가들은 ‘인풋(input)은 줄이고 아웃풋(output)을 늘려라’라는 말로 설명한다. 결국,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먹는 것을 조절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식욕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면서도 자기 절제력은 턱없이 부족한 10대 아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럴 때는 식사량을 무턱대고 줄이기보다 과식과 폭식, 각종 인스턴트 음식과 군것질을 줄이는 방법을 써야 한다. 먹는 시간을 정해 그 시간에만 먹고, 저녁보다는 아침을 든든히 먹는 것이 좋다.

식사 전에 ‘물 한 잔’을 먹는 것도 과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밥 먹기 전 물 한 잔은 식사량을 줄이는 효과와 함께 체내 지방을 분해시키는 역할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박혜순 교수(울산대 의대)는 “고기는 소갈비보다는 등심이나 살코기 위주로 먹고, 돼지고기도 삼겹살보다는 역시 살코기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 생선은 통조림을 피하고 기름이 들어간 요리, 즉 튀김·볶음·부침 등은 적게 먹어야 하며 잡곡밥, 신선한 채소, 김치, 나물, 해조류는 좋다”라고 권했다.
먹는 것을 줄였다면 활동량은 늘려야 한다. 조금만 멀어도 자동차를 타거나 운동장보다 집이나 PC방에서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보는 습관은 비만 체형을 만들 뿐이다. 학교가 가까우면 걸어가고 조금 멀 경우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공부할 때도 1시간마다 일어나서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비만일 경우 걷기, 속보, 자전거 타기나 수영처럼 심폐기능을 높여주는 운동이 좋다. 운동 시간은 1회에 30~40분 정도가 좋다.

 

‘세금’으로 살 뺀다
선진국들, 탄산음료 등에 ‘비만세’ 부과 검토
[1011호] 2009년 03월 04일 (수) 김태형 (의료 전문 프리랜서)

   
▲ 비만에서 벗어나자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일본의 한 의료 기관에 붙어 있다.
ⓒ뉴욕타임즈

10대 비만이 가장 심각한 나라는 ‘패스트푸드의 왕국’으로 불리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비만(Obesity)’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젊은 층을 두고 ‘O세대’라고 부른다. 현재 미국 어린이의 3명 중 1명이 과체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은 비만을 국가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문제로 보고 연방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비만을 관리한다. 첫 번째 조치는 비만을 일으킬 수 있는 이른바 ‘비만 식품’에 대한 규제이다. 보건 당국은 미국 내 전체 TV 식품 광고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10대 스낵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비만을 유발하는 트랜스지방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비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도록 했다. 이어 각 학교에는 과일 및 야채 많이 먹기 운동을 장려하고 비만을 예방하기 위한 식생활 지침을 만들어 보급했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대책은 주 정부에서 나왔다. 최근 뉴욕 주는 콜라와 사이다 등 고칼로리 탄산음료에 대해 ‘비만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만식품에 대한 판매 규제에서는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이 미국보다 앞섰다. 1980년대만 해도 비만을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규정하지 않았던 프랑스는 최근 자국 성인 인구의 40% 이상이 비만이나 과체중인 것으로 조사되자 충격에 빠졌다. 2006년 기준으로 체질량지수가 30이 넘는 프랑스의 성인 비만 인구는 5백90만명, 체질량지수 25~30의 과체중 인구는 1천4백만명에 달한다.

프랑스는 이미 2005년 학교 내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하고, 식료품의 TV 광고에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싣도록 했다. 뒤이어 영국도 2007년 패스트푸드나 정크푸드의 방송 광고를 규제하는 법을 제정했으며, 패스트푸드와 소프트드링크에 비만세 부과를 고려하기도 했다.

일본은 직장인 허리둘레 측정 의무화

영국은 국가 비만 관리 가이드라인을 정해 청소년과 젊은 층 대상의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하고 있다. 특히 1차 의료에 비만 치료를 포함시키고 의료적 치료 방법의 과학적인 근거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정크푸드와 청량음료에 대한 비만세 도입 추진에 이어 2006년에는 일명 ‘비만 장관’(Minister for Fitness·건강운동본부장관)까지 생겨날 정도로 비만 정책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개별 국가가 아닌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응이다. EU 27개 회원국의 어린이 중 2천2백만명이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최근 유럽에서는 어린이 비만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체중 어린이 중 5백만명은 의학적 비만 상태로 해마다 그 수치는 4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어린이에게 학교에서 과일과 야채를 무상 제공하기 위해 매년 9천만 유로(1천7백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계획은 유럽 의회의 승인과 회원국의 서명을 거쳐 실행된다.

이웃 일본은 ‘건강일본 21’의 영양 부문 목표에 과체중 및 비만 관련 목표를 포함해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향후 3년 후까지 비만 인구를 10%, 6년 후까지는 25%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에는 각급 기업체와 지방 정부에 매년 40~74세 직원들의 허리둘레를 측정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까지 만들었다. 허리둘레가 일정 기준(남자 89.9㎝, 여자 85.1㎝)을 넘으면 정부의 다이어트 지침에 따라야 한다.

 

‘비만과의 전쟁’, 정부가 나서라
복지부·교과부 등 관련 부처 통합한 별도의 기구 구성해야…전문가 양성도 시급
[1011호] 2009년 03월 04일 (수) 강재헌 (대한비만협회 정책이사·인제대학교 서울백병

   
▲ 소아·청소년 비만 대책과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뉴시스

성장기 젊은이들의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의 이행, 만성 질환의 위험성 증가, 정신·사회적 문제 등과의 관련성 등으로 인해 중요한 보건학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아·청소년 비만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보건복지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질병관리본부 등 각 부처에서 다양한 방안과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과 대책들이 통일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 학교에 지방간과 고지혈증이 동반된 고도 비만 학생이 있을 경우 학교 보건실에서 이 학생의 건강을 관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보건소나 전문 의료 기관에 치료를 의뢰해야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고도 비만아를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고 전문 의료 기관의 경우 비만 치료에 보험 적용이 안 되므로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학생은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보건복지가족부 등 관련 부처에서 고도 비만 학생의 관리 체계 구축과 비만 급여화를 위해 협력을 해야 하지만 현재 이 부분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어떻게 보면 치료보다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는 비만 예방 사업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학교는 비만 예방을 위한 식생활 교육과 체육 활동에 최적의 장소이지만, 학교에는 교육을 위한 재원과 의료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재원과 의료 전문가를 지원할 수 있는 타 부처들과의 협조 부족으로 효율적인 비만 예방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0대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학교, 지역 사회와 가정, 의료 기관, 행정 기관 등이 연계 체계를 구축해 가용 자원을 확보하고 실정에 맞는 예방 및 관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의 현실에서는 방안이나 대책이 부족한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러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유기적인 협조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주된 문제이다. 따라서 보건복지가족부·교육과학기술부·식품의약품안전청·질병관리본부 등 관련 부처에서 공동으로 비만 정책 수립과 추진을 위한 별도의 정부 조직을 구성해 비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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