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안영배 기자의 풍수와 권력_11

醉月 2015. 3. 2. 01:00

수맥 피하고 귀문(北東) 방위 경계하라

우리 집 명당으로 바꾸기

 

풍수는 생기(生氣)를 찾아내 양택이나 음택의 명당지로 이용하는 것을 지상 명제로 삼는다. 그러나 먹고살기도 바쁜 현대인이 조상을 모실 명당자리를 잡거나, 단독주택 위주인 풍수 명당을 고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집 안에 흐르는 수맥을 피하고, 흉하게 여기는 동북쪽 귀문 방위만 잘 다뤄도 평범한 우리 집이 명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풍수지리에서 물(水)은 흥미롭게도 길(吉)과 흉(凶)이라는 양면성을 띤다. 명당의 필수 조건인 땅의 생기(生氣)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좋은 물’이 있는가 하면, 인체 건강에 해로움을 끼치는 ‘나쁜 물’도 있다. 이는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도 있지만, 오염되거나 산성수처럼 특정 성분을 지나치게 많이 함유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물도 있는 것과 같다.

풍수에서 ‘좋은 물’의 사례로 조선시대 호남을 대표하는 부잣집인 구례 운조루(‘신동아’ 2015년 1월호 506쪽 참조)를 들 수 있다. 운조루 대문 앞으로는 동에서 서쪽 방향으로 물이 흐르는 도랑을 인공적으로 조성했고, 또 그 도랑 앞으로는 상당한 규모의 연못까지 만들었다. 이 인공 도랑과 연못은 운조루에 부를 가져다주는 생기(재물 기운)가 내부에서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비보(裨補) 장치이자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살기(殺氣)를 차단토록 하는 이중 기능을 한다.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경우 자연적으로 형성된 한강과 청계천이 바로 ‘좋은 물’에 해당한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양(옛 서울)의 생기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한강에 의해 새나가지 못하고, 내부적으로는 궁궐 북쪽에서 발원한 청계천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 중랑천과 합류함으로써 이중의 잠금장치 구실을 한다. 서울이 대명당의 격을 갖췄다는 것은 한강과 청계천이 서로 엇갈리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생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는 것에서도 증명된다.

이렇게 물이 생기를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풍수 용어로는 ‘계수즉지(界水則止)’라고 표현한다. 생기는 물을 만나면 머물게 된다는 뜻이다. 부자가 되려면 물을 얻어야 한다는 ‘득수(得水)’의 의미도 여기에 함께 담겼다.

그런데 물은 생기에 대해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생기를 가두거나 멈추게 하는 것이 물이라는 말은, 달리 생각해보면 생기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물이라는 뜻도 된다. 즉, 물은 어떤 변수가 생길 경우 생기를 없애거나 졸아들도록 만드는 무서운 살기 노릇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요즘 풍수계에서 유행하는 수맥(水脈)이라 할 수 있다.

 

18세기 중엽에 그려진 ‘한양도성도’(작자 미상). 한강과 청계천이 이중 잠금장치 기능을 해 한양(옛 서울)의 생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건강의 적, 수맥파

사실 수맥 혹은 수맥파라는 용어는 전통 풍수학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유럽 출신 천주교 신부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전해진 수맥 찾기는 원래 추(펜듈럼), 혹은 ‘엘-로드(L-rod)’ 같은 일종의 탐사 장비로 땅속 깊숙이 존재하는 지하수를 발견하는 방법이었다. 우리 조상이 버드나무 가지 등을 이용해 우물물을 찾아내던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런데 서양의 일부 과학자들이 수맥파를 ‘해로운 지구 방사선(Harmful Earth Radiation)’의 일종으로 설명하면서 수맥과 건강의 관련성이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된다. 지구 자기장이 형성한 전기적 파장은 땅 표면으로 방사(放射)되기 마련이다. 이때 지하 암반층 등에 형성된 강력한 수맥대를 통과하는 전자기파의 경우 생명체에 해로움을 주는 에너지파로 변형, 왜곡된다는 게 수맥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어찌 보면 수맥파는 사실 물과는 관계가 없는, 일종의 교란된 에너지파다. 다만 지하 수맥대가 형성된 곳에서 수맥파가 방사된다는 이유로 좋지 않은 물의 대명사로 ‘수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면도 있다.

아무튼 수맥파는 마치 각종 전기적 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처럼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스트레스성 에너지다. 실제로 수맥과 인체 건강의 상호 관계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이뤄진다. 독일인 의사인 하거 박사는 22년간(1910~1932) 암환자 5348명의 주거지를 조사한 결과, 99%의 가옥이 수맥파 위에 있었다고 보고한 바 있고, 이후에도 유럽 각국에서 암환자와 수맥파의 연관성에 관한 다양한 실험이 시도됐다.

국내의 경우 영남대 연구진이 과학적 실험을 통해 수맥이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로 지자기(地磁氣) 교란 현상을 꼽으면서, 지자기 교란 수치가 평균보다 150% 정도 높은 경우 두통, 편두통, 집중력 저하, 목의 뻐근함 같은 증세를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이 수맥에 노출될 경우 뇌의 지각기능과 시각의 신경생리적 기능이 저하된다는 국내 의학자의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처럼 지하세계의 보이지 않는 기운을 그럴듯한 과학 이론을 도입해 설명하는 수맥파 이론은 땅속 세계를 논하는 우리나라 풍수계에서도 일정 지분을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예 수맥만이 유일무이한 풍수 이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나타날 정도다.

물론 수맥만으로 풍수를 논하는 ‘수맥풍수’는 단편적인 이론이다. 하지만 생기가 모인 곳에는 대체로 그 인근에 생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수맥 역시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풍수와 아주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금붕어도 수맥은 피해 간다

일반적으로 수맥파와 생기가 만나면 수맥파가 지나가는 곳을 생기가 통과하지 못하고 그 안에 갇히면서 명당이라고 표현되는 혈장(穴場)이 형성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 역시 수맥파에 의해 에너지가 약화되는 등 어느 정도 손실을 겪게 되지만, 수맥이 있는 곳 주위에는 수맥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좋은 생기가 있을 확률 역시 높다.

 

대표적인 예로 경상도 부자를 상징하는 경주 최 부잣집을 꼽을 수 있다. 최 부잣집에 형성된 집터의 생기는 앞뒤의 담장 밖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맥파에 의해 가둬진 모양새다. 즉 지하에서 올라오는 수맥 에너지파가 지상의 생기를 가두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곳이 수맥이 흐르는 장소이고, 어떤 곳에 생기가 흐르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다. 수맥 전문가들은 추나 엘로드 등으로 수맥이 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일반인이 배우기에는 낯선 영역이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해본다. 집 안에서 수맥이 흐르는 지점과 그렇지 않은 지점을 구분해 어항 속의 금붕어 같은 물고기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대체로 수맥파는 일정한 폭을 갖고 직선 혹은 곡선의 형태로 흘러가는 모양새인데, 그 좌우 양옆은 수맥파가 없는 평범한 곳이거나 생기가 흐르는 곳이기 십상이다. 그런데 직육면체로 생긴 어항의 절반은 수맥파가 흐르는 곳에, 나머지 절반은 수맥파가 감지되지 않는 곳에 놓을 경우 물고기들은 어떤 반응을 취할까.

놀랍게도 물고기들은 잠시 물속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수맥파가 흐르지 않는 지점으로 모여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어항을 수맥파 측정 매개체로 삼아 임의로 위치를 이동해가면서 물고기들의 반응을 확인해보면 수맥파가 집 안에서 어떻게 흐르는지를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집 안 전체가 수맥파에 노출돼 있거나, 수맥파가 일정한 방향성을 띠지 않은 채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어항 속 물고기로 수맥파를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수맥파가 사람은 물론 동식물에도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용해 수맥 지점을 찾는 방법이 또 하나 있다. 거실 발코니 등에 똑같은 조건으로 놓인 화분들에서 화초가 자라나는 상태에 차이가 있는지 여부다. 일반적으로 수맥파가 있는 곳에서는 나무의 성장 상태가 좋지 않거나 심한 경우 거의 말라 죽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다른 곳에서는 멀쩡히 성장하던 나무가 어느 특정 지점에서 비정상적인 상태를 보이면 바로 그곳이 수맥파의 영향을 받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수맥파의 위험은 산업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전남 고흥에 있는 나로호우주센터에서는 여러 차례 실패 끝에 겨우 나로호 발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발사 과정에서 부품 결함과 기기 고장이 여러 차례 발견됐는데, 일부 수맥 전문가들은 나로호우주센터의 조립동과 발사대에서 엄청난 수맥파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수맥파의 영향을 받아 과학자들의 집중력 방해는 물론 정밀기기가 고장을 자주 일으킨다는 것.

그렇다면 수맥파는 어떻게 차단할 수 있을까. 어떤 이들은 동판이나 알루미늄 등을 바닥에 깔아놓으면 수맥파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수맥파의 강도가 약할 경우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강력한 수맥파가 흐르는 곳이거나 집 안 전체에 수맥파가 형성돼 있는 경우라면 일단 피하는 게 상책인 듯하다.

 

대부분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다가구를 이뤄 살아가는 현대인의 경우 생기가 충만한 명당 지역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생기는 차치하고 가족이 주로 머무는 공간만이라도 수맥파가 있는 곳을 피하게 하면 훌륭한 명당이 될 수 있다.

귀신이 드나드는 귀문방

지하의 수맥파만큼 흉하게 보는 공간의 방위도 있다. 방위를 중심으로 사람의 길흉을 따지는 이기파(理氣派) 풍수에서 가장 꺼리는 방위는 어디일까. 바로 귀신이 들락거리는 방위라 하여 일명 귀문방(鬼門方)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다. 귀신이 출입하는 곳이다보니 산 사람들이 자칫 귀신으로부터 해를 입을 수 있어 흉한 방위가 된다는 것이다. ‘주역’의 후천팔괘 이론에 따르면 동북쪽 방위인 간방(艮方)과 그 대칭점인 서남쪽 방위 곤방(坤方)을 가리킨다.

간방을 흔히 표귀문방(表鬼門方, 바깥 귀문방)이라 하고 곤방을 이귀문방(裏鬼門方, 안 귀문방)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두 방위는 모두 기운이 교차된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테면 북동쪽인 간방은 시간으로 치환하면 겨울이 지나 봄이 시작되는 환절기, 서남쪽인 곤방은 여름이 지나 가을이 시작되는 환절기에 비유된다. 인생의 계절로 치면 간방은 죽음과 탄생이 교차하는 시기이고 곤방은 청년기에서 중년기로 접어드는 중차대한 시기다.

이러한 환절기는 양의 에너지가 음의 에너지로(서남방), 음의 에너지가 양의 에너지로(동북방) 그 기운이 급격히 바뀌는 때이므로 여러모로 주의해야 한다. 물론 동남방(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환절기)과 서북방(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환절기)도 있지만 이들 방위는 같은 기운인 양에서 양, 음에서 음으로 에너지가 바뀌므로 그 기운 교차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풍수에서는 양기와 음기가 서로 부딪치고 기의 교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흉하게 보기 때문에 당연히 귀문방을 꺼린다. 특히 동북쪽 방위인 간방을 대표적인 귀문방으로 설정해 경계한다. ‘주역’에서도 간방은 만물이 끝을 맺는 곳이자 다시 시작하는 곳이라 하여 요주의 지점으로 본다. 양택 풍수의 대표적 고전서 ‘황제택경’에서는 귀문방에 대해 무시무시하게 설명한다.

“귀문 방위는 집 안의 기운을 막는 곳이다. 이곳을 편고(偏枯)하게 범하면 반신불구가 되거나 종기가 나는 등의 재앙이 있다.”

 

 

문왕팔괘(후천팔괘) 방위.

실제로 우리 조상은 귀문 방위에 대해서는 불결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을 경계하고 항상 청결한 상태가 유지되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동북쪽 방위의 건물 구조가 방정하지 못하고 들쭉날쭉하거나, 화장실·하수구·창고·쓰레기통 등 불결한 의미를 지닌 시설이 놓일 경우 집안에 액운이 미치기 쉽다고 보았다.

일본은 귀문방에 대해 우리보다 더 경계심을 가졌다. 11세기 헤이안 시대에 나온 일본 최고(最古)의 정원서 ‘작정기’는 정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의 금기사항 등을 자세히 기록했는데, 여기서도 귀문에 대해 언급한다.

“오척(五尺) 이상의 돌을 북동쪽에 세우지 말라. 귀문에서 귀신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높이가 4~5척 되는 돌도 귀문에 세우지 말라. 이는 유령돌(靈石)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악귀들이 들어오는 것을 재촉해 사람들이 오래 거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일본인들이 귀문방을 극도로 경계했다는 사실은 통계조사에서도 드러난다. 1947년 일본 문부성 조사(文部省迷信調査協議會)에 의하면 귀문방을 회피하려는 ‘귀문 회피율’이 조사 대상자 중 66%에 달했는데, 도시와 농촌 같은 지역이나 중졸과 대졸 같은 학력 수준에 관계없이 평균 6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현대에 와서도 일본인은 귀문방에서 귀신이 출몰한다는 믿음을 유지하는 듯하다. 이는 2013년 일본 총리 관저의 귀신 소동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퇴근 후 거주하는 공저(公邸)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얘기를 “전직 총리(모리 요시로)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밝히면서 일본 사회에 귀신 괴담이 눈덩이처럼 확산된 것. 이를 귀문 논리로 해석하자면, 일왕이 머무는 고쿄(皇居)를 기준으로 총리 공저가 남서쪽의 귀문방에 자리하기 때문에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귀문 회피 성향은 한국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귀문 방위 등 상당한 양의 풍수 이론을 담은 책이 ‘작정기’이고, 이러한 일본 풍수는 백제 승려 관륵(觀勒)에 의해 전해졌다는 것이 한일 역사학계의 통설이기 때문이다.

귀문방에 대한 비책

“귀신이 출몰한다”는 괴담이 퍼진 일본 총리 주거동 공저(앞 건물)와 업무 공관인 관저(뒤 건물).

실제로 우리나라 전통 사찰에 안치된 칠성각을 보면 귀문 방향을 고려한 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북두칠성의 신을 모시는 칠성각의 경우 밤하늘에 북두칠성이 나타나는 간방을 뒤로하고(坐) 새벽녘 북두칠성이 사라지는 곤방을 바라보도록(向) 배치됐다. 즉 귀문방에 북두칠성의 신들을 모셔 그 신령한 기운을 중생에게 베풀도록 한 구조인 것이다.

귀신의 출입구인 귀문방에 대처할 수 있는 비법은 없을까. ‘작정기’에 의하면 남서쪽 귀문방에 삼존불상을 세우면 재앙이 없고 귀신들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즉 불상의 힘을 빌려 귀신의 해를 막겠다는 다소 주술적인 방책이다.

대체로 귀문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귀문 방위에다 신들과 관련되는 종교적 시설물을 세우거나, 동북방의 건물 모서리를 인위적으로 함몰시켜 귀문을 방어하거나 회피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본다. 일본 교토에 있는 교토황궁의 경우 건물 북동쪽을 의도적으로 함몰해 귀문 방위를 회피하는데, 이는 교토황궁의 안내판을 보면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를 현대인이 사는 주택에 적용해보자. 귀문, 특히 동북쪽 방위에는 반듯하지 못하거나 불결한 의미가 깃든 물건들을 놓지 않는 것이 좋다. 기운이 교차하는 북동쪽은 공기 가 잘 순환되지 못해 상대적으로 다른 방 위에 비해 기운이 탁하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대부분 창과 문을 닫고 생활하므로 동북방의 불결한 시설물 등에서 악취와 부패 같은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또 다른 귀문 방위인 남서쪽은 햇빛이 잘 들어 온도는 높을 수 있지만 역시 공기가 다른 방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탁하므로 이곳에 음식을 놓아둘 경우 쉽게 부패한다.

필자가 잘 아는 지인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아파트 생활을 하는데, 그의 집은 남서 방향에 현관이 있고, 바로 마주 보이는 방향인 북동 방위에 화장실이 배치된 구조다. 필자가 화장실 문을 열었더니 역한 악취가 풍겨 왔다. 지인은 화장실을 늘 깨끗이 하려 노력하지만 냄새가 유난히 심하고 환기도 잘 안돼 고충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세면대에 설치된 배수구 등도 툭하면 막힌다고 했다. 이 집에 이사한 후 꾸준하던 사업도 예전에 비해 못하다고 했다. 필자가 보기에 귀문방의 해로움을 겪는 듯했다.

출입구는 귀문방 피해야

그의 집은 풍수 가상학(家相學)으로 볼 때 적극적으로 피해야 할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집에서 이사 가지 않는 한 귀문 방위의 해로움을 벗어날 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귀문방이 화장실로 설계된 이상 최대한 위생적으로, 그리고 정결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화장실 바닥에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도록 신경 쓰라고 조언했고, 날카로운 물건이나 단정치 못한 생활필수품도 똑바르게 배치하도록 충고했다. 귀문방에 있어도 입지가 평탄하고 대지 모양이 원만하거나 그 위에 놓이는 물건 모양 등이 단정하고 정결하면 해로움에서 어느 정도 비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귀문방을 피하려는 것은 외식업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에게는 경험적으로 느껴지는 심리이기도 하다. 귀문방으로 사람을 들이면 마사(魔事), 즉 삿되고 좋지 않은 일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신바람을 탄다’는 얘기다. 그래서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귀문방을 피해 출입구를 내고자 한다.

보이지 않는 기의 세계를 논하는 풍수학은 땅속에 흐르는 기를 찾아내고, 공간에서도 보이지 않는 기를 읽어내는 형이상학적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땅에서 나쁜 물의 기운이 전달되는 수맥파나 좋은 기운인 생기를 찾아내고, 공간을 구별하는 방위는 저마다 특징적인 기운을 갖기 때문에 취사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고는 풍수적 논리에서 당연하다고 하겠다.

사실 현대인이 풍수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수맥을 피하고 귀문 방위에 현명하게 대처하면 굳이 명당을 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신체가 건강하고 마음도 안정적이어서 하는 일도 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풍수 연재를 끝내면서 독자를 위해 적극적인 양택 풍수 개운법을 소개하기로 한다. 앞에서 예로 든 수맥과 귀문방 피하기가 소극적인 풍수 행위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운을 개척하는 개운 풍수도 있다.

이는 자신이 태어난 해의 띠를 바탕으로 특정한 방위에 기운을 보강하는 방법이다. 사람은 모두 12동물의 띠를 가졌는데, 각각의 띠에 해로운 방위와 이로운 방위를 부여할 수 있다. 이 중 특히 자신이 가장 안정적이고 편안해지는 방위를 ‘반안살(攀鞍煞)’이라고 한다. 이는 명예와 지위를 안겨주는 방위이기도 하다.

반안살로 머리를 두고 자라

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이 사는 집의 중심점(중앙)을 기준으로 잡는다. 일반적으로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 구조의 집일 경우 모서리의 대각선이 교차하는 지점이 집의 중심점이 된다. 그리고 집의 중심점에서 남북을 가리키는 나침반을 사용해 대략 방위를 체크해본다. 여기서 방위는 보통 8개로 나뉘나, 더욱 정밀하게는 12방위로 나누어보는 게 좋다.

12방위는 풍수에서 사용하는 패철이 있으면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시침과 분침 등 바늘이 있는 손목시계를 이용해서도 구별할 수 있다. 즉, 정북 방향에다 시계의 12시가 가리키는 방위를 놓으면 1시 방향이 축(丑)방위, 2시 방향이 인(寅)방위, 3시 방향이 묘(卯)방위(正東), 4시 방향이 진(辰)방위, 5시 방향이 사(巳)방위, 6시 방향이 오(午)방위(正南), 7시 방향이 미(未)방위, 8시 방향이 신(申)방위, 9시 방향이 유(酉)방위(正西), 10시 방향이 술(戌)방위, 11시 방향이 해(亥)방위가 된다.

그런 다음 음력으로 자신이 해당하는 띠를 찾아낸다. 음력으로 돼지띠· 토끼띠·양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동남방이 반안살에 해당한다. 호랑이띠·말띠·개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서남방이고, 뱀띠·닭띠·소띠는 서북방이다. 그밖에 원숭이띠·쥐띠·용띠는 동북방이 그에 해당한다. 흥미롭게도 원숭이띠·쥐띠·용띠 사람들은 귀문 방위인 동북방이 좋은 방위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 띠의 사람들은 다른 띠 사람들에 비해 귀문 방위의 길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볼 수도 있다.

반안살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평상시 두침(頭枕) 방향을 반안살로 하는 것이다. 사람의 신체는 그때의 건강 상태에 맞추어 저절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잠을 자도록 설계돼 있다.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 자는 어린이들의 경우 수시로 잠자는 방향이 바뀌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사실 이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그러나 어른이 돼 침대 생활을 하다보면 습관적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누워 자게 되고 자연스러운 두침 방향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때 반안살 방향으로 누워 자보면 아침에 일어나 몸이 훨씬 개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안살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사할 시기가 됐을 경우 가장의 띠를 기준으로 반안살 방향으로 새집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무튼 반안살은 필요에 의해 자신이 의도적으로 시행하는 풍수 개운법이다. 그러므로 특정한 시점에서 특정한 소원 성취를 기대할 경우 돈 안 들이고 해볼 수 있다. 풍수에서 말하는 기 에너지는 공기처럼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제공되고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2015년 한 해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이때, 풍수적 환경 설계로 새롭게 삶을 설계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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