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는 서리가 내리는 늦은 가을에 파종해 이른 겨울에 싹이 나서 추운 겨울 동안 무럭무럭 자란다. 차가운 눈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라며 살을 에는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는다. 그 생명력이 놀랍도록 모질고 질기다. 보리를 두고 겨울의 모진 추위를 능멸(凌蔑)하는 풀이라고 하여 ‘능동초(凌冬草)’라고도 부른다. 능(凌)은 깔볼 능 또는 업신여길 능이고, 동(冬)은 겨울 동이다.
보리를 동지초(冬至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리는 동짓날이 되면 새로 뿌리가 나서 자라나기 시작한다. 옛날 달력이 없는 산골에 사는 사람들은 보리 뿌리가 자라나는 것을 보고 동짓날이 온 줄을 알았다고 한다.
겨울을 지나서 입춘(立春)이나 우수(雨水) 무렵에 5~10cm쯤 자란 어린 보리 잎을 동맥(冬麥)이라 한다. 겨울을 이긴 보리 싹이라는 뜻이다. 옛날부터 동맥을 이른 봄철에 뿌리째 캐서 귀한 약으로 써 왔다.
겨울의 모진 추위에 굴하지 않고 살아서 이겨 낸 풀은 면역력과 생명력이 몹시 질길 수밖에 없다. 모진 추위를 견디려면 추위와 싸워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능력이 곧 면역력이다. 모든 생물의 생존 기술은 면역력에서 나온다. 면역력이 모든 생명의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잣대다. 면역력이 강한 것만이 이 세상에 살아남고 면역력이 약한 것은 도태되어 없어진다.
이 세상은 살벌한 전쟁터와 같아서 결국 싸워서 이긴 것만이 살아남아 세상을 차지한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질병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바로 면역력이다.
어린 보리 잎, 곧 동맥(冬麥)을 차로 달여서 먹으면 뱃속이 따뜻해져서 위와 장의 기능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세어진다. 추위도 타지 않고 더위도 타지 않으며 감기도 걸리지 않고 모든 질병을 업신여길 수 있게 된다.
어린 보리 잎에는 비타민과, 효소, 엽록소, 갖가지 미네랄 등 생명력을 길러 주고 면역력을 늘려 주는 온갖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을 뿐 아니라 몸 안에 켜켜이 쌓여 있는 독을 풀어 주는 해독제 성분도 많이 들어 있다.
어린 보리 잎은 뇌를 튼튼하게 하여 머리를 맑게 하고 기억력을 좋게 하는 데에도 제일 좋다. 어린 보리 싹을 물로 달여서 차 대신 수시로 마시면 뇌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미네랄과 효소, 산소가 많이 공급되어 머리가 맑고 귀와 눈도 밝아지며 정신이 총명해진다. 어려서부터 어린 보리 잎과 보리 뿌리를 차로 늘 마시면 일생동안 머리가 맑고 기억력이 좋으며 지능이 높아져서 천재가 된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공부를 시킬 것이 아니라 어린 보리 잎으로 만든 차를 마시게 해야 한다. 보리 잎으로 만든 차를 겨울 3개월 동안 먹으면 여름철에 더위를 타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겨울철에 홑옷만 입고 지내도 추위를 모르게 된다.
어린 보리 잎은 옛날부터 민간에서 온갖 간질환을 치료하는 약으로 이름이 높았다. 어린 보리 잎은 매우 훌륭한 간 치료약이다. 옛날 대구에 간질환을 잘 고치는 것으로 이름난 한약방이 있었다. 그 약방에서는 해마다 수천 평의 밭에 보리를 심어 이른 봄철에 어린 보리 싹을 캐서 말려 두고 그것을 간 치료약으로 썼다. 그 약방의 간질환 치료 처방은 다음과 같다.
어린 보리 잎을 뿌리째 캐서 그늘에서 말린 것 1kg, 산오리나무 껍질 1kg, 도토리 껍질 200g에 물 18ℓ를 붓고 10시간 이상 약한 불로 달여서 물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하여, 한 번에 120㎖씩 하루 3~4번 물이나 음료 대신 마신다. 간염이나 간경화증, 알코올로 인한 지방간, 황달 등 온갖 간질환에 아주 좋은 효과가 있다. 보리 잎은 간을 따뜻하게 하고 간 기능을 살아나게 하며 간에 쌓인 독을 풀어 준다. 오리나무 껍질 역시 간 기능을 살아나게 하고 간에 쌓인 독을 풀어 준다.
어린 보리 잎을 생즙을 내어 마셔도 좋다. 미국의 어느 유명한 영화배우가 간암에 걸려 온갖 좋다는 치료법을 다 써 보았으나 별로 효과가 없고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처지가 되었다. 그러던 중에 보리 잎과 어린 밀 싹이 면역력을 길러 주는 데 좋은 효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어린 보리 잎과 밀 싹을 생즙을 내어 3개월 동안 먹었더니 간암이 완전히 나았다는 일화가 있다.
보리 잎을 생즙을 내어 먹으면 맛이 별로 없어서 마시기가 좀 불편하다. 그래서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어린 보리 잎을 동결 건조해 가루로 만들어 건강식품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동결 건조한 보리 잎으로 만든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데, 겨울을 지난 보리 싹이 아니고 그냥 보리에 물을 주어서 짧은 기간 동안에 키운 것이 대부분이다. 100일 동안의 긴 겨울을 이겨 낸 보리 싹이라야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겨울을 겪어 보지 않고 자란 보리 싹은 효능이 형편없이 약할 수밖에 없다.
보리 잎에는 온갖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보리 잎 말린 것 100g에는 나트륨 775mg, 칼륨 0.88mg, 칼슘 1,108mg, 마그네슘 224.7mg, 철 15.8mg, 구리 1.36mg, 인 594.3mg, 아연 7.33mg, 바나듐 5.6mg 등 갖가지 미네랄과 카로틴 52아이유, 비타민 B¹ 1.29mg, B₂ 2.75mg, B6 0.34mg, C 328.8mg, E 51mg, 클로로필 1,490mg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리 잎에는 채소 중에서 미네랄이 가장 풍부하다고 하는 시금치보다 미네랄이 월등하게 많다. 시금치보다 칼슘은 11배, 마그네슘이 3배, 칼륨은 18배나 많이 들어 있다. 이 미네랄들은 신경 계통의 기능과 근육을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는 데 꼭 필요한 성분이다. 또 면역력을 기르고 갖가지 호르몬을 생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네랄이 부족하면 몸에 심각한 탈이 생긴다. 이를테면 칼슘이 모자라면 골다공증을 비롯해 치아와 뼈, 관절에 탈이 나고, 칼륨이 모자라면 변비가 오고 몸이 쉬 피로해진다. 또 철분이 모자라면 빈혈이 생기고, 망간이 부족하면 현기증이 오고 머리칼이 빠지며 운동신경 실조증 등이 나타나게 된다.
보리 잎에는 갖가지 효소 성분도 많이 들어 있다. 어린 보리 잎에 들어 있는 효소는 소화를 잘되게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혈액순환이 잘되게 하는 등의 작용이 있다.
살결을 곱게 하는 데에도 으뜸
보리 잎에는 엽록소인 클로로필이 많이 들어 있다. 천연의 엽록소는 혈액의 혈색소와 비슷한 분자 구조식을 갖고 있어서 녹색의 혈액이라고 부를 정도로 증혈 작용이 높다. 클로로필은 사람의 몸속에서 바로 적혈구로 바꿀 수 있다. 그러므로 어린 보리 잎은 아주 훌륭한 빈혈 치료약인 동시에 갖가지 염증 치료약이고, 상처로 인한 출혈을 막는 지혈약이다.
어린 보리 잎에는 비타민도 매우 풍부하다. 비타민 B¹은 우유의 30배, 비타민 C는 시금치의 33배, 카로틴은 시금치의 6.5배나 들어 있다. 비타민은 신진대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서 그중 한 가지만 모자라도 병에 걸리거나 몸에 탈이 난다.
어린 보리 잎은 여성들의 미용제로도 매우 좋다. 가루 내어 먹거나 차로 우려내어 마시면 살결이 깨끗해지고 주름살이 생기지 않는다. 구수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있어 먹기에 좋다. 오래 마시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불면증이나 우울증, 갱년기 장애 같은 것이 생기지 않는다.
보리 뿌리를 맥근(麥根)이라 부른다. 맥근은 사람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장을 튼튼하게 하는 데 제일 좋다. 매끈매끈하다고 하는 말이 맥근(麥根)에서 나왔다. 맥근을 먹으면 살결이 매끈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건강은 장의 상태와 기능에 달려 있다. 장의 기능이 좋으면 일생 동안 병이 없다. 장이 튼튼하면 살결이 매끈해진다. 맥근을 먹으면 장이 따뜻해진다. 장이 따뜻해지면 어떤 음식이든지 잘 소화 흡수할 수 있게 되고 장이 연동운동을 잘 하게 되어 변비나 설사가 없어진다.
장 기능이 나쁘면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해지며 별 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고 울화통이 터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은 더 나빠지고 살결도 더 거칠어진다. 장을 튼튼하게 해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살결도 고와진다. 마음이 고와야 살결도 고와지는 법이다. 맥근은 장을 따뜻하게 하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제일 좋다. 맥근을 차로 늘 마시면 살결이 매끈하게 되어 화장품이 필요 없고, 마음이 화평해져서 온 몸과 온 집안이 편안해진다. 나아가서 여성이 편안해지면 온 세상이 편안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맥근은 온 세상을 화평하게 하는 약이다.
어린 보리 잎은 인체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이상적인 식품인 동시에 거의 만능에 가까운 효능을 지닌 약초다. 그러나 반드시 겨울을 지난 것이어야 제대로 약효가 난다. 옛 의학책에는 보리를 두고 성질이 차다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보리는 성질이 아주 따뜻하다. 겨울철에 보리 뿌리를 파 보면 주변에 있는 땅은 꽁꽁 얼어 있어도 보리 뿌리 부분은 얼지 않는다. 보리는 눈밭에서도 얼어 죽지 않는다. 보리는 겨울을 이기는 힘이 있는데 그것은 보리의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보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보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 보리 잎의 효능을 알고 쓰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다.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하고, 가장 천한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다. 흔한 식물이라도 그 특성을 알고 잘 활용하면 최고의 약이 될 수 있다. 명약을 찾아 온 천지를 헤매지 말라. 기화요초(琪花瑤草)는 절대로 좋은 약이 될 수 없다. 흔한 보리 잎 하나라도 잘 활용하면 남녀노소(男女老少) 누구든지 여린 보리 잎이 겨울을 깔보듯이 모든 질병을 깔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