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신냉전과 한국형 방산무기 진출보고서

醉月 2017. 7. 14. 23:39

신냉전과 한국형 방산무기 진출보고서


황재연 군사연구 전문연구위원




[사진 1] 한국 육군이 포병부대의 주력으로 운용중인 K9 자주포. 핀란드 국방장관이 한국 K9 자주포 48대를 1억 4,500만 유로(약 1,915억 원)로 도입하는 방안을 최종 승인하였다.



한국의 K9 자주포가 폴란드와 핀란드에 이어 에스토니아에 수출될 예정이다.
에스토니아 공영방송인 ERR News는 2월 3일 보도에서 에스토니아 국방군 대변인 발표를 인용, 에스토니아군이 핀란드와 함께 한국의 K9 자주포 12대를 구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화디펜스사는 미국 록히드 마틴사와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면 K21-105가 본격적으로 미국 육군의 경전차 계획인 MPF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현궁 휴대용 3세대 대전차 미사일, 지뢰를 대체할 수 있는 원격운용 통제탄과 기동저지탄, 155mm 곡사포를 통해 살포되는 대전차지뢰살포탄 K320과 내부에 탑재되는 K321 대전차 지뢰 등은 유럽에서도 선진국 방산무기와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성능과 가격을 가지고 있다.




• 핀란드와 에스토니아의 K9 자주포 선택


  구소련 붕괴 후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현재 17,500명 규모의 소규모 군대를 보유한 작은 나라다. 그럼에도 1개 보병여단과 4개 보병연대로 구성된 육군편제를 1개 기계화여단과 4개 보병연대 체제로 개편하기 위한 중장기 발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K9 자주포 도입사업은 중장기 발전 계획의 일환이며, K9 자주포 12대를 도입해 기계화여단 포병대대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K9 자주포는 터키(K9 자주포 기술과 부품 300대), 폴란드(K9 차대 120대), 인도, 핀란드에 이어 에스토니아 수출에 성공했으며 현재 노르웨이도 유력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 핀란드 도입계약 완료


  지난 2월 17일, 핀란드 언론은 국방장관이 한국 K9 자주포 48대를 1억 4,500만 유로(약 1,915억 원)로 도입하는 방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거래내용은 한국군이 운용하던 중고 K9 자주포를 일부 오버홀을 거쳐 인도받을 예정이며, 본 구매 프로그램은 장비구매 이외에 훈련, 운용, 예비부품 공급까지 포함하는 패키지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핀란드군은 2017년부터 K9 자주포를 공급받아 2020년에 초도운영능력(IOC)에 도달하고, 2024년에 완전운영능력(FOC)에 도달한다는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의 K9 자주포 도입사업은 48대 이외에 옵션 조항도 있어, 향후 K9 자주포가 추가로 발주될 가능성도 있다.




• 신냉전 시작과 확장


  K9 자주포가 동유럽과 북유럽에서 주문받거나 유력 후보로 검토되는 배경에는 러시아 주도의 신냉전New-Cold War이 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부터 1991년 구소련이 붕괴되기 이전까지 미국과 서유럽 진영은 소련과 기나긴 냉전Cold War을 겪었고, 그 냉전이 신냉전이란 이름으로 다시금 부활한 것이다.
  러시아는 구소련 붕괴 후 오랜 경제난에 시달렸으나, 푸틴 대통령 집권 후 경제력과 자신감을 회복해 현재 팽창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그루지아)를 침공하였고,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에 이어, 우크라이나 내의 친 러시아 반군을 부추겨 우크라이나 내전을 일으켰다.





[사진 2] 러시아의 흑해함대 모습. 러시아는 흑해함대가 주둔한 크림반도에 대한 불법 병합에 이어 친 러시아 반군을 이용해 내전을 일으켰다.



◆ 현재 상황은?


  러시아의 확장에 따라, 러시아에게 지배받았던 아픈 역사가 있는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은 NATO에 가입함과 동시에 군사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중립국이었던 핀란드와 스웨덴 역시 NATO 가입을 적극 검토하자, 러시아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NATO에 가입하면 군사적 대응조치를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 주도의 신냉전이 격화됨에 따라, NATO 공군이 발트 3국에 배치됨은 물론, 2017년 1월부터 미군의 전시개입을 보장할, 일종의 인계철선 임무를 수행할 미 육군의 기계화 부대가 폴란드와 발트 3국에 배치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성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1991년 이전 냉전시절과 같은 전면적인 군비증강이나 군사적 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시아 군사력이나 경제력은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하며, 중국 역시 경제의 대부분을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군사기술면에서 아직은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선택한 신냉전 전략은 미국과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러시아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대리자를 내세우는 대리전 전략과 러시아군의 질적 강화이며, 중국 역시 비슷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 러시아의 국지전 전략


  러시아는 강력한 미군과 NATO에 대응해 토폴-M으로 대변되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전력과 함께, 미군이 동유럽에 배치중인 MDMissile Defence를 공격할 수 있는 9K720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전력을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입장에서 미국 및 NATO와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지양되어야 하며, 그 대신 러시아는 미국과 NATO와 충돌하는 지점에 적절한 대리전 세력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내전에서는 친 러시아 민족세력을 대리전 세력으로 내세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시리아 내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시리아 정부군에 반대하는 FSA(자유 시리아군)에게 TOW 2A 대전차 미사일을 공급했고, TOW 2A는 시리아 정부군의 구형 T-72 전차를 상대로 맹위를 떨쳤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에게 러시아군이 보유한 최신 주력전차인 T-90A를 공급했으며, T-90A 전차는 TOW 2A에도 관통당하지 않는 방어력을 보여 주었다.





[사진 3] 러시아가 시리아 육군에 제공한 T-90A 전차.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급한 TOW 2A 대전차 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을 보여 주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단기간에 점령함과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친 러시아 민병대에 최신무기를 공급해 내전을 일으켜 우크라이나 정부의 체계적 대응을 무력화시켰다.
  러시아의 현재 군사전략은 대규모 전면전을 상정하는 것이 아닌, 국지전 상황에서 강력한 전력우위를 달성하여 정치적으로 유리한 협상을 얻어내는 것이다.
  그 결과, 러시아군은 노후화된 전투기와 전차를 대폭적으로 퇴역시키고, 그 대신 소량만 구매할 수 있지만 국지전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T-14 아르마타 전차와 T-50 PAK-FA 전투기를 배치 및 개발하고 있다.





[사진 4] 최근 러시아 육군이 배치중인 T-14 아르마타 전차. 러시아는 국지전 상황에서는 압도적 승리를 위해 강력한 최신전차 전력을 양성하고 있다.




• 미국의 신냉전 대응과 화력 지원용 차량MPFMobile Protected Firepower


  러시아의 신냉전 덕분에 한화디펜스사의 K21-105가 미 육군의 MPF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K21-105가 미국 록히드 마틴사와 함께 MPF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정식협의를 진행 중이며, 현재 미국 레이티온사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K21-105는 한국 육군 K21 보병전투차에 벨기에 CMI디펜스사의 Cockerill XC-8 105 HP포탑을 결합한 경전차 모델로, NATO 표준 105mm 전차 포탄을 사용할 수 있는 105mm 저반동포를 탑재하고 있다.





[사진 5] 한화디펜스사의 K21-105 경전차는 동남아시아 수출을 위해 K21 보병전투차 차대에 Cockerill XC-8 105 HP 포탑을 결합한 모델을 선보였다.



  MPF는 미국이 러시아의 신냉전 전략과 중국의 확장에 대응하기 위하여 선택한 경전차 체계로, 한화디펜스사의 참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세히 설명해 보고자 한다.



◆ 미국 기갑여단 동유럽 배치


  러시아의 신냉전 전략에 대응, M1A2 전차 87대와 M2A3 브래들리 보병전투차 114대 등으로 무장한 미 육군 기갑여단이 독일을 경유해 폴란드로 진입하였다.
  미국은 올해 3월까지 제4보병사단 예하 제3기갑여단 전투팀 소속 4,000명과 제10산악사단 예하 제10전투항공여단 소속 1,750명을 동유럽에 파병할 계획이다. 미군 파병부대는 동유럽과 발트 3국 등 러시아와 유럽의 경계가 되는 국가를 따라 남북으로 배치된다.
  여기서 M1A2 전차를 주력으로 한 제3기갑여단은 폴란드에 본부를 두고 예하 1개 대대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에, 다른 대대는 독일에 주둔시킬 예정이다.
  그리고 기계화보병대대를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지역에 배치키로 했고, 제10전투항공여단은 독일에 본부를 두고 예하 전투부대들을 라트비아·루마니아·폴란드 등에 분할 배치할 계획이다.
  미군의 동유럽 배치는 2014년에 있었던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후, 공포에 빠진 동유럽과 발트 3국 정부의 강력한 요구에 부응한 것이었다.



◆ 중기갑 차량의 필요성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후, 미국은 급히 이탈리아에 주둔중인 미 육군 제173 공수여단 소속 병력 150명을 폴란드에, 450명은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3개국에 긴급 전개했다.
  미 육군이 급히 달려왔지만, 정작 폴란드나 발트 3국 정치인 및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무장 공수부대, 그것도 강력한 러시아 전차에 대응할 수 있는 전차가 1대도 없는 경무장 보병부대의 취약한 모습은 전혀 안정과 위안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다시금 동유럽과 발트 3국은 중무장 기갑부대 배치를 요청했고, 미국 오바마 정부 역시 재빠르게 배치를 약속했지만 실제 부대가 도착한 것은 2017년 1월이다.
  동유럽이나 발트 3국 작전에 필요한 준비와 훈련이 필요함은 물론, 미군이 보유한 전투중량 63톤의 M1A2 전차나 전투중량 31톤의 M2A3 보병전투차의 수송과 전개가 결코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육군은 신냉전과 중국의 팽창에 대응, 신속 이동군을 위해 MPFMobile Protected Firepower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 미국 MPF 프로그램이란?


  MPFMobile Protected Firepower는 화력 지원용 차량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C-17 전략 수송기로 2대를 수송할 수 있는 경량화된 경전차 체계로 계획되고 있다.
MPF 사업의 배경에는 미 육군이 보유한 M1A1/A2 전차가 긴급 전개하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반성과 함께, 향후 러시아와 중국의 강력한 A2/ADAnti-Access/Area Denial 전력이 있다.





[사진 6] 북유럽과 동유럽에 긴급 배치된 미군 기계화 부대이다. 미국은 신냉전에 대응해 M1A2 전차로 무장한 중기갑 부대를 배치하고 있다.



  미 육군 에릭 웨슬리Eric Wesley 중장은 MPF 사업에 대해 “러시아나 중국은 물론, 그들의 지원을 받는 이란과 같은 잠재 적성국들은 장거리 센서 체계와 미사일망으로 구성된 강력한 다층 방어망을 개발중이므로 여기에 대한 대응체계로 MPF가 필요하다”고 설명하였다.



◆ 미국의 전쟁교훈


  냉전종식 후, 미국은 1990년 걸프 전쟁,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수행했다.
  걸프전 당시, 미국은 침략국 이라크에 적대적이었던 주변 중동국가의 지원을 통해 쉽사리 부대와 물자를 이동할 수 있었고, 공중 및 해상수송 라인을 위협할 세력 자체가 없었다. 그럼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군 기계화 부대와 기타 전투물자를 수송하는 데만 꼬박 8개월 이상을 필요로 하였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지형적 문제로 접근이 어려운 것을 제외하면 주변국가인 파키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모두 협력적이었으며 이슬람 저항세력에 시달리고 있던 러시아 역시 미국의 작전에 대체로 협조적이었다.
  그럼에도 지형적 문제로 물자수송에 문제가 많았으며, 미 육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M1A1/A2 전차와 M2A3 보병전투차가 효과적임을 분명히 인식하였지만 과도한 수송중량과 보급부담으로 인해 결국 운용할 수 없었다.
  2003년 이라크 전쟁부터 수많은 문제가 터졌다. 이라크 전쟁 당시 쿠웨이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은 미군의 자국 영토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미 육군과 해병대는 오직 쿠웨이트 영토를 통해서만 전개될 수 있었다. 미국이 사전에 쿠웨이트와 UAE, 카타르 등에 육군 사전배치물자APSArmy Prepostioned Stocks를 비축하지 않았더라면 전쟁 자체가 불가능할 뻔 했다.





[사진 7] 2003년 이라크를 공격한 미 육군 제3보병사단 모습.



  이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대리전 세력을 이용해 분쟁이나 국지전을 일으킬 경우,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강력한 A2/AD 전력으로 인해 접근과 배치 모두 쉽지 않을 것이다.



◆ 미국의 신속 이동군 전략


  미 육군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경험을 반영함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의 강력한 지역 접근거부 체계에 대응한 새로운 신속 이동군을 준비하고 있다.
  신속 이동군은 적의 방어망에서 안전한 주변국에 중화력을 갖춘 경전차 등으로 무장한 경보병을 전개한 후, 자력 기동능력을 통해 작전지역까지 이동하고자 한다.
  물론, 러시아와 중국군이 미군과 전면적으로 대치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 대신 자신의 대리전 세력에 강력한 무기를 공급하여 미군의 접근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예멘 내전 당시 후티 반군은 탄도미사일과 대함미사일 전력을 사용해 사우디아라비아군과 UAE군에 큰 타격을 가했고, 심지어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도 지대함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시리아 역시 미국이나 유럽 군대 개입에 대응해 러시아에서 마하 3급의 최신 야혼트 대함미사일을 공급받음은 물론, 러시아는 NATO와 터키군에 대응해 시리아에 최신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한 바 있다.
  더욱 상태를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최신 대전차 미사일의 확산이다. 미국 M1A1 전차는 1990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 침공 초반에는 무적의 방어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 육군 소속의 M1A1 전차는 IS에 의해 파괴당했고, 사우디아라비아군 소속으로 예멘에 파견된 M1A1S 전차 역시 최소 20대 이상 파괴되었다. 그리고 터키군 소속으로 IS 작전에 파견된 레오파드 2A4 전차 역시 많은 수량이 파괴되었다.





[사진 8] 예멘 후티 반군에 의해 파괴당한 사우디아라비아 육군의 M1A1S 전차이다. 러시아가 대량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신형 대전차 미사일로 인해 다수의 M1A1/A2 전차가 중동지역에서 파괴되었다.



  이렇게 위험한 전장에 신속 이동군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경량화 됨은 물론, 강력한 대전차 미사일과 IED(급조폭발물)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방어력이 필요했다.
  이에 미군은 C-17 수송기를 통해 2대 수송이 가능하면서도, 강력한 대전차 미사일과 IED 방어력을 보유한 강력한 경전차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 굳이 궤도식 경전차를?


  미군은 신속 이동군에 스트라이커 차륜장갑차를 우선 배치하고 있다. 스트라이커 차륜장갑차는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 10kg 정도의 폭발물을 견딜 수 있는 SATNAG 4569 레벨 Ⅳ급의 하부 방어력을 보유하도록 개량되었다. 그리고 신냉전에 대응해 스트라이커는 30mm 중기관포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포탑을 탑재할 예정이다.





[사진 9] 미국은 신냉전에 대응해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30mm 기관포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한 신형 포탑을 장착하고 있다.



  스트라이커 계열 차량에는 105mm 전차포를 운용할 수 있는 MGSMobile Gun System가 존재하므로 쉽사리 화력지원능력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미 육군은 궤도식을 고집하고 있다.



◆ 궤도식의 정치적 영향력


  과거에는 궤도식이 차륜식보다 야지기동력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차륜식 역시 궤도식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야지기동성을 가진다. 그리고 차륜식은 궤도식과 비교해 도로 이동속도가 훨씬 빠르며 평균 고장주기(MTBF)도 낮으며 운용유지비도 저렴하다.
  그러나 차륜형은 결코 궤도형의 심리적, 정치적 위상을 따라갈 수 없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기간 동안 차륜형 장갑차를 무시하는 다수의 시민들과 접촉했다. 그 반대로 궤도형 차량에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전투를 회피하는 다수의 전투사례를 관측했다. 즉, 일반인들의 눈에 차륜장갑차는 자동차에 장갑판을 부착한 차량일 뿐이지만, 궤도형은 모두 전차로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사진 10]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활약한 캐나다 육군의 레오파드 2A6 전차.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궤도형 전차의 전술적, 심리적 능력을 증명하였다.



  이는 다른 의미로 전투중량 63톤의 M1A2 전차나 중량 32톤의 MPF 경전차의 정치적, 심리적 효과가 동일함을 의미한다. 만약 미 육군에 궤도식 MPF가 있었다면, 굳이 미국이 동유럽과 발트 3국에 무거운 M1A2 전차를 보낼 필요가 없었을 것이며, 전개시점도 훨씬 빨랐을 것이다. 즉, 궤도차량은 높은 정치적 시현효과를 가진다.
  전술적으로도 궤도형은 차륜형과 비교해 훨씬 높은 중량 확장성을 가지며, 동남아시아에 흔한 열대 늪과 농경지역에서 차륜식보다 아주 우수한 야지기동성을 가진다.
  이들 정치적, 성능적인 특성을 반영해 미 육군은 궤도식 경전차 모델을 선택하였다.




• 한화디펜스사의 MPF 참여


  미 육군은 급변하는 정치상황과 부족한 예산을 반영, MPF가 기존의 증명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기를 원한다. 미 육군이 발표한 스케줄은 2023년에 첫 MPF 차량이 부대에 인도되길 원하고 있는 만큼, 설계 및 제조개발(EMD) 시간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아직 자세한 요구성능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미 육군은 M1A1/A2 전차가 통과할 수 없는 정글이나 좁은 길, 그리고 험한 산악지형에서 보병들을 동반하고 작전을 벌일 수 있을 만큼 가볍고 민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MPF 요구사항은?


  MPF는 C-17 수송기에 2대를 적재하기 위하여 중량이 32톤 이내로 억제되어야 하며, 화력 면에서는 최소 50mm 이상의 주포 탑재를 요구한다. 다만 미국 육군이 새로운 탄약체계를 원치 않으므로 현재 운용중인 105mm 혹은 120mm 전차포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미 육군은 2017회계연도에 967만 8,000달러의 착수금을 요청했으며, 2019년까지 마일스톤-B 단계에 도달하기 원하므로 업체들은 앞으로 2년 안에 시제 차량을 완성해야만 한다. 사업기간이 제한됨에 따라, 업체들은 현존 차량을 개조한 모델을 제안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한국 육군을 위해 대량 생산되고 있으며 신뢰성이 입증된 K21-105에게도 참여 기회가 열렸다.
  K21-105와 경쟁할 주요 후보들과 K21-105에 대한 비교분석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 BAE Systems사의 모델


  영국 BAE Systems사는 자신이 합병한 UDUnited Defense사의 M8 AGSArmored Gun System 모델을 기반으로 한 MPF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 11]



  M8 AGS는 미 육군이 1960년대 베트남 전쟁부터 사용하던 M551 셰리든 공수전차를 대체하고자 개발된 모델로, 1995년에 미 육군에 의해 선정되었지만 1997년 프로젝트 자체가 취소되는 바람에 생산되지는 못했다.
  M8 AGS는 기본 중량이 19.25톤이며 위협에 따라 레벨 Ⅰ에서 레벨 Ⅲ까지 장갑모듈을 추가할 수 있는데, 레벨 Ⅲ에서는 폭발 반응장갑 추가를 통해 중량이 24.75톤으로 늘어나는 대신에 RPG-7 방어가 가능하다.
  M8 AGS는 M35 105mm 저반동포를 장착해 미국 육군 표준 105mm 전차포 탄약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2003년에는 M8 썬더볼트라는 전투중량 25톤의 수출형 모델도 등장했는데, 본 모델은 120mm 저반동포와 전기·디젤 하이브리드 엔진, 복합재 궤도와 세라믹 복합장갑을 장착하고 있었다.
  BAE Systems사는 M8 AGS와 M8 썬더볼트의 장점을 결합한 MPF 모델을 제안하고 있으며, 120mm 전차포 탑재도 가능하지만 미 육군의 화력요구 사항이 높지 않아 보다 경량화된 105mm 저반동포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 GDLS사의 그리핀Griffin

 

  GDLS사는 미 육군 주력전차 M1 시리즈의 제작사로, 2016년 AUSA 전시회를 통해 그리핀이라는 MPF 모델을 공개했다. 그리핀은 영국 육군 차기 장갑차로 선정된 아약스Ajax 차대에 M1A2 SEP V2 전차 포탑을 탑재한 형태이다.





[사진 12]



  경전차에 중량 25톤이 넘는 주력전차 포탑을 그대로 탑재할 수는 없었으므로,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조된 경량포탑에 M1A2 SEP V2의 기본 구조를 그대로 옮겨놓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 본 설계는 미 육군이 M1A2 SEP V2를 위해 만든 훈련, 보급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화력은 M1 개량 사업을 위해 개발한 120mm XM360 전차포 혹은 105mm M58 전차포를 탑재할 계획이다.
  기본 프레임으로 선택된 아약스Ajax는 영국 차기 장갑차 사업에 대응해 GDLS사의 영국 자회사가 ASCOD 보병전투차를 개량해 만든 신형 장갑차이다.
  아약스Ajax Scout SV 차대에 신형 포탑을 탑재한 그리핀 시제차량 중량은 28톤으로 C-17 수송기에 2대를 탑재할 수 있으며, MPF 중량 요구가 32톤인 만큼 향후 4톤 정도의 여유 중량을 가진다.




• K21-105 MPF 모델은?


  한화디펜스사는 록히드 마틴사와 협상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K21-105 역시 본격적으로 MPF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K21-105는 한화디펜스사의 전신인 두산DST사가 동남아시아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개발한 수출형 경전차로, K21 보병전투차 차대에 벨기에 CMI디펜스사의 Cockerill XC-8 105HP 포탑을 탑재한 모델이다.





[사진 13] K21 보병전투차는 다른 MPF 경쟁 차량과 비교해 가장 우수한 중량 대비 방호 효율을 가진 S-Glass 기반 복합장갑을 사용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자력 수상도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Cockerill XC-8 105HP 포탑은 중량이 4.5톤에 불과해, K21 차대에 결합한 상태에서도 기존 25톤의 전투중량을 유지할 수 있어 수상도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 K21-105의 성능은?




[사진 14]



  Cockerill XC-8 105HP 포탑은 자동장전장치를 채용하여 단 2명으로 운용할 수 있으며, 3세대 전차 수준의 포수 조준경과 전차장 조준경을 보유하고 있다.
  탑재된 105mm 저반동포는 L7(M68) 계열 전차포 탄약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K21 보병전투차의 후방 보병탑승공간을 활용해 40발의 예비탄 혹은 소수의 보병을 탑승시킬 수 있다.
  방어력의 경우, K21 보병전투차의 전면은 30mm APDS탄, 측면은 14.5mm AP탄에 대한 방어력을 가지며, Cockerill XC-8 포탑 역시 기본적으로 12.7mm탄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
기동력은 도로에서는 최대 70km/h의 속도를, 야지환경에서도 충격흡수 능력이 우수한 ISU 덕분에 40km/h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7km/h의 속도로 수상도하가 가능하다.



◆ 록히드 마틴사의 K21-105 선택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MPF 사업에 대응해 K21-105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전 세계에서 105~120mm 저반동포 포탑을 탑재할 수 있으며 검증된 기갑차량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105~120mm 저반동포 포탑을 탑재할 수 있는 주요 궤도형 차량은 유럽의 ASCOD, 퓨마, CV90 등이 있고,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의 K21과 일본의 89식 정도만이 존재한다.
  여기서 ASCOD 차대는 이미 GDLS사가 그리핀Griffin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CV90은 BAE Systems사의 제품이라서 선택할 수 없고, 독일제 퓨마는 가격과 중량이 너무 무겁다.
  록히드 마틴사 입장에서 이미 105~120mm Cockerill XC-8 포탑과 통합된 경험이 있으며 한국 육군을 통해 신뢰성이 입증된 K21-105 차대 이외에는 이렇다 할 선택점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K21-105는 다른 MPF 경쟁 차량과 비교해 가장 우수한 중량 대비 방호효율을 가진 S-Glass 기반 복합장갑을 사용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자력 수상도하 능력을 가진다. 그리고 750마력의 강력한 엔진과 충격흡수 능력이 우수한 ISU 방식의 현수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 K21-105의 승리방법은?


  K21-105는 다른 MPF 경쟁 모델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이와 비교해 록히드 마틴사는 전 세계 1위의 매출액을 자랑하는 방위산업체이지만, 지상무기 사업부에서는 M142 HIMAS 정도만 생산하고 있어 기술력과 로비능력 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PF 사업 경쟁자인 BAE Systems사는 미 육군 주력 보병전투차인 M2 브래들리 개량 사업자이고, 2017년부터 M113을 대체할 AMPV 장갑차를 대량 생산하고 있다.
  GDLS사는 M1 전차와 스트라이커 차륜장갑차를 생산하는 회사이며, 영국군에 선정된 아약스Ajax 기반 차대에 M1 전차 포탑 체계라는 최상의 포지션을 제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록히드 마틴사와 한화디펜스사가 MPF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K21-105 개량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 K21-105 추가 성능은?


  미 육군은 오랜 시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투를 겪은 만큼, MPF에 RPG-7급 대전차 로켓에 대한 방호능력과 Hard kill 능동방어시스템을 통한 대구경 대전차 미사일 방어능력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통해 악명을 떨친 IED(급조폭발물)에 대한 방어력은 기본이며, 이들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최대한 저렴한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21 보병전투차를 위해 RPG-7급 방어력을 갖춘 비활성 반응장갑이 개발되고 있으며 K2 흑표 전차를 위해 한국형 Hard Kill 능동방어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미 육군은 Hard Kill 능동방어시스템을 개별 공통사업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현재 K21-105가 먼저 갖추어야 할 성능은 급조 폭발물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 방어력이다.
  미 육군이 요구한 IED 방어수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운용중인 스트라이커 DVHDouble V Hull가 중량 10kg의 대전차 지뢰를 견딜 수 있는 STANAG 4569 LEVEL Ⅳ급 방어력을 가지므로 역시 동급의 방어력이 필요할 것이다.





[사진 15] 스트라이커 DVH(Double V Hull)은 바닥에 W형 증가장갑을 장착해 중량 10kg의 대전차 지뢰를 견딜 수 있는 STANAG 4569 LEVEL Ⅳ급 방어력을 가진다.



  K21 보병전투차의 지뢰방어력은 기밀로 구분되어 있지만, K21 자체가 1990년대 냉전형 사상을 반영한 모델인 만큼 기본적으로 대인 지뢰 방어 수준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므로 K21-105의 하부 방어력을 STANAG 4569 LEVEL Ⅳ급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한화디펜스사는 신개념기술시범ACTDAdvanced Concept Technology Demonstration 사업을 통해 지뢰방호차량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 vehicle를 개발한 바 있다.
  다만 공개된 기술력은 현재의 국제적 수준에는 미흡한 만큼, 추가적인 기술개발 혹은 해외 전문회사와 협력을 통해 우수하고 가벼운 설계 기술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 K21-105 동력계통 교환?


  K21-105는 동력장치로 750마력을 발휘하는 D2840 LXE 디젤엔진과 HMPT-500-4EK 변속기를 사용한다.
  여기서 D2840LXE 엔진은 K200 계열 장갑차와 30mm 비호 자주대공포, 천마 지대공 미사일 차량에 탑재된 D2840L 엔진(520마력)의 성능 향상형 엔진으로, 간단한 개량으로 850마력급으로 확장할 수 있다.
  HMPT500-4EK 변속기는 L3 Com사(GDLS사의 동력부분 인수)의 제품으로, 비호와 천마에 탑재된 HMPT 500-3EK를 750마력급으로 개량한 변속기이다.
  본 변속기는 원 설계업체인 GDLS사가 750마력급으로 강도 보강을 위해 설계 변경한 부품을 S&T중공업에서 제작토록 허용하면서 현재 해외공동 개발형태로 개발 및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K21-105에 적용된 엔진과 변속기는 충분한 성능과 확장성을 가지나, MPF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엔진과 변속기를 M2A3 보병전투차에 적용된 커밍스 V903 계열(600마력)과 HMPT-800 변속기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미 육군은 군수공통화에 따른 중장기적인 보급, 훈련, 정비 상의 이익을 달성하고자 M2A3 브래들리 개량형, AMPV, M109A7 PIM 자주포의 동력체계를 커밍스 V903 계열엔진(600마력)과 HMPT-800 변속기로 통일하고 있다. 심지어 미 해병대의 AAVP7A1 RAM/RS 상륙돌격장갑차도 M2 브래들리에 적용된 동일계열 동력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16] BAE Systems사가 생산하고 있는 AMPV 장갑차.



  사실 기갑차량의 동력체계를 교체하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동력체계를 교환한 후 최소 10,000km 이상의 주행 테스트가 필요하므로 예산과 시간면에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차적으로 K21-105의 지뢰방어 능력을 강화한 모델을 개발함과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는 동력장치를 교환한 모델을 개발해 미 육군에게 강력한 옵션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 동유럽의 신냉전 대응상황


  폴란드와 발트 3국, 노르웨이, 핀란드와 같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은 러시아의 국지전 전략에 대응해 군의 첨단화와 기동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국가의 전략적 목표는 러시아가 급작스럽게 기습 공격할 경우, 미국과 NATO를 비롯한 국제세력이 개입하기 이전까지 제한된 전장에서 러시아군과 대등한 전투를 수행하여 군사적, 정치적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 각국의 대응상황


  러시아와 국경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폴란드는 독일에서 레오파드 2A4 중고전차 247대를 구매함과 동시에, 레오파드 2A4 전차 전체를 레오파드 2PL 사양으로 개량하고 있다.
  레오파드 2PL은 독일 라인메탈사의 자회사인 IBD사의 최신 레볼루션 장갑 패키지와 신형 사격통제 장치를 포함하며, 라인메탈사가 개발한 최신 DM63 APF SDS탄과 DM11 다목적 고폭탄을 사용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레오파드 2PL에 만족을 표시하고 있지만, 현재 레오파드 2 중고 전차와 예산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PT-16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PT-16은 폴란드가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T-72 계열 전차에 NATO 규격의 120mm 활강포와 최신 장갑재, 신형 엔진을 탑재하는 사업이다.





[사진 17] PT-16 전차



  핀란드 역시 2003년에 124대의 레오파드 2A4 중고 전차를 구매한 후, 신냉전이 격화되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네덜란드에서 추가로 레오파드 2A6 전차 100대를 2억 7,100만 달러에 구매하고 있다.
  최신 전차 전력과 함께 기동전에 필수적인 최신 자주포를 확보하고자 폴란드는 영국을 통해 AS90 포탑 기술을 도입하여 독자적인 자주포 포탑을 개발했다. 동시에, 3억 1천만 달러를 투자해 K9 자주포 차대 120대를 조립 생산하는 방법으로 신형 자주포를 배치하고 있다.
  핀란드는 앞서 언급했듯 K9 자주포 48대를 1억 4,500만 유로(약 1,915억 원)에 도입하는 방안을 승인하였고, 에스토니아 역시 핀란드와 공동 계약 형태로 K9 자주포 12대 구매를 발표하였다.
  그럼 에스토니아는 K9 자주포 이외에 전차를 구매하지 않을까? 에스토니아도 없는 예산을 짜내 차기 전차 사업을 준비중이며 그 후보로 독일의 중고 레오파드 2A4 개량형, 터키의 알타이, 대한민국의 K2 흑표 전차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에스토니아는 현대식 항공전력을 확보하고자 한국의 FA-50 공격기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기도 하다.




• 한국 방산업체의 접근방법은?


  유럽 국가들은 NATO라는 안보동맹체와 EU라는 경제동맹체를 통해 서로 밀접하게 교류하고 있으며, 우수한 방위산업 기반을 가지므로 대부분의 무기체계를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다.
  때문에 K9 자주포와 같이 PzH 2000 자주포 이외에는 경쟁자가 없는 강력한 모델을 제외하고는 현실적으로 유럽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리고 유럽경제의 장기불황 문제와 함께 위협에 노출된 동유럽 국가들 대부분이 경제력 면에서 한계를 가지므로 K2 흑표 전차와 같은 고가의 주력전차 모델은 판매하기 곤란하다.



◆ 틈새시장을 노리자?


  그러나 언제나 틈새시장은 존재한다. 발트 3국과 같은 국가들은 제한된 경제력으로 인해 전문적인 전투기를 구매하기 곤란한 만큼, FA-50과 같은 고등훈련기 겸 경전투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종은 경쟁력이 있다.
  대한민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독일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텅스텐 날개 안정 철갑탄APFSDS Armor Piercing Fin Stabilized Discarding Sabot 관통자 기술능력을 자랑했으며 수입에 의존하던 SCDBSur face Coated Double Base 추진제의 국산화도 적극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날개 안정 철갑탄 개발과 투자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의 T-14 아르마타에 대응할 수 있는, 독일 DM63을 능가하는 날개 안정 철갑탄 기술개발을 속행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대전차 탄약체계는 러시아의 강력한 전차 전력에 노출된 유럽 국가들이 매우 원하는 무기체계이며, 탄약은 다른 대형 무기체계와 달리 높은 절충교역을 요구하지도 않으므로 좋은 수출상품이 될 수 있다.



◆ 현궁 수출 경쟁력은?


  대한민국 방산산업체가 유럽에 판매할 수 있는 방산품목으로는 현궁 대전차 미사일이 있다.
  러시아의 조지아(그루지아) 침공 당시, 러시아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일방적인 공격을 가했지만, 그럼에도 조지아 육군이 사용한 스파이크-MR 미사일로 인해 다수의 러시아 전차가 격파당했다.
  우수한 대전차 미사일은 약자가 강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 체계이므로, 신냉전에 노출된 대부분의 국가들은 최신 대전차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와 리투아니아는 미국의 재블린, 폴란드는 이스라엘의 스파이크-ER, 라트비아는 스파이크-LR, 핀란드는 스파이크-ER/CMS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보병휴대가 가능한 모델이 재블린과 스파이크-LR 버전이며, 스파이크-ER은 장갑차량이나 공격헬기용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핀란드 스파이크-ER/CMS는 상륙정 공격을 위한 다목적 고폭탄을 가지고 있다.
  현재 동유럽 및 북유럽 국가들은 한국형 현궁처럼 휴대가 가능한 3세대 대전차 미사일의 추가배치를 고려하고 있으며, 현궁은 이스라엘 스파이크-MR과 비교해 성능면에서 우수하면서도 보다 저렴한 가격을 가지고 있다.
  다만 보다 서두를 필요가 있다. 유럽의 MBDA사가 개발하고 있는 MMP는 2017년부터 배치가 진행될 예정이며, 현궁과 동등한 Fire & Forget 능력과 함께 광섬유를 통한 비가시선 유도능력을 추가로 보유할 예정이다.
  MMP 중량은 미사일 중량 15kg에 삼각대와 조준장치 중량 11kg을 합쳐 총 26kg으로 현궁의 24kg보다는 무겁지만, 현궁 사거리가 2,500m인 것과 비교해 MMP는 4,000m나 된다.





[사진 18] 한국 육군에 배치가 시작된 현궁 대전차 미사일이다. 이스라엘 스파이크를 능가하기 위해 보다 우수한 성능과 함께 낮은 가격을 추구하였다.



  현궁의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일 것이다. MMP는 프랑스 DGA(병기국)이 400개의 발사대와 2,850발의 미사일을 발주했을 뿐이지만, 현궁은 한국 육군만 최소 2.5배 정도의 발주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파이크-MR과 경쟁하고자 보다 낮은 가격을 추구했으므로 생산 가격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다.
  현궁은 유럽시장에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상황인 만큼, 주요 방산전시회를 통해 현궁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 냉전형 대전차 지뢰


  유럽은 냉전종식 후 이렇다 할 신형 지뢰체계를 개발 및 생산하지 않고 있다. 기동화된 강력한 적에 대항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바로 지뢰이며, 국내에서는 지뢰금지 협약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최신 지뢰가 개발 및 생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화를 통해 대인지뢰를 대체할 수 있는 원격운용 통제탄이 개발된 상태이며, 적 기갑차량 상부를 상부공격 지능탄으로 공격할 수 있는 기동저지탄Wide Area Denial Munition도 개발하고 있다.





[사진 19] 왼쪽이 한화가 개발중인 기동저지탄이다. 음향 및 진동센서를 사용해 100m안의 적 기계화차량을 탐지한 후, 적 기갑차량의 상부를 향해 상부공격 지능탄을 사출한다. 오른쪽은 대인용 원격운용 통제탄이다.



  기동저지탄은 음향 및 진동센서를 사용해 100m안의 목표를 탐지한 후, 적 기갑차량 상부를 향해 상부공격 지능탄을 사출한다. 상부공격 지능탄은 적외선 센서로 전차를 탐지함과 동시에 적 기갑차량 상부를 향해 폭발성형관통자EFPExplosively Formed Penetrator를 발사해 파괴한다.
  EFP탄은 일종의 운동에너지탄이므로 통상적인 반응장갑으로 방어할 수 없으며, 기동저지탄은 전체적인 작동과정이 매우 짧은데다 상부공격 방식을 통해 현존하는 대부분의 Hard Kill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국내에서는 155mm 곡사포를 통해 살포되는 대전차지뢰살포탄RAAMRemote Anti-Armor Munition의 한국형 모델인 K320과, 그 내부에 탑재되는 K321 대전차 지뢰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20]



  K321 대전차 지뢰는 155mm 곡사포탄을 통해 운반된 후, 자기감응 센서로 적전차를 탐지해 적전차의 취약한 저판을 향해 성형작약탄을 사용한다. 기존 폭압식 지뢰가 전차의 궤도와 기동륜을 파괴하는 수준인 것과 비교해, K321의 성형작약탄은 두께 50mm 이상의 장갑판을 관통한 후 내부의 승무원을 살상할 수 있다.
  K321 대전차 지뢰는 00시간 후에 자폭하므로 지뢰금지 협약을 충족함은 물론, 적군이 지뢰를 제거하고자 건드리면 이를 감지해 폭발하는 대항기능도 가지고 있다.
  이들 최신형 대전차 지뢰는 강력한 러시아 기계화 부대를 상대로 최적의 방어효과를 달성할 수 있으며, 현재 미국 정도를 제외하고는 개발 및 생산하는 국가가 없어 훌륭한 수출상품이 될 수 있다.



• 맺 는 말


  러시아가 시작한 신냉전으로 인해 현재 성장 한계에 도달한 국내 방산업체들은 새로운 성장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에 대한 압박을 넘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여 중동지역에 대규모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국제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투자를 통해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무기시스템을 보유해야만 한다.
  현재 국제 기계화장비 시장은 기본적으로 IED 방어능력과 Hard Kill 능력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형 무기체계는 이러한 요구를 대체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현재 터키 방위산업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한국 방산업체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방위사업청과 협력해 국제시장이 원하는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