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설계사들, 질경이 잎 구조로 고층아파트 지어 인기
옛날, 중국 한나라 무제 때에 마무(馬武)라는 훌륭한 장군이 있었다. 마무 장군은 임금의 명령을 받아 군사를 이끌고 변방에 있는 전쟁터로 나갔다. 마무 장군의 군대는 산 넘고 강 건너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어느 황량한 사막을 지나가게 되었다. 황야에서 여러 날을 행군하다 보니 사람도 말도 지쳤고 식량과 물이 떨어져서 많은 병사들이 굶주림과 갈증으로 죽어 갔다.
“장군님, 식량이 떨어져서 군사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안 되겠다. 이러다간 모두 다 죽고 말겠다. 돌아가자.”
마무 장군은 병사들을 이끌고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사막을 지나가느라 시일이 많이 걸렸고 굶주림과 갈증으로 인해 죽어가는 병사들의 수가 점점 늘었다. 많은 병사들이 몸에 수분이 부족해 아랫배가 부어오르며 눈이 쑥 들어가고 피오줌을 누는 ‘습열병(濕熱病)’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말도 피오줌을 누면서 하나둘씩 쓰러져 죽어갔다.
마무 장군 밑에서 말을 돌보는 한 병사가 있었다. 그는 말 세 마리와 마차 한 대를 관리하는 책임을 맡고 있었는데 그가 돌보는 말도 피오줌을 누었다.
“말들이 지쳐 있는데다가 먹이도 없고 피오줌을 누고 있으니 이러다간 이 말들도 곧 죽겠군.”
병사는 굶고 있는 말이 안타까워서 스스로 먹이를 찾도록 말고삐를 풀어 주어 마음대로 뛰어다니게 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나자 말이 생기를 되찾고 맑은 오줌을 누는 것이 아닌가.
‘대체 무엇을 먹었기에 말의 병이 나았을까?’
병사는 주변을 서성대면서 말이 무엇을 먹는지 살폈다. 말은 마차 앞에 있는 돼지 귀처럼 생긴 풀을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맞아! 이 풀이 피오줌을 멎게 한 것이 틀림없을 거야.”
병사는 곧 그 풀을 뜯어서 국을 끓여 먹었다. 첫날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으나 계속해서 며칠 먹었더니 오줌이 맑아지고 퉁퉁 부었던 아랫배가 본래대로 회복되었다. 병사는 마무 장군한테 달려가 보고했다.
“장군님, 병사들과 말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를 발견했습니다.”
“훌륭하구나. 당장 약초를 채취해서 병사들과 말에게 먹이도록 하라.”
마무 장군은 모든 병사한테 그 풀을 뜯어먹게 하고 말한테도 먹이게 했다. 과연 며칠 뒤에 병사와 말의 병이 모두 나았다. 장군은 몹시 기뻐하며 말을 돌보는 병사를 불렀다.
“과연 신통한 효과가 있는 약초로구나. 그런데 그 풀의 이름이 무엇이냐?”
“처음 보는 풀이어서 이름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풀을 수레바퀴 앞에서 처음 발견했으므로 이름을 차전초(車前草)라고 부르면 어떻겠느냐?”
그 뒤로 그 풀은 차전초로 불리게 되었다.
-
- ▲ 1 질경이는 대변과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염증을 삭이며 몸속에 쌓인 독을 풀어 주는 효능이 있다.
-
신장염, 방광염, 요도염, 기관지염, 위궤양에 명약
차전초는 우리말로 질경이다. 질경이는 사람이나 소와 말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옆이나 길 가운데 무리를 지어 자라는 흔한 풀이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이 풀이 산삼이나 녹용을 능가하는 효능을 지닌 약초이며, 제일 맛있는 나물의 하나임을 누가 알랴.
질경이는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 심한 가뭄이나 뜨거운 뙤약볕에도 죽지 않는다. 어떤 풀도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단단한 길바닥을 뚫고 자라나서 수레바퀴나 사람과 동물의 발에 짓밟힐수록 오히려 강인하게 살아난다. 잎이 짓밟혀서 으스러지고 찢겨 나가도 한나절만 지나면 찢긴 상처가 낫고 생기를 되찾는다. 질경이는 가장 낮은 길바닥에서 모질고 억센 인고의 삶을 산다. 얼마나 질긴 목숨이기에 이름조차 질경이라고 했겠는가.
질경이는 민들레처럼 잎이 뿌리에서 바로 땅바닥에 바싹 붙어서 나서 방석처럼 넓게 퍼져 자라는 로제트 식물이다. 원줄기는 없고 많은 잎이 뿌리에서 나와 옆으로 넓게 퍼진다. 6~8월에 꽃줄기가 자라 나와서 이삭 모양의 하얀 꽃이 피고 흑갈색의 자잘한 씨앗이 10월에 익는다. 이 씨를 차전자(車前子)라고 한다. 질경이 씨를 물에 불리면 끈적끈적한 점액이 많이 나온다.
질경이 잎은 모든 잎이 햇볕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줄기에서 나선형으로 돌아가며 잎이 나는데 한 층마다 잎이 세 개씩 나고 모든 잎의 각도가 정확하게 137도 30분이다. 질경이 한 포기에 달려 있는 모든 잎이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건축 설계사들이 질경이 잎의 구조와 똑같은 구조로 집을 지어서 인기를 얻고 있다. 고층아파트를 지을 때 질경이 잎과 똑같은 각도로 나선형으로 배열하면 어느 계절이나 상관없이 모든 방향의 모든 층에서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질경이는 민간에서 만병통치약으로 부를 만큼 그 활용 범위가 넓고 약효도 뛰어나다. 우리 조상들은 질경이를 기침, 눈병, 임질, 심장병, 태독, 난산, 출혈, 요혈, 금창(金滄), 종독(腫毒) 등 다양한 질병 치료약으로 써 왔다.
질경이는 이뇨작용과 완화작용, 진해작용, 해독작용이 뛰어나서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데, 변비, 천식, 백일해 등의 치료에 효과가 크다. 기관지염, 천식, 각기, 관절통, 충혈된 눈, 위장병, 부인병, 산후복통, 심장병, 신경쇠약, 두통, 뇌질환, 축농증 같은 질병들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질경이 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질기면서도 부드럽고 고무줄처럼 탄력이 있다. 짓밟혀도 금방 일어나고 상처가 나도 한 나절도 안 가서 아물며 많은 실뿌리가 땅에 단단하게 박혀 있어 여간해서 뽑을 수 없다. 이를 보면 질경이에는 아주 좋은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고 자가치료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질경이는 근육과 내장을 튼튼하게 하고 면역력을 키우고 오래 살게 하는 데 아주 좋은 약이다. 도학(道學)에 관한 옛 글에 보면, 질경이를 오래 먹으면 근력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며 언덕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힘이 나며 무병장수하게 된다고 했다.
첫 번째, 질경이는 상처를 낫게 하고 염증을 삭이며 새살이 빨리 돋아나게 하는 데 아주 효과가 좋다. 낫이나 칼에 베어서 상처가 곪고 잘 낫지 않을 때 질경이를 날것으로 짓찧어 붙이면 고름이 빠져나오고 새살이 빨리 돋아 나와서 흉터가 남지 않고 낫는다. 질경이 잎에는 피부에 기생하는 온갖 진균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피부궤양이나 아토피 피부염, 피부가 짓무르는 병 등에는 신선한 질경이를 짓찧어 붙이는 한편 질경이를 물로 달여서 마시면 잘 낫는다.
두 번째, 질경이는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기관지염이나 기관지천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아주 좋다. 만성 기관지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말린 질경이 40g를 물 1.5리터에 넣고 약한 불로 물이 절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에 세 번 나누어 마시게 했더니 3개월 안에 모든 환자가 완전히 나았다.
세 번째, 질경이는 설사를 멎게 하고 위염이나 위궤양을 치료하는 데 최고의 약이다. 급성이나 만성 세균성 이질이나 설사에 신선한 질경이 60~200g을 물 1리터에 넣고 절반이 되게 달여 하루 3~4번에 나누어 마시면 일주일 안에 설사가 멎는다.
위염이나 위궤양, 장염이나 장궤양에도 말린 질경이를 하루 20?g에 물 1.5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이 될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하루 서너 번에 나누어 몇 개월 동안 꾸준히 먹으면 반드시 낫는다.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속이 몹시 쓰리고 잘 낫지 않을 때에는 말린 질경이 60g을 물 2리터에 넣고 2시간 동안 끓여서 거른다. 그 찌꺼기에 다시 물 500㎖를 넣고 한 시간 동안 끓여서 거른다. 이 두 가지 액을 합쳐서 200㎖가 될 때까지 졸여서 하루 세 번 나누어 밥 먹기 전에 먹는다. 2주일쯤 지나면 위무력감이 없어지고 설사가 멎기 시작하고 밥맛이 좋아진다. 변비, 트림, 명치끝 아픈 것 등도 없어지면서 병이 완전히 낫는다.
질경이 씨앗은 간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황달에도 좋은 효과가 있으며, 질경이 씨앗이 암세포의 성장을 80% 이상 억제한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질경이는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몸속에 있는 온갖 독을 풀어 주며 구리, 납, 수은 같은 중금속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기능이 있다. 옛날 차력약으로 구리가루를 먹고 중독되어 피똥을 싸거나 피오줌을 눌 때에는 반드시 질경이를 먹어야 해독이 된다고 했다.
-
- ▲ 2 질경이 씨에 들어 있는 끈적끈적한 성분은 설사를 멎게 하고 정력을 좋게 한다.
-
지혈·설사에 명약이자 정력 세게 해
아이 잘 낳게 하는 약초
옛날, 어느 시골의 한 민간의사가 집안 대대로 전해 오는 비방으로 어린이 설사를 잘 고쳐서 온 천하에 이름을 떨쳤으며 재산을 많이 모았다. 그러나 그 비방을 자식들에게 전수하지 못하고 갑자기 죽어 버렸다. 의사가 죽은 뒤에 그 비방이 세상에 알려졌는데 그 약은 오직 질경이 씨를 볶아서 가루로 만든 것이었다.
구양수는 북송(北宋)의 문학가로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다. 어느 날 구양수가 상한 음식을 먹고 설사가 심하게 났다. 의사를 불러 치료를 받았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구양수가 설사로 고생하고 있는 것을 보고 부인이 말했다.
“시장에 가면 좋은 약이 있습니다. 서너 푼이면 살 수 있고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구양수가 대답했다.
“내 체질은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 약으로는 고칠 수 없을 것이오.”
그러나 부인은 구양수의 말을 듣지 않고 시장에 가서 설사약 한 첩을 지어 왔다. 구양수는 못마땅했지만 마지못해 먹었다. 그런데 한 첩을 먹고 곧 설사가 깨끗하게 멎었다. 실로 천금(千金)과 바꿀 만한 효과가 있는 약이었다. 그 약은 오직 볶은 질경이 씨 한 가지로만 되어 있는 단방이었다.
질경이 씨는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매우 빠르다. 특히 어린아이의 소화불량으로 인한 설사에 효과가 아주 좋다. 질경이 씨를 살짝 볶아 가루를 내어 첫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한테는 1g쯤을, 두 살이나 세 살쯤 된 아이한테는 1~2g씩을 하루 3~4번 먹인다. 아이들이 여름철에 배탈이 나서 물 같은 똥을 쌀 때 질경이 씨가 특효약이다.
공자(孔子)가 편찬한 <시경(詩經)>은 주(周)나라 때부터 춘추(春秋)시대까지의 민요들을 모아서 엮은 것으로 중국에서 제일 오래 된 시집이다.
<시경>에는 모과, 쑥, 갈대, 익모초, 질경이 등의 여러 가지 약초 이름이 나온다. <시경>의 부이편(芙苢篇)에 ‘질경이를 뜯고 또 뜯네! 쉬지 않고 질경이를 뜯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것은 부인들이 모여 질경이를 뜯으면서 부르는 노래다. 부인들이 질경이를 뜯으면서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남편들이 질경이를 먹고 정력이 세져서 아들을 잘 낳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질경이 씨를 먹으면 정력이 좋아지고 정자가 많이 생산되어 자식을 많이 낳을 수 있다.
질경이는 생명력이 몹시 질기고 씨가 아주 많이 맺히며 번식능력이 아주 뛰어난 식물이다. 생명력이 강하고 씨앗이 많은 것을 먹으면 신장의 기능이 좋아진다. 질경이는 여성의 자궁과 방광을 튼튼하게 하여 아이를 잘 낳을 수 있게 한다. 산부가 난산(難産)으로 고생할 때 질경이를 달여 먹으면 아이를 순산할 수 있다. 예로부터 질경이는 조산약(助産藥)으로도 이름이 높았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 된 한자 사전인 <이아(爾雅)>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질경이는 다른 이름으로 부이(芙苢)라고 한다. 도가(道家)에서는 질경이를 ‘뇌지정(雷之精)’이라고 부른다. 뇌(雷)는 진(辰)과 같은 뜻이다. 주역에서 뇌(雷)는 천둥을 가리키고, 진(震)은 떨친다는 뜻이다. 진방(辰方)은 동쪽이고, 동쪽은 장남(長男)을 의미한다. 이는 첫 아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경>에서 여인들이 ‘질경이를 뜯고 또 뜯네!’ 하고 노래를 하는 것은 임신해서 아들을 낳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 것이다. 질경이는 씨를 잘 받아들이게 하는 약이므로 여성들한테 아주 좋다. 질경이 씨를 가루 내어 먹으면 횡산(橫産)이나 난산을 치료할 수 있다.”
일본에서 펴낸 <화한약고(和漢藥考)>라는 책에 질경이의 약효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떤 사람이 가족들과 야외로 소풍을 갔다. 앉아서 놀려고 하는 장소에 가시나무가 있어서 치우려 하다가 손가락을 가시에 찔려 피가 났다. 피를 닦을 헝겊이나 종이가 없어서 길가에 있는 질경이 잎을 몇 장 뜯어 피를 닦았더니 곧 피가 멎고 통증이 사라졌다. 그 덕분에 그는 질경이 잎이 피를 멎게 하고 상처를 낫게 하는 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질경이는 지혈작용이 뛰어나다. 중국 당나라의 명의 손사막이 지은 <천금요방>에 ‘칼로 베이거나 창에 찔려 피가 날 때 질경이 잎을 짓이겨서 붙이면 피가 멎는다’고 적혔다. 상처로 인한 출혈은 말할 것도 없고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나 코피가 날 때에도 질경이를 짓찧어 붙이거나 물로 달여서 먹거나 생즙을 내어 먹으면 잘 듣는다.
<외대비요(外臺秘要)>에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 질경이를 짓찧어 생즙을 내어 5홉 정도를 빈속에 마시면 낫는다고 하였다.
<도경본초(圖經本草)>에도 ‘코피가 그치지 않고 계속 흐르면 신선한 질경이 잎을 날것으로 갈아서 마시면 멎는다’고 적혀 있다.
-
- ▲ 질경이는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바닥에 잘 자라는, 생명력이 매우 억센 풀이다.
-
질경이는 방광의 온갖 질병을 치료하는 데 아주 좋은 약이다. 방광은 몸 안의 습(濕)을 조절하는 기관이다. 습은 물기를 나타내는 한자말이다. 한자로는 축축할 습으로 쓴다. 그렇다면 습이란 대체 무엇일까. 소변의 양이 적고 빛깔이 붉으며 소변을 볼 때 찌르는 듯이 아프면 ‘습’이 있다고 한다. 습은 그 뜻의 범위가 매우 넓어서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다리에 종창(腫脹)이 생겨서 퉁퉁 부으면 수습(水濕) 때문이라고 하고, 배가 불러지거나 소화가 잘 안 되면 습체(濕滯)라고 하며, 대변이 단단하게 뭉쳐 있어서 변비가 심하면 대장에 습열(濕熱)이 있다고 한다.
방광은 몸 안의 물이 모이는 곳이다. 방광은 고무풍선처럼 생겼으며 최대 용량은 800㎖쯤 된다. 소변이 200~300㎖쯤 방광에 고이면 괄약근이 느슨해지면서 소변이 밖으로 나온다.
<황제내경> 소문 영란비전론(靈蘭秘典論)에 ‘방광은 물을 모으는 곳이며 진액을 저장한다. 물은 기화작용으로 인해 배출된다’고 했다. 몸 안에 있는 물은 방광에 모이는데, 방광이 그 물을 스스로 내보낼 수 없고 하초(下焦)의 기화(氣化)작용으로 인해서 배출한다는 말이다.
방광이 소변을 내보내는 기능을 기화 작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화작용이란 무엇인가? 액체가 기체가 되는 것 곧 물이 수증기가 되는 것을 기화라고 한다. 물을 수증기가 되게 하려면 따뜻하게 데워 주어야 한다. 방광에 고인 물을 신장의 따뜻한 기운으로 데워 주어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곧 콩팥의 양기로 방광을 데워서 방광에 모인 습기를 내보내는 것이 기화작용이다.
콩팥의 양기가 허약해 방광을 데워 주지 못하면 방광에 염증이 생기고 염증으로 인해 미열이 있으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방광에 염증과 열이 있으면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며 소변 볼 때 아프고 소변의 양이 적어진다. 소변의 빛깔이 붉고 피가 섞여 나올 때도 있다. 습이나 습체, 습열을 현대의학적 병명으로는 방광염, 요도염, 부종 등이다.
방광염이나 요도염에 말린 질경이 20~40g에 물 1.5리터를 붓고 물이 절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누어 마시면 잘 낫는다. 증상이 심하면 질경이, 민들레, 마디풀 각 20~30g에 물 1.8리터를 붓고 약한 불로 절반이 되게 달여서 하루 서너 번에 나누어 마신다.
옛사람들은 질경이를 승관초(繩貫草)라고 불렀는데 이는 소변이 새끼줄처럼 줄줄 이어서 나오게 하는 풀이라는 뜻이다.
질경이는 방광의 염증을 삭이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할 뿐만 아니라 온갖 화학약품독, 염소 화합물, 요소(尿素), 요산(尿酸), 수은, 납 같은 중금속을 내보내는 효능도 뛰어나다.
질경이를 먹으면 정신이 맑아진다
질경이는 훌륭한 약초일 뿐만 아니라 무기질과 단백질, 비타민, 당분 등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나물로 먹어도 썩 좋다. 옛날부터 봄철에 연한 잎을 나물로 먹고, 삶아서 말려 두었다가 묵나물로 먹어도 먹었다. 소금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치거나 기름에 볶아서 먹기도 했으며 국거리로도 일품이다. 튀김으로 먹어도 맛이 괜찮고 연한 잎을 날것으로 쌈을 싸서 먹을 수도 있다.
옛날 흉년이 들었을 때에는 질경이죽이 중요한 구황식품의 하나였다. 질경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모밀국수를 반죽할 때 넣으면 국수가 매끄럽고 질겨져서 잘 끊어지지 않는다. 질경이로 물김치를 담가 먹으면 그 맛이 각별할 뿐 아니라 면역력이 높아져서 어떤 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질경이 씨앗에는 저승에 있는 사람도 볼 수 있게 하는 신통력이 있다는 속설이 있다. 옛날에 어떤 효자가 있었다. 효자는 아버지를 여의고 몹시 슬퍼하며 다시 한 번 아버지의 모습을 보기를 간절히 원하여 아버지의 위패 앞에 제물을 차려놓고 백일 동안 기도를 드렸다. 그 마지막 날 밤에 꿈인지 생시인지 머리칼이 하얀 노인이 나타나서 질경이 씨로 기름을 짜서 불을 켜면 아버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효자는 질경이 씨를 열심히 따서 모아 기름을 짜서 제사상을 차리고 질경이 기름에 심지를 박아 불을 켰더니 과연 죽은 아버지가 퉁퉁 부어서 썩어 가는 모습으로 나타나서 제사상 머리에 앉는 것이었다. 이를 본 아들은 기겁해서 도망을 가 버렸다. 그 뒤로 아들은 죽은 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질경이 씨를 먹으면 기운이 나고 정신이 맑아진다. 지금도 산속에서 도가 수련을 하는 사람 중에는 질경이 씨를 모아서 기름을 짜서 먹고 등불을 켜서 귀신을 보거나 귀신을 부릴 수 있는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화&사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용헌의 야설천하⑩ (0) | 2015.05.04 |
---|---|
조용헌의 야설천하⑨ (0) | 2015.04.13 |
조용헌의 야설천하⑧ (0) | 2015.03.16 |
정경대_한의학 이야기_09 (0) | 2015.03.11 |
조용헌 명당순례_10 (0) | 2015.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