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껴안은 섬…섬 선유팔경 내려앉았네
서해 군산 선유도·무녀도·장자도
전북 군산(群山) 앞바다에는 고군산(古群山)이 있다. 말 그대로 ‘옛날 군산’이다. 원래 군산은 지금의 군산 앞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아우르는 지명이었다. 바다 위에 올망졸망 솟아오른 섬들이 마치 무리 지은 산봉우리를 닮았다고 해서 ‘군산(群山)’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지금은 고군산 일대에 흩어진 16개 유인도와 47개 무인도를 통틀어 ‘고군산군도’라 일컫는다. 예나 지금이나 고군산의 중심지는 선유도다. 조선시대에는 군산진(群山鎭)이라는 수군기지가 설치됐던 섬이다. 군산진이 현재의 군산으로 옮겨가면서 지명도 함께 따라갔다고 한다.
고군산군도는 선유도, 야미도, 신시도, 대장도, 장자도, 무녀도, 방축도, 말도, 횡경도를 비롯해 모두 63개 섬으로 이뤄졌다. 이처럼 많은 섬들이 좁은 해역(海域)에 흩어져 있으니 바다가 섬을 에워싼 것이 아니라, 섬들이 바다를 껴안은 듯하다. 섬과 섬 사이에 드리워진 바다는 산중 호수처럼 아늑한 느낌을 준다.
군산항에서 선유도까지의 뱃길은 약 50km에 이른다. 굵직한 산봉우리 같은 군도(群島) 사이에 있는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1시간30분쯤 헤쳐 간다. 하지만 이 낭만적인 뱃길도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길이 33km의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어 야미도와 신시도는 이미 육지가 됐다. 그리고 신시도와 이웃한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는 오래전에 3개 연도교를 통해 하나로 이어졌다. 신시도와 무녀도 사이에 연도교가 완공되는 2013년이면 무녀도뿐 아니라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가 모두 육지와 연결된다.
상전벽해의 큰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선유도와 그 이웃 섬들은 외관상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하다. 여전히 자전거와 전동 카트가 자동차를 대신하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닌다. 주말과 휴일이면 몰려든 관광객으로 장바닥처럼 붐비다가도,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평일에는 절간처럼 고즈넉하다.
선유도와 그 주변의 3개 섬 가운데 가장 한적한 곳은 무녀도(巫女島)다. 무녀도에는 무녀가 없다. 섬 형상이 춤추는 무녀를 닮았대서 붙여진 지명일 뿐이다. 선유2구 선착장을 통해 선유도에 첫발을 내딛었다면, 무녀도부터 둘러보는 것이 순리다. 선착장 부근의 좁은 물목에 가로놓인 선유교를 건너면 곧장 무녀도에 들어선다.
무녀도는 선유도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선유도가 다소 번잡한 반면, 무녀도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느껴진다. 무녀1구 마을과 좀 떨어진 포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띈다. 무녀도 사람들의 근면성은 유별나다고 한다. 이미 1950년대 초에 약 53만㎡(16만여 평)의 개펄을 메워 농토로 만들었을 정도로 억척스럽다. 섬의 본래 이름조차 서둘러 일손을 놀리지 않으면 먹고살기 어렵다는 뜻의 ‘서들이’라고 한다. 남다른 근면성 덕에 무녀도는 오늘날 고군산군도에서 가장 산물(産物)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에는 선유팔경이 있다. 큰비가 올 때마다 망주봉 암벽에 형성되는 망주폭포, 선유도해수욕장의 화려한 일몰을 가리키는 선유낙조, 무녀도 주변의 3개 무인도 사이로 고깃배가 귀항하는 풍경을 지칭하는 삼도귀범, 장자도 앞바다에 떠 있는 고깃배들의 불빛인 장자어화, 고운 모래가 깔린 선유도해수욕장의 명사십리, 고군산군도의 12개 봉우리가 마치 투구 쓴 병사의 도열 광경 같다는 무산12봉, 신시도 월영봉(해발 199m)의 오색단풍을 가리키는 월영단풍, 선유도 내만(內灣)에 기러기가 내려앉은 듯한 형상을 띤 모래톱 평사낙안이 바로 선유팔경의 절경이다.
선유도의 여러 절경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것은 선유도의 상징물이나 다름없는 망주봉(104m)이다. 선유도와 그 주변 어느 섬에서나 이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먼 옛날 선유도에 유배된 신하가 이곳에 올라 임금이 계신 북쪽을 바라봤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정상에 올라서면 고군산군도의 섬과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선유봉(111m)과 대장봉도 망주봉 못지않게 전망이 탁월하다. 그중에서도 정상에 오르기가 가장 수월한 곳은 장자교 근처에 우뚝한 선유봉이다. 이 봉우리에서는 망주봉이나 대장봉에서는 보이지 않는 선유1구 마을 풍경과 옥돌해수욕장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대장도에 위치한 대장봉은 해발고도(142m)가 가장 높다. 그래서 상쾌한 조망을 보장한다. 어업전진기지였던 장자도, 선유도의 망주봉과 명사십리해수욕장은 물론이고, 멀리 새만금방조제와 변산반도까지 조감도처럼 또렷하다. 대장봉 기슭에는 서울로 떠난 지아비를 기다리다 돌이 됐다는 할매바위가 있고, 그 아래쪽 바닷가에는 길이 30m의 아담한 몽돌해변도 있다. 해변 근처의 바위틈에서는 한줄기의 시원한 석간수가 흘러내리기도 한다.
대장도와 선유도 사이에 자리 잡은 장자도는 고군산군도 바다가 황금어장이던 시절에 어업전진기지였던 섬이다. 마을 하나가 거의 섬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면적이 좁지만, 옛날에는 수십 수백 척의 고깃배들이 풍랑을 피해 몰려든 천혜 피항지이자 보급기지였다고 한다. 멸치가 많이 잡혔던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장자도 포구 주변에는 커다란 젓갈통들이 빼곡하게 들어차기도 했다. 오늘날 장자도는 어족자원이 크게 감소했지만, 유일한 마을은 전라북도에 4곳뿐인 어촌체험마을 가운데 하나로 지정돼 있다. 예약한 뒤 장자도어촌체험마을(063-471-7574)에 찾아가면 바다낚시는 물론, 갯벌에서 바지락과 키조개 잡기, 갯바위에서 홍합 채취하기, 후릿그물 당기기 같은 다채로운 어촌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여/행/정/보
●숙박
선유도에는 등대펜션(063-466-0012), 밀파소펜션(063-466-6024), 파란펜션(063-465-6494), 풀하우스펜션(010-2948-0995), 우리파크(010-6644-4687), 망주봉산장(063-465-8017), 한세월파크(063-466-7477), 엘림민박(063-466-0081) 등의 숙박시설이 몰려 있다. 무녀도에는 황제민박(063-465-7054), 금순민박(063-465-7083), 덕진하우스(063-465-2132) 등의 민박집이 있다. 그리고 장자도에는 섬마을풍경(063-468-7300), 화이트하우스(010-4652-4944) 등의 펜션이 있다. 인터넷 사이트 아름다운 선유도(www.sunyudo.com)에 들어가면 선유도 여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맛집
선유도에는 선유팔경횟집(063-465-8667), 고군산횟집(063-465-3239), 바다로횟집(063-468-2506), 으뜸관광횟집(063-465-0432) 등의 식당이 있다. 주로 생선회, 꽃게탕, 매운탕, 백반, 바지락죽을 차려낸다. 대부분의 민박집들도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교/통/정/보
●군산↔선유도
군산여객선터미널(063-472-2712)에서 월명여객선(063-462-4000, www.wmmarine.com)과 한림해운(063-461-8000, www. hanlimhaewoon.co.kr)의 여객선이 하루 6~7회 왕복 운항하며, 피서철에는 증편된다. 쾌속선은 50분, 일반 여객선은 1시간 20분가량 소요되며, 인터넷으로도 예매 가능하다.
●군산↔장자도
군산여객선터미널에서 에이치엘해운(063-466-7171)의 일반 여객선(장자훼리호)이 하루 2회 운항한다.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며 관리도, 방축도, 명도, 말도를 경유한다.
※여객선의 출항시간과 횟수는 비·성수기, 계절, 요일, 날씨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해당 선사에 전화를 걸어 정확한 출항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섬 내 교통
택시나 정기 노선버스는 없다. 자전거, 전동 카트 등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녀야 한다. 짐이 많을 경우 숙소 주인에게 미리 전화하면 화물차나 승합차를 몰고 부두에 마중 나오기도 한다.
서해 보령 삽시도
삽시도(揷矢島)는 하늘에서 바라보면 화살[矢]을 꽂아놓은[揷] 활처럼 생겼다고 한다. 충청도에서는 안면도, 원산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하지만 면적은 3.78k㎡, 해안선 길이는 11km에 불과해 도보로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한나절만 자분자분 걸으면 섬 구석구석을 다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처음 찾은 사람에게 삽시도는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술뚱선착장이 있는 웃말과 밤섬선착장이 있는 밤섬마을 사이에 제법 널찍하고 반듯한 논밭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삽시도의 3개 마을 가운데 가장 큰 웃말에는 초등학교, 발전소, 보건소, 경찰초소 같은 공공기관과 정미소, 교회, 발전소, 민박과 펜션, 식당, 슈퍼마켓 등이 몰려 있다. 게다가 넓지 않은 마을길에는 이곳 주민들의 자동차와 소형 트럭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닌다. 언뜻 어느 시골의 면 소재지처럼 번화해 보인다.
웃말의 술뚱선착장에서 초등학교와 발전소 앞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을 하나 넘으면, 선착장과 마을이 있는 동쪽 해안과는 판이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산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는 거멀너머해수욕장에 당도한 것이다. 인적이 뜸한 해변에는 갈매기만 오락가락하고, 아득한 수평선 위로는 작은 고깃배가 천천히 떠간다.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은 의외로 단단하다. 경사도 아주 완만해 한참을 걸어야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바다는 썰물 때마다 한없이 멀어졌다가 밀물 때면 솔숲 턱밑에서 출렁거린다. 그래도 수심이 얕은 편이어서 피서철에는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마음 놓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서쪽 해수욕장치고는 바닷물도 아주 투명하다. 얕은 물에서 손가락만 한 새끼 복어가 헤엄치는 모습이 마치 수족관에서 노니는 양 선명하게 들여다보인다. 이런 특징들은 진너머해수욕장, 밤섬해수욕장 등 삽시도 해수욕장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거멀너머해수욕장 남쪽에 있는 길이 100m쯤의 갯바위지대를 통과하면 진너머해수욕장이 나온다. ‘당너머해수욕장’으로도 불리는 이 해수욕장의 풍경, 분위기는 거멀너머해수욕장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백사장 길이가 100m가량 짧아서 좀 더 아늑한 느낌이 든다는 점, 그리고 해수욕장 뒤편에 거멀너머해수욕장보다 훨씬 더 높은 언덕이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 언덕에는 해당화를 비롯한 야생화가 철따라 끊임없이 피고 진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다 저쪽에는 호도, 녹도 등의 섬들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다. 해질녘이면 그 섬들의 하늘과 바다를 현란하게 채색하는 해넘이와 저녁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삽시도의 서남쪽 해안으로는 ‘수루미해수욕장’으로도 불리는 밤섬해수욕장이 자리한다. 다른 두 해수욕장에 비해 찾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성수기인 피서철에도 한가롭고 오붓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진 모래밭을 호미로 뒤적거리면 어린아이의 주먹만 한 조개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평소 인적이 뜸한 밤섬해수욕장의 주인은 검은머리물떼새다. 파도가 드나드는 모래밭을 부산스럽게 들쑤시며 먹이를 잡아먹는다.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 제326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희귀한 검은머리물떼새는 원래 겨울철새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서천 유부도를 비롯한 우리나라 서해의 여러 섬에서 번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로는 텃새로 자리 잡았다. 이 새는 환경 변화에 워낙 민감해 서식환경이 조금만 나빠져도 금세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곤 한다. 그러므로 검은머리물떼새가 사는 곳은 자연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삽시도에는 3개의 보물이 있다. 면삽지, 물망터, 황금곰솔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 면삽지와 물망터는 썰물 때만 만날 수 있다. 면삽지는 진너머해수욕장 남쪽의 무인도다. 밀물 때는 뚝 떨어져 혼자 있다가 썰물 때 좁은 모래톱을 통해 삽지도와 연결된다. 면삽지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는 작은 해식동굴이 자리하는데, 그 안에는 맑고 시원한 약수가 솟는 샘터가 있다. 물 빠진 면삽지 주변의 얕은 바다와 갯바위에서는 조개, 해삼 같은 해산물을 맨손으로도 쉽게 잡을 수 있다. 예전에는 면삽지에 가려면 썰물 때에 맞춰 진너머해수욕장 남쪽의 갯바위지대를 조심스레 통과해야 했다. 그러다 몇 해 전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방제작업용 찻길이 개설된 덕에 지금은 들어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면삽지에서 다시 암석해안을 끼고 돌아가면 삽시도의 또 다른 보물인 물망터를 만난다. 밀물 때는 바닷속에 잠겼다가 썰물 때마다 깨끗한 샘물을 뿜어내는 신비의 샘이다. 삽시도는 옛날부터 물맛 좋기로 소문난 섬이었다. 특히 음력 칠월칠석날에 여자들이 물망터 샘물을 마시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삽시도의 마지막 보물인 황금곰솔은 곰솔(해송)의 돌연변이종이다. 사시사철 푸른 빛깔을 띠어야 할 솔잎이 온통 황금색이다. 우리나라에는 세 그루만 자생할 정도로 희귀한 소나무라고 한다. 황금곰솔을 보려면 먼저 밤섬해수욕장 서쪽 끝 솔숲에 자리 잡은 금송사라는 암자를 찾아가야 된다. 거기서 멀지 않은데도 길 찾기가 간단치 않다. 암자에서 정확한 길을 다시 확인한 뒤에 길을 나서야 헤매지 않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실제로 본 황금곰솔은 황금색이 별로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주민의 말로는 해질 무렵에 봐야 진짜 황금색을 띤다고 한다. 그래도 ‘세계적인 희귀 소나무여서 학술적으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안내판의 설명글을 읽고 나면, 그곳까지의 다리품이 헛되게 느껴지진 않는다.
여/행/정/보
●숙박
태창비치하우스펜션(041-932-6925), 동백하우스(011-408-3738), 펜션나라(041-931-5007), 바다타운(010-8300-4321), 버디하우스펜션(011-203-2921), 삽시도통나무펜션(017-403-3643), 해돋는펜션(041-935-1617), 청해펜션(041-932-3769), 모닝펜션(041-932-3648), 글로리펜션(041-932-0768) 등 펜션과 시설 좋은 민박집이 많다.
●맛집
해돋는펜션식당(041-935-1617) 등 상설식당이 많다. 대부분 생선회, 김치찌개, 해물탕 등을 내놓는다. 음식 맛과 가격도 비슷한 편이다.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는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펜션을 이용할 경우에는 식사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교/통/정/보
●대천↔삽시도
대천여객선터미널에서 삽시도, 장고도, 고대도를 거쳐 가는 신한해운(041-934-8772)의 카페리호가 평일에는 하루 3회(07:30, 13:00, 16:00), 주말과 휴일에는 하루 4회(10:40 추가) 운항한다. 피서철에는 증편되며, 안면도의 영목항에서도 삽시도행 카페리호가 하루 1회(16:30) 출항한다. 대천에서 삽시도까지는 약 40분 걸린다. 삽시도에서는 물때에 따라 윗말선착장과 밤섬선착장을 번갈아 이용하기 때문에 삽시도에서 승선할 경우에는 어느 선착장에 배가 도착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섬 내 교통
택시나 정기 노선버스가 없다. 자동차를 배에 싣고 가거나 두 발로 걸어 다녀야 한다. 민박집에 연락하면 배 시간에 맞춰 차를 갖고 나오기도 한다.
서해 옹진 덕적도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75km 거리에 자리한 덕적도(德積島)는 덕적군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덕적도를 우리말로 옮기면 ‘아주 큰 넓이의 섬’이라는 뜻이다. 섬 전체 면적은 20.87k㎡(약 631만 평), 해안선 길이는 37.6km다. 덕적도, 굴업도, 울도, 백아도, 문갑도를 비롯한 8개의 유인도와 34개의 무인도가 덕적군도를 이룬다. 덕적군도의 모든 섬을 아우르는 덕적면의 면사무소도 이곳에 있다.
덕적도는 삼국시대부터 서해 해상교통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수군이 주둔했고, 말을 기르는 국영목장도 있었다. 그리고 연평도 조기어장이 황금기를 구가할 당시에는 전진기지였던 덕적도에도 수많은 배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전설이 됐다. 연평도 조기어장이 사라진 뒤로는 고기잡이보다 관광업이 덕적도 주민에게 훨씬 더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덕적도는 섬인데도 산이 많다. 피서철 외에 덕적도를 찾는 외지인 중에는 바다를 보기 위해서라기보다 등산을 하려고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최고봉인 국수봉(314m)과 제2봉인 비조봉(292m)을 연결하는 12km 길이의 종주코스가 개설돼 있기 때문이다. 6시간이 걸리는 종주코스를 선택하는 등산객도 많지만, 대부분 2~3시간 걸리는 비조봉코스를 이용한다. 비조봉을 오르내리기만 해도 울창한 숲길, 칼등 같은 능선길, 날카로운 바윗길 등 다양한 느낌과 풍경의 산길을 지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산행의 묘미가 각별하다. 사방으로 시야가 훤한 비조봉 정상의 팔각전망대에 올라서면 인천 앞바다의 섬들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주민들의 말로는 날씨만 좋으면 연평도 너머의 황해도 해주까지 또렷이 보인다고 한다.
덕적도에는 밧지름해수욕장, 서포리해수욕장이 있다. 밧지름해수욕장은 아담하고 한적하다. 편의시설도 근래 들어서야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연스러운 멋이 살아 있다. 백사장 언덕에 뿌리를 드러낸 노송들과 아담한 해변 앞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특히 인상 깊다.
오래전 국민 관광지로 지정된 서포리해수욕장도 솔숲이 운치 있다. 넓고 긴 백사장을 병풍처럼 둘러싼 이 솔숲에는 ‘서포리 웰빙산림욕 산책로’라고 명명된 데크로드가 조성돼 있다. 밤에 환한 가로등 아래를 걸어도 좋고, 새벽녘 미명에 걸어도 좋은 길이다. 걷는 내내 코끝에 진동하는 솔향기만 맡아도 절로 심신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넓다 못해 광활하기까지 한 서포리해수욕장의 백사장은 해수욕장으로 안성맞춤이다. 자전거 타기에도 제격이다. 모래밭이 단단해 일부러 만든 자전거 전용도로 같다. 서포리에는 펜션과 민박, 음식점, 화장실, 샤워장, 체육공원 같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하룻밤 묵기에 적당하다. 더욱이 서포리 남쪽에는 비조봉 등산로의 입출구가 있어 산행 전후에 들르기 좋다. 해질 무렵 덕적군도의 서쪽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와 저녁노을도 이 해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덕적도 북서쪽 해안의 능동자갈마당도 한번 둘러볼 만한 해변이다. 서포리해수욕장, 밧지름해수욕장과 달리 굵은 호박돌이 깔린 몽돌해변이다. 몽돌이 너무 큰 탓에 걷기가 불편할 정도다. 그래서 해수욕장으로 활용하긴 어렵지만, 자연 풍광만큼은 빼어난 곳이다. 여름에는 해당화가 곱게 피고, 사시사철 쉬지 않고 쏟아지는 파도소리가 듣기 좋다. 해변 한쪽에는 장군바위가 우뚝하고, 그 건너편에는 유인등대가 들어선 선미도가 떠 있다.
덕적면 진리의 덕적면사무소 옆에는 덕적초·중·고교가 있다. 한 학교 건물 안에 초·중·고교와 병설유치원까지 모여 있는 특이한 구조다. 스쿨버스에 적힌 학교 이름도 덕적초중고등학교다.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학교일 것이다. 똑같은 학교, 똑같은 교실과 운동장에서 유치원 1년차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4년간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좀 지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학교 안에 있는 솔숲을 보니 그런 생각이 슬그머니 사라진다. ‘송정숲’이라고 불리는 이 솔숲은 해송(곰솔)이 아닌, 육송(적송)만으로 이루어졌다. 나무마다 삼척 준경묘의 금강소나무처럼 쭉쭉 뻗은 데다, 바닥에 단단한 모래가 깔려 있어 임간(林間) 학습장으로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듯하다. 숲 밖에는 아담한 모래해변이 초승달처럼 구부러져 있고, 솔숲 한복판에는 1950년대 미군의 골프연습장으로 활용됐다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남아 있다. 이 멋진 숲을 둘러보자 그 숲과 14년간이나 함께 했을 덕적도 사람들의 학창시절이 오히려 부러웠다.
덕적도 남동쪽에는 면적 3.03k㎡, 해안선 길이 14.4km의 아담한 소야도가 떠 있다. 덕적도까지 간 김에 한 번 들러볼 만한 섬이다. 덕적도 진리도우선착장과 소야도 나루개선착장의 거리는 한달음에 건너뛸 수 있을 만큼 가깝다. 하지만 소야도로 건너가려면 2시간 간격으로 덕적도와 소야도 사이를 왕래하는 작은 종선(從船)을 이용해야 한다.
소야도에는 파도가 잔잔하고 백사장의 경사가 완만한 떼뿌리해변이 있다. 물도 맑고 샤워장, 화장실, 급수대, 원두막 같은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주차장 옆에는 잔디 깔린 야영장이 있어 비수기 주말에도 캠핑하려는 동호인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소야도의 동쪽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몇 개의 작은 섬들은 썰물 때마다 물 밖으로 드러나는 모래톱을 통해 소야도와 연결된다. 작은 ‘모세의 기적’을 날마다 구경할 수 있는 셈이다.
여/행/정/보
●숙박
서포리해수욕장 주변에 서포리아(032-851-2323), 하늘바다펜션(017-261-7274), 바다사랑펜션(032-831-2926), 소나무향기펜션(032-832-1111), 섬사랑민박(032-832-9660), 서포비치(032-831-2841), 노을민박(032-832-5728) 등의 숙박시설이 많다. 면사무소 근처에도 덕적펜션(032-832-4548), 민션씨싸이드(032-833-0707)가 있다.
●맛집
진리도우선착장에 자리한 회나라식당(032-831-5324)은 꽃게탕, 매운탕, 생선회를 두루 잘하는 집이다. 여수횟집(032-832-9390)의 장어탕도 맛있다. 그 밖에도 도우회가든(토종닭백숙, 032-831-8704), 서울식당(바지락칼국수, 032-832-7790) 등의 음식점이 있다.
교/통/정/보
●인천↔덕적도
대부해운(032-887-6669, www.daebuhw.com)의 대부고속훼리5호(자동차 선적 가능)가 평일 하루 1회, 주말 하루 2회 운항한다. 요금은 어른의 경우 편도 1만2100원이며, 중형 자동차를 선적할 경우 편도 4만5000원이다. 고려고속훼리(1577-2891, www.kefship.com)의 스마트호와 코리아나호는 날짜마다 출항 시간이 다르며, 평일에는 평균 2회, 주말에는 평균 4회 이상 덕적도로 향한다. 따라서 정확한 시간은 반드시 전화로 확인하거나 홈페이지를 참조한다. 대행사인 섬투어(032-761-1950, kefyp.seomtour.kr)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승선권을 예매할 수 있다. 요금은 어른 기준 왕복 2만1900원.
●대부도↔덕적도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에서 대부해운(032-886-7813)의 대부고속훼리2호(자동차 선적 가능)가 평일 하루 1회, 주말과 휴일 하루 2회 출항한다. 2시간 걸리며, 사전 확인 및 예약은 필수다.
●섬 내 교통
덕적면 공영버스(2대)가 대체로 배 출항 및 도착 시간에 맞춰 선착장↔서포리, 선착장↔북리 노선을 운행한다. 1대뿐인 택시(010-2055-5855)는 어디서든 부르면 달려온다.
서해 옹진 승봉도
승봉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속하는 섬 가운데 하나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직선거리로 100여 리(40km)가량 떨어져 있다. 면적은 2.2k㎡, 해안선 길이는 10km쯤 된다. 마실 가듯 가볍게 걸어 다니기에 좋은 섬이다. 이 섬에는 아담한 시멘트도로와 조붓한 숲길이 실핏줄처럼 뻗어 있다. 풍광이 수려한 바닷가를 따라 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해안도로가 특히 인상적이다.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 길을 걷노라면 기대 이상으로 다채로운 풍경과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승봉도의 유일한 마을은 부두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조금만 더 걸으면 운치 좋은 오솔길이나 솔숲길에 접어든다. 어느 길로 걸어도 금세 바닷가에 닿는다. 승봉도의 바다 풍광은 아기자기하고 섬세하다. 보는 이를 위압하거나 주눅 들게 하는 풍경은 별로 없다. 어디를 가나 빼어난 절경이 즐비하다. 특히 부채바위, 남대문바위 같은 기암괴석이 즐비한 북쪽 해안의 풍광이 인상적이다.
여름에 승봉도 해안길을 걸으면 곱게 핀 해당화가 곧잘 눈에 띈다. 진분홍 꽃잎이 큼직하고 초록빛 잎이 무성한 꽃이어서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해당화가 만발한 부채바위해변에서 물 빠진 바닷가를 따라 조금만 가면 승봉도 제일의 절경으로 꼽히는 남대문바위가 보인다. 거대한 갯바위 하나가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에 깎이고 비바람에 씻겨 웅장한 돌문으로 변신했다. 바위 위쪽에는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어 그 운치가 한결 돋보인다. 남대문바위 주변에는 돌과 모래와 뻘이 뒤섞인 갯벌이 형성돼 있다. 썰물 때 이 갯벌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바지락, 해삼, 낙지 같은 해산물을 직접 손으로 잡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남대문바위를 지나 자갈해변을 좀 더 걸어가면 다시 해안도로를 만난다. 이곳 해안도로변에는 주랑죽공원이 들어서 있다. 2층 정자와 단층 파고라, 피크닉테이블과 지압산책로, 야생화 화단, 운동기구, 급수대와 화장실까지 두루 갖춘 이 공원은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남대문바위에서부터 승봉도의 맨 동쪽에 우뚝한 촛대바위까지는 온통 암석해안이다. 거칠고 투박한 돌들이 무수히 나뒹구는 해안을 걷는데도 기분이 아주 상쾌하고 발걸음은 가뿐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절승인 데다, 바닷물이 가득 차 있는 경우만 아니라면 딱히 위험한 구간도 없다. 더욱이 따가운 햇살을 피할 만한 해안동굴이 있고, 자잘한 자갈과 굵직한 모래가 깔린 해수욕장도 두어 군데 지나게 된다. 그리고 바닷가 모래언덕과 산자락에 철따라 피고 지는 야생화들이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인적이 비교적 뜸한 승봉도의 동쪽 해안에서는 다양한 물새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검은머리물떼새, 꼬마물떼새, 제비물떼새를 쉽게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다. “삐이~삑, 삐이~삑” 하는 독특한 울음소리, 붉은 눈과 부리, 그리고 검은 깃털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하얀 깃털이 검은머리물떼새의 자태를 더 우아하게 만든다.
촛대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람 손가락 같기도 한 촛대바위를 보고 나면 길을 되돌아 나와야 한다. 깎아지른 해벽 아래에서 일렁거리는 바다가 길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하지만 촛대바위 남쪽의 부두치해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절경이다. 이곳에는 모래와 자갈, 조개껍질이 섞인 백사장은 물론, 썰물 때마다 ‘모세의 기적’으로 바닷길이 열리는 작은 섬 하나가 있다. 물때를 미리 알아두면, 섬 속의 섬을 찾아가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승봉도 마을 부근의 남쪽 해안에는 길이가 1.3km가량 되는 이일레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이 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단단하고 물도 깨끗해 5월부터 주말과 휴일이면 물놀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더구나 수심이 얕고 경사가 매우 완만해 어린이들도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승봉도 서남쪽 가까운 바다에는 사승봉도가 떠 있다. 모래가 많아 ‘사도(沙島)’라고도 불리는 이 섬은 개인 소유의 무인도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개인이나 단체로 무인도 체험을 하려고 이 섬을 일부러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관리사무소(032-831-6651)가 들어서 있고 관리인까지 상주해 더는 무인도로 보기 어려울 성싶다. 그래도 여느 유인도에 비하면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무인도 같은 호젓함과 자연미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길이 1~2km, 폭 수백~1000m 이상의 모래밭이 사방에 형성돼 있어 마치 바다 위의 사막 같은 정취를 물씬 풍긴다.
이처럼 다채로운 풍경과 정취를 안겨주는 승봉도는 언제 누구와 함께 찾아도 만족스러운 섬이다. 특히 바쁜 일상에 찌든 도시인에게는 승봉도의 넓은 백사장과 상쾌한 솔숲길, 한적한 자갈해변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섬을 떠나온 뒤에도 승봉도의 아늑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한동안 눈앞에서 아른거리게 마련이다.
여/행/정/보
●숙박
승봉도마을과 이일레해수욕장 주변에는 바다풍경(032-431-4515), 연꽃펜션(032-832-3541), 승봉패밀리펜션(032-831-6150), 도깨비민박식당(010-9047-3770), 사계절민박(032-832-3558), 이일레민박식당(032-832-1034), 승봉마리나(032-832-8001), 해오름민박(032-831-3857) 등 펜션과 민박집이 많다. 급수대, 화장실이 갖춰진 이일레해수욕장과 주랑죽공원에서는 캠핑도 가능하다.
●맛집
선창휴게소(032-831-3983), 도깨비민박식당(010-9047-3770), 이일레민박식당(032-832-1034)처럼 사시사철 문을 여는 음식점이 몇 곳 있어 식사를 해결하기가 어렵진 않다. 대부분 생선회, 된장찌개, 김치찌개, 꽃게탕, 매운탕, 백반 같은 메뉴를 내놓는다.
교/통/정/보
●인천↔승봉도
승봉도, 대이작도, 자월도를 두루 거치는 우리고속훼리(032-887-2891, www. urief.co.kr)의 레인보우호와 대부해운(032-887-6669, www.daebuhw.com)의 대부고속페리5호(자동차 선적 가능)가 평일 하루 2회, 주말과 휴일 하루 4~5회 왕복 운항한다. 물때와 요일에 따라 출항 시간이 달라지므로 미리 확인하고 예매하는 것이 좋다. 소요시간은 레인보우호의 경우 1시간 30분, 카페리호의 경우 1시간 50분.
●대부도↔승봉도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에서 대부해운(032-886-7813)의 대부고속훼리1호(자동차 선적 가능)가 평일 하루 1회, 주말과 휴일 하루 2회 출항한다. 1시간 20분 걸리며, 사전 확인 및 예약은 필수다.
●섬 내 교통
택시나 정기 노선버스가 없다. 자동차를 배에 싣고 가거나 두 발로 걸어 다녀야 한다. 자전거로 여행하기에 아주 좋다. 민박집에 연락하면 배 시간에 맞춰 차를 갖고 나오기도 한다.
서해 옹진 연평도
꽃게와 조기로 유명한 연평도는 이른바 ‘접적지역(接敵地域)’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북방한계선(NLL)을 사이에 두고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는 곳이다. 하지만 의외로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연평도는 소연평도와 구분해 ‘대연평도’라고도 불리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의 면 소재지 섬이기도 하다.
연평도는 전체 면적이 7.2k㎡(약 220만 평)에 불과하다. 따라서 계획된 일정표가 필요 없다. 하룻밤쯤 묵으면서 산보하듯 걸어 다녀도 섬 구석구석 다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첫날 일정은 가급적이면 연평도의 서남쪽 언덕에 위치한 등대공원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그곳에서는 북녘땅의 강령반도, 옹진반도의 하늘과 바다를 핏빛으로 물들이는 해넘이와 까치놀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등대공원의 입구에는 1·2차 연평해전 당시 전사한 장병들을 기리는 평화공원이 조성돼 있다. 김남풍 작사, 김부해 작곡에 가수 최숙자가 노래한 ‘눈물의 연평도’ 노래비도 이곳에 자리한다. 등대공원의 가장 높은 곳에는 사각형의 흰색 등대가 하나 서 있다. 1960년에 처음 불을 밝힌 이 등대는 한동안 연평도 어선들의 뱃길을 인도하는 길잡이 노릇을 해왔으나 1974년 7월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소등했다. 그러다 1987년 등대로서의 용도가 전면 폐기됐다.
등대공원 아래에는 연평도 제일의 일몰 감상 포인트인 관광전망대가 있다. 팔작지붕을 한 2층 콘크리트 건물이다. 1층에는 조기역사관, 2층에는 사방으로 시야가 훤한 누마루 형태의 전망대가 자리한다. 조기역사관에는 임경업 장군이 처음 시작했다는 연평도 조기잡이의 역사를 보여주는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있다. 전시관 주변에는 연평도 조기떼와 조기잡이 배를 묘사한 조각상도 세워져 있다.
관광전망대 건물이 자리 잡은 언덕은 연평도에서 가장 전망이 탁월할 뿐 아니라, 멋진 일몰까지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남녘땅에 앉아 북녘 하늘과 바다를 무대 삼은 일몰의 장엄함, 그리고 저녁노을의 황홀함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가래칠기해변, 빠삐용바위, 구리동해수욕장 등으로 이어지는 연평도 서쪽 해안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중 빠삐용바위는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탈출하기 위해 바다로 몸을 던진 그 절벽을 닮았다. 높이 40여m의 깎아지른 암벽과 푸른 바다, 하얀 백사장이 한데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그리고 연평도 최대의 해수욕장인 구리동해수욕장은 물이 맑고 백사장이 깨끗해 여름철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그 밖에도 임경업 장군을 모신 사당인 충민사, 황해도 옹진반도가 빤히 건너다 보이는 망향대, 눈 쌓인 설경이 아이스크림 모양을 닮았다는 아이스크림바위, 당섬선착장으로 오가는 길가에 세워진 제1연평해전전승비도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연평도 서쪽 바다에는 소연평도와 구지도가 떠 있다. 관광전망대에서는 두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때 치열하게 전개되던 연평해전의 역사적 현장이 바로 그 주변 해역이다. 지금도 그 바다에서는 남과 북의 함정들이 보이지 않는 북방한계선을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바다는 한없이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하다.
여/행/정/보
●숙박
둘리민박(010-4943-8902), 경주펜션(011-9940-4275), 연평민박(032-832-1573), 연동타운모텔(032-832-9879), 신일민박(032-831-3635), 허브민박(010-3129-4332)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그 밖에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포탄에 맞아 부서진 몇몇 업소들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맛집
면사무소가 있는 마을에 밀물식당(032-832-3080), 미영식당(032-831-4327), 제일식당(032-832-7357), 연동회관(032-831-3705) 등의 상설식당이 있다. 주로 꽃게탕, 조기매운탕, 백반 메뉴를 내놓는다.
교/통/정/보
●인천↔연평도
인천 연안부두와 연평도 당섬선착장 사이를 고려고속훼리(1577-2891, www.kefship.com)의 쾌속선 코리아익스프레스호가 하루 1회 왕복 운항한다. 관광객이 많은 주말이나 휴일에는 연평도 출항시간이 늦춰져 당일 여행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편도 2시간 20분 소요. 대행사인 섬투어(032-761-1950, kefyp.seomtour.kr)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승선권을 예매할 수 있다.
※연평도행 여객선은 물때, 요일, 날짜에 따라 출항시간이 수시로 바뀐다. 그러므로 해당 선사 또는 섬투어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고하거나 전화를 걸어 미리 정확한 출항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섬 내 교통
연평도에는 정기 노선버스나 택시 같은 대중교통이 전혀 없다. 민박집에 미리 부탁하면 배 시간에 맞춰 자동차를 몰고 부두로 마중 나온다. 대부분 민박집 차량을 이용해 주요 명소를 둘러본 뒤 육지로 나온다.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연평도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애초부터 도보나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연평도행 여객선은 자전거를 무임으로 실어준다.
남해 진도 관매도
남근바위’로도 불리는 방아섬. 관매팔경중 하나다.
전라남도 진도 땅 서남쪽 끝에 팽목항이 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한반도 최남단인 해남 ‘땅끝마을’보다 자동차로 20~30분 더 걸릴 만큼 먼 항구다. 그곳에서 다시 뱃길로 24km를 더 가야 ‘다도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관매도에 닿는다. 진도군 조도면 관매도리에 속하는 관매도는 조도군도의 154개 섬 가운데 가장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관매도 부두에 도착한 관광객의 눈길을 맨 먼저 붙잡는 것은 수령 50~100년의 아름드리 곰솔(해송)들로 빼곡한 솔숲이다. 약 2km의 관매도해수욕장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데, 원래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방사림으로 조성됐다. 이 솔숲은 400여 년 전 나주 사람 함재춘이 관매도에 들어와 곰솔 한 그루를 심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2010년 산림청이 선정한 ‘올해 가장 아름다운 숲’이기도 하다
관매도해수욕장의 백사장은 경사가 완만하다. 해안선에서 100m쯤 떨어진 바다의 수심도 사람 키를 넘지 않는다. 해수욕장 앞에는 다도해 섬들이 점점이 떠 있어 파도를 막아준다. 게다가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은 떡처럼 단단해 ‘떡모래밭’이라고도 불린다. 발바닥에 닿는 모래 감촉이 참 부드럽고 편안하다. 밀물 때마다 바닷물에 잠기는 모래밭에는 아이의 주먹만 한 조개가 숨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 모래 속을 뒤적거리며 조개를 잡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해수욕장의 북쪽 끄트머리에는 변산반도의 채석강을 닮은 해식절벽이 형성돼 있다. 수만 권의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듯한 절벽 아래에는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에 깎이고 씻긴 동굴도 있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이 절경을 구경하려면 썰물 때에 맞춰 가는 것이 안전하다. 해수욕장의 솔숲이나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장려한 일몰도 잊지 못할 장관이다.
관매도에는 관매팔경(觀梅八景)이 있다. 제1경인 관매도해수욕장 외에는 모두 배를 타고 한 바퀴 돌아야 구경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은 제2경 방아섬과 제5경 하늘다리다. ‘남근바위’라고도 불리는 방아섬은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던 곳이라고 한다. 하늘다리는 높이 50m의 갈라진 바위틈에 놓였던 다리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하늘다리가 놓였던 그 바위를 올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한 전율이 느껴진다.
관매도는 최근 환경부가 선정한 ‘국립공원 명품마을 제1호’이기도 하다. 명품마을에는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생태체험 프로그램 개발 및 주민 재교육도 지원함으로써 생태관광 명소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한다. 관매도명품마을(061-544-0400, www.gwanmaedo.co.kr)에도 마을 공동 소유의 숙박시설이 들어섰고 돌담길, 습지관찰로, 논·밭두렁길, 해당화길, 매실길 등 다채로운 탐방로가 조성됐다. 그 밖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향토음식도 개발함으로써 사계절 내내 외지인을 끌어들일 토대가 구축됐다. 이제 관매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생태관광 휴양지다.
여/행/정/보
●숙박
관매도 주민은 명품마을운영위원회(061-544-0400)를 통해 관매사랑민박(펜션형)과 팽나무골민박(한옥 독채형)을 공동 운영한다. 깔끔한 시설에 비해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그 밖에 관광민박(061-544-3827), 관매정(061-544-8668), 명성민박(061-544-3650), 솔밭민박(061-544-9807), 송림상회(061-544-3668), 송백정(061-544-4433), 청우당(061-544-5725), 샘터민박(061-544-5670) 등 민박집도 여럿 있다.
●맛집
명품마을운영위원회를 통해 주민이 공동 운영하는 관매사랑식당에서 싱싱한 해초를 활용한 관매정식, 톳빈대떡, 톳칼국수, 해초튀김, 장어구이, 장어떡갈비, 해물영양솥밥, 문어볶음 같은 명품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용객이 많지 않은 계절에는 20명 이상의 단체만 식사할 수 있으며,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각 민박집이 상설식당 구실을 한다.
교/통/정/보
●진도↔관매도
진도 임회면 팽목항에서 에이치엘해운(061-544-0833, www.hlhaewoon.co.kr)의 한림페리3호가 하루 1회 운항한다. 서진도농협(061-543-3383, www.sujindononghyup.co.kr)의 조도고속훼리호는 하루 1회 팽목항에서 출항한다. 단, 일정 기간에 따라 운항 선박과 시간이 달라지므로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 선적이 가능하며, 중형차의 경우 3만2000원이다.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는 씨월드고속(061-243-1927)의 섬사랑10호, 신해7호가 관매도를 경유한다. 각 경유지 도착시간은 수많은 변수에 따라 달라지므로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섬 내 교통
택시나 정기 노선버스는 없다. 자동차를 배에 싣고 가거나 두 발로 걸어 다녀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로 다닐 만한 도로가 별로 없으므로 팽목항 무료주차장에 주차해두는 것이 좋다. 관매도명품마을에서는 자전거도 빌려준다. 대여료는 2시간에 5000원.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면사무소가 자리한 흑산도는 홍어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힌 홍어의 대부분이 이 섬에서 유통된다. 목포항에서 뱃길로 93km 떨어진 흑산도는 쾌속선으로도 2시간쯤 달려야 도착한다. 섬 면적은 19.7k㎡, 해안선 길이는 42km로 제법 큰 편이다. ‘흑산도(黑山島)’라는 지명은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은 빛깔을 띤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흑산도에는 시종일관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리는 25.4km의 일주도로가 있다. 1984년 첫 삽을 뜬 이후 27년 만인 2010년 3월에야 비로소 흑산도 일주도로 개통식이 열렸다. 이 도로를 따라 흑산도 관광에 나선 사람은 맨 먼저 상라봉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로 가는 길에 진리 당산과 배낭기미해수욕장, 무심사 옛터를 지나게 된다. 진리 당산은 흑산도 일대에 산재한 22개 당산의 본당(本堂)이다.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당산에는 소박한 건물의 진리당과 용신당(龍神堂)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흑산도와 제주도에만 자생한다는 초령목(招靈木)도 이곳 당산에 자리 잡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던 어미나무는 여러 해 전 고사했고, 지금은 43그루의 새끼나무가 주변에서 자라고 있다. 목련과에 속하는 초령목은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로, 목련 가운데 가장 먼저 흰 꽃을 피운다.
진리 당산을 지나면 금세 배낭기미해수욕장이다. 호수처럼 잔잔하고 백사장이 완만한 데다, 찻길과 인접해 있어 많은 피서객이 찾는 해변수욕장이다. 배낭기미해수욕장과 흑산도 최초의 마을인 읍동마을(진리2구)을 지나면 구절양장의 상나리고개에 접어든다. 열두 굽이의 이 고갯길은 빠르게 도망치는 뱀처럼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갯길이 시작하는 지점에는 나이 든 팽나무 아래로 고려 초기 삼층석탑과 석등만 덩그러니 남은 무심사 옛터가 있다.
상라봉 전망대 입구에는 가수 이미자의 당대 히트곡인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우뚝하다. 흑산도에서는 언제 어딜 가나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라는 노랫소리가 돌림노래처럼 끊이질 않는다.
상라봉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5분쯤 산길을 오르면 상라봉 정상의 봉수대에 당도한다. 발아래로 내·외영산도, 옥섬, 횡섬 등의 섬들에 둘러싸인 흑산항이 조감도처럼 내려다보인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장도와 홍도, 오른쪽으로는 영산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이곳은 장엄하고도 화려한 해돋이와 해넘이의 감상 포인트이기도 하다. 붉은 태양이 장도와 홍도 쪽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면, 동쪽 흑산항 위로 둥근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른다.
상라봉 전망대에서 심리마을까지 12km에 이르는 일주도로 구간은 줄곧 창망한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이어진다. 가는 도중에 한반도 모양으로 구멍이 뻥 뚫린 지도바위도 보고, 허공에 떠 있는 듯한 형태의 ‘하늘도로’도 지나게 된다. 흑산도 최고봉인 문암산 깃대봉(377m)에서 급하게 흘러내린 해안절벽은 문자 그대로 천인단애(千斷崖)여서 도저히 길을 내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절벽에 긴 말뚝을 가로로 박은 뒤, 다시 그 위에 도로를 깔았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도로 아래에 일렁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흑산도 서남쪽 해안에 자리한 심리마을에서 야트막한 사리재를 넘어서면 사리마을에 들어선다. ‘모래미’라고도 불리는 이 바닷가 마을은 다산 정약용의 둘째형 손암 정약전(1758~1816년)이 기나긴 유배생활을 하던 곳이다. 천주교도였던 정약전은 1801년 신유사화 때 이곳에 유배된 뒤로 14년 동안 살다가, 인근 우이도로 유배지를 옮긴 지 1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남서해안에 서식하는 155종의 물고기와 해산물을 집대성한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집필했다. 사리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비탈에 그가 후학을 가르치던 사촌서당을 복원해놓았다. 사리마을을 지나면 가파른 고갯길이 다시 시작된다. 이 고갯길에서는 사리포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칠형제바위’라고 불리는 7개 돌섬이 천연방파제를 이루는 포구 안쪽으로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오롱조롱 떠 있는 풍경은 그림보다 더 아름답다.
사리포구에서 고개를 2개쯤 넘으면 면암 최익현(1833~1906년)의 유적지가 있는 천촌리에 도착한다. 면암은 조선 말기 일본과의 강화도조약 체결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흑산도에 2년 정도 유배된 뒤 풀려났다. 그러다 결국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전라도 태인에서 의병을 일으킨 면암은 순창싸움에서 패해 일본 쓰시마로 압송됐다. 마침내 그곳 감옥에서 “적이 주는 음식에는 입을 댈 수 없다”며 단식한 끝에 굶어죽었다. 오늘날 천촌리의 면암 유적지에는 근래 세워진 비석 하나, 그리고 면암이 암벽에 새겼다는 ‘其封江山 洪武日月(기봉강산 홍무일월)’이라는 글자뿐이다. 천촌리에는 흑산도의 2개 해수욕장 가운데 하나인 샛개해수욕장도 있다. 아담한 해변이지만 모래가 곱고 아늑해 가족이나 연인끼리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샛개해수욕장 입구에서 흑산항까지 거리는 6km쯤 된다. 자동차로 5~10분만 달리면 꿈길처럼 아름다운 흑산도 일주도로 종점에 도착한다.
여/행/정/보
●숙박
진리와 예리 등에 흑산비치호텔(061-246-0090), 코리아모텔(061-246-3322), 황금모텔(061-246-5372), 유정장(061-275-8844), 산호장(061-275-9393), 개천장(061-275-9154), 여로장(061-275-9236), 영복민박(061-275-9400), 죽항민박(061-275-9189) 같은 숙박업소들이 몰려 있다.
●맛집
홍어의 본고장 흑산도에서 홍어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흑산도 주민은 입천장이 벗겨질 만큼 푹 삭힌 것보다 싱싱한 회를 더 선호한다. 예리항의 성우정식당(061-275-9101)은 흑산도에서도 가장 내력 깊고 손맛 좋은 홍어 전문점으로 소문나 있다. 그 밖에 영생식당(해물찜, 061-275-7978), 우리음식점(홍어, 061-275-9030), 큰손식당(해물탕, 061-275-6500), 태양밥집(백반, 061-275-9239)도 토박이가 추천하는 맛집이다.
교/통/정/보
●목포↔흑산도
목포여객선터미널(061-240-6060)에서 출항하는 동양고속훼리(061-243-2111, www.ihongdo.co.kr)의 선박이 하루 2회 있으며, 남해고속(061-244-9915, namhaegosok.co.kr)의 초쾌속선도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2회 출항한다. 홀수일과 짝수일에 출항 여객선사가 다르니 전화로 확인하거나 홈페이지를 참고한다. 주말과 휴일, 성수기에는 증편되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섬 내 교통
흑산교통의 노선버스(061-275-9744)와 택시가 있다. 노선버스는 대체로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동양택시(061-246-5006), 개인택시(017-631-9743) 등의 택시를 이용한 일주관광도 가능하다. 대략 1시간 40분 소요되며, 4인 기준 6만 원이다.
여수 거문도를 생각하면 동백꽃이 맨 먼저 뇌리를 스친다. 남해안에서 가장 황홀한 동백숲길이 이 섬에 있기 때문이다. 거문도 동백숲길의 황홀함에 매료된 몇 해 동안은 동백꽃이 만개하는 2~3월이면 어김없이 여수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곤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거문도는 동백꽃만 보고 오면 되는 섬인 줄 알았다. 그래서 네댓 번의 거문도여행도 모두 늦겨울이나 이른 봄에 떠났다.
5, 6년 전쯤 어느 여름날, 우연찮게 거문도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하기도 어려운 초청여행이라 비행기, 버스, 배를 갈아타고 마침내 거문도항에 내렸다. 쾌청한 여름날에 거문도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새파란 하늘, 진초록색의 상록수림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무르익은 봄날의 환상적인 동백숲길 못지않게 아름다운 풍경이 그 작은 섬에 빼곡했다. 그때부터 거문도는 언제든 가고 싶은 사계절 휴양여행지가 됐다.
흔히 하나의 섬으로 알고 있는 거문도는 사실 동도, 서도, 고도(古島) 등 3개 섬을 아우르는 지명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꽤 오랫동안 ‘삼도’ 또는 ‘삼산도’라고 불렸다. ‘거문도(巨文島)’라는 이름은 조선 말기 이곳을 찾은 중국 청나라 정여창이 김유라는 대학자와 필담을 나누다 그의 탁월한 문장력에 탄복해 붙여준 것이라고 전해온다.
어느 때든 상관없이 거문도항에 도착했을 때 맨 먼저 발길이 향하는 곳은 거문도등대(061-666-0906)다. 서도에 우뚝한 수월산(196m)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한다. 서도 남쪽의 찻길 종점에서 ‘목넘어’(또는 무넹이, 수월목)라는 갯바위지대의 잔교(棧橋)를 건너고, 다시 비탈진 나무 계단 길과 1.3km의 동백숲길을 통과해야 거문도등대에 당도한다. 이 길은 거제 지심도의 동백숲길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울창한 동백꽃길이다. 사방팔방이 온통 동백나무 원시림이어서 동백꽃이 피는 철에는 꿈길보다 더 환상적인 동백꽃길이 만들어진다.
거문도등대는 1905년 남해안에서는 최초, 우리나라에서는 인천 팔미도등대에 이어 두 번째로 불을 밝힌 등대다. 남해안과 제주도 사이의 중요한 뱃길을 밝혀온 거문도등대가 세워진 지 101년째 되던 2006년 여름에는 높이 34m의 새 등대가 준공되기도 했다. 154개 계단을 통해 해발 약 100m의 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망망대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야가 쾌청한 날에는 멀리 백도까지도 또렷이 보인다. 여름철에는 등대 옆 관백정에서 수평선에 자리한 아스라한 백도의 여러 섬 위로 아침 해가 솟아오르는 광경도 볼 수 있다.
거문도에는 거문도등대의 동백숲길 못지않게 매력적인 트레킹코스가 또 하나 있다. 서도의 보로봉에서 불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그것이다. 그 길을 걷노라면 망망대해의 수평선이 어깨를 맞댄 채 따라온다. 그래서 검푸른 바다 위에 쌓은 돌담 위를 걷는 듯 위태로워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가는 도중에 기와집의 용마루처럼 생긴 기와집몰랑과 탑처럼 우뚝한 신선바위 입구도 거친다. 기와집몰랑의 능선에서 거문도항과 삼호교를 바라보면, 삼호교 바로 앞에 반달 모양의 백사장을 품은 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거문도해수욕장’이라고도 불리는 유림해수욕장이다. 물이 깨끗하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다.
거문도항은 조선 말기에 발발한 거문도사건(1885년 4월 15일~1887년 2월 27일)의 역사 현장이다. 당시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한다는 이유로 거문도를 점령한 영국군은 정세에 따라 200~800명의 병력과 5~10척의 군함을 주둔시키면서 섬 곳곳에 포대와 병영을 구축했다. 영국군은 해군 제독 해밀턴의 이름을 따 거문도를 ‘포트해밀턴’이라고 불렀다. 당시 영국군과 거문도 주민의 관계는 대체로 우호적이었다고 전해온다. 주민은 영국군에게 노동력과 토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과 의료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영국군은 중국(청), 러시아, 일본 등의 열강과 조선 정부가 거세게 반발하자 러시아로부터 ‘한반도의 어느 곳도 점령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거문도에서 철수했다.
지금도 거문도에는 거문도사건의 자취가 또렷이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영국군묘지다. 거문도를 점령한 23개월 동안 모두 9명의 영국군이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했다. 그중 3명의 무덤은 고향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이곳에 여태껏 남아 있다. 거문도항에서 좁은 골목길과 거문도사건 당시 영국군 막사가 들어섰던 거문초등학교를 지나면 어느덧 영국군묘지가 자리한 바닷가 언덕에 다다른다. 오래도록 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머나먼 타향에서 떠돌지도 모를 영국군 병사들의 넋이 애처롭고 안타깝다.
거문도여행에서는 백도 유람선관광을 빼놓을 수 없다. 백도를 보지 못하면 거문도를 반의반밖에 못 본 것이나 다름없다. 거문도 절경의 태반이 ‘다도해의 해금강’이라고 불리는 백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뉘는 백도는 모두 36개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취빛 바다 위에 보석처럼 흩뿌려진 서방바위, 각시바위, 부처바위, 도끼바위, 매바위, 병풍바위, 곰바위, 삼선바위 등 다양하고도 독특한 형상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규모가 큰 바위섬 위쪽으로는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가 울창해 원시적인 자연미를 물씬 풍긴다. 쾌청한 날씨 속에 백도의 비경을 제대로 구경하고 나면 거문도여행에서 더는 바랄 것이 없어진다.
여/행/정/보
●숙박
거문도항 주변에 시랜드모텔(061-665-1126), 고도민박(061-665-7288), 해밀턴모텔(061-666-4242), 태평양장(061-666-1867), 뉴백도장(061-666-1874), 동백여관(061-666-8062), 가리비민박(061-666-0009), 섬마을민박(061-666-8111), 늘푸른민박(061-665-7509), 터미널민박(061-665-8281), 노루섬민박(061-666-9372) 등의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맛집
거문도항에는 섬마을횟집(017-606-8051), 황금어장(061-666-7734), 패밀리모텔횟집(061-666-2334), 산호횟집(061-665-5802), 백도횟집(061-665-6183) 등의 음식점이 있다. 주로 갈치, 돔 같은 싱싱한 생선회와 매운탕, 김치찌개, 백반, 갈치구이정식 등의 식사를 내놓는다. 음식 값과 메뉴는 대체로 엇비슷한 수준이며, 맛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한여름인 7월부터 가을 깊은 10월 사이 갈치잡이철에는 은갈치회가 별미다.
교/통/정/보
●여수↔거문도
여수여객선터미널(061-663-0117)에서 (주)청해진해운(061-663-2824, www.cmcline.co.kr)의 오가고호와 오션호프해운(주)(061-662-1144, www.oceanhope.com)의 줄리아아쿠아호가 하루 2회씩 출항한다. 이용객이 많은 주말과 휴일에는 4회 왕복 운항하며, 여름철 성수기에도 증편된다. 여수와 거문도를 왕복 운항하는 여객선은 고흥 외나로도의 축정항을 경유한다. 소요시간(편도)은 약 2시간.
●고흥 녹동↔거문도
고흥군 도양읍 녹동항에서 (주)청해진해운의 페레스트로이카호가 하루 2회(08:00, 14:00) 운항한다. 평화해운(주)(061-843-2300, www.sea-4u.com)의 평화페리5호는 하루 1회(07:00) 출항하며, 2시간 50분 걸린다.
●거문도↔백도
거문도항에서 (주)청해진해운의 바다제비호가 수시 출항한다. 미리 전화로 시간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운항 소요시간은 약 2시간 30분.
●섬 내 교통
정기 노선버스는 없고, 거문도택시(061-665-1681)가 2대 있다. 거문도항과 동·서도의 어촌마을을 오갈 때는 주로 여객선 발착시간에 맞춰 운항하는 도항선을 이용한다.
금오도는 전남 여수시 남면의 면사무소가 있는 섬이자 금오열도의 중심이다. 금오도를 비롯해 안도, 연도, 소리도, 화태도, 대두라도, 소두라도, 나발도, 대소횡간도 등 37개 섬이 금오열도를 이룬다. 면적 2만7481k㎡, 해안선 길이 64.5km인 금오도에는 섬 규모에 비해 큰 산이 많다. 대부산(382m), 망산(344m), 옥녀봉(261m), 상산(207m), 중봉(231m) 등의 산봉우리가 즐비하게 솟아 있다. 해발고도는 200~300m대에 불과하지만, 산행 기점이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어 산행 소요시간과 코스 난이도는 육지의 500~600m급에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금오도를 찾는 외지인 가운데 십중팔구는 바다 구경보다 산행이 목적이다. 최근에는 금오도의 해안절벽과 해안단구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비렁(벼랑)길’이 생겨 금오도를 찾는 외지인 수가 부쩍 늘었다.
섬 산행은 등산코스가 아무리 험준하거나 길어도 별로 지루하지 않다. 어디에서든 눈길만 돌리면 상쾌한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산길을 걸으면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섬 산행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것에 매료되면 아무리 멀고 외딴섬이라도 천 리 길 다리품이 아깝지 않다. 금오도가 바로 그런 섬이다.
금오동 산행에서 핵심은 11km의 대부산 종주코스다. 송유리의 함구미마을을 출발해 대부산, 문바위, 칼이봉, 느진목, 옥녀봉, 검바위를 거쳐 면 소재지인 우학리로 하산하는 이 코스는 완주하는 데 5시간 내외가 걸린다. 섬 산행치고는 거리와 소요시간이 만만치 않다. 종주코스가 부담스럽다면 함구미마을에서 대부산, 문바위를 거쳐 여천마을로 내려오는 5.7km의 간이코스를 선택해도 괜찮다. 함구미마을에서 시작하는 비렁길도 8.5km의 풀코스와 5km의 짧은 코스가 있다.
대부산의 산행 기점인 함구미마을부터 팔각전망대까지는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꾸준히 계속된다. 하지만 숨은 가빠도 마음만은 가볍다. 돌담길, 대숲길, 억새밭길, 너덜길, 서어나무 숲길이 번갈아 나오면서 다채로운 풍정을 안겨주는 덕분이다. 대부산은 특히 숲이 좋다. 그런데 수종은 의외로 단조로워 서어나무 일색이다.
함구미마을을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나 빽빽한 서어나무 숲을 빠져나오면 팔각전망대에 당도한다. 일망무제의 다도해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지는 전망대다. 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와 여수 시내 아파트까지도 아스라이 보인다. 전망대부터는 휘파람이 절로 나올 정도로 평탄한 능선길이다. 울창한 서어나무 숲길과 전망 좋은 바윗길을 번갈아 지나게 된다. 전망대에서 약 20분 거리에 대부산 정상이 있고, 거기서 다시 2.1km를 더 가면 문바위라는 절경을 만난다. 커다란 바위 2개가 양쪽으로 솟아 있는 모습이 마치 문처럼 생겼다. 문바위를 뒤로 하고 15분쯤 걸으면, 여천마을 하산 길이 시작되는 삼거리 쉼터에 당도한다. 여기서 해안도로변의 여천마을까지는 800m에 불과하므로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내려갈 수 있다.
멀리 금오도까지 왔는데 산행만 즐기고 돌아가기엔 너무 아쉽다. 원래 금오도는 훌륭한 바다낚시 포인트가 많기로 유명하다. 해안이 대부분 깎아지른 암벽으로 이루어진 데다, 해식동굴이 많고 수심이 깊어 감성돔, 벵에돔, 농어 같은 고급 어종이 많이 서식한다. 특히 금오도 주변의 바다는 여수 연안을 오르내리는 감성돔이 반드시 거치는 길목이자 산란장이어서 대물을 노리는 ‘꾼’들의 발길이 연중 끊이질 않는다.
여/행/정/보
●숙박
면 소재지인 우학리에 명가모텔(061-665-9520)이 있다. 돋음볕펜션(061-665-4599), 안골민박(061-665-9690), 여남식당(061-665-9546), 중앙식당(061-665-1212), 상록식당(061-665-9506) 등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맛집
우학리의 여남식당(061-665-9546)은 해물정식, 생선회, 매운탕, 아구찜, 낙지볶음 같은 해물요리를 잘하는 집이다. 특히 금오도 주변의 청정해역에서 채취하거나 잡은 굴, 참꼬막, 고동, 가오리, 장대, 꼴뚜기, 학꽁치, 노래미 같은 해산물로 만든 푸짐한 해물정식이 인기다. 이 밖에도 중앙식당(061-665-1212), 상록식당(061-665-9506) 등의 음식점이 있다.
교/통/정/보
●여수↔금오도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는 한림해운(061-666-8092, www.hanlimhaewoon.co.kr)의 금오고속페리호가 하루 2회 금오도 여천항으로 향하며 1시간 정도 걸린다. 화신해운(061-665-0011, www.hshaeun.com)의 한려페리호는 하루 3회 비렁길의 출발지인 금오도 함구미마을로 향하며,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하계와 동계의 운행 시간표가 다르므로 반드시 홈페이지를 참고해야 한다. 여수에서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도 신기항에 가면 한림해운의 한림페리7호가 하루 7회 금오도로 출항한다. 설날과 추석 연휴, 피서철에는 예비선 1척이 수시로 운항하므로 홈페이지 및 전화로 운항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25분 정도 소요된다.
●섬 내 교통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버스, 그리고 어디에서든 부르면 달려오는 9인승 택시와 25인승 버스(061-666-2651)가 있다.
풍광이 수려한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욕지도가 있다. 연화도, 두미도, 초도, 상·하노대도, 우도, 갈도를 포함해 39개 섬으로 이루어진 연화열도의 좌장(座長)이다. 경남 통영시 욕지면의 면사무소도 이 섬 동항리에 있다. 복주머니 모양으로 깊숙히 들어온 동항리의 내만(內灣)에는 욕지항이 자리 잡았다. 언뜻 봐도 천혜의 항구임을 알 수 있다.
배가 욕지항에 접어들 때 승객들의 시선을 맨 먼저 잡아끄는 것은 뱃길 양쪽에 빈틈없이 들어찬 양식장이다. 한때 황금어장으로 유명했던 욕지도 바다에는 이제 최첨단 양식장들이 들어서 있다. 광어, 참돔, 고등어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양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던 참치(참다랑어)까지 양식하고 있다. 주민들은 “욕지도에서 양식한 생선회는 다른 곳의 자연산 회보다 맛좋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
욕지항에는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모밀잣밤나무숲(천연기념물 제343호)이 있다. 100여 그루의 모밀잣밤나무를 비롯해 사스레피나무, 보리밥나무, 팔손이나무, 생달나무, 광나무 등의 상록수가 울창해 사계절 내내 싱그러운 초록빛을 띤다. 한낮에도 어둑할 만큼 울창한 이 숲은 주민의 휴식처뿐 아니라 물고기를 불러 모으는 어부림(魚付林) 구실도 한다.
모밀잣밤나무숲 아래 해안도로는 욕지도 일주도로의 일부 구간이다. 그 도로를 어느 방향으로 달려도 욕지도 해안을 한 바퀴 돌아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일주도로변의 전망 좋은 언덕에는 어김없이 전망데크가 설치돼 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곳에 올라서면, 욕지도의 깨끗한 바다와 독특한 해안절경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예를 들어, 서북쪽 끝 ‘석양이 아름다운 쉼터’에서는 두미도, 상·하노대도 등의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바다가 시야에 가득 찬다. 남쪽 삼여전망대에서는 욕지도를 대표하는 해안절경인 서산삼여, 힘찬 비상을 준비하는 듯한 형상의 펠리컨바위, 큰 바다를 향해 헤엄치는 듯한 거북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밖에 띠처럼 둘러진 해무 위로 봉긋이 솟아오른 연화열도의 섬들, 큰솔구지마을의 장엄하고 화려한 해돋이, 욕지도의 서쪽 하늘과 바다를 벌겋게 물들이는 저녁노을, 유동마을 언덕에 자리한 소박한 교회와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의 세트장, 어느 모녀의 남다른 신앙심이 만든 새에덴동산도 욕지도의 일주도로와 그 언저리에서 만날 수 있다.
욕지도 한복판에는 천황산(392m)이 우뚝하다. 연화열도와 한려수도 일대의 바다 조망이 탁월한 산이다. 군사시설이 들어선 정상은 한동안 일반인 출입을 통제했다가 두어 해 전부터 개방됐다. 어디서 출발하든 30~40분 안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천황산의 매력이다. 등산로 곳곳에 벤치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쉬어 가기 좋다. 천황산 가는 길가에는 유독 고구마밭이 많다. 욕지도 고구마는 맛 좋기로 유명해 일부러 고구마 수확 때에 맞춰 욕지도를 찾는 외지인도 적지 않다.
욕지도는 암벽으로 둘러쳐져 있다. 워낙 돌과 바위가 많다 보니 모래해변도 별로 없다. 유동, 덕동, 흰작살 등의 해수욕장들도 몽돌해변이다. 그중 덕동해수욕장은 파도가 잔잔하고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피서객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별빛 초롱초롱한 한여름 밤에 덕동해수욕장의 몽돌해변에 누워 있으면 자장가보다 더 듣기 좋은 해조음이 끊이질 않는다. 파도와 몽돌이 서로 덮치고 쓸리면서 쏟아내는 이 해조음은 오래도록 귓가에서 환청처럼 맴돈다.
여/행/정/보
●숙박
욕지도펜션리조트(010-9383-6977), 부산여관(010-5166-5209), 피서원펜션(010-3003-6590), 하늘펜션(055-644-5050), 한려펜션(010-2939-0080), 펜션그랑블루(010-3181-7506), 김선장펜션(055-642-0793), 블루피쉬펜션(011-807-5326) 등의 숙박시설이 면 소재지와 일주도로변 곳곳에 들어서 있다. 여름 성수기 외에는 숙소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맛집
욕지항의 욕지수협 옆에 위치한 한양식당(055-642-5146)은 해물짬뽕이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다. 새우, 주꾸미, 홍합 등의 신선한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간 이 해물짬뽕을 맛보기 위해 욕지도를 찾는다는 여행객도 있다. 그 밖에 부부식당(생선조림, 055-641-1474), 늘푸른횟집(물회, 055-642-6777), 뱃머리횟집(생선회, 055-643-5850)도 들러볼 만하다.
교/통/정/보
●통영↔욕지도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동해해운(055-641-6181, www. donghaeshipping.co.kr)의 샹글리라호와 욕지아일랜드호가 하루 총 5회(06:50, 09:30, 11:00, 13:00, 15:00) 운항한다. 미륵도의 삼덕항에서는 영동해운(055-642-2542 www.yokji.or.kr)의 욕지영동고속호가 하루 4회(06:45, 10:00, 13:00, 15:30), 동해해운의 통영훼리호가 하루 2회(09:00, 12:30) 왕복 운항한다. 주말과 휴일, 피서철에는 증편된다.
●섬 내 교통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도는 마을버스가 여객선 발착시간에 맞춰 운행된다. 택시는 없다.
소매물도는 통영의 숱한 섬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섬이다. 하늘빛을 닮은 푸른 바다, 그 바다 위에 우뚝한 기암절벽, 바닷가 절벽에 뿌리 내린 노송들, 비단처럼 드리운 해무, 갖가지 들꽃이 핀 초원, 등대 하나 우두커니 서 있는 섬…. 이처럼 소매물도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섬의 풍경과 정취로 가득한 곳이다. 그래서 2006년에는 섬 전체가 명승 제1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소매물도는 경남 통영항에서 직선거리로 26km쯤 떨어져 있다. 하지만 체감거리는 실제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진다. 한려수도의 섬과 섬 사이를 헤쳐 가는 뱃길이 짧지 않은 데다 이 섬의 남쪽에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바다가 가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소매물도는 면적 0.51㎢(15만4000여 평)의 본섬과 예전에는 ‘해금도’라 불리던 등대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섬에는 20여 가구의 주민이 사는 마을과 선착장이 자리한다. 본섬 선착장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무조건 등대섬으로 향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고샅길과 뒤편의 비탈길을 따라 10여 분쯤 오르면 옛 소매물도 분교 앞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비교적 평탄한 능선길과 산허리길이 이어지다, 등대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지점부터는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본섬에서 등대섬으로 아무 때나 건너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섬 사이의 좁은 물목인 열목개가 완전히 물 밖으로 드러나야만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물때가 맞지 않을 때는 소매물도 정상의 망태봉에 올라 시원한 조망을 즐기며 열목개의 50여m 몽돌해변이 드러나기를 기다린다. 세관의 밀수선 감시초소였던 건물이 남아 있는 망태봉에 올라서면 등대섬을 비롯해 통영 앞바다의 여러 섬들과 거제 해금강, 그리고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망망대해가 사방으로 펼쳐진다. 큰 바다를 건너온 바닷바람의 상쾌함이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그리고 망태봉 바로 아래의 천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등대섬은 소매물도의 여러 절경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푹신푹신한 풀밭으로 뒤덮인 등대섬은 산책하듯 20분쯤 걸으면 전체를 다 돌아볼 수 있다. 한여름의 등대섬은 동화처럼 아름답다. 일제히 피어난 원추리꽃이 등대섬의 풀밭을 노랗게 수놓고, 보랏빛 산비장이꽃과 주황색 참나리꽃도 군데군데 피어 있어 섬 전체가 꽃섬을 이룬다. 등대섬의 바다와 바위, 하늘과 초원의 어울림도 가히 선경이다.
등대섬 동남쪽 절벽 아래에는 양쪽으로 맞뚫린 해식동굴이 있다. 아득한 옛날에 중국 진시황의 사자였던 서불이 이곳 바위에 서불과차(徐市過此, 서불이 이곳을 지나가다)라는 글씨를 남겼다고 해서 ‘글씽이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작은 배를 타면 굴 안에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다. 거제 해금강 못지않게 아름다운 글씽이굴 주변에는 용바위, 부처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등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 있어 장관을 이룬다.
소매물도를 찾은 김에 대매물도도 꼭 한 번 들러볼 만하다. 두 섬은 모두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하는 형제 섬이다. 대매물도는 면적이 2.4㎢(72만6000여 평)로, 소매물도보다 4배쯤 크다. 하지만 그림처럼 아름다운 소매물도에 치여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외지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늘기 시작했다. 2007년 소매물도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의 ‘가보고 싶은 섬’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다양한 관광자원과 체험프로그램, 편의시설을 크게 보강한 덕이다.
대·소매물도에서는 2007~2011년 5년에 걸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부문의 총 26개 사업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섬 주민과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채 전통 문화와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관광자원까지 개발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소매물도의 골목 및 집집마다 예술적 감성으로 가득한 표지판과 문패를 새롭게 달았다. ‘해녀의 집’ ‘새벽 어부들의 이야기터’ ‘고기도둑 매갱이 노는 곳’ ‘고기잡는 집’ ‘바다마당을 가진 집’ 등 정겨운 이름도 생겨났다. 대매물도의 집집마다 설치된 물탱크는 바다와 섬사람들의 일상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변신했고, 관광객들을 위한 ‘어부밥상’도 내놓고 있다.
새로 개발한 대매물도의 관광자원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것은 매물도 탐방로다. 길이 5.2km의 이 탐방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이어지다가 슬그머니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순환형 트레킹코스다. 마을 돌담길, 언덕 초원길, 바닷가 벼랑길, 울창한 솔숲길, 화려한 동백꽃길, 가파른 계단 등 길의 형태와 느낌이 다채로워 시종 발걸음이 가뿐하다.
매물도 탐방로는 대매물도의 두 마을과 최고봉인 장군봉을 거쳐 간다. 탐방로에는 전망대가 따로 없다. 문득 걸음을 멈춰선 그곳이 바로 천연의 바다 전망대다. 어디에서나 창망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해발 127m의 장군봉 정상에는 높이 2m, 길이 2.6m 규모의 독특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나란히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군과 말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조영철 작가의 이 작품은 누구나 말에 올라탈 수 있도록 스테인레스강으로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장군봉에서는 소매물도와 등대섬 전경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소매물도에서는 그렇게 높아 보이던 망태봉도 여기에서는 동산처럼 나직하다. 통영 제일의 절경으로 꼽히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한눈에 조망한다는 점만으로도 대매물도 장군봉은 꼭 올라야 할 뷰포인트다. 하지만 아름다운 곳에 아름다운 흔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군봉 정상 일대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포진지를 구축하기 위해 파놓은 인공동굴이 여섯 곳이나 남아 있다. 이토록 작고 외딴섬까지도 침략 전쟁을 위한 군사기지로 활용하던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야욕이 참으로 놀랍고도 황당할 따름이다.
장군봉을 지난 뒤에도 매물도 탐방로는 계속 이어진다. 어디서 출발해도 섬 전체를 한 바퀴 돌아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출발지가 가까워질수록 후련함보다 아쉬움이 점점 커진다. 그래서 이 길을 한 번 걸어본 사람은 언젠가 다시 찾게 마련이다.
여/행/정/보
●숙박
몇 해 전까지도 낡고 허름한 민박집만 있었던 소매물도에 다솔펜트하우스(055-642-2916), 쿠크다스펜션(055-649-5775), 소매물도펜션(055-644-5377) 같은 펜션이 들어섰다. 후박나무민박(010-9390-8400), 웅이네집(055-643-6551) 등의 민박집도 있다. 대매물도 당금마을에는 옛 매물도 분교를 리모델링한 매물도하우스(055-643-4957)를 비롯해 바람민박(055-642-9855), 은아민박(055-643-7466), 동백민박(055-642-4963), 노을민박(055-646-3008)이 있다. 대항마을에도 대항콘도(055-641-1514), 바다민박(055-641-2840), 일출민박(010-8618-1838)이 있다.
●맛집
소매물도에는 식당이 4곳 있다. 그중 다솔펜트하우스(055-642-2916)에서 내놓는 따개비밥, 회덮밥, 홍합밥이 먹을 만하다. 주말과 휴일에 식사하려면 예약하는 게 좋다. 대매물도 당금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우럭, 성게, 미역, 가시리, 톳, 군소, 굴, 방풍나물 등으로 담백하고 맛깔스럽게 차려낸 어부밥상을 맛볼 수 있다. 단, 2명 이상의 인원으로 예약(010-2066-9856)해야 한다.
교/통/정/보
●통영↔대·소매물도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한솔해운(055-645-3717, www.nmmd.co.kr)의 엔젤3호가 하루 2회(07:00, 14:10), 섬사랑3호가 하루 1회(11:00) 운항한다. 오가는 길에 비진도, 대매물도의 당금, 대항마을을 경유한다. 주말과 휴일, 피서철에는 증편된다.
●거제↔대·소매물도
거제시 남부면의 저구항에서 매물도해운(055-633-0051, www.maemuldotour.
com)의 매물도구경2호와 매물도구경3호가 하루 4회(08:30, 11:00, 13:30, 15:30) 운항한다. 오가는 길에 대매물도의 당금, 대항마을을 경유한다. 주말과 휴일, 피서철에는 증편된다.
●섬 내 교통
대·소매물도에서는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등대섬에 걸어 들어가려면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예보 사이트(www.khoa.go.kr)나 ARS 전화(1588-9822)를 통해 통영의 물때를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전남 여수의 오동도에서 경남 통영의 한산도에 이르는 뱃길을 흔히 ‘한려수도(閑麗水道)’라 일컫는다. ‘300리 한려수도’라고도 하는 이 뱃길 주변에는 200여 개나 되는 섬이 올망졸망 떠 있다. 우리나라 제일의 청정해역인 한려수도에는 빼어난 절경도 많아서 관광객의 발길이 1년 내내 끊이질 않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려수도 바다는 곧 ‘이순신의 바다’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 휘하의 조선 수군이 왜군에 맞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 전적지가 한려수도에 산재해 있다. 특히 충무공이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했던 한산도에는 지금도 당시의 자취와 사연을 담은 지명이 여럿 남아 있다.
한산도를 거론할 때마다 삼도수군통제영이 들어서기 1년 전인 1592년(선조 25) 7월 8일에 있었던 한산대첩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휘하의 조선 수군이 치른 해전 가운데 가장 큰 역사적 의의를 지닌 해전이기 때문이다. 행주대첩, 진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의 3대 대첩으로 꼽힐 뿐 아니라, 개전(開戰) 초 왜의 수군에게 빼앗긴 남해 제해권(制海權)을 조선 수군이 다시 장악한 전투이기도 하다.
1592년 7월 8일 아침, 5척의 날쌘 판옥선으로 수십여 척의 왜군 병선을 공격하던 조선 수군은 전의를 잃고 달아나는 척하며 한산도 앞바다로 왜군을 유인했다. 예상했던 대로 왜군 병선은 기세 좋게 한산도 앞바다까지 쫓아왔다. 그러자 줄곧 도망치기만 하던 조선 수군이 북소리를 신호로 급히 뒤돌아 좌우로 갈라지면서 적선을 에워쌌다. 이른바 ‘학익진(鶴翼陣)’을 펼친 것이다. 학이 날개를 펼친 모양으로 진을 치고 적을 공격하는 학익진은 고도의 항해 기술과 많은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쓰기 어려운 진법(陳法)이다. 갑작스러운 학익진과 거북선의 위용에 당황한 왜군 병선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대패했다. 겨우 목숨만 부지한 왜장 와키자카는 14척의 병선을 이끌고 도망치기에 급급했으며, 적선 73척 가운데 59척은 불타거나 조선 수군의 손에 들어왔다. 또한 400여 명의 왜군은 한산도로 도주했다가 뒷날 겨우 탈출하기도 했다. 반면 아군은 몇 명의 사상자만 냈을 뿐, 단 한 척의 병선도 손실을 입지 않았다.
현재 제승당이 자리한 한산면 두억리는 한산대첩 당시 바다에 떨어진 왜군의 목이 억 개나 됐다고 해서 붙은 지명이라고 한다. 두억리 포구인 문어포(問語浦)는 황급히 도주하던 왜군들이 길을 물었던 포구라는 뜻의 지명이다. 그리고 제승당 뒤편의 개미목은 도주로가 끊긴 왜군이 개미처럼 달라붙었던 곳이고, 한산도 북쪽 바다에 떠 있는 해갑도(解甲島)는 충무공이 갑옷을 벗고 잠시 쉬었던 곳이라고 한다.
아무튼 한산도 해전에서 왜군의 주력부대가 괴멸함으로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수륙병진전략(水陸竝進戰略)은 좌절됐다. 반면, 육지에서의 거듭된 패배로 사기가 크게 저하돼 있던 아군에게는 큰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선조는 한산대첩의 공훈을 인정해 충무공을 제1대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했다. 충무공은 전라 좌수영(여수)에 있던 삼도수군통제영을 한산도로 옮겼다. 지금의 제승당 일대(사적 제113호)가 1593년 7월에서 1597년 2월까지 통제영이 자리하던 곳이다. 현재 제승당, 수루, 한산정, 충무사 등의 건물이 복원돼 있다.
통영항에서 배에 몸을 싣고 호수처럼 맑고 잔잔한 바다에 봉긋봉긋 솟은 섬들 사이를 20분쯤 가면 한산도의 제승당선착장에 당도한다. 거기서 동백나무와 우람한 소나무가 줄지어 늘어선 산책로를 따라 1km쯤 걸으면 제승당에 도착한다. 오늘날 제승당은 한산도의 통제영 유적지 전체를 지칭하는 이름이 됐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제승당은 충무공이 휘하의 장수들과 함께 전략회의를 하던 건물로, 처음에는 운주당(運籌堂)으로 불렸다고 한다. 제승당 옆 수루는 충무공이 수시로 올라 왜군의 동태를 살폈다는 망루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로 시작하는 ‘한산도가’의 배경이 된 바로 그 수루다. 제승당 뒤편으로 돌아가면 충무공이 군사들과 함께 활쏘기를 연마했다는 한산정에 이른다. 활을 쏘는 한산정과 화살이 꽂히는 과녁이 만입(灣入)한 바다를 사이에 두고 145m나 떨어져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제승당과 주변 건물들은 모두 1970년대에 충무공 유적지 성역화사업의 일환으로 성급하게 복원된 콘크리트건물이다. 그래서 전통 건물 특유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예스러운 멋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건물들보다 오히려 제승당 초입에 있는 우물이 더 예스럽다. 여전히 맑은 샘물이 솟아나는 이 우물은 충무공이 제승당에 머물렀을 당시에도 사용됐던 것이라고 한다.
한산도를 찾은 관광객은 대부분 제승당만 둘러보고 다시 배에 오른다. 이는 제승당이 워낙 유명한 유적지인 탓도 있지만, 한산도에는 빼어난 절경이나 느긋하게 쉬어갈 만한 해수욕장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해수욕을 즐기려면 면 소재지인 하소리의 진두선착장에서 도선을 타고 추봉도의 봉암몽돌해수욕장으로 건너가야 한다. 길이가 1km쯤 되는 이 해수욕장에는 몽돌과 색채석(色彩石)이 깔려 있는데, 수석 애호가들은 이곳에서 나오는 ‘봉암수석’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추봉도는 세종 1년(1419년)에 이종무 장군이 일본 쓰시마를 정벌할 당시 병선 227척과 군사 1만7000명을 집결시켰다가 출발했던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한산도의 한복판에는 전망 좋은 망산(293m)이 우뚝하다. 말 그대로 ‘망을 보던 산’답게 사방으로 시야가 훤하다. 제승당선착장에서 망산 정상까지 3.9km를 오르는 데는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망산에 올라선 뒤에는 3.1km 거리의 야소마을이나 2km쯤 떨어진 진두마을로 하산하면 된다. 한산면 소재지인 진두마을이 식당이나 숙소, 교통편을 이용하기에 더 편하다.
여/행/정/보
●숙박
한산도에는 바들향펜션(055-643-8891), 한산펜션(055-641-7811), 별장민박(055-648-5122), 늘푸른민박(055-643-6788), 한산황복명가(055-649-3089)가 있고, 추봉도의 봉암몽돌해수욕장 입구에는 추봉도바다펜션(055-642-8678), 추봉펜션(055-648-1212) 등이 있다.
●맛집
추봉대교 부근의 면 소재지 마을에만 우리들식당(전복죽, 055-648-5511), 보리수식당 (생선회, 055-642-8262), 한산식당(생선회, 055-641-1512), 가고파식당(055-641-8388)이 있다. 맛과 메뉴, 가격은 비슷한 편이다.
교/통/정/보
●통영↔한산도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유성해운(055-645-3329, www.gohansan.com)의 시파라다이스호와 뉴파라다이스호가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까지 매시 정각에 출항하며, 한산도까지 약 30분 걸린다. 통영 도남동의 유람선터미널(055-646-2307)에서도 제승당을 비롯한 통영 일대의 명소를 둘러보는 관광유람선이 수시로 출항한다.
●섬 내 교통
택시는 없고, 부산교통 통영영업소(055-645-2080)와 통영교통(055-643-2070) 소속 버스가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요즘 청산도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십중팔구는 ‘슬로길’을 섭렵하려는 도보여행자다. 2007년 12월 청산도가 신안 증도, 담양 창평, 장흥 유치·장평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이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슬로길을 만들었다. 그 길을 따라가면 항구, 해안도로, 마을길, 고샅길, 논두렁길, 밭둑, 몽돌해변, 솔숲, 비탈길, 바윗길, 억새밭, 해안절벽, 둑길, 상록수림 같은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 슬로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생태탐방로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면서 ‘청산여수(靑山麗水)길’이라는 이름이 새로 붙었다. 하지만 청산도에서는 여전히 슬로길로 통한다.
총길이 42.195km의 슬로길은 11개 코스로 이루어진다. 한 코스는 다시 1~4개의 소구간으로 나뉜다.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도청항에서부터 슬로길임을 알리는 이정표와 안내판이 발길 닿는 곳마다 큼지막하게 서 있기 때문이다. 도청항에서 화랑포까지 이어지는 1코스는 도청항을 지나는 미항길, 도락리의 오래된 우물에서 이름을 따온 동구정길,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를 지나는 서편제길, 그리고 마지막 화랑포길로 이루어진다. 길이 5.7km의 1코스에서 하이라이트 구간은 역시 서편제길이다. 돌담길이 길게 이어지는 이 길에서 떠돌이 소리꾼 유봉이가 두 남매와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덩실덩실 춤추는 광경은 “한국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청산도라는 남도의 외딴섬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순전히 ‘서편제’ 덕이다.
당리 언덕은 2006년 방송된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그 당시 지중해풍의 서양식 건물로 지어진 ‘봄의 왈츠’ 세트장이 돌담길 옆 언덕에 우두커니 남아 있다. 이 언덕의 구불구불한 돌담길에서 바라보는 당리와 읍리의 전경, 그리고 도락포 저편의 바다를 오렌지 빛으로 물들이는 저녁노을이 매우 인상적이다.
서편제길이 끝나는 화랑포에서 2코스 사랑길(2.1km)이 시작된다. 읍리 앞개해변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줄곧 탁 트인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이어지는 벼랑길이다. 초면인 남녀조차 이 길을 함께 걸으면 손을 잡아주거나 끌어주다가 어느새 사랑이 싹튼다고 해서 사랑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녀 간 사랑이 싹틀 만큼 위험한 구간은 별로 없다.
3코스 고인돌길(4.54km)은 청산도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만나는 구간이다. 청산진성, 고인돌, 하마비, 석불, 초분 등 청산도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유적과 마주친다. 3코스가 끝나는 읍리해변 방파제에서부터 권덕리까지의 4코스 낭길(1.8km)도 사랑길과 비슷한 바닷가 벼랑길이다. 권덕리에서는 5코스 범바위길(5.54km)이 시작된다. 마을에서 범바위까지의 1.8km 구간은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30~40분간 가쁜 숨을 몰아쉬고 비지땀을 흘려야 천혜의 바다 전망대인 범바위에 올라설 수 있다. 범바위 정상에 올라서면 그동안의 땀과 노고는 순식간에 잊힌다. 청산도의 땅과 하늘과 바다가 모두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쾌청한 날에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여서도, 소안도, 보길도, 거문도는 물론이고 멀리 제주도 한라산까지 또렷이 보인다. 전 구간의 길이가 마라톤과 똑같은 슬로길을 완주할 생각이 없거나, 시간 여유가 없을 경우에는 범바위를 경유하는 5코스까지만 걸어도 아쉬움은 별로 남지 않는다.
5코스가 끝나고 6코스가 시작하는 청계리 일대에는 청산도 주민의 남다른 근면성을 보여주는 ‘구들장논’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신풍, 부흥 등의 마을과 동부에 위치한 원동, 양지, 중흥, 신흥, 상서마을에도 청산도 주민이 맨손으로 피땀 흘려 일군 구들장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옛날에 청산도는 인구가 많고 농토는 적어 늘 식량이 부족한 섬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한 뼘의 농토라도 더 얻으려고 방고래를 만들고 구들을 깔듯, 계단식 축대를 층층이 쌓은 뒤 그 안쪽에 흙을 쏟아 부어 구들장논을 만들었던 것이다.
청산도 마을의 골목은 대부분 돌담길이다. 돌담에 세월의 더께가 두텁게 쌓여 있다. 돌마다 다양한 문양의 돌옷이 가득하고, 담쟁이넝쿨과 수세미덩굴은 돌담 전체를 뒤덮었다. 인공 돌담이 어느새 자연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원형이 잘 보존된 상서마을의 길이 1026m 돌담은 국가에서 등록문화재 제279호로 지정했을 정도다. 상서마을에서 조금만 더 가면 백사장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긴 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청산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신흥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이 무척 넓고 바다가 멀어서 해수욕장보다 조개잡이 체험장으로 더 제격이다. 신흥해수욕장에서 슬로길을 따라 상산포를 지나면 진산마을에 도착한다. 이 마을 앞에는 아름드리 솔숲과 둥글둥글한 갯돌로 이루어진 진산해수욕장이 있다. 아름답고 운치 있는 몽돌해변인 데다 상대적으로 사람의 발길은 뜸한 편이어서 가족이나 연인끼리 호젓하게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주변에 폐교한 분교와 작은 상점이 있어 야영하기에도 제격이다.
청산도에서 피서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지리해수욕장이다. 길이 1.2km의 은빛 모래 해변을 따라 울창한 해송숲이 형성돼 있어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에 그만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일몰과 낙조도 감상할 수 있다. 사막처럼 넓은 모래 해변으로 이루어진 신흥해수욕장에서는 조개잡이 체험이 가능하고, 일출 광경도 볼 수 있다. 피서를 즐기든, 슬로길을 걷는 청산도에서는 느긋해야 한다. 조급함을 버리고 서두르지 않아야 청산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청산도에서 빠른 걸음은 반칙이다. 그래서 슬로시티고, 슬로길이다.
여/행/정/보
●숙박
청산도에는 호텔이나 콘도가 없다. 도청항에 등대모텔(061-552-8558), 칠성장(061-552-8507), 경일장(061-554-8572) 같은 모텔이 몰려 있다. 민박집이나 펜션으로는 도락리의 어울림펜션(010-4521-8148), 권덕리의 바다정원펜션(061-553-1002), 신흥리의 상산포민박(061-552-4802), 진산해수욕장의 사계절펜션(061-554-5122), 지리해수욕장의 한바다민박(061-554-5035)과 솔바다펜션(061-552-9323), 동촌마을의 섬이랑나랑펜션(010-5385-1561)을 권할 만하다.
●맛집
도청항 부두 옆에 위치한 청산도식당(061-552-8600)은 생선회와 백반, 전복죽, 갈치조림 등 다양한 음식을 맛깔스럽게 내놓는 집이다. 도청항에는 섬마을식당(061-552-8672), 부두식당(061-552-8547), 바다식당(061-552-1502) 등 음식점이 여럿 있다. 주로 전복죽, 생선회, 백반 등을 내놓는데 음식이 맛깔스럽고 생선회도 싱싱한 편이다.
교/통/정/보
●완도↔청산도
완도여객선터미널(061-550-6000)에서 청산농협(061-552-9388, www. cheongsannh.com)의 아시아슬로우시티1호와 사량아일랜드호(자동차 선적 가능)가 주중에는 5회, 주말에는 10회 왕복 운항한다. 하절기 첫 여객선은 주중에는 오전 8시, 주말에는 6시 30분에 있으며, 청산도 도청항까지는 약 50분 걸린다.
※ 날씨, 계절, 요일에 따라 출항 시간과 횟수가 바뀔 수 있으므로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섬 내 교통
청산도마을버스(061-552-8747)와 청산버스(061-552-8546)가 여객선 운항 시간에 맞춰 다닌다. 버스 시간이 맞지 않거나 급한 용무가 있을 때는 청산택시(061-552-8519), 청산도개인택시(061-552-8747)를 이용할 수 있다.
전남 완도의 보길도는 고산 윤선도(1587~1671년)의 오래된 낙원이다. 고산은 병자호란이 발발해 왕은 물론, 왕실 사람 모두 남한산성과 강화도로 피난했다는 전갈을 받고 수백 명의 노복(奴僕), 의병을 배에 태운 뒤 강화도로 향했다. 그런데 항해 도중 강화도와 남한산성이 함락되고 인조가 송파 삼전도에서 맨발로 눈길을 걸어가 청나라 태종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비보를 접했다. 이에 세상을 등지고자 마음먹고 제주도로 향하던 고산은 풍랑을 만나 잠시 보길도의 황원포에 피항했다. 보길도의 아름다운 산수에 매료된 고산은 “천석(泉石)이 절승하니 참으로 물외(物外)의 가경(佳境)이요 선경(仙境)”이라고 감탄하면서 아예 눌러 살기로 작정했다. 그의 나이 51세인 인조 15년(1637) 때 일이다.
고산은 자신이 정착한 곳을 부용동(芙蓉洞)이라 칭하고, 격자봉 기슭에 새로 집을 지어 낙서재(樂書齋)라 명명했다. 그리고 낙서재 건너편 산중턱에는 동천석실이라는 휴식공간을 마련했다. 부모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고산은 부용동 정원(윤선도 원림)을 정성껏 꾸몄다. 85세를 일기로 낙서재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세연정, 곡수당, 무민당, 정성암 등 모두 25채의 건물과 정자를 지었다. 특히 ‘세연정(洗然亭)’을 꾸미는 일에 대단한 정성과 공을 들였다. ‘판석보’라는 굴뚝다리로 시냇물을 막아 2개의 연못을 만들고, 연못 사이에는 세연정 등의 정자를 지어 다채로운 경관을 연출했다.
고산은 부용동에 들어온 이후에도 관직 복귀, 유배, 낙향을 겪으며 부침(浮沈)을 거듭하다 마침내 81세를 일기로 낙서재에서 눈을 감았다. 고산이 세상을 뜬 뒤로 부용동 정원은 한동안 폐허로 방치됐다. 그러다가 1993년 부용동 정원의 중심인 세연정이 복원됐고, 그 뒤로 최근까지 산중턱 바위에 올라앉은 동천석실, 고산이 강학하던 낙서재, 고산의 아들 학관이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는 곡수당이 순차적으로 옛 모습을 되찾았다. 현재 보길도의 부용동 정원은 명승 제34호이자 사적 제368호다.
현재 부용동 동구의 보길초등학교와 이웃한 세연정은 부용동 정원에서도 원형이 가장 보존된 곳이다. 세연정 주변에는 굵은 동백나무를 비롯한 갖가지 상록수가 울창해 사시사철 푸르다. 세연정의 누마루 난간에 걸터앉으면 세연지, 회수담, 동대, 서대, 판석보 등이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는 언제나 눈과 귀가 즐겁다. 주변 풍광이 철마다 다채롭게 달라지고,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부용동 정원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세연정 일대만 휙 둘러본 뒤 발길을 되돌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연정은 부용동 정원의 일부에 불과하다. 옥소암, 낙서재, 곡수당, 동천석실을 보지 않으면 부용동 정원을 반도 못 본 셈이다. 그중 옥소암은 세연정에서 올려다 보이는 산중턱에 툭 불거진 너럭바위다. 판석보를 건너 비탈진 산길을 10여 분간 오르면 이 너럭바위에 올라서는데, 세연정 일대의 풍광이 모두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눈맛이 상쾌하다. 근래 복원된 낙서재는 세연정에서 1.5km쯤 떨어진 적자봉(430m)의 북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낙서재 입구에는 곡수당이 있다.
동천석실은 낙서재와 마주보는 산중턱에 올라앉았다. 작은 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고 동백나무, 소나무가 우거진 산길을 10여 분간 오르면 전망대처럼 훤하게 트인 암벽 위에 다다른다. 바로 고산이 ‘부용동 제일의 절승’이라고 칭송했던 동천석실이다. 커다란 바위들에 둘러싸인 손바닥만 한 터에 한 칸짜리 작은 정자 2채가 들어앉았다. 정자에 올라서면 낙서재와 적자봉을 비롯한 부용동 일대가 거침없이 시야에 들어온다. 참으로 호방하고 시원스러운 조망이다. 발아래 부용동 골짜기에 비구름이나 안개가 낮게 깔리면 선계(仙界)에 들어선 듯한 착각마저 든다.
보길도에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때는 불과 270여 년 전이라고 한다. 워낙 산지가 많다 보니 고산이 은거하던 부용동 외의 마을들은 바닷가에 터를 잡았다. 주민들도 논밭보다 바다에 더 의지해 생계를 이어간다.
보길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예송리도 적자봉의 남쪽 바닷가에 자리 잡은 갯마을이다. 농경지는 별로 없어도 주민의 소득수준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앞바다의 양식장 덕택이다. 마을 앞에는 예작도, 당사도, 소안도, 기도(소섬) 등의 여러 섬과 여들이 점점이 떠 있어 먼 바다에서 밀려드는 파도의 기세를 누그러뜨린다. 그 덕에 예송리 앞바다는 호수처럼 아늑하고 잔잔하다. 미역이나 톳을 양식하기에 좋은 천혜 조건을 갖추었고, 매년 양식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입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근사한 예송리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40호)과 자잘한 깻돌로 뒤덮인 해변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 예송리 깻돌해변은 여름철에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고, 완도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겨울철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도 이름 나 있다. 그래서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주민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민박집이나 음식점을 운영해 벌어들이는 수입도 짭짤하다.
예송리와 청별선착장의 중간쯤에 자리한 중통리 해안에도 해송숲과 모래 해변을 거느린 통리해수욕장, 중리해수욕장이 있다. 교통, 민박,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라,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고 야영지로도 적합하다. 중리해수욕장을 지나 보길도의 동쪽 끝까지 걸어가면, 우암 송시열이 제주도로 귀양 가던 길에 잠시 쉬면서 시 한 수를 지어 새겼다는 ‘송시열 글씐바위’ 앞에 다다른다. 말년에 떠나는 귀양길의 설움이 묻어나는 시도, 그 시가 새겨진 바위 앞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퍽 인상적이다.
해가 설핏 기울 즈음에는 서쪽 해안의 정자리나 보옥리로 서둘러 이동해야 한다. 정자리의 망끝전망대와 보옥리 사이에 있는 해안도로는 보길도의 서쪽 바다 및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와 낙조를 감상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깎아지른 절벽 위로 난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도 날아갈 듯 상쾌하다. 이 도로가 끝나는 보옥리 바닷가에는 보족산(195m)이 뾰족하고, 그곳의 남쪽 기슭에는 예송리의 깻돌해변 못지않게 아름다운 몽돌해변이 있다. 크고 둥글둥글한 갯돌이 마치 공룡 알처럼 거대하다고 해서 ‘공룡알 갯돌밭’이라고 불린다.
여/행/정/보
●숙박
부용동 정원 인근에 청기와민박(061-553-6303), 어부사시사민박(061-553-5019)이 있다. 중리해수욕장과 통리해수욕장이 있는 중통리에서는 해그림펜션(061-553-6254), 솔밭펜션(061-552-2990)을 추천한다. 예송리에는 고산산장(061-553-6376), 청송민박(061-553-6542), 이레민박(061-552-0423), 황토한옥펜션(061-553-6370), 선아네민박(061-553-6417, 010-9422-6417) 등의 민박집이 많다. 보길대교로 연결된 노화도 이목항에도 모텔 등의 숙박시설이 많다.
●맛집
청별선착장 부근의 보길도의아침(061-554-1199)은 해물된장찌개, 바위섬횟집(061-555-5613)은 전복요리를 잘한다. 그 밖에 세연정횟집모텔(생선회, 061-553-6782), 현경참전복고기나라(전복죽, 061-552-6866) 등의 식당이 청별선착장 주변에 몰려 있다. 보길도와 노화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양식 전복 생산지여서 저렴하게 전복을 구입할 수 있다. 전복 직매장이 군데군데 있다.
교/통/정/보
●완도↔노화도
완도(화흥포항)에서 보길도에 가려면 먼저 노화도 동천항까지 가는 카페리호를 타야 한다. 화흥포항에서 소안농협(061-553-8188, www.soannh.com) 소속 카페리호(청해진카훼리1·3·5호)가 하루 12회 왕복 운항한다. 노화도와 보길도는 보길대교로 연결돼 있다. 화흥포항에서 노화도 동천항까지 약 35분 걸린다.
●해남↔노화도
해남 땅끝선착장과 노화도 산양항 사이를 해광운수(061-533-4269, www. haegwang.kr)의 장보고호와 뉴장보고호, 해광훼리2호가 하루 17회 왕복 운항한다. 땅끝선착장에서 노화도 산양항까지 30분 정도 소요된다.
●해남↔보길도
해남 땅끝선착장에서 해광운수의 해광훼리3호가 하루 3회(08:20, 12:30, 16:30) 출항한다. 보길도 청별선착장을 경유해 노화도 이목항까지 간다.
●섬 내 교통
보길버스(061-553-7077)가 청별선착장에서 수시로 출발한다. 그리고 보길택시(061-553-8876) 소속의 영업 및 개인택시도 있는데, 요금은 구간별 정액제다.
해송과 해무(海霧) 조화 평화롭고 환상적 분위기 남해 완도 금일도 · 생일도
금일도는 생일도, 금당도 등 완도 동쪽 해역에 흩어진 여러 섬의 맏형 격이다. 남해안의 섬들이 왜적의 노략질 때문에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던 옛날에도 이곳만큼은 늘 평화로웠다고 한다. 그래서 ‘평일도(平日島)’라고도 불린다.
전남 완도군 금일읍의 읍사무소가 있는 금일도의 면적은 18.9㎢, 해안선 길이는 51km에 이른다. 이 섬 남쪽의 월송리에는 길이 3.6km에 폭 150여m에 달하는 금일해수욕장이 있다. 백사장이 워낙 길고 넓어서 성수기인 피서철에도 크게 붐비지 않는다. 드넓은 백사장 뒤편에는 해당화 군락지가 있다. 급수대, 샤워장, 화장실 같은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피서철에는 야영하기도 편하다. 여름에는 동틀 무렵이나 이른 아침마다 수면 위에 솜처럼 몽실몽실 내려앉은 해무(海霧)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금일해수욕장 인근에는 해송 2500여 그루가 자생하는 숲이 있다. 야영금지구역이지만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휴식하기에 좋다. 그리고 금일해수욕장 남쪽의 동백마을은 일출, 일몰 명소다. 금일해수욕장 북쪽에는 소량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연도교를 통해 금일도와 이어진 소량도의 아담하고 조용한 섬 마을 정취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 밖에 용항리의 짝돌밭해변과 감목리의 용굴, 동송리 앞 거북섬도 둘러볼 만하다.
금일도의 서쪽에 떠 있는 생일도는 1989년까지만 해도 금일읍에 속하는 섬 가운데 하나였지만, 생일면의 면 소재지 섬으로 독립했다. 생일도는 숲이 좋다. 섬 전체가 울창한 상록수림으로 뒤덮여 있다. 특히 갯돌해변이 있는 용출마을로 가는 해안도로변에는 아름드리 후박나무가 대규모 군락을 이룬다. 또한 생일도 해안은 대체로 우뚝한 암벽으로 둘러쳐져 있다. 그래서 풍광이 수려하고 전망도 시원스럽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냥 자동차로 달리는 것만으로도 머릿속까지 상쾌해진다.
생일도에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해수욕장이 두 곳 있다. 그중 섬 동남쪽에 위치한 봉선리 용출마을의 해변은 검고 자잘한 돌들이 깔린 몽돌해변이다. 파도가 들고날 때마다 쏟아지는 해조음이 귀를 간질인다. 물은 강원도 첩첩산중의 계곡 물처럼 투명하다. 하지만 해변의 경사가 급해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마땅치 않다.
생일도에서 해수욕을 즐기려면 서남쪽에 자리한 금곡해수욕장이 안성맞춤이다. 길이가 1.2km쯤 되는 이 해변은 모래가 아주 곱고 단단하다. 바다로 몇십m를 들어가도 무릎이 잠기질 않을 만큼 경사도 완만하다. 해변 주변에는 솔숲이 울창하다. 워낙 외딴 곳에 자리한 덕에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피서철에는 급수대, 화장실과 샤워장, 매점, 벤치, 야영장 등이 들어서기 때문에 큰 불편함 없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생일도와 금일도 주변 바다는 우리나라의 최대 다시마 산지다. 어딜 가든 다시마 가공공장, 다시마 양식장, 다시마 운반선, 다시마 삶는 집 등 다시마 관련 시설이 눈에 띈다.
여/행/정/보
숙박 | ●금일도 금일장(061-553-2035), 청해장여관(061-553-2009), 동백민박(061-552-9954), 하얀집(061-553-3512), 해송가든(061-553-2387), 남태평양횟집민박(061-553-2327)
●생일도 금곡펜션(010-3148-3771), 파라다이스민박(061-553-8628), 자갈밭위민박(061-554-5746)
맛집 | ●금일도 읍사무소 인근에 중앙식당(중화요리, 061-553-2149), 청송횟집(생선회, 061-554-0969), 정선식당(장어탕, 061-555-2144)이 있다. 금일해수욕장 주변에도 동백횟집(생선회, 061-553-4159), 용궁횟집(매운탕, 061-553-9675) 등이 자리한다.
●생일도 면 소재지인 유서리에 월드식당(생선회, 061-553-3988), 아침바다횟집(토종닭백숙, 061-553-1948), 현대식당(백반, 061-553-3613)이 있다.
교/통/정/보
●금일도
고흥반도 남쪽 녹동항에서는 평화해운(061-843-2300, www.sea-4u.com)의 평화훼리3호가 하루 4회 금일도로 간다. 단, 매주 일요일은 정기 휴항일이므로, 전화나 홈페이지를 통해 정확한 운항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첫 배는 오전 6시에 있다. 강진에서 고금대교와 약산대교를 건너거나, 완도 신지도(송곡항)에서 정기 여객선을 타고 고금도로 들어가 약산도로 가면 당목항에서 풍진해운(061-552-1171)의 풍진훼리5호와 완도농협(061-552-5903, www.wandonh.com)의 금일페리호를 탈 수 있다. 금일도로 하루 10회 출항하며, 첫 배는 오전 6시 30분에 있다.
●생일도
당목항에서 풍진해운의 제1약산호가 하루 7회 왕복 운항하며, 오전 6시 30분에 첫 배가 있다.
●섬 내 교통
금일도에는 금일여객(010-2883-0975)의 정기 노선버스와 택시가 있다. 생일도에는 택시가 없고, 생일버스(061-553-3716)에서 배 시간에 맞춰 소형 승합차(스타렉스)를 운행한다. 택시처럼 부를 수도 있다.
북위 33도 6분 33초, 동경 126도 11분 3초. 국토 최남단 섬 마라도의 위도다. 제주도 서남부 해안의 어느 오름 정상에서도 바라다 보이는 마라도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가랑잎 같다. 그러나 배를 타고 좀 더 다가가면 널빤지처럼 보이고, 배가 섬에 닿을 즈음엔 거대한 항공모함 형상이다. 가랑잎이든, 항공모함이든 태평양과 동지나해에서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 앞에 위태로워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거칠 것 없는 마라도의 바다는 늘 파도가 높다.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한 날에도 바다는 잠시도 가만있질 못한 채 꿈틀거리고, 심지어 육지까지의 뱃길이 며칠씩 끊기기 일쑤다. 그래서 제주도 토박이는 가파도와 마라도 사람에게 진 빚은 “가파도(갚아도) 좋고 마라도(말아도) 좋다”는 우스갯소리를 곧잘 한다.
마라도는 섬 전체가 마라도해양도립공원이자 마라도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423호)이다. 전체 면적은 0.3㎢(약 10만 평)에 불과하다. 해안선 길이를 다 합해도 4.2km밖에 되지 않고 동서 너비는 500m, 남북 길이는 1200m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영락없이 고구마처럼 생겼다. 그러나 뱃전에서는 섬의 형상을 한눈에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저 도도록한 풀밭 위에 등대 하나만 우뚝 서 있을 뿐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나마도 아예 자취를 감춰버리고, 시꺼먼 절벽만 눈앞에 우뚝하다.
배는 파도와 바람 상태에 따라 동북쪽의 살레덕선착장이나 서북쪽의 자리덕선착장에 닿는다. 예전에는 동남쪽의 장시덕과 서남쪽의 신작로 선착장도 이용했다. 어느 쪽에 내리든 동선(動線)은 시계 방향으로 이어져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섬 전체를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잰걸음으로 1시간, 소걸음으로 느긋하게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므로 굳이 동선을 따질 필요도 없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다가 배 시간만 제대로 맞추면 된다.
살레덕선착장을 통해 마라도에 발을 내딛었다면 발길은 자연스레 등대가 있는 언덕으로 향한다. 아득한 해안절벽 위의 부드러운 풀밭길을 10분 남짓 걸으면 등대에 당도할 수 있다. 해발 39m로 마라도에서 가장 높은 해안절벽 위에 마라도의 상징인 마라도등대(064-792-8507)가 서 있다. 1915년 처음 불을 밝힌 마라도등대는 섬 자체보다 더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해도(海圖)에 제주도는 없어도 마라도등대는 반드시 표기돼 있다고 한다. 38km 밖 해상까지 뻗어나가는 이 등대의 불빛이 제주도 남쪽 바다의 항로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마라도등대는 섬 풍경을 훨씬 더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조형물 구실도 한다. 이토록 작고 밋밋한 섬에 등대조차 없었다면, 섬 풍경은 아주 단순하고 삭막했을 것이다.
우뚝한 등대와 거대한 옹기를 엎어놓은 듯한 성당 옆을 지나치면 ‘大韓民國最南端(대한민국최남단)’이라고 새겨진 비(碑)가 보인다. 마라도에 상륙한 관광객은 거의 어김없이 이 비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사실 마라도의 가장 큰 의미와 가치도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상징성에 있다. 그러므로 최남단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 일종의 통과의례가 됐다.
최남단비 부근의 갯바위에는 마라도 주민이 신성하게 여기는 장군바위가 있다. 천신이 지신을 만나려고 내려오는 길목이라 해서 예전에는 매년 해신제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라도의 본향당은 섬의 맨 북쪽에 자리한 아기업개당이다. 주민들을 대신해 억울하게 죽었다는 아기업개(보모)의 넋이 서린 곳으로, ‘처녀당’ 또는 ‘할망당’이라고도 불린다.
줄곧 남쪽으로만 뻗어가던 길은 최남단비를 지나면서부터 다시 북쪽으로 휘어진다. 동화 속 집처럼 생긴 초콜릿박물관도 있고, 아담한 카페도 있다. 상주인구가 100명도 안 되는 섬치고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건물이 많다. 민박집과 횟집뿐 아니라, 면 소재지 마을에나 있을 법한 교회, 절, 성당, 전화중계소, 경찰초소, 복지회관, 학교, 편의점, 자장면 집도 눈에 띈다.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대부분의 민가는 민박집이나 횟집으로 변모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건물 대부분이 서남쪽 해안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그곳만 벗어나면 부드러운 초원과 상쾌한 바다가 시야에 가득 찬다.
마을을 빠져나오는 지점에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가 있다. 2011년 현재 선생님 3명, 학생 3명이 있다고 한다. 학교 규모는 아주 작지만, 해안절벽 가까이의 풀밭에 세워진 학교 건물이 퍽 아담하고 멋스럽다. 특이한 형태의 울타리와 교문도 눈길을 끈다. 제주도 특유의 현무암 돌담이 울타리를 이루고, 3개의 구멍이 뚫린 돌기둥에 나무막대를 걸쳐놓은 정낭이 교문이다.
학교 뒤쪽의 풀밭을 가로질러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면 자리덕선착장이다. 선착장 주변의 해안절벽에는 커다란 해식동굴이 곳곳에 형성돼 있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동굴 규모가 자못 웅장하다. 선착장을 막 빠져나오는 배 위에서 섬 쪽을 바라보면, 마치 커다란 고래 입에서 간신히 탈출한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음속에서 안도감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마라도는 시야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제 본래의 모습을 하나둘 감춘다. 마침내 섬은 온데간데없고 창망한 바다에는 작은 가랑잎 하나만 두둥실 떠 있다.
여/행/정/보
●숙박
마라도펜션(064-792-7272), 제일민박(064-792-8512), 별장민박(064-792-3322), 최남단민박(064-794-5507) 등의 민박집이 있다.
●맛집
대부분의 민박집이 식당을 겸해 숙식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주로 생선회, 매운탕, 회덮밥, 생선조림을 내놓는다. 마라도를 찾은 관광객 둘 중 한 명은 자장면을 먹는다. 맨 처음 영업을 시작했다는 마라도짜장면집(064-792-8506)을 비롯한 자장면 전문점이 7곳이나 성업 중이다. 미역과 해물이 많이 들어간 해물자장면과 해물짬뽕이 먹을 만하다.
교/통/정/보
●모슬포↔마라도
모슬포항에서 삼영해운(064-794-3500)의 21삼영호와 모슬포1호가 하루 7회(10:00~16:00 매시 정각) 출항한다. 그리고 30분 뒤 마라도에서 출항한다. 이용객이 몰리는 주말과 휴일에는 왕복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송악산 아래 산이수동선착장에서도 마라도행 유람선이 출항한다.
●섬 내 교통
자동차는 없다. 전동 카트를 빌려 탈 수 있지만, 섬이 워낙 작아 걸어 다니는 편이 오히려 낫다.
울릉도의 자연은 젊고 기운차다. 그래서 울릉도는 도보여행하기에 딱 좋은 섬이다. 사실 울릉도는 섬 전체가 우리나라 최고의 트레킹 명소다. 산길이면서도 바닷가를 따라가거나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울릉도 트레킹코스의 매력이다. 게다가 숲이 울창해 한여름에도 시원하고, 철따라 변화무쌍한 풍경도 퍽 인상적이다. 특히 행남해안산책로, 남양-태하 둘레길, 내수전-석포 옛길은 울릉도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트레킹코스로 손꼽을 만하다.
행남해안산책로
원래 행남해안산책로는 도동항과 도동등대(054-791-2594) 사이의 해안절벽 및 숲을 지나는 약 1.6km의 길이었다. 도동등대와 저동항 사이에 1.4km쯤 되는 저동해안산책로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똑같은 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이제는 도동등대를 가운데에 두고 행남해안산책로와 저동해안산책로를 연결하면 약 3km 길이의 환상적인 해안 트레킹코스가 완성된다. 쪽빛 바다, 깎아지른 해안절벽, 울창한 숲 등 울릉도만의 독특한 자연풍광을 2시간 안에 모두 감상할 수 있는 트레킹코스다.
도동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시작하는 행남해안산책로는 깎아지른 해안절벽의 옆구리를 끊임없이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가 만들어낸 해식동굴도 군데군데 뚫려 있다. 해안절벽 아래의 비좁은 바닷길을 20여 분쯤 걸으면, 섬조릿대가 빼곡히 들어찬 대숲길에 들어선다. 대숲이 끝나면 다시 해송숲으로 들어간다. 가을이면 숲 바닥이 온통 노란 털머위꽃으로 뒤덮이는 장관이 연출된다.
해송숲이 끝나는 곳에 등대전시관, 관저, 전망대를 갖춘 도동등대가 있다. 등대 옆의 전망데크에서는 저동해안산책로, 저동항, 촛대바위, 북저바위, 성인봉이 한데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도동등대에서 저동항으로 가려면 다시 해송숲과 대숲을 지나고, 아득한 해안절벽을 내려가야 한다. 등대와 저동항 사이의 해안절벽에는 높이 57m의 나선형 계단이 설치돼 있다. 나선형 계단을 빙글빙글 돌아 해안절벽 아래로 내려선 다음에는 일곱 개 무지개 색으로 채색한 구름다리를 연달아 건너게 된다. 해안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의 방파제에서는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울릉둘레길(남양-태하 구간)
울릉도에는 울릉둘레길이 있다. 옛날부터 울릉도 주민이 이용해온 길들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만든 순환형 트레킹코스다. 남양-태하 둘레길은 총 3개 구간으로 나뉜 울릉둘레길의 제2구간에 속한다. 울릉도 역사와 자연생태를 두루 엿볼 수 있는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전체 길이가 약 12km인 이 길을 걸으면 서면 면 소재지인 남양리를 비롯해 남서리 고분군, 나팔등마을 입구, 태하령 옛길, 태하리 성하신당과 황토굴, 태하등대 등을 두루 거치게 된다. 일주도로변의 남양 버스정거장에서 남서천 물길과 나란히 이어지는 길을 거슬러 2.7km쯤 오르면 나팔의 등처럼 가파르다는 나팔등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그 길 중간쯤의 산비탈에는 신라시대의 돌무덤인 ‘남서리 고분군’이 있다. 최소한 삼국시대 이전부터 울릉도에 사람들이 살았음을 보여주는 유적이다.
나팔등마을 입구에서 태하령 옛길까지 약 800m 구간은 제법 비탈진 오르막길이다. 하지만 길바닥에 푹신한 흙과 낙엽이 깔려 있는 데다 숲이 울창해 가뿐히 걸을 수 있다. 태하령 옛길 구간은 성인봉 원시림지대 못지않은 천연림을 가로지른다. ‘태하동 솔송나무·섬잣나무·너도밤나무 군락’(천연기념물 제50호)이 그것이다. 솔송나무와 섬잣나무 고목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쭉쭉 뻗어 있어 짙은 솔향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태하령 정상에서 태하리까지는 줄곧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큰황토구미’라고도 불리는 태하리는 울릉도 개척령이 내려지고 그 이듬해인 1883년 7월 개척민들이 첫발을 내딛었던 곳이다. 이 마을 북쪽의 대풍감 절벽에는 태하등대(054-791-5334)가 있다. 초입까지 관광모노레일(054-790-6631)이 설치된 이후로는 태하등대와 대풍감 절벽의 절경을 수월하게 감상할 수 있다.
최근 확장공사가 끝난 태하등대 자체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등대 옆의 향목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 조망이다. 쉼 없이 불어오는 바람보다 더 상쾌한 조망을 누릴 수 있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 일렁이는 바다는 때 묻지 않은 비취빛, 에메랄드빛, 쪽빛이다. 그 물빛만 봐도 이곳이 울릉도 최고의 해안절경으로 꼽히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내수전-석포 옛길
내수전과 석포는 울릉도 동북쪽에 자리 잡은 마을들이다. 일주도로 미개통 구간인 두 마을 사이의 직선거리는 2.5km도 안 된다. 하지만 자동차로 가려면 무려 38km를 달려야 한다. 찻길이 없는 내수전-석포 구간에는 아름답고 편안한 옛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옛날부터 울릉도의 동북부와 동남부 지역 주민들이 왕래하던 오솔길이다.
길이 3.4km의 내수전-석포 옛길은 줄곧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간다. 그래서 산길의 호젓한 멋과 바다의 장쾌한 풍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길의 느낌도 자연스럽고 율동감이 넘친다. 바닥에는 녹색 융단 같은 이끼와 오랜 세월 쌓인 낙엽이 두툼하게 깔려있어 발바닥에 와 닿는 감촉이 부드럽고 푹신하다. 이 조붓한 옛길을 에워싼 숲은 원시적인 야성과 정갈함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이런 매력 덕에 내수전-석포 옛길은 울릉도 최고의 트레킹코스로 꼽힌다.
북위 37도 14분 26.8초, 동경 131도 52분 10.4초.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 우편번호 799-805. 2개의 큰 섬과 89개의 새끼 섬. 총면적 18만7554㎡(5만6734평). 육지(울진 죽변)와의 거리 216.8km, 본섬(울릉도)과의 거리 87.4km. 천연기념물 제336호. ‘대한민국 동쪽 땅끝’ 독도의 대략적인 신상 명세다. 길이 80m, 면적 1881㎡(569평)의 손바닥만 한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독도는 천하절경이다. 유리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다도 아름답고, 파란 바다 위에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솟아오른 기암괴석들도 장관이다. 절묘한 형상의 장군바위, 숯돌바위, 삼형제굴, 탕건봉 등이 서 있는 바다는 마치 해양조각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동도 계단길이 시작하는 지점의 앞쪽에는 아담한 몽돌해변도 있다. 머나먼 발길에 들인 돈과 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은 풍경들이다.
현재 독도 관광을 가장 제한하는 것은 날씨다. 울릉도와 독도 간 항로는 늘 파도가 높아 독도행 여객선이 아예 출항조차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 예정대로 출항해 독도 부근까지 가더라도, 선착장 주변의 파도가 높거나 너울이 일렁이면 배를 접안할 수 없다. 독도선착장에 여객선이 접안한 횟수가 한 달 내내 2-3회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독도 관광은 울릉도여행의 필수 코스지만, 뜻대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기대했던 대로 독도 땅을 밟아도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0분에 불과하다.
정박한 지 30분 만에 독도선착장을 출발한 여객선은 독도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독도 전체를 한 바퀴 선회한다. 배에서 바라보는 독도는 결코 작고 외로운 섬이 아니다. 대단히 기운차고 늠름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절벽과 그 아래를 쉼 없이 때리는 파도의 위용이 대단하다.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이 만들어 놓은 기암 절경들도 줄을 잇는다. 얼굴바위, 독립문바위, 천장굴이 차례대로 나타났다 사라진 다음에는 한반도 모양을 쏙 빼닮은 풀밭이 눈에 들어온다. 동도와 서도 곳곳에 둥지를 튼 수만 마리의 갈매기가 한꺼번에 날아오는 광경에서는 탄성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이처럼 독도관광선을 한 번 타본 사람은 작은 섬 독도가 얼마나 크고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여/행/정/보
●숙박
대아리조트(054-791-8800), 울릉마리나관광호텔(054-791-0020), 명가펜션(054-791-0031), 칸모텔(054-791-8500), 산호모텔(054-791-9595), 울릉도모텔(054-791-8886), 세운모텔(054-791-2171), 황제모텔(054-791-8900), 제일모텔(054-791-2637) 등 비교적 시설 좋은 숙박업소는 울릉읍의 도동, 저동, 사동에 몰려 있다. 그러나 성수기에는 숙소 구하기가 어렵고 요금도 매우 비싸다. 그럴 경우에는 남양리의 남양장(054-791-7722), 태하리의 동백장(054-791-5339), 나리분지의 산마을민박식당(054-791-4643)을 이용해볼 만하다. 북면 송곳산 아래에 자리 잡은 추산일가(054-791-7788), 울릉아일랜드펜션(054-791-3961)은 울릉도의 대표적인 펜션이다.
●맛집
도동의 보배식당(홍합밥, 054-791-2683), 99식당(약초해장국·따개비밥, 054-791-2287), 우성회센타(회덮밥, 054-791-3127), 향우촌(울릉약소구이, 054-791-8383), 서면 남양의 태양식당(따개비칼국수, 054-791-5617), 북면 천부의 신애분식(따개비칼국수, 054-791-0095), 가보자식당(물회, 054-791-4150), 나리분지의 산마을식당(산채정식, 054-791-4643)이 울릉도의 소문난 맛집이다.
교/통/정/보
●포항·묵호·강릉·후포↔울릉도
포항여객선터미널(054-253-0124)에서는 대아고속해운(1544-5117, www.daea.com)의 썬플라워호가 하루 1회(09:40), 동해 묵호여객선터미널(033-531-5891)에서는 대아고속해운의 오션플라워호와 씨플라워호가 하루 각 1회씩 총 2회(08:45, 10:00) 출항한다. 강릉여객선터미널(안목항)에서는 씨스포빌(1577-8665, www.seaspovill.co.kr)의 씨스타호가 하루 1회(08:40) 왕복 운항한다. 그 밖에도 울진 후포여객선터미널에서 대한가족(1666-0369, www.dhseatour.com)의 우리호가 부정기적으로 울릉도에 간다.
●울릉도↔독도
울릉도 도동항에서 대아고속해운의 썬플라워호(12:40)와 오션플라워호(14:00)가 하루 각 1회 운항한다. 대한가족(054-791-8111)의 삼봉호도 도동항에서 출항한다.
※ 울릉도와 독도 항로는 날씨, 요금, 계절, 선박정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배 시간이 많이 바뀔 수 있으므로, 전화나 선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섬 내 교통
혼자 여행할 경우에는 노선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경제적이다. 내수전-저동-도동-사동-남양-태하-현포-천부 간 일주도로를 달리는 노선버스가 평균 40분 간격으로 있다. 개인택시(054-791-2612)뿐 아니라, 울릉택시(054-791-2315) 소속의 영업용 택시도 많다. 대여료가 다른 지역보다 비싼 편이긴 하지만 한진렌트카(054-791-5337), 오케이렌트카(054-791-8668), 극동통운렌트카(054-791-1747), 이렌트카(054-791-7272) 등의 렌터카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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