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대 석**
동아시아의 영웅신화를 비교하려면 자료의 제한이 필요하다. 동아시아에는 수많은 민족이 있고 민족마다 민족영웅신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 알려진 몇 가지의 대표적 신화를 대비하여 전체적 성격을 검토하는 일도 비교신화학의 관점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리라고 본다.
영웅신화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영웅신화의 개념이 확립되어야 한다. 영웅신화는 영웅을 주인공으로 하여 영웅적 활약을 통하여 영웅성을 부각시킨 신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영웅은 어떤 존재이며 영웅적 활약은 어떤 활약이고 영웅성은 무엇인지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영웅은 보통 인간을 넘어서는 초인적 능력을 가진 존재를 말한다. 그러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모두 영웅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 능력을 어디에 발휘하느냐가 문제이다. 영웅은 뛰어난 능력을 개인적 권익보다 집단적 공익을 위하여 발휘하고 성공하여 집단으로부터 추앙을 획득한 존재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개인의 행복추구나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발휘한 능력은 그것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추앙을 획득하기는 어렵다. 영웅이 되려면 적어도 자기 아닌 남을 위하여 일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어떤 집단을 위하여 활약했는가에 따라 영웅 앞에 붙는 접두어가 달라진다. 씨족, 부족, 민족으로 집단의 범위를 나눈다면 씨족의 영웅, 부족의 영웅, 민족의 영웅으로 호칭되고 공간을 중심으로 마을, 고을, 국가로 범위를 구획한다면 마을의 영웅, 고을의 영웅, 국가의 영웅으로 호칭될 수 있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집단이 아닌 인류의 삶을 개선시킨 문화영웅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신화라면 신성성을 본질로 하는 이야기를 말한다. 신성성은 신에 대한 제전을 통하여 획득되고 유지된다. 여기서 영웅신화의 개념이 구체화된다. 영웅신화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집단의 공익을 위하여 그 능력을 발휘하여 집단에게 이익을 주고 집단으로부터 추앙받는 존재인 신으로 정립되는 이야기를 말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대체로 영웅신을 제향하는 제전을 통하여 전승되고 일반에게 전파되었다고 본다.
그러면 영웅신화가 다른 신화와 구별되는 주된 특징은 무엇이며 실제의 신화자료는 어떤 것을 들 수 있는가? 건국신화는 국가를 창건한 국조왕의 이야기다. 국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국가라는 집단을 위하여 활약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행복추구를 넘어서 집단의 공익에 기여한 활동으로 평가된다. 이런 점에서 국조신화는 영웅신화적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주인공이 집단을 위한 일을 했다고 모두 영웅신화라고 하기 어렵고 영웅적 능력을 발휘해야 영웅신화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인간의 성실한 활동으로 공익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은 사람의 이야기는 많다. 역사에 드러난 명신, 명관, 명장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들은 역사인물담으로서 영웅신화로 다루지는 않는다.
여기서 영웅신화의 범주에 제한조건을 부가할 필요가 생긴다. 영웅신화는 주인공이 영웅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영웅적 활약으로 집단의 추앙을 획득하고 그것이 구체적 문화형식인 祭典으로 나타나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제전은 없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만 문헌에 정착되거나 구전되어 남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우리가 검토의 대상으로 하는 신화자료는 신성성이 거세된 이야기로서 오늘의 신화는 아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하나의 서사형식을 형성하여 영웅신화의 서사구조로 확립된 경우를 말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영웅의 일대기'라는 서사유형은 영웅신화에서 형성된 것이지만 영웅신화만이 가지는 특성이 아니며 영웅신화라도 이러한 유형에서 벗어나는 자료가 적지 않기에 결정적 조건은 되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영웅신화 자료의 예를 든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영웅신화의 전형은 <페르세우스 신화>나 <헤라클레스신화>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리스 신화의 경우이고 아시아의 영웅신화는 영웅의 모험 이야기가 전형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영웅신화로서 한국의 <주몽신화>, 중국의 < 신화>, 만족의 <타라이한마마>, 일본의 <스사노오신화>가 대표적 영웅신화의 성격을 가진다고 본다. 이 자리에서는 이상의 한국, 중국, 만족, 일본의 영웅신화를 중심으로 작품세계, 주인공의 혈통과 능력, 주인공의 업적과 신으로의 정립 등 세 가지의 측면에서 대비하여 특성을 추출하고 이러한 특성이 나타나게 된 각 민족의 문화적 배경을 모색해보기로 하겠다.
2.1. 한국의 영웅신화 -주몽신화-
한국의 영웅신화는 문헌신화로서 <주몽신화>와 구비신화로서 제주도의 <괴네깃당 본풀이>를 들 수 있다. 그런데 <괴네깃당본풀이>는 주인공이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영웅적 활약을 전개하고 있으나 어떤 집단에서 무슨 명분으로 숭앙하는지 분명하지 않고 신으로 좌정되는 지역과 능력을 발휘한 공간이 서로 달라서 자료의 성격이 의심되기에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하겠다. 한국의 대표적 영웅신화로서 <주몽신화>의 단락을 정리하고 전체적 특징을 조망하면서 다른 나라의 신화들과 대비 고찰할 논의의 발판을 마련하기로 하겠다.
주몽의 일생을 중심으로 신화의 단락을 정리하기로 한다.
2. 금와가 태어난 알을 산야에 버리니 조수가 보호하였고 마구에 버리니 말이 밟지 않고 보호하였다.(기아)
3. 한달 만에 알이 부화하여 한 남자 아이가 탄생하였다,(탄생)
4. 어려서 어머니에게 활을 만들어 달라고 하여 베틀 위에 파리를 쏘아 맞혔다. 이름을 주몽이라고 하였다.(신이한 능력)
5. 주몽은 사냥하는능력이 뛰어났으나 금와왕의 왕자들에게 탄압과 시기를 받는다.(시련)
6. 주몽은 말 기르는 일을 하다가 모친 유화가 골라준 준마를 타고 동부여를 탈출한다. 엄체수에 이르러 추격군에게 잡히게 되었으나 물고기와 자라가 다리를 만들어주어 도강에 성공한다.(탈출)
7. 주몽은 어머니를 이별할 때 오곡의 종자를 받는다.(오곡의 전수)
8. 주몽은 졸본에 이르러 고구려를 건국한다.(즉위)
9. 주몽은 비류왕 송양을 만나 활쏘기 시합을 하여 이긴다.(궁술의 경쟁)
10. 주몽은 흰사슴을 잡아 비를 오게하는 주술을 베풀어 송양의 도읍이 잠기게 하고 백성들을 구출하고 송양의 항복을 받는다.(비류국정복)
11. 주몽은 골령에 새 성곽과 궁궐을 이룩하고 승천한다. 태자는 왕이 남긴 옥채찍을 용산에 장사지낸다.(신이한 죽음)
<주몽신화>의 특징을 주인공의 혈통, 능력, 功業의 성취. 신성 획득의 측면에서 검토하면서 다른 지역의 신화와 비교 논의할 발판을 마련하기로 하겠다.
주몽의 혈통은 천신계인 解慕漱를 아버지로, 수신계인 하백녀 柳花를 어머니로 하여 태어난다. 그런데 주몽신화를 기록한 문헌에 따라 이러한 혈통이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화가 해모수와 정을 통한 뒤 河伯에게 쫓겨나서 동부여 금와왕의 궁실로 들어가고 햇빛을 받고 잉태하였다고 되어있는데 햇빛을 해모수의 변신으로 본다면 부계 혈통은 태양신임이 분명하다. 주몽은 天神, 또는 日神의 아들, 혹은 손자로, 하백의 외손자, 또는 생질로 표방되었다. 여기서 천신과 일신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하는 문제와 주몽이 천제의 손자이고 하백의 외손을 표방하는 신화적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 문제된다고 본다.
천신은 태양신을 일컬을 경우도 있으나 지상계에 대립되는 상방공간을 관장하는 신으로서 일월성신 및 풍운조화를 관장하는 상위의 신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천상과 지상을 포함하는 우주의 가장 높은 절대신으로 생각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주몽신화>에서 말하는 天帝는 태양신으로서 성격을 가지면서 지상의 수신 하백과 대립하는 신격으로 나타난다. 이는 태양신을 숭배하는 해모수 집단과 수신을 숭배하는 하백집단의 별도로 존재하였음을 말해주는 점이다. 그러나 해모수가 유화가 결합하여 주몽을 출산하고 주몽이 고구려의 국조가 됨에 이르러서는 두 집단이 하나의 집단으로 통합되어 새로운 집단으로 재탄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고구려에서는 주몽의 건국 이전에 부족별로 존재하던 천제신앙과 수신신앙을 병합하면서 이러한 신성관념이 <주몽신화>에서 주몽의 신성혈통을 통해 표현되었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주몽은 신이한 주술적 능력이 있는 존재였다. 주몽은 태어나면서 鳥獸의 보호를 받았고 강가에 이르렀을 때 魚鼈이 다리를 놓아주었으며 흰사슴을 잡아 비를 오게하는 주술을 행하여 송양의 도읍을 물에 잠기게 하였다. 또한 골령에다 성곽과 宮垈를 신비한 힘으로 이룩하기도 했다. 이러한 신이한 능력은 무사적 영웅으로서 가지는 능력이 아니고 주술사가 가지는 능력이다. 즉 샤만이면서 왕이 가지는 주술적 힘이다. 이러한 주술력은 영웅신화 이전에 무속신화의 주인공이 발휘했던 능력으로서 무속신화적 흔적을 보여주는 점이라고 본다.
주몽은 고구려를 세우고 국력을 신장하는 일을 하였다. 주몽이 졸본천에 이르러 '비류수 위에 집을 짓고 나라 이름을 고구려라 하고 갈풀을 묶어 위계를 표시한 자리 위에 올라 앉아서 군신의 위차를 정하였다' 고 하였다. 이는 국가를 창건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얼만큼 큰 국가를 세웠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건국 이후에 주몽의 업적은 송양을 항복받은 이야기와 鼓角을 훔쳐오고 성곽과 궁실을 축조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백성을 위하여 흉포한 괴수와 싸운다든지 외적의 침입을 격퇴하였다든지 하는 무사적 영웅의 활약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류를 위하여 자연의 재해를 극복하는 일이 국가의 위엄을 세우는 일보다 더 위대한 영웅적 활약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문학작품에서 형상화된 영웅성은 독자의 감동을 자아내는데 성공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주몽은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는 일에 주력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주몽은 왕을 자처한 인물이기에 주몽의 사업은 公的인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주몽 자신을 위한 일이 곧 국가를 위하는 일이고 백성을 위하는 일이 된다. 주몽은 송양과의 대결에서 승리함으로서 국가의 권위를 높였고 송양을 굴복시킴으로서 국력을 확장하였다. 궁실의 건축은 주몽 개인의 주거를 짓는 일이면서 고구려라는 한 나라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주몽의 활약은 정치적 성향이 강한 영웅적 사업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고구려에서는 제3대 대무신왕 때 東明祠를 건립하고 주몽을 시조로 배향하면서 주몽은 국조신으로 정립된다. [삼국사기] 제사조에서는 고구려에서는 국모신 유화와 시조신 주몽이 배향된다고 하였다. 주몽에 대한 제사는 왕위를 승계하는 후손에 의하여 제향이 행하여진다는 점에서 조상신제의 성격을 가지면서 후손이 왕이라는 점에서 국가를 보호하는 호국신제의 성격을 함께 가진다고 본다.
2.2. 中國의 英雄神話 - 신화-
중국의 영웅신화로서 神話를 검토하기로 한다. 에 관한 기록은 여러 문헌에 단편적으로 나타나고 한 인물에 활동을 서술한 장편서사문학으로 종합된 것은 없다. 예는 활을 만든 인물이고 활을 잘 쏜 명궁으로 나타난다.[管子]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예는 옛날에 활을 잘 쏘는 자이다. 그는 활과 화살을 잘 조화시켜서 굳세게 간수하는데 그 활 잡는 것이 높고 낮음을 살피고 반드시 맞추는 법이 있어 능히 여러 발을 쏘아 여럿을 맞추었다.
[路史]에도 예에 관한 다음과 같은 명궁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예는 有窮族의 신으로 나타난다. 유궁국은 지금 중국의 동부지역인 안휘성, 산동성, 하남성 지역으로서 동이족이 살았던 곳이고 예를 '夷 '라고 한다는 점에서 동이족의 영웅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예가 활의 명수이고 주로 맹수와 싸웠다는 점에서 예신화는 어렵사회에서 형성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문헌의 기록을 袁珂가 종합하여 神話를 엮었다. 본래의 예신화는 문헌적 근거는 있으나 일관성 있게 짜여진 한편의 신화는 아니다. 상이한 시대에 각기 다른 공간에서 전승되던 것들이 여러 문헌에 산발적으로 정착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원가는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살을 부치고 서사적 골격을 갖추어 그의 저서 [중국신화전설]의 <禹篇上>을 만들었다. 본고에서는 이를 참고로 한다. 그러나 원가가 꾸며서 보탠 부분에 대해서는 학문적 논의를 하지 않기로 한다. 문헌 근거가 있는 예신화의 주요 부분을 요약하고 그 성격을 검토하기로 하겠다.
2. 예는 다시 맹수들의 피해를 없애기 시작했다. 중원일대에 猶라는 소의 몸, 사람의 얼굴, 말의 발을 가진 짐승의 피해가 매우 컸다. 알유는 사람을 잡아 먹었는데 예가 이를 죽였다.
3. 예는 다시 壽華의 들판에 가서 鑿齒라는 괴물을 활로 쏘아 죽였다. 착치는 짐승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한 괴물로서 삼척이나 되는 이빨로 공격을 하였으나 예를 이길 수는 없었다.
4. 다음에 예는 凶水로 가서 九 을 없앴다. 구영은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물과 불의 괴물이었다.
5. 예가 구영을 쏘아 죽이고 돌아오는 길에 북방의 奚祿山을 지나다가 무너져 내린 산에서 옥반지를 얻었다. 이 반지는 활시위를 당기는데 사용했다. 돌아오는 도중 靑丘 연못을 지나다가 大風이라는 사나운 새를 만나 화살 끝에 실을 매어 쏘아 잡아 칼로 쳐 죽였다.
6. 예는 남방 동정호로 가서 어부들을 삼키는 巴蛇라는 큰 구렁이와 싸워 이를 베었는데 그 구렁이의 뼈가 산을하나 쌓을 만큼 많았다고 한다.
7. 예는 桑林으로 가서 거대한 산돼지를 잡아죽였다. (惡獸除去)
8. 예가 천하에 일곱 가지 재앙을 없애주자 백성들은 그를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하게 되었다. 그러나 천제의 아들을 죽였기에 산돼지를 쪄서 천제에게 바쳤으나 하늘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9. 예는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洛水의 여신인 宓妃를 만난다. 복비는 수신 河伯의 아내이다. 하백은 氷夷 혹은 馮夷라고도 하는데 하반신이 물고기인 신이었다. 하백은 아내 복비가 와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용으로 변해 물위로 나와 살피다가 홍수를 일으키지만 예의 노를 사서 예의 화살에 왼쪽 눈을 맞는다. 그래서 하백은 천제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러나 하백이 흰용으로 변해서 강위로 나가 홍수를 일으켰다는 말을 들은 천제는 오히려 하백의 잘못을 꾸짖었다. 그 후 복비는 예와 만나는 것을 끝내고 말았다.(하백과의 대결)
10. 집으로 돌아온 예는 항아와 다시 부부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죽음이 두러워진 예는 다시 서왕모에게 가서 불사약을 얻어왔다. 이 약을 모르게 혼자 몽땅 먹은 아내 항아는 몸이 가벼워져 월궁으로 날아가고 슬픔에 잠긴 예는 다시 결혼하지 않았다. (姮娥奔月)
11. 혼자 남은 예는 성질이 포악해졌고 가신 봉몽에게 활쏘는 재주를 모두 가르쳐주었고 예를 기습한 봉몽이는 결국 예를 살해하고 만다. 그 후 백성들은 예를 宗布神으로 섬기게 되었다. (비극적 죽음)
예신화의 내용을 일생기적 서사전개에 맞추어 재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 활을 쏘는 능력이 뛰어났다.(영웅적 능력)
3. 열개의 태양을 쏘아 아홉 개를 떨어뜨리고 하나만 남겼다.(태양의 수를 조정)
4. 인간을 괴롭히는 알유, 착치, 구영, 대풍, 파사, 산돼지등의 惡獸들을 제거하였다.(악수제거)
5. 복비와 사랑을 속삭이고 하백을 활로 쏘았다.(하백과의 갈등)
6. 서왕모에게 불사약을 얻어오고 아내 항아가 이를 먹고 달로 날아갔다.(항아 분월)
7. 제자 복몽에게 죽은 후 민간에서 종포신으로 배향되었다.(억울한 죽음과 신으로의 배향)
이러한 신화의 삽화적 구조는 예라는 영웅이 활약한 독립된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신화학자가 하나로 모아 놓았기 때문에 이것을 대상으로 영웅의 일생기적 서사구조를 찾으려는 노력은 당초부터 헛된 수고라고 일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초의 일생기적 구조가 있었다면 그것이 해체되어 부분적으로 독립되어 전승되었다고 해도 모든 자료를 모아 놓으면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神話에는예의 신비한 출생이나 혈통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생장과정에서 겪었던 시련은 본래부터 많지 않았다고 본다.
예가 영웅적 능력을 발휘하려면 인간이 아닌 천신으로 설정되는 것이 당연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의 사자인 예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적 존재로 변모하여 여인과 사랑을 하게되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드디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神話는 인간의 이야기가 신의 이야기로 바뀌고 다시 신에서 인간으로 변모하는 전승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예신화의 단편적 삽화들은 여러 시대에 걸쳐서 이루어진 적층의 산물로서 지중해 주변에서 전승되던 영웅신화의 형성과는 다른 면을 보여준다. 따라서 제의학파의 학자들이 주장한 영웅의 일대기라는 영웅신화의 공통구조가 제의에서 형성되었다는 이론은 예신화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예는 천신으로 등장하여 제준의 아들인 태양들을 활로 쏘아 제거하는 일부터 수행한다. 예가 천신이기에 인간 영웅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영웅적 능력획득 과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예는 신으로 등장하여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보통의 인간은 태양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타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예는 화살 한 대에 태양 하나씩을 쏘아 떨어뜨리는 영웅적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고 예는 사람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맹수를 모두 잡아 죽이는 호쾌무비한 활약을 전개한다.
예는 천하무적의 싸움꾼으로서 백성을 위하여 무사적 능력을 발휘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예가 항아와 결혼하면서 신에서 인간으로 변모하여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고 불사약을 구해왔으나 항아가 혼자 먹고 달로 가버린 뒤에는 고독하고 쓸쓸한 인간 홀아비의 모습으로 왜소해지고 급기야는 제자인 봉몽에게 살해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버린다. 이처럼 태양을 쏘기 위해 등장할 때의 천신 예와 봉몽에게 살해될 때의 예는 신과 인간의 엄청난 거리가 있는 존재로 바뀌어져 있음을 본다. 그러나 예의 능력은 전투능력이었고 그것은 궁술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고구려의 국조인 주몽의 능력과 같은 성격의 능력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신비한 궁술은 누구에게 배운바 없는 천부적인 것이었다는 점도 일치한다.
예는 인간을 위하여 많은 일을 하였으나 그 보상으로 주어진 것은 별로 없다. 악수를 제거하여도 백성들은 예를 위해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고 열 개의 태양을 조정하여 하나로 만들어 온 인류를 구원하였을 때도 인간은 예를 위하여 아무것도 베풀지 않았다. 예는 천제의 아들을 죽였다고 하여 천제의 화만을 샀을 뿐이다. 예는 낙수의 여신 宓妃와 사랑을 하였으나 이는 일시적인 외도였고 사랑의 결실이 이루지지는 못했다.
이처럼 예는 영웅적 활약으로 백성의 칭송을 받았으나 그 보상으로 어떤 미인이나 명예나 관작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성격도 다른 영웅신화와는 다른 점이다. 다만 예가 죽은 뒤 宗布神으로 제향을 받게 되었다는 점은 신화의 일반적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종포는 라고도 하는데 본래 고대의 두 가지 제례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榮祭는 홍수와 가뭄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고 祭는 사람과 짐승들에게 해를 끼치는 신령에게 제사지내는 것이라고 한다. 예는 태양의 수를 조절하여 가뭄의 피해를 제거하였고 알유, 착치, 구영, 파사, 대풍등 악수를 제거하였기에 종포신이 됨은 당연하다. 문제는 천신이었다는 예가 다시 또 종포신이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의 천신은 인간의 제향의 대상이었던 신이 아니고 천상에 있던 존재라는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진정한 신은 인간에게 제향을 받는 존재를 말한다.
만족의 영웅신화는 <타라이한마마>, <뒤룽거거><아다거언두리> <얼둬리마바>등이 있다. 이들 신화는 모두 무속신화로서 샤만에 의하여 전승되다가 문자로 정착되었다. <타라이한마마>를 만족 영웅신화의 대표적 유형으로 검토하기로 한다.
2. 타라이가 열살 되던 해 큰 바람에 휩쓸려가서 아무 소식이 없이 십여년이 지난다.(실종)
3. 이 해 타라이 마을은 그물 하나 때문에 다른 마을과 싸움을 시작하여 아홉날 아홉밤을 계속하고 있었다. (분쟁)
4. 두 마을 사람들이 칼과 창으로 살육전을 시작하려고 할 때 말을 탄 한 여장수가 나타나서 싸움을 말렸다. (귀환)
5. 그 여장수는 십년 전에 사라진 타라이로서 두 손을 들어 합치고 누구든 합쳐진 손을 떼어 벌린다면 싸워도 좋다고 한다. 석공 바라와
힘장수 나르한이 달려나와 타라이의 손을 떼어 놓으려 하였으나 모두 실패하고 만다. (능력발휘)
6. 타라이는 두 그루 큰 버드나무를 20명의 젊은이가 힘을 합쳐 뽑게하고 서로 싸우지 말고 협력하도록 설득한다. 이에 감동한 마을 사람들은
타라이를 촌장으로 모신다. (촌장추대)
7. 타라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일할 기회를 주고, 젊은이들에게는 활쏘기, 말타기, 칼쓰기등의 무예를, 여성들에게는 옷감짜는
방법을, 그리고 노인들에게는 광주리 엮는 방법을 가르킨다. (교육)
8. 하루는 한 젊은이가 하마탕 마을의 사슴 세 마리를 훔쳐와서 하마탕 마을 사람들이 싸움을 하러왔으나 타라이가 사슴을 돌려주고 훔친
청년 대신 매를 맞자 두 마을은 더욱 화목하게 된다.(분쟁해결)
9. 남쪽 마을의 행실이 나쁜 세 젊은이가 신통력이 대단한 늙은 이리를 찾아가 타라이를 모해하자 이리는 돌단지에 독침을 뱉어 타라이에게
먹이라고 한다.
10. 세 사람은 타라이에게 아가위즙이라고 하며 이리의 독침을 주자 타라이는 이리의 독침인줄 알면서도 먹고 병이 들어 죽게된다.
11. 타라이가 죽기 전에 세 청년에게 48개 마을의 촌장의 일을 맡기고 자기가 죽으면 자작나무껍질에 싸서 동산어구 큰 소나무에 매달아
달라고 한다.
12. 타라이는 죽고 마을 사람들은 타라이가 부탁한 대로 장사를 지내고 세 사람들이 마을 다스린다.
13. 세 촌장은 온종일 먹고 마시고 날마다 소, 돼지, 양 등을 이리에게 공물로 바친다.
14. 이리는 날마다 사람 둘씩을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세 사람이 어렵다고 하자 모든 사람을 산에 잡아다 놓고 먹고 싶을 때마다 끌어내어
먹겠다고 하면서 이리떼를 몰아 마을을 습격한다.
15. 이리떼가 동산어구 큰 소나무에 이르렀을 때 자작나무 껍질이 열리면서 타라이가 나타나 늙은 이리를 꾸짖고 칼로 이리의 머리를 벤 후
세 젊은이를 징치하고 다시 마을 맡아 다스린다.(악수제거)
16. 타라이가 다스리는 마을은 해마다 풍년이 들고 화목하게 살면서 타라이를 존경하여 타라이를 한이라 불렀다.
17. 어느 해 큰 제삿날에 타라이는 백두산 신령의 부름을 받고 산으로 돌아갔다. 타라이한마마는 郭合樂族이 섬기는 판단의 신이라고 하는데 秋祭 첫날 오전에 큰 나무 아래에 제물을 올리고 나무 위에 자작나무 껍질로 된 함을 걸어 놓고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이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족장이 이 신 앞에 꿇어 앉아 종족의 법규를 선독한다고 한다.(신성획득)
타라이는 일반적인 영웅의 특징처럼 고귀한 혈통을 자랑하지 않는다. 타라이는 한 작은 마을의 비양구라는 늙은 어부의 무남독녀로 태어난다. 어머니가 누구인가는 밝혀놓지도 않았고 잉태의 비정상도 기술되지 않았다. 그러나 열 살 되던 해 큰 바람에 휩쓸려가서 십년간 다른 곳에서 성장한 뒤 신이한 영웅적 큰 힘과 지혜, 그리고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을 터득하고 귀환한다. 그러나 타라이가 이러한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은 상술되지 않는다.
타라이의 능력은 육체적 힘과 검술을 비롯한 무예뿐만 아니고 옷감 짜기와 광주리 엮기등 생활에 필요한 일하는 능력을 두루 갖추었다는 특징이 있다. 타라이는 육체적 힘이 매우 강했다. 타라이가 합친 두 손은 우수리강 일대에서 힘장수로 소문난 나르한도 떼어놓지 못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나 타라이는 이 힘을 싸우는데 사용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 모두가 힘을 합쳐서 생산적인 일을 하는데 힘을 사용하도록 교육하였다. 타라이는 강력한 힘이 있으면서도 잘잘못을 따져서 잘못한 책임을 몸소 졌다. 자기 마을의 한 젊은이의 잘못으로 하마탕 마을 사람들과 큰 싸움이 벌어지게 되자 자청해서 50대를 맞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힘은 사람을 덕으로 감화시키는 고도의 정치적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타라이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부족간에 화목을 도모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하여 서로 지켜야 할 법규를 제정하고 이를 지키도록한 것이다. 이는 헌법을 제정하고 이에 따라 통치질서를 구축하여 국가체제를 수립한 일과 같은 성격이다. 이런 점에서 타라이는 무사적 능력보다도 덕성으로 부족원을 감화시켜 다스리는 왕도정치의 실현자로서 성격을 가진다.
2.4. 일본의 영웅신화 -스사노오신화-
일본의 신화 중에서 영웅신화로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신화는 스사노오 신화이다. [古事記]에 나타난 스사노오의 행적을 중심으로 신화의 서사단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 이자나기신은 스사노오에게 너는 우나하라(海原) 또는 천하를 다스리라는 명을 받는다.
3. 스사노오는 위임받은 나라를 다스리지 않고 오랫동안 큰 소리로 울어 나무와 강과 바다가 마르고 재앙이 생겨난다.(신의 횡포)
4. 이자나기신이 스사노오에게 우는 이유를 묻자 어머니 나라인 네노구니(根國)으로 가고 싶다고 하고 이자나기신은 스사노오를 추방한다.
5. 스사노오는 떠나기 전에 아마데라스에게 아뢴 후 가겠다고 하고 하늘로 올라간다. 이 소식을 들은 아마데라스는 모든 준비를 갖추고
스사노오를 맞아 아메노아스가와(天安河)를 사이에 두고 서약을 하면서 아마데라스는 세 여신을 낳고 스사노오는 다섯 남신을 낳는다.
(마데라스는 스사노의 칼을 받아 세조각을 내어 미나이 우물에 씻어 입에 넣고 씹어 내뿜어 삼여신을 낳고 스사노오는 아마데라스가의
왼쪽 미두라에 감겨진 오백개의 구슬, 오른쪽 미두라에 감긴 구슬, 가즈라( )의 구슬, 왼손의 구슬, 오른 손의 구슬을 받아 미나이 우물에
씻은 다음 입에 넣어 씹어서 내뿜어서 오남신을 낳는다.) 그리고 먼저 태어난 세명의 여신은 스사노오의 물건에서 태어낫으므로 스사노오의
자식이고 나중에 태어난 다섯 남신은 아마데라스의 물건에서 태어났으므로 아마데라스 자식이라고 선언한다.(천조대신과 대결)
6. 스사노오는 아마데라스에게 자기의 마음이 결백하기 때문에 부드럽고 약한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고 말한다.
7. 스사노오는 아마데라스의 논두렁을 부수고 개천을 메우고 신전에 똥을 뿌리는 난동을 부린다.
8. 스사노오는 베 짜는 여인이 일하는 방에 얼룩말 가죽을 벗겨 던져 베 짜는 여인이 놀라 북에 음부를 찔려죽게 만든다. (작난)
9. 아마데라스가 스사노오가 두려워 천석굴 (천암호 천석옥호)에 숨자 세상이 어두워진다. 그리하여 신들이 천안하에 모여 장닭을 울리고
대장장이로 하여금 쇠를 녹여거울을 만들게 하고 모두 굿을 하자 아마데라스가 나오게 되었고 세상은 다시 밝아진다.
10. 여러 신들이 의논하여 스사노오에 많은 속죄할 물건을 내도록하고 수염과 손톱 발톱을 잘라 죄를 씻게 한 후 천상계에서 추방한다.(추방)
11. 스사노오는 天上界로부터 추방되어 이즈모노구니에 히라는 江의 상류로 내려와서 울고있는 아시나즈찌와 데나즈찌라는 노인 부부를
만난다.
12. 스사노오는 야마타로오찌라는 뱀이 노부부의 일곱딸을 다 잡아먹고 여덟째 딸을 잡아먹으러 온다는 말을 듣고 딸을 달라고 한 뒤 뱀에게
술을 먹이고 칼로 베어 죽인다.(대사퇴치)
13. 스사노오는 뱀의 꼬리부분에서 쿠사나기라는 칼을 끄집어 내어 아마데라스에게 바친다.
14. 스사노오는 노인 부부의 딸인 쿠시나다히매와 결혼하여 스가(須賀)라는 곳에 궁궐을 짓고 생활 한다.
스사노오의 혈통은 창세의 신 아자나기와 이자나미를 부모로 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古事記}나 {日本書紀}의 여러 전승에서 이자나기 혼자 목욕을 하다가 코를 씻을 때 태어났다고 되어있어 남신 이자나기 혼자 낳은 신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스사노오가 우는 이유를 말하는 가운데 황천에 있는 어머니가 그리워 운다고 말한 점을 보아 스사노오의 어머니는 황천에 있다는 이자나미라고 추측되고 {일본서기}에 이자마기와 이자나미가 국토를 산생하고 '우리가 이미 대팔주와 국과 산천초목을 낳았다 어찌 천하의 주인이 될 자를 낳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뒤 함께 낳았다고 한 것으로 보아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부부 사이에서 낳은 신으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 이자나기신과 이자나미신은 하늘에서 섬을 만들고 지상으로 내려온 존재로서 천신이나 지신, 또는 수신등으로 분류될 신이 아니고 하늘과 땅과 물의 세계를 통합한 우주의 창세신이다. 이런 점에서 스사노오는 최고신의 후예라는 고귀한 혈통을 가진다.
스사노오는 이자나기신이 목욕을 하면서 코를 씻을 때 태어난 신이다. 아마데라스가 왼쪽눈에서 태어났고 스사노오는 코에서 태어났다. 눈이 빛과 관련을 가진다면 코는 바람과 관관련을 가진다. 그래서 스사노오를 폭풍의 신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코는 산맥과도 연결되고 지상의 대기공간 전체와 관련을 가지기도 한다. 스사노오는 그의 행적으로 보아 폭풍뿐만이 아니고 지상에서 일어나는 해일, 지진, 화산폭발, 가뭄등 자연재해 전반과도 관련을 가진다고 본다.
스사노오에게 다스리라고 한 공간은 전승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종합하면 우나하(海原)와 네노구니(根國)로 나타난다. 우나하는 바다를 말하고 네노구니는 지하국 또는 저승을 말하는데 이러한 공간은 아마데라스가 차지한 다까노하라(高天原)라는 하늘세계와 대립되는 곳으로서 지상세계를 의미한다고 본다.
스사노오는 태어나면서 오랫동안 소리내어 울었고 이 때문에 강과 바다가 모두 마르고 푸른 산이 메마른 산으로 변했으며 온갖 재앙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스사노오의 성격은 화산이나 지진등 대지의 자연재해를 나타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본다. 스사노오는 대지의 신으로서 농경이 시작되기 이전의 대지는 화산이 터지고 지진이 일어나고 해일과 홍수등 많은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 불안정한 상태였다. 이러한 지상의 자연재해가 스사노오신으로 형상화되었다고 볼 수있다.
스사노오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존재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스사노오의 울음소리 때문에 대지가 마르고 강과 바다가 마른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스사노오가 아마데라스를 만나러 승천할 때 산천은 모두 움직였고 국토는 진동했다고 한다. 이는 스사노오의 힘이 천하를 진동시킬만큼 대단함을 말한다. 스사노오는 다까노하라에서 논두렁을 부수고 개천을 메우고 신전에 똥을 뿌리는등 행패를 부렸으나 아무도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이는 스사노오의 힘이 강력함을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강력한 힘을 유익한 일에 쓰지 않고 집단 전체를 괴롭히는 일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반영웅적 성격을 가진다. 스사노오의 전반부 행적은 아마데라스 집단의 관점에서 본다면 반영웅적 난동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난동은 폭풍이나 지진등과 같은 인간의 삶의 재해로 인식된 자연현상의 투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다까노하라에서 추방당한 스사노오가 이즈모지방에 이르러서는 야마타로치라는 큰 뱀을 죽이고 아시나스치 노인 부부와 그의 여덟째 딸을 살리는 영웅적 행위를 행한다. 즉 스사노오의 후반의 행적은 악수를 퇴치하여 이즈모집단을 구원한 영웅적 활약이다. 여기서 스사노오는 다까노하라의 아마데라스 집단에게는 반영웅이고 이즈모노쿠니(出雲國)의 國神집단에서는 영웅이면서 통치자로 추앙됨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스사노오의 힘의 성격은 무엇인가? 주몽과 예와 타라이는 모두 활을 잘 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반하여 스사노오는 칼을 잘 쓰는 능력을 가진 영웅으로 나타난다. 스사노오가 다까노하라로 아마데라스를 방문하러 올라갈 때 아마데라스는 등에 천개의 화살이 들어가는 전통을 메고 옆구리에 오백개의 화살이 들어가는 전통을 메고 활을 세우고 맞이한다. 여기서 아마데라스는 활의 신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스사노오는 토쯔카쯔루기(十拳劍)라는 긴 칼을 차고 있었다. 이 칼을 아마데라스가 받아 세명의 여신을 낳는 것으로 보아 스사노오는 칼의 신임을 알 수 있다. 스사노오가 야마타로오치를 퇴치할 때도 토쯔카쯔루기라는 칼을 사용하였으며 뱀의 꼬리 부분에서 쿠사나기라는 칼을 찾아내었다는 점도 스사노오가 칼의 신임을 말해주는 증거가 된다.
칼을 사용하는 능력은 철기문화시대에 나타난 것이다. 철을 생산하고 불로 제련하는 제철술이 발달한 이후에 칼을 사용하는 영웅이 출현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스사노오는 철기집단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스사노오의 행적에서 중시할 점은 악수에게 죽게 된 여인을 구출하고 그 여인과 결혼한 후 통치권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페르세우스신화와 동궤의 성격으로서 한국의 居 知설화 중국의 寄의 大蛇退治 說話와 상통하는 영웅담의 성격을 가진다.
이상의 한국, 중국, 만주, 일본의 영웅신화의 특징을 종합하여 비교하기로 하겠다.
3.1. 영웅의 혈통
주몽은 천신계의 부계혈통과 수신계의 모계혈통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음을 본다. 주몽은 동부여를 탈출하여 엄체수를 건널 때 채찍으로 하늘을 가르키며 '나는 천제의 손자요 하백의 외손자라'고 말하면서 배와 다리를 놓아줄 것을 황천후토에게 빌었다. 또한 비류왕 송양을 만났을 때에도 자신을 소개하는 말에 천제의 손자임을 내세웠다. 주몽뿐만아니라 주몽의 후손들도 항상 주몽의 혈통을 내세우며 천신과 하백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다. 광개토왕 비문의 서두가 주몽의 혈통 소개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은 고구려 왕실이 혈통을 중시하고 신성시하였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본다.
왕가의 혈통은 다음대로 왕권이 세습되면서 특정 성씨를 신성시하는 왕권신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해모수의 직계 혈통은 解氏인데 북부여의 왕가로 되어있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후예는 高氏라고 하여 해모수의 성씨와는 다른 성씨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주몽신화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조신화는 대부분 성씨 시조신화의 성격을 겸하고 있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는 경주박씨의 시조이고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는 김해김씨의 시조이다.
이처럼 영웅의 혈통이 신성시되는 것은 그 영웅이 건국의 시조가 되어 왕위가 부계 혈통을 따라 세습된 경우에서 나타나는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스사노오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창세신이 결혼하여 출생한 자손이고 스사노오의 자손들이 번성하여 오호쿠니누시노카미(大國主神)으로 연결된다. 이런 점에서 일본신화도 혈통의 신성성이 강조됨을 본다. 그러나 중국의 영웅 는 부모가 버렸다는 이야기만 있을뿐 부모의 신분이나 이름이 밝혀지지 않아서 혈통을 알기 어렵다. 또한 일부 자료에는 예를 천신으로 등장시키면서 부모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예신화는 주인공의 혈통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본다. 만족의 영웅 타라이 역시 가난한 어부의 딸로 태어났다는 점에서 혈통의 고귀함이나 신성혈통의 관념은 찾아 볼 수 없다. 이상에서 중국과 만주에서는 혈통이 문제되지 않은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혈통을 중시한다는 관념을 찾을 수 있다.
부계혈통의 신성성이 강조되는 신화와 신성혈통의 관념이 없는 신화는 신화 형성과정이나 신화 재편과정이 다르다고 생각된다. 혈통의 신성성이 강조된 신화는 왕권의 신성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왕권신화로 편입되면서 윤식이나 가필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재편과정에서 국민이 숭앙하는 신의 후예로 시조왕의 혈통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신화와 일본신화는 왕권신화로서 고구려나 천황국가의 집권자가 윤색 개편한 성격을 가진다. 이에 반하여 혈통의 신성성이 문제되지 않은 중국의 신화나 만족의 신화는 여러 씨족이 연합된 부족의 신화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즉 특정 혈통을 신성시하는 것은 씨족 연맹체의 단결에 저해 요인이 된다고 생각되어 영웅을 특정 혈통에 결부시키지 않았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타라이라는 위대한 영웅이 가난한 늙은 어부의 딸로 설정되었다는 사실과 '비앙구'라는 부친의 이름과 '타라이'라는 딸의 이름에 아무런 공통성이 없다는 점, 그리고 타라이가 결혼하여 그의 후손이 번성한다는 족조신화의 상투적 내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특정 씨족의 혈통이 부각되는 것을 기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점이다.
중국의 예신화 역시 예의 부모나 후손에 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예가 모든 인류의 영웅임을 드러내기 위한 조처였다고 볼 수 있다. 영웅의 혈통을 강조한다는 것은 씨족 영웅의 경우에는 특정 성씨의 신성성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온 인류를 구원한 위대한 영웅에게 특정 성씨를 부여한다면 다른 성씨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영웅에 대한 숭앙감을 퇴색시킬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3.2. 영웅의 능력
주몽의 능력은 활을 짤 쏘는 능력과 자연현상을 주술로 조종하는 주술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는 활을 쏘는 능력과 무사로서 싸움하는 능력을 갖춘 영웅이다. 타라이는 활쏘는 능력과 법규를 만들어 준수하게 하여 집단을 화합시키는 능력을 갖춘 영웅이다. 스사노오는 칼을 잘 쓰는 영웅이다. 여기서 중국, 만주, 한국에서는 활을 잘 쏘는 능력이 중시되는데 비하여 일본에서는 칼을 잘 쓰는 능력이 중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만족 신화에서는 유독히 부족간에 화합과 단결을 강조하는 德治의 능력을 강조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활은 수렵사회에서 사냥의 도구로서 개발된 것이고 전쟁에서 적을 쓰러뜨리기 위한 무기였다. 북방 아시아 초원지대에서는 일찍이 수렵과 유목이 발달하였고 활의 제조기술이 발달되었다. 활은 철이 사용되기 이전 석기시대부터 사용된 도구였다. 이에 비하여 칼은 제철술이 개발되면서 사람이나 동물을 살해하는 무기로 개발된 도구이다. 칼을 만들기 위해서는 철을 제련하는 기술이 필요하고 철을 제련하려면 불을 사용할 줄 알아야한다. 이런 점에서 칼을 사용한 집단은 바로 철기문화를 발전시킨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칼은 활보다 후대적 성격을 가진다. 스사노오가 야마타로치라는 머리 여덟 달린 뱀을 칼로 베어 죽이고 뱀의 꼬리에서 칼을 얻었다는 것은 철을 제련하는 제철문화의 일면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화에서 쇠를 녹이는 용광로는 뱀이나 용과 같은 괴수로 표현되고 불에 녹은 쇠물은 용의 피로 나타난다.
지그프리드신화에서 龍血에 목욕을 한 지그프리드가 불사신이 되었다는 것은 몸 전체가 철갑으로 무장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철을 사용하여 만든 갑옷이 화살이나 창칼이 들지 않는 몸을 보호하는 기구로 개발되었다는 점에서 용혈 즉 쇳물을 몸에 바른 영웅이 불사신이 된다는 신화로 轉移된 것으로 본다. 스사노오는 뱀의 몸속에서 칼을 꺼낸다. 뱀이 몸 속에 칼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용광로에서 녹은 쇳물로 칼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야마타로치는 제련에 쓰였던 용광로의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야마타로치를 묘사하는 대목을 보면 산골짜기의 모습과 방불함을 느낀다.
그 눈은 빨간 꽈리와 같고 몸뚱어리 하나에 여덟 개의 머리와 여덟 개의 꼬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몸에는 넝쿨나무와 노송나무 및 삼나무가 돋아나 있고 그 길이는 여덟 계곡과 여덟개의 산봉우리에 걸칠만큼 길며 또 그 배를 보면 그 곳에서는 언제나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영웅의 능력이 힘으로 적이나 불평 불만이 있는자를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폭력적 성격을 띄우지 않고 적에게 양보하고 덕을 베풀어 포용하는 덕성을 중요한 능력으로 생각한 것은 만족의 영웅 다라이에서만 찾아지는 성격이다. 주몽은 궁술과 주술로 송양을 굴복시켰고 예는 궁술로 악수를 제거헸으며 스사노오는 검술로 대사를 퇴치하였다. 다라이 또한 두 손의 힘으로 마을 사람들을 복종하게 하고 보검으로 늙은 이리를 죽이는 힘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다라이의 진정한 힘은 경우 바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공정한 판결과 이를 법규로 제정하여 부족간의 분쟁을 해결하고 부족을 화합하도록 하여 부족보다 더 큰 집단인 부족 연맹을 성립시킨 것이다.
부족연맹은 국가의 시초이다. 국가의 시원에 관해서는 다기한 학설이 있으나 대표적인 학설은 폭력설과 계약설이다. 힘이 강한 집단이 무력으로 군소 부족을 통합하여 국가가 형성되었다는 무력설은 고구려신화의 경우에 설득력을 가진다. 반면 만족신화에 나타난 바와 같이 집단간에 분쟁을 공정한 판결로 해결하고 합리적이고 공평한 규약을 만들어 부족들을 다스린다는 발상은 계약설에 해당된다. 집단 구성원의 지지를 받아 통치자로 추대된다는 것은 고대부터 있었던 이상적 군주상이었다. 오늘날 민주국가에서처럼 선거에 의하여 국정의 책임자를 뽑는 방식은 근대에 들어와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선거제도와 유사한 군주의 추대형식은 고대부터 있었다고 본다. 학식과 덕망이 있는자를 부족 대표자들이 모여 군주로 추대하는 모습은 <박혁거세신화>나 <김수로신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박혁거세나 김수로는 어떤 통치능력도 발휘하기 이전에 군주로 추대된다. 이는 부족의 분쟁을 화해시키고 공정한 법규를 제정한 타라이가 촌장으로 추대되는 것과는 다른 성격이다. <타라이신화>에서는 분명히 근대 입헌 민주주의의 사고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민주적 사고는 만족들이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져 동족간에 싸움을 일삼고 단결하지 못하여 다른 민족에게 지배를 받는 과정에서 민족적 차원에서의 염원과 반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민주적 부족 연합의 실행은 후금의 시조 愛新覺羅신화에서도 찾아진다. 장백산중에 布勒瑚里라는 호수에서 弗庫倫이라는 天女의 몸에서 태어난 布庫里雍順이 三姓지방에 이르러 세 부족간의 쟁투를 화해로 이끌고 부족을 통합하여 대청제국을 건국하는 위업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만족의 영웅신화에서 중시되는 능력은 영웅의 개인적 용맹보다도 부족을 단결시키는 친화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주몽은 고구려라는 국가를 세우고 국가의 위엄을 빛내고 국력을 신장시키는 일에 전념한 영웅이다. 이런 점에서 주몽은 국가의 영웅이다. 는 인류를 위하여 인류의 삶의 저해가 되는 자연현상과 싸웠고 흉포한 惡獸를 처치한 영웅이다. 이런 점에서 예는 인류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타라이는 부족을 화합시켜 질서를 확립하고 서로 단결하고 협동하는 삶을 가르친 영웅이다. 이런 점에서 타라이는 한 민족의 영웅이다.
스사노오는 이즈모구니의 큰 뱀을 제거하고 그 고장의 사람을 구출하였다. 또한 스사노오는 스가(須駕)라는 곳에다 궁궐을 새로 짓고 아시나쯔찌를 궁궐의 수장으로 임명하고 궁궐에서 살았다. 이는 스가에 도읍을 정하고 이즈모지방을 통치하였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스사노오는 出雲國의 시조라고 할 수있다. 여기서 주몽과 스사노오는 한 지역 집단의 영웅이면서 통치권을 행사한 왕이라는 공통성을 가짐을 알 수 있다. 타라이는 부족을 결집시킨 만족이라는 민족의 영웅이고 예는 지상의 인류를 구원한 범 인류적 영웅이다.
그런데 주몽이 대결한 상대는 족장이면서 군주인 松讓이다. 이는 국가간의 대결로서 국가형성 이후에나 형성될 수 있는 내용이다. 이에 반하여 는 자연재해와 싸웠다. 자연의 재해는 인류의 삶이 시작되면서 극복하고 모피할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예신화가 더욱 원시적 성격을 가진다. 타라이 신화는 부족 집단이 통합하여 부족연맹체를 이루고 연맹체를 결집시키기 위하여 법규를 제정하고 이를 지켜야한다는 원리를 인식시킨 신화이다. 만족은 작은 집단으로 독립되어 흩어져 살면서 국가라는 큰 규모의 집단을 형성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군소집단을 통합하는 영웅의 출현을 갈망하였고 통합이 이루어졌을 때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 중원을 석권하곤 하였다. 이러한 신화는 부족연맹체의 형성기에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비교적 후대적 성격을 가진다.
주몽은 고구려의 국조신이면서 호국신으로 동명묘에 봉안되어 제향을 받았다. 동명묘는 고구려 제3대 대무신왕 3년 3월에 졸본에서 건립되었다. 그 후로 新大王 4년, 故國川王 원년, 東川王 2년, 中川王 13년, 故國原王 2년, 安藏王 3년, 平原王 2년, 建武王 2년 졸본으로 왕이 행차하여 시조묘에 제사를 지낸 기록이 있다. 또한 [北史]에는 고구려에서 하백녀와 주몽을 모신 신묘가 있고 관사를 파견하여 수호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처럼 주몽은 고구려의 영웅신이면서 시조신으로 제향되었음을 알 수 있고 그 제향은 왕실에서 주관하는 국가적 행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적 제향을 온상으로 주몽신화는 신성성이 강화되면서 전승되었으리라 추측된다.
타라이는 郭合樂族이 섬기는 판단의 신으로서 秋祭에서 제향을 받는다고 한다. 郭合樂族은 청나라 강희초년 우수리강 동쪽에서 寧古塔에 투항하여 八旗軍에 가입한 만족의 한 부족이다. 이들이 타라이한마마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나무 위에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함을 걸어 놓고 秋祭 첫날 오전에 제물을 올리고 족장은 신 앞에 꿇어 앉아 종족의 법규를 선독한다고 한다. 여기서 타라이는 부족의 신이면서 판단의 신으로서 부족들이 올바른 법규를 만들고 이를 잘 준수하도록 가르친 신임을 알 수 있다. 판단의 신에 대한 숭앙심은 이지적인 힘에서 비롯된다. 공정한 판단이 중시된 것은 원시공동체사회에서 수렵이나 어로등 집단의 공동작업으로 얻은 획득물을 분배하는데서 비롯된 사고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