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新대동여지도’ 기적의 건강밥상_01

醉月 2015. 10. 20. 12:48

[신동아-채널A 공동기획 | ‘新대동여지도’ 기적의 건강밥상]

관절 소염·진통 특효 우슬 어혈 없애 혈액순환 돕는 엉겅퀴

김경민 | 채널A ‘신대동여지도’ 작가

 

류머티즘 관절염은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완치할 치료제는 아직 없다. 뇌경색은 뇌의 혈관이 막혀 뇌의 일부가 죽는 병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주원인으로, 역시 완치가 쉽지 않다. 이들 질환을 건강밥상으로 치료한 개인적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다만 의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 우슬

“그땐 정말 죽을 만큼 아팠어요. 젊은 나이에 지팡이를 짚는 건 또 얼마나 창피했던지….”

10년 전 느닷없이 찾아온 이상증세. 발목이 부어 쪼그려 앉지도 못하고 손가락이 구부려지지 않아 걸레도 잡을 수 없었다.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조차 없었던 주영윤(53) 씨. 하지만 지금은 그 얘기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그 비결은 뭘까.

주씨는 5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유달리 책임감이 강했다. 스물셋 어린 나이에 먼 타지에서 가정을 꾸린 그에게 단란한 시절은 잠시뿐이었다. 남편의 거듭되는 외도와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나이 마흔에 이혼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살기 위해 들로 산으로 쏘다녔다는 주영윤 씨. 아버지가 생전에 캐다 준 우슬 덕분에 관절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믿는다.

 

‘난 왜 이렇게 살까’ ‘왜 남들처럼 잘살지 못하고 이렇게 됐을까’…. 자괴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씨를 괴롭혔다. 혼자된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일까. 언젠가부터 발목이 부어오르더니 곧 손가락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급기야 벽을 짚지 않고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팡이에 의지해 찾아간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류머티즘 관절염’. 43세 때였다.

주씨는 치료를 받기 위해 1년 넘도록 이곳 저곳 유명하다는 병원은 다 찾아다녔다. 입원한 것도 여러 차례. 약물치료, 주사요법 등 안 받아본 치료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별 차도 없이 몸은 계속 붓고 체중은 늘어갔다.

양방으로 효과를 못 본 그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심정으로 복용하던 약을 모두 끊고 산으로 들어가 자연요법으로 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그즈음, 고향 어머니가 그를 호출했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이었지만 반갑지 않은 소식이 그를 기다렸다. 어머니가 식도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지극정성으로 병간호를 했지만 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세상을 떴다. 설상가상, 건강하던 아버지마저 식도암으로 몸져누웠다.

 

소의 무릎을 닮은 우슬 줄기(좌)와 잘 다듬어 말린 우슬 뿌리.

 

 

‘소 무릎’ 닮은 약초

자신의 건강보다 딸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기가 더 힘들었던 아버지 머릿속에 어릴 적 어머니가 관절에 좋다며 캐오던 약초 하나가 떠올랐다. 그 모양이 소의 무릎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우슬’이다. 아버지는 병마에 약해진 몸에도 딸을 위해 직접 산에 올라 우슬 뿌리를 캐왔다. 그걸 가마솥에 넣고 푹 끓여 달인 물을 딸에게 마시도록 했다. 남은 물로는 식혜를 만들었다.

“아버지가 관절에 좋은 거니 이걸 먹으면 나을 거라고 했어요.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어요.”

 

주씨는 아버지가 달여준 우슬 물을 하루에 2L씩 마셨다. 아버지에 대한 강한 믿음 때문일까, 아니면 우슬의 약효 덕분일까. 한 달쯤 지나자 손에 힘이 생겨 걸레를 짤 수 있게 됐고, 쪼그려 앉기도 힘들던 다리로 다시 걷고 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렇게 딸의 건강을 되찾아준 아버지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저를 낫게 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것 같아요. 지금도 우슬을 캘 때면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저수지에서 관절운동

아버지가 타계한 후 주씨는 오로지 살기 위해 들로 산으로 밤낮없이 쏘다녔다. 맑은 물과 공기,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고 확신했다. 우슬 뿌리를 캐고 곰보배추, 엉겅퀴, 민들레로 발효액을 만들어 마셨다. 뒷산 저수지에서 잡은 민물새우로 담근 토하젓은 동네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주씨는 관절에 좋다는 수영을 배우고 싶었지만, 산속 골짜기에 수영장이 있을 리 만무했다. 수영장 대신, 가까운 도랑이나 저수지를 찾아 물속에서 걷고 또 걸으면서 관절운동을 했다. 주씨는 4년 전 병원에서 류머티즘 지수가 없다는, 사실상의 완치 판정을 받았다.

 

“저처럼 아픈 사람들에게 자연이 주는 소중함을 알려주고 싶어요. 지금 저는 아주 건강하고 행복합니다.”

주영윤 씨의 우슬 건강밥상&활용법

■ 우슬 모과탕

‘동의보감’에 따르면 예부터 우슬 모과탕은 허벅지나 장딴지, 정강이 통증에 널리 사용돼왔다. 흔히 기관지에 좋다고 알려진 모과는 신경통, 근육통 등에도 효과가 있다. 말린 우슬 뿌리와 말린 모과를 함께 달여 하루에 2~3잔 마신다.

■ 우슬 도가니탕

관절 건강을 위해 주씨가 즐겨 먹는다는 보양식. 소의 무릎을 닮은 우슬 뿌리에 진짜 쇠무릎인 도가니와 엉겅퀴, 가시오가피 등 산에서 캔 약초를 함께 넣는다. 도가니가 푹 무르도록 5~6시간 동안 끓여내면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 우슬 물로 머리 감기

샴푸 후 헹굼 마지막 단계에서 우슬 우려낸 물을 사용하면 두피 건강에 도움이 된다. 두피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혈액을 생성하는 효능이 있다. 머리카락이 세는 것을 방지하고 탈모 예방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탈모 방지 샴푸의 원료로 우슬 추출물이 사용되기도 한다.

 

◇ 엉겅퀴

“어지러워서 정신을 놓고 쓰러질 때가 많았어요. 이대로 있다가 죽는가보다 싶었죠.”

처음엔 가벼운 어지럼증으로 시작했다. 생리불순과 빈혈 증세. 여자들이 흔히 겪는 증상으로만 여겼다. 당시 노승순(42) 씨는 여섯 살짜리 딸과 두 살짜리 아들을 둔 서른 즈음의 평범한 주부였다.

그런데 증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걷다가 갑자기 균형을 잃기도 하고, 심할 때는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였다. 이런 증상이 2~3년간 이어졌지만, 동네 병원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다. 의사 말만 믿고 안심하고 지내던 어느 날, 노씨는 갑자기 쓰러졌다.

 

 

“그냥 편히 가게 해줘”

뒤늦게 확인된 병명은 흔히 ‘중풍’으로 불리는 뇌경색. 수술은 불가능했다. 뇌혈관이 막혀 있는 상태라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었다. 혈관을 확장해주는 약을 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약의 부작용은 심각했다. 뇌의 혈관을 억지로 벌리려다보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결국 한 달쯤 먹다가 끊어야만 했다.

뇌경색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던 노승순 씨는 “엉겅퀴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뇌경색 진단 후 노씨는 두 달에 한 번씩 쓰러졌다. 점차 일상생활도 어려워졌다. 마치 머릿속에 돌덩어리를 넣고 압박붕대로 감아놓은 느낌이 들었다. 걷지도 못할 정도로 어지러웠고 구토를 하기 일쑤였다.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 것은 아닐까, 남은 일생을 자리에 누워 남의 손에 의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병세가 더 심해지면 치료하려 하지 말고, 그냥 편히 가게 해줘.”

병세가 심해지자 노씨는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다. 집안에 중환자가 있으면 치료비다 뭐다 해서 남은 가족의 고통이 이만저만하지 않을 게 뻔했다. 가족에게 유서를 남길까도 생각했다. 갑자기 세상을 뜨게 될까봐 미리 영정에 쓸 사진도 찍었다.

 

일상생활이 힘들어지자 노씨는 결국 요양원 생활을 택했다. 한참 엄마 손이 닿아야 할 자녀들을 시댁에 맡기고 돌아서는 길은 유난히도 추웠다. 아이들은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엄마 뒤를 종종거리며 쫓아왔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지만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렇게 엄마를 잊어주길 바라며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그때 노씨의나이 겨우 서른셋이었다.

1년간의 요양을 마친 후 노씨는 시골 친정집으로 향했다. 무리한 운동은 할 수 없었지만, 그럴수록 몸을 더 움직이려 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산 타는 사람들이 산에서 자라는 엉겅퀴를 보더니, ‘피를 맑게 해주고 죽은 피까지 풀어준다’고 하더라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복용하기 시작한 엉겅퀴. 봄에 나오는 어린 순으로는 국을 끓여 먹고, 너무 커버려 억세진 것은 말려서 차로 만들거나 분말로 만들어 복용했다. 엉겅퀴 효소가 담긴 장독은 점점 늘어났다.

엉겅퀴를 먹기 시작한 지 1년쯤 지나자 두통이 서서히 없어졌다. 밭일을 하면 숨이 차고 어지럽던 증상도 많이 호전됐다.

“엉겅퀴는 우리 가족을 다시 웃게 해준, 자연이 준 선물 같아요.”

노씨는 3년 전 뇌경색 완치 판정을 받았다. 오로지 살기 위해 먹기 시작한 엉겅퀴를 이제는 주변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노씨. 그렇게 오늘도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엉겅퀴 밥상을 차린다.

 

엉겅퀴 분말을 담은 캡슐(왼쪽)과 엉겅퀴 꽃. 캡슐을 이용하면 복용하기 편리하다. 꽃은 뿌리보다 항산화 효과가 더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승순 씨의 엉겅퀴 건강밥상

■ 엉겅퀴 분말

말린 엉겅퀴를 갈아 만든 분말은 그냥 삼킬 경우 자칫 기관지나 폐로 들어가 사레가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캡슐에 넣어서 복용하거나 요구르트에 섞어서 먹는 게 편리하다. 밥을 짓는 데 넣거나 반죽에 섞어 국수, 부침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할 수 있다.

■ 엉겅퀴 밥

깨끗이 씻은 쌀에 엉겅퀴 분말을 넣고 물을 맞춘다. 말린 엉겅퀴는 물에 불린 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위에 올려 밥을 짓는다. 초록빛 윤기가 도는 향긋한 엉겅퀴 밥에는 엉겅퀴 달인 물을 사용해 만든 양념간장이 제격이다.

■ 엉겅퀴 된장국

잎과 뿌리에 가시가 있는 엉겅퀴로 음식을 할 때는 뻣뻣함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엉겅퀴로 국을 끓일 때는 날것을 끓는 물에 한 번 데쳐낸 뒤 밀가루에 버무려 넣어주면 엉겅퀴 특유의 쓴맛과 거친 식감을 없앨 수 있다. 여기에 엉겅퀴 분말로 반죽한 수제비를 넣으면 향긋한 엉겅퀴 향이 배가된다.

■ 엉겅퀴 화전

엉겅퀴는 일반적으로 뿌리를 많이 먹는데, 최근 뿌리보다 잎과 꽃의 항산화 효과가 더 우수하다고 알려졌다. 찹쌀가루를 익반죽한 뒤 동글납작하게 빚고 그 위에 엉겅퀴 꽃을 올려 노릇하게 구워낸다. 고운 빛깔의 천년초 효소를 뿌려 먹으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