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할머니의 유연한 언어 사용의 모습을 확인해보자. 보통의 서울말 사용자 같으면 끝말을 잇지 못하고 끝날 일이나 경상도 할머니라서 유연하게 끝말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할머니 : 계란
경상도 할머니 : 란닝구[러닝셔츠]
서울 할머니 : ......^^;;
경상도 할머니 : 와예?
서울 할머니 : 외래어는 쓰면 안돼요
경상도 할머니 : 그라믄 다시 합시더
경상도 할머니 : 조~오 쪼가리~ [종이]
서울 할머니 : 단어는 한개만 사용해야 돼요
경상도 할머니 : 알았슴더 다시 해보소
서울 할머니 : 장롱
경상도 할머니 : 롱갈라묵끼[나눠먹기)]
서울 할머니 : 사투리도 쓰면 안돼요
경상도 할머니 : 그라머 함마 더해봅시더
서울 할머니 : 노을
경상도 할머니 : 을라![아이]
이런 일화가 있다.
미국으로 이민 간 두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날 전라도 할머니가 갑자기 소변이 급하여 공중변소로 뛰어 들어 갔다. 마침 화장실 안에는 경상도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전라도 할머니는 급한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노크를 했다.
"빨리 좀 나오랑께!"
그러자 화장실에 앉아있던 경상도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후꼬?"
그에 따른 전라도 할머니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으메 죽겄네, 미랑께!"
미국에서의 두 할머니 대화 속에 나타난 '후꼬'는 '후'[WHO=누구]에다가 경상도 말의 물음 어미 '-고'를 붙인 꼴이며, '미랑께'는 '미'[ME=나]에다가 전라도 말의 어미 '-랑께!'를 붙인 표현이다. 여기서 두 할머니가 미국에서 소통이 되는 것도 재미있지만, 다급한 상황에 나타나는 언어 표현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할머니의 말처럼 문장의 구조는 우리말의 형식을 사용하고 필요한 낱말만 영어로 드러내는 방식은 이질적 언어를 수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이러한 표현은 트기말[섞인말]인 이두식 표기의 일종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고민해온 표기 방식의 잔재이다. 즉, 우리말과 어순이나 형태가 다른 언어를 표현할 경우, 의미 표현에 관계하는 부분은 어휘로 대신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조사나 어미를 대신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단순한 해결법이 바로 위의 할머니 같이 의미를 나타내는 어휘적인 요소인 '후'나 '미'는 해당 어휘로 교체하고 문법적인 요소인 '-고'나 '-랑께'는 우리말을 그대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른 지역 사람들이 전라도 말이나 경상도 말을 흉내낼 경우, 가장 중요하게 신경을 쓰는 것은 해당 지역어의 억양이나 높낮이에 있는 것이 아니고 특이한 조사나 어미에 있다. 전라도 말이라면 '-랑께'와 같은 어미를 사용하고, 경상도 말이라면 '-캉, -꼬, -예'와 같은 조사와 '-래이, -대이, -재이'와 같은 어미를 사용한다.
특히 조사 '-예'의 경우는 문장이나 단어나 할 것 없이 모든 언어 환경에 쓰여서 높임의 뜻을 가지는 것이라 그 용법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대이'와 '-래이' '-재이'는 콧소리를 이용하는 발음과 함께 높임의 등급에도 제약이 있어서 그 발음과 의미 파악에 유의할 점이 있다.
우선 '-대이, -래이, -재이'의 발음은 모음이 비모음으로 발음되는 경우라 'ㅐ'에서 시작된 콧소리의 울림이 'ㅣ'로 계속 울리게 발음하기 때문에 두 모음을 끊어서 발음하면 원래의 정감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 비모음화에 의한 발음은 '조오[종이]'의 발음에서도 나타나는데 타지 사람에게는 [종오]나 [조오]처럼 들리나 사실은 [조-오]와 같이 'ㅗ'에서 시작한 비음이 그대로 다음 음절의 'ㅗ'로 이어지는 소리의 울림이 있는 사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용법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먼저 '-대이'는 "나도 간 대이. 나도 묵넌대이. 나도 감대이. 나도 묵심대이, 나도 갑니대이. 나도 묵심니대이"에서 보듯이 높임의 환경과 낮춤의 환경에서 모두 쓰이고 있는 어미인데, 어원적으로 마침형 '-다'에 확인, 강조의 '-애이'가 결합된 꼴로 '상태의 확인'의 의미를 담고 있는 어미이다.
또 '-래이'는 "니가 가거래이. 거사람은 가니래이, 할매넌 묵니래이"에서 보듯이 높임의 환경에서는 쓰이지 않는데, 이는 '-래이'의 어원이 시킴의 '-라'에 확인, 강조의 '-애이'가 결합한 꼴이라서 높임의 환경이 제약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이'는 "니도 같이 가재이"에서 보듯이 높임의 상황에는 제약이 있는데, 이는 어원적으로 청유형 '-자'에 확인, 강조의 '-애이'가 붙은 꼴이라서 높임의 제약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애이'는 약속과 다짐의 '-(어)꾸마' 어미에도 결합되어 '-(어)꾸매이'로 쓰이는데, 이때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