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카운트다운! 공중급유기 선정

醉月 2015. 6. 29. 12:28

유럽과 이스라엘은 ‘한미연합’ 족쇄 깰 수 있나
카운트다운! 공중급유기 선정

이정훈 편집위원

 

 

● 리턴매치 들어간 보잉과 에어버스
● IAI의 역발상 “중고기를 재활용한다”
● ‘한미연합’은 덫인가 날개인가
 

급유기 4대를 도입하는 공군의 KC-X(공중급유기) 사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총 사업비가 1조5000여억 원에 달하는 이 사업에는 미국 보잉의 KC-46, 유럽 에어버스의 MRTT, 이스라엘 IAI의 MMTT가 도전했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6월 말 도입 기종을 선정한다.

 

3사가 제안한 기종은 장단점이 복잡하게 얽혀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성능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니, 성능이 우수한 기종을 골랐다고 해서 무조건 잘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지갑이 얇으면 가격에, 두툼하다면 성능에 가중치를 둬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종합 판단은 예산 장벽에도 직면해 있는 방사청에 맡기는 게 옳다고 본다.

 

그럼에도 살펴볼 점이 있다. 3사는 각각 자사 기종이 방사청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만족시키는 것에도 경중(輕重)이 있으니, 이는 ‘립 서비스’에 가깝다. KC-X 사업에는 방사청 관점에서는 걸러낼 수 없는 다른 요소도 얽혀 있다.

이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 기종의 충돌이다. 보잉과 IAI는 보잉이 제작하는 여객기 ‘B-767’, 에어버스는 자사 여객기인 ‘A-330’을 토대로 한 급유기를 제시했다. 각기 두 회사 제작 여객기 가운데 태평양을 건널 수 있는 가장 작은 기종에 해당한다. 2대 1의 비율로 B-767이 많은데, 이는 2011년 결정된 미 공군의 KC-X 사업을 떠오르게 한다.

 

미 공군(주방위군과 예비군 포함)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급유기(600여 대)를 운용한다. 따라서 ‘급유기의 세계 트렌드’를 이끈다고 할 수 있다. 미 공군이 보유한 급유기 중에는 B-707 여객기를 토대로 제작된 KC-135이 가장 많고(417대), 다음이 맥도넬 더글러스의 여객기 DC-10을 기반으로 한 KC-10(59대)이다. KC-135는 총 732대가 제작돼 미국과 여타 국가에 공급됐다.

1 중고기 개조의 최고봉인 이스라엘의 IAI는 중고 B-767을 토대로 MMTT 급유기를 만든다. 이 때문에 가격은 다른 급유기의 3분의 2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명분이 아니라 실질을 추구하는 것이 IAI의 모토다. 2 붐 방식 급유장치는 무거워서 중앙 동체에만 장착한다. 따라서 이 방식을 채택한 보잉의 KC-46 급유기는 한 번에 한 대에만 급유할 수 있다. 한국 공군은 한미연합을 중시하기에 보잉은 보이지 않는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 프로브 앤드 드로그 방식으로 급유하는 에어버스의 MRTT 급유기. 이 방식은 양쪽 날개에서 호스를 내려 급유해 이론상으로는 두 대 동시 급유가 가능하다(실제로는 공중 충돌 위험성 때문에 한 대에만 급유). 수유기들은 조종석 옆에 툭 튀어나온 수유구를 갖고 있다(작은 사진). 에어버스는 붐 방식 MRTT로 한국 랠리에 도전했다.

2대 1 비율로 B-767이 많아

B-707은 항공 여행이 본격화한 1958년 출시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데 다른 여객기가 나오고 여행자들의 비행거리도 늘어나면서 수요가 ‘확’ 줄었기에, 1979년 생산이 중지됐다. DC-10도 1989년 단종됐다. 그 때문에 부속품 확보가 어려워지고 기종도 노후했기에, 미국은 차기 급유기 179대를 도입하게 됐다.

 

이 사업 직전인 2005년 보잉은 B-767을 토대로 한 급유기 KC-767을 만들어 이탈리아와 일본에 4대씩 수출했다. KC-46은 이를 개량한 것이다. 에어버스는 미국의 노스롭그루먼과 합작법인을 만들어, A-330을 기본으로 한 KC-45를 내놓았다(타국 기업은 미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만들어야 미국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다).

 

그런데 보잉은 바로 부정부패 사건에 휘말리면서 경쟁에서 배제됐다. 에어버스가 ‘자동으로’ 승자가 된 것. 그러자 보잉 공장이 있는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서 “우리 지역 경제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보잉도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다시 경쟁이 이뤄져, 결국 보잉이 최종 승자가 됐다. ‘한국 랠리’는 양사의 리턴매치다.

 

보잉은 승자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려는 듯 KC-46을 그대로 내놓았다. KC-45와 46은 미 공군이 부여한 명칭이다. 에어버스는 ‘미국 악몽’을 잊으려는 듯 본래 이름인 MRTT(Multi Role Tanker Transport · ‘급유-수송기’라는 뜻)를 들고 나왔다.

정치적인 이유로 분루(憤漏)를 삼켜야 했던 에어버스는 급유기 세계에 트렌드를 만든 공로가 있다. 급유기는 시장이 작아 별도로 제작하지 않는다. 많이 팔려 단가가 싸진 여객기 가운데 적당한 것을 골라 개조해서 만든다. 여객기가 모든 공간을 채우지 않는 것처럼 급유기도 내부를 연료로 가득 채우지 못한다. 꽉 채우면 무거워져 뜰 수 없기 때문이다.

 

에어버스는 이 공간을 활용했다. A-310 여객기를 토대로 급유기를 만들고, 남는 공간을 화물이나 환자 수송 공간으로 편성한 것. 2003년 실험작으로 내놓은 A-310 MRTT는 캐나다(2대)와 독일(4대)에 판매됐다. 이어서 보다 큰 A-330을 토대로 한 MRTT를 내놓아 영국(14대)과 프랑스(12대) 호주(5대) 사우디아라비아(6대) 등 6개국에 46대를 수출했다. 보잉은 그 뒤를 따랐다. KC-767과 KC-46도 급유-수송 겸용기로 제작한 것이다. IAI도 마찬가지이다.

 

 

“중고기로 하면 3분의 2 가격”

IAI도 흥미로운 길을 걸어왔다. IAI는 세계에서 항공기를 가장 많이 개조하는 회사다. 항공기는 정비만 잘하면 30~40년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래된 비행기를 싫어한다. 그러니 민항기 회사들은 여객기를 신형으로 유지하려 한다. 그리하여 ‘헐값’에 나오는 중고 여객기를 IAI가 도맡아 개조하게 됐다.

 

IAI는 급증하는 항공화물 시장에 주목했다. 중고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는 사업에 나선 것. 여객기에는 사람이 타는 작은 도어(문)만 있어도 되지만, 화물기는 큰 문을 갖춰야 한다. 이 문은 항공기가 하늘에 올라갔을 때, 완벽히 밀폐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기존 항공기에 크고 완전 밀폐되는 문을 다는 것은 쉽지 않은 기술인데, IAI는 이를 멋지게 해냈다.

 

그리고 이 기술을 군사 분야에 접목했다. 항공기의 수명은 ‘많이 돌아가는’ 엔진 수명에 좌우되는 만큼 엔진을 제때 교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기체와 기골(機骨) 등의 내구재는 상당히 오래간다. IAI는 1995년, 중고 B-767에서 엔진 등을 전면 교체하고 내부에 레이더를 탑재한 경보기 ‘팰콘’을 만들어 칠레에 수출했다. 한발 더 나아가 다른 나라가 보유한 중고 수송기나 여객기를 경보기로 제작해줬다.

 

IAI는 중고 여객기를 토대로 한 급유기 제작에도 나섰는데, 제3자로서 ‘가격 대 성능’ 등을 비교해 급유기로 쓸 기종을 고를 수 있었다. IAI는 보잉의 767(중고)을 선택해 급유-수송 겸용기인 MMTT(Multi Mission Tanker Transporter)를 만들기로 했다. 중고기를 재활용한 덕분에 가격은 다른 급유기의 70%대에 해당한다는 게 IAI 주장이다.

 

 

보잉은 IAI의 선택을 자사 경쟁력 홍보에 활용한다. “IAI가 B-767을 토대로 MMTT를 만들겠다고 한 것은, B-767이 A-330보다 급유기에 더 적합하다고 봤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주장하는 것이다. 에어버스는 다른 면을 강조한다. “KC-46은 97t의 연료밖에 싣지 못하나 MRTT는 111t을 실을 수 있다. 그만큼 더 많은 전투기에 ‘젖’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큰 급유기를 장시간 띄워놓고 오래 급유하는 것이 좋으냐, 적당한 크기의 급유기를 교대로 띄워 급유하는 것이 좋으냐는 이 분야의 오랜 화두였다. ‘큰 게 좋다’면 B-767이나 A-330보다 큰 A-380, 350, 340 또는 B-747, 777, 787로 급유기를 만들었어야 한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데 미국도 유럽도 이스라엘도 현실화하지 않았다.

 

급유기 크기에 대한 작금의 정설은 ‘태평양을 간신히 건널 수 있는 것이 적당하다’이다. 현실 세계에서 이것은 B-767 대 A-330의 싸움이 된다. A-330은 B-767보다 동체 길이가 6m 정도 더 길다. 이러한 차이가 급유기 운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각국이 처할 수 있는 전쟁 환경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한국은 붐 방식만 사용

우리 전투기 가운데 공중급유를 받을 수 있는 것은 F-16과 F-15K뿐이다. F-5와 F-4 등은 공중급유를 받을 장치가 탑재돼 있지 않다. 공중급유에는 미 공군이 채택한 붐(Boom) 방식과 유럽 공군이 선택한 프로브 앤드 드로그(Probe · Drogue) 방식이 있다.

boom은 여의봉처럼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막대를 가리킨다. 급유기(給油機)에서 기름을 흘려보낼 붐을 뻗어주면, 수유기(受油機)는 급유기와 같은 속력과 방향으로 날면서, 기체에 평면으로 붙어 있는 ‘구멍’을 붐에 갖다 댄다. 붐 끝의 금속이 수유기의 구멍으로 ‘쏙’ 들어가면, 초고압으로 기름을 ‘쏴’ 주는 식이다.

 

 

프로브 앤드 드로그 방식은 호스로 기름을 보낸다. 이 방식으로 기름을 받는 수유기에는 앞의 사진에서 보듯, 영어로는 receptacle이라고 하는 수유구(受油口)가 ‘툭’ 튀어나와 있다. 급유기가 내려주는 호스 끝에는 원통형 금속이 달려 있다. 호스가 풀림으로써 이 원통은 전투기의 수유구를 덮어주는데, 그렇게 되면 원통 안에 있는 작은 금속 침이 수유구 구멍으로 들어가, 기름을 주입한다.

 

 

우리 공군은 미 공군 체제를 따르고 있기에 전부 붐 방식을 채택했다. 이때문에 IAI는 물론이고 에어버스도 붐 방식의 급유기를 내놓았다. 여기에서 양 진영은 상당한 신경전을 펼친다. 기술 외적인 문제로 상대를 견제하는 것이다.

미국의 군사기술 보호 의지는 대단하다. 미국은, 전략무기는 우방국일지라도 마음대로 뜯어보지 못하게 하는 조건을 걸어 수출한다. 스텔스기인 F-35를 구매하려면, 우방국일지라도 미국에 ‘허가받은 부분 외에는 뜯어보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금지한 부분을 몰래 뜯어봤다 발각되면 상상할 수도 없는 위약금 등을 물어야 한다.

 

지상에 있는 주유소도 위험시설인데, 공중급유는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2001년 개봉한 미국 영화 ‘에어포스 원’에는 급유기가 공중 폭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1987년 미 공군은, 운용하던 급유기 KC-10 한 대를 폭발로 잃은 적이 있다.

급유 도중 돌풍을 만나면 급유기와 수유기 간격이 갑자기 벌어지거나 가까워질 수 있다. 그때 수유구에 들어가 있던 급유기의 금속 침이 바로 빠져나오지 않으면, 두 항공기는 반발력으로 공중 충돌할 수가 있다.

 

 

수유구에서는 빠져나왔어도, 급유기가 금속 침을 바로 회수하지 못하면, 돌풍에 이 금속침이 수유기를 두드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급유기에서 급유장치가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급유기 제작사들은 어떠한 환경에도 대처할 수 있는 급유 장치를 제작하려고 한다. 이것이 각 사의 중요한 영업비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