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史관련

미 육군 JMR-TD/FVL 사업

醉月 2017. 1. 27. 09:29

최현호 이글코리아 조사 1팀장



  한국전쟁에서 부상자 수송 등 제한적인 임무만을 맡았던 회전익기는 베트남전쟁에서 병력수송, 정찰, 공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전장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회전익기를 운용하고 있는 곳은 미 육군으로, UH-60 블랙호크, AH-64 아파치 헬기 등 다양한 기종을 운용하여 많은 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 육군은 전장 환경에 맞춰 보유하고 있는 기체들을 꾸준하게 개량하고 있지만 2030년대에 예상되는 작전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회전익기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회전익기 개발 사업인 JMRJoint Multi-Role 그리고 FVLFuture Vertical Lift 사업을 소개한다.





[사진 1] 시콜스키가 JMR-TD 전단계로 개발하고 있는 S-97 라이더




• 3차원 전장의 기동력 ‘회전익기’





[사진 2] 미 육군 주력 헬기 UH-60과 AH-64



  인류 역사에서 ‘말’은 물자 수송과 정찰과 공격을 수행하는 수단으로써 전쟁터에서 필수적인 존재였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자동차는 있었지만, 말은 여전히 중요한 존재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 들어서야 각종 차량과 기갑장비들이 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3차원 전장을 표방하는 현대 전장에서는 ‘헬리콥터’나 ‘틸트로터’와 같은 ‘회전익기Rotary Wing’가 중요한 기동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회전익기는 1930년대부터 개발되었지만, 한국전쟁에서 미군이 부상자 수송과 연락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사용은 베트남전쟁부터로 일반적인 수송임무에 사용되었지만, 전략적으로는 중무장한 공격헬기의 지원을 받으면서 수송헬기에 병력을 탑승시키고 임무 지역에 투입하는 ‘공중강습Air Assault’ 작전을 탄생시켰다.
  베트남전쟁에서 UH-1 휴이Huey 수송헬기와 AH-1 코브라Cobra 공격헬기를 운용한 미 육군은 현재 UH-60 블랙호크Black Hawk 수송헬기와 AH-64 아파치Apache 공격헬기를 운용하고 있다. 두 기종은 미 육군의 회전익기 보유량에서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운용되고 있으며, 2014년 기준으로 UH-60 블랙호크 2,139대, AH-64 아파치 775대를 운용하고 있다.
  UH-60 블랙호크는 중형 유틸리티 헬리콥터로 1978년부터 A형이 생산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글라스 콕핏Glass Cockpit 등 각종 최신 장비를 갖춘 M형이 생산되고 있다. UH-60은 육군용 모델 외에도 민수용 S-70, 미 해군용 SH-60, MH-60 씨호크Seahawk, 미 공군용 HH-60G 페이브호크Pave Hawk 그리고 해안경비대용 MH-60T 제이호크Jayhawk 등 많은 파생형이 운용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4,000대 정도가 생산되었다.
  AH-64 아파치 공격헬기는 1986년부터 A형이 배치되기 시작되었고. 꾸준하게 엔진과 전자장비를 발전시켰다. ‘롱보우Longbow 아파치’라고 불리는 D형은 로터 위에 달린 화력 통제 레이더와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이 가능한 밀리미터파 유도 방식의 AGM-114L 헬파이어Hellfire 대전차 미사일로 이라크 전쟁에서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2012년부터는 엔진 출력을 높이고 항전장비가 개량된 AH-64D 블록 Ⅲ를 AH-64E 가디언Guardian으로 모델명을 변경했다. AH-64E는 2013년 우리 육군의 AH-X 도입 사업에서 승리했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6대가 도입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AH-64 계열은 지금까지 약 2,100대가 생산되었다. 미 육군과 국방부는 현재 운용하고 있는 플랫폼들의 개량도 꾸준하게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UH-1에서 UH-60으로, AH-1에서 AH-64로 변화시킨 것처럼 2030년대 전장 요구를 충족할 차세대 회전익기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 합동 다목적기 JMR과 미래형 수직 이착륙기 FVL





[사진 3] JMR-TDJoint Multi-Role - Technical Demonstrator사업에 참가한 4개 업체



  미 육군은 2010년대 초반부터 2030년대에 운용할 회전익기의 요구조건을 정립하기 시작했다. 차세대 회전익기 개발사업은 ‘합동 다목적기JMRJoint Multi-Role’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JMR 사업의 목적은 ‘현재 운용되고 있는 수직이착륙 회전익기 교체에 대한 미 국방부의 결정을 도울 수직 이착륙기의 능력 시연’이다.
  이를 위해 경쟁에 참여한 제품들의 기술 성숙도와 미래 능력에 대한 비용을 분석하고, 1단계로 2017년까지 두 종류의 기술실증기Technical Demonstrator를 제작하여 2020년까지 비행시험을 가질 예정이다. 2020년부터 시작될 2단계는 실험실에서 임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계획이다.
  기술실증기인 JMR-TD의 목표 성능은 총 중량 13,600kg, 조종사 2명을 포함한 승무원 4명과 랜드워리어 장비를 착용한 12명의 전투병(1인당 152kg) 탑승, 순항속도 230노트(시속 425km), 전투반경 424km이다. 또한, 최대상승고도 1,800m와 섭씨 35도의 고고도, 고온 환경에서의 운용과 C-5, C-17 등 다른 항공기나 배로 운반되지 않고 자체적으로 2,100해리(3,890km)를 이동할 수 있을 것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호버링 효율, 순항 효율, 중량 효율은 기존 기체들과 유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된 조건은 UH-60의 총 중량 10,000kg, 순항속도 시속 268km, 전투반경 200km를 뛰어넘는 것이다. JMR-TD에서 요구한 조건은 양력을 위한 메인로터와 가속을 위한 추진 시스템이 합쳐진 ‘복합 헬기Composite Helicopter’나 이착륙과 추진에 가변식 로터를 사용하는 ‘틸트로터Tilt Roter’만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3년 3월에 있었던 JMR-TD의 기술실증기 설계, 개발과 시험에 대한 항공기 시연 기술투자합의TIA에는 AVX, 벨Bell, 카렘Karem, 시콜스키Sikorsky가 참여했다. 보잉Boeing과 팀을 이룬 시콜스키와 AVX는 ‘복합 헬기’의 일종인 동축반전 고속헬기를, 벨과 카렘은 틸트로터기를 제안했다. 업체들의 제안을 검토한 미 육군은 2014년 8월, 1단계 업체로 시콜스키–보잉팀과 벨을 선정했다.





[사진 4] 시콜스키–보잉의 디파이언트 CG



  기록한 동축반전 복합 헬리콥터 기술실증기 X2를 개발하면서 확보된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할 SB-1 디파이언트Defiant를 제안하고 있다. SB-1 디파이언트 개발에 앞서 필요한 기술을 시연하기 위해 OH-58D 무장정찰 헬기 대체 사업에 제안할 S-97 라이더Raider를 자체 자금으로 개발하고 있다. S-97의 첫 비행은 2015년 1분기로 예정되어 있다. SB-1 디파이언트는 UH-60보다 50%정도 크며, 허니웰Honeywell T55 터보샤프트 엔진을 장착하고 순항속도 230노트(시속 425km)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SB-1 디파이언트가 채택한 동축반전 로터는 서로 반대로 회전하는 두 개의 메인로터를 사용하여 하나의 메인로터보다 더 많은 양력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헬리콥터들이 회전 토크를 상쇄하기 위해 사용하는 로터를 없앨 수 있어 동체 길이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SB-1 디파이언트는 빠른 속도를 위해 동체 뒤쪽에 프로펠러를 장착하여 크기가 많이 줄어들지 않는다.





[사진 5] 벨의 V280 밸러 목업



  벨은 1980년대 첫 비행에 성공한 XV-15와 현재 미 해병대와 공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V-22 오스프리Osprey에 사용된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할 3세대 틸트로터 V-280 밸러Valor를 제안하고 있다. V-280은 GE의 T64 터보샤프트 엔진을 선정했고, 280노트(시속 519km)의 속도로 기존 헬리콥터 대비 2배의 작전반경을 가진다. V-280 밸러는 복합재 동체, V자형 미익, 플라이바이와이어FBW 비행제어를 갖추게 된다.
  V-22와 V-280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익 양쪽에 달린 엔진과 로터의 방향에서 찾을 수 있다. V-22는 엔진과 로터가 함께 움직이지만, V-280 엔진은 주익에 고정되어 있으며 로터의 방향만 변하는 구조다. 그 이유는 고정식 엔진을 채택하여 정비소요를 줄이고 정비 편의성, 기계적 안정성 및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주익 전체를 탄소섬유 단일 가공 기술LCCC을 사용하여 높은 강도를 갖추면서도 경량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6] 카렘의 울트라급 기체 상상도



  JMR-TD 사업을 통해 고속 회전익기 관련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추진될 사업이 ‘미래형 수직 이착륙기FVLFuture Vertical Lift’ 사업이다. 2009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FVL 사업의 주요 목적은 수직 이착륙 성능과 생존확률을 높이고 운용비를 대폭 절감하며 2030년에 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회전익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JMR-TD는 FVL를 위한 기술실증 프로그램의 성격을 가진다. 미 육군은 FVL 사업을 통해 4,000대 이상의 기체를 획득할 계획이며, 미 해군도 MH-60S/R 씨호크 해상작전 헬기를 대체하기 위한 MH-XX 프로그램을 위해 육군과 협력하고 있다.
  JMR-TD가 중형Medium급 헬기를 교체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FVL 사업은 현재 미군이 운용하고 있는 회전익기 모두를 네 가지 클래스로 나누어 대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 육군의 예산 사정에 따라 일부 클래스는 개발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 산적한 과제


  미 육군이 국방예산 삭감의 압박 속에서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지만 여전히 예산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2014년 4월초, 미 육군 항공대 고위 관계자는 추가적인 예산 삭감에 직면한 상황에서 현재 보유한 기체들의 현대화와 미래 회전익기FVL 프로젝트 모두에 자금을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미 육군은 예산 문제로 OH-58D 카이오와를 대체할 차기 무장정찰기AASArmed Aerial Scout 획득 사업도 취소하고 대신 AH-64E와 MQ-1C 그레이 이글Gray Eagle 무인기를 조합해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주 방위군의 AH-64D 공격헬기를 현역부대로 이전하고, 현역부대의 UH-60을 주 방위군으로 이전하는 계획도 수립하면서 예산 절감 노력을 펼치고 있다.





[사진 7] 개량형 터빈엔진 프로그램ITEP 사업 후보인 제너럴일렉트릭 GE3000



  JMR 사업을 결정하면서 기존의 헬기에 대해 충분한 투자를 했다고 밝혔지만, 지금도 성능향상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성능향상 연구로는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T700 터보샤프트 엔진을 대체할 ‘개량형 터빈엔진 프로그램ITEPImproved Turbine Engine Programme’을 꼽을 수 있다.
  미 육군은 ITEP에서 엔진 수명 20% 연장, 연료소모량 25% 감축, 유지보수비용 35% 감축 그리고 2,000마력의 T700 계열보다 출력이 50% 향상된 3,000마력급 엔진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ITEP 사업에는 GE3000 엔진을 제안하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과 HPW300 엔진을 제안하고 있는 허니웰Honeywell과 플랫 앤 휘트니Pratt & Whitney의 조인트 벤처인 ATEC가 참여하고 있다.
  ITEP는 UH-60 블랙호크와 AH-64 아파치 공격헬기의 T700 엔진을 교체하고 차세대 대체기인 FVL의 동력원이 될 수도 있다. ITEP는 미국 행정부의 2016 회계연도 예산 요청에서 5천1백만 달러를 배정받았으며, 2020년에는 1억 7천1백만 달러를 배정받을 예정이다. ITEP 총 개발 금액은 7억 2천만 달러에 이른다.
  FVL 사업의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는 업체들의 기존 플랫폼에 대한 업그레이드 제안도 있다. AH-64 아파치 공격헬기와 CH-47 치누크 수송헬기를 제작하는 보잉은 AH-64F 모델의 설계에 착수했고 현재 생산하고 있는 CH-47F의 동체를 연장하는 개량 모델을 미 육군에 제안하고 있다.
  시콜스키의 JMR-TD 사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보잉은 “새로운 항공기의 개발과 배치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미 육군은 보유하고 있는 기체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자신들의 개량 모델 제안을 합리화시키고 있다.
  미 육군은 CH-47F를 2060년까지 운용할 계획이다. 미 해군에서도 JMR-TD와 FVL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해군은 함정 탑재 헬기로 MH-60S/R 씨호크를 운용하고 있고, 구축함과 순양함 그리고 LCS의 격납고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동축반전 로터를 채용한 SB-1 디파이언트는 높이에서, V280 밸러는 폭에서 기존 함정의 격납고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상으로 미 육군의 차세대 회전익기 개발 사업 JMR과 FVL 사업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미 육군은 UH-1, UH-60을 채용하면서 전 세계 군용 헬기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쳐왔기에 JMR과 FVL 사업을 통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