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음식의 역학관계
스트레스 받게 해서 키우고 잡은 동식물은 몸에 치명적이다
글·사진 | 최진규 한국토종약초연구학회 회장
'서푼어치도 안 되는 고기'와 '蔘鷄湯'에 대한 무서운 진실
우리 옛말에 ‘서푼어치도 안 되는 고기’라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고기가 매우 귀해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다. 그런데 왜 귀한 고기 값을 두고 서푼도 안 된다는 말이 생겼을까? 이 말은 함부로 죽여서 잡은 소고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곧 제대로 키워서 제대로 잡은 소고기 한 근 값이 한 냥이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자라서 고통스럽게 죽은 소의 고기 값은 서 푼도 안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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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목해서 키우고 고통 없이 죽인 소는 한 근에 한 냥의 가치가 있으나 사료와 항생제로 키운 소고기는 몸에 이로울 것이 없다.
요즘 소고기는 서푼어치도 안 되는 고기
소를 길러 보면 내성적이고 정이 많은 동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는 주인과 친해지려 하고 사랑을 보여 주고 관심을 많이 가져 줄수록 잘 자란다. 소는 남자보다 여자를 더 좋아한다. 여성적이고 순종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를 부릴 때 자주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게 좋고 칭찬을 많이 해줄수록 일을 더 잘 하고 먹이도 잘 먹고 더 잘 자란다. 예뻐해 줄수록 더 말을 잘 듣고 성을 내거나 토라지지 않는다. 황소보다 암소가 더 잘 자란다. 암컷이 살이 더 잘 찌기 때문이다.
애지중지 키우던 소를 도살장에 팔면 소는 당장 큰 충격을 받는다. 소는 주인이 곁에 없거나 주인이 바뀌면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소는 도살장에 팔려 갈 때 죽으러 가는 것을 안다. 말은 못 해도 자기가 죽을 것이라는 걸 아는 것이다. 그래서 도살장에 강제로 끌려가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고통스럽게 죽은 소의 고기를 서푼짜리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 근에 한 냥짜리 고기는 어떤 고기인가? 백정(白丁)이 직접 소를 정성들여 키워서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고 죽은 소의 고기는 값이 한 근에 한 냥이라도 사람들이 앞을 다투며 사 간다. 그러나 서툰 백정이 망치질 한 방으로 죽이지 못하고 도끼를 여러 번 내리치고 난도질해서 잡은 소고기 값은 서 푼밖에 안 나가도 아무도 사 먹으려 하지 않는다.
소는 눈을 가려 주면 마음이 안정된다. 고라니나 노루 같은 초식동물들도 그렇다. 마치 엄마 품 안에 있는 것처럼 안온함을 느끼는 것이다. 백정이 직접 소를 몇 달간 키우면서 가끔 눈을 검은 천으로 가려 준다. 잠을 잘 때도 눈을 가려서 재우고, 쉴 때에도 자주 눈을 가려 주면 소는 편안해져서 어미가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수시로 안대(眼帶)로 눈을 가려 주면서 소를 키운다.
요즘 도살장은 기계화 설비가 되어 있다. 도살장에 가 보면 그 잔혹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소는 도살장에 끌려가면 자기가 죽을 것을 다 안다. 눈을 가리지 않으므로 죽어가는 소들을 보고 비명소리를 듣고 사방에 피비린내가 진동하니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도살장에서는 30마리를 일렬로 줄 세워 목을 쇠줄로 묶어서 롤러의 힘으로 강제로 한 마리씩 맨 앞쪽의 도살대로 끌고 들어간다. 바닥에 에스컬레이터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어서 소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목에 묶은 쇠줄을 잡아당겨서 강제로 앞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 옆에는 쇠로 된 난간이 있는데 난간에는 쇠기둥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소는 끌려가지 않으려고 난간 틈에 다리를 밀어 넣고 머리를 들이밀려고 애 쓰지만 난간의 기둥과 기둥 사이가 좁아서 들어가지 않으므로 뿔을 집어넣는다. 난간에 다리를 걸어서 안 끌려가려고 버티면 소의 다리가 부러지고, 뿔을 걸어서 버티면 뿔이 빠져 버린다. 간신히 목을 걸면 목뼈가 부러져 버린다. 맨 앞쪽에서는 죽어가는 소의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이렇게 고통스럽게 도살당한 소의 고기를 먹고 암에 걸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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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괭이밥은 사람과 친한 식물로 주변에 사람이 살면 저절로 나서 자라고 사람이 살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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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뽕나무는 사람과 친하여 사람이 가까이 할수록 더 잘 자란다.
삼계탕에 대한 무서운 진실
옛날, 양반집 계모(繼母)가 꼴 보기 싫은 정실(正室) 자식을 아무도 눈치 챌 수 없게, 쥐도 새도 모르게 병신을 만들거나 죽여 없앨 목적으로 만든 음식이 있으니 그것이 어떤 음식인지 아는가?
옛날 양반들이 사는 전통 가옥의 안뜰은 오직 여인들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안뜰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떤 것도 바깥에 알려지지 않는다. 남정네들은 사랑방에 거처할 뿐 평생 한 번도 안뜰에 들어갈 일이 없다. 안뜰에는 장독대가 있고 부엌과 연결되어 있다. 남녀가 유별해 어린이거나 어른이거나 할 것 없이 남자는 안뜰 출입을 일절 하지 않는다.
계모는 본처(本妻)가 낳은 자식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죽여야 한다. 절대로 의심 받을 만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독약 같은 것을 먹여서도 안 되고 미워하는 티를 내거나 학대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면서 아무 표시도 안 나고 아무도 눈치 챌 수 없게 죽여야 한다. 종들이 나름대로 꾀를 내어 생각해 낸 것이 다음과 같은 방법이다.
안뜰에 닭을 몇 마리 키운다. 수탉이든지 암탉이든지 상관없다. 3~4개월쯤 자란 중닭이 제일 좋다. 닭을 안뜰 기둥에 묶어 놓고 키우면서 하루 다섯 번씩 싸리나무 회초리로 모질게 때린다. 그렇게 하면 닭은 맞아서 아픈 것에 대한 공포심이 생긴다. 실컷 때린 다음 모이를 실컷 먹도록 준다. 닭은 맞은 것에 대한 아픔과 공포심을 잊기 위해 모이를 배가 터질 만큼 먹는다. 그렇게 하면 먹은 것이 모두 독으로 변한다. 며칠 지나면 아토피 피부병 같은 피부염이 생겨서 털이 몽땅 빠지고 발톱이나 부리도 빠져 버린다. 그렇게 닭을 3개월 정도 날마다 매질하고 나서 먹이를 주어서 키운 다음 그 닭을 모질게 때려 죽여서 인삼(人蔘)을 넣고 푹 끓여서 정실 자식한테 먹이는 것이다.
이렇게 계모가 본처가 낳은 자식을 증거 없이 죽이기 위해 꾀를 내어 만든 음식이 바로 삼계탕(蔘鷄湯)이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널리 알려진 삼계탕의 기원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인삼은 식물 중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으며 자라는 식물이다. 인삼 재배의 역사는 100년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이씨 조선 말엽에 부호나 귀족들이 산삼을 많이 찾았지만 구하기가 어려우므로 개성상인들이 산삼 씨를 밭에 심어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인삼의 시초다.
지금은 인삼 명산지가 금산, 강화, 개성, 영주, 풍기 등 여러 곳이지만 옛날에는 개성 인삼을 으뜸으로 쳐 주었다. 인삼은 북쪽으로 갈수록 품질이 좋다. 개성 인삼은 8년을 키울 수 있었다. 지금도 개성 인삼의 품질이 가장 좋다. 산삼은 산에서는 1,000년을 살 수 있지만 인가 근처에서 자라거나 사람이 키우면 7~8년밖에 살지 못한다. 동서남북에 몽땅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서 인삼을 재배하면 사람으로 인한 공포를 크게 느껴서 수명이 짧다.
그래서 주변에 도시가 가까운 금산에서는 4년밖에 살지 못하고, 경상도 풍기는 사람 소리가 적게 들리므로 5년 살고, 강화도는 바다가 가까워 환경이 더 좋으므로 6년을 산다. 민통선 안쪽의 비무장 지대 역시 인적이 뜸하므로 6년을 키울 수 있다. 남한에서는 비무장지대와 강화도에서 나온 인삼의 품질이 제일 좋다.
삼계탕은 세상에서 가장 몹쓸 음식이며 저주받은 음식이다. 동물과 식물의 인간을 향한 분노와 저주가 깃든 음식이다. 닭은 자라는 동안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동물이고, 인삼은 식물 중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식물이다. 도라지와 인삼, 잔대 같은 여러해살이 뿌리식물이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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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밭에 놓아서 기르는 닭과 양계장에 가두어 항생제와 사료로 키운 닭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크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한 식물은 지치다. 지치는 야생 상태에서는 1,000년을 살 수 있지만 야생 지치의 씨를 받아서 밭에 키우면 1년밖에 살지 못한다. 산에서 지치를 캐어 밭에 옮겨 심어도 1년밖에 살지 못한다. 지치는 사람의 냄새만 맡아도 말라죽는다.
그렇다면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장 적게 받는 식물이 무엇일까? 그것은 뽕나무다. 뽕나무는 사람과 가장 친화력이 강한 나무다. 뽕나무는 사람이 돌보고 관심을 가져 줄수록 더 잘 자란다. 산에서 자라는 야생 산뽕나무보다는 집에서 키우는 뽕나무가 훨씬 건강하고 잘 자란다.
풀 중에서는 괭이밥이 그렇다. 괭이밥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만 자라고 번식한다. 그래서 괭이밥은 마을 주변에만 자란다. 마을에서 몇 십리 떨어진 절간 주변에도 절간에 사람이 있으면 저절로 나서 자라고 절이 비어 있으면 어느 듯 사라져 버린다. 산길을 가다가 길을 잃었을 때 괭이밥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괭이밥이나 뽕나무 같은 식물은 사람과 친화력이 있어서 사람에 대한 공포심이 없고 오히려 친근감을 느낀다.
삼계탕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고 자란 닭과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은 인삼을 합쳐서 끓인 것이다. 영악한 계모가 미운 본처 자식을 저주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없애거나 병신을 만들기 위해서 만든 세상에서 제일 악랄한 음식이다.
계모나 첩은 대개 종의 딸이다. 종이 낳은 자식은 모두 종이 된다. 종은 기름진 음식, 달콤한 음식, 밀(密)한 음식을 먹지 않고 자랐기 때문에 머리가 좋고 꾀가 많다.
삼계탕은 그 기원이 아주 무섭다. 삼계탕은 조선시대 초기에 생겨나서 살인음식으로 비밀리에 전해지다가 차츰 일반적인 보양음식으로 와전되었다. 이것이 요즘은 삼복(三伏)에 먹는 보양식으로 널리 세간에 퍼졌다.
수시로 매질을 해서 키운 닭에 인삼을 넣고 끓인 삼계탕을 어린 아이한테 세 마리에서 다섯 마리쯤을 먹이면 바보가 되거나 눈이 멀거나 고자가 되는 등 병신이 되고 만다. 고환에서 정자를 만들지 못하게 되어 대를 이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궁중에서 왕자들한테 가장 좋은 음식이라고 하여 삼계탕을 먹이고, 귀빈들한테도 수시로 먹였으니 임금이며 왕비, 귀빈 할 것 없이 모두 씨가 마를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조선의 임금들이 그렇게 많은 왕비와 후궁들을 거느리고도 손이 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이유가 삼계탕 같은 것을 즐겨 먹었기 때문이다.
계모가 삼계탕을 끓이면 그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계모의 아들이 그 냄새를 맡고 쫓아와서 달라고 떼를 쓴다. 그러면 “저것은 귀한 도련님만 먹어야 하는 것이고 너 같은 상놈은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며 장작개비로 두들겨 패서 쫓아내 버린다.
그것을 보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남편은 계모가 본실 자식을 위해 정성들여 삼계탕을 끓이고, 제 자식은 두들겨 패서 내쫓아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을 보고 훌륭한 첩을 얻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장작개비로 얻어맞고 쫓겨난 첩의 아들이 다시 와서 “도련님한테만 맛있는 것을 주고 나는 왜 안 주냐”고 떼를 쓰면 다시는 근처도 못 오게 신발짝이나 부지깽이로 두들겨 패서 내쫓아 버린다. 그리고 정실 자식한테는 수시로 꿀떡이나 인절미 같은 달콤한 음식을 먹인다.
계모는 제가 낳은 아들이 “나도 좀 달라”고 하면 그럴 때마다 “이 상것아, 너하고 도련님하고 입이 같으냐? 도련님은 지체 높은 양반이고 너는 천한 상것인데 상것은 상것을 먹어야 하고 도련님은 귀한 것을 먹어야 하느니라”고 하면서 수시로 제가 낳은 아들을 혼을 낸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말이 여기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서푼짜리도 안 되는 고기’보다 못한 소고기와 ‘살인삼계탕’보다 못한 닭고기를 거의 날마다 먹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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