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술 환자의 회복, 출산 후 회복이 어려울 때 최고

어느 복집에 갔더니 유난히 손님이 많고 음식 맛이 좋았다. 그 비법을 물었더니 복탕에 한약재인 당귀를 쓴다고 했다. 흔히 술독을 제거하기 위하여 복국을 먹는데 당귀를 넣어서 독을 해독하는 것이다. 한 학생이 생선을 먹고 두드러기가 났는데 3년이 되어도 낫지 않는단다. 당귀차와 등산을 곁들여 3개월 만에 씻은 듯이 나았다.
당귀는 쓰는 부위에 따라 약효가 다르다. 머리 부분은 피를 멎게 하는 지혈제로 쓰이고, 몸통은 피를 보충하는 보혈제로 쓰이며, 꼬리 부분은 죽은피를 풀어내는 파혈제로 쓰인다.
아이 셋을 나은 부인이 매월 월경을 치를 때마다 기능성 출혈이라 하여 좋은 피가 덩어리져 나가므로 빈혈이 심하고 소화도 안 되고 어깨, 목덜미, 허리가 많이 아팠다. 당귀에다 녹용을 넣어서 먹고 기능성 출혈도 낫고 골다공증도 해소되었다.
오래된 <금괴요약>이라는 문헌에 보면 당귀에다 생강과 양육(양고기), 계지, 작약, 엿 등을 넣어 먹으면 골다공증과 소화불량을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임신 중 방광염에 걸리면 약을 함부로 쓰지 못하는데, 이때 당귀에 고삼과 패모를 넣어 같이 쓰면 특효가 있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간의 독을 풀어내며 어혈을 풀어 통증을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B형 간염 환자가 간수치(GOP, GPT)가 500씩 올라갔다가 치료를 하면 다시 정상이 되었다가 다시 올라가고 하기를 10여 차례 반복했는데, <동의보감>의 당귀가 들어가는 보중치습탕을 먹고 다시는 간수치가 올라가지 않았다. 이때 꼭 근육운동을 시키는데, 여기에는 등산이 최고다.
당귀사력탕 단 한 첩으로 오랜 음극사양증 치료
벌써 40년이나 지난 1967년도의 일이다. 나를 찾아온 환자는 소녀티를 갓 벗은 젊은 여성이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열이 40도를 오르내리는 병 때문에 두 달 남짓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치료를 받는 동안은 좀 완화된 듯하다가 다시 열이 올라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태였다. 의사들이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니 부모로서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더 이상 소생할 방도가 없다고 보고 마지막 희망을 걸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체질을 감정해보니 소음인이고 증상은 음극사양증이었다. 음기가 넘쳐 마치 양기가 넘치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이다.
소음인의 경우 열을 내리는 처방을 해서는 안 된다. 해열제를 쓰면 그때는 열이 내려도 점점 열이 고조되어 근본적인 열을 해결할 수가 없다. 그래서 소음인의 음극사양증에는 당귀사력탕을 써야 한다. 그렇지만 만약 체질이 소양이거나 증세가 음극사양증이 아닐 경우 당귀사력탕은 위험한 약이다.
단호한 처방을 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한 가지 남아 있었다. 처음에 내원했을 때 수행원 비슷한 사람들이 한두 사람 따라온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높은 지위의 권력기관에 있는 것 같았다. 보호자가 내 딸을 고칠 수 있느냐고 질문을 해왔다.
도라지 주재료로 쓴 한다열소탕은 대상포진에 특효
우리 산에는 어디를 가도 산(山)도라지가 있다. 꽃이 파랗게 핀 것은 도라지고 꽃이 하얗게 핀 것은 백도라지다. 한방에서는 길경(桔梗)이라고 하여 널리 쓰이는 약이다.
우리나라 도라지에는 인삼에 버금가는 사포닌이 들어 있다. 모 제약회사에서는 도라지에서 추출한 사포닌을 주재료로 한 가래 삭히는 약을 제조하여 성공했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산도라지 나물에는 호흡기질환에 잘 듣는 사포닌이 들어 있어 감기 후유증인 만성기침이 소리 없이 낫는다.

중학교 교사 한 분이 어렸을 때 홍역을 앓고 기관지에 염증이 생겼는데 그 열을 밖으로 풀어내지 못하여 평생 기침을 하다가 산 도라지를 배에 넣어 조청을 만들어 먹고 나서 다시는 재발하지 않고 씻은 듯이 나았다.
우리 산에서 나는 도라지는 참으로 명약이다. 특히 산에서 수십 년 묵은 도라지는 산삼에 버금가는 명약이라 한다. 한 스님이 결핵을 앓은 후 몸에서 식은땀이 나고 기침이 심하게 나기를 삼 년이 되어도 낫지 않았는데 우연히 등산길에서 20년은 되었음직한 도라지를 캐서 약탕관에 3일을 고아서 먹고 완치가 되었다고 한다. 도라지가 산에서 오래 묵으면 사포닌 함량이 늘어나서 만성호흡기질환을 근원적으로 치료한다고 한다.
어떤 청년이 겨울에 술을 많이 마시고 물에 빠져서 폐렴에 걸렸는데 다행히 위급증은 면했으나 계속 농혈을 토했다. 이에 도라지를 주재료로 한 청폐사간탕을 먹고 완치가 되었다. 도라지는 폐의 울혈을 제거하고 응혈과 농혈을 풀어내는 명약이기도 하다. 기관지천식을 10년째 앓고 있던 한 주부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등산하며 도라지꽃차를 1년간 먹고 나았는데 피부가 어린아이와 같이 되었다고 한다.
난치병 대상포진을 약 한 제로 완치하기도

- 지금부터 40여 년 전이니까 내가 30대 초반에 영등포에서 한의원을 개원했을 때다. 낯선 고장인 데다가 그때만 하더라도 한방의료기관이 그다지 인정을 받지 못했던 때라 찾아오는 환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 당시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에 갔는데 의원님이 팔을 걷어 올리고 이것이 무슨 병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마치 젊은 한의사인 네가 이런 병을 알기나 하겠느냐는 식이었다. 걷어 올린 팔을 보니 여기저기 물집이 생기고 헐어서 검은 딱지가 여기저기 많이 붙어 있었다. 심한 통증이 계속되어 한 달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고단위의 진통제로 살고 있는데 거의 지친 상태라고 했다. 분명 대상포진이었다.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시골마을에 무료진료를 하러 갔을 때 어떤 할머니가 앓던 병인데 아주 시원하게 고쳐준 경험이 있었다.
“의원님! 이거 대상포진이라는 증세입니다. 이 병의 원인은 어렸을 때 앓았던 수두의 원인균인 수두바이러스가 척추에 살고 있다가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사람의 저항력이 떨어지면 고개를 들고 일어나 신경염을 일으키는 겁니다. 처음에는 원인 모르게 신경통처럼 통증이 심하게 오다가 점점 피부에 물집이 수두 앓는 어린아이처럼 생기면서 헐기 시작하여 진물이 나오고 딱지가 생기는 증상을 보이죠. 반드시 편측으로만 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참으로 고생 많이 하셨네요.” - “아이고, 젊은 원장님이 이 병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네. 내가 이 병으로 한 달을 고생하면서 여기저기 다 물어보아도 원인도 모르고 병명도 모르고 치료도 안 되고 헤매다가 대학병원에 갔더니 병원장이 소아과 과장을 불러서 설명을 들었는데, 지금 원장님이 그 과장님하고 똑같은 설명을 해주시는 겁니다. 그래 이 대상포진을 한방으로 고칠 수가 있습니까?”
- “네, 고칠 수 있습니다. 저는 일찍이 이 병을 고쳐본 경험이 있습니다.”
“아, 그래요? 제발 좀 부탁합니다. 지금은 밤마다 진통제 없이는 견디지 못해요. 이 통증은 앓아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네, 알았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하여 치료해보겠습니다. 의원님께서 저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증상이니 우선 마음을 편안하게 하시고 자신감을 가지십시오. 제가 드린 약을 잡수시면 2, 3일안에 해결될 것입니다.”
처방약은 이제마 선생이 처방한 한다열소탕이다. 길경(도라지)이 주재료다. 한다열소탕은 태음인에게 저항력을 길러줘 잠재해 있는 바이러스 신경염을 완전히 정복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 하는 약이다. 의기양양하게 그날로 약을 지어주었다. 3일 후에 진맥을 하니 통증은 거의 다 낫고 수두는 새까맣게 딱지가 앉았다.
“고맙소. 이만하면 살 것 같은데 옆에다 명의를 두고 그렇게 고생을 했구려.”
“의원님, 저보다 이제마 선생께 감사해야 합니다.”
“이제마 선생이라니요? 누굽니까?”
“네, 지금부터 70여 년 전에 이제마라는 분이 사상의학을 제창하셨는데 그분의 이론에 의하면 사람의 체질은 4가지, 즉 태음, 태양, 소음, 소양인으로 나뉘는데 각자 체질에 맞게 먹고 약도 체질에 맞게 처방한다는 이론입니다. 의원님은 태음인이기 때문에 이제마 선생이 처방한 한다열소탕이라는 약을 써서 효과를 보신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그분에게 감사해야지요. 딱지가 떨어지고 완치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동안 저항력을 기르고 체력을 더욱 강하게 하셔야 합니다.”
젊은 한의사지만 완전히 신뢰하는 눈치였다. 그 많은 씨족들의 약 쓰는 것과 심지어 음식 먹는 법 등 모든 건강법에 다 자문을 구했다. 그때만 해도 토사향이 있었는데 아파트값이나 된다는 토사향을 구해서 약을 짓는 데도 자문을 구했다.
최근에도 누구라면 다 아는 원로 목사님 한 분이 대상포진으로 입원을 해서 치료를 했으나 다시 재발하여 고생을 했다. 한번 재발할 경우 잘 낫지 않고 오래 고생하는 예가 많다. 더욱이 연세가 많으신 데다가 계속 무리를 하니까 회복할 길이 없었다. 왕진을 가서 진맥을 해보니 역시 태음인 체질이었다. 원래 운동부족에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복부비만에 고지혈증, 더욱이 소모성질환의 최고봉인 당뇨까지 오래되었으니 저항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대상포진이 자꾸만 재발했다.
우선 가지고 간 레이저 침으로 바이러스를 꺾고 나서 한다열소탕을 사용했는데 그날부터 잠을 편히 자고 음식을 잘 먹기 시작했다. 세 번 치료하고 완치된 후에 노인이니까 저항력을 길러주는 보약을 드시게 했는데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고 있다.
이제마 선생이 한다열소탕을 처방하면서 “한기가 막혀서 몸의 저항력이 떨어져 오랜 감기증상을 앓거나 땀을 못 내거나 한열의 교전이 일어나서 통증이 지속되는 증상을 다스린다”고 했으니 필경 대상포진뿐만 아니라 신종 인플루엔자에 쓰는 약인 것을 암시하고 있어서 인플루엔자 감기환자에게 투약해보았는데 아주 특효한 것을 발견하고 최근까지 활용을 해보았다. 고열이 나고 땀이 안 나는 환자에겐 제조를 가미하여 쓰고, 변비환자에겐 건율과 의이인을 빼고 갈근과 대황을 가미하여 쓰라고 해서 적절히 약재를 가감하여 썼더니 거의 확실한 효과가 나타났다.
과연 우리 땅에서 난 도라지의 효과다. 이제는 도라지만 있으면 신종플루도 겁낼 것 없을 것 같다. 도라지는 우리 땅에서 많이 얻을 수 있다. 가까운 산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우리 도라지는 DNA가 다르다. 우리 땅이야말로 아름답고 비옥한 땅이다. 삼천리 금수강산 사계절이 분명하여 겨울에는 눈이 와서 땅에 스며들었다가 봄이 되면 새싹을 틔우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여름이면 적당히 비가 와서 골짜기에 물이 흐르고 신록을 조성하고, 가을에는 오곡백과가 결실하고 풍성해진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가 없다. 인삼도 아메리카인삼, 중국인삼 다 있지만 우리나라산 인삼이 제일 좋듯이 도라지도 우리 도라지가 제일 좋다. 우리 도라지는 재배도 한다. 우리 땅에서 우리 도라지를 길러 우리 건강뿐 아니라 세계인의 건강에 이바지해야겠다.
우리나라의 약초꾼들이 ‘심봤다’를 외치는 경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산삼을 보았을 때이고, 두 번째는 골짜기에 가득 자생하는 산작약을 보았을 때다. 옛날에는 한 골짜기에서 캔 산작약으로 논 한 마지기를 산다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에는 어디든지 산작약이 있다. 또한 작약은 정원이나 농토에 재배도 한다. 재배한 작약을 식작약이라고 하는데, 절대로 농약을 써서는 안 된다.
산작약은 보혈, 정혈을 하고 부인들의 뼈를 튼튼하게 하면서 생리를 정화시키는 데 명약이다. 50대의 부인이 내원하여 호소하기를 몸 전체가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단다. 머리가 아프고, 목덜미·어깨가 쑤시고, 허리·다리근육이 당기고, 허리가 아프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며, 밤에 잠을 설치고 소화도 안 되고, 화기가 위로 올라오면 식은땀이 흐르고 만사가 귀찮고 짜증만 나며 한시도 편할 날이 없단다. 진찰을 해보니 골반염이었다.

골반염은 아이를 낳으면서 틀어진 골반이 회복이 안 되어 생긴다. 오랫동안 원상태로 회복이 안 되어서 골반내의 장기들이 원활히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여 이 모든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되어 있어도 치료는 간단하다. 동의보감의 가미사물탕을 먹으면서 등산을 2개월만 하면 아무리 오래된 골반염도 낳는다. 이 부인의 경우는 작약이 주재료인 가미사물탕 1개월분을 먹고 그 많은 증상들이 씻은 듯이 다 없어지고 살맛이 나게 되었다.
한 처녀는 생리를 치를 때마다 심하게 앓았다. 허리, 배가 심하게 아프고 먹은 것을 다 토할 정도로 위장장애가 심해지고 멀미를 지독하게 하여 아예 몸져 누웠다. 그러나 이도 아주 간단하게 치료가 됐다. 동의보감의 작약산 2제를 먹고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등산을 하면 거의 100% 낳는다. 처음에 1제를 먹고 증상이 없어지니까 태만해져서 방치했다가 다시 재발하여 약 1제를 더 먹고 완치되었다.
부인과질환에 작약의 효과는 아주 탁월하다. 한 부인이 생리 때만 되면 눈이 충혈되고 부어올라서 고생을 했다. 동의보감의 세안탕을 썼는데 작약을 좀 많이 넣어 달여서 2회를 쓰고 완전히 나았다. 이 약은 먹는 약이 아니고 눈을 씻어내는 약이므로 약을 달여서 가라앉은 다음에 맑은 부분만 따라서 눈을 씻는 것이다. 어떤 안약보다도 신기한 효력이 있는 약이다.
결혼 10년에도 불임이던 어느 부인의 고민 해결
결혼한 지 10년인데 아직 아이가 없었다. 수십만 원하는 사진을 찍고 정밀검사를 다 해봐도 아무 이상이 없단다. 온갖 치료를 다 해보고 한약도 많이 먹고 절에 가서 불공도 들여보고 심지어는 굿을 다 하고 사는 집을 일곱 번씩이나 이사를 다녀도 애는 생기지 않았다.
“책자에 실린 경험 사례와 인터넷을 보고 찾아왔으니 꼭 아이를 갖게 해주십시오. 만일 이번에도 실패하면 이혼을 당하게 생겼습니다.”
아주 책임을 지라는 식으로 나왔다. 오죽했으면 그렇게까지 나오겠는가.
“네, 알았으니 진찰부터 해보겠습니다.”
한방의 진찰이란 맥을 보는 것이다. 혹자는 팔에 있는 요골동맥의 맥박 뛰는 것을 보고 어떻게 병을 알아내느냐고 하겠으나 한방에는 고전문헌에서부터 동의보감에도 맥학이라는 것이 있어 학술적으로 정립되어 있다. 어느 장기에 병이 어느 정도 깊이 들었으며 병의 상태가 어떤 지경에 있는지를 거의 정확하게 알 수가 있다. 심지어 임신이 되었는지 아닌지, 정상적으로 임신이 되었는지, 유산기가 있는지 맥을 보고 다 판단하는데 한 치도 오차가 없을 정도다.
이 환자도 진맥을 해보니 체질은 소음인이었다. 소음인은 원래 속이 냉하여 생리가 비정상인 경우가 많다. 흔히 생리할 때 두통이 나거나 소화불량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각종 생리증후군이 있지만 이 환자의 경우 내막증이 오래되어서 자궁이 부어 있는 상태였다. 진찰을 끝내고 보호자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진맥해보니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확률은 80%가 넘습니다. 체질은 속이 냉한 소음인으로 오랜 내막증 때문에 자궁이 부어서 불임증이 된 것이니 우선 내막증을 치료하고 자궁이 부은 것은 손을 보면 임신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내막증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우선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데 반가움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네, 내막증이란 여자가 생리를 할 때마다 자궁 안쪽 벽의 겉껍질이 한 겹씩 벗겨져 나가는데, 그 막이 완전히 탈락되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나가지 않고 벽에 달라붙어 염증을 일으키는 겁니다. 자궁의 몸에 부종을 일으키고 있으니 아이가 수태되어 착상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막증을 먼저 치료하고 자궁이 부은 것을 내리게 해야 임신을 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치료해서 임신된 경우가 많으니 희망을 가지십시오.”
내막증을 치료하고 자궁체염을 치료하는 조경산을 투약하기로 했다.
“약을 1제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지금 있는 생리통도 없어지고 마음과 몸이 편해지면서 혈색이 돌 것이오.”
약을 1제 먹고 진맥을 하려고 왔는데 아주 새사람이 되었다. 손발이 따뜻해지고 생리통도 씻은 듯이 없어지고 혈색이 좋아졌다. 연이어서 1개월을 복용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언제 소식이 올까요?”
“네, 기회를 드렸으니까 이제부터는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하늘의 뜻에 맡기고 계속 노력을 하세요.”
그로부터 1개월 후 과연 임신을 했다. 그런데,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고 기뻐하기도 잠시,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배가 아프면서 피가 조금씩 비치는 것이다. 이게 웬일인가? 진맥을 해보니 태동이다. 태동이란 자궁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을 했기 때문에 태자리가 불안하여 경련을 일으켜서 자궁이 수축을 하면서 배도 아프고 출혈도 되는 것으로서, 쉽게 말하면 유산기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유산기가 있는 것이니 불안해하지 마세요. 몸도 안정을 하면서 동의보감에 있는 그 유명한 안태음을 쓰면 태자리가 안정될 것입니다.”
결국 10개월을 채워서 옥동자를 낳았다. 참으로 고맙고 기쁜 경사가 났다. 이혼할 뻔했던 가정에 꽃이 활짝 피었다. 그 후에 아이를 셋이나 더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경이적인 산작약의 효과다. 우리 산에 산작약이 없었다면 무엇으로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 땅 우리 산은 참 신성하다. 어느 땅 어느 산에도 풀과 나무가 나고, 바위 위에도 소나무가 자란다. 우리 산에서 나는 야채며 풀 한 포기도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 음식이 우주인이 먹는 주식이 되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청와대에서 한식을 먹어보고 맛있다고 거듭 말했단다.
이제는 우리 땅 우리 산을 우리 스스로가 정화해야 한다. 농가에서 유해한 농약을 쓰지 말아야 한다. 독극물을 쓰는 밀렵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국가가 감독해서 부정식품을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 이제는 글로벌시대다. 외국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 청정한 우리 땅과 우리 산을 세계에 과시해야 할 때다.

- 칡은 우리 산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갈근(葛根)이라 하여 아주 중요한 약재로 쓰인다. 칡은 전분이 많아 식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재미교포 한 분이 칡을 재배하여 그 뿌리에서 녹말을 추출해 병원에서 환자에게 주는 식품으로 가공해서 거액을 벌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산에서 나는 칡은 확실히 DNA가 다르단다. 중국산이나 미국산보다 핵산이 많고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요즘은 차로도 마시고 냉면도 해먹고 죽으로도 끓여먹으면서 그 용도가 다양해졌다.
이제마 선생은 갈근이 간의 열을 내리고 모든 과민반응을 치료한다고 했다. 특히 호흡기를 양생하는 데 특효하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 비염이나 축농증에 널리 쓰인다. 필자도 50여 년간의 임상에서 갈근을 써 비염과 축농증을 치료하는 데 큰 효과를 보았다.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만 하면 거의 낫는 확률을 보였다. 요즘 학생들의 고질적인 비염·축농증은 체질이 태음인일 경우 <동의수세보원>에 기록된 청폐사간탕을 쓰면 정확히 낫는다.
한 중년 남자가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10년을 고생하고 있었는데 백약이 무효였다. 역시 체질이 태음인이었는데 청폐사간탕을 1개월간 복용하고 완치되었다. 그때 반드시 편백나무 숲을 등산하라고 권했다.
전형적인 태음인 중학생이 감기만 걸리면 비염이 생겨 잘 낫지 않았다. 그의 부모가 백방으로 노력하고 치료를 했으나 속수무책이었는데 전화로 물어왔다. 그 학생은 기관지까지 약한 편이었다. 평소 체질적으로 폐에 열이 있는 데다 감기에 걸리면 폐의 고정적인 열이 기관지와 코로 올라와 어김없이 기관지염과 비염이 되면서 오랫동안 낫지 않고 고생을 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청폐사간탕을 써야 하는 증상이었다. 청폐사간탕에는 갈근이 15g이나 들어간다. 약 두 제를 먹고 완치되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예방주사라도 맞은 것처럼 감기에도 걸리지 않았다.
갈근은 분명 간의 열을 내리고 호흡기를 도우며 고지혈증·동맥경화·고혈압에 특효하다.
전직 장관이신 분이 중풍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내원했다. 진맥을 해보니 태음인에 간열폐조증이었다. 다시 말하면 간이 열을 받음으로써 간에서 분비되는 지방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어져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자꾸만 끼어 뇌혈관이 점점 막혀 뇌에 혈전이 생겨서 중풍이 된 것이다. 지체 없이 갈근이 많이 들어간 약을 써서 간의 열을 내리고 혈관의 지방질을 제거하여 동맥경화를 풀어주니 중풍이 치료가 되고 지금은 정상인과 같이 생활하고 있다. 원래 배가 나오고 체중이 무거웠는데 지금은 체중도 정상이 되어 가볍게 등산을 하고 있다. 이 모두가 다 우리 산에서 나는 칡뿌리 덕택이다.
칡은 피부 알레르기에도 특효다. 아토피가 심한 어린아이가 전신이 가려워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원래 아토피는 태열이라 해서 저항력이 떨어져 피부를 보호하는 호르몬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으로서 관절 마디나 겹쳐진 부분에 각질이 생기면서 몹시 가려워서 긁으면 염증이 생긴다. 잘 낫지 않고 아주 고질적인 병인데 갈근이 특효하다.
한 청년이 어릴 적부터 아토피가 심하여 각종 치료를 했으나 낫지 않고 지금까지도 완치가 안 되었다. 갈근과 감초를 달여 먹고 편백나무 잎을 달여 환부를 씻은 지 3개월 만에 나았다.
갈근은 피부질환에도 쓰였다. 지금은 종기가 없지만 옛날에는 종기 앓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종기가 생기면 봉과직염이 되어 근 발이 생겨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갈근 전분을 황산동과 섞어 고약같이 만들어 환부에 붙이면 하룻밤 사이에 근 발을 뽑아낸다.
체중 정상으로 돌아오고 우울증도 나아

- 체중이 100kg 가까운 한 처녀가 부친과 같이 왔다. 10년 전부터 두드러기가 나는데 백방으로 치료해보았으나 이제껏 낫지 않았단다. 한약이고 양약이고 써보지 않은 약이 없건만 아무 소용이 없어 항히스타민이란 임시 치료약을 쓰다가 호르몬요법을 하니까 비만까지 왔지만 할 수 없이 그 약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란다.
“도대체 어디가 아프고 말지, 이 가려움은 정말 참을 수 없어요. 어떻게 좀 완치하는 방법이 없습니까? 제발 우리 딸을 살려주세요. 체중이 늘어서 비만해진 데다 우울증까지 와서 정신과 약까지 먹고 있어요. 심지어는 자살소동까지 벌이니 비극 중의 비극입니다. 어떻게 방법이 없겠습니까?”
“우선 진찰을 해봅시다.”
체질감별과 진맥을 한 결과 태음인 체질이고 간에 열을 받아 만성장염으로 나타났다.
“진찰 결과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따님은 체질이 태음인인데 태음인은 간이 크고 폐가 작은 체질입니다. 그런데 간이 뜨거워졌고 그 뜨거움이 장에 영향을 주어서 만성장염 증상을 보여 장에서 흡수된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간을 거쳐서 피 속에 녹아 들어가 가려움증을 일으키고 두드러기가 나는 것입니다. 항히스타민제를 쓰면 일시적으로는 낫지만 약 기운이 떨어지면 도로 마찬가지가 되어 오래 낫지 않은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간의 열을 내리게 하여 장염을 치료하면 나을 것 같으니 약을 한번 써보시지요.”
“아, 그렇습니까? 나을 수 있겠습니까? 고맙습니다. 부디 딸아이만 살려주시면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그래요? 무엇입니까? 꼭 지키겠습니다.”
“기름에 튀긴 음식은 먹지 마세요. 그리고 흰색 크림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또 태음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긴장하거나 화를 내면 간에 열이 올라와서 장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에 마음을 즐겁게 먹고 항상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합니다. 지금은 괴롭고 짜증이 나지만 병이 완치되어 모든 자각증상이 없어지고 편해지면 무한한 행복감에 사로잡혀 아주 낙천적인 성격이 됩니다. 그래서 비만도 치료되고 우울증도 낫고 몸과 마음이 아주 편해질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꼭 낫게 해주십시오.”
“예, 최선을 다해봅시다.”
처방으로는 갈근해기탕을 선택했다. 이 약은 간의 열을 내리고 장염을 치료하여 피부를 윤택하게 풀어주는 약이다. 여기서 간에 열이 있다는 뜻을 설명하자면, 한방에서는 기화병론이라고 각 장기에는 기가 있는데 6가지 기중에서 열기라는 것이 편중하여 간에 쌓여 있다는 뜻이다.
“약을 얼마나 먹어야 할까요?”
“기간은 지금 정할 수 없고, 우선 10일분을 써보세요.”
10일분을 먹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소 실망하여 다시 10일분을 써보았다. 한 달을 먹고 나서야 양약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희망을 갖고 약을 복용하여 3개월 만에 양약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했다. 10년 된 난치병을 갈근해기탕이 치료해냈다. 그 후 1년이 못 되어 다이어트를 안 해도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우울증·조울증도 다 나아서 아주 명랑한 아가씨가 되어 시집가서 아이를 둘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놀라운 일이었다. 원인을 정확히 알면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나는 이제마 선생의 업적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한다. 선생은 태음인은 간의 열로 인하여 피부질환이 온다고 누누이 역설했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상천외한 학설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산에서 나는 칡이 얼마나 좋은가. 삼천리 금수강산 지천에 널린 칡뿌리가 이렇게 위대할 줄은 몰랐다. 요즘 피부에 좋다면 무엇이든지 먹고 찍어 바르는 세상인데 핵산이 많은 우리 칡은 재조명되어야 한다. 재배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생하는 우리의 칡, 한방약으로 널리 알려진 갈근, 그 중에서도 외국 어느 나라 것보다 약효가 뛰어난 칡을 장려하여 국가 브랜드를 높여나가야겠다.
술·담배 금하고 육미지황탕 3개월 쓰자 뼈 완벽하게 이어져
봄에 피는 꽃 중에 아마 제일 먼저 피는 꽃이 산수유 꽃일 것이다. 잎이 나기 전에 노란 꽃이 피고 작은 열매가 맺어서 가을이 되면 빨갛게 익어 탐스럽게 보인다. 씨를 제거하고 과육만 건조시켜 약에 쓰는 것이 산수유다.
산수유는 사상의학적으로 소양인의 약이다. 약한 신장을 도와 뼈를 튼튼하게 하고 성장발육을 촉진시키는 약이다. 소양인은 원래 비위는 튼튼하나 신장이 약해서 골격 형성이 부족하여 성장발육이 좀 느린 편이라 <동의수세보원>에는 육미지황탕을 써서 성장을 촉진시키라고 했다. 그 처방에 산수유가 많이 들어간다. 얼마 전에도 한 초등학생이 키가 잘 크지 않고 야뇨증이 심한 데에 육미지황탕을 써서 치료해준 적이 있다.
이 약은 소양인에게만 듣는다. 만약 소양인이 아닐 경우는 전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소화불량이 와서 먹을 수가 없다. 소양인이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식욕도 왕성해져 그 효력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산수유는 뼈를 돕는 명약이다. 한 부인이 소양인인데 골다공증이 심하여 걸핏하면 골절이 되어 고생을 하고 있었다. 돼지삼겹살을 많이 먹고 등산을 하면서 육미지황탕을 6개월 먹고 검사해보니 거의 완전해졌다. 소양인들을 진맥해보면 거의 80%가 뼈가 약하다. 소양인의 뼈가 약한 데는 산수유가 제일인 것 같다.
보약의 으뜸인 공진단에도 산수유가 많이 들어간다. 나는 특별히 구례 산동에서 나는 산수유를 많이 써왔는데 요즘 그곳에 게르마늄온천장이 생겨서 조사를 해보니 유기게르마늄이 함유되어 있다고 증명이 되었단다.
한 중풍환자가 하반신이 마비되어 1년 동안 휠체어를 타다가 공진단을 먹고 걷기 시작하여 요즘은 매일 등산을 할 정도로 완전해졌다.

당뇨 관리에도 특효 보여
유명한 가수가 교통사고로 뼈가 부러졌는데 수 개월이 지나도 붙지를 않았다. 체질이 소양인인 데다 술·담배를 했단다. 소양인이 술·담배를 하면 절대로 뼈가 붙지 않는다. 당장 술·담배를 끊게 하고 육미지황탕을 써서 3개월 만에 뼈가 완벽하게 이어졌다.
산수유는 신맛이 강하다. 이 신맛이 칼슘을 융화시켜 뼈를 단단하게 해준다.
한 부인이 출산 후 뼈의 회복이 늦어져 골연화증이 와서 관절이 다 물러나 도저히 걷지 못하고 방 안에 누워만 있었다. 뼈도 한두 마디라야 어떻게 수습을 하지 허리·골반·하지 마디가 다 부실하니 어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체질은 소양인이지만 이제마 선생의 ‘수증치지(遂證治之)’하라는 교훈에 따르기로 했다. 즉 환자가 어려울 때는 그 증세에 따르라는 이야기이다.
이 경우는 산후에 산모를 획기적으로 회복시키는 그 유명한 보허탕이 좋다. 이 보허탕에다가 뼈를 융합시키는 산수유를 파격적으로 많이 넣어 써보기로 했다. 과연 약을 쓴 지 한 달여 만에 회복되기 시작하여 3개월 만에 완치되어 그 후 아이를 둘 더 낳고 아주 건강하게 살고 있다.
산수유는 당뇨 관리하는 데도 특효다. 사람이 당뇨에 걸리면 음식도 조심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당뇨수치가 너무 올라가지 않게 해야 한다. 혈당이 한꺼번에 300~400씩 올라가면 혈액이 탁해져서 콩팥이 제일 먼저 나빠져 신부전증이 오기 쉽다.
신장은 한번 나빠지면 회복이 어렵다. 그래서 고지혈증·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 같은 위험한 증상이 생길 수도 있고 결국 혈액을 걸러내는 투석을 해서 연명할 수밖에 없다. 이 지경에 이르기 전에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산수유가 아주 좋은 약이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면서, 또 하루 진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면서 암송하는 서산대사의 법어다. ‘무릇 삼라만상의 실체는 맑고 깨끗한데, 어찌하여 홀연히 저 산과 강과 대지는 생겨났을까?’란 뜻으로 삶과 생로병사와 자연의 섭리를 이처럼 간명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은 없는 것 같다.
인간의 건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본래 인간은 무병장수하도록 태어났으나, 살아가면서 자연 질서에 대한 거스름이 생겨 병이 나고 고통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따라서 환자 치료 역시 <내경>에도 언급돼 있는 바, 순리에 맞춰 운기조식의 원리에 입각해 이뤄져야 한다는 철칙을 나는 이 서산대사의 법어를 통해 새삼 되뇌이곤 했다.
지난날 이제마 선생 역시 사상의학의 체계를 완성하면서 이런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다. 사상의학은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의학인 것이다. 그러하기에 나 역시 이제마 선생의 의학을 내 진료와 처방의 표본으로 삼지 않았는가.
하루는 낯익은 환자가 찾아왔다. 그는 골프연습장에서 만나 얼굴을 익힌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환자들과 씨름하는 통에 운동할 시간을 도통 내지 못했는데, 집 근처에 골프연습장이 생겨 주로 아침 일찍 나가곤 했다. 그곳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한의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또한 그런 이유로 나에게 신결석(腎結石) 상담을 했던 적이 있다.
그는 50대 중반이었다. 그를 만날 때부터 난 이미 그가 소양인의 체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칼을 대는 게 좀……. 또 한약으로도 신결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그래요? 그럼, 환자로 오셨으니 자세하게 병증을 한번 말씀해보시죠.”
그는 의자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아랫배 느낌이 이상해 병원에 가 검사를 했더니 신장에 돌이 바글바글 하다고 그래요. 아직 그렇게 아프지는 않는데 돌이 커서 전자파 쇄석이 안 되면 수술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수술 예약은 했지만 원장 선생님께서 한약으로 고치셨다고 하기에 찾아온 겁니다.”
소양인은 비대신소(肥大腎小)형이다. 비위가 좋아 잘 먹는 반면 신장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배설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신장에서 노폐물을 잘 거르지 못하면 신장 안에 돌이 생기는데 이를 결석이라고 부른다. 결석은 일종의 칼슘이나 콜레스테롤 성분이 변성돼 생기는 덩어리로 부서지기 쉬운 것부터 보석처럼 단단한 것 등 모양이나 크기가 다양하다.
결석 표면이 동그랗고 매끄러우면 자각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울퉁불퉁 서슬이 생기면 극심한 통증이 유발된다. 신장에서 방광으로 이어지는 수뇨관에 결석이 생기면 오줌길이 막혀 소태증상이 생기거나 통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
신장석·방광·요로결석은 70~80%가 소양인에게서 발병
나를 찾았던 그 환자는 사교성도 있고 유머도 많았는데 통증 때문인지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평소 건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병원이라곤 생전 처음 찾아왔다고 했다. 소양인은 병이 잘 생기지 않지만 일단 병이 나면 잘 낫지도 않는다.
“한약으로 고칠 수 있을까요?”
그가 매우 심각하게 물었다.
“글쎄요, 고쳐봐야 알겠죠.”
나는 가능한 한 그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주기 위해 가뿐하게 대답해주었다.
“얼마나 약을 먹어야 할까요?”
환자의 병증이나 치료 경과에 따라 약을 먹는 기간은 분명 달랐다. 하지만 이처럼 섣불리 알고 싶어하는 것 또한 노심초사하는 마음의 병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글쎄요. 치료해봐야 알겠죠.”
그를 진맥한 후에 일단 지황 성분이 포함된 가미오적산을 처방했다.
“제가 잘 알아듣지 못해서 드리는 말인데 그게 무슨 약입니까?”
“이 약은 몸 안에 생기는 적취를 풀어내는 약입니다. 몸 안에 생기는 각종 덩어리나 결석 등을 녹여주는 효과를 갖고 있지요.”
“그럼 쇄석술과 같은 약이군요.”
“그런 셈입니다.”
“만약 치료가 되지 않으면 수술을 받아야 합니까?”
“일단 치료부터 받아보십시오. 잘 치료되면 수술 받을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나는 그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환자가 의사를 믿으면 그 병은 이미 절반 이상 나은 것이나 진배없다.
지황은 우리나라 산야에서 자생하는 생약으로 지황의 괴근을 쓰는 것인데 대칼로 껍질을 벗기고 막걸리를 발라서 아홉 번 쪄서 만든 것을 숙지황이라 하고, 생것을 쓰는 것은 생지황, 말려서 쓰는 것을 건지황이라고 한다. 발목이나 관절을 삐었을 때 잘 찧어서 바르면 특효가 있고, 훈증하고 생즙을 먹으면 어혈을 잘 풀어낸다.
산에서도 나지만 원래 유명한 한약재이고 고가이기 때문에 농가에서 재배하여 가공한 약재가 많이 나온다. 그 가공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많이 나온다 하여 요즘은 식약청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그가 다녀간 뒤 일주일이나 지났을까? 그로부터 전화가 왔다. 소변을 보는데 굵은 모래알 같은 결석이 변기에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화를 끊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왔다.
“원장 선생님, 이처럼 신기한 약은 처음입니다.”
흔히 약효가 좋으면 사람들은 신비한 약이라고 하는데 한방은 신비한 의술이 아니다.
한약도 마찬가지다. 단, 눈에 보이는 현상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기능을 더욱 중요시하고, 인체의 다양한 기능과 작용을 이른바 기와 혈의 운행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비롭게 여기는 것이다.
기란 우리 인체에서 혈관도 아니요, 신경조직도 아닌 제3의 순환기관이다. 한의학에선 이것을 경락이라 하여 인체 해석의 기본 원리로 삼고 있다. 한의학의 원전인 <내경>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소우주이며 생명현상은 곧 자연’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인간은 자연 속에서 사랑과 질서와 예의, 도덕, 음식 먹는 법과 친구 사귀는 법 등 인간의 삶에 관한 폭넓은 도리를 배우며, 자연은 이 모든 것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의학을 단순히 인간의 질병을 고치는 학문에 국한시키지 않고 생명의 신비와 우주의 질서를 먼저 가르치고 있다.
그 환자의 경우 치료 효과가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었다. 약을 먹은 후 대략 3~7일 정도면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결석이 클 경우는 시간이 좀 더 걸리기도 하는데, 길면 한 달 정도 걸린다.
그 약의 효능은 돌을 녹일 뿐만 아니라 뾰족뾰족한 결석 표면을 둥글게 녹여주기도 한다. 그러면 수뇨관을 따라 방광으로 빠져나와 소변으로 배출된다.
신결석은 방광에 요산과 칼슘이 뭉쳐 생기는 방광결석과는 다르므로 처방 또한 다르다. 신결석은 간혹 조직 속에 박혀 있는 경우가 많아 심할 경우 신장을 잘라내야 하는 경우도 생기며 방광결석보다 훨씬 치료가 어렵다.
신결석이나 방광·요로결석은 소음인이나 태음인에게는 드문 병이며, 거의 70~80%가 소양인에게 발병하는 병이다. 특히 태음인에게는 거의 없으며, 소음인인 경우엔 보중익기탕을 써야 한다.
그는 돌이 나올 때마다 전화를 걸어왔고, 팥알만 한 결석을 갖고 다니며 남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결석 가운데는 푸석푸석한 것이 있는 반면 사리처럼 단단한 것들도 있다. 심지어는 쇄석술로도 잘 부서지지 않는 것도 있다. 화학적 요인에 의해 생성된 것이므로 물리적으로 깨뜨릴 수 있는 게 아니라 화학적으로 녹여내야 하는 것이다. 또 일시적으로 깨뜨려 배출했다고 하더라도 신장 기능을 보완해주지 않으면 쉽게 재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결석이 전부 배출되면 신기를 보해주고 재발을 방지하는 약을 써야 하는데 나는 그에게 십이미지황탕을 권하고 하체를 튼튼하게 하는 운동, 즉 등산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다 나았는데 무슨 약을 또 먹습니까?”
“이건 재발 방지를 위한 것입니다.”
신장을 확실하게 보완해주는 마무리 약인 것이다. 많은 환자가 증상이 개선되면 치료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데 신장에 있어서는 뒤처리가 매우 중요하다.

-
천마는 포자로 번식하는 괴근이다. 전에는 자연에서만 재배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종균을 배양해서 대량생산하고 있다. 60년대나 70년대에는 자연에서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주 귀한 약재였다. 지리산에 공비가 출몰하던 시절 한 폐가를 들렀더니 마당과 언덕배기에 천마대가 수북이 돋아 있어 아주 횡재를 한 적이 있었다.
동의보감에 보면 반하백출천마탕은 천마가 들어가서 뇌궐을 다스린다고 했다. 즉 점액성 뇌종양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한 명문대 교수가 점액성 뇌종양으로 인하여 각종 뇌증상과 마비증상을 앓고 있었는데 반하백출천마탕을 6개월 먹고 나았다. 초기증상으로서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메스꺼울 때는 보통 20일 정도만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고향후배가 같은 증세로 쓰러져서 반하백출천마탕을 한달분 먹고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오래된 증상은 치료에 쉽지가 않은 것도 있다.
거제와 충무 일대의 섬 마을을 돌며 무료진료를 다닐 때였다. 1990년대 초반이긴 했지만 섬 마을엔 여전히 의료시설이 빈약했다. 게다가 바다에 남편과 아들을 잃거나 대처로 나간 가족으로 인해 독거노인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그저 무료진료를 다녔던 것인데 나중에 독거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그 이후부터는 충무의 도산면에서부터 독거노인을 찾아 무료진료를 시작했다.
주중에는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해야 했기에 무료진료는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저녁때까지만 가능했다. 일단 진료를 하고 체질과 병증을 파악한 다음, 환자들에게 맞는 약을 지어 내려보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정이 빠듯했다. 진주 사천공항까지 토요일 오후 여객기로 내려갔다가 일요일 오후 여객기로 올라오는 생활을 한동안 계속했던 것이다. 아무튼 독거노인들을 무료로 진료해 준다는 소문이 나자 나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았다. 그날도 충무에선가 진료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사천공항 대합실에서 여객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저, 혹시 최형주 선생님 아니십니까?”
말끔하게 경찰제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맞습니다. 제가 최형주입니다.”
“드디어 만났군요. 여러 차례 만나려고 했는데 오늘에서야 뵙습니다.”
“무슨 연유로 그러십니까?”
“이 근방 일대에선 원장님 소문이 파다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한 가지 부탁을 드릴까 해서…. 저는 이곳 공항경비대에서 일하는 경찰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 어머니 때문에 이렇게 불쑥 찾아 뵌 것입니다.”
나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여객기 출발시각까지는 약 30여 분 남아 있었다.
“저는 자녀 없이 홀로 계신 노인들만 진료해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 줄 알지만…. 제 일이 좀 불규칙하다 보니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머니도 독거노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머니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셔서 진주에 있는 시립병원으로 모시고 갔는데, 글쎄 뇌에 종양이 생겼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근처 창원과 마산에 있는 병원이란 병원은 모두 모시고 다녔죠. 하나같이 뇌수술을 해야 하는데 너무 고령이어서 수술이 어렵다고 하고, 별다른 치료책이 없다고 합니다. 이제 고생만 하시다가 가실 날만 기다리는 처지로….”
사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원장님께서 저희 어머니 한번 진찰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뭐든 드시면 자꾸 토하시니까 기력도 떨어지시고 빈혈이 심하셔서 물건이 여러 개로 보인다고 하시고…. 어려운 걸음인 줄 알지만 한 번만 진료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불효막심하다고 말했지만 그가 누구보다도 효자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걸 어떡하나? 여객기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바로 사천읍내입니다. 그저 진맥만 한 번 해 주시지요. 제가 금방 모시지요. 시간도 그리 많이 걸리지 않을 듯싶은데….”
그는 자신의 모친이 일흔이 넘은 나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하루가 다르다는 말이었다. 내가 그를 다시 만나려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시계를 들여다보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서울이야 어떻게든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가봅시다.”
그는 차에 나를 태우고 황급히 어디론가를 향해 달렸다. 생각보다 먼 거리였다. 오늘 여객기로 돌아가는 것은 포기해야 할 듯싶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오히려 느긋해서 좋았다.
“어머니, 제가 유명한 의사선생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그는 집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방문을 열며 어머니를 찾았다. 당시 총각이었는지 다른 식구는 보이질 않았다. 그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섰다. 한눈에도 병색이 완연한 할머니가 침침한 방안에 누워 있었다. 할머니는 일어나 앉지도 못했다.
“야, 다 필요 없다. 내일모레 죽을 목숨인데 의사선생은 만나 뭘 하겠니? 또 약은 뭐고, 주사는 뭐겠니? 그런 허튼 돈은 쓰지 말거라.”
병들어 있으면서도 자신보다 늘 자식을 걱정하는 게 부모 심정이리라. 그 말에 내 가슴도 뭉클했다.
“염려하지 마세요. 이 의사선생님께선 어머니 같은 노인 분들을 공짜로 치료해 주시는 분이래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풍경이었다.
“그래요, 돈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용모와 외형만으로는 할머니의 체질을 판단할 수 없었다. 워낙 병이 심해 원래의 모습을 잃은 탓이었다. 나는 맥을 짚어 보았다. 처음 느낌대로 소음인이었다.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뇌종양으로 인해 시신경도 상당히 손상되었고 내가 손을 잡아도 지각신경마저 마비되었는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
반하백출천마탕 6개월 복용 후 뇌종양 완치
내가 진맥하고 살피는 동안 아들은 계속해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문득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여객기 출발 5분 전이었다. 아무리 빨리 달려간다고 해도 제 시각에 닿기 힘들었다.
“특이한 처방을 써보았으면 합니다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실은 몸 전체가 많이 허약해진 상태여서 쉽게 나을 병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 스스로 생긴 질병일 경우, 불가능한 치료는 없습니다. 내 성심껏 한번 치료해 보겠소.”
대청마루로 나온 나는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효심에 감복을 했던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는 대청마루 한쪽에 놓인 전화기를 들더니 어디론가 바삐 전화를 걸었다.
“그래, 난데, 지금 서울로 가는 여객기, 내가 도착할 때까지 잡아두게. 얼마 걸리지 않을 걸세.”
그는 차를 몰고 쏜살같이 공항으로 달려갔다. 공항에 도착해보니 여객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0분가량 늦은 것이다. 승객들이 많지 않아 조금은 덜 미안했지만, 사실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한 죽어가는 노인, 아니 자식에 대한 희생과 봉사로 살아온 어머니의 뇌종양 진찰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 다들 백 번 양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는 반하백출천마탕을 조제해 내려보냈다. 이는 체내의 점액질을 다스리는 약이었다. 소음인 체질은 체내의 물, 즉 수기가 많은 체질로 수분을 소화시키지 못하면 물혹이 생기거나 뇌종양이 발병한다. 그녀는 머리에 물이 가득 고여 종양이 된 사례였다. 이후 6개월가량 약을 지어 내려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천공항에 도착하니 그 경찰관이 차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어머니가 다 나아서 밭일을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원장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아, 참으로 다행입니다. 이 모든 것은 이제마 선생에게 감사하십시오. 지금부터 100년 전에 이제마 선생이 사상의학을 창시해서 체질별로 특효약을 개발한 덕택입니다.”
그 후 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일을 하시고 아들 결혼도 시키고 손자도 보시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