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사투리의 미학_04

醉月 2011. 1. 8. 08:23

사투리의 미학 <31> 선생님의 말

 
두 명의 선생님의 이야기가 있다. 먼저 충청도에서 살았던 학교 선생님이 전라도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전근을 한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문제들을 풀어가며 학생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설명 끝에 학생들에게 "이게 겨? 안 겨?" 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몰라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선생님만 바라보고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까, 선생님은 재차 "이게 겨? 안 겨?" 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계속 어리둥절해 하며, 선생님만 쳐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선생님은 "맞다, 틀리다"로 대답을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신경질을 내며 더 큰 소리로 "이게 겨?, 안 겨?"하고 말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모두 바닥에 엎드려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또 다른 경상도 출신의 선생님이 서울 학교에 임용되었다. 생물시간 연못 속의 미생물에 대한 수업 시간이었다. 연못 속에 살 수 있는 여러 생물들이 그려진 도감을 들고 선생님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야! 느거들 이거 좀 보거라. 연못 속에 미생물들이 억수로 많재! 그쟈?" 그러자 학생들이 "선생님 억수로가 무슨 말입니까?"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난감해 하면서 "억수로? 아! 억수로는 몽창시리 많다는 뜻 아이가"라고 답했다. 또 학생들이 "선생님! 몽창시리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약간 짜증이 난 선생님이 "몽창시리는… 가만있자… 생물이 연못에 미생물이 버글버글 한다는 뜻이다. 인자는 알아 듣것재?" 이에 학생들이 다시 "선생님 '버글버글'을 모르겠어요. "그러자 선생님이 "아참. 미치것네. 버글버글은… '쌔비릿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연못에 미생물이 '항거석' 있다는 말이다. 알것나?"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학생들이 "선생님. '쌔비릿다'는 말과 '항거석'이 무슨 말이지 전혀 모르겠어요"하고 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있는 대로 고함을 질렀다 "야, 이놈들아, 그 말은 미생물이 연못 속에 천지 삐까리로 있다는 말이다. 알것나!"라고 했다.



이 우스갯소리의 선생님들은 답답하고 융통성이 없고 권위적인 선생님으로 보인다. 특정 사투리 화자인 선생이 교육의 대상인 아이들의 수준과 언어 이해 정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 이 우스갯소리의 문제가 있다. 이 우스갯소리에 나타난 선생님은 안타까울 정도로 교육에 대해 무지하다. 학생들이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나 개념이 있다면 자기 스스로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살펴보아야 했다.

위의 충청도 선생은 '맞느냐 안 맞느냐'를 '겨, 안 겨'로 아이들을 윽박지르고, 경상도 선생은 "매우 많다"란 개념을 "억수로, 몽창시리, 버글버글, 새삐릿다, 항거석, 천지 삐까리"로 바꾸어 가면서 자신의 말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이러한 우스갯소리 속의 선생들은 충청도말, 경상도말을 사용해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선생님으로서의 기본적인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 더 문제이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수준에서 생각하고 전달의 효율성을 고려해서 언어를 선택해야 하는데 자신의 언어만을 고집한다는 것은 일종의 폭력에 해당한다. 서울 아이들에게 경상도 말을 쓰는 것이나 전라도 아이들에게 충청도 말은 쓰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선생님은 사투리 사용하면 안 되며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으로 정해졌다. 물론 맞는 말이다. 언어의 통합을 위해 표준어 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경상도 아이들에게는 경상도 말로 교육하고 전라도 아이들에게는 전라도 말로 교육하는 것이 지식의 전달과 설명에 더 효율적이다. 부산의 학생들은 서울말에 신기해하고 관심을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언어와 다른 서울말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리며, 닭살 돋는다며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학생 자신들이 쓰거나 접하지도 않는 말을 들으며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두 가지 모두를 신경 써야 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심지어 수능시험에 듣기 시험을 표준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말로 들려줘야한다는 것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듣기시험의 측정내용은 전달 매체인 언어가 문제가 아니라 전달의 내용의 문제이다. 수능 공부를 하는 학생에게 서울말을 중심으로 한 표준말의 짐까지 부담한다면 지방학생에게만 불리한 수능이며 공정한 경쟁 원리는 아닐 수도 있다.

듣기 교육의 공정성은 모든 학생들에게 지방의 언어를 체계적으로 교육해서 서로의 가치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기르게 하는 것이다. 서울 학생들도 전라도 말을 배우고 전라도 학생도 서울말을 배우고 경상도 학생도 전라도 말을 배우기 시작하고 이것이 중요한 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한다면 한 곳으로 편중된 어색한 통합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다.

우리 나라는 그 동안 강한 전체주의적 태도에 의해 모든 지방적 요소는 전체를 위한 도구적인 성격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 중심으로 한 중부 지방이 표준이 되고 그 표준 속에 지방의 다양한 가치는 흡수되어 그 정체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표준으로서의 한국어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역의 언어도 그 지역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느 특정 지역말이 대한 민국의 정체성을 대표할 수는 없으며 지역말이라는 정체성들이 모여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 사람에게 자신의 말로 인해 모멸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말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육의 힘에서 나온다. 광주나 대전 사람에 대한 이해는 내가 부산 사람이라는 확실한 정체성에서 출발한다. 자신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며 다른 지역 사람의 말에 귀를 열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투리의 교육은 중요하다

 

사투리의 미학 <32> `어머나` 사투리 개사

 
요즘은 주변의 언어로 취급받던 사투리를 이용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웃음과 재미를 추구하려는 시도가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도 사투리는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유행가에서도 사투리를 사용하기도 하고, 유행하는 노래를 지방말로 바꿔 부르는 개사 노래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 '트로트' 노래를 부를 것 같지 않은 젊은 가수 장윤정이 부르는 '어머나'는 흥겨운 리듬과 재미있는 노랫말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그와 함께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말로 개사한 노래가 정겨움과 재미를 더하고 있다. 먼저 유행하는 '어머나'의 각 지역 사투리를 살펴 보자.

원래 가사는 이렇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 안 돼요 왜이래요 묻지 말아요 / 더 이상 내게 물으시면 안 돼요 / 오늘 처음 만난 당신이지만 내 사랑인걸요. / 헤어지면 남이 되어 모른 척 하겠지만 / 좋아해요 사랑해요 거짓말처럼 당신을 사랑해요 / 소설 속의 영화 속의 멋진 주인공은 아니지만 괜찮아요 / 말해 봐요 당신 위해서라면 다 줄게요'

다음으로 인터넷에 유행하는 전라도말로 개사한 노래이다.

'워메에~ 워메에~ 이라지 말랑께~ / 가시나 맴은 갈대랑께여 / 안 되는디 왜 이러는디 잡찌 말랑켕께~ / 더이상 내게 기대믄 골란하당께 / 오늘 처음 만난 당신이지만 내 사랑인디요 / 헤어지믄 남이 되어 모른척 할라고야 / 좋아부요 사랑한디 허벌나게 당신을 사랑한당께요 / 소설맹키로 영화맹키로 멋진 주인공은 아닌디요 / 괜찮당께 말혀보씨요 니를 위해서라믄 다준당께로'

또, 충청도말로 개사한 노래이다.

'아유~ 아유~ 이러지 마셔유~ / 기집애 맘은 갈대라쟈뉴 / 안 된다쟈뉴 왜 이랴~ 잡지 말랬쟈뉴 / 워찌되던지간에 나한테 더 물으시면 안 돼유~ / 오늘 첨 만난 당신이지만 내 사랑이구만유 / 갈라지면 남이 되어 모른 척 해뻔지겠지만 / 좋아햐~ 사랑햐~ 꽁갈처럼 당신을 사랑해유 / 소설 속에 영화 속에 멋진 주인공은 아닐티지만 괜찬아유 / 얼릉 말해 봐유 당신 위해서라면 까징거 다 줄꺼구만유'

마지막으로 경상도말로 개사한 노래이다.

'와!~ 와!~ 이라지 말라카이~ / 가스나 마음은 갈대라카이 / 안된다안하나 와이카노 잡지 말라카이~ / 더이상 내한테 물으시며는 안댄다카이 / 오늘 첨으로 만난 니지만 내 사랑이라안하나 / 헤아지면 남이 되어 모른척 해볼끼지만~ / 좋아한다 내캉살자 거짓말처럼 니 사랑한다안카나 / 소설속에 영화속에 멋째이 주인공은 아이지만서도 / 게안타카이 말해보거레이 니가 잘 된다카몬 다 주께 ~'

위와 같이 인터넷에 유행하는 가사는 전라도 말의 '-랑께' 충청도말의 '-유' 경상도 말의 '-카이' 등과 같이 각 지방의 특징적인 어미[씨끝]가 반영되어 있어서 지방의 특색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경상도 노랫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경상도 노랫말은 다른 지방에 비해 무뚝뚝한 편이다. 그것은 경상도 노랫말의 어미를 '-카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원래 경상도말 '-카이'는 '안 된다 카이' '맞다 카이' 등과 같이, '-라고 하니'의 구성으로 '왜 안 믿니, 내가 확신하는데'의 뜻으로 '확인, 반문'의 의미를 가지는 어미이다. 그래서 경상도 개사 노래는 본래 노래에서 보이는 부드럽고 상냥한 정서에 어울리지 않으며, 상대 남자를 높이는 어조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퉁명스럽다는 오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많다.

만약 다른 지역의 사투리 노랫말도 모두 반말투로 개사되면 문제가 될 것도 없지만 유독 경상도 노래에서만 반말적인 어투를 선택하는 것은 일종의 편견의 오류이다. 이 노래는 경상도의 무뚝뚝함을 염두에 두고 개사한 것으로 보이는 데, 경상도 노랫말도 이러한 반말투 '-카이' 말고 부드러운 '-라예'를 선택했다면 본래 노랫말보다 더 상냥하고 애교 있는 표현이 될 수 있다.

또한 감탄사 '어머나'를 전라도 말에서는 '워매에, 워매에', 충청도 말로는 '아유, 아유'로 잘 바꿨지만 경상도말에서 '와, 와'로 바꾼 것도 경상도말이 가진 본래의 말맛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경상도말의 놀라움을 표시하는 감탄사는 상황에 따라 '우짜노, 우야꼬, 얄굿데이, 엄마야, 시아마시야 …' 다양한 형태가 있으므로 이 중에 하나를 골라 쓰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와'는 물음의 표시로 다른 남자에게 받은 놀라움의 표현으론 어울리지 않는다.

또 개사 노랫말에서 '여자'의 표현으로 전라도 말에서는 '가이나' 충청도 말에서는 '지지배', 경상도 말에서는 '가시나'로 나타난다. 그런데 경상도 말의 '가시나'는 다른 사람에겐 쓸 수 있어도 본인에게는 쓰지 않는 표현이므로 '여자'는 '애자[여자]'나 '지집[계집]'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아니면 여자가 본인이므로 '지'나 '내'로 쓰는 것이 옳다.

경상도 말에서 '안 된다' 같은 부정적인 표현을 부끄럼이 있는 여인이 응답할 경우엔 '언지예, 어데예, 뭐할라꼬예'와 같은 은근한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개사한 경상도 '어머나' 버전이다.

'우야꼬! 얄궂어라! 이라지 마이소예. / 지 맴은 갈대라 안 합니꺼. / 언지예 어데예 와이랍니꺼. / 묻지 마이소 더 이상 내자태 묻지 마이소 / 오늘 한 분 만났지만 지는 당신꺼라 안 합니꺼 / 안 만나모 시저시저 남이 되뿌지만 / 좋아합니더 사랑합니더 지가 억수로 당신을 사랑한다 아인교 / (당신이) 소설이나 영화에 비는 멋쨍이가 아니라캐도 난 좋은기라예 / 개안심더 말해 보이소 당신한태 말카 다 준다 안합니꺼'

요즘의 사투리 개사는 재미만을 추구하려는 경향에서 비롯한다. 또 유행하는 사투리 노랫말은 그 출처가 불분명하고 만든 사람도 확실하지 않아서 특별히 책임을 지을 수 없다. 그러나 마구 양산되는 사투리의 개사는 한 때의 무책임한 재미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개사 노랫말이 재미만을 추구한다면 본래의 사투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말맛을 왜곡하고, 특정 지역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정할 우려가 있다.
개사 노랫말이 재미 이전에 기존의 질서와 관념을 부정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면, 사투리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바꿀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노랫말의 사투리 개사는 해당 낱말을 일대일 대응 방식으로 사투리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노래의 정서와 느낌을 구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서 사투리가 가지고 있는 깊은 말맛을 살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투리의 미학 <33> 난닝구와 빽바지

 
  평상복차림으로 국회에 첫 등원, 일부 의원들의 거센 항의로 의원 선서를 못한 채 머쓱해 하는 유시민의원.
최근 정치권에서는 '난닝구와 빽바지'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난닝구'는 열린 우리당 전당대회 때 유시민 의원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통합을 외치는 문희상 염동연 후보를 비판하는 용어이다. 이 말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사수파'와 '발전적 해체 뒤 신당 창당파' 사이에 다툼이 있던 민주당 당무회의장에 당직자가 러닝셔츠 차림으로 나타나 소란을 피운 것을 근거로 '난닝구'를 '기득권을 고수하고 패거리 주의를 만드는 세력이 완력에 기댄 비합리성을 가진 호남 지역주의'라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이와 달리 '빽바지'는 유시민 의원이 첫 국회 등원 때 흰색 면바지를 입고 등원한 것을 빗대어 부르는 말로 형식과 관습을 무시하고 무조건 튀고 보자는 세력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특히 이 말은 원리주의적으로 급진적인 정치판 뒤집기 세력의 의미로 유시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를 부르는 말로 쓰고 있다.

특정한 정치 세력을 서로 별명으로 부르고 있는 것도 재미있지만 표준어가 아닌 '난닝구'와 '빽바지'가 정치판에 별명으로 그대로 사용되는 것이 더 흥미롭다. 원래 '난닝구'는 '러닝셔츠'의 일본식 발음인데 경상도말처럼 쓰는 낱말이다. 일본말은 발음의 편의를 위해 긴 외래어는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고, 음절 구조가 특정한 ㄴ, ㅇ 받침 외는 허용하지 않으며, 5개의 모음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일본말의 특징은 축약이 빈번하고 모음이 6개로 제한되어 있는 경상도 말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래서 일본말은 경상도 사람들의 언어 구조에 쉽게 인식되어 경상도말처럼 인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경상도 말은 일본사람에게는 높낮이, 발음하기 힘든 받침 등 특이성 때문에 쉽게 습득되기 어렵다.

또, '빽바지'는 '흰색 면바지'를 말하는 속어이다. '흰색 면바지'는 때가 쉽게 타서 보통은 입기 어려운 바지이지만 젊은 사람들이 멋을 내기 위해 많이 입기 때문에 '백바지'로 불렀다. 젊은이들의 '백바지'는 첫 음절 된소리 되기(어두경음화)에 따라 '빽바지'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원래 어두경음화는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남부 지방의 특징적인 음운 현상이었으나 이제는 우리 나라 전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되었다.

이 어두 경음화의 세력 확대는 강한 어두 음절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성향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쐬주(소주) 까죽(가죽) 쭝국(중국) 등과 같이 자극적이고 강한 말을 사용하려 하는 젊은 언중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며 이제는 모든 계층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부산말에서 특정한 부류의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히뿌이'라고 하면 '히뿐사람' 즉, 헤픈 사람이라는 뜻이고, '깽깨이'라고 하면 '깽깽이처럼 시끄럽고 수다스러운 사람'의 뜻이다. '헐지이'이라고 하면 입이 헐어 째진 사람인 '언청이'를 지칭하는 말이고, '허더푸리'하면 '단정하지 못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풍재이'라고 하면 '허풍'을 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러한 경상도 말의 지칭말은 특성이나 부류를 나타내는 말 뒤에 사람을 뜻하는 '-이, -애이, -개이, -뱅이, -재이, -보'가 붙어서 만들어 진다.

'-이'는 사람을 나타내는 일반적이 접사이며, '-애이, 개이'는 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에 붙이는 접사이다. '-뱅이'는 사람을 뜻하는 '-방'에 '-이'가 같이 붙은 꼴이며, '쟁이'는 '장이'를 속되게 부르는 말이다. '-보'는 '울보, 짬보'와 같이 다른 표준어에서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접사이다. 만일 덜렁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덜렁거린다'는 뜻의 '털털하다'에다 '-뱅이'를 붙여 '털페이', 인색한 사람은 '인색하고 더럽다'는 뜻의 고유어 '다랍다'에다 '-이'를 붙이 '다렙이'로 만들어진다. 더러운 사람이면 '추접다'(더럽다)에서 '추제비'로 만들어진다.

사람을 잘 꼬집는 사람이 있다면 째비다(꼬집다)에 '-재이'를 붙여 '째빈재이'로 나타난다. 바보같은 사람은 '축'(바보)에다 '애이, 앵이'를 붙여 '추깽이, 추깨이'로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칭어 중에 특이한 것은 '초콜래비, 골골래, 뻘따이, 반그치, 삘내미' 등이 있다.

초콜래비는 (얼굴이)좁은 꼬라지('꼴'의 속된 말)'에서 변이된 말로 '얼굴이 좁은 못난 사람'이란 뜻이다. '골골래'는 '골골' 즉, 어떤 부분이든지 골고루 잘하는 사람으로 여러 일에 관여하는 사람으로도 쓰이는 낱말이다. '뻘따이' 혹은 '뻘때추니'는 뻘대처럼 투박한 '말괄량이'를 뜻한다. '반그치'는 '반 것' 즉, '온전하지 못하고 조금 모자라는 사람'이란 뜻으로 같은 말로는 '반푸이'가 쓰인다. 또, '삘내미'는 '삘삘거리며 울다'는 뜻에서 '잘 우는 아이'를 뜻하는 말이다. 이처럼 부산에서 사람을 부르는 말은 동작이나 행동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며 뒤에 사람을 나타내는 접사를 붙여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지칭어는 존재에 대한 인식의 태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지칭어는 추상적인 존재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친근성을 나타내는 수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칭어가 부정적인 멸시적인 감정을 부여해, 서로간의 구분을 위해 차별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위의 정치인들 이야기처럼 '하고재비'(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사람)가 '덩더꾸이'(아무것도 모르면서 끼어 드는 사람)처럼 격식 없이 '난닝구'만 입고 나서는 사람도 '싱기비'(싱거운 사람)이지만 '빽바지'만 입고 '난다이'(제멋대로 구는 사람)로 나선 사람도 '고깨이'(웃기는 사람)이다. 또한 서로 반목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수용하지 않는 '쫌패이'(옹졸하고 못난 사람)같은 '조막디이'(조그만 사람)는 우리 사회의 너그러움을 죽이는 '히깨이'(망나니)이다. 우리 모두 '차돌빼이'(야무진 사람)처럼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람 특성을 지칭하는 경상도말

거처이 : 언행이 바르지 못한 사람
농띠이 : 게으른 사람
늑바리 : 행동이 느린 사람
또디기 : 바보, 못난 사람
메구 : 어떤 일에 능통한 사람
빙골이 : 약골, 항상 골골하는 사람
빠꿈이 : 어떠한 일에 정통한 사람
시분다이 : 싱거운 사람 = 싱게비
어바리 : 좀 모자라는 사람
용태배기 : 순하기만 하고 무능한 사람
지난다이 : 제멋대로 구르는 사람
질나이 : 능숙한 사람
촉새 : 입이 가벼운 사람
칠띠기 : 칠삭둥이

사투리의 미학 <34> 호칭어

 
물에 빠진 사람들은 누구나 도움을 청한다. 이 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사람 살리라"라고 외치지만 영어권의 사람들은 "help me(헬프 미)"라고 한다. 물론 경상도 사람은 "여 사램 살리라"고 하든지 "사램이 죽는다"라고 한다. 여기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사람'이라고 지칭하는데 비해 영어권 화자들은 '나'로 지칭한다는 것은 특이한 점이다. 동일한 존재를 '사람'이라고 지칭하는 것과 '나'로 지칭하는 것은 존재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반영한다.

자신을 소개할 때, 서양 사람은 '성실하다, 친절하다, 축구를 좋아한다' 등과 같이 자신의 성격이나 자신의 행동을 위주로 설명하는 경향을 보이며, 동양 사람은 '나는 친구와 같이 노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한다'와 같이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관계를 동원하여 대답한다. 이렇듯 동양 사람은 사물의 관계에 따른 범주로 인식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어서 주체적 개념보다는 범주적인 개념을 주로 사용한다. 이에 반해 서양 사람은 사물의 본질에 충실하여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범주적 인식보다는 개체적 인식으로 사물을 이해한다.

그래서 특정한 사고가 나면 서양 사람들은 사고의 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고가 난 배경과 환경을 중요한 문제로 제기한다. 특히 우리나라 매스컴에서는 특별한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의 성장 과정에 따른 특이함을 자세히 설명하고 주변적인 인물의 평판, 교우 관계 등 사건과 관련없는 내용을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이 언어 인식적 측면에서 동양 사람은 서양 사람들보다 사건간의 관련성을 잘 파악하고 주변 환경에서 개별적인 사물을 분리하는 문제에선 서양 사람들보다 어려워한다. 또 서양 사람들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적인 요인은 무시하고 그 사람의 내부 특성만 강조하며 동양 사람들은 어떤 일이 발생하고 나면 '내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지'라는 예측적 성향을 강하게 보인다. 더욱이 서양의 유아들은 동사보다도 명사를 더 빠른 속도로 배우는데 비해 동양의 유아들은 명사보다도 동사를 더 빨리 배운다. 언어적 표현 역시 명사 중심의 서양 언어와 동사 중심의 동양 언어로 구분된다.

그래서 우리말은 '첫사랑하시었겠습니다'와 같이 동사에 '높임, 과거, 추측, 서술' 등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서술어의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전달하는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없다. 또 미국 사람과 한국 사람에게 여러 색깔의 볼펜을 선물로 주면서 고르라고 할 때 미국사람은 가장 희귀한 색의 볼펜을 고르고 우리 나라 사람은 가장 흔한 색깔의 볼펜을 고른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는 서양사람과 자신의 개성보단 집단의 인식을 더 고려하는 동양 사람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개성적 성향의 서양 사람과 집단적 성향의 동양 사람의 차이는 언어에서 나타나고 이러한 언어의 사용은 그들의 고유한 인식을 강화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러한 관계적 인식의 대표적인 표현은 상대를 높이고 낮추는 대우법과 호칭어에서 잘 드러난다. 대우법과 호칭어는 특정한 체계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틀에 벗어나면 어색하게 여겨지거나 되바라진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다. 또 지역별로 그 등급이 다르고 사용되는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잣대로 판단해서는 편견이 생기기 쉽다.

예를 들어 경상도에서 "할매 니가 안 그랬나, 할배 니가 무라 했제" 등과 같이 상대가 손윗사람일지라도 특별한 비격식 상황에서 반말투의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또 가까운 형님뻘 손윗사람에게는 '자네'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이런 점으로 다른 지역 사람들은 위아래가 없이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경상도 말은 '할마시, 할매, 할무이'나 '할바시, 할배, 할부지' 등에서 보듯 격식에 따라 다양한 호칭이 있기 때문에 특정한 집단에서 격식을 갖추지 않고 하는 말을 일반화하는 것은 잘못이다.

경상도 말에서 '할마시나 할바시, 할매탕구, 할배탕구' 등은 속된 표현이며, '할매나 할배'는 평칭이며 '할무이'나 '할부지'는 높임의 표현이다. 공식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친밀감의 표현으로 '할매'나 '할배'를 쓸 수 있으며 부름말이나 높임의 의미로 '할무이'나 '할부지'를 쓴다. 그러나 속된 표현의 '할마시, 할바시'는 본인의 가족이외 타인을 지칭하는 데는 평소에 쓰이지 않으며, '할매탕구, 할배탕구'는 욕이나 비하의 의미로 쓰일 뿐이다.

덧붙여 노인을 '나만 사람'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평칭이지만 노인을 대접하여 부를 때는 '어런시, 어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어런시'는 경상도 말의 특이한 유형인데 '어른'에 높임의 '시'가 뒤에 붙은 특이한 꼴이다.

또 '할배 니' '장군 니'는 격식적인 표현이 아니며 나이가 적어서 체면을 모르고 어리광을 부릴 때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호칭 뒤에 '니', '지그' '저그' 등과 같이 불필요한 수식하는 말이 붙는 것도 경상도 호칭의 특징인데, '철수 지그 아배, 순이 지그 엄마, 저가바이'처럼 부류의 지칭을 한번 더 언급하면서 관계를 규정하고 확인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경상도 말 '자네'는 예사 낮춤으로 쓰이는 호칭어이다. 높임의 뜻으로 쓰이는 것은 '당신'으로 지칭되며 예사 낮춤으로는 '자네' 아주 낮춤으로 '니, 재개, 이핀'이 쓰이는 경향이 있다. '재개'는 토박이들이 자기와 같은 부류의 상대로 인식할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은 "재개가 해 놓고 와 야단고?"에서 사용되는 것처럼 '자기'들의 뜻인데 옛말 '자기'라는 뜻의 '자갸'에서 변한 말로 보인다. '이핀'은 '이녁'과 같이 이쪽이라는 뜻인데 다른 지방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쓰는 말이지만 경상도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 쓰이는 것이 특징이다.

인간의 만남은 대상에 대한 호칭과 지칭에서 비롯된다. 그렇기 때문에 호칭과 지칭은 공동체 언어 생활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호칭과 지칭 방식은 높임법처럼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인식과 태도를 반영하는 산물이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할배 니'라는 비격식적인 호칭과 지칭 방식의 남용은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오해와 편견을 조장할까 염려된다

 

사투리의 미학 <35> 촌스러운 경상도말 어휘

 
사람들이 선사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화 발전에 기여한 발명품을 순서대로 조사한 적이 있다. 1위가 무엇일까? 전기, 컴퓨터, 불? 아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수세식 변기를 1위로 꼽았다. 우리들의 인식으론 수세식 변기가 뭘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서양인들에게는 지독한 냄새와 처리과정의 복잡함으로 인해 그들의 고통이 매우 심했기 때문에 수세식 변기는 대단한 것이라고 한다.

또 서양인의 양산과 하이힐도 이러한 처리과정과 관련해 생긴 것이라고 하니 수세식 변기는 그들에겐 골치 아픈 배설물 처리를 해결한 획기적인 발명품임엔 틀림이 없다. 과거 중세 유럽에서는 아침이 되면 밤새 집안에 모아 두었던 배설물을 집밖으로 처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이층에 사는 사람들이 모아둔 배설물을 창문으로 내다버려서 거리엔 온통 배설물 냄새가 진동하고 발에 밟히기 일쑤였다고 한다. 심지어 길을 걷다가도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배설물을 걱정하며 거리를 걸어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하이힐을 만들어 신고 배설물을 피해 걷고, 대낮에도 파라솔을 만들어 들고 다니며 위에서 떨어지는 배설물로부터 옷을 보호하려 했다고 한다. 이 점을 생각하면 서양인들에게 수세식 변기는 아주 중요한 문화적 지표임에 틀림없다.

이에 반해 재래식 변소는 이른바 '푸세식'이라 지독한 냄새와 불결한 처리과정으로 인해 세련되지 못한 촌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농경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재래식 변소는 순환을 기본으로 한 배설물의 효율적인 처리 과정이므로 전혀 촌스러운 것이 아니다. 수세식 변기가 세련된 것이라는 생각의 밑바탕에는 배설물은 더러운 것이며, 안 보이는 것이 없는 것이라는 단순히 외형적인 가치에 묶인 현상학적인 태도가 깔려 있다. 수세식 변소의 맹점은 집에서 보낸 그 물이 눈으론 보이지 않는 순환 과정을 거쳐서 다시 우리 가정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서양 사람들은 배설물이 그냥 눈에서 사라져 깨끗하게 처리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물로 걸러진 배설물이 하천을 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에 흘러간 물을 물고기가 마시고 먹어서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간과한, 촌스러운 생각이다. 그러나 '푸세식'은 모아진 배설물이 거름이 되고 나중에 배추나 무들의 양분이 되어 우리들에게 먹을거리로 다시 돌아오는 적절한 순환 과정을 이룬다는 점이 중요하다. 재래식 변소의 순환의 질서는 안 보이는 것에도 일종의 순환이 존재한다는 인식의 소산으로 이해된다면 촌스러움의 이미지를 넘어서 인간을 생각하는 세련된 인식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처럼 문화의 세련됨과 촌스러움도 결국은 단순한 현상적인 가치만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근저에 자리하고 있는 인식의 차이와 함께 비교할 때 비로소 나타날 수 있는 개념이다. 언어도 문화의 일부라 할 때, 타 언어에 대한 인식도 단지 외형적 가치만의 비교가 아닌 인식과 문화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에 나타난 외지인들의 경상도 말에 대한 인식은 극과 극이다. 가장 짜증나는 말도 경상도 말이요, 멋있는 말도 경상도 말이고, 좋아하는 말도 경상도 말로 나타난다. 이는 신기함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낯섦과 촌스러움으로 인지한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으로 표출된다. 그런데 다른 지역 사람들이 경상도 사투리 중에 가장 촌스러운 것으로 거론하는 낱말은 무엇일까?

모든 어휘가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딸딸이(슬리퍼), 쌔때(열쇠), 봉다리(봉지), 구녕(구멍), 동글뺑이(동그라미)' 등이 촌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언어를 촌스럽다고 규정하고 그 낱말을 확인하는 것도 촌스러운 일이지만 그들의 언어적 환경과 인식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언어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경상도말의 촌스러운 낱말은 인식의 편이에서 오는 경제적 행위의 소산이거나 발음의 편이에서 오는 단순한 어형, 과거 중세말의 흔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먼저 경상도말 '딸딸이'는 '슬리퍼'에서 나는 소리에 따라 붙인 말이다. '슬리퍼'는 발음도 어렵고 그 대상이 인식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사물의 특성인 '딸딸'거리는 소리에 착안하여 '딸딸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경상도말은 인식의 편이를 위해 사물의 구체적인 특성을 그 명칭으로 붙이는 것이 특징인데, '경운기'를 '기웅기'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 소리가 '탈탈'거린다고 해서 '탈탈이'라고 명명하는 것도 이와 유사한 것이다. 또 '장끼, 까투리'로 암수를 구분하는 어려운 말보다는 '암꽁, 수꽁' 등과 같이 쉬운 말로 인식하는 것도 이와 유사한 방식이다.

경상도말 '쌔때'는 '쇠로 만든 대'란 뜻의 '쇠대'에서 온 말로 '열쇠'의 옛말이다. '자물쇠'는 '쇠로 만든 통'이란 뜻의 '쇠통'(쌔통)으로 불린다. 보통 '자물쇠'와 '열쇠'는 잠그고 연다는 기능에 초점을 둔 말이라면 '쇠통'과 '쇠때'는 '쇠로 만든 통과 대'라는 재질과 형태의 특이성에 따라 붙인 명칭이다.

이와 함께 '봉다리'는 한자말 '봉지'의 '봉'에다 '-다리'를 붙여 만든 것으로 '-다리'는 작은 물건에 붙이는 '-아리'의 변이형이다. '끈'도 긴 것은 그냥 '끈'이지만 작은 것은 '끈'에 '-아기/애기'를 붙여 '끈애끼'로 쓰거나 '-다리'를 붙여 '끈다리'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또 '구녕'은 '군녕'으로도 나타나는데 이는 옛말 '구녁'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형태이다. 경상도 말은 옛말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일종의 중세국어의 화석과 같은 말이라 특이한 어형은 중세어를 비교하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낱말이 많다.

마지막으로 '동글뺑이'는 '동그랗다'에서 '뱅이'를 붙인 말인데, 이 '뱅이'는 둥금에서 연유된 '방'에 이름씨를 만드는 '-이'를 붙여 만들어진 말이다. 세모난 것은 '세모재비', 네모난 것은 '네모재비'라 하는 것도 '세모, 네모'에 '-잡이'를 붙인 말로 '동글뺑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이처럼 이상하게 보이는 경상도말의 낱말도 인식의 편이나 발음의 편이를 위한 것이거나, 옛말의 흔적을 간직한 말일 뿐이다. 단지 하나의 낱말을 자신의 언어와 비교해 평가하거나 그 말을 사용하는 화자들의 인식을 이해하지 않고 현상만 판단하면 대상의 언어가 생소하거나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결국 경상도 말에 내재한 인식들을 자세히 이해해야 그 촌스러운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모든 타지역 언어를 현상만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것은 촌스러운 것이며 그 현상 속에 스며든 그들의 인식을 추적하고 그들의 정신 세계를 이해해서 그 언어를 평가하는 것이 세련된 것이다.

사투리의 미학 <36> 마산 아구 할매

 
'아구'는 굶어 죽은 귀신인 '아귀'의 경상도 말이다. 찜으로 유명한 아구는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물꽁'으로 부르고 있는 물고기로, 입이 다른 부위에 비해 유별시리 크다. 그래서 경상도에서는 마구 먹는 사람을 '아구겉다'라 하거나 '어구야(아귀야) 먹는다'고 한다. 또 전라도 지방에서 쓰는 '아구찌다'란 말도 있는데, 이는 '남이 잘되거나 좋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부럽고 샘이 나고 욕심이 나다'라는 뜻으로 쓰는 유행어이다.

이 아귀는 수컷은 꼬시래기(문절망둥어)처럼 작은데 비해 암컷이 커 여성 우위의 물고기로도 유명하다. 아귀는 마산지역에서는 약간 말린 것으로 찜을 하는데 다른 지역보다 별난 맛을 지니고 있어 마산의 토속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마산에선 이런 아귀찜보다 더 유명한 것이 '아구 할매'라 한다. 이 '아구 할매'는 아귀찜을 하는 할매로 걸출한 입담으로 중부 경남 사람들의 입을 대변하는 마산MBC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6시10분부터 5분간 방송되는데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에 차 안에서 듣는 '아구할매' 목소리는 듣는 사람들에게 힘든 일상을 말끔히 씻어준다. 이 '할매'는 질퍽한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그날 발생한 시사문제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내용으로 '아사모'(아구할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좋은 프로 그램이다. 그 내용의 일부를 살펴 보자.

"천만 영남인덜아이~ ~ 태풍에 밸 일 없었나? 특히나 농사 짓는 사램덜은 태풍 때매 노심초사했제? 울매 전에요 마산 엠비씨 열전노래방에 노래 부리러 온 분도 창녕서 꼬치 농사를 한다 카더라꼬. 직접 키안 꼬치를 한 박스 들고 와가꼬 노래 부리러 온 분덜하고 다겉이 나놔묵었능데 이분 태풍에 밸 피해 없었능강 모리것다. 보몬 노래 좋아하능 사램덜이 맴씨도 좋아. 사실 창녕서 요 마산꺼지 꼬치 들고 오능기 보통 일가? 전에 우뚠 할배가 꼬치 한 자리를 들고 빠수를 탔더라꼬이. 솔아터진 빠수안에서 꼬치 자리를 이리 들고 저리 들고 댕기쌌다가 게우시 자리 앉은 처이 앞에 꼬치 자리를 놓고 서가 있더만은. 할배가 "보소 보소 처이, 다리 좀 벌기 보소." 카능기라. 처이가 "와예?" 카이 할배가 큰 소리로 "꼬치 옇구로." 이래가 자리 앉은 처이 앞에 꼬치 자리를 세아 놓고능 가능데, 빠수가 급정거를 해가꼬 꼬치 자리가 넘어삤졌능기라. 할배 왈 "처이야 꼬치 쫌 세아주라." 다음 빠수정류장에서 또 빠수가 급정거를 해가꼬 꼬치 자리에서 꼬치가 몇 나 빠졌능기라. 할배가 "처이야 꼬치가 빠졌능데 쫌 잡아 여 주몬 안 되것나?" 이래 할배가 꼬치 자리를 들고 자꾸 처이한테 꼬치를 열란다, 세아주라, 잡아주라, 끼아주라 캐 싸이 처이 낯짝이 벌겋이 해가꼬 있서이. 뒤에 앉아 있던 할매능 "아이고 할배 꼬치 좋다, 내는 오데서 저런 꼬치를 구하노?" 이래 쌌능거 있제.

이 프로그램은 입담 좋은 할매가 손자나 나이 적은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들려 주는 구수한 이야기를 듣는 듯해서 살아있는 경상도 말 교육 자료라 할 수 있다. 특히 할매가 반말로 던지는 말투는 방송에서는 금기시되고 있지만 오히려 그 파격이 자연스럽다. 특히 성과 관련된 은근하고 감칠맛 나는 경상도식 유머는 우리들의 웃음을 자아낼 만큼 재미있다. 보통 방송에서 하는 경상도 말은 진짜 경상도 말이 아니라 무늬만 경상도 말인 경우가 많은데, 이 아구 할매는 더러 일본말도 쓰고, 영어도 써 가며 실제 언어생활과 유사한 상황으로 이끌어 간다. 특히 아구 할매가 일제 때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화가 날 때는 '왜놈말(일본말)인 '벤또'(도시락) '시마이'(끝마침) '사라'(쟁반)를 쓴다. 그러다가도 "아이쿠 '쏘리'(미안)다" 해 웃음을 자아낸다. 아구 할매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실제 생활에서 겪는 경험담이며 젊은이들의 생각도 함께 고려하는 내용도 많다.

"오이야~ 내왔다이. 우리 점빵에 홀싸빙하는 나매 구할라꼬 푸로백수 우리 손지한테 조~오 쪼가리에다가 글 씨가 전봇대에 가따 부치라캤어. 그래, 머라씻는가 함 보이 어척이 엄더라. "아르바이트 억수로 급함! 시간, 와? 잠 몬자게 할까봐서 그라나 식대, 밥집서 밥 굶기겠나! 시급, 와? 때돈 벌구로! 시끄럽다 고마 함 와봐라!" 이기 머꼬? 다시 씨라캤드만, 오시 아~덜한테는 이리 씨야 믹힌다꼬. 끝내 가따 부치더라. 울매나 올랑가 모리것다. 우떨때는 이리 방 씨가 부치는 기 사램덜한테 씨게 믹힐 때가 있긴하더라. 오늘 저녁에 신가가 아구동 아파토 반상회 한다꼬 일하다가 말고 왔다카대. 사정이 있으모 반상회 몬갈 수도 있제 그리 가야 되나? 카이. 지도 그랄라 캤는데, 반상회 방을 보이 안갈 수가 엄더라네. '반장하고 운영위원을 뽑십니더. 꼭 도장들고 오이소! 참 그라고, 오늘 안 온 사램덜 가운데서 뽑겠십니더' 카더라. 이만하면 시대에 뒤떨이지지 않는 할매다.

부산에도 마산의 아구 할매와 같은 프로그램이 '자갈치 아지매'이다. 방송이 만삼천 회가 넘을 정도로 오랜 시간 부산의 대변자 역할을 해 온 '아지매'이다. '자갈치 아지매'는 옛날 일본사람들이 남항 쪽 바다를 메우기 전 남포동은 물이 빠지면 바닥을 드러내는 자갈밭이었는데, 이 바닷가에 일본인들이 1924년 남빈시장이라 하여 시장을 연 것이 자갈치시장이고, 해방 후 생계의 방편으로 자갈치시장에서 건어물, 해조류를 판자 위에 올려놓고 장사를 한 이들이 '몸뻬' 차림의 '아지매'로, 억척스런 '자갈치 아지매'들이다. '자갈치 아지매'는 마산의 아구 할매에 비해 젊은 사람이라 말이 교양있게(?) 높임말로 진행되며 점잖은 편이라 부산말의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없다. 또 아구 할매가 사회의 모든 문제를 중심으로 입담을 펼치는데 비해 수줍은 '자갈치 아지매'는 지역의 현안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동네댁이다. 그러나 비린내 물씬 나고 투박한 '자갈치 아지매'가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짚어 주는 한 우리 부산은 희망이 있다. 마지막으로 '아구 할매'의 '경상도 표준말' 이야기를 들어 보자.
"월드컵 끝나고 낙이 없다꼬 울지말고 인자 우리 자신을 응원해야 안 되것나? 우리 자신을 응원하라능 말이,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고. 또 우리가 살고 있능 지역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애끼고 투자하자능기라. 우리가 속한 영남, 우리가 씨능 갱상도 포준말을 무시를 하고, 서울 좋다 좋다 카것노? 안 글나? 마산에 아구할매능 자신을, 영남을, 갱상도 포준말을 응원하자, 이 말 빠이다이. 내능 인자 갈란다."

사투리의 미학 <37> 아주라

 
'아주라'란 말이 무슨 뜻일까?

'아주라'로 붙여 쓰면 이란의 시아파에서는 후사인이 순교한 날을 말한다. 이란의 '아주라' 기념일에는 매년 10일간에 걸쳐 순교제가 치러진다고 한다. 그러나 '아 주라'는 롯데 자이언트 야구단을 응원할 때 사직 구장에서 쓰는 말로, 파울볼이나 홈런볼을 어른이 잡았을 때 '아이에게 주라'는 뜻의 다른 관중의 애정어린 강요의 말이다.

이 말은 경상도 사람도 높낮이가 실현되는 입말에서는 쉽게 이해되는 말이지만, 그냥 글말로 나타낸다면 그 뜻을 선뜻 말하기 어렵고, 다른 지역 사람들은 매우 낯설게 생각해서 자주 묻는 말이다. '아주라'는 무뚝뚝할 것 같은 경상도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가지는 은근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배려의 말로 다른 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는 말이다.

원래 이 말의 시초는 대구 야구장이라 한다. 삼성 라이온즈는 어린이 팬이 가장 많은 구단이었고 대구 야구장에는 어린이들이 가장 많은 구장이었다고 한다. 경기 도중에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날아갔는데 이 파울볼을 어른과 어린이가 동시에 잡았다. 그러나 이 파울볼은 힘이 센 어른이 뺏다시피 가져가서 공을 가지고 싶었던 어린이가 울고 말았다. 그 광경을 본 모든 관중들은 "아 주라"를 외쳤는데 공을 잡은 어른이 관중의 강요에 못 이겨 파울볼을 어린이에게 줬다고 한다. 그 후 파울볼만 나오면 관중은 볼 것 없이 "아 주라"를 외쳤고 어른들은 공을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

경상도말에서는 '아'와 '알라, 얼라'는 다르다. '아'는 어린 아이를 말하지만 '얼라'는 '갓난 아이'를 지칭하는 말이다. '얼라'는 '깐얼라(간난 아이)'로 나타나는데 귀엽게 말할 때, '똥까지'(똥강아지), '강생이'(강아지) 등으로 부른다. 아이들 중에서 잘 우는 아이는 '삘남이', '삘냄이'라고 하고 '어린정'(어리광=엉정)을 부는 아이를 '엉받이'(응석받이)라고 한다. 또 아이가 다부지거나 야무진 경우엔 '매타분타'라고 한다.

아이가 오동통한 경우 '둘지다, 툭지다'라고 하며, 아이가 누구를 닮았을 경우 '탁하다'(닮다) 혹은 '가라빼다'란 말을 쓴다. 어떤 것과 닮은 점을 이야기 할 경우는 '비색'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또 '어미가 아이를 배면 그 위의 애가 밥을 먹지 않고 여위는 것'을 '아시타다'(동생보다)라고 하며, 아이를 낳았을 때 새끼줄에 고추 숯 미역 따위를 달아 대문에 걸어두는 금줄을 '건구 겅구 긍구'라 한다.

어린 아이가 '교활하고 밉살스러운 태도'를 보일 때, '개살스럽다'라고 하고 젖먹이 아이가 두 입술을 떨며 '투루루' 소리 내는 일을 '따부리' 혹은 '따불'(투레질)이라고 하며, 다른 지역에서는 '두부래기, 다부래기'라고도 한다. 이런 '따부리'를 하면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어서 자주 하게 될 경우 나무라는(머라 쿠는) 일도 있다.

아이들을 업는 포대기를 '두디기'라고 칭하고, 아기가 똥을 눌 때 얼굴을 찡그리며 안간힘을 쓰는 행위를 '엉깨'라고 하기도 한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옛날엔 특히 어릴 때 손 마마(천연두)를 앓다가 죽은 아이들이 많았는데, 경상도 지역에서는 마마를 앓다가 죽은 계집 아이 귀신을 '공지이'라고 부른다. 이 '공지이'는 다른 여자에게 지피어서 길흉화복을 말하고, 모든 것을 잘 알아 맞춘다고 하는 '태주할미'의 다른 이름이다.

보통 우는 갓난 아이를 달래거나 함께 놀며서 하는 소리를 '아이 어르는 소리'라 하는데, 아이 어르는 소리는 지역별로 다양한 소리들이 있다. 이 아이 어르는 소리는 생후부터 3세까지 신체 기능의 발달을 위한 여러 노래가 존재하며 신체의 여러 운동 기능과 더불어 언어 감각 향상, 지능의 발달, 공간 감각의 증대를 위한 여러 동작을 가미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경상도에서 어린이를 좌우로 흔들어 기울이며 어르는 소리인 "불메 불메 불메야"는 '불메질' 즉 '풀무질'을 할 때 풀무가 좌우로 규칙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착안해서 내는 소리이다. 이는 주로 아이의 겨드랑이를 안아 세우고 좌우로 걸음마를 시키면서 하는데, 이 행위는 아이와 놀면서 아이의 다리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는 행위이다.

아이의 지능과 신체 발달을 위한 행위에 수반되는 소리는 주로 '꼬노꼬노, 음마음마, 짝짝궁, 잼잼, 곤지곤지, 도리도리, 찔라래비 훨훨, 둥개둥개, 부라부라, 달강달강, 섬마섬마, 걸음마, 쭈쭈' 등이 쓰이는데 지역에 따라 각각 다른 말로 부른다. 경기방언에서는 '용타용타'로 쓰는 '꼬노꼬노'는 원래 일본말로 경상도에서 '꼬내꼬내'로 쓰는데, 어른의 손바닥 위에 아이가 두 발로 선 것을 말한다.

'곤지곤지'는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찌르는 것을 말하는데, 경상도에서는 '진진'으로 많이 쓴다. 또 손바닥을 폈다 오무렸다 하는 '잼잼'은 '쪼막쪼막'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도리도리'는 '도래도래'로 주로
나타난다. 아기가 누운 채로 팔다리를 쭉 뻗거나 기지개를 켤 때 아기 다리를 꾹꾹 눌러 주거나 다리를 잡아 곧게 펴 주는 '쭈까쭈까, 쭈쭈'는 '쭉쭉'으로 나타난다. 어른이 아기를 앞에 앉히거나 세우고 어깨나 허리를 잡고 앞뒤로 흔드는 '달강달강'은 '둥개둥개'나 '불매불매'로 나타난다.

이처럼 아이를 달래는 말은 지역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듯이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어느 지역이나 같다. 단지 아이들에 대해 자상한가 아닌가는 부모가 가진 개인적 특성에 관계된 것이지 지역적인 차이는 아니다. '아 주라'에 나타나는 배려가 그립다.
 

사투리의 미학 <38> 손자 보지 않는 법

 
'억지로 떼 쓰는 것, 주전자 물 나오는 곳'이라고 10대 젊은이에게 해석되는 단어가 무엇일까? 답은 '군 음식을 때 없이 자주 먹는 것'이란 뜻의 '주전부리(주전버리, 주전입)'이다. 또 '우울해지는 자리, 땅만 보면 나타나는 우울증, 때수건, 터미널에 있는 울타리, 터널의 사투리, 털갈이하는 동물, 서울의 옛말, 전쟁 때 도망가는 길'로 해석되는 단어는 무엇일까? 한 어머니가 낳은 자녀의 나이 간격인 '터울'(터불)이다. 이외에도 '첫 번째로 물건을 파는 일'인 '마수걸이'가 '카사노바의 직업, 씨름 기술, 수리수리 마수리, 말을 걸어두는 걸이, 생리주기, 마술사의 거리' 등으로 생각하는 10대가 있다.

이것은 실제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에 '상상공감'에 나온 장면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자주 쓰는 '주전부리'와 '터울', '마수걸이'가 10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되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다. 10대의 젊은 사람들이 '주전부리, 터울, 마수걸이'란 말을 모른다는 사실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단어를 잃어 간다는 것은 세대를 이어가는 연결의 고리가 없어진다는 것이요, 그 동안 이루어 놓은 문화적 자산을 잃어간다는 뜻이다. 언어는 세계를 인식하는 단면으로 세계를 분화하거나 통합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특정한 어휘를 잃어간다는 것은 특정한 세계에 대한 인식이 사라진다는 의미이다. 할아버지의 구수한 이야기 속의 사투리를 통해 그들의 인식이 전수되고 그러한 인식이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손자가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은 시골에 있는 부모께 자신의 집에 와서 아이를 봐달라는 자식들이 늘고 있고 심지어는 해외 여행을 위해 시골집에 아이를 맡기는 자식도 많이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이러한 얌체 짓을 막기 위해 고안한 수법이 소개되어 화제다. 이른바 손자를 보지 않는 세 가지 방법이다. 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방법은 소화촉진법이다. 이것은 어린 손자의 소화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밥이나 다른 음식물을 자신의 입에 넣어 꼭꼭 씹은 후 그대로 꺼내서 손자의 입에 넣어 주는 방식이다. 물론 이 방법은 며느리가 보는 앞에서 해야 효과가 있으며, 음식에 침을 가득 묻힌 상태가 더 효과가 크다.

특히 조금 배운 며느리라면 기겁을 하면서 다신 아이를 맡기지 않는다고 한다.

두 번째 방법은 동양화 교습법이다. 이것은 어린 손자에게 민화투를 가르쳐 주거나 고스톱을 가르쳐 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손자가 4살 정도 되었을 때 하는 것이 효율적인데, 4살 정도의 아이는 엄마에게 절대로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화투를 배웠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면 반드시 그대로 엄마에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엄마, 할머니하고 고스톱을 쳤는데, 내가 피박으로 3점 먹었다. 잘했지?"라고 하면 아이를 노름꾼을 만든다며 며느리가 절대로 맡기지 않는다고 한다.

마지막 방법은 방언 구사법이다. 젊은 사람들이 얼핏 들어서는 그 뜻을 알 수 없는 사투리를 손자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말 배우는 시기에 있는 손자가 주된 대상인데, 이 때는 할머니 말을 잘 따라 하는 시기라 빨리 배울 수 있어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숫자를 가르치는 것도 사투리로 "하나, 두나, 시나(서이), 니나(너이), 다아, 여어, 일굽, 여둡, 아호, 열(열나)" 등으로 가르치고 '비행기'는 '비앵구, 빙기', 바퀴는 '발통', 비누도 '사봉', 트럭을 '도로꼬', 달걀을 '다랄' 식으로 가르치는 식이다. 아이가 이상한 사투리를 사용하면 젊은 며느리가 다시는 아이를 할머니에게 맡기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이 세 가지 방법으로도 안 된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손자를 맡아 돌보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한다. 재미있는 방법이다. 물론 자신의 손자를 돌보는 일을 마다하는 부모는 흔치 않으므로 이 방법은 한낱 농담거리일 뿐이다.

요즘은 웰빙(참살이)에 관심이 많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많고, 저공해 식품만 찾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진정한 웰빙은 운동이나 먹을 거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주변적인 환경 즉, 건전한 여가, 도시 환경,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교통 질서 등 여러 가지 요소들에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핵가족 시대에는 늙은 부모와 함께 살아 가는 것도 자라나는 자식의 정신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웰빙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아이를 많이 길러본 부모들의 구수한 옛날 이야기와 접촉에 의한 육아 방식은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지능도 발달시켜 준다는 보고도 있다.

웰빙을 위해 농약을 치지 않은 콩나물을 직접 길러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콩나물을 기를 때에는 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수돗물로는 콩나물이 잘 안 자라고 우물물이나 생수를 이용해 길러야 콩나물이 잘 자란다고 한다. 그런데, 유의할 점은 새로운 좋은 물을 계속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한 번 준 물을 다시 바가지로 퍼서 사용해야 콩나물이 실하게 자란다는 점이다.

흘러내린 고인 물을 다시 줄 때 콩나물이 더 튼튼히 잘 자란다는 것은 새로운 물보다 흘러간 물이 더 중요한 가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투리를 사용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우리의 아이들인 콩나물을 기를 때 꼭 필요한 고인 물이지 결코 교육적으로 방해되는 흘러간 물은 아니다.

부경대 객원교수

# 손자 안보기 난센스 퀴즈
1.며느리가 보는 앞에서 음식물을 자신의 입에 넣어 씹은 후에 손자 입에 넣어주어라.
2. 어린 손자에 동양화 즉, 화투를 가르치며 엄마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한다.
3. 말을 잘 따라하는 시기에 사투리를 가 르쳐라.

사투리의 미학 <39> 여신이 된 아지매

 
아줌마와 아가씨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물론 결혼한 여자와 결혼하지 않은 여자일 것이다. 그런데 '네이버'에는 아줌마와 아가씨를 구분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순위를 정해 놓고 있다.

1등 보이는 것이 없다. 아줌마 325명(50%)
2등 아줌마는 용감한 원더우먼(?) 133명(20%)
3등 지하철에서 자리가 있어도 서있는 사람은 아가씨 50명(8%)
4등 늙어 보이면 아줌마, 젊어 보이면 아가씨 25명(4%)
5등 결혼해도 예쁘면 아가씨, 결혼 안 해도 늙어 보이면 아줌마 18명(3%)
6등 성희롱하면 아줌마, 성희롱 당하면 아가씨 17명(3%)
7등 얼굴이 두꺼우면 아줌마, 얇으면 아가씨 16명(2%)
8등 목소리 크면 아줌마, 작으면 아가씨 12명(2%)
9등 철이 들면 아줌마, 철이 없으면 아가씨 10명(2%)
10등 팔뚝이 굵으면 아줌마, 얇으면 아가씨 8명(1%)
11등 미혼이면 아가씨, 결혼하면 아줌마 7명(1%)
12등 파마머리는 아줌마, 생머리는 아가씨 6명(1%)
12등 발음의 차이 6명(1%)
15등 남긴 음식 다 먹어치우면 아줌마 4명(1%)

또 장소와 상황별로 아줌마와 아가씨를 구분하는 법은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 미용실에서는 '아가씨-예쁘게 해주세요, 아줌마-오래가게 해주세요'
2. 옷가게에서는 '아가씨-디자인 보고 고른다, 아줌마-가격표 보고 고른다'
3. 놀이동산에서는 '아가씨-자이로드롭이나 독수리요새 같은 것을 탄다, 아줌마-어지러워 그런 건 절대 못 탄다. 회전목마 탄다'
4. 게임방에서 '아가씨-스타크래프트 한다, 아줌마-스타크래프트에 중독된 아들 찾으러 온다'
5. 여행가면 '아가씨-사진 찍느라 바쁘다, 아줌마-아는 사람들 선물 고르기 바쁘다'
6. 노래방에서 '아가씨-최신형 시스템과 시설 보고 간다, 아줌마-집 근처 아무 곳이나 간다'
7. 낙엽을 보면 "아가씨-어머 벌써 가을인가, 아줌마-마당 쓸기 귀찮아. 저 나무를 베든지 해야지"
8. 멋진 남자 보면 "아가씨-어머 근사하게 생겼네…, 아줌마-힘 좋게 생겼군…"
9. 사랑이라는 단어를 보면 '아가씨-가슴 설레는 단어(얼굴 붉어진다), 아줌마-사랑이 뭐 밥먹여 준대'
10. 혼자일 때 '아가씨-음악 듣고 책 읽는다, 아줌마-이불 빨래한다'
11. 불났을 때 '아가씨-옷부터 챙긴다, 아줌마-패물, 통장 챙긴다'
12. 전철에서 자리 비었을 때 '아가씨-주변부터 살핀다, 아줌마-몸을 던져 자리부터 확보한다'

이렇듯 아줌마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며 억척스런 면만이 강조된 경향이 있다. 아줌마는 경상도 말로 '아지매'라 부르고 그에 상대적인 개념은 '아재'인데 아지매는 친형제가 아닌 아버지와 한 항렬이 되는 여자를 높여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아지매'가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곳도 있다. 그곳은 일본인데, 천황가에 경상도 말 '아지매'로 제사 지내는 부분이 나타난다. 고대 왜 왕실에서도 신라 신도 제사를 지내왔다는 사실이 역사기록인 '구사기(舊事記)'의 '천손본기(天孫本紀)'에 실려 있다. 이 제사에서는 "阿知女, 於介, 於, 於, 於, 於, 於介"등의 강신 축문을 외운다고 한다. 이 축문은 '아지매 여신(女神)'이 신라로부터 천황가의 제사 자리에 오라고 부르는 초혼(招魂)의 축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축문의 한자 표기는 '이두(향찰)'식 즉, '만요우카나'(만엽집〈 萬葉集 〉)식인데 우리나라 말로 읽는다면 '아지녀 어개, 어, 어, 어, 어, 어개'로 전혀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말이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경상도 말로 들으며 '아지매 오게, 오, 오, 오, 오, 오게'식으로 되어서 '아지매가 오라'는 뜻의 본래 말이 그대로 들려온다는 점이 신기하다. 이렇게 천황가의 축문이 경상도 말로 읽힌다는 것은 천황가의 신도 뿌리가 경상도 말을 사용하는 신라 신도와 맞닿아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축문에 나오는 '아지매(阿知女)'란 경상도 지방에서도 부인에 대한 존칭어로 쓰이듯이 신라에서도 신분이 고귀한 여성, 신성한 여성, 즉 '여신'을 존칭하던 낱말이었다고 추측하는 사람이 많다. '아지매'가 여신이라는 점은 또 하나의 증거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일본 고대사에서는 '여신'이나 귀족 출신의 젊은 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오미나(をみな)'라는 여성대명사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오미나'는 일본 고대신화에서 태초의 개국신인 '이자나기노미코트'가 최초의 처녀 여신 '이자나미노미코토'에게 '여자'라는 뜻으로 이 말을 쓴 것이 그 최초라 하는데, '오미나'는 본래 우리 나라의 옛말인 '에미나'와 어형이 같다. 우리 나라에서도 예전엔 '여자'를 '에미나'로 불렀는데, 함경도 강원도 경상도 등 동해권 지방에서 아직도 통용되는 '에미나'라는 말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일본에서는 오늘날 일반 명사로서 '여성'을 '온나(おんな, [女])'라는 말로 쓰고 있다. 바로 이 '온나'의 어원이 귀족 여성을 칭하는 '오미나'라는 것은 일찍부터 저명한 일본어 학자들도 지적해 온 바가 있다. 즉, "오미나(をみな, [女])는 온나(おんな)이며 또한 '매(め)'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여신(女神)을 '오미나가미(をみながみ)'로도 부른다"(金澤庄三郞, '廣辭林', 1925)가 그것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경상도 사투리에서 '어메'나 '아지메'에 나오는 '메'는 동일하게 여성을 뜻하는 말이란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어/엄+메'는 으뜸의 여인, 즉 '엄마'란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아지/아시/앗+메'는 작은, 혹은 다른 사람들의 여인이란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 '어메'는 나중에 '어마'로 홀소리가 바뀌고 'ㅁ' 음도 겹쳐서 '엄마, 어멈' 등의 낱말로 분화되었을 가능성이 확인된다.

결론적으로 '아지메'는 결코 천한 사람들이 아니고 엄마와 같은 포근함을 간직한 다른 엄마인 것이다.

 

사투리의 미학 <40> 경상도말과 일본말

 
일본 여자와 한국 여자를 구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가장 쉬운 구별법은 '일본말'을 하면 일본여자, '한국말'을 하면 한국사람이다. 그러나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종아리가 굵으면 일본여자이고, 엉덩이가 크면 한국여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는 따뜻한 온돌에서 앉아있는 생활이 많은 한국여자는 엉덩이가 펑퍼짐해지고, 다다미방에서 무릎 꿇고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일본여자는 종아리가 굵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 한다.

또 덧니가 많으면 일본여자이고 없으면 한국여자일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이는 일본사람들의 식성이 생선을 즐겨먹는 등 무른 음식이 많은 탓에 덧니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서 그렇다.

특히 말고기를 먹을 줄 알면 일본여자이고 개고기를 먹을 수 있으면 한국여자이다. 그리고 생머리이면 일본여자, 염색하고 파마를 하면 한국여자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 바람은 습기와 소금기가 많아 머리카락이 억세서 파마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화장을 짙게 하고 거리를 다니면 한국여자이고 맨 얼굴로 다니면 일본여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일본여자와 한국여자를 몇 가지 기준으로 구분하지만 서양인이 보기엔 둘 다 같은 동양 사람으로만 보인다.

부산말에서는 일본어가 문화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그 어원을 자세히 규명하지 않으면 사투리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부산 지방에서 추운날 입는 털실로 짠 바지를 '개바지'라고 하고, 털실을 '개실'이라고 하며, 이 털실로 짠 옷을 '개옷'이라고 한다. 여기서 '개'는 '털'에 대응하는 사투리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알고보면 이 '개'는 '털'이나 '머리카락'을 뜻하는 일본말 '게'에서 온 말이다. '개바지, 개실, 개옷'은 일본말 '게'에다 우리말 '바지, 실, 옷'과 결합된 일종의 트기말(짬뽕말)인 것이다.

또 '양배추'를 부산 사람들은 '카배추, 카배차'라고 하는데 그 어원을 물어보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부산사람은 일본말 '간란(甘藍·かんらん)'이 부산지방에서 '간낭, 간당'으로 발음되어 쓰이고 있기 때문에 이 '카배추'가 배추의 종류로 인식되지 일본말로는 인식되지 못한다. 그러나 일본말에는 '캐비지'(cabbage)란 영어에서 나온 또 다른 일본말 '카배쯔'(キャベツ)가 있다.

이 '카배쯔'의 '배쯔'가 우리말 음운구조로는 '배추'로 발음 되기 때문에 '카배추'로 정착된 것이다. 이 '카배차'는 부산 사람들이 '배추'를 '배차'로 발음하기 때문에 나타난 어형이다. 그래서 부산지방에서는 그냥 '배추'와 '카배추'로 어휘적 대립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일본말 지방인 '히다치'는 일본 동부에 있는 지명으로 '日立'이라고 쓰는 곳이다. 원래 이 지명은 음독하면 일(日)이 (니)고 립(立)이 (니꾸)니까 '니니꾸'로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 사람은 '히다치'로 읽는 것은 이 말이 우리말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의 한자 어원을 가만히 뜯어보면 '해가 선다'는 뜻인데, 이 해돋이는 우리말 "쵕++이"에서 연유된 발음이다. 즉 '해다지'가 '히다치'로 발음되는 것이다.

또 일본사람들이 자기 섬으로 주장하는 '다케시마'도 어원적으로 독도의 '독'이 일본인들에 의해 '독→도쿠→도케→다케'로 전와(轉訛)되면서 대나무 한그루 없는 독도가 대나무 섬으로 불린 것이다.

특히 '다케시마'와 같은 이름인 '마쓰시마(松島)'도 울릉도와 멀리 떨어져 있는 외로운 섬을 뜻하는 '홀섬(孤島)'의 'ㅎ'이 구개음화에 의해 'ㅅ'으로 되어서 '솔섬(松島)'이 되고, 이것이 '마쓰시마(松島)'로 불리게 됐다.(자세한 것은 독도학회 참고)

그런데 원래 경상도말에는 외롭게 떨어진 산을 '돌메' 혹은 '독메'라고 하는데, 이 '독메'는 '동메'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돌로 만든 산은 원래 침화 작용이 더디게 일어나서 평지 가운데 홀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래서 '돌메'와 '독메'는 동일한 의미로 추측되고 '독메'에서 원순모음화를 일으켜 다시 '동메'로 바뀐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일본말과 부산말은 어원적으로 서로 혼재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과거의 신라말이 일본말에 영향을 주었고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일본말이 부산말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말은 HLA-B-59형이다. 이는 한국어의 유형적 특징을 구분하는 기호로 인간으로 비유하면 혈액형과 같은 것이다. 이 분류 기호는 한국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모든 유전적이고 언어적이며 원형적인 자질을 모아 구분하기 위한 객관적 절차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ㄱ-ㅋ-ㄲ과 같은 음운의 삼지적 상관이 있는가? 조사가 발달해 있느냐, 주어-목적어-서술어 따위의 S-O-B 언어인가?

또한 좌분지 언어인가 등의 언어적 요인과 몽골인의 전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주로 나타나는 혈액형은 어떤 형인가?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은가? 등의 신체적인 요인까지 고려된 형태들이다.
한국어와 유사한 혈통은 먼나라인 태국의 라후족어, 인도의 타밀어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말은 우리말과 어순이 유사하고 얼굴의 모습도 비슷하지만 유형적으로는 멀다고 한다. 일본말과 부산말 사이의 어휘의 유사성은 유형적으로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일수록 문물의 교환이 빈번하고 사람의 이동이 심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낱말의 유사성으로는 그 유형을 결정짓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말은 부산말과 가깝고도 먼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