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정경대_한의학 이야기_02

醉月 2014. 10. 24. 15:02

오래 살려면 마음을 다스려라  

암 선고를 받은 후 낙향해서 암을 치료한 ‘산장의 여인’의 가수 권혜경.
  이 이야기는 단순한 것 같지만, 생명에 미치는 그 엄청난 힘의 정도를 인식하기도 어렵고 또 실행은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지구의 자전, 공전에 비례해 시시각각 소멸되는 생명을 오래오래 지킬 수 있는 가장 빛나는 법 중의 하나이다. 게다가 단 한 푼의 금전 투자도 필요하지 않다. 그런데도 천년 산삼을 먹는 것보다 오래 생명을 보전할 수 있다. 백세를 넘기고 아이도 낳을 수 있는 보약 중의 보약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1960년대의 일이다. 땅 한 뼘 없이 머슴살이로 근근이 생활을 유지하던 한 농부의 아들 이야기다. 장남으로 태어난 그 소년에게 동생이 넷이나 되었다. 워낙 가난해서 초등학교를 겨우 마치자마자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 소년은 돈을 벌어 논밭을 사고 동생들을 공부시키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세상사가 뜻대로 될 리가 없었다. 도시로 나가 온갖 일을 다 해 보았으나 입에 풀칠하기에도 빠듯했다. 그러던 중에 직업소개소를 통해 어느 술집에 취직을 했는데 그곳은 여장을 한 남성이 호스티스로 일하는 곳이었다.
 
  소년은 며칠 일하면서 여자가 되면 더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소년은 머리를 기르고 여자 옷을 입었으며 화장도 하였다. 그리고 행동, 목소리 할 것 없이 여자와 닮으려 하였고, 어느덧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세월이 흘러 십 년이 지났다. 놀라웠다. 그동안 소년의 턱에 뻣뻣이 났던 수염이 저절로 사라졌다. 그리고 성기도 점점 줄어들더니 감쪽같이 없어지고 젖가슴이 불룩이 솟아올랐다. 소년에게서 남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완전한 여성으로 탈바꿈해 있었던 것이다.
 
  남성이 여성이 되는 것쯤이야 요즘은 흔한 일이어서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60년대만 해도 워낙 그런 일이 없어서 괴담 같은 이야기였다. 여하간 그 소년의 남성을 여성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 무엇일까? 유전인자가 중성이었거나 여성호르몬이 많아서 등등 여러 이유가 생각날 것 같다. 그러나 그 소년은 오직 여자가 되겠다는 일념만으로 성을 바꾸어 놓았다. 이 세상의 건축가도 할 수 없는 기적을 소년 스스로 해냈던 것이다. 이 산을 저곳으로 옮길 수 있다고 말한 예수의 말을 생각나게 하는 거짓말 같은 사실이다. 마음이 천만 가지를 창조한다(一切唯心造)는 원효대사의 말과 마음을 한곳에 모으면 안 될 일이 없다는 고사성어(精神一到何事不成)가 뒷받침해 준다.
 
 
  마음이 천기를 움직인다
 
우울한 노래를 불렀던 윤심덕과 배호는 공교롭게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한곳에 모으는 마음의 작용은 좋고 나쁨을 분별하지 않는다. 한 시절 ‘산장의 여인’이란 노래로 10년 이상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가수 권혜경은 그 노랫말처럼 인생을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병이 들어 사랑도 버리고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산장에서 외로이 살아가는 여인의 노래를 애절하게 부르다가 그만 그 노랫말처럼 되고 말았던 것이다. 폐암에다가 후두암, 자궁암까지 앓고 외진 산중에서 혼자 살아가다가 처녀의 몸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를 집으로 찾아가 만난 적이 있는데 “‘산장의 여인’을 노래하다가 병이 들고 산장의 여인이 되고 말았다”며 웃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데 그녀는 뜻밖의 말을 했다. 말기암이라 몇 개월 살지 못한다는 진단을 받고 혼자 조용히 세상을 떠날 생각으로 산중으로 왔다 하였다. 그러나 하룻밤을 자고 난 날 아침 ‘내가 왜 죽어?’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살 수 있다!’는 마음이 격렬하게 불타오르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 집 뒤에 뽕나무밭이 있어서 무작정 뽕나무 가지, 껍질, 속껍질, 뿌리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끓여 먹었더니 희한하게도 암이 나았다 하였다.
 
  뽕나무는 폐를 치료하는 훌륭한 약이다. 성질이 좀 찬 편이라 열이 많은 체질에는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그러니까 살겠다는 마음의 힘이 자연스럽게 뽕나무에 관심을 갖도록 그녀를 이끌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이 병을 얻고 마음이 병을 치료한 좋은 예이다. 그러고 보니 슬프고 우울한 노래만 부른 가수치고 폐병으로 죽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죽음을 찬탄한 노래 ‘사의 찬미’를 부른 가수 윤심덕은 현해탄에 몸을 던졌고, 배호 김정호 등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하고 말았다. 폐는 애통함을 주관하는 속성의 장부라서 당연히 마음의 힘이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상사병에 걸리면 세상에 약이 없다는 말도 마음의 힘을 잘 설명해 준다.
 
  하기야 요즘 세상에는 휴대폰도, 자동차도 마음으로 움직인다.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여보세요’ 하면 그 마음이 전해져서 상대방이 반응하고, ‘오른쪽으로 가자, 왼쪽으로 가자’고 마음만 먹으면 핸들이 저절로 돌아가 차가 움직이니 말이다. 친구한테 사기를 당하고 재산을 다 잃은 어떤 사람이 원한에 사무쳐서 그 친구 사진에다가 매일 송곳으로 찌르며 ‘죽어라!’ 하고 저주를 퍼부었더니 일 년 만에 정말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토록 마음 씀씀이가 자신의 운명은 물론 건강에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마음 가는 곳에 기가 있고, 기가 있는 곳에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마음이 동하면 그에 응해서 천기가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특히 자신의 오장육부에 엄청난 영향이 주어진다. 겉이든 속이든 모든 병은 오장육부로부터 발생하고 오래 살고 일찍 죽는 원인도 오장육부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의심 없이 나을 수 있다는 믿음만 있어도 그 병이 50%는 낫는다는 말이 있다. 의심하고 믿지 못하면 나을 병도 낫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죽는다, 죽는다’ 하고 입버릇처럼 말하다 보면 정말 죽기 마련이다. ‘말에 씨가 있다’는 말대로 되는 것이다.
 
 
  체질진단이 중요
 
  왜 오장육부가 마음의 힘에 지배받는 것일까? 마음이란 게 실체가 없어서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그래서 선(禪) 수행의 조사 달마(達磨)가 마음이 괴롭다는 혜가에게 “마음을 내놓아 보아라” 하고 말했다는 일화가 불교계에 널리 전해진다. 하지만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괴로워하는 등등이 있고, 생각을 말하고 들을 수 있으니 마음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동양의학에서는 발현하는 마음자리를 오장에 두고 있다. 신장은 공포와 지혜, 간은 분노와 착함, 심장은 희비와 바른 언행, 비장은 근심과 믿음, 폐는 우울증과 의로움이란 인간의 속성과 본성이란 상반된 마음을 발현하는 곳간이라 하였다. 사실이 그렇다. 사기(邪氣·병을 앓게 하는 삿된 기운)가 신장에 있으면 두려움이 많고 건망증이 심하지만 건강하면 지혜롭다. 사기가 간에 있으면 신경질 그리고 폭발적인 분노를 잘 일으키지만, 건강하면 성질이 부드럽고 참 착하다. 사기가 심장에 있으면 잘 웃고 잘 울고, 건강하면 언행이 반듯하다. 사기가 비장에 있으면 근심걱정이 많지만 건강하면 낙천적이고 믿음직스럽다. 사기가 폐에 있으면 칼로 저미듯 애통해하지만 건강하면 낭만적이고 의로운 성격을 발현시킨다. 그러므로 평소 성질을 보고 병증을 진단할 수 있거니와 속성에 치우치면 없던 병도 생기고 늘 본성을 발현하면 있던 병도 나아서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러한 까닭은 각 장부가 각기 다른 성질의 미생물 집합체이고, 그 미생물은 자신이 형성하고 있는 장부의 작용과 성질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쁜 성질을 부리면 부릴수록 미생물들이 나쁜 에너지를 더욱 더 많이 생성해 내므로 병이 들고, 좋은 성질을 내면 낼수록 미생물들이 좋은 에너지를 생산해 병을 이기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 따라 에너지가 몸 밖으로 표출돼 타인에게도 해를 주기 마련이다.
 
  화분에 심은 꽃을 나쁜 마음으로 ‘죽어라, 죽어라’ 하면 정말 말라 죽고, 귀엽다고 쓰다듬어 주면 빛깔도 좋은 잎에다가 꽃도 아름답게 피우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이와 같이 마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마음 하나로 없던 병을 앓아서 생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고 앓던 병도 낫게 하거나, 아예 병을 앓지 않게 해서 오래 살 수 있게도 하니 말이다. 그러므로 《황제내경》에서 ‘백세를 넘기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려거든 마음을 거두어들여서 고요히 하라’ 하였던 것이다. 마음이 고요하면 탁한 에너지는 저절로 사라지고 미생물들이 ‘얼씨구나!’ 하고 춤을 추며 좋은 에너지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그에 상응한 천지의 에너지도 몸속으로 모여들기 마련이라 당연하다.
 
  그나저나 그놈의 마음을 원하는 대로 낼 수 없는 것이 문제가 된다. 늘 좋은 마음이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데 그 까닭은 오장육부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오장육부가 마음을 일으키는 곳간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 마음은 반드시 오장육부의 크고 작음 내지 강하고 약함에 따라 일어나게 되어 있다. 가령 간이 다른 장부에 비해 작고 약하면 신경질이 많아지고 병들면 더 심해진다. 반대로 크고 강하면 성질이 불같고 스트레스도 잘 받으며 미움과 증오와 같은 분노도 심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체질을 잘 진단해서 음식과 약초로 약한 장부는 실하고 강하게 에너지를 더해 주고 강한 장부는 에너지를 덜어 주고 억제해 주면 마음이 치우침 없이 평등해지기 마련이다. 나중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간은 심장을 돕고, 심장은 비장을, 비장은 폐를, 폐는 신장을, 신장은 간을 돕는다. 반면에 간은 비장을 억압하고, 비장은 신장을, 신장은 심장을, 심장은 폐를, 폐는 간을 억압한다. 그리고 간은 신맛, 신장은 짠맛, 폐는 매운맛, 비장은 단맛, 심장은 쓴맛을 즐기고 생존하는 미생물의 집합체이다. 따라서 그에 맞는 음식으로 돕거나 더하고 억제해 주면 오장이 평등해지고 오장이 평등하므로 마음도 평등해지는 것이다.
 
 
  마음이 고요해야 병에서 해방
 
  간이 약하면 짠맛·신맛으로 돕고, 강하면 쓴맛으로 완화시키면서 매운맛으로 억제하고, 심장이 약하면 신맛·쓴맛으로 돕고, 강하면 단맛으로 완화시키고 짠맛으로 억제하고, 비장이 약하면 쓴맛·단맛으로 돕고, 강하면 매운맛으로 완화시키고 신맛으로 억제하고, 폐가 약하면 단맛·매운맛으로 돕고, 강하면 짠맛으로 완화시키고 단맛으로 억제하면 오장육부를 평등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음이란 게 나쁜 것일수록 여간 고약하지가 않다. 아무리 오장육부가 평등해도 세상사가 스트레스를 주기 마련이다. 특히 스트레스는 억제하려 들면 들수록 반기를 들고 더 심하게 발광하니 다스리기가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분노가 솟구치면 참으려고 애쓰지 말고 ‘나는 지금 분노하고 있다’고 긍정하면 된다. 그리고 분노를 주관하는 간을 마음으로 관리하거나 분노의 대상을 측은하게 생각하면 저절로 성질이 가라앉는다.
 
  또 하나의 방법은 폐가 간의 에너지를 억제하므로 매운맛을 먹으면 분노가 일시적으로 잠잠해진다. 이와 같이 오장을 다스리는 데 비장이 나빠 걱정이 많으면 긍정하면서 근심의 대상을 덕을 베푸는 심정으로 생각하며 신맛을 먹으면 도움이 되고, 폐가 나빠 우울하면 기쁜 것만 생각하면서 쓴맛을 먹고, 신장이 나빠 공포심이 많으면 공포의 대상을 걱정하고 단맛을 먹고, 심장이 나빠 슬픔이 북받치면 무서운 것을 생각하면서 짠맛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이 마음을 다스리면 자연히 마음이 고요해져서 병에서 해방될 수 있고 생명 에너지가 넘쳐서 백 살을 넘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마음도 마음이려니와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음식이다. 천년 묵은 산삼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으나 음식만 끊지 않으면 절대로 숨이 멎지 않는다. 특히 오곡이 그러하다. 오곡만 끊지 않으면 생명은 존속된다. 그 다음은 반찬이다. 반찬은 산야초목이니 약탕기에 넣으면 한약이 되고, 조리하면 반찬이 된다. 따라서 음식을 바르게 섭취하는 것이야 말로 백세를 넘기는 최고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을 바르게 섭취한다는 게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요즘 들어 무슨 음식은 어디에 좋다는 등의 말이 심심찮게 책으로 나오고 언론과 방송에도 자주 오르내린다. 10여 년 전에 필자가 처음으로 《약밥상》이란 저서를 출판한 이래 같은 용어를 많이들 쓰지만 가장 중요한 체질을 언급한 것은 없었다. 오곡 오미는 물론 산야초목 하나하나가 오장에 직결돼 있다. 따라서 체질을 모르면 음식을 바르게 섭취할 수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찰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를 앓는 승려가 적지 않다. 심지어는 폐암으로 열반에 들기도 한 예로 보면 체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천하에 둘도 없이 좋은 음식이라도 체질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체질에 맞으면 하찮은 냉이 나물 한 접시가 천하의 명약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인지해 두고 다음 편을 기대해 보기 바란다. 바른 음식의 섭취법을 자세히 설명하게 될 테니 기대해도 좋다. 그것이 만 가지 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늦추어서 백세를 넘기는 최고의 비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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